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척 유리조형 테마파크 입찰 의혹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12.09 12:29:26
  • 호수 12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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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 미달 예술작가 참여했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강원도 삼척시에 ‘유리조형 문화관광 테마파크’가 있다. 이 테마파크는 국토교통부 우수상에 선정되는 등 지역개발 우수사례로 뽑히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 있어 무자격, 국고금 횡령 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의혹에 대해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강원도 삼척시는 ‘유리조형 문화관광 테마파크’(이하 테마파크)로 이미지를 쇄신하고 있다. 이 사업의 목적은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 이후 폐광지역 대체산업으로 유리산업 기반을 마련하고, 테마파크를 낙후돼가는 도계 지역의 생태·문화 및 석탄산업과 미래 유리공예 산업육성을 위한 전초기지로 삼는 것이다. 이곳은 지난 2018년 3월 개장했다. 

200억 투입
작년 개장

2011년 10월 삼척시 도계지역을 중심으로, 석탄 폐석을 활용한 유리제품 산업화 사업이 진행됐다. 2009년 지식경제부로부터 ‘지역연고산업 육성 대상 사업’으로 선정돼 유리제품 개발 등을 완료한 것이다.

당초 삼척시는 2015년까지 200억원을 투입해 도계읍 심포리 일원 10만㎡에 테마파크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유리산업을 문화관광사업과 연계시키면서 폐광지역의 성공 모델로 만든다는 계획을 구체화했지만 지연됐다.

유리조형연구소와 유리갤러리, 유리박물관, 유리공예센터, 유리공방, 야외 공연장 등을 만드는 테마파크 조성사업은 2011년 5월 실시된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현지 실사서도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척유리특성화사업단은 지금까지 연구·개발 작업을 통해 소성 벽돌과 유리 타일, 액세서리 등 유리공예 제품을 다양하게 개발한 데 이어 한국세라믹기술원(KICET)과 공동으로 컬러유리원료와 건축자재용 발포유리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익명의 제보자 A씨는 테마파크 사업 진행 과정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정작 사업은 진행하지 않고 유리에 대한 상식도 없는 직원들이 일본, 유럽 등 여행을 다녔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2011년 유리제품 산업화 사업
문화관광 테마파크 추진 가속

그는 “이들은 국민 세금으로 유리 만드는 곳을 구경하러 다녔고, 전문 유리 작가나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전문가들이 실제로 사업이 진행됐는지 지켜봤지만 작품 모집공고는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업공고를 보고 작품 제안서를 만들고 설치하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서 1년이 걸리므로 여기에 입찰하려는 이들은 공고를 눈여겨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삼척시청은 입찰공고를 내지 않고 있다가 나중에서야 입찰공고를 냈다. 

지난 2017년 7월13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테마파크 조형물 설치 모집 입찰공고가 올라왔다. 당시 사업 규모는 조형물 2점 및 부대시설, 총 사업비 4억원(1점당 2억원)이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캐릭터, 삼척의 문화 등 다양한 테마로 유리의 우수성과 다양성을 홍보할 수 있는 작품을 주제로 삼았다. 

입찰 참가 자격을 살펴보면 ▲직접 생산 확인서 ▲산업디자인 전문회사 신고 업체 ▲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조형물의 제작 면허를 소지한 등록한 업체 ▲중기업 확인서, 소기업 확인서, 소상공인 확인서 중 하나를 소지한 업체다.


탈락 없이
모두 합격

A씨는 “강원도 삼척시청서 추진한 ‘폐광지역 중장기 발전 기본계획’에 따라 삼척시 도계읍 심포리 271번지 일대 폐광지역에 도계역 광장 유리 랜드마크화, 유리조형 특화 지원사업 추진, 브랜드 개발 및 콘텐츠 강화, 도시재생 추진, 경석 활용 세라믹 산업화 추진 등 4개 항목을 주로 하는 사업 내용으로, 업체는 테마파크 설립을 위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배정된 국비 88억6750만원과 도비 26억6025만원을 합친 115조2775만원의 사업비를 사업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할 임무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하지만 2017년 9월26일 삼척시 ○○○에 있는 자원개발과 사무실서 K**의 푸른기상과 꿈의 정거장, 플라즈마볼, 개미, 강원도의 하늘, C**의 유리말, P**의 바람소리, L**의 맥, J**의 유리광산을 포함한 야외 조형물 27점과 실내 조형물 14점 등 83점의 작품 수집 과정서 자격요건과 필요 구비서류, 작품성과 예술성을 충족하지 않은 다수의 작가와 수의 1인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업비 약 36억원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B씨를 포함한 3인이 공모해 테마파크 설립과 관련해 유리 조형물 및 물품구매를 위해 조달청 나라장터에 공개 입찰공고를 낸 후, 입찰 자격조건인 중소기업 확인서와 직접 생산 확인서가 없는 주식회사와 유효기간이 경과한 중소기업 확인서를 제출한 2개 업체를 선정해 국고보조금을 횡령했다”고 덧붙였다. 

