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0.29 11:31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삐까뻔쩍’한 신축빌라의 이면엔 ‘복마전’이 있었다. 건축업자, 매도인과 매수인, 공인중개사 등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해관계가 수면 위로 올라온 모양새다. 재개발 이슈와 맞물리면서 서로 물고 물리는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건축업자는 건물을 짓고 공인중개사는 거래를 알선한다. 매도인과 매수인은 계약서에 따라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을 주고받는다. 모든 거래가 마무리되면 건물의 소유권은 이전된다.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일정 정도의 보증금을 받고 전세 혹은 월세를 내주는 경우도 있다. 고래 싸움 터진 새우? 문제는 거래 과정에서 ‘사고’가 일어날 때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한 신축빌라를 둘러싼 문제 역시 매매계약 과정에서 발생했다. G 빌라의 일부 매수인은 계약금 등을 건물주가 아니라 건축업자 혹은 공인중개사에게 송금했다. (<일요시사> 1414호 ‘<단독> 서울 성북동 빌라 사기 의혹’, 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38279) 매수인은 계약금을 비롯한 잔금까지 전부 치렀다는 입장으로, 소유권 이전이 이뤄지지 않자 건축업자와 건물주, 공인중개사를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건물주 역시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는 등 G 빌라를 둘러싼 논란은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바지 사장’ 의혹까지 불거졌다. 매수인으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한 공인중개사 김모씨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건축업자 홍모씨가 G 빌라의 실소유주고 건물주 김모씨는 ‘바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G 빌라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면 토지는 건물주인 김씨의 소유로 돼있다. 건물의 경우 건물주 김씨가 최초 소유권자로 나타나고 일부 호수는 매매계약이 성사돼 소유권 이전이 완료된 상태다. 소유자가 여전히 건물주 김씨로 돼있는 일부 호수의 매수인이 고소를 진행한 것이다. 문제가 된 부분은 건물주 김씨의 이름으로 진행된 대출이다. 고소인은 “분양계약을 진행할 당시 건물주 김씨가 1차로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아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준공 후 건물을 담보로 2차 대출을 받아 토지상의 PF 대출금을 상환해 근저당을 말소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건물주 김씨가 두 군데 신협으로부터 매매대금에 상회하는 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매수인은 ‘깡통 건물’을 받게 될 상황에 처했다. 여기에 공인중개사와 건물주, 건축업자 사이에 물고 물리는 돈 거래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G 빌라를 둘러싼 논란은 복마전 상태가 됐다. 이 과정에서 분양을 중개한 공인중개사가 건물주를 바지 사장이라고 주장한 것. 매매대금 사기로 시작된 고소전 건축업자·중개사 폭로전 비화 <일요시사> 취재 결과 고소인도 이 같은 의심을 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고소장에서 고소인은 “건축업자 홍씨는 G 빌라의 실질적인 매도인이고 건물주 김씨는 홍씨에게 명의를 빌려준 바지 사장 또는 공범에 해당하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홍씨는 건축주로서 수분양자에게 분양대금 지급 요청, 계약의 해지통보 등을 직접 하거나 김씨를 통해 전달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G 빌라의 매매계약은 처음에는 홍씨의 명의로 체결됐다가 후에 김씨로 계약 당사자가 이전됐다”고 강조했다. 실제 2020년 12월18일 G 빌라의 ○○○호 분양계약서를 보면 건축업자 홍씨가 매도(권리자)로 도장을 찍었다. 건물주 김씨를 실제로 본 일부 고소인은 “(김씨는)말이 어눌하고 ‘대변인 같은 친구’와 함께 다닌다”고 설명했다. 건물주 김씨는 현재 세금이 체납된 상태다. 건축업자 홍씨와 건물주 김씨의 관계는 ‘동업자’로 추정했다. 고소인의 주장은 지난해 7월19일 작성된 이행각서에서 일부 확인된다. 해당 문서는 G 빌라를 둘러싼 문제가 불거지자 건축업자와 건물주, 공인중개사, 수분양자 등이 모여 작성한 것이다. 여기에 건물주 김씨의 ‘대변인 같은 친구’로 추정되는 손모씨가 등장한다. “바지 내세워” “사채업자다” ‘이행각서’라는 제목 아래 글 첫 줄에 ‘홍○○(건축업자)과 김○○(건물주) 그리고 손○○(친구)은 아래와 같이 이행하고 김○○(공인중개사)과 수분양자들은 이를 추인하기로 한다. 김○○(건물주)이 해야 할 사항에 대해 손○○(친구)가 책임지고 해결하기로 한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손씨 역시 공인중개사 김씨가 바지 사장이라고 주장한 인물 가운데 1명이라는 점이다. G 빌라에서 도보로 3~5분 이내에 위치한 몇몇 신축빌라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P 빌라에서 손씨의 이름이 확인됐다. G 빌라 건물주 김씨의 이름도 또 다른 빌라에서 등장했고 건축업자 홍씨가 사내이사로 있다가 사임한 주식회사가 최초 소유권을 갖고 있던 빌라도 드러났다. 여기에 최소 4 군데의 빌라가 같은 시공자에 의해 지어진 사실도 확인됐다. 해당 시공자의 대표는 건축업자 홍씨가 사내이사로 있던 회사의 대표와 집주소가 같았다. 법인 등기부등본 상에 드러난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로 봐서는 부자 사이로 추정된다. 다시 말해 건축업자 홍씨와 관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공자가 세우고 홍씨와 동업자로 추정되는 인물 등이 건물주인 빌라가 최소 3채 이상인 셈이다. 건축업자 홍씨와 P 빌라의 건물주 손씨는 바지 사장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특히 손씨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바지 사장’이라는 말 자체가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씨(건축업자)는 일을 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사람이다. 김씨(G 빌라 건물주)는 내 친구다. 내가 김씨에게 건물 투자를 권유했다”고 설명했다. 물고 물리는 복마전 자체 건축업자 홍씨는 “손씨가 3억원가량을 건물에 투자했다”며 일종의 동업자 관계라고 말했다. 손씨, G 빌라 건물주 김씨와는 건축업계 선후배라고 덧붙였다. 홍씨 역시 바지 사장이라는 말에 불쾌감을 표했다. 또 G 빌라 일부 매수인이 제기한 고소 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고소인도 문제가 많다. 그들은 다 갭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이다. 재개발이 된다고 하니까 갭투자로 이익을 보려다가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공인중개사에게 돈을 준 것도 그 사람들 문제 아닌가. 왜 건물주가 아니라 공인중개사한테 돈을 주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건축업자 홍씨는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공인중개사 김씨에 관한 내용이었다. 홍씨는 성북동에 위치한 몇몇 신축빌라의 번지수를 불러주면서 ‘근저당권자’를 확인해보라고 귀띔했다. 공인중개사 김씨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 홍씨는 공인중개사 김씨가 신축빌라 투자금으로 ‘사채놀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G 빌라를 예로 들었다. 공인중개사 김씨가 G 빌라 건축 과정에서 투자한 돈은 6억원인데 10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놨다고 말했다. 실제 G 빌라 토지 등기부등본에 보면 공인중개사 김씨가 설정한 10억원의 근저당권이 존재한다. G 빌라 건물주 김씨가 2차 대출을 일으키면서 말소된 근저당권이다. 건축업자 홍씨는 공인중개사 김씨가 투자금보다 많은 액수의 근저당권을 걸어놓고 건축업자 등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G 빌라 매수인이 제기한 고소 건보다 김씨에 대해 더 수사해야 할 것”이라며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 알고 있는 것을 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소 빌라 4군데 얽히고설켜 고소인 “3명 모두 공동정범” 건축업자 홍씨와 관계된 시공자가 세우고 홍씨의 지인이 건물주로 있는 신축빌라 등기부등본에는 어김없이 공인중개사 김씨가 설정한 근저당권이 확인됐다. 한 공인중개사는 “건축업자-공인중개사-건물주 등 3명이 한 팀으로 움직인 것 같다. 