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0.25 11:22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선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가 처가 일가인 ‘유창’ 기업집단의 비위 행각이 드러나자,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유창에 속한 회사들은 최근 10년간 발생한 산재사고로 산재보험료를 37건 지급했다. 액수로는 총 13억5000만원에 이른다. 이 밖에 ‘일감 몰아주기’ ‘임금체불’ 등 다량의 불법을 자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선 강 후보가 국세청장 취임 시 이해충돌 소지가 다분하다고 봤다. 특히, 처가인 ㈜유창 일가에 대한 세정이 정확하고 공정하게 이뤄졌는지 감사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유창은 강 후보 처가인 조모 일가의 기업집단이다. 최소 5개 법인을 소유하고, 아내 조씨는 해당 법인 중 4개 법인에 등기임원이다. 강 후보의 장인과 처남은 대표이사와 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산재사고에 건축법 위반 강 후보를 둘러싼 후보 검증 허들은 다양하다. 그가 과거 작성한 논문에 대한 5·18 역사 왜곡, ‘전두환·노태우 비자금’에 대한 세무당국 재조사 및 과세 가능성 등이 인사청문회서 거론됐다.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는 지난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서 열린 인사청문회서 줄곧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이날 쟁점은 강 후보의 처가가 운영하는 연 매출 8000억원대 규모의 기업집단인 유창 관련 ‘사위 찬스’ 여부 등이었다. 이날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강 후보의 처가 기업집단의 각종 불법 사항을 언급하면서, 국세청이 추진 중인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허점을 지적했다. 천 의원은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건실한 중소·중견기업의 사업 연속성을 보장해 주면서, 산업의 활력을 제고해주자는 취지”라며 “현행 상속세법 중에 조세포탈이나 회계부정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는 기업들은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결격사유로 돼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유창의 사례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유창 기업집단서 산재 사건이 37건이나 터졌고, 5년 동안 임금체불 신고 건수가 245건, 부당해고 신고가 23건, 직장 내 괴롭힘 건수가 9건, 직장 내 성희롱 건수가 4건이나 된다”며 “다수 근로관계법 위반이 있는 기업에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적합한가”라고 따졌다.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던 강 후보는 “직접 경영에 관여하지 않지만,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천 의원은 “‘유창이엔씨’는 가업상속공제 대상이 될 수 있는 기업”이라며 “만약 공제받게 되면 금액만 최소 400억 이상 추정된다. 비록 처가 회사 집단이지만, 이해상충 우려 없이 제대로 정책 수립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강 후보의 배우자 조씨 일가가 운영하는 ㈜유창 계열 기업집단의 지난해 매출액은 8257억원이었고 자산 총액은 5144억 규모로 확인됐다. 사내이사로 등록된 강 후보의 아내 조씨는 억대 연봉을 받아왔다. 일감 몰아주기, 임금체불··· 작년 매출 8257억 유창그룹 강 후보가 국세청장으로 취임하면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천 의원 측이 지난 7일 법인 등기부등본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을 분석한 결과, 조씨는 유창기업과 유창금속의 사내이사로, 유창엠앤씨와 유창이앤씨에는 감사로 등록했다. 문제는 강 후보의 처가와 그들이 운영하는 법인이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상 사적 이해관계자에 해당하고, 강 후보가 조세 등의 조사·부과·징수 같은 제재적 처분에 관계되는 직무의 최고책임자 자리에 오를 예정이라는 사실이다. 이해충돌 방지법에 따라 법 적용 대상인 공직자는 일반적으로 소속 기관장에게 사적 이해관계자의 신고 및 회피·기피 신청을 해야 한다. 그러나 국세청장은 본인이 기관장이기에 회피·기피에 대한 셀프 의사결정을 하거나 하급자인 부기관장이 대리해야 한다. 천 의원은 “국세청장에 취임할 경우 처가 관련 처분 시 실효성 있는 이해충돌 방지가 가능하겠나”라며 “강 후보 스스로 이해충돌 방지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 후보가 처가와 업무상 선을 그었던 것과 반대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 후보가 납세 관련 부서에 재직할 당시 장인과 처남이 모범납세자로 선정돼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되면서다. 천 의원이 지난 12일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강 후보가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으로 재직하던 2020년 3월 국세청은 ㈜유창에 모범납세자 장관 표창을 수여했다. 해당 업체엔 강 후보의 장인과 처남이 공동대표, 강 후보의 배우자가 사내이사로 재직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강 후보가 법인납세국장으로 재직 중이던 2021년 3월에는 ㈜유창강건이 모범납세자 세무서장상을 받았다. 의원들 맹공격 이 업체도 강 후보 처남이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모범납세자로 선정될 경우 3년간 세무조사 유예, 인천국제공항 비즈니스센터 이용, 철도 운임 할인 등 여러 혜택을 받게 된다. 