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척 유리조형 테마파크 입찰 의혹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12.09 12:29:26
  • 호수 1248호
  • 댓글 0개

자격 미달 예술작가 참여했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강원도 삼척시에 ‘유리조형 문화관광 테마파크’가 있다. 이 테마파크는 국토교통부 우수상에 선정되는 등 지역개발 우수사례로 뽑히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 있어 무자격, 국고금 횡령 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의혹에 대해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강원도 삼척시는 ‘유리조형 문화관광 테마파크’(이하 테마파크)로 이미지를 쇄신하고 있다. 이 사업의 목적은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 이후 폐광지역 대체산업으로 유리산업 기반을 마련하고, 테마파크를 낙후돼가는 도계 지역의 생태·문화 및 석탄산업과 미래 유리공예 산업육성을 위한 전초기지로 삼는 것이다. 이곳은 지난 2018년 3월 개장했다. 

200억 투입
작년 개장

2011년 10월 삼척시 도계지역을 중심으로, 석탄 폐석을 활용한 유리제품 산업화 사업이 진행됐다. 2009년 지식경제부로부터 ‘지역연고산업 육성 대상 사업’으로 선정돼 유리제품 개발 등을 완료한 것이다.

당초 삼척시는 2015년까지 200억원을 투입해 도계읍 심포리 일원 10만㎡에 테마파크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유리산업을 문화관광사업과 연계시키면서 폐광지역의 성공 모델로 만든다는 계획을 구체화했지만 지연됐다.

유리조형연구소와 유리갤러리, 유리박물관, 유리공예센터, 유리공방, 야외 공연장 등을 만드는 테마파크 조성사업은 2011년 5월 실시된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현지 실사서도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척유리특성화사업단은 지금까지 연구·개발 작업을 통해 소성 벽돌과 유리 타일, 액세서리 등 유리공예 제품을 다양하게 개발한 데 이어 한국세라믹기술원(KICET)과 공동으로 컬러유리원료와 건축자재용 발포유리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익명의 제보자 A씨는 테마파크 사업 진행 과정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정작 사업은 진행하지 않고 유리에 대한 상식도 없는 직원들이 일본, 유럽 등 여행을 다녔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2011년 유리제품 산업화 사업
문화관광 테마파크 추진 가속

그는 “이들은 국민 세금으로 유리 만드는 곳을 구경하러 다녔고, 전문 유리 작가나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전문가들이 실제로 사업이 진행됐는지 지켜봤지만 작품 모집공고는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업공고를 보고 작품 제안서를 만들고 설치하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서 1년이 걸리므로 여기에 입찰하려는 이들은 공고를 눈여겨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삼척시청은 입찰공고를 내지 않고 있다가 나중에서야 입찰공고를 냈다. 

지난 2017년 7월13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테마파크 조형물 설치 모집 입찰공고가 올라왔다. 당시 사업 규모는 조형물 2점 및 부대시설, 총 사업비 4억원(1점당 2억원)이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캐릭터, 삼척의 문화 등 다양한 테마로 유리의 우수성과 다양성을 홍보할 수 있는 작품을 주제로 삼았다. 

입찰 참가 자격을 살펴보면 ▲직접 생산 확인서 ▲산업디자인 전문회사 신고 업체 ▲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조형물의 제작 면허를 소지한 등록한 업체 ▲중기업 확인서, 소기업 확인서, 소상공인 확인서 중 하나를 소지한 업체다.


탈락 없이
모두 합격

A씨는 “강원도 삼척시청서 추진한 ‘폐광지역 중장기 발전 기본계획’에 따라 삼척시 도계읍 심포리 271번지 일대 폐광지역에 도계역 광장 유리 랜드마크화, 유리조형 특화 지원사업 추진, 브랜드 개발 및 콘텐츠 강화, 도시재생 추진, 경석 활용 세라믹 산업화 추진 등 4개 항목을 주로 하는 사업 내용으로, 업체는 테마파크 설립을 위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배정된 국비 88억6750만원과 도비 26억6025만원을 합친 115조2775만원의 사업비를 사업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할 임무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하지만 2017년 9월26일 삼척시 ○○○에 있는 자원개발과 사무실서 K**의 푸른기상과 꿈의 정거장, 플라즈마볼, 개미, 강원도의 하늘, C**의 유리말, P**의 바람소리, L**의 맥, J**의 유리광산을 포함한 야외 조형물 27점과 실내 조형물 14점 등 83점의 작품 수집 과정서 자격요건과 필요 구비서류, 작품성과 예술성을 충족하지 않은 다수의 작가와 수의 1인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업비 약 36억원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B씨를 포함한 3인이 공모해 테마파크 설립과 관련해 유리 조형물 및 물품구매를 위해 조달청 나라장터에 공개 입찰공고를 낸 후, 입찰 자격조건인 중소기업 확인서와 직접 생산 확인서가 없는 주식회사와 유효기간이 경과한 중소기업 확인서를 제출한 2개 업체를 선정해 국고보조금을 횡령했다”고 덧붙였다. 

