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이슈&인물> ‘문심’ 추미애 법무부장관 내정자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2.09 10:29:14
  • 호수 12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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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차고…추다르크의 재림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임 법무부장관에 내정됐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가족을 둘러싼 의혹으로 물러난 지 52일만이다. 추 내정자가 국회 청문회를 잘 돌파할 수 있을까. 
 

▲ 추미애 법무부장관 내정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신임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추 전 민주당 대표를 신임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서 밝혔다.

판사 출신 
5선 의원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추 내정자는 소외계층 권익 보호를 위해 법조인이 됐고 ‘국민 중심의 판결’이라는 철학을 지킨 소신 강한 판사로 평가받았다”며 “정계 입문 후 헌정사상 최초로 지역구 5선 여성 국회의원으로 뛰어난 정치력을 발휘했다”고 밝혔다.

이어 “판사와 국회의원으로서 쌓은 법률적 전문성과 정치력을 비롯해 그간 추 내정자가 보여준 강한 소신과 개혁성은 국민이 희망하는 사법개혁을 완수하고 공정과 정의의 법치국가 확립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조국 전 장관 사퇴 후 52일 만에 추 내정자를 지명한 것은 검찰 개혁 과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판사 출신에 개혁 성향이 강한 추 후보자는 강력한 추진력으로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법무부장관 내정은 지난 10월14일 조국 전 장관이 가족을 둘러싼 의혹으로 물러난 지 52일 만이다. 지난 8월9일에 이은 118일 만의 개각이기도 하다. 이른바 ‘조국 파동’은 물론이고 최근 하명 수사 및 감찰 무마 의혹으로 청와대와 검찰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국정운영 동력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검찰에 대한 견제를 더욱 강화하려는 의중이 담겨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추 내정자에게는 검찰 개혁 완수라는 중책이 부여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검찰에 대한 감찰권과 인사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민주당 대표를 지낸 5선의 안정감 있는 현역 의원을 내세워 국회 인사청문회서 발생할 수 있는 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선 추 내정자에 대해 기대와 실망이라는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법무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열망이 실현될 것이라며 적극 환영의사를 밝혔다. 

조국 사퇴 52일 만에 단행
검찰 개혁 바통 이어 받아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판사 출신 5선 의원인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민주당 당 대표로서 촛불시민의 명령 완수를 위해 노력해왔고, 제주 4·3 특별법과 비정규직 보호법 제정에 앞장서는 등 역사를 바로 세우고 우리사회를 개혁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한 인사”라며 “추미애 후보 지명을 계기로 법무·검찰 개혁이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선 “궁여지책 인사”라며 걱정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당 대표 출신 5선 의원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한다는 것은 청와대와 여당이 ‘추미애’라는 고리를 통해 아예 드러내놓고 사법 장악을 밀어붙이겠다는 대국민 선언”이라며 인사청문회를 통해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경고했다. 


바른미래당서도 비슷한 내용의 논평이 나왔다. 김정화 대변인은 “안타깝게도 구관이 전부 명관은 아니다”라며 추미애 후보자가 민주당 당 대표였던 시절, 최악의 들러리 당 대표라는 오명을 받으며 당 전체를 청와대 2중대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반면 정의당과 대안신당, 민주평화당은 일부 기대를 드러내면서도 꼼꼼한 검증을 예고했다.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은 “이번 법무부장관 후보는 무엇보다 검찰 개혁의 소임을 다해야 한다. 현재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법 등 검찰 개혁법을 앞두고 검찰은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이런 비상한 시기에 원만한 지휘력을 발휘하면서도 개혁의 소임을 다할 법무부장관이 필요하다”며 추미애 후보의 개혁성을 철저히 검증해 검찰 개혁의 소임을 다할 것임을 예고했다. 

민주평화당에선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법무부장관으로서 적임자인지 꼼꼼히 검증하겠다”고 짧은 논평만을 내놨고, 대안신당은“추 후보자는 집권여당 대표 출신으로 오랜 법조 경험과 정치 경험으로 당면한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해야 할 책임이 있다. 추진력과 개혁성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여전사
포스 뿜뿜

추 내정자는 1958년 대구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부모 밑에서 2남2녀 중 셋째(차녀)로 태어나 1982년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인 1985년부터 춘천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인천지방법원, 전주지방법원, 광주고등법원 등에서 판사직을 역임했다. 

추 내정자는 판사 시절 ‘운동권 판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1986년 춘천지방법원서 근무하던 초년 판사 시절엔 군사정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이념 서적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소신대로 판결해 ‘껄끄러운 판사’ ‘운동권 판사’로 불렸다.

1995년 광주고등법원 판사로 재직 중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의 정계 입문 권유를 받고, 같은 해 8월27일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했다. 당 부대변인으로 정당생활을 시작하며 정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이듬해인 1996년 제15대 총선서 광진구 을 지역구서 당선되면서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판사 출신 국회의원, 판사 출신 야당 국회의원,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서울 지역 최초의 여성 국회의원이 됐다.