천 의원은 해당 업체들이 모범납세자로 선정된 시기에 강 후보가 납세 담당 부서를 총괄한 만큼, 장인과 처남이 각종 혜택을 얻기 위해 ‘사위 찬스’를 쓴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천 의원은 “국세청 징세법무국과 법인납세국은 대한민국의 수많은 기업·개인의 납세의무 준수를 총괄하는 국세청의 실세 부서 중 하나”라며 “처가 일가가 모범납세자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것에 후보의 이해충돌 소지가 없는지 청문회 과정을 통해 엄중히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선 ㈜유창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불거졌다. 유창그룹의 24개 계열사 중 2곳에서 내부거래를 통한 오너 일가 사익 편취 이슈가 제기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의원실에 따르면, 유창그룹 계열사인 유창엠앤씨와 로뎀코퍼레이션서 과도한 수준의 일감 몰아주기가 이뤄졌다. 강 후보의 처남 조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모듈러 제작기업인 유창엠앤씨의 지난해 503억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93.7%에 해당하는 471억5200만원이 그룹 계열사인 유창이앤씨·송천이앤씨 등과의 거래서 발생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전체 매출의 50%를 넘기면 일감 몰아주기로 보고, 증여세를 내야 한다. 유창그룹 일가는 유창엠앤씨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유창엠앤씨가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수익이 강 후보 처가 일가로 흘러가는 구조인 셈이다. 또 다른 처가 일가 기업인 건축자재 생산업체 로뎀코퍼레이션은 지난해 매출 41억6200만원 중 58.7%에 해당하는 24억4200만원을 내부거래로 채웠다. 중소기업의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전체 매출의 50%를 넘기면 일감 몰아주기로 증여세를 내야 한다. 다만 국세청은 유창그룹이 내부거래 과정서 증여세를 납부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불거진 정치색 유창 사내이사와 유창엠앤씨·유창이앤씨의 감사로 재직하며 억대 연봉을 받아온 강 후보의 배우자는 지난해 일감 몰아주기로 증여세를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 후보는 ‘최근 5년간 후보 및 배우자의 상속증여세 납부 내역’ 요구에 지난해 자신의 배우자가 일감 몰아주기 증여이익 과세요건이 발생해 증여세 35만6000원을 납부했다고 밝혔다. 강 후보는 청문회서 “배우자는 주식회사 유창과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의 주주로서 일감 몰아주기 관련 증여세를 세법에 따라 성실하게 납부했다”면서도 “처가 쪽 기업 경영에 관하여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향후 처가 회사와 관련된 모든 업무에 대해선 “회피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강 후보 검증 과정서 유창이앤씨가 사용 미승인 공장에 원자재 및 컨테이너를 방치하는 등 건축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사실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인천 연수을)에 따르면, 지난 2월 당진시는 유창이앤씨를 건축법 위반으로 고발 조치했다. 지난 2월26일, 당진시는 석문면 인근 주민으로부터 ‘유창이앤씨 공장 신축공사에 따른 통행 불편 및 불법 행위 확인’이라는 제목의 민원을 접수했다. 해당 민원에는 유창이앤씨가 공장 주변 도로 위에 물건을 적치하고, 사용 미승인 공장 내에 물건을 반입 및 제작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에 당진시는 2월28일, 사용승인을 받지 않은 대지와 건축물 내부에 공장 운영을 위한 원자재가 반입돼있음을 확인하고, 건축법 제22조에 따라 건축물 사용이 불가하다는 원상회복 통지서를 유창이앤씨에 보냈다. 그러나 유창이앤씨가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자, 당진시는 3월15일 건축법 위반으로 고발 조치했다. 유창이앤씨는 시정조치 명령을 받은 지 70일 후 원상회복 조치를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문회에선 강 후보의 정치 성향 문제도 거론됐다. 강 후보는 청문회서 과거 석사학위 논문에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 사태’로, 신군부의 군사 쿠데타를 ‘12·12 거사’로 표현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취임 시 이해충돌 소지 다분” “과연 공정한 과세 가능할까?” 강 후보는 이날 부적절한 역사 인식 논란에 대해 “생각이 짧았고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후보는 1995년 석사학위 논문 ‘우리나라 현대 국무총리와 정치적 위상에 관한 연구’서 ‘광주사태’와 ‘12·12 거사’란 표현을 써 논란을 낳았다. 그는 “당시 참고 문헌과 언론 기사에 사용됐던 표현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라며 “대학원생 시절에 큰 성찰 없이 작성했던 표현으로 가슴을 아프게 한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어 “5·18 민주화운동이 얼마나 가슴 아픈 사건이고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초석을 놓는 숭고한 사건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강 후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과정서 새롭게 드러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의 증여세 과세 여부에 대해서도 “시효가 남아있고 확인만 된다면 당연히 과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후보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과정서 드러난 900억원대 자금의 과세 여부를 묻는 말에 “시효나 관련 법령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시효·법령 등에 문제가 없고 900억원대의 자금이 6공화국의 불법 통치자금이 맞는다면 과세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최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다. 노 관장 측은 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근거로 1990년대 초 선경(SK) 측에 300억원이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돈을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했다. 