또 자격미달 작가거나 대부분 중국시장서 유리를 구매해 자신들이 직접 만든 것처럼 조합하는 등 자격 미달인 작가들과 수의 1인 계약을 체결하거나 작품성과 예술성을 충족하지 않은 작품을 선정해 해당 작가들과 수의 1인 계약을 체결한 후 유리 조형물 및 물품을 구매해 국고보조금을 횡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위 조건을 갖춘 우리나라의 예술가나 유리 전문작가는 단 한 사람도 없었으며 특수한 유리예술작품을 만드는 업체도 없었다. 2개의 건설업체와 1개의 인테리어 업체가 낙찰받기도 했다. 이 업체들은 작품을 직접 만들었다는 직접 생산 확인서도 갖추지 않았기에 무자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삼척시청이 입찰자격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이들에게 공사 낙찰을 받고 유리조형물 설치를 허락해준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후 삼척시청은 조달청 나라장터에 이 사업에 대해 입찰공고를 내지 않다가 2개월 뒤인 2017년 9월22일, ‘훈령 제275호 작품수집 및 관리 규정’이라는 자체 예규를 만들었다.

이후 4일 뒤인 9월26일 총 83점에 대해 추천 심의를 했다. 3일 뒤인 29일엔 총 83점에 대해 최종 심의해 한 건의 탈락 없이 전부 통과를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무자격?
국고금 횡령?

또 다른 제보자는 “삼척시청은 자체 훈령 제275호 작품수집 및 관리 규정을 만든 지 4일 만에 83점에 대해 작가를 추천하고 심의하면서 외부에는 유리작품 모집공고를 알리지 않았다. 만약 알렸더라도 공고에는 사업의 목적, 작품의 규격과 재료, 참가 자격, 구비서류, 작품 마감, 1·2차 합격 등에 관한 내용이 들어가야 하지만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또 공고를 낸 사람들에 대해 몇 사람이 몇 작품을 응모했는지에 대한 자료도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1차 작품 추천 심의를 통과한 83점의 작품이 2차 최종심의서 단 한 건의 탈락 없이 83점 모두 최종심의를 통과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두 번의 과정 동안 어떻게 1점의 탈락도 없이 모두 합격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렇게 황당한 추천 심의와 작품 심의가 진행될 수 있는지 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삼척시청

삼척시청서 작품수집 및 관리 규정 자체 예규를 만든 지 4일 만에 83명의 작가가 이 사업에 참여한 셈이다. 

A씨는 “이 사업에 들어간 총 60억원의 유리설치물과 관련해 홍보대사로 임명된 사람을 주축으로 사업이 진행됐으며 납품한 유리작품의 대부분은 자신들이 만들지 않은 가짜 창작물이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중국산 유리제품을 조합해 만든 유사한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테마파크의 제안서 및 과업지시서 상에는 ’국내외 타인 작품과 유사하지 않는 순수창작 조형물을 건립하는 데 목표가 있음’ ‘상징성·독창성·창의성·예술성이 있는 우수작품을 선정해 조형물을 제작·설치하고자 함’이라고 명시됐다. 삼척시청은 아무런 공고 없이 사전에 홍보대사로 임명된 사람들에게 약 30억원 상당에 해당하는 15건의 유리 설치물을 계약했다.

중국산 유리제품 조합 의혹에
“영업정보 유출 우려” 비공개

A씨는 “삼척시청은 유리 설치물을 납품 받은 뒤 검수를 하지 않았다. 독창적인 창작품인지 확인하지 않았을 뿐더러 황당한 가격으로 단가를 부풀려 납품해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또 “쿠팡서 판매하는 중국 유리시장 상품과 유사하다는 증거를 확보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해당 사업이 지체된 이유에 대해 삼척시청 관계자는 “인허가를 받은 뒤 약 3년의 기간이 소요됐다. 그 기간에는 일본, 유럽 등 탐방을 했다”며 “입찰공고 관련해서는 회계과서 관련규정에 따라 조건이 만들어진다. 우리가 규정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2년 전 사업에 대해 직원들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정보공개청구 관련 답변을 확인해본 결과 자체적으로 훈령을 만들어 집행한 사유에 대해 “해당 업체 작품 수집 및 운영을 위해 국립현대미술관 및 서울시 작품수집 관리규정을 준용해 우리 시의 실정에 맞게 훈령을 지정했다”고 답변했다. 

