<단독> 영탁, 음원 사재기의 비밀

“1위 만들어줄게” 유령 조작 브로커의 만행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지난해 1월 국내에서는 음원 사재기 논란이 가요계를 휩쓸었다. 가수 박경은 가수들이 음원 스트리밍을 조작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공론화된 가수들은 엄청난 마녀사냥에 시달렸지만, 음원 스트리밍 조회 수를 조작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멜론을 비롯한 음원사이트에서 아무리 음원 사재기가 없다고 해도, 대중은 믿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영탁 소속사 대표 이씨가 기소됐다. 음원 사재기를 시도했다는 정황이 드러나서다. 조작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공공연히 “음원 사재기는 없다”고 말한다. 명확히 말하면 음원 스트리밍을 조작한 사람들은 있을지언정 ‘성공한 사재기는 없다’고 한다. 

시도 있어도 
성공은 없다

오랜 기간 멜론을 비롯한 음원사이트에서 스트리밍 조작과 관련해 보안이 뚫린 적이 없다는 사실을 밝혀도 대중은 믿지 않고 있다. 아마도 갑작스럽게 무명의 가수가 엄청난 팬덤을 가진 가수를 제치고 음원 1위를 차지하는 현상이 쉽게 이해되지 않아서일 테다. 

음원사이트에서 공개하는 차트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음원 사재기가 얼마나 성공하기 어려운지 알 수 있다. 다만 차트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해 진실을 정확히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것. 

음원 스트리밍을 조작하는 것은 비용적으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한 달 내내 1위를 차지해도 음원으로 거둬들이는 수익은 2억원 내외다. 지난해 1월 가요기획사 메이저나인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 달 동안 매일 80만 조회 수를 기록해도 2억5000만원을 넘게 벌기 힘들다.

반면에 음원 조작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수십억원이 넘는다. 이조차도 최소한으로 잡은 금액이다. 

그 배경을 설명하면, 현재 음원사이트의 카운트는 한 사람당 1회로 집계된다. A라는 사람이 B라는 곡을 1번 듣던 10번 듣던 카운트는 1로 계산된다. 10명의 사람이 B곡을 한 번씩 들으면 카운트는 10이 된다.

음원을 많이 듣는 것보다 많은 사람이 듣는 것이 유리한 시스템이다. 아무리 30만명이 넘는 팬덤을 구축하고 있는 아이돌이라 해도 차트 1위가 쉽지 않은 건 확장성이 떨어져서다. 약 70만에서 100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해야 상위권에 오를 수 있었다.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인기를 끌어야만 차트 상위권에 진입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차트 내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는 최소한의 카운트를 10만으로 본다. 10만명은 노래를 들어야 급상승 순위에 음원을 올릴 수 있어서다. 최소 10만명은 확보해야 상위권에 진입하기 위한 기반이 된다는 것. 

이른바 ‘탑100’을 반복 재생하는 자영업자의 수가 코로나19로 인해 줄어들면서, 현재 1위 곡들은 하루에 대략 50만명에서 60만명이 듣는다. 음원 사재기 논란이 발발했던 2019년 이전만 해도 90만명에서 110만명은 들어야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한 달 내내 1위 해도 음원 수익은 2억원
엄청난 운이 필요한 사재기…비용 29억원

그 수가 어떻든 간에 최소 10만명은 필요하다. 10만명을 확보해 차트 내 급상승 음원이 돼 대중의 눈에 띈 뒤에는 흔히 말하는 ‘기도 메타’에 돌입한다. 최소 40만명 이상이 들어야 하는 확장성이 있어야 한다. 이는 사실상 운에 기댈 수밖에 없다.

유명세가 있는 뛰어난 실력의 가수들도 쉽게 얻을 수 없는 기록이기 때문이다.

엄청난 운이 따라야지만 상위권에 진입할 수 있다. 대중이 듣기에 좋지 않은 곡이라면 10만명 수준에서 그치게 된다. 이러면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 엄청난 운이 따라서 1위를 오랫동안 유지해야만 2억원 내외의 수익을 벌어들인다.

