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9.06 03:26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독무대’로 끝날 뻔한 더불어민주당 8·18 전당대회가 3파전으로 벌어졌다. 그래도 여의도에 짙게 드리워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 그림자를 걷어내기엔 역부족이다.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반전을 기대하는 것일까? 세 후보 모두 저마다의 계획을 안은 채 이 시나리오의 엔딩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다음 달 18일 치러지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를 둘러싼 흥행의 불씨가 살아났다. 후보자 등록 마감을 앞두고 속속들이 출사표를 던지면서다. 민주당 전 의원이자 ‘리틀 노무현’이란 별명을 가진 김두관 후보(이하 김 후보)가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했다. 그 뒤로 유력 주자인 이재명 후보와 원외 인사인 김지수 후보가 대열에 합류했다. 한 명의 결단 두 가지 반응 지난 9일 김 후보는 세종특별자치시의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권 도전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동안 이 후보의 일극체제를 비판해 왔던 만큼 그의 출마는 기정사실화된 상태였다. 이날 그는 “민주당은 역사상 유례없는 ‘제왕적 당 대표 1인 정당화’로 민주주의 파괴의 병을 키워 국민의 실망이 커지고 있다”고 운을 뗐다. 민주당 내 불거졌던 ‘어대명’ ‘또대명(또 대표는 이재명)’ 등 추대론의 주인공인 이 후보를 직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는 “노무현 정신은 민주당서 흔적도 없이 실종된 지 오래”라며 “지금 이 오염원을 제거하고 소독·치료하지 않으면 민주당의 붕괴는 명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 김두관의 당 대표 출마는 눈에 뻔히 보이는 민주당의 붕괴를 온몸으로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김 후보의 출마 선언문을 두고 곳곳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난해 4월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서 이 후보를 지지했던 마음을 한순간에 뒤집고 비명(비 이재명)계를 자처했다는 이유에서다. 김 후보는 지난해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그는 “힘 있는 단결로 이재명 대표를 지키고 영남에 교두보를 만들어 총선을 이기겠다. 누가 민주주의와 이재명 대표를 지킬 수 있겠나”라며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공약으로는 영남권을 기반으로 한 ‘지역주의 타파’를 내걸었지만 낙선하는 데 그쳤다. 부산·경남(PK)를 겨냥한 공약은 당의 주류인 호남과 수도권 유권자의 호응을 이끌지 못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후 4·10 총선을 앞두고 작심하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지난해 11월 민주당 내 공천 파동이 크게 일 조짐이 보이자 당 지도부를 겨냥해 “국민의힘보다 더 많은 다선 의원을 험지로 보내는 ‘내 살 깎기’를 시작해야 한다”며 이재명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가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경남 양산을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치열한 경쟁 끝에 국민의힘 김태호 후보에 패배했다. 친(친 이재명)·비명 프레임서 벗어나 ‘할 말은 하는’ 정치인이란 평이 나왔지만 일부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는 ‘수박’이라는 불만이 나왔다. 게다가 이번 출마를 기점으로 김 후보가 본격적으로 이 후보와 각을 세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출마를 고심하던 무렵 김 후보의 선택을 만류하던 이들도 있었다. 이 후보를 상대로 출마를 선언하는 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후보와의 통화에서 직접 출마를 말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와 관련해 김 후보는 “‘어떻게 민주당 십자가를 지려고 하느냐’ (같이)저를 아끼는 차원서 ‘이번보다 다음에 준비해서 출마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조언이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김 후보가 마음을 굳히면서 몇 개월 동안 이어지던 ‘이재명 추대론’이 막판에 뒤집혔다. 압도적인 찬성 속 다시 한번 당 대표를 지낸 뒤 대권까지 물 흐르듯 넘어가려 했던 이 후보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김 후보의 날 선 연설문이 구구한 해석을 낳는 사이 이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사실상 대표직 연임을 위한 절차에 가까웠다. 이재명 맞수로 돌아온 김두관 잘려 나간 ‘친명’ 꼬리표, 왜? 지난 10일 이 후보는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준비한 출마 선언문을 한 자씩 읽어내려갔다. 이 후보는 “다시 뛰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은 제1정당, 수권 정당인 민주당의 책임”이라며 “‘절망의 오늘’을 ‘희망의 내일’로 바꿀 수 있다면 제가 가진 무엇이라도 다 내던지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 후보는 윤석열정부를 비판하는 대신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와 비전을 제시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 후보는 “단언컨대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기 때문에 ‘먹사니즘’이 유일한 이데올로기가 돼야 한다” “기술인재 양성에 더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신기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져야 한다” 등의 발언도 이어갔다. 정당의 발전 방향에 대해선 “당원 중심 대중 정당으로의 더 큰 변화가 필요하다”며 “당원들이 더 단단하게 뭉쳐 다음 지방선거서 더 크게 이기고 다음 대선도 반드시 이겨야 한다” 강조했다. 이날 이 후보의 출마 선언은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한다는 평도 나왔다. 같은 날 한반도 미래경제포럼 김지수 대표까지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 후보의 단독 출마로 예상됐던 민주당 전당대회는 3파전으로 확정됐다. 막차에 탑승한 김지수 후보는 미래 세대에 초점을 맞춰 “젊은 세대의 슬픔과 고민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출마 소신을 밝혔다. 그러나 당내 지지 세력이나 체급서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전당대회가 3파전으로 벌어져도 어대명 아성이 무너질 가능성은 극히 적다. 김 후보의 출마로 인해 이 후보의 입지가 흔들리진 않겠지만 작은 흠 하나도 확대해 해석되는 등 골치 아픈 상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약속대련 진검승부 대표적인 예로는 이 후보가 얻게 될 득표율이다. 2년 전 치러진 전당대회서 이 후보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 대표로 선출됐다. 만일 이번 투표서 이 대표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용해 77.77%보다 낮은 득표율을 얻을 경우 그의 평판에 한줄기 금이 그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후보는 잃는 것보다 얻을 게 더 많다는 평이다. “단 1%의 반대 목소리도 전당대회를 통해 대변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인의 책무”라고 밝혔지만 20~30%의 지지율로 반전을 보여줄 경우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후기와 함께 비명계의 새로운 구심점이 될 수 있다. 먼 미래의 이야기지만 지금부터 인지도를 쌓아 다음 대선을 노리는 것도 예측 가능한 지점 중 하나다. 만일 이 후보가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출마가 불가능해질 때 ‘그래도 이재명과 겨뤘던 김두관’이 유권자의 뇌리에 스칠 것이란 후문이다. 이 후보의 대항마로 떠오른 김 후보는 ‘이재명 1인 정당’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비판을 가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영화 <암살>을 언급하며 “누군가는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독립을 위한 싸움은 그 자체만으로도 독립을 위한 길이기 때문에 출마를 결심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해당 발언을 접한 이 후보의 강성 지지자들은 “그럼 이재명 대표가 당을 팔아넘겼냐는 뜻이냐”며 격분된 반응을 보였다. 