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척 유리조형 테마파크 입찰 의혹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12.09 12:29:26
  • 호수 12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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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 미달 예술작가 참여했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강원도 삼척시에 ‘유리조형 문화관광 테마파크’가 있다. 이 테마파크는 국토교통부 우수상에 선정되는 등 지역개발 우수사례로 뽑히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 있어 무자격, 국고금 횡령 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의혹에 대해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강원도 삼척시는 ‘유리조형 문화관광 테마파크’(이하 테마파크)로 이미지를 쇄신하고 있다. 이 사업의 목적은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 이후 폐광지역 대체산업으로 유리산업 기반을 마련하고, 테마파크를 낙후돼가는 도계 지역의 생태·문화 및 석탄산업과 미래 유리공예 산업육성을 위한 전초기지로 삼는 것이다. 이곳은 지난 2018년 3월 개장했다. 

200억 투입
작년 개장

2011년 10월 삼척시 도계지역을 중심으로, 석탄 폐석을 활용한 유리제품 산업화 사업이 진행됐다. 2009년 지식경제부로부터 ‘지역연고산업 육성 대상 사업’으로 선정돼 유리제품 개발 등을 완료한 것이다.

당초 삼척시는 2015년까지 200억원을 투입해 도계읍 심포리 일원 10만㎡에 테마파크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유리산업을 문화관광사업과 연계시키면서 폐광지역의 성공 모델로 만든다는 계획을 구체화했지만 지연됐다.

유리조형연구소와 유리갤러리, 유리박물관, 유리공예센터, 유리공방, 야외 공연장 등을 만드는 테마파크 조성사업은 2011년 5월 실시된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현지 실사서도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척유리특성화사업단은 지금까지 연구·개발 작업을 통해 소성 벽돌과 유리 타일, 액세서리 등 유리공예 제품을 다양하게 개발한 데 이어 한국세라믹기술원(KICET)과 공동으로 컬러유리원료와 건축자재용 발포유리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익명의 제보자 A씨는 테마파크 사업 진행 과정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정작 사업은 진행하지 않고 유리에 대한 상식도 없는 직원들이 일본, 유럽 등 여행을 다녔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2011년 유리제품 산업화 사업
문화관광 테마파크 추진 가속

그는 “이들은 국민 세금으로 유리 만드는 곳을 구경하러 다녔고, 전문 유리 작가나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전문가들이 실제로 사업이 진행됐는지 지켜봤지만 작품 모집공고는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업공고를 보고 작품 제안서를 만들고 설치하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서 1년이 걸리므로 여기에 입찰하려는 이들은 공고를 눈여겨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삼척시청은 입찰공고를 내지 않고 있다가 나중에서야 입찰공고를 냈다. 

지난 2017년 7월13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테마파크 조형물 설치 모집 입찰공고가 올라왔다. 당시 사업 규모는 조형물 2점 및 부대시설, 총 사업비 4억원(1점당 2억원)이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캐릭터, 삼척의 문화 등 다양한 테마로 유리의 우수성과 다양성을 홍보할 수 있는 작품을 주제로 삼았다. 

입찰 참가 자격을 살펴보면 ▲직접 생산 확인서 ▲산업디자인 전문회사 신고 업체 ▲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조형물의 제작 면허를 소지한 등록한 업체 ▲중기업 확인서, 소기업 확인서, 소상공인 확인서 중 하나를 소지한 업체다.

탈락 없이
모두 합격

A씨는 “강원도 삼척시청서 추진한 ‘폐광지역 중장기 발전 기본계획’에 따라 삼척시 도계읍 심포리 271번지 일대 폐광지역에 도계역 광장 유리 랜드마크화, 유리조형 특화 지원사업 추진, 브랜드 개발 및 콘텐츠 강화, 도시재생 추진, 경석 활용 세라믹 산업화 추진 등 4개 항목을 주로 하는 사업 내용으로, 업체는 테마파크 설립을 위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배정된 국비 88억6750만원과 도비 26억6025만원을 합친 115조2775만원의 사업비를 사업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할 임무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하지만 2017년 9월26일 삼척시 ○○○에 있는 자원개발과 사무실서 K**의 푸른기상과 꿈의 정거장, 플라즈마볼, 개미, 강원도의 하늘, C**의 유리말, P**의 바람소리, L**의 맥, J**의 유리광산을 포함한 야외 조형물 27점과 실내 조형물 14점 등 83점의 작품 수집 과정서 자격요건과 필요 구비서류, 작품성과 예술성을 충족하지 않은 다수의 작가와 수의 1인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업비 약 36억원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B씨를 포함한 3인이 공모해 테마파크 설립과 관련해 유리 조형물 및 물품구매를 위해 조달청 나라장터에 공개 입찰공고를 낸 후, 입찰 자격조건인 중소기업 확인서와 직접 생산 확인서가 없는 주식회사와 유효기간이 경과한 중소기업 확인서를 제출한 2개 업체를 선정해 국고보조금을 횡령했다”고 덧붙였다. 