건물주가 대출을 일으키고 건물을 분양하면서 시세차익을 챙기는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러다 돈이 제대로 돌지 않으면서 사이가 틀어져 서로 폭로전이 나오는 듯하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 성북경찰서에는 G 빌라 일부 매수인이 3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건이 각각 접수돼있다. 고소인은 공인중개사와 건축업자, 건물주 사이의 다툼은 차치하고 3명은 사기죄 등의 공동정범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사이에 돈 거래 등의 문제는 G 빌라 매매계약 과정과는 별개라는 것이다. 고소인은 “3명은 수개의 빌라를 건축할 능력이나 충분한 자금 없이 사업을 진행했다. 한 빌라의 분양대금과 빌라를 담보로 받은 대출금이 다른 빌라 사업에 쓰인다는 것을 수분양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분양계약을 체결했다”며 “이 과정에서 분양대금을 편취하고 수분양자가 이전 등기를 해야 할 빌라에 애초 설명된 금액 이상의 대출을 받고 공동근저당권까지 설정해 돌려막기를 하는 등 사기 범행을 계획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인중개사 김씨는 수십개의 빌라 건축에 관여하면서 수분양자를 모집·관리하고 사업에 투자해 수익을 얻으면서 수분양자에게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다른 사업장의 빌라 분양을 통해 받은 금원으로 무마하는 등의 수법으로 현재까지 법망을 피해 이득을 봐온 자”라고 지적했다. 공인중개사 김씨는 현재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도 고소당한 상태다. 경찰 수사 10개월 잠잠 현재 고소인은 지지부진한 경찰 수사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G 빌라 일부 매수인은 지난해 5월 고소했는데 1년 가까이 경찰이 어떤 결과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 고소인은 “송치든 불송치든 경찰에서 결과를 내야 그 다음 방법을 논의할 것 아니냐”면서 “이 사이 또 다른 피해자가 양산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jsjang@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쪼개질 위기에 처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비명계 의원 약 30명가량이 가결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투표가 끝나자마자 친명계는 집단 반발했고, 비명계는 숨죽이며 상황을 지켜봤다. 이제 친명과 비명 간의 싸움은 본격적으로 시작될 태세다. 비명계가 어느 타이밍에 어떻게 전쟁을 시작할까? 지난달 27일 국회 밖에선 많은 이들이 집결했고, 국회 안에선 보다 많은 민주당 의원실 직원들이 분주히 일하고 있었다. 이날 국회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회 앞에 집결한 사람들은 “이재명 수호”를 외쳐댔고, 표결을 앞둔 의원들은 서로 교감하며 표를 어디다 던질지 고심하고 있었다. 다음은 없다? 검찰은 같은 달 16일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무부는 국회법에 따라 21일 체포동의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요구서를 제출받으면 국회는 바로 다음에 있는 본회의에 이를 보고하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한다. 따라서, 김진표 국회의장은 제출받은 뒤 처음 개회됐던 이날, 본회의에 이를 안건으로 상정해 투표에 부쳤다. 검찰이 현직 야당 대표를 구속수사하겠다고 영장을 청구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었고, 민주당 의원들도 처음 있는 일에 매우 당황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서로 소통하며 물밑에서 투표에 대한 의견을 활발히 조율하는가 하면, 의원총회서 공개적으로 표를 몰자는 등 투표 전 의견 수렴에 총력을 기울였다.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당일 <일요시사>와 민난 자리에서 “오늘 아침부터 (동료 의원들과의)자리만 세군데 잡혀 있다”며 “아마도 오늘 있을 투표에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려고 만든 자리 같다. 보좌관끼리도 소통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설훈 의원은 같은 달 21일, 국회 비공개 의원총회서 “이번에는 무조건 부결시켜야 된다”면서 그동안의 입장과는 사뭇 다른 의견을 강하게 내놨다. 친문(친 문재인)계 좌장으로 꼽히는 설 의원은 그동안 이 대표 비판에 앞장서왔던 인물이다. 그런 설 의원이 강하게 이 대표를 지키자고 제안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민주당 일부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의총서 설 의원은 “오늘 이 대표와 점심을 먹었는데, (체포 동의안 투표를)부결하고 나면 모종의 액션을 취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사실상의 ‘딜’이 있었다고 자인한 셈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여의도 관계자 대부분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압도적 부결’로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일요시사>와 만난 의원실 관계자들은 모두 160표 이상의 부결을 예상했고, 이 같은 예상은 친명(친 이재명)계와 비명계를 가리지 않았다. 투표는 모두 익명으로 처리되고, 민주당도 따로 당론을 정하지 않은 상황이었으나 당 내부에서는 이미 당론으로 정해진 것과 다를 게 없었다. 30명 이탈 “조직적 친명에 시그널” 이번엔 ‘공포탄’ 다음은 ‘실탄’ 장전? 친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당연히 압도적인 부결표를 예상한다”며 “사실 투표전에 의원들끼리, 또 의원실끼리 많은 교감을 주고받았다. 대부분 ‘부결’쪽으로 의견이 쏠리고 있으며, 이탈표는 미미한 수준에서 정리될 것”이라고 <일요시사>에 알려왔다. 전화를 돌렸던 비명계 측도 대부분 같은 의견을 전했으며, 이탈표에 대한 걱정은 그 누구도 하지 않은 분위기였다. 이 같은 ‘단일대오’ 기류에 먹구름이 낀 건 같은 달 23일부터였다. 기자간담회서 이 대표가 사퇴할 뜻이 없음을 우회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불구속 기소됐을 때 당헌 80조 예외조항 적용 여부를 묻는 사회자 질문에 “당헌 80조를 적용하는 것은 개인 비리냐, 아니냐에 대한 판단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이미 이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의 정적 제거 수사라는 것에 대한 의원들의 중지, 당원들의 중지가 모아진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당헌 80조는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즉, 사회자는 이 대표에게 기소가 되면 ’당 대표직을 내려놓은 것이냐‘고 물은 것과 다를 게 없었고, 이 대표는 ’내려놓지 않겠다‘고 대답한 것이다. 이 대표는 같은 달 초 다수의 비명계 의원들과 1대1 면담을 가졌다. 그는 비명계의 대표격 인물들을 차례로 만나면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세 시간가량 그들과 시간을 보냈다. 상황을 모두 지켜본 민주당 관계자는 “그 자리(비명계 의원들과의 독대)서 이 대표가 비명계에게 체포동의안 부결과 대표직 사퇴에 관힌 ’딜‘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안 그러면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가진 않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체포동의안은 같은 달 27일 투표에 부쳐졌고, 표결 결과 총투표수 297표 중 가결 139표, 부결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부결 처리됐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해야만 가결된다. 이날 가결에 필요했던 찬성표는 149표로, 불과 10표가 모자랐다. 만일 무효 처리된 11표가 가결 쪽으로 갔다면,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그대로 법원으로 넘어갔을 상황이었던 것이다. 친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 사태를 파악 중”이라며 “익명 투표인만큼 누가 어떤 표를 던졌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짐작가는 사람이 몇 있다”고 전했다. 진의는 나가라? 