차마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지만 내심 이 대표의 추대를 기대했던 초선 의원들 사이서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도는 모양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 후보의 출마에 “용기 있는 결단”이라며 격려의 말을 건넸다. 지난 11일 평산마을을 찾은 김 후보는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날 문 전 대통령은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용기 있는 결단을 했다. 민주당이 경쟁이 있어야 역동성을 살리고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김두관 후보의 출마가 민주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흥행 없이 노잼으로? 이에 김 후보 역시 “민주당을 구하는 큰일이라 계산 없이 나섰다”며 “최고위원 후보가 5인5색이 아니라 5인1색 될 것 같다. 다양성이 실종된 당의 현주소를 국민이 많이 불편해한다”고 화답했다. 오히려 김 후보의 출마를 반색하는 이들도 있다. 흥행 요소가 전혀 없는 ‘노잼 전당대회’로 끝날까 노심초사했지만 두 후보의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주목도가 높아졌다는 평이다. 이 후보에게만 쏠릴 뻔한 부담과 ‘이재명 일극체제’라는 비판적인 여론을 희석하는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툭’ 튀어나온 김 후보에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와의 관계성을 놓고 여러 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특히 두 사람이 사전에 합을 맞춘 ‘약속 대련’이 아니냐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이 후보는 단독 출마라는 위험 요소를 제거하고, 김 후보는 정치 활동반경을 넓힐 수 있는 이른바 ‘윈윈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두관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데 의의를 뒀을 것”이라며 “2026년 지방선거가 있지 않은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 정치적 활동반경을 가늠하는 시간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는 PK와 친노(친 노무현), 친문(친 문재인) 세력까지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지만 이 후보에게 큰 위협이 될 것 같진 않다. 지난 총선서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한 무수히 많은 비명계가 당을 떠났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다들 알고 있다”며 “이번 양자 대결은 당의 건강한 민주주의를 보여주는 긍정적인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후보는 2010년 경남도지사를 비롯한 여러 굵직한 자리를 맡아왔으며 한때 대권주자로 거론되기도 했던 인사다. 비록 이번 총선서 고배를 마셨지만 2026년 전국동시지방선거서 승부수를 던져볼 만하다. 이번 전당대회서 거대 야당의 수장인 이 후보와 겨뤄봄으로써 스스로의 체급을 확인할 좋은 기회기도 하다. 민주당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김두관 후보의 경우 ‘내가 이재명에 비해 뭐가 부족한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보면 김두관 후보는 부족함이 없다. 다만 이번 총선서 떨어진 게 마이너스로 작용했을 뿐, 당 대표에 도전하고 또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면 고착된 민주당에 작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김 “내 나이가 몇인데…내 정치해야” 지선 생각 없다는데…혹시 또 대선? 약속 대련 의혹에 대해 양측 모두 선을 그었다. 특히 김 후보는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제 나이가 몇 살인데 제 정치를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박했다. ‘2026년 지방선거를 위해 출마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2010년 경남도지사를 지낸 후 도정에 돌아가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다음 지방선거가 워낙 중요해서 이번에 당 대표를 맡게 되면 기초광역의회 후보 공천 시스템을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도지사에 도전할 의사는)전혀 없다”고 답했다. 약속 대련이든 진검승부든 이번 전당대회서 승기를 거머쥘 사람은 결국 이 후보일 것이란 회의적인 시선이다. 아무리 결투의 장을 넓히고 후보군이 많아도 7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한 이 후보를 꺾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에서다. 김두관 후보와 김지수 후보의 출마는 이 후보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장치라는 비판이 계속해서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민주당에서는 김 후보가 주장한 ‘제왕적 대표’라는 표현과 약속 대련에 공감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이 후보는 당원의 선택을 받아 다시 한번 당 대표직에 도전했을 뿐, 당 차원서 어떠한 압력도 외압도 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이재명 대표의 비서실장을 역임한 천준호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서 “이 후보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를 문제 삼는 건 제한적 관점이라 본다”며 “다수의 지지를 받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의미가 있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위적으로 다양성 자체를 목표로 해서 경쟁구도를 만들고 지지를 조정할 필요는 없지 않나”라며 현 상황은 정치권 안팎서 제기되는 일극체제가 아닌 당원 중심 체제로 당이 전환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당대회 대진표가 구성됐지만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강성 지지자 한 명 한 명을 찾아가 다독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렇다 보니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심리적 분당’의 원인이었던 친·비명간의 갈등이 재점화될까 마음졸이는 이들도 있다. 그래도 ‘어대명’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최요한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이 건강하단 증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우리나라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민주주의 체제로 들어섰다. 지금까지 우여곡절을 겪었고 그 사건들이 중첩되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한 겹씩 쌓여갔다. 지금도 그런 과정”이라며 “이 후보의 77.77% 지지율이 깨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데 이는 큰 문제가 아니며 내부서 여러 이견이 나올 수 있다. 세 명의 후보 모두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당원도 거기에 맞게 한 표를 던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치 집단에서는 갈등이 필연적”이라며 “일각서 제기되는 계파 분열도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용감한 도전자 김지수는 누구? 이재명·김두관 후보와 어깨를 나란히 할 김지수 후보는 1986년생으로 민주당서 꾸준히 활동해 온 청년·원외 인사다. 그는 재단법인 ‘여시재 북경사무소’ 소장 출신으로 한반도 미래경제포럼 대표를 맡고 있다. 2022년에는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도 도전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출마 선언문을 통해 “미래 세대를 대표해 두려움을 무릅쓰고 당 대표에 출마한다”며 “저의 도전이 대한민국에 작지만 큰 파동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이 있었다”며 “제가 도전하지 않으면 이번 전당대회서 언급되지 않을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고 전했다. <박>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사람의 죽음이 정쟁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는데 산 자만 시끄럽게 떠드는 중이다. 