또 자격미달 작가거나 대부분 중국시장서 유리를 구매해 자신들이 직접 만든 것처럼 조합하는 등 자격 미달인 작가들과 수의 1인 계약을 체결하거나 작품성과 예술성을 충족하지 않은 작품을 선정해 해당 작가들과 수의 1인 계약을 체결한 후 유리 조형물 및 물품을 구매해 국고보조금을 횡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위 조건을 갖춘 우리나라의 예술가나 유리 전문작가는 단 한 사람도 없었으며 특수한 유리예술작품을 만드는 업체도 없었다. 2개의 건설업체와 1개의 인테리어 업체가 낙찰받기도 했다. 이 업체들은 작품을 직접 만들었다는 직접 생산 확인서도 갖추지 않았기에 무자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삼척시청이 입찰자격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이들에게 공사 낙찰을 받고 유리조형물 설치를 허락해준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후 삼척시청은 조달청 나라장터에 이 사업에 대해 입찰공고를 내지 않다가 2개월 뒤인 2017년 9월22일, ‘훈령 제275호 작품수집 및 관리 규정’이라는 자체 예규를 만들었다.

이후 4일 뒤인 9월26일 총 83점에 대해 추천 심의를 했다. 3일 뒤인 29일엔 총 83점에 대해 최종 심의해 한 건의 탈락 없이 전부 통과를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무자격?
국고금 횡령?

또 다른 제보자는 “삼척시청은 자체 훈령 제275호 작품수집 및 관리 규정을 만든 지 4일 만에 83점에 대해 작가를 추천하고 심의하면서 외부에는 유리작품 모집공고를 알리지 않았다. 만약 알렸더라도 공고에는 사업의 목적, 작품의 규격과 재료, 참가 자격, 구비서류, 작품 마감, 1·2차 합격 등에 관한 내용이 들어가야 하지만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또 공고를 낸 사람들에 대해 몇 사람이 몇 작품을 응모했는지에 대한 자료도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1차 작품 추천 심의를 통과한 83점의 작품이 2차 최종심의서 단 한 건의 탈락 없이 83점 모두 최종심의를 통과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두 번의 과정 동안 어떻게 1점의 탈락도 없이 모두 합격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렇게 황당한 추천 심의와 작품 심의가 진행될 수 있는지 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삼척시청

삼척시청서 작품수집 및 관리 규정 자체 예규를 만든 지 4일 만에 83명의 작가가 이 사업에 참여한 셈이다. 

A씨는 “이 사업에 들어간 총 60억원의 유리설치물과 관련해 홍보대사로 임명된 사람을 주축으로 사업이 진행됐으며 납품한 유리작품의 대부분은 자신들이 만들지 않은 가짜 창작물이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중국산 유리제품을 조합해 만든 유사한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테마파크의 제안서 및 과업지시서 상에는 ’국내외 타인 작품과 유사하지 않는 순수창작 조형물을 건립하는 데 목표가 있음’ ‘상징성·독창성·창의성·예술성이 있는 우수작품을 선정해 조형물을 제작·설치하고자 함’이라고 명시됐다. 삼척시청은 아무런 공고 없이 사전에 홍보대사로 임명된 사람들에게 약 30억원 상당에 해당하는 15건의 유리 설치물을 계약했다.

중국산 유리제품 조합 의혹에
“영업정보 유출 우려” 비공개

A씨는 “삼척시청은 유리 설치물을 납품 받은 뒤 검수를 하지 않았다. 독창적인 창작품인지 확인하지 않았을 뿐더러 황당한 가격으로 단가를 부풀려 납품해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또 “쿠팡서 판매하는 중국 유리시장 상품과 유사하다는 증거를 확보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해당 사업이 지체된 이유에 대해 삼척시청 관계자는 “인허가를 받은 뒤 약 3년의 기간이 소요됐다. 그 기간에는 일본, 유럽 등 탐방을 했다”며 “입찰공고 관련해서는 회계과서 관련규정에 따라 조건이 만들어진다. 우리가 규정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2년 전 사업에 대해 직원들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정보공개청구 관련 답변을 확인해본 결과 자체적으로 훈령을 만들어 집행한 사유에 대해 “해당 업체 작품 수집 및 운영을 위해 국립현대미술관 및 서울시 작품수집 관리규정을 준용해 우리 시의 실정에 맞게 훈령을 지정했다”고 답변했다. 