일부 언론에서 추산한 민주당 이탈표는 31표 이상으로, 정계 전문가들은 이 정도의 이탈표는 비명계가 조직적으로 움직여야만 나올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10표 단위면 일부 의원의 소신표로 평가했겠지만 30표 이상이 나온 것은 그 의미가 다르다”며 “이 정도면 그낭 (이 대표에게)나가라고 신호를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이미 이탈표를 던진 의원들의 명단이 떠돌고 있으며, <일요시사>가 받은 명단에도 30명 이상의 비명계 의원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비명계는 체포동의안 투표를 통해 ’공식적으로‘ 이 대표와 함께할 수 없다는 뜻을 전달했고, 친명계도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일부 의원들은 당장 다음에 있을 두 번째 체포동의안 처리에서 지각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장 실질 청구심사를 법원으로 넘기는 데 실패한 검찰은 다음 영장은 꼭 받아낼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검찰이 영장을 청구한 혐의는 대장동·의례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관련 의혹 등 두 가지였다. 아직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세 가지의 의혹을 더 수사 중이다. 서울중앙지검에선 성남시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을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고, 수원지검은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및 변호사비 대납 사건, 그리고 성남지청은 성남시 정자동 개발 특혜 의혹은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이번 경우처럼 검찰이 몇 가지 사건을 묶어 영장심사를 한 번에 청구할지, 혹은 개별적으로 여러 차례 청구할지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한 번 더 영장청구가 있을 것이란 것이 민주당 내부의 시각이다. 이들은 다음의 청구심사가 현재 당심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번에 나온 대거 이탈표의 의미는 ’경고사격‘ 정도 된다”며 “경고했는데도 이 대표가 어떠한 액션을 취하지 않으면 다음 공포탄은 없다. 바로 실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영장 청구가 한 번 더 이뤄지면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또한 다시 국회로 넘어가게 된다. 여기서 비명계의 실탄이 이 대표에게 박히게 될 경우, 이 대표의 구속수사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비명계로선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꽃놀이패가 손에 들어오는 셈이다. 다음 달에 있을 원내대표 선거 또한 좋은 역습 타이밍이다. 지난해 3월 선거로 뽑혔던 친명계 박홍근 원내대표의 임기는 오는 5월 말까지다. 박 원내대표가 임기를 마치면 민주당은 공석이 된 민주당 원내대표 자리를 채워야 한다. 대부분 비명계 민주당은 원내대표 선거를 예정대로 5월에 치를 예정이었으나 지도부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의식한 듯, 내달(4월)로 스케줄을 조정하기로 했다. 친명계와 비명계의 헤게모니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한 달 뒤로 다가온 셈이다. 민주당은 본래 원내대표를 ’콘클라베(conclave) 방식‘으로 뽑는다.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교황을 선출하는 선거제도를 차용한 것인데, 이 선거의 특징은 선거 전에 후보군을 미리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거가 시작되면 민주당 의원 전원은 집합 후 회합을 열어 본인이 원하는 ’아무 의원에게‘ 표를 던질 수 있다. 후보군이 없는 만큼 사전에 선거운동도 전개되지 못한다. 원내대표 선거는 구조적으로 투표 전 사전 교감을 통해 표를 몰아줄 수밖에 없는데, 이는 현재 그 집단을 누가, 어떻게 장악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훌륭한 돋보기가 된다. 선거 전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하마평도 이를 미리 볼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다. <일요시사>가 취재 중 후보군으로 들은 인물은 7명가량으로 지난해 박 원내대표와 치열한 접전을 펼쳤던 박광온 의원, 또 비명계로 분류되는 윤관석·이원욱·전해철·홍익표 의원이 이름을 올렸고, 전통강호인 김두관 의원, 지난 전당대회서 준비위원장을 지낸 안규백 의원 등이 있다. 이 중 비명계의 색이 가장 강한 박광온·이원욱 의원은 이미 원내대표 도전 의사를 밝힌 상태며 안규백·윤관석·김두권 의원도 진지하게 원내대표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현재 하마평에 올라온 인물 대부분이 비명계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후보군 중 범친명계가 미는 인물은 홍익표 의원 한 사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욱 의원은 당초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을 가장 강하게 해오고 있는 인물로, 이번 원내대표 선거전에서 가장 앞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체포동의안 투표, 최소 한 차례는 더 남아 원내대표 선거, 총선 룰서 실력 대결 예상 비명계 일색의 후보군 하마평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홍 의원 정도가 친명계로 분류되고 나머지는 모두 비명계 혹은 중립지대에 있는 인물들”이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과 비교하면 대부분의 후보가 대표를 견제하는 세력에서 나왔다. 이는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한다”고 <일요시사>에 알려왔다. 친명계 일색인 현재 민주당 지도부에는 고민정 최고위원만이 비명계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당을 완전히 장악한 이 대표로선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 큰 의미를 안 둘지도 모르겠지만, 비명계는 지도부의 한 자리라도 더 늘리려 노력하는 모양새다. 세 번째 타이밍은 지금으로부터 약 반년 뒤인 9월이다. 민주당은 보통 총선 180일 전에는 공천 시스템을 확정한다. 이 과정에서 계파마다 본인 진영에 유리한 공천 시스템을 도입하려 분주한 시간을 보낸다. 공천관리위원회에 저마다의 방법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인데, 2024년 예정된 22대 총선서 공천을 받으려면 본인 진영의 입장을 공천관리위원회에 충분히 어필해야만 한다. 지난 총선에서 시스템 공천을 확고히한 것을 유권자들에게 홍보하며 민주당은 ’압승‘을 거뒀지만, 아직 불안정한 시스템이라는 점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아무리 촘촘한 시스템이라도 당헌·당규와 공천 심사의 룰 대신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다분한 구조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공개적으로 밝힌 기준보다는 당내 파워게임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우세했던 바 있다. 따라서, 각 진영은 공천 시스템을 정할 때쯤이면 본인의 영향력과 인맥을 총동원해 유리한 진영을 구축하려 힘쓴다. 비명계가 신흥세력인 친명계의 득세를 잠재우려면 기존에 있던 룰을 최대한 수정하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민주당에서 업적을 쌓아온 의원들이 공천을 받으려면 기존 룰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 대표가 주장한 ’당원 평가‘에 따른 공천 컷오프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말이다. 친명계는 최대한 룰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꿔야만 다음 총선에서 득세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20일 총선 공천룰에 후보의 SNS 실적을 포함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가 비명계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그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서 “정치인의 잠재적인 역량을 평가하는 데, 접촉면이 얼마나 되는가를 물리적으로 체크할 수 있는 게 SNS”라며 “이런 걸 중요한 평가요소로 만들 수 있지 않겠나. 실력 중심으로 공천하자”고 주장했다. 또 지난달 7일에는 민주당 정치혁신위원회가 현역 국회의원 등 지역위원장과 당직자에 대한 ‘당원 평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안들이 모두 실행될 경우, 이번에 민주당에 대거 합류한 소위 ’개딸(개혁의 딸)들‘의 영향력을 쉽게 받을 수 있다. 민주당의 길에 참여하고 한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당원권을 강화하면 그만큼 장점이 있겠지만, 단점이 훨신 크다”며 “특정 진영에 과도하게 유리하고, 후보를 찍어 누르는데 용이한 구조라면 진짜 경쟁력 있는 후보는 계파색을 띠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천에서 배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 한번 타이밍 다음 체포동의안 표결, 원내대표 선거, 공천 시스템 확정 시기까지 총선 전에 비명계에겐 세 번의 역습 타이밍이 온다. 