진상규명을 하겠다는 의도는 빛이 바랜 지 오래다. 최근에는 또 다른 외부인이 등장했다. 정치권은 또다시 공방전에 돌입했다. 어느 덧 죽은 자는 뒷전이 된 모양새다. 지난해 7월19일 채수근 해병대 상병이 경북 예천의 수해 현장서 실종됐다. 실종자 수색을 하던 채 상병은 급류에 휘말린 지 14시간 만에 내성천 인근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채 상병 사건’은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채 표류 중이다. 상병 죽음 1년 됐다 채 상병 사건은 진상 규명 과정서 제기된 수사외압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놓여 있다. 채 상병이 사망한 이후 박정훈 대령을 수사단장으로 하는 해병대 수사단이 수사를 진행했다. 박 대령은 지난해 7월30일, 채 상병이 소속된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 등 관계자 8명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고 알려졌다. 이후 해방대 수사단의 보고를 받은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은 사건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수사단이 이 지시를 따르지 않고 사건을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하면서 항명 논란이 불거졌다. 국방부 검찰단은 수사 서류를 경찰로부터 회수하고 박 대령을 항명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그러면서 임 전 사단장을 제외한 해병대 대대장 2명에 대해서만 범죄 혐의를 물어 해당 사건을 경찰에 재이첩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 과정서 수사외압 의혹이 불거졌다. 임 전 사단장 등 고위 간부의 책임을 축소, 은폐하기 위해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내용이다. 채 상병 사건을 둘러싼 수사외압 의혹은 일파만파로 퍼졌다. 야권은 사건에 대한 특검이 필요하다면서 ‘채 상병 특검법’으로 불을 지폈고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사건에 대한 두 번째 거부권이다. 또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임 전 사단장을 불송치 결정했다. 경찰의 판단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수사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단 공수처는 경찰 결론과는 무관하게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찰이 채 상병 사망에 대해 임 전 사단장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사건이 복잡해졌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컨트롤타워’ 통화 녹음에서 “내가 얘기하겠다” 여기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 인물이 임 전 사단장의 구명을 시도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이른바 ‘구명 로비’ 의혹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 4부는 이모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지난해 8월께 지인과 나눈 통화 녹음을 확보했다. 해당 파일은 채 상병 사건 이후 임 전 사단장의 책임론이 불거질 당시 통화를 녹음한 것이다. 통화 녹음은 공익신고자이자 이 전 대표의 통화 상대방인 A 변호사가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통화에서 A 변호사가 먼저 “해병대 사단장 난리가 났다”고 운을 떼자 이 전 대표는 “임성근이? 그러니까 말이야. 임 사단장이 사표를 낸다고 B가 전화가 왔다. 그래서 ‘내가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한테 얘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또 “아마 내년쯤 (임 전 사단장을)해병대 별 4개(로) 만들 것”이라고 말한 내용도 파악됐다. B씨는 청와대 경호처 출신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A 변호사가 “지금 떠오르는 게 위에서 그럼 (임 전 사단장을)지켜주려고 했다는 건가”라고 묻자 이 전 대표가 “그렇지”라며 호응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 전 대표가 통화 중에 VIP를 언급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특히 이 전 대표는 김건희 여사가 연루돼있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서 ‘컨트롤타워’로 지목된 인물이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0일, 인터넷 카페를 통해 공개한 입장문서 “(청와대 경호처 출신인)B씨든 이씨(이 전 대표) 등 임성근을 위해 누군가를 상대로 로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구명 로비는 시기상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불송치 끝났나 했는데 자신은 지난해 7월28일 오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사의를 표명했는데 이 전 대표나 B씨는 이종섭 전 장관이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에 대한 결재를 번복한 7월31일까지 이 사실을 알지 못했으므로 구명 로비를 할 수 없었다는 취지다. 임 전 사단장이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것은 지난해 8월2일이다. 임 전 사단장은 “사의 표명 전후로 어떤 민간인에게도 그 사실을 말한 바 없다”며 “B씨가 사직 의사 표명을 알았다면 아마도 언론을 통해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씨와는 한 번도 통화하거나 만난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보도하기 전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객관적 사실관계의 확인과 검증, 비판적 검토를 거쳐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대표 역시 임 전 사단장을 위해 구명 로비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전 대표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나는 임성근을 모르고 (언론에 보도된 통화 녹취는)후배들이 하는 얘기를 인용한 것”이라며 “녹취를 제보하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야지 편한 부분만 잘라서 하는 건 잘못됐다”고 말했다. 통화 녹음이 편집됐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종섭 전 장관 역시 구명 로비는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이 전 장관을 대리하는 김재훈 변호사는 “장관은 사건 이첩 보류 지시 이전은 물론 이후에도 대통령실을 포함한 그 누구로부터도 해병대 1사단장을 구명해 달라는 이야기를 들은 사실이 없고 그렇게 지시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새로운 국면 민주당 공세 대통령실도 입장을 내고 구명 로비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대통령실은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은 물론 대통령 부부도 전혀 관련이 없다”며 “근거 없는 주장과 무분별한 의혹 보도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선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에 대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미 채 상병 사건 특검으로 대통령실과 각을 세운 상태서 구명 로비 의혹이 기름을 부은 모양새가 됐다. 민주당은 임 전 사단장을 불송치한 경찰 조사 결과와 구명 로비 의혹을 묶어 대통령실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해 “(당사자가)해명할수록 의혹만 더 커지고 있다”며 “특검으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가 통화 중에 언급한 ‘VIP’를 “대통령이 아니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라고 해명한 이후에 나온 발언이다. 박 직무대행은 “언제부터 해병대 사령관을 VIP라고 불렀나”라며 “차라리 천공이라고 둘러댔으면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비꼬았다. 