또 자격미달 작가거나 대부분 중국시장서 유리를 구매해 자신들이 직접 만든 것처럼 조합하는 등 자격 미달인 작가들과 수의 1인 계약을 체결하거나 작품성과 예술성을 충족하지 않은 작품을 선정해 해당 작가들과 수의 1인 계약을 체결한 후 유리 조형물 및 물품을 구매해 국고보조금을 횡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위 조건을 갖춘 우리나라의 예술가나 유리 전문작가는 단 한 사람도 없었으며 특수한 유리예술작품을 만드는 업체도 없었다. 2개의 건설업체와 1개의 인테리어 업체가 낙찰받기도 했다. 이 업체들은 작품을 직접 만들었다는 직접 생산 확인서도 갖추지 않았기에 무자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삼척시청이 입찰자격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이들에게 공사 낙찰을 받고 유리조형물 설치를 허락해준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후 삼척시청은 조달청 나라장터에 이 사업에 대해 입찰공고를 내지 않다가 2개월 뒤인 2017년 9월22일, ‘훈령 제275호 작품수집 및 관리 규정’이라는 자체 예규를 만들었다.

이후 4일 뒤인 9월26일 총 83점에 대해 추천 심의를 했다. 3일 뒤인 29일엔 총 83점에 대해 최종 심의해 한 건의 탈락 없이 전부 통과를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무자격?
국고금 횡령?

또 다른 제보자는 “삼척시청은 자체 훈령 제275호 작품수집 및 관리 규정을 만든 지 4일 만에 83점에 대해 작가를 추천하고 심의하면서 외부에는 유리작품 모집공고를 알리지 않았다. 만약 알렸더라도 공고에는 사업의 목적, 작품의 규격과 재료, 참가 자격, 구비서류, 작품 마감, 1·2차 합격 등에 관한 내용이 들어가야 하지만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또 공고를 낸 사람들에 대해 몇 사람이 몇 작품을 응모했는지에 대한 자료도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1차 작품 추천 심의를 통과한 83점의 작품이 2차 최종심의서 단 한 건의 탈락 없이 83점 모두 최종심의를 통과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두 번의 과정 동안 어떻게 1점의 탈락도 없이 모두 합격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렇게 황당한 추천 심의와 작품 심의가 진행될 수 있는지 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삼척시청

삼척시청서 작품수집 및 관리 규정 자체 예규를 만든 지 4일 만에 83명의 작가가 이 사업에 참여한 셈이다. 

A씨는 “이 사업에 들어간 총 60억원의 유리설치물과 관련해 홍보대사로 임명된 사람을 주축으로 사업이 진행됐으며 납품한 유리작품의 대부분은 자신들이 만들지 않은 가짜 창작물이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중국산 유리제품을 조합해 만든 유사한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테마파크의 제안서 및 과업지시서 상에는 ’국내외 타인 작품과 유사하지 않는 순수창작 조형물을 건립하는 데 목표가 있음’ ‘상징성·독창성·창의성·예술성이 있는 우수작품을 선정해 조형물을 제작·설치하고자 함’이라고 명시됐다. 삼척시청은 아무런 공고 없이 사전에 홍보대사로 임명된 사람들에게 약 30억원 상당에 해당하는 15건의 유리 설치물을 계약했다.

중국산 유리제품 조합 의혹에
“영업정보 유출 우려” 비공개

A씨는 “삼척시청은 유리 설치물을 납품 받은 뒤 검수를 하지 않았다. 독창적인 창작품인지 확인하지 않았을 뿐더러 황당한 가격으로 단가를 부풀려 납품해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또 “쿠팡서 판매하는 중국 유리시장 상품과 유사하다는 증거를 확보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해당 사업이 지체된 이유에 대해 삼척시청 관계자는 “인허가를 받은 뒤 약 3년의 기간이 소요됐다. 그 기간에는 일본, 유럽 등 탐방을 했다”며 “입찰공고 관련해서는 회계과서 관련규정에 따라 조건이 만들어진다. 우리가 규정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2년 전 사업에 대해 직원들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정보공개청구 관련 답변을 확인해본 결과 자체적으로 훈령을 만들어 집행한 사유에 대해 “해당 업체 작품 수집 및 운영을 위해 국립현대미술관 및 서울시 작품수집 관리규정을 준용해 우리 시의 실정에 맞게 훈령을 지정했다”고 답변했다. 