이때 한 번이라도 승리한다면 비명계는 잃었던 당내 헤게모니를 되찾을 수 있다. 민주당이 이대로 쭉 친명계 일색으로 다음 총선을 치를지, 혹은 극적으로 기사회생할지 민주당원들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검찰이 이 대표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으나 부결과 가결에 큰 차이는 없었다. 검찰의 추가 영장 청구에 힘을 실어준 결과라는 평가다. 실제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되지 않았던 ‘쌍방울 대북송금’과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 등 다른 사건으로 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되지 않았던 쌍방울 대북송금과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 등을 중앙지검과 수원지검이 수사 중이다. 검찰이 구체적 물증을 확보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두 사건 모두 피의자들의 진술이 180도 바뀌면서 이 대표를 가리키고 있다. 같은 사건과 혐의로 추가 영장 청구를 하는 사례가 드문 만큼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한다면 두 사건이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장 미적시 3개 내용은? 검찰은 보강수사 이후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거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백현동·정자동 개발 비리 사건 등 남은 수사를 마무리하고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27일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자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인멸의 우려에 비춰 구속 사유가 충분함에도 국회의 체포동의안 부결에 따라 법원의 구속영장 심문 절차를 아예 진행될 수도 없게 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어 “향후 사안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본 건에 대한 보강수사와 함께 현안 수사를 엄정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의 부결 통지 공문이 법무부, 검찰을 거쳐 법원에 전달되면 이 대표의 구속영장은 심문 없이 기각된다. 검찰이 쓸 수 있는 카드는 아직 여러 개가 남아 있다. 이 대표는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공모해 성남도개공이 적정 배당이익을 받지 못하게 해 4895억원의 손해를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 당시 알게 된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민간업자를 시행사로 선정해 8000억원이 넘는 이익을 취득하게 한 혐의도 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수사한 성남FC 후원금 의혹도 영장 청구 사유에 포함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천화동인 1호 지분 일부(428억원)를 차명 보유했다는 의혹도 수사했지만, 이번 영장 청구에서는 내용이 제외됐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428억 약정’ 의혹을 보충해 이 대표에 대한 영장을 다시 청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쌍방울·백현동·정자동 세 의혹 추가 수사 보완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 ‘정자동 호텔 부지 특혜 의혹’ 사건으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백현동 의혹’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1부(부장검사 엄희준)가, 정자동 호텔 비리 의혹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가 수사하다 지난달 11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이첩했다. 수원지검이 수사 중인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묶어 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영장 재청구를 서두르지 않고, 일단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한 후 보강수사 및 영장 재청구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은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에 대한 공소장 작업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해 김씨를 오는 9일까지 구속수사할 수 있는 만큼 그 안에 최대한 관련 진술을 끌어낸다는 계획이다. 김씨에게서 만족할만한 진술이 나오지 않는다면 추가 보강수사를 마치는 대로 이 대표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기소 시기는 유동적으로 점쳐진다. 위례·대장동 의혹 외에도 백현동·정자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이 줄줄이 수사 중이기에 수사 상황에 따라 기소 시기도 늦춰질 수 있다. 검찰이 이 대표 구속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이번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위례·대장동 사건, 성남FC 사건에 더해 대북송금 사건과 백현동 사건까지 모두 포함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수도 있다. 지난달 27일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부결이 됐지만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1표 많았던데다, 당초 정치권의 예상과 달리 민주당 내에서 이탈표가 많았다. 태도 바꾸는 핵심 관련자들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 체포동의안 표결을 둘러싼 기류가 최근과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난해 12월 말 노웅래 의원부터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까지 세 번이나 내리 부결했을 때 지게 될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검찰 역시 이 대표 신병 확보에 또 실패하게 되면 검찰권 남용이라는 비난과 함께 수사로 총선에 개입하려 했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 검찰은 우선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압박하고 있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이 전 부지사를 매주 두 번 수요일과 일요일에 불러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수사 중이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재판이 화요일과 금요일에 열린다는 점을 감안한 조처다. 검찰은 최근부터 이 전 부지사에 대해 대질 위주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쌍방울이 대북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기도 측에 대가를 건네고 부적절한 도움을 받았었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대북사업 관련 양측의 ‘연결고리’가 이 전 부지사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김성태 대포폰 재판부 증거 인정 관건 키맨 엇갈린 진술 신빙성 다툼도 주목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관련성 등에 대해 ‘모른다’는 취지로 여전히 부인하고 있으나 김 전 회장을 비롯한 쌍방울 의혹 핵심 관련자들이 기존에 했던 진술을 뒤집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이 전 부지사와 민간단체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 안모씨를 대질 조사했다. 아태협은 2018년과 2019년 경기도와 대북교류 행사를 공동 주최한 단체로, 이 행사에 수억원의 비용을 아태협이 부담했는데 실제 비용을 쌍방울이 냈다는 의혹이 있다. 안씨는 21만5040달러와 180만위안을 북측 인사들에게 건넨 혐의 등으로 지난해 11월 기소됐다. 이 조사에서 안씨는 기존 입장과 달리 ‘이 전 부지사를 통해 김 전 회장을 알게 됐다’는 식으로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에는 ‘김 전 회장을 원래 알았다’는 입장이었으나, 이 전 부지사 소개로 2018년 무렵 김 전 회장을 처음 알았다는 취지로 진술이 바뀐 것이다. 안씨가 진술을 바꾸면서 당초 쌍방울 방모 부회장, 김 전 회장 순으로 이어가려던 대질 계획도 다음 조사로 밀리게 됐다. 