박 직무대행은 전날(10일)에도 “사건의 몸통이 대통령 부부라는 자백이자 스모킹건”이라며 채 상병 특검법을 관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 부부의 방탄용 거부권 남발과 경찰의 꼬리자르기식 면죄부 수사로 채 상병 특검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며 “법 앞의 평등에 윤 대통령 부부만 예외일 순 없다. 죄를 지었으면 똑같이 수사받고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사자·대통령실 모두 부인 공수처 진위 여부 수사 중 반면 국민의힘은 구명 로비 의혹을 ‘제2의 생태탕’ 사건으로 규정했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생태탕집 모자의 증언을 토대로 당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내곡동 처가 땅 측량 현장을 방문했다고 민주당 측이 공세를 퍼부었던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국민의힘 정점식 당 정책위의장은 “일방적 주장이 담긴 녹취록을 마치 객관적 사실처럼 기정사실로 하고 상대를 공격하는 전형적인 정치공세”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사무총장도 “괴담과 공작의 본거지가 민주당이었던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김대업 병풍 사건, 광우병, 사드(THAD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수 괴담, 생태탕, 채널A 검언유착 사건, 청담동 술자리 사건 등을 언급하며 구명 로비 의혹을 ‘가짜 뉴스’로 규정했다. 이어 “공당의 원내대표가 인터넷 커뮤니티서나 볼 법한 가짜뉴스를 생산·유포하는 데 앞장선다”며 “범죄 수괴를 아버지로 모시는 것으로 모자라 이제 ‘지라시 생산 공장장’이 되고자 해서야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민주당 박 직무대행의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언론에 거듭 입장을 밝히면서 김건희 여사와 선을 긋고 있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서 오랜 기간 김 여사와 접촉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VIP를 언급한 것은 허풍이었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B씨와 임 전 사단장의 구명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없고 오히려 A 변호사가 이를 집요하게 물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서 허풍, 허세, 과시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한 신빙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수사 결과 정국 요동 구명 로비 의혹에 대해 당사자는 부인하고 정치권은 정쟁을 벌이는 등 사건이 확산되면서 공수처 수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화 녹음 파일을 확보한 공수처는 진위 여부를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통화 녹음의 신빙성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채 생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jsjang@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일요시사>가 세 차례에 걸쳐 단독 보도했던 워너비데이터㈜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지난해 워너비데이터㈜를 취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거짓말에 거짓말을 더한다’는 점이다. 피해자는 대부분 고령이라 이를 인지하지 못했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 이후에도 ‘잘못된 기사’라며 여전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 지난 2일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는 워너비데이터㈜가 다단계 판매 조직을 운영해 하위판매원 모집 자체에 대해 경제적 이익을 지급한 행위, 가입비 또는 샘플 구입비 명목으로 판매원에게 금품을 징수한 행위 등에 대해 시정명령(행위중지명령, 향후금지명령, 공표명령) 및 영업정지 명령을 부과해 법인 및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워너비데이터 진짜 실체는… 고발 이유로는, 워너비데이터㈜는 상위 가입자가 특정인을 자신의 하위 가입자로 권유하는 모집 방식을 갖고 있고, 가입 단계가 3단계 이상이며, 모집 실적 및 거래 실적에 따른 추천수당 등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등 다단계 판매 요건을 갖췄다. 이 같은 다단계 판매조직을 이용해 워너비데이터㈜는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을 판매하면서 신규판매원이 샘플구입비 명목의 가입비 11만원을 납부하면 가입비 70%를 추천인에게 지급했다. 하위판매원은 샘플구입비의 70%를 장려금으로 지급하는 등 하위판매원 모집 자체에 경제적 이익을 지급했다. 아울러 워너비데이터㈜는 신규 판매원 가입 조건으로 가입비 11만원을 부과했고, 판매원의 총 수익 30%를 샘플(판매 보조 물품)을 구매하도록 의무를 부과해 가입비, 판매 보조 물품, 개인 할당 판매액, 교육비 등 그 명칭이나 형태와 상관없이 10만원 이하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준을 초과한 비용을 부과했다. 이번 조치는 하위판매원 모집 자체에 대해 경제적 이익을 지급한 행위, 가입비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징수하는 행위 등 방문판매법을 위반한 사업자에 대해 영업정지, 검찰 고발 등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한 것으로 관련 업계 전반의 경각심을 높이고 소비자 피해 확산을 방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다단계판매 분야서의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불법 다단계 영업행위 등 법 위반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위법 사항을 적발할 경우 엄중 제재할 계획이다”라고 발표했다. 공정위 영업정지 명령…검찰 고발 피해자 대부분 고령 “인지도 못해” <일요시사>는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한 워너지데이터㈜를 지난해 4월부터 세 차례 단독 보도 한 바 있다. 우선 해당 업체는 이미 지난해 2월10일 금융감독원이 ‘유명 연예인을 내세우면서, 플랫폼, NFT 투자 등을 통해 고수익이 가능하다고 유혹하는 불법 자금모집 업체를 주의하세요!’라는 보도자료로 경고를 받았다. 금융감독원이 말하는 불법 자금모집 업체가 워너비데이터㈜다. 문제는 이런 금융감독원의 경고에도 불가하고 다단계 모집원이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해당 업체의 대표가 기독교 한 교단의 담임목사며 이 교회의 목사·권사·장로가 업체에 깊숙하게 개입돼있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대표이사가 자신은 보증금 2000만원, 월 70만원에 사는 빈털터리라고 주장하는데 회사에 돈이 있어 주주들을 설득해 12억원을 기부했다. 자신은 하나님이 주신 감동으로 일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대표는 자신의 선의를 알아달라고 하는데 워너비그룹은 유명 연예인을 내세운 광고에만 50억원을 썼다고 하고, 투자 회원만 40만명이라고 자랑했다”고 증언했다. 이 관계자는 “2021년 교단서 문제를 일이켜 제명된 김모씨가 ○○교회 건축대금 3억5000만원을 빼돌려 몰래 투자한 회사가 C3W다. 당시 ○○교회 장로가 추궁해 대표이사는 차용증을 써주기도 했다. 결국 C3W는 사기로 판명 났다”고 과거 행적을 설명했다. 이처럼 금융감독원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워너비데이터㈜가 회원을 계속 모을 수 있었던 것은 교회라는 집단의 힘이 컸다. 대표가 빈털터리? 결국 해당 교단은 총회장 목사의 명의로 “최근 교단 목회자와 교회(성도)를 대상으로 금융(폰지)사기에 대한 접근이 있어 유의‧당부드린다. 일부 교단 기관에 거액의 후원금을 기부하는 등 모 그룹의 행태가 문제가 돼 후원금을 반환하는 등의 혼란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며 금융사기 주의보를 발표했다. 이어 “목회자뿐 아니라 성도들도 깊이 개입돼있어 적극적인 피해 예방을 위해 거리를 둘 것을 요청한다. 금융사기의 특성상 뒤늦게 피해자가 나타나고, 피해자가 소송까지 가는 일이 쉽지 않아 사전에 대응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회원 중 한 명은 “(해당 업체가)소리 없이 우는 아이들을 돕는다는 취지가 너무 좋아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이사직급을 가졌다. 빵 공장서 주야로 12시간 교대근무 해서 희망이 없었는데 희망을 밝혀준 워너비그룹에 크게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며 “오늘은 주일이라 교회서 예배를 드렸다. 