결국 이 ‘300억원’은 1조3800억원에 달하는 재산분할을 결정하는 핵심 근거가 됐다. 김 여사의 메모에는 ‘선경’ 꼬리표가 달린 300억원 외에 가족 등에게 각각 배정된 604억원이 더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904억원이 메모지 한 장을 통해 30여년 만에 수면 위로 드러난 셈이다. 메모에 기재된 자금이 불법 비자금으로 확인될 경우 증여세 등 징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부과제척기간’이 남았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국세기본법에 따라 납세자가 부정행위로 상속·증여세를 포탈한 경우 해당 재산의 상속·증여가 있음을 안 날부터 1년 이내에 과세할 수 있다. 얼굴을 붉히다 과세 당국이 노 관장 측이 주장한 ‘자금 메모’를 인지한 시점, 즉 2심 판결일(지난 5월30일)을 ‘상속·증여가 있음을 안 날’로 보면 징수권 행사가 가능한 셈이다. 만약 당국이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904억원에 대해 과세 절차에 착수할 경우,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비자금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다. 구체적인 비자금 규모가 확인되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 결과에도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smk1@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상설특검법’을 쏘아 올리자 국민의힘이 꿈틀했다. 예상하지 못한 지점은 아니었지만 막상 코앞에 닥치니 막아낼 묘수가 없다. 범야권은 한발 물러선 채 여론의 흐름을 살피고 있다. 상설특검법이 새로운 변수가 될지 이목이 쏠린다. 채 상병 특검법을 놓고 여야가 연일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야당이 본회의서 특검법을 단독 의결하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무한 굴레에 빠진 형국이다. 심지어 채 상병 순직 1주기를 앞두고도 거부권을 집어 들자 야당은 크게 반발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서 ‘상설특검법’이라는 새로운 의제가 툭 튀어나왔다. 최후 카드 만지작∼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두 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 민주당 등 야당이 국회 본회의서 특검법을 단독으로 통과시킨 지 사흘 만이다. 앞서 대통령 측은 특검법에 대한 거부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혀왔던 만큼 거부권은 예상된 결과였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날 대통령실은 공지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의 국무회의서 의결된 ‘순직 해병 특검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어제(8일) 발표된 경찰 수사 결과로 실체적 진실과 책임 소재가 밝혀진 상황서 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순직 해병 특검법은 철회돼야 한다”며 “나라의 부름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다가 사망한 해병의 안타까운 순직을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악용하는 일도 더는 없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오전에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서 정부 입장을 재차 확인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두 번째로 제시한 채 상병 특검법은 기존 특검법보다 독소 조항이 많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해당 특검법은 ▲기한 내 미 임명 시 임명 간주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한 공소 취소 권한 행사를 규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는 이 내용이 형사법 체계의 근간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특별검사의 수사 대상과 기간 등이 확대된 점도 지적했다. “위헌에 위헌을 더한 특검법은 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한 국무총리의 설명에도 두 번째 거부권이 불러온 후폭풍은 거셌다. 특히 채 상병 순직 1주기를 약 열흘 앞두고 있던 터라 민심이 더욱 크게 요동쳤다는 평도 나온다. 다시 국회로 돌아온 특검법은 재표결을 앞두고 있다. 그 시점을 놓고 여야가 눈치싸움에 돌입한 가운데 민주당 해병대원사망사건진상규명TF 단장인 박주민 의원이 ‘상설특검법’을 언급하면서 특검법을 둘러싼 변화의 기류가 포착됐다. 박 의원은 지난 12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앞으로도)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텐데(박 의원께서는) ‘이를 막을 방법이 없는 건 아니’라고 말하셨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상설특검법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순직 1주기 앞두고 날아든 ‘거부권’ 들끓는 야당 “상설특검법만이 방법” 박 의원은 “넓게 공유된 사안은 아니다”라면서도 “상설특검법은 현재 있는 법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특검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에 있어 독립적 특검을 만들기 어렵다고 하지만 복합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을 붙이면 쓸 만한 특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거부권으로 인해 채 상병 특검법이 제자리만 맴도는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상설특검법을 꺼내 들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같은 라디오에 출연해 “상설특검법을 통해 이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며 “반드시 추진해서(채 상병 특검법과) 투트랙으로 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법사위 소속의 같은 당 박지원 의원도 한 라디오를 통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야당은 방법이 없다. 