방 부회장의 경우 ‘혐의를 부인한다’는 기존 입장을 바꿔 이 전 부지사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최근 법정에서 진술을 내놓기도 했다. 방 부회장은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기소돼 이 전 부지사와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추가 영장 통과 가능성 김 전 회장은 최근 대질 조사에서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 전 부지사에게 ‘모르는 일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는 취지로 따져 묻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조사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이 대표를 연결 짓는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영장 재청구가 확실시되면 이 대표가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주장할 수도 있다. 기소·불기소 여부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의 판단에 맡겨보는 것이다. 위원회 구성과 운영, 역할 등에 관한 내용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대검찰청 예규)에서 규정한다. 수사심의위가 논의할 수 있는 사건의 기준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이다. 국민의 알권리, 사안의 중대성, 인권보호 필요성 등도 고려 요소다. 이재명 대표 사건은 이미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에 이런 기준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심의 대상은 ▲수사 계속 ▲기소 및 불기소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등이다. 피의자·고소인 등 사건관계인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의 심의를 신청할 수 없다. 이는 검찰 측의 소집 요청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가결 같은 부결 양측에 치명타 검, 물적 증거 확보 여부 핵심 사건관계인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고 무조건 열리는 건 아니다. 2개 관문을 넘어야 한다. 우선 관할 검찰청의 검찰시민위원회에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검찰시민위원장이 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일차적으로 판단한다. 심사 대상으로 인정하면 검찰시민위원으로 구성된 ‘부의심의위원회’가 꾸려진다. 부의심의위는 신청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안건으로 부칠지 검토한다. 여기서 회부 결정이 내려지면 수사심의위가 개최된다. 기존 사례를 보면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 뒤 개최까지 두 달 가까이 걸렸다. 수사심의위원은 150~300명이다.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등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를 검찰총장이 위원으로 위촉한다. 정당에 가입한 사람은 위원이 될 수 없다. 특정 사건의 수사심의위에서 실제 심사를 맡을 위원들은 무작위 추첨을 통해 추려진다. 위원장을 제외하면 15명으로 구성된다. 이 대표의 사건을 대상으로 한 수사심의위에서 ‘수사 중단’과 ‘불기소’라는 결론이 나오면 검찰은 부담을 갖게 된다. 수사심의위 결과는 권고에 불과하기 때문에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기소를 강행할 수도 있지만 ‘주임검사는 심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특히 수사심의위가 이 대표에 대해 불기소 결론을 내놓으면 검찰 수사의 정당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수사심의위 방어권 카드 수사심의위 카드는 위험 부담도 크다. 수사심의위가 이 대표에게 유리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사심의위가 이 대표를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낼 수도 있다. 그러면 검찰 수사에 정당성이 더해지면서 이 대표의 위기는 가속화될 수 있다. 특히 모든 혐의를 부인해온 이 대표가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법원서 무죄를 선고받기 전까지는 ‘사법 리스크’ 꼬리표를 떼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다만 이 대표가 현직 의원이기 때문에 체포동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현재 민주당이 의석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가결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서를 두고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객관·법률적 팩트보다 감정적이고 격양된 표현이 많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수사’가 편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굳이 영장에 감정을 드러내야 했는지 의문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재경지검 부장검사의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를 보면 신조어와 감정적인 문장이 수두룩하다. 이 때문에 대장동과 쌍방울, 성남FC 등의 의혹과 관련해 물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에 더 무게가 실린다. 민간인 같으면… 검찰의 자신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찍어 누르기식’ 표현으로 정치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은 중앙지검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16일 청구한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이례적인 표현들이 등장한다. ‘시정 농단’ ‘내로남불’ 등 일반적인 수사기관의 수사기록과 공소장,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찾아볼 수 없는 표현들이다. 객관적 사실과 증거, 법리로 법원을 설득해야 할 검찰이 법원에 제출하는 공식 서류에 원색적 표현을 적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법원에 제출된 구속영장 청구서를 보면, 검찰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지방자치 권력을 사유화한 시정 농단 사건’으로 규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불러온 ‘국정 농단’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표현이다. 또 검찰은 이 대표가 “‘내로남불, 아시타비’의 전형을 보여줬다”고 썼다. ‘아시타비’는 ‘나는 옳고 다른 사람은 그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체 진실 은폐 시도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명백하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이 대표에게 징역 11년을 훨씬 넘는 형이 선고될 것이 명백하다고도 적시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와 검찰 안팎에서는 “정치 수사를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 섞인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일 기자와 만난 재경지검 부장검사는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편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법과 원칙에 따른 정상적 과정이지만 재판 결과가 나오기 이전부터 구속영장 청구서에 감정을 드러낼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도 “객관과 법리로 법원을 설득하려 해야지 잘못된 표현이 많다. 누가 보면 이 대표에게 원한이 있는 검사가 작성한 줄 알 것”이라며 “이 대표가 무죄가 나올 것이라 보진 않는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중앙지검이 ‘한 몸’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법조계 “이례적이다” 목소리 왜? 일반적 관행서 벗어난 표기 수두룩 이원석 검찰총장도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 직후 “(대장동 사업은)지방 권력과 부동산 개발업자 간의 불법적 정경유착, 지역 토착 비리”라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앞서 이 대표의 핵심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재판에 넘길 때도 ‘공소장 일본주의’ 원칙 위배 논란에 휩싸였다. 