또 작가 이름 및 이력, 유리작품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으나 “개인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있는 이력, 경력사항은 비공개로 했다”며 “작품의 창의적 고안 노하우 등에 해당하는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제작업체 및 박물관 운영의 영업정보 유출에 따른 심각한 피해를 유발할 소지가 있고, 유리제품 판매숍의 제품단가 등 내부 영업정보를 공개할 경우 판매숍 운영에 차질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거부했다. 

아무 공고 없이 
홍보대사와 계약

최원철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매일경제> 칼럼서 “세상에 없던 테마파크’를 탄생시키기 위한 진짜 테마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을 스토리텔링하고, 어떤 테마를 가지고 내국인이나 중국, 아시아 관광객을 유치할 것인지 정말 많은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변강쇠·옹녀 컨셉으로?

경남 함양군이 변강쇠와 옹녀 부부를 테마로 한 공원 조성사업에 예산 1000억원가량을 산정했다가 비판 여론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 4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함양군은 지난 6월 전문기관에 ‘변강쇠와 옹녀 테마공원 조성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에 나온 연구용역 중간 결과에는 함양군 마천면 삼봉산 일원 5만5939㎡ 에 달하는 테마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함양군은 밝혔다.

문제는 20년간 단계적으로 추진할 이 사업에 980억원이 필요하다는 잠정적 결론이 나온 것이다.

용역을 맡은 기관은 비용편익분석을 통해 투자비 회수 시점을 2037년으로 추정하면서도 비용편익(B/C)이 ‘1.0’이어서 사업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군은 변강쇠와 옹녀 부부가 살던 곳으로 알려진 함양서 테마공원을 조성해 관광객을 유치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따라서 해당 부지에 변강쇠와 옹녀를 주제로 한 성테마문화관, 숲속 남녀 음양길, 다양한 모양의 하트 조형물 등을 설치한다는 내용이었다.

또 테마공원서 변강쇠와 옹녀의 이야기를 담은 축제를 개최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1000억원에 달하는 규모의 변강쇠와 옹녀 테마공원 조성사업을 검토하는 과정서 예산 규모와 사업 실효성 등을 둘러싸고 지역사회 내에서 비판 목소리가 일었다.

군은 앞서 변강쇠를 주제로 한 장승공원을 52억원을 들여 조성해 장승 108개, 솟대 33개 등을 세웠지만 현재는 나무 장승이 썩고 쓰러져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함양시민연대 측은 과도한 예산이 투입되는 해당 사업이 군민 정서에도 맞지 않다고 보고 해당 사업에 관한 적극 대응을 예고했다. 

군은 연구용역 중간 결과를 둘러싸고 지역사회 내 비판 여론이 잇따르자 예산 규모를 139억 규모로 축소 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4일 오후 보고회를 열고 연구용역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군 관계자는 “군 입장서도 980억원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며 “군이 실제 개발할 수 있는 시설물에 대한 건축비 등을 모두 적용해 예산 규모를 다시 산정했다”고 말했다. <구>
 

<기사 속 기사> 제주동물테마파크는 지금…

‘제주동물테마파크’ 건립에 찬성하는 주민들이 행정당국이 나서 마을 숙원사업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마을회와 동물테마파크 추진위원회는 지난달 12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테마파크는 10년간 방치됐던 마을의 숙원 사업”이라며 “우리 마을에도 일자리를 찾아 청년들이 찾아오고,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동물테마파크는 2005년 제주도 최초의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돼 절차를 거쳐 2006년 사업고시를 이미 득했던 사업”이라며 “하지만 주민들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2차례나 환경영향평가 대면심의 등 행정절차를 진행하면서 사업이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규와 절차에 따라 심의절차를 진행했지만, 근거도 없는 의혹 제기와 반대를 위한 무조건적인 반대는 멈춰져야 한다”며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을 지적했다. 

이들은 “현직 이장이 있는데도 불법적으로 이장을 선출하고, 마을 행사에 일절 참석도 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주장하는 소수 이주민과 어떻게 마을 일에 대해 의견을 나눠야 하는가”라며 비판했다.

또 “이제는 행정 당국이나서 동물테마파크 사업을 조속히 시행해 마을과 사업자 간의 상생협약을 현실화함으로써 마을이 하루빨리 안정을 찾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일대 58만㎡ 부지에 사파리형 동물 관람시설과 숙박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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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