목사님이 기도할 수 있는데 왜 걱정하냐는 대목이 꼭 내 이야기 같아서 많이 울었다”고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일요시사>는 워너비데이터㈜ 관련 첫 번째 기사를 보도한 뒤 ‘<단독> 대박 신기루 ‘캥거루 온천랜드’ 추적’ 기사를 보도했다. 해당 기사엔 워너비데이터㈜가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해 충남 공주서 온천 개발 중이라고 홍보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캥거루재단은 워너비데이터㈜에 속해 있는데, 인사글에는 “캥거루재단은 ‘약한 이웃(위기가정 청소년)을 품고 점프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2009년부터 시작됐다. 이제야 그 기틀을 만들어가고 있다. 어느 날 방과후 초등학교 운동장서 혼자 놀고 있는 아이를 만났다”며 “16개 교육청과 연계해 1만3000여명의 아이들 명단을 받았고, 지역 목회자 3500명을 지부장으로 선정해 아이들을 돌봤다”고 소개했다. 온천도 거짓말 공주 온천 개발 홍보는 워너비데이터㈜와 캥거루그룹이 동시에 홍보하고 있었다. 당시 워너비그룹 카카오톡 그룹 채팅방에는 “현재 온천랜드는 850m까지 파내려가고 있고 곧 온천수가 터지면 대박이다. 땅을 지하 1000m 파고들어 가면 35도 온천수가 나오는 것을 100% 확신한다. 150m에서 20도 온천물이 나왔다”는 글이 올라왔었다. 워너비그룹은 “계룡산 동쪽 준령으로 금강을 휘감아 도는 천혜의 요지에 세계 최초로 예상되는 우주형 글램핑장을 캥거루재단이 설립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현재 준공률은 98%로 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곳은 백제시대부터 온천이 있다고 해서 마을 이름이 온천리로 불리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환호했다. 이들은 “캥거루 온천랜드, 꼭 대박 날 것 같다” “캥거루 온천랜드 오픈하면 빨리 가족들과 체험하러 가고 싶다. 선한 기업이 선한 일만 하니까 정말 좋다. 우리 모두 워너비그룹을 응원한다” 등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당시 <일요시사> 단독 취재 결과, 워너비그룹이 언급했던 온천랜드의 주소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인 곳이었다. 공주시는 “캥거루 온천랜드를 개발 중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해당 장소는 야영장 시설사업으로 허가받아 공사 중”이라면서도 “온천 개발이 아닌 음용수를 위한 지하수 개발(관정 파기) 허가를 받았음을 안내해 드린다”고 답했다. 결국 워너비데이터㈜의 홍보 내용 자체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 거짓말로 회원을 유치하고 있었던 것이 드러난 셈이다. <일요시사>는 전화와 메일을 통해 수차례 워너비데이터㈜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단 한 차례도 응답을 받지 못했다. 이후 워너비데이터(주)로부터 아래와 같은 수상한(?) 메일이 날아왔다. “워너비 그룹 홍보팀에서 문의사항이 있어 실례를 무릅쓰고 연락드린다. 기자님께서 2023년 4월6일에 작성하신 저희 기업 관련 기사 잘 봤다. 연락드린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기자님께서 사실에 근거해 작성하신 기사 글에 관해 약간의 수정이 가능하신지 여쭙고 싶다”며 “우리 그룹 차원에서 <일요시사>를 통해 광고 진행이 가능한지 문의드리기 위해 연락했다. 기사 정정 요청이나 기사에 대한 반박을 하기 위해 연락을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며 광고 관련 부분을 편하게 생각해 주고 회신하길 부탁드린다.” ‘교회 목사’가 대표라고? 다단계 판매요건 100% 만족 <일요시사> 기사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워너비데이터㈜도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투자자들에게 계속 거짓으로 홍보했다. 특히, 서울 강남구 논현빌딩의 옥외광고를 통해 “<ABC> <FOX> <야후파이낸스> 외 370여개 전 세계 보도! <중앙일보> 외 100여개사 국내 언론 보도! 전 세계 사회적 가치 경영을 통한 전문 경영 확대 예고. WANNABE GROUP”이라고 광고했는데, 이마저도 전부 거짓말이었다. 실제로 <ABC> <FOX> <중앙일보>에는 워너비그룹의 사회적 가치 기사는 존재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중앙일보>는 워너비그룹 다단계 사기 의혹에 대한 기사를 냈다. 워너비그룹 홍보 기사가 실린 곳은 <중앙일보>가 아니라 <미주중앙일보>였는데, 이를 교묘하게 속인 것이다. 공정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워너비그룹㈜는 여전히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워너비그룹㈜의 전모 회장이 공정위 결정에 대해 반박 입장을 내놨다. 전 회장은 지난 2일, 공정위의 제재 결정이 나오자 회원들의 단체 메신저에 “공정위의 결정은 잘못이고 무의미하다”며 “변호사가 바로 이의신청을 넣었기에 3개월 안에 재심의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어 “경찰이 1년간 우리를 압수수색하는 등 모든 조사를 다 하고 있기에 공정위의 고발은 뒷북치기다. 공정위 심의는 행정소송서 뒤집히는 경우는 자주 일어난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경찰도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증거의 조합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한쪽 주장에만 맞아서는 증거가 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돈 안 주고 끝까지 발뺌 아울러 “합법적으로 틈틈이 수백억원을 배당받아 챙길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저는 재산도, 통장에 돈도 없고, 숨겨놓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 회장은 지난해 2월 금융감독원의 경고 이후에도 회원들에게 비슷한 해명을 내놨던 바 있다. <alswn@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시청역 7번 출구 앞 교차로서 16명의 사상자를 낸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는 사고 이후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급발진이 아니라는 정황만 계속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도 급발진일 확률은 매우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급발진 여부와 상관없이 운전자 A씨는 처벌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늦은 밤 시청역 교차로서 9명이 사망하고 7명이 다치는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말 급발진이 맞는지 의문이 들고 있다. 해당 사고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도 갈리고 있는 상황에 경찰의 차량 사고기록장치(EDR, Event Data Recoder) 분석 결과는 1~2개월 뒤에 나온다. 죽음의 역주행 지난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7번 출구 인근 교차로서 승용차가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 보행자들을 덮쳐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현장서 가해 차량 운전자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으며 ‘급발진’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27분께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을 빠져나온 제네시스 G80 차량이 일방통행인 4차선 도로(세종대로 18길)를 역주행하며 갑자기 튀어나왔다. 이 차량은 빠르게 달려 도로에 있던 BMW와 소나타 차량을 차례로 추돌한 후 횡단보도가 있는 인도 쪽으로 돌진해 신호를 기다리던 보행자들을 덮쳤다. 이후에도 100m가량 이동하다 건너편에 있는 시청역 12번 출구 앞에서야 멈춰 섰다. 역주행한 거리는 모두 200m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가해 차량인 제네시스 운전자 남성 A씨를 현장서 검거했으며 통증을 호소해 일단 병원으로 이송했다. 차량에 함께 타고 있던 운전자의 아내 60대 여성도 병원으로 이송됐다. 