공소장 19쪽 중 혐의 사실은 3쪽에 그쳤으나 김 부원장과 이 대표의 관계 등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와의 공모관계를 과대하게 부풀리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헌정사상 처음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인 만큼 검찰총장이 직접 나서 공식입장을 내비치는 데 무리가 없다는 시각도 있지만 ‘정치 수사’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은 중앙지검 내부에서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중앙지검 한 검사는 “이 총장이 입장을 밝힌 것은 개인이 아닌 검찰을 대표한 입장이기에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다. 기자들 간의 ‘티 타임’에서도 저런 입장은 밝히지 않는 게 관행”이라면서 “(이재명 대표)구속영장 청구서에 감정적 표현이 들어간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의 태도를 두고 이 대표를 구속해야 한다는 대통령실의 의지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야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에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재빠르게 마무리 지으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검찰이 입증해야 할 이 대표의 주된 혐의는 배임이다. 검찰이 산정한 배임 액수는 약 4895억원로 이는 재판 과정에서 다툼이 클 전망이다. 이 때문에 검찰이 기소 전부터 증거와 법리가 아닌 이 대표를 향해 감정적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검찰의 자신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검찰 내부서도 사실관계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거친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견해가 있다. 검찰이 이 대표의 배임 혐의를 적용한 주요 근거는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팀이 작성한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 검토의견서다. 지나친 자신감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해당 의견서에는 ‘사업 수익이 클 경우 공사의 이익을 개선할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의견서는 사업자 선정 과정에 공사에 사업 이익을 70% 이상 제공하는 경우 만점을 주는 등 배점을 달리해야 한다고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남도개공 관계자 A씨가 2015년 2월 작성한 ‘대장동 공모지침 검토의견서’에는 당시 정민용 공사 투자사업파트장(변호사)이 작성한 공모지침서의 사업적 이익 배분 문제점 등을 표 형식으로 정리한 10여장 분량의 의견서가 참부됐다. A씨는 ‘신청자가 제안한 이익 분배 방법은 사업계획이 변경돼도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조항에 대해 “수익이 예상치보다 못할 경우 무방하나, 기대치를 훨씬 상회할 경우 공사의 수익도 개선될 여지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A씨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검찰이 판단한 이 대표의 배임 혐의 논리다. A씨는 공사에 제공하는 이익 비율에 맞춰 평가점수를 차등 배분하자는 의견을 냈다. A씨가 ‘예시’로 제시한 기준은 사업 수익 중 공사에 배분되는 이익이 70% 이상인 경우 만점(60점), 65~70%인 경우 50점 등 5%포인트마다 10점씩 점수를 줄여 35% 미만인 경우 0점을 매기는 방식이다. 기존 공모지침서엔 임대주택용지 제공 여부와 용지 종류에 따른 배점 기준만이 제시돼있었다. A씨는 공사가 임대주택사업으로 수익을 내기 어렵고, 사업적 이익이 과도할 경우를 대비해 이 같은 검토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A씨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은 당시 이견을 제시한 A씨를 불러 ‘업자의 청탁을 받고 이의 제기한 게 아니냐’며 손으로 직접 이의 제기 내용을 써보라는 등 압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공사는 사업협약 등의 과정을 거쳐 원안대로 임대주택용지 금액에 상당하는 1830억원의 확정이익을 받았다. 검찰은 A씨의 의견을 바탕으로 이 대표의 배임 액수를 산정했다.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 전체 이익 중 70%를 공사가 가져가도록 했다면 6725억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었는데, 확정이익 1830억원만 챙겨 4895억원가량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불구속 기소 가능성 크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배임 액수 산정방식이 성급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성남도개공 일부 의견일 뿐이다. 공사 측 이익을 최대한 반영한 참여자에 높은 점수를 주자는 의견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며 “그 기준대로 배임액을 산정하는 것 자체가 오류”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재판부가 검찰의 배임 산정방식을 지적하게 되면 공소장 내용이 바뀌거나 심할 경우 다시 수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돼있다. 체포동의안은 지난 24일 본회의 보고를 거쳐, 27일 열리는 본회의서 무기명 표결에 부쳐진다. 민주당 지도부는 ‘압도적 부결’을 자신하고 있다. 169개 의석과 김진표 국회의장,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6명),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을 모두 더하면 최대 177명이 반대표를 던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지난 16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같은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도 크다. 특히 최근 민주당 지지율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어 친명(친 이재명)계서도 체포동의안 정국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수도 있다. 민주당 계열 의원 중 28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지는 경우다. 무기명 투표의 특성상 어느 의원이 찬성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시정 농단, 아시타비…보기 어려운 신조어 거친 문장들 태반...법리 및 증거 부족 지적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언론을 통해 “당 대표를 지키는 것보다 민주당이 국민의 지지를 모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것 아니냐”며 “침묵하는 의원 하나하나가 고심하는 만큼 표결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간 대질조사를 추진했다.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아직 쌍방울과 관련된 구체적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 현근택 변호사는 지난 20일 낸 입장문에서 “검찰이 22일 오전 10시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며 “이 전 부지사는 출석해 성실하게 조사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현재 이 전 부지사 측 요청에 따라 1대1 조사 방식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1차 조사 이후 전 부지사에게 두 차례 소환통보를 했으나, 이 전 부지사 측은 소환 시기와 다자간 대질신문 방식 등을 문제로 출석을 미뤘다. 이 전 부지사 측은 다음 대질신문서 1대1 방식을 원한다는 입장을 강경하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4자 대질 당시 김 전 회장과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 등은 이 전 부지사에게 “대북송금 사실을 알고 있지 않았냐”며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 전 회장이 “왜 나를 모른다고 하느냐”며 고성을 지른 후 이 전 부지사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재판에서 그의 변호인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치아가 빠졌다고 한다. 치료가 필요하다”고 요청해 오후 재판 절차가 연기되기도 했다. 