초선이던 1997년 제15대 대선서 김대중 후보 캠프의 유세단장으로 활동할 당시 고향인 대구에 내려가서 선거운동을 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지금보다 훨씬 더 지역감정이 심하던 때였다. 직전 대통령 선거인 제14대 대선 때는 야당이던 평민당 운동원들이 대구 유세를 하다 돌을 맞기까지 했다. 그러나 추 내정자는 “지역감정의 악령으로부터 대구를 구하는 잔다르크가 되겠다”며 유세단에 ‘잔다르크 유세단’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대구서 지역감정과 맞서 저돌적으로 선전하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그때 언론에선 추 내정자에게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붙였다. 

추 내정자는 2002년 제16대 대선을 앞두고 펼쳐진 새천년민주당의 당내 경선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대통령 선거 때는 노 전 대통령 캠프의 국민참여운동본부 공동본부장으로 활동하며 당선에 일조했다. 2003년, 노 전 대통령이 당선자이던 시절에는 특사 자격으로 미국과 일본을 방문했다. 

하지만 이후 여당이던 새천년민주당 분당 사태 때 열린우리당에 합류하지 않고 민주당에 잔류하며 노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라섰다. 2004년 3월에는 새천년민주당 조순형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했다. 추 내정자가 탄핵을 반대하자 당내 비난이 쏟아지면서 결국 탄핵 찬성으로 입장을 바꿨다.


여 “환영”
야 “궁색”

이후 국회에선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개시됐다. 17대 총선서 민주당은 선거대책위원장직을 추 내정자에게 맡겼다. 추 내정자는 탄핵 반대의 압도적 여론을 체감하고선 민주당이 탄핵에 동참한 것에 대해 선대위원장으로서 당을 대표해 사과했다. 

그러나 탄핵 반대 여론의 역풍을 맞은 민주당은 9석의 의석을 얻는 데 그쳤다. 추 내정자 본인도 낙선했다. 훗날 추 내정자는 “내 정치 인생 중 가장 큰 실수이자 과오가 탄핵에 찬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 한 추미애는 한 동안 대학 등에서 강의를 하면서 지냈다. 그러다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 8월, 열린우리당과 새천년민주당이 재결합하면서 대통합민주신당이 탄생했다. 

곧이어 실시된 제17대 대통령 선거서 추미애는 대통합민주신당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2008년에 치러진 18대 총선에 통합민주당 후보로 서울특별시 광진구 을에 재도전해 51.3%의 득표율로 당선되며 국회로 복귀했다.

2011년에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민주당 경선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당시 경선서 박영선 의원이 추 내정자 등을 꺾고, 민주당 후보로 선출됐다. 하지만 재야에 있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종적으로 야권 단일후보가 됐고, 이후 본 선거서 서울시장으로 당선됐다. 


2012년에는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 민주통합당 후보로 같은 선거구에 출마해 55.2%의 득표율로 당선돼 4선 의원이 됐다. 2012년에는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으로 당선되고, 같은 해 실시된 제18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 국민통합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잔뜩 벼르는 한국당 
청문회 핵심 쟁점은?

추 내정자는 2015년에는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 의해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됐으나 같은 해 말에 벌어진 새정치민주연합의 분당 사태 때 탈당파를 강력 비판하며, 당에 잔류했다. 당시 비노(비 친노무현)계 최고위원들은 문재인 당시 대표의 사퇴를 주장하며 당을 흔들었다. 결국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주축이 돼 의원들이 연쇄 탈당 사태가 일어났다.

당시 최고위원이던 추 내정자는 탈당 대열에 동참하지 않았고, 오히려 ‘반노’와 비주류의 공세로부터 문재인 대표를 적극 방어했다. 2015년 12월, 안철수가 혁신전당대회를 요구하며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압박했다. 당 지도부 안에서도 비노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추 내정자는 “각자 목소리를 내서 파편조각처럼 내뱉는 말이 멋지게 들릴 수는 있어도 문제 해결에는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노계를 비판하기도 했다. 

추 내정자는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서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을서 새누리당 후보와 국민의당 후보의 3파전이라는 불리한 여건을 극복해내고 4만3980표(득표율 48.5%)로 당선돼 여성 정치인으로서는 헌정 사상 최초로 지역구 5선 국회의원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추 내정자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전당대회 개최를 머뭇거리며 비대위원장직을 계속 유지하려고 하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비판했다.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했고, 2016년 8·27 전당대회서 실시되는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선 초기에는 인천시장을 지냈던 송영길 후보와 양강 체제로 경선이 진행될 것이라 예상됐지만, 송 의원이 예상 밖의 예선 탈락을 하면서 이종걸 의원과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을 상대로 경쟁을 펼쳤다. 상대 후보들은 추 내정자에게 노무현 탄핵 찬성 경력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기대반 
걱정반

예상과 달리 추 내정자는 당 대표 선거서 압승을 거뒀고 민주당 역사상 최초의 대구·경북 출신 당 대표가 되기에 이른다. 2017년 5월 실시된 제19대 대선서 당  대표로서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정권교체를 이뤘고 헌정 사상 첫 ‘여성 집권 여당 대표’라는 타이틀도 추가됐다.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서도 당 대표로서 선거를 진두지휘해 당의 압도적 승리를 이뤄냈다. 같은 해 8월 임기가 만료돼 역대 민주당계 정당 대표 중 최초로 임기를 채운 대표라는 영예까지 안으며 퇴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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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