정용우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은 이날 현장 브리핑서 “운전자도 다쳤기 때문에 아직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며 “진술이 가능한 시점에 조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음주 여부에 대한 기초적인 조사를 했는데 음주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고 경위와 원인에 대해 운전자 진술과 CCTV, 블랙박스 등을 토대로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사고 경위에 대해 A씨와 그의 아내 B씨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사고 다음 날 <조선일보>와 인터뷰서 “호텔 행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차량 상태가 좀 이상했다”며 “내가 운전을 하기 때문에 이를 알아챌 수 있었다. 갑자기 튀어 나갔다”고 주장했다. 교차로서 9명 사망 7명 부상 커지는 의문, 밝혀지는 정황 게다가 A씨는 사고 이후 자신의 직장인 버스 운수업체 관계자에게 전화 걸어 “사고가 나서 이튿날(2일) 출근을 못 할 것 같다”고 사정을 이야기하며 급발진에 대한 언급을 하기도 했다.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B씨도 “제동장치가 안 들은 것 같다”고 1차 진술 때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과장은 급발진에 대해 “현재까지 피의자 측 진술뿐”이라며 “추가 확인을 위해서 차량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감식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국과수 차량 감식 결과가 사고 원인 규명과 급발진 여부를 파악할 열쇠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과수의 차량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에는 통상적으로 1∼2개월가량 소요된다. 이 때문에 급발진이 맞는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 커지고 있다. EDR은 사고 직전 5초간 차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기록하는 장치다. 급발진으로 브레이크가 듣지 않고 급가속하면, EDR에는 차량 가속페달이 조작되고 브레이크가 조작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운전자가 직접 밟았는지 아닌지는 판단할 수 없다. 목격자 증언과 주변 폐쇄회로(CCTV) 정황으로는 급발진이 아니라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인근 상인들은 “웨스틴조선호텔서 나오면 자연스레 우회전할 수밖에 없는 도로 구조”라며 “길 건너편으로 역주행하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부 목격자들은 급발진 차량 특유의 회피 동작 징후를 보이지 않고 횡단보도로 돌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급발진 사고는 대체로 차량이나 사람을 치지 않으려는 회피 동작을 하는데 가해 차량에서는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1~2달 뒤 EDR 발표 CCTV서 가해 차량은 뭔가에 추돌한 후 멈춘 것이 아니라 사람을 친 후 스스로 멈추는 장면도 포착됐다. 사고 목격자 C씨도 “급발진할 때는 발진이 끝날 때까지 박아야 했는데 그 자리서 딱 멈췄다”고 주장했다. 또 주변 CCTV를 분석한 결과 사고 차량이 역주행할 때 보조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장치를 거치지 않고 브레이크와 바로 연결된 브레이크등은 페달을 밟으면 바로 점등되는 구조여서 급발진과 오조작을 간접적으로 증명할 유용한 방법으로 꼽힌다. 보통 브레이크를 밟으면 브레이크등(후미등)과 보조브레이크등이 모두 켜진다. 다만 후미등은 야간 주행 시에도 켜지기 때문에 감속했는지를 보려면 보조브레이크등의 점등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차씨의 차량은 호텔 주차장서 나와 역주행 후 사고로 이어지기까지 보조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자동차가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생기는 타이어의 미끄러진 흔적인 스키드마크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급발진이 아니라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당초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3일 오후 2시경 시청역 역주행 대형 교통사고와 관련해 2차 브리핑을 열었다. 당시 정 과장은 ‘현장서 스키드마크가 발견됐느냐’는 질문에 “(차량의)마지막 정차 지점과 사고 지점서 스키드마크를 확보했다”며 “스키드마크는 제동 장치가 작동해야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브리핑이 종료된 뒤 30분 만에 경찰은 발언을 뒤집었다. 노면에 남은 유류물 흔적을 스키드마크로 착각했다는 것이다. 당황한 목소리? 경찰은 “현장에 스키드마크는 아예 없었다”며 “(노면에 남은 타이어 자국은)유류물 흔적이며, 이는 부동액이나 엔진오일 냉각수가 흐르면 나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사고 지점서 교통섬 방향으로 기름이 묻은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타이어 자국이 남아있을 뿐, 스키드마크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키드마크는 자동차가 제동하기 전의 주행속도를 알 수 있는 등 교통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특히 이번 사고와 관련해 가해 차량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서 스키드마크는 제동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인데 스키드마크도 발견되지 않은 것이다. 가해 차량의 블랙박스에서는 통상 급발진일 때의 긴박한 오디오도 찾아볼 수 없었다. 통상 급발진 의심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에는 ‘차가 왜 이러느냐’ ‘멈출 수 없다. 어떻게 하냐’ 등처럼 운전자나 동승자의 당황한 목소리가 담긴다. 그런데 가해 차량의 블랙박스에선 이같은 음성이 들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B씨는 사고 직전까지 별다른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이를 두고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서 “급발진 여부를 판단하려면 오디오가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중요하다”며 “‘이 차 미쳤어’ 이런 생생한 오디오가 없으면 꽝”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정황에 전문가들도 사실상 급발진일 확률은 없다고 보고 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서 시청역 사고의 급발진 가능성을 묻는 말에 “일단 급발진 가능성은 저는 0%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염 교수는 “급발진은 급가속이 이뤄진 후 구조물을 추돌 또는 충돌하지 않는 이상 멈추지 않는다. 보통 급발진 차량들은 차량의 전자장치 이상으로 인해서 속도에 오히려 가속이 붙고, 속도가 줄어든다든지 운전자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다시 전환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영상을 봤는데(가해 차량이) 아주 속도를 서서히 낮춰서 정확하게 정지했던 장면이 보였다”고 말했다. 급발진 여부 놓고 갑론을박 홧김에? 고의 사고 의혹도 염 교수는 “(급발진의 경우)브레이크가 밟아지지 않아 제동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가속이 붙기 때문에 요리조리 차량과 보행자를 피하려다가 어떤 구조물에 받혀서 속도가 멈추는 상황(이 대부분)”이라며 “운전자가 주장하는 급발진이라고 가정을 한다면 차량이 아마 더 가속하고 더 나아갔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가능성이 있지만, 차량이 역주행 진입을 해버려 당황한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을 헷갈려서 과속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동승자와의 다툼으로 운전자가 홧김에(가속에) 들어가는 그런 경우들도 과거에 종종 있었기 때문에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급발진 여부 조사에)최소 일주일 이상 소요될 것”이라며 “급발진 차량 결함 여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2002년 한국 첫 자동차 정비 명장으로 선정된 박병일 박앤장기술로펌차량기술연구소 대표는 “사고 크기와 상태, 충격의 정도를 보면 급발진의 가능성이 꽤 높다”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급발진해 분당 회전수(RPM)가 급상승하면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량이 밀린다”며 “요즘 차량에 쓰이는 전자식 브레이크는 기계식처럼 작동하는 게 아니라 전자적 결함이 발생하면 브레이크가 강하게 듣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급발진이 아니라고 100% 장담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급발진은 전자제어의 이상으로 발생하는데, 이상이 발생했다가 충돌로 인해 없어질 수도 있다”며 “예전 사례를 보면 어딘가에 부딪친 뒤 급발진하는 차량도 있고, 그 반대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사고처럼 정지하는 모습은 급발진 가능성을 줄이는 것으로 운전자의 주장에는 매우 불리한 정황”이라고 덧붙였다. 