검찰은 이번 조사에서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의 800만달러 대북송금 사실을 알았는지, 김 전 회장과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통화를 주선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검찰은 북한에 건네진 800만달러가 쌍방울그룹의 대북 경제협력 사업권이 아닌, 경기도와 이 대표를 위한 자금이었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 김 전 회장이 알고 지내던 이 전 부지사가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한다. 대북송금 입증될까? 이 전 부지사는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경기도는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사실을 전혀 몰랐고, 대북사업 역시 따로 진행했다는 것이다. 반면 김 전 회장은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에 돈을 보냈다”며 “이 전 부지사도 모두 알았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수행비서 박모씨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 6대의 비밀번호를 풀어 정밀 분석작업을 하고 있다. 이 중 2대는 김 전 회장이 사용했던 휴대전화고, 2대 중 1대는 한국서 사용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자진 사퇴가 현실화될 수 있을까. 민주당 내부에선 벌써 이 대표가 자진 사퇴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버티다가 축출되느니 차라리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 뒤 다음을 노려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민주당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카드다. 다음 대권후보에 대한 동정표를 얻을 수 있고, 차기 총선서 ‘리스크’ 없이 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요즘 최고 화두는 ‘명퇴 필승론’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사퇴해야 민주당이 차기 총선서 이길 수 있다는 뜻으로, 최근 대두되고 있는 이 대표 자진 사퇴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제야 간신히 중앙 정치로 들어온 이 대표는 당 안팎에서 사퇴 압박을 거세게 받는 중이다. 미련 없이 떠나야? 명퇴 필승론을 꺼내든 쪽은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들이다. 이들은 이 대표의 보궐선거 출마도,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 출마도 한사코 반대해왔으며 이 대표의 독단적인 결정이 총선까지 간다면 ‘필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이전에 (이 대표가)소환조사를 받으면 사퇴해야 된다고 주장했지만, 이미 여러 번 소환됐는데도 아무런 (사퇴에 대한)소식이 없다”며 “지방선거 때나 전당대회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태도로 총선까지 치른다면 민주당은 대통령선거, 지방선거에 이어 총선서도 패배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의 말대로 민주당은 지난 대통령선거서 패배한 이후, 지방선거까지 연패를 기록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태 이후 줄곧 승리해오던 민주당이 2020년 총선 승리를 마지막으로 단 하나의 승리도 챙기지 못한 것이다. 민주당의 승리가 멈춘 시점은 공교롭게도 이 대표가 민주당의 얼굴로 나선 시점과 맞물린다. 2021년 이 대표는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친명(친 이재명)계는 문재인정부의 각종 정책 실패로 당이 매우 어려웠던 상황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은 사뭇 다르다. 예를 들어 민주당 지지율이 대거 이탈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당 표들이 국민의힘으로 넘어가진 않았다는 것이다. 전성기였던 2018년도 민주당 지지율인 평균 약 45%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지만, 대선후보가 정해지던 당시의 민주당 지지율은 평균 32%를 기록하며 국민의힘 평균 지지율 30%보다는 앞서 있었다. 전성기에 비해 10%p 낮았어도 중도 표심이 완벽히 국민의힘 쪽으로 넘어가지 않은 수치였다. 민주당에 호의적인 한 정치 평론가는 “전성기 때의 민주당 지지율과 크게 차이가 없다고 봐야 한다. 변화가 심했던 것은 국민의힘의 지지율”이라며 “2018년도 국민의힘은 아직 (국정 농단 사태서)회복 전 단계로 봐야 하기 때문에 전통 지지층이 많이 이탈한 상태였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그것을 회복한 것일뿐 중도층 표심은 그쪽으로 넘어가지 않았다”고 지지율 변화에 대해 분석했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연패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몇몇 여의도 관계자들은 이 대표가 전면에 나선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명퇴필승론? 이만 나서면 선거 패배 이 나선 뒤 줄곧 민주당 지지율 하락 한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지난 대선서 승산이 있었다고 본다. 그런데 선거 양상이 쌍방에 의한 네거티브로 치달으면서 승리 가능성이 점점 모호해졌다”며 “후보 탓을 안 할 수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여러가지 흠결이 나올 때 민주당 쪽에서 떳떳했으면 조금 더 쉬운 선거전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대선서 패하면서 지방선거에선 차 떼고 포를 뗀 채로 싸울 수 밖에 없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지방선거는 대선을 따라가게 되지 않나”고 민주당 연패의 원인이 이 대표 때문이라는 뉘앙스로 말했다. 그의 말대로 지난 대선에서는 역대 유례없는 대통령 후보 간의 네거티브전이 있었다. 윤 대통령은 본인이 엮인 고발사주 문제를 폭로당하며 궁지에 몰렸고, 이 대표는 경선 과정부터 불거진 대장동 사건과 성남FC 제3자 뇌물죄 의혹으로 언론에 난타당하고 있었다. 이들의 각종 가족 리스크도 도마에 올랐다.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학력 위조 사건 등이 언론에 공개되며 대중에 충격을 줬고, 이중 학력 위조 건은 본인이 직접나와 대중에게 사과까지 했다. 이 대표 쪽은 아들과 배우자 둘 다 말썽이었다. 이 대표의 아들의 퇴폐업소 출입 의혹과 그가 과거에 작성한 욕설 게시글 등이 이 대표의 발목을 잡았다. 배우자 김혜경씨에게는 경기도지사 시절 수행기사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과 공금 횡령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정치역사에 가정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만약 이때 민주당 후보 쪽에서 아무런 리스크가 나오지 않았다면 매우 유리한 형국이 됐을 것”이라며 “이미 선거는 끝나서 윤 대통령의 리스크는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지만 이 대표의 리스크는 아직도 민주당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민주당은 차기 총선서도 ‘대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이대로 가다간 총선까지 패배할 것이란 정치 평론가의 이 같은 예측은 현재 지지율 추이를 볼 때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리얼미터가 조사한 이달 3주차 주간집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39.9%로 전주 42.8%보다 소폭 하락한 반면, 국민의힘은 45%로 전주 42.5%보다 2.5%p 상승했다. 이 대표의 세 차례 검찰 소환조사에서 결집했던 민주당 전통 지지층은 다시 와해되는 데 반해,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는 국민의힘 쪽에서 오히려 지지층이 결집되는 분위기다. 차 떼고 포 떼고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3월에 우리 쪽에서 당 대표가 선출되면 당정은 한층 더 안정세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점차 대두되는 상황서 대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시끄러운 전당대회를 하는데도 지지율이 역전되지 않았나”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즉 전당대회 이후 이른바 ‘윤심 리스크’가 사라진다면 국민의힘이 총선까지 탄탄대로의 길을 걸을 것이란 주장이다. 