가수가 적당한 히트곡이라도 내면 각종 행사를 다닐 수 있지 않냐고 물을 수 있는데, 최소 행사를 다니려면 히트곡이 약 3곡은 있어야 한다. 하나의 히트곡으로는 행사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10만 조회 수를 조작한다고 할 때 필요한 비용이 대략 수십억원이다. 한 휴대폰으로 음원사이트 아이디 3개를 만들 수 있다. 10만개의 아이디를 만드는 데 필요한 휴대폰은 약 3만3000개다.

아무리 싼 휴대폰이라 하더라도 3만개 이상이 필요한데, 스마트폰 하나에 2만원씩만 잡아도 6억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다. 

여기에 음원사이트 스트리밍을 이용하는 비용 8000원이 든다. 또 한 지역에서 일정한 패턴으로 스트리밍을 돌리면 음원사이트의 보안 체계에 걸리기 때문에 각 아이디 당 아이피(IP)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작업실에서 수백개의 아이디만 스트리밍을 돌려도, 음원사이트에 아이피 정보가 가기 때문에 음원 사이트에서는 이를 스트리밍 조작 현장으로 보고 걸러낸다. 한 지역에서는 같은 아이피가 뜨기 때문에 조작하려는 정황이 명확히 포착된다.

따라서 아이디마다 아이피가 필요하다. 업계에 따르면 아이피 하나에 최소 3000원 이상이 든다. 아울러 휴대전화 요금제 최소금액 1만2000원을 더하면 약 2만3000원의 비용이 든다.

“히트곡으로”
대부분 거짓말

휴대폰 비용 6억원에 아이디 10만개 유지 비용 23억원을 더하면 약 29억원이다. 이조차도 최소 금액이다. 이 금액에는 스트리밍을 지속해서 돌릴 때 발생하는 인건비나 전기료 등 제반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음원 사재기는 약 29억원의 비용을 들인 데 더해 불법을 저지르는 리스크를 감행하면서, 엄청난 운에 기대야만 겨우 2억5000만원의 수익을 내는 구조다. 막대한 손해를 보는 구조다. 최소 15곡은 1위로 만들어야 이익을 내는 셈이다.

혹시나 중간에 음원 사이트 보안 체계에 걸리기라도 하면 모든 것이 수포가 된다. 

해킹을 사용한다고 해도, 해당 사용자가 음원 사이트에 접속하면 다른 휴대폰에서는 접속이 통제된다. 해킹을 통한 조작도 불가능에 가깝다.

불확실하고 수익도 보장되지 않는 불법적인 행위에 29억원을 투자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음원 사재기는 있을 수 없다고 말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이런 정황이 있는데도 대중은 음원 사재기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안으로 여기고 있다. 심지어 가요 관계자조차 여전히 음원 사재기가 통용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왜냐하면, 한동안 가요계에 음원 사재기에 성공한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돌아서다. 

그 소문의 근원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9년 한 OST 제작사의 작곡가 K는 음원 조작이 가능한지 테스트를 했다. 당시 테스트 음원으로 사용된 음원이 송하예의 ‘니소식’이다. K는 테스트를 하는 과정을 촬영해 영상으로 남겼다.

K 역시 스트리밍 조작은 실패했다. 

수천만원으로?
사실상 불가능

하지만 K는 촬영한 테스트 영상을 마치 사재기가 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짜깁기 영상’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음반 소속사 대표들을 만나 송하예와 바이브, 볼빨간 사춘기, 임재현, 아이유, 알리 등 가수들을 거론하며 자신이 음원 사재기로 이들의 곡을 차트 1위로 만들었다고 거짓말했다. 

이에 혹한 음반 소속사 대표 대다수가 K에게 수천만원을 건네며 자신의 소속 가수 곡도 조작해달라고 거래했다.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내 대다수 소속사 대표들이 K에게 돈을 건네며 음원 사재기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요 관계자 C는 “K가 영업을 매우 잘한 것으로 안다. 국내의 수많은 소속사에서 그에게 돈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 K가 일종의 사기를 친 것”이라며 “K는 그렇게 돈을 받아놓고 음원 사재기를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면 사재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눈 뜨고 코 베인 것이나 마찬가지인 소속사에서는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했다. 불법인 음원 사재기를 의뢰했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찰에 신고를 하거나 언론에 알렸다가 혹여 의뢰한 사실이 드러나면 소속 가수의 이미지가 회생 불가능한 수준으로 망가지고, 의뢰한 소속사 직원은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K에게 건넨 수천만원을 포기하는 것이 피해 규모를 최소화하는 방법이었다.