한 누리꾼이 직장인 커뮤니티에 “부부싸움으로 인한 홧김 풀악셀 맞다. 호텔서부터 싸웠고, 호텔 CCTV에도 고스란히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찰서도(증거 CCTV 영상을) 가져갔다”고 적으면서 고의 사고 의혹도 불거졌다. 경찰은 부부가 사고 전 머물렀던 호텔서 싸우는 CCTV의 영상이 실제로 있는지 확인한다는 입장이다. 급부상한 부부싸움 정 과장은 고의사고 의혹에 대해 지난 3일 브리핑서 “시청 교차로 교통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구체적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며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확인되지 않은 내용의 보도로 사실 왜곡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유의 부탁드린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은 법원서 기각됐다. 경찰에 따르면 법원은 “(피의자가)출석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있다거나 체포의 필요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A씨가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으며 경찰의 근거리 신변 보호를 받는 점 등을 들어 체포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kcj5121@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2기 체제’ 모집 마감이 임박했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민주당을 뒤덮으면서 최고위원직이라도 거머쥐기 위한 경쟁이 박 터지는 모양새다.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친명(친 이재명)보다 더 진한 찐명(진짜 친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지난달 24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사퇴의 뜻을 밝혔다. 이날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의례적인 당원의 축제가 아니라 희망을 잃어버린 국민께 새로운 희망을 만들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중요한 모멘텀이 돼야 한다”며 “길지 않게 고민해서 저의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하나 마나 전대 초읽기 이 전 대표가 사퇴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같은 달 28일, 민주당은 전당대회 룰 손질에 나섰다. 민주당 전당준비위원회(이하 전준위)는 중앙위원 70%, 국민여론조사 30%로 산출되던 기존 당 대표 예비경선을 ▲중앙위원 50% ▲권리당원 25% ▲국민 25%로 조정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최고위원 예비경선 역시 기존 중앙위원 100%서 ▲중앙위원 50% ▲권리당원 50%로 결정됐다. 이 밖에도 당원의 투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 대의원 투표를 시행키로 했으며 동점자가 나오면 권리당원 득표율이 가장 높은 후보를 선출하겠다고 밝혔다. 최고위원회는 지난 1일 이를 바탕으로 당대표 및 최고위원 본·경선 투표 반영 비율을 ▲대의원 14% ▲권리당원 56%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로 의결했다. 해당 안건은 같은 날 당무위원회서 최종 확정됐다. 다만 이 전 대표의 단독 출마에 대비한 룰은 논의되지 않았다. 섣부르게 단독 입후보로 결론 내는 건 당 차원서 부담스러울 뿐더러 타 후보의 출마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와 관련해 전준위는 후보 등록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도 본격적으로 가동하면서 전당대회 분위기가 무르익었지만 이 전 대표는 여전히 출마 시점을 고민하고 있다. 중도층을 포섭하기 위해 자신의 연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희석하면서도 민생에 초점을 맞춘 메시지를 다듬는 중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고심을 거듭하는 사이 새로운 대항마가 세워졌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5선 이인영 의원이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짐작했지만 결국 불출마로 가닥이 잡혔다. 또다시 이 전 대표 일극 체제로 굳어지나 싶더니 이번엔 ‘친문(친 문재인)계’ 김두관 전 의원이 확고한 출마 의지를 밝히면서 양대 산맥이 우뚝 세워졌다. 김두관, 막판 등장에 관심 ‘쑥’ ‘어대명 불패’ 깨질까 노심초사 김 전 의원의 출마를 둘러싸고 당의 분위기가 갈렸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 인터뷰서 “김두관 전 의원이(출마를) 검토를 한다더라”며 “어제 통화해서 ‘안 나오는 게 좋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어차피 이 전 대표는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고, 우리 민주당의 절체절명의 목표인 정권교체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가장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며 “2년 내내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최종 선택은 김 전 의원의 몫이라고 덧붙였지만, 이 전 대표 추대론이라는 암묵적 여론을 우회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김 전 의원의 출마가 이 전 대표 일극 체제라는 프레임을 깨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서 이 전 대표를 꺾고 당 대표직에 오를 가능성은 희박하다. 당내 잠룡으로 거론됐던 이들이 국회의장이나 원내대표 등으로 일찌감치 눈을 돌린 이유다. 이렇듯 당 대표를 향한 허들이 높아지자 당의 쟁쟁한 후보군이 최고위원직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민주당 전당대회의 스포트라이트가 이 전 대표에게로 쏠려 흥행에 실패할 것이란 지적이 나왔지만 친명을 넘어 찐명을 가리기 위한 최고위원 후보들의 경쟁이 새로운 관전 포인트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전당대회서 민주당은 최고위원 5명을 선출한다. 후보자가 9명 이상일 경우 오는 14일 예비경선을 통해 최종 8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이는 강선우 의원이다. 강 의원은 지난 21대 국회서 당 대변인을 지낸 신친명(새로운 친명계)로 이번 총선서 재선에 성공했다. 강 의원은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며 최고위원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다시 이 대표로 돌아와야 한다”며 “그 길 위에서 우리 당 최고위원 후보로 이 대표의 곁을 지키겠다”고 소리 높였다. 유턴 없는 슈퍼레이스 강 의원은 총선 압승을 이유로 “어대명이 아니라 당대명(당연히 대표는 이재명)”이라며 “이 대표 연임은 당원의 명령이다. 깨어 있는 당원의 조직된 힘으로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날 재선인 김병주 의원 역시 “이 대표와 함께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고 지켜내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1일에도 친명 타이틀을 내건 이들이 속속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초선 이성윤 의원과 ‘후방 저격수’로 불리는 재선 한준호 의원, 그리고 4선인 김민석 의원이 출마 대열에 합류했다. 이 의원은 “윤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같은 반 같은 조에서 공부한 동기”라며 “그가 거친 성정으로 인권을 짓밟으며, 사냥하듯 수사하는 무도한 수사 방식을 오랫동안 지켜봤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최고위원이 돼 윤석열 용산 대통령과 외나무다리서 제대로 한번 맞짱 뜨겠다”며 “‘민심동일체’가 돼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고 ‘당원동일체’가 돼 당원들의 목소리를 크게 내겠다”고 강조했다. 한 의원은 “이제 후방 저격수가 아닌 선봉장이 돼야 할 때”라며 “언론개혁을 비롯한 모든 개혁의 선봉에 서는 최고위원이 되겠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강 의원과 마찬가지로 신친명계 인사다. 