반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잠잠해지기는커녕 그 수위가 점차 더 강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월10일, 야당 대표로는 헌정사상 최초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사건을 맡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그에게 박 전 대통령이 받았던 ‘제3자뇌물공여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봤고, 이날 오전 10시30분터 불러 열시간 넘게 그를 조사한 뒤 돌려 보냈다. 그는 성남시장 재직하던 시절인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성남FC의 구단주로 활동하며 성남 소재 다수의 기업에 30억원이 넘는 후원금을 받고, 각종 혜택을 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그가 기업들에게 준 혜택은 부지 용도변경 및 건축 인허가 등이 포함돼있다. 이후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대장동 특혜 혐의를 의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고 출석한 뒤, 이달 10일에 같은 서울중앙지검에 세 번째 소환돼 조사받았다. 이 대표는 이날 검찰에 출석하며 “사실 많이 억울하고 힘들고 괴롭다”며 “포토라인 플래시가 작렬하는 공개소환은 회술레 같은 수치”라고 작심 발언했다. 다소 감정적인 발언에 이 대표의 지지층은 더욱 결집했으나, 세 차례나 당 대표의 검찰 출석을 바라본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제 차츰 지쳐가는 모양새다. 한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이제 정말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는데 민주당은 이 대표 지키기에만 당의 역량을 쏟고 있다”며 “보통 총선 1년 전인 이맘 때에는 중도층 표심을 잡을 당 차원의 그럴듯한 전략이 쏟아져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1대1 대화 면담 저의는? 그러면서 비명계를 중심으로 민주당 당심이 이 대표에게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거를 앞둔 불안함과 그동안 이 대표를 내세워서 패배했던 기억들이 민주당 의원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심지어 처음엔 체포동의안 가결도 염두했었다고 전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차라리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키자는 주장도 나온 적 있다”며 “한때는 그 주장이 힘을 받은 적도 있었다. 이 대표도 이를 알고 있다. 최근 비명계 단속에 힘을 냈던 것도 이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이 대표는 이달 초부터 비명계 의원들을 차례로 만나 1대1 면담을 가졌다. 이 대표가 만난 비명계 의원들은 비명계 중에서도 이원욱·전해철 등 이 대표에게 비판을 가장 많이했던 ‘스피커형’ 의원들 위주였다. 그는 가장 강성 비명으로 알려진 이원욱 의원을 만나더니 친문(친 문재인)계의 좌장격인 전해철 의원도 만났다. 이후 기동민·김종민·설훈 의원 등을 차례로 만나며 1대1로 깊은 대화를 나눴다. 이 대표와의 만남을 지켜본 한 의원실 보좌관은 <일요시사>에 “의원님께서 직접 들어 정확한 내용은 세세히 모르지만, 총선 전략, 그리고 당이 처해 있는 문제점 등에 관해 의견을 공유했다고 들었다”며 “물론 저의에는 당에서 돌고 있는 체포동의안 가결 건이 깔려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말은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바람대로 비명계 의원들과의 면담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는 체포동의안 가결 의견은 부결 쪽으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민주당 소식통에 의하면 이들은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압도적으로’ 부결시키는 것으로 입을 모았다. 여기에는 이 대표의 설득과 ‘역풍’에 대한 두려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민주당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2일, 한 라디오 인터뷰서 “총선 같은 경우 지금처럼 방탄을 계속하면 폭망”이라며 “민주당 총선 전략의 핵심은 이재명 대표의 희생과 체포동의안 통과”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대표)체포동의안이 가결된다면 압승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장에 민주당 지지자들은 박 전 위원장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청원글을 올렸다. 체포동의안 가결 시 사퇴 논의? 정치거래 의혹 검찰 기소 시점 협박에 자진 사퇴로 대응하나 박 전 위원장에 대한 징계 주장은 동의자가 3만명이 넘어서며 점차 힘을 받는 모양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박 전 위원장을 '내부 총질러'로 규정한 뒤 그에 대한 사퇴 여론을 형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사퇴론은 어디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것일까? 민주당 관계자들은 현재 이 대표를 대표직서 끌어내릴 인물은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킬 비명계도, 박 전 위원장 같은 당 외부의 스피커들도 아니라고 분석한다. 이들은 이 대표가 스스로 결단한 뒤 내려올 시점을 조율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초 이 대표에 대한 세 번째 구속 수사가 이뤄졌을 당시 <일요시사>와 만난 한 친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지금 검찰의 행태를 보고 있자니 기소와 구속 시점을 총선에 맞춰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총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을 때는 간간이 소환조사해 망신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큰 변수가 없다면 기소는 총선 직전쯤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고 우려했다. 만일 그의 주장대로 검찰이 기소 시점을 총선 직전으로 잡는다면 민주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물리적 시간도, 여건도 생길 수가 없다. 총선을 앞둔 상황서 수장이 공석이 돼버리는 사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또, 비명계에서는 당헌 80조를 근거로 이 대표가 빨리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당헌 제80조 제1항에는 ‘사무총장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당헌을 곧이 곧대로 적용한다면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하는 순간, 이 대표의 당원권은 그대로 정지되는 셈이다. 이런 사태가 온다면 이 대표는 당에서 ‘축출’되는 꼴이 돼 정치적 재기가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이 대표 사퇴를 줄곧 주장해온 한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두 번의 선거서 봤듯 민주당 지지자가 아닌 일반 대중은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며 “만약 부정적으로 봤다면 국민의힘이 이미 역풍을 맞고도 남았을 일”이라고 <일요시사>에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사실을 모두 계산하고 있는 이 대표도 그런 사태가 오기 전에 자진 사퇴에 대해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사실 이 모든 내용은 이 대표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저렇게까지 (당에서 제명해야 한다며)가는 것은 말 그대로 양측의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을 때 발생할 일”이라며 “그 전에 친명계도, 비명계도 어느 정도 합의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만일 스스로 물러서는 그림을 보여준다면 다음 대선후보로의 길은 계속 달릴 수 있다. 그가 현 정권에 탄압받아 물러서는 그림이 민주당 지지층의 동정표를 끌어오는 것은 물론, 중도 표심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민주당이 내년 총선서 리스크 없이 국민의힘과 맞붙어 승리를 기대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보나마나… 역풍 불가피 행정부와 지방 권력을 빼앗긴 민주당이 의회 권력까지 빼앗긴다면 당 자체로도, 또 이 대표에게도 치명적인 상황이 찾아온다. 다음 대통령 자리를 노리고 있는 이 대표로선 자진사퇴 카드가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ingyun@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