그럼에도 당시 사기를 당한 소속사 관계자들은 음원 사재기가 존재한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K가 거짓말을 하기 위해 만든 짜깁기 영상을 봤기 때문이다. 해당 영상은 지난해 정민당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비록 자신의 소속사는 사재기에 실패했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있다고 여긴 것이다.

가요 관계자 C는 “당시 K와 거래하면서 K가 만든 조작 영상을 본 소속사 직원들 사이에서 음원 사재기 소문이 떠돌았다. 당시에 숀, 임재현, 바이브, 송하예 등의 가수가 거론됐다. K가 소속사를 상대로 사기칠 때 거론한 가수들이 진짜 피해자”라며 “K가 있지도 않은 음원 사재기 괴소문을 만든 본원”이라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되는 가수 영탁의 소속사 밀라그로 대표 이모씨 역시 K로부터 사기를 당한 인물 중 하나다. 이씨는 영탁의 노래 ‘니가 왜 여기서 나와’의 음원 순위를 높이기 위해 2019년 K씨에게 3000만원을 건넨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사기꾼이 만든 가요계 괴소문
당해도 밝히지 못하는 가수들

이씨는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는데, 이는 적발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당시 ‘니가 왜 여기서 나와’는 주요 음원사이트 순위 100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등 실제 차트 조작이 성공하지는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음원 순위가 예상한 만큼 오르지 못하자 K에게 환불을 요구해 1500만원을 돌려받았으며, 2019년 10월에는 K에게 부당이익금 반환 소송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소장 각하 명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가운데 경찰은 지난해 2월부터 가요계 음원 사재기에 관련한 언론 보도를 접하고 내사를 진행했다.

내사 진행 중, 이씨로부터 매니지먼트 권한 위임을 받은 D씨가 투자자에게 ‘영탁의 음원에 대한 사재기를 의뢰했다’고 고백한 녹음파일과 해당 내용이 담긴 고발장이 같은 해 7월경 접수되자 본격적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이씨가 음원 사재기를 의뢰했고, 의뢰를 받은 K가 스트리밍 조작을 시도했지만 의미 있는 결과를 내지 못한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씨와 D씨, 스트리밍 조작을 시도한 K 등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이씨는 음원 사재기를 시도한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일각에서는 가요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는 후문이다. 소속사 대표들을 상대로 돈을 받은 K가 혹시나 수사기관에 모든 사실을 털어놓을까 걱정돼서다. 수사기관을 통해 K가 소속사 대표와 가수를 고발하기라도 하면, 해당 가수의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음원 사재기 괴소문의 뿌리를 뽑고, 부정한 방식으로 결과를 내놓으려 했던 가요 관계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묻힐 뻔한
이번 사건

한 관계자는 “이씨가 돈을 돌려받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이 사건은 지하에 묻혔을 것이다. 불법을 저지른 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 좀 바보 같은 행동을 한 것”이라며 “그것과는 별개로 음원 사재기 괴소문으로 인해 피해를 본 아티스트가 굉장히 많다. 이번 일을 계기로 K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밝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영탁은 사재기 몰랐나?
“아티스트, 회사 일 잘 몰라”

영탁 소속사 대표 이모씨가 음원 사재기를 시도했다는 정황이 밝혀지면서 검찰로 송치된 가운데 논란의 불길은 영탁에게 향하고 있다.

영탁이 소속사 대표와 음원 사재기와 관련된 대화 내용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음원 사재기를 공모했다는 의혹이 생겨나면서 영탁의 이미지는 완전히 추락하고 있다.

영탁이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음원 사재기에 대해서는 몰랐다”고 밝히고 있지만, 대중은 믿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음원 사재기 내용 어려워”
“들었어도 이해 못 했을 것”

그런 가운데 한 관계자는 영탁이 해당 내용을 잘 모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아티스트의 경우 회사에서 발생하는 업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게 요지다. 

가요계 관계자는 “음원 사재기의 경우 내용도 어렵기 때문에, 이씨가 영탁에게 설명을 명확히 안 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영탁이 내용을 들었다고 해도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대체로 아티스트들은 회사의 업무에 크게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회사 일이 본인의 업무와는 다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며 “영탁이 소속사 직원들과 함께 공모했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