김 의원도 “민심의 지원과 강력한 대선주자를 가진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본격적 집권 준비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당 대표와 협력해 집권 준비를 담당할 집권플랜 본부장도 선택해 달라”고 설득했다. 민주연구원장을 지낸 김 의원은 이 전 대표 체제 당시 정책위의장을 맡았다. 지난 총선에선 상황실장을 맡아 선거를 이끌었으며 이 전 대표의 ‘러닝메이트’로 거론된 바 있다. 이언주 의원도 지난 7일 “‘민주 보수’까지의 외연 확장에 가장 확실히 도움이 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원외에서는 ▲정봉주 전 의원 ▲김지호 상근부대변인 ▲최대호 안양시장 ▲박완희 청주시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원내 인사와 마찬가지로 이들 또한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정권 교체에 앞장서겠다” “이 전 대표를 지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친명, 찐명, 신친명 모두 다른 듯 비슷한 말”이라면서도 “아무래도 같은 단어로 묶일 때 유대감이 돈독해지지 않겠느냐. 새로운 지도부가 출범되면 이재명 체제 2기 멤버들이 또 새로운 이름으로 똘똘 뭉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건은 표를 쥔 권리당원과 중앙위원를 동시에 사로잡는 것이다. 예비경선을 거칠 경우 권리당원 비중이 50%로 커진 만큼 두 집단을 사로잡을 균형 있는 메시지를 내야 하는 셈이다. 존재감 키우기 지금까지 출마 의지를 밝힌 후보들은 모두 ‘이재명 원팀’을 외치고 나섰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4명의 후보가 각축을 벌이는 만큼 최고위원 후보군도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전 대표 1인 체제로 꾸려지는 지도부다 보니 한쪽으로 목소리가 쏠릴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렇듯 여의도 안팎을 막론하고 너도나도 원조 ‘찐명’을 자처하다 보니 당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잘하는 건 당연한 이야기고 못하는 건 모두 이 전 대표와 한 배를 탄 이들이 독박 쓰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지금 정부여당이 하는 일을 봤을 때 당분간은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얻는 구조로 이어지겠지만, 여의도는 한 시간마다 의제가 바뀌는 만큼 언제 민심이 뒤집힐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찐명을 가르기 위해서는 중앙위원의 표심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모든 후보가 친명을 자처하는 상황서 권리당원의 주목을 받는 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주요 당직자와 단체장 출신 인사로 꾸려진 중앙위원회가 어디에 힘을 싣느냐에 따라 결과가 뒤집힐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번 전당대회서 원내 후보가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지만 반대로 중앙위원과 친밀감을 쌓아온 단체장 등 원외의 숨은 잠룡이 호재를 거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렇다 보니 친명 마케팅에 치중한 나머지 후보들의 발언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걸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명 수호대’라는 비판이 나와도 친명 타이틀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서 명심(이재명의 마음) 경쟁에 대해 “최고위원 선거 전략상 필요한 부분”이라며 “굳이 안 할 이유도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하다는 비판이 있지만 남들 다 하는데 안 할 이유도 없으니 그냥 선거운동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야권의 한 관계자 역시 “최고위원 후보들의 친명 마케팅이 무조건 비판받아야 할 건 아니다”라며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이 두들겨서 커진 세력이다. 민주당을 지키기 위한(후보들의) 자발적인 선택인 만큼 이해할 부분도 있다”고 평가했다. 당원만 잡으면 반은 먹고 들어간다? “중앙위가 ‘찐명력’ 가를 바로미터” 다만 이 관계자는 “가끔 ‘짭명(가짜 친명)’이라는 단어가 보이는데 친명의 척도는 대체 어떻게 구분 짓겠다는 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결국 목소리가 큰 사람이 주목을 받는다.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당 대표 후보보다는 최고위원 후보들의 메시지는 더욱 날카로워질 것”이라며 최고위원에 출마한 김병주 의원을 예시로 들었다. 지난 2일 김 의원은 논평에 ‘한·미·일 동맹’이란 표현을 쓴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정신이 나갔다”고 비판해 논란이 불거졌다. 이날 김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 자리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한·미·일 동맹이 가능하다고 보느냐, 특히 일본과 동맹”이라고 묻자 한 총리는 “지금 얘기할 것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이에 김 의원은 “그런데도 여기 웃고 계시는 정신 나간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논평서 한·미·일 동맹이라고 표현을 했다”며 비판했고 곧바로 국민의힘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여권에서는 김 의원의 발언을 두고 “정신장애인을 비하하고, 차별을 조장하는 표현”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라디오를 통해 “한국과 일본이 어떻게 동맹을 맺나”라며 “이런 단어를 쓴 국민의힘이 사과해야지, 왜 내가 사과를 하느냐”고 반박했다. 최고위원 후보자로서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려 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안보 전문가로서, 육군 대장 출신으로서 국가 안위를 걱정하는 사람으로서 목청을 높였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김 의원은 “최고위원 선거에 국민의힘이 도와준 꼴”이라며 논란에 기름을 부은 건 국민의힘이라고 말했다. 역시나 최고위원 출사표를 던진 정봉주 의원은 해당 사안에 대해 “(국민의힘이)정신 나갔다고 하는 것이 맞지, 박수라도 보내란 말인가”라며 “그래서 윤석열정부는 탄핵돼야 하고 국민의힘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 전 대표 일극 체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실제 친명으로 묶을 수 있는 세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소식에 밝은 한 야권 관계자는 “초선 의원을 친명으로 분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인재 영입으로 들어온 비례대표 일부나 이 전 대표와 호흡을 맞춰왔던 원외 인사만 친명인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알고 보면 신기루? 아무리 이 전 대표가 추대되고 친명 일색으로 지도부가 꾸려져도 비명(비 이재명)계가 우려하던 ‘이재명 사당화’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적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초선이 60명이다. 이 중에서는 이미 잔뼈가 굵어진 채로 여의도에 입성하거나 자신만의 신념이 견고한 분도 계신다”며 “언론은 마치 민주당 의원 175명이 전부 친명인 것처럼 표현하는데 사실 이 전 대표의 그림자로 가릴 수 있는 부분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커지는 개딸 입김 ‘원조 찐명’으로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서 개딸의 지지를 한 몸에 받았던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이번에는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1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서 국민의힘에 맞서지 않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다. 이날을 기점으로 이 전 대표의 온라인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는 “운영위 생방송 보는데 박찬대 답답하네” “법사위 정청래가 사이다” 등의 게시글이 작성됐다. 한때 지지했던 이에 대한 날 선 비판도 서슴지 않자 일각에서는 강성 지지층이 혐오 국회를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