또 작가 이름 및 이력, 유리작품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으나 “개인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있는 이력, 경력사항은 비공개로 했다”며 “작품의 창의적 고안 노하우 등에 해당하는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제작업체 및 박물관 운영의 영업정보 유출에 따른 심각한 피해를 유발할 소지가 있고, 유리제품 판매숍의 제품단가 등 내부 영업정보를 공개할 경우 판매숍 운영에 차질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거부했다. 

아무 공고 없이 
홍보대사와 계약

최원철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매일경제> 칼럼서 “세상에 없던 테마파크’를 탄생시키기 위한 진짜 테마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을 스토리텔링하고, 어떤 테마를 가지고 내국인이나 중국, 아시아 관광객을 유치할 것인지 정말 많은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변강쇠·옹녀 컨셉으로?

경남 함양군이 변강쇠와 옹녀 부부를 테마로 한 공원 조성사업에 예산 1000억원가량을 산정했다가 비판 여론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 4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함양군은 지난 6월 전문기관에 ‘변강쇠와 옹녀 테마공원 조성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에 나온 연구용역 중간 결과에는 함양군 마천면 삼봉산 일원 5만5939㎡ 에 달하는 테마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함양군은 밝혔다.

문제는 20년간 단계적으로 추진할 이 사업에 980억원이 필요하다는 잠정적 결론이 나온 것이다.

용역을 맡은 기관은 비용편익분석을 통해 투자비 회수 시점을 2037년으로 추정하면서도 비용편익(B/C)이 ‘1.0’이어서 사업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군은 변강쇠와 옹녀 부부가 살던 곳으로 알려진 함양서 테마공원을 조성해 관광객을 유치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따라서 해당 부지에 변강쇠와 옹녀를 주제로 한 성테마문화관, 숲속 남녀 음양길, 다양한 모양의 하트 조형물 등을 설치한다는 내용이었다.

또 테마공원서 변강쇠와 옹녀의 이야기를 담은 축제를 개최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1000억원에 달하는 규모의 변강쇠와 옹녀 테마공원 조성사업을 검토하는 과정서 예산 규모와 사업 실효성 등을 둘러싸고 지역사회 내에서 비판 목소리가 일었다.

군은 앞서 변강쇠를 주제로 한 장승공원을 52억원을 들여 조성해 장승 108개, 솟대 33개 등을 세웠지만 현재는 나무 장승이 썩고 쓰러져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함양시민연대 측은 과도한 예산이 투입되는 해당 사업이 군민 정서에도 맞지 않다고 보고 해당 사업에 관한 적극 대응을 예고했다. 

군은 연구용역 중간 결과를 둘러싸고 지역사회 내 비판 여론이 잇따르자 예산 규모를 139억 규모로 축소 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4일 오후 보고회를 열고 연구용역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군 관계자는 “군 입장서도 980억원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며 “군이 실제 개발할 수 있는 시설물에 대한 건축비 등을 모두 적용해 예산 규모를 다시 산정했다”고 말했다. <구>
 

<기사 속 기사> 제주동물테마파크는 지금…

‘제주동물테마파크’ 건립에 찬성하는 주민들이 행정당국이 나서 마을 숙원사업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마을회와 동물테마파크 추진위원회는 지난달 12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테마파크는 10년간 방치됐던 마을의 숙원 사업”이라며 “우리 마을에도 일자리를 찾아 청년들이 찾아오고,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동물테마파크는 2005년 제주도 최초의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돼 절차를 거쳐 2006년 사업고시를 이미 득했던 사업”이라며 “하지만 주민들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2차례나 환경영향평가 대면심의 등 행정절차를 진행하면서 사업이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규와 절차에 따라 심의절차를 진행했지만, 근거도 없는 의혹 제기와 반대를 위한 무조건적인 반대는 멈춰져야 한다”며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을 지적했다. 

이들은 “현직 이장이 있는데도 불법적으로 이장을 선출하고, 마을 행사에 일절 참석도 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주장하는 소수 이주민과 어떻게 마을 일에 대해 의견을 나눠야 하는가”라며 비판했다.

또 “이제는 행정 당국이나서 동물테마파크 사업을 조속히 시행해 마을과 사업자 간의 상생협약을 현실화함으로써 마을이 하루빨리 안정을 찾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일대 58만㎡ 부지에 사파리형 동물 관람시설과 숙박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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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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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