또 작가 이름 및 이력, 유리작품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으나 “개인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있는 이력, 경력사항은 비공개로 했다”며 “작품의 창의적 고안 노하우 등에 해당하는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제작업체 및 박물관 운영의 영업정보 유출에 따른 심각한 피해를 유발할 소지가 있고, 유리제품 판매숍의 제품단가 등 내부 영업정보를 공개할 경우 판매숍 운영에 차질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거부했다. 

아무 공고 없이 
홍보대사와 계약

최원철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매일경제> 칼럼서 “세상에 없던 테마파크’를 탄생시키기 위한 진짜 테마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을 스토리텔링하고, 어떤 테마를 가지고 내국인이나 중국, 아시아 관광객을 유치할 것인지 정말 많은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변강쇠·옹녀 컨셉으로?

경남 함양군이 변강쇠와 옹녀 부부를 테마로 한 공원 조성사업에 예산 1000억원가량을 산정했다가 비판 여론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 4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함양군은 지난 6월 전문기관에 ‘변강쇠와 옹녀 테마공원 조성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에 나온 연구용역 중간 결과에는 함양군 마천면 삼봉산 일원 5만5939㎡ 에 달하는 테마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함양군은 밝혔다.

문제는 20년간 단계적으로 추진할 이 사업에 980억원이 필요하다는 잠정적 결론이 나온 것이다.

용역을 맡은 기관은 비용편익분석을 통해 투자비 회수 시점을 2037년으로 추정하면서도 비용편익(B/C)이 ‘1.0’이어서 사업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군은 변강쇠와 옹녀 부부가 살던 곳으로 알려진 함양서 테마공원을 조성해 관광객을 유치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따라서 해당 부지에 변강쇠와 옹녀를 주제로 한 성테마문화관, 숲속 남녀 음양길, 다양한 모양의 하트 조형물 등을 설치한다는 내용이었다.

또 테마공원서 변강쇠와 옹녀의 이야기를 담은 축제를 개최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1000억원에 달하는 규모의 변강쇠와 옹녀 테마공원 조성사업을 검토하는 과정서 예산 규모와 사업 실효성 등을 둘러싸고 지역사회 내에서 비판 목소리가 일었다.

군은 앞서 변강쇠를 주제로 한 장승공원을 52억원을 들여 조성해 장승 108개, 솟대 33개 등을 세웠지만 현재는 나무 장승이 썩고 쓰러져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함양시민연대 측은 과도한 예산이 투입되는 해당 사업이 군민 정서에도 맞지 않다고 보고 해당 사업에 관한 적극 대응을 예고했다. 

군은 연구용역 중간 결과를 둘러싸고 지역사회 내 비판 여론이 잇따르자 예산 규모를 139억 규모로 축소 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4일 오후 보고회를 열고 연구용역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군 관계자는 “군 입장서도 980억원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며 “군이 실제 개발할 수 있는 시설물에 대한 건축비 등을 모두 적용해 예산 규모를 다시 산정했다”고 말했다. <구>
 

<기사 속 기사> 제주동물테마파크는 지금…

‘제주동물테마파크’ 건립에 찬성하는 주민들이 행정당국이 나서 마을 숙원사업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마을회와 동물테마파크 추진위원회는 지난달 12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테마파크는 10년간 방치됐던 마을의 숙원 사업”이라며 “우리 마을에도 일자리를 찾아 청년들이 찾아오고,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동물테마파크는 2005년 제주도 최초의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돼 절차를 거쳐 2006년 사업고시를 이미 득했던 사업”이라며 “하지만 주민들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2차례나 환경영향평가 대면심의 등 행정절차를 진행하면서 사업이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규와 절차에 따라 심의절차를 진행했지만, 근거도 없는 의혹 제기와 반대를 위한 무조건적인 반대는 멈춰져야 한다”며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을 지적했다. 

이들은 “현직 이장이 있는데도 불법적으로 이장을 선출하고, 마을 행사에 일절 참석도 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주장하는 소수 이주민과 어떻게 마을 일에 대해 의견을 나눠야 하는가”라며 비판했다.

또 “이제는 행정 당국이나서 동물테마파크 사업을 조속히 시행해 마을과 사업자 간의 상생협약을 현실화함으로써 마을이 하루빨리 안정을 찾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일대 58만㎡ 부지에 사파리형 동물 관람시설과 숙박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