상설특검으로 가야 한다”며 “국회 몫 추천 위원은 제1당인 민주당이(모두)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상설특검법이 화두에 오른 이유는 헌법으로 명시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무력화하는 특수성 때문이다. 상설특검법은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으로 2014년 도입됐다. 이는 법무부 장관이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거나 국회가 요청할 경우 가동된다. 즉, 민주당이 현재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만큼 야당의 뜻대로 특검을 도입할 수 있다. 실제 상설특검법은 앞서 박근혜정부서 발생한 세월호 참사 때 가동되기도 했다. 당시 앞장서서 상설특검법을 주장한 사람도 박 의원이었다. 상설특검법은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협호사협회 회장과 국회 추천 4명을 포함한 7명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가 과반 의결로 특검 후보자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게 돼있다. 대통령은 그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해야 한다. 거부권 뚫을 강력한 창 쟁점은 국회 추천 몫인 4명이다. 국회 추천은 국회 제1·2 교섭단체가 맡는다. 즉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2명씩을 추천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특검 논의를 본격적으로 착수할 경우 국회 추천 4명 중 야당 몫을 늘리는 국회 규칙안 개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이 개정안을 밀어붙인다면 사실상 국민의힘에서는 손을 쓸 방법이 없다. 국회 규칙은 본회의 의결로 제·개정할 수 있으며 소관 상임위인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와 법사위 위원장 모두 민주당의 몫이기 때문이다. 거부권을 비껴갈 수 있는 상설특검법이 장점만 지닌 건 아니다. 박 의원은 짧은 활동 기간과 축소된 파견 검사 수를 단점으로 꼽았다. 우선 일반 특검법으로 특검을 꾸리면 활동 기간은 120일로 약 넉 달이 주어지지만 상설특검법은 이보다 열흘이 줄어든 110일간만 활동할 수 있다. 게다가 개별적인 특검법으로는 파견 검사를 20명까지 확보할 수 있지만 상설특검법은 고작 5명으로 크게 차이가 난다. 박 의원은 “민주당이 발의하고 통과시키려고 했던 특검이 안 된다면 어쩔 수 없이 이 방법(상설특검)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이를 투트랙으로 갈지, 혹은 선후관계를 정할지에 대해 판단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특히 특검 추천 위원 4명을 모두 야당 몫으로 추천하는 개정안에 대해 헌법을 무시하고 법치를 파괴하는 삼권분립 부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과거 독일을 패망의 길로 몰고 간 나치식 일당 독재와 같다”며 “(민주당은)매일 이런 식으로 법망을 요리조리 피하는 꼼수 연구에만 혈안이 된 집단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같은 당 배준영 원내 수석부대표는 추천 위원 개정안을 놓고 “이재명 전 대표에 대한 4건 재판의 재판장을 검찰서 추천하면 받으시겠느냐? 한일 축구전을 하는데, 일본서만 추천한 주심을 인정하겠느냐”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지금 특검법이 정부에 의해 재의 요구가 되고 결국 부결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야당만 특검을 추천할 수 있다는 불공정한 위헌적 조항 때문”이라고 말했다. 눈치만 살살 물밑 탐색전 상설특검법을 놓고 야권서도 여러 갈래의 해석이 나왔다. 채 상병 특검법 통과에는 이견이 없으나 재표결을 앞둔 만큼 특수한 상황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에서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상설특검법은)국회 규칙을 개정해야 하는데 국민의힘에서는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하고,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지 않는 지연수를 쓸 우려가 있다”며 “민주당 주도로 국회 규칙을 개정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선 “혁신당은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 부결 시 윤 대통령을 수사 대상으로 하는 ‘윤석열 특검법’을 추진하고 있다”며 “(상설특검법에 대해)당 차원서 논의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다른 라디오 인터뷰서 “상설특검법 제도를 설계한 사람도 지금처럼 범야권이 190석에 달하는 상황서 특검이 활용되는 건 상상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실제로 가동되면 검찰청이 여러 개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상설특검법에 대한 부분도 실제 가동되기 전 우리가 제도적으로 한 번 정비를 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미래도 다소 회의적인 입장이다. 새로운미래 전병헌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채 상병 특검법이 필요하다는 압도적인 국민의 여론이 있는데(윤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무력화시키니 상설특검법이 거론되는 상황”이라며 “이는 변형된 형태의 반격이다. 국민이 보기에 민주당이나 정부여당이나 둘 다 좋지 않은 모습”이라고 짚었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우선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하는 건 변함이 없고, 만일 그러지 못했을 때(상설특검법을) 또 다른 출구 전략으로 고민해볼 수 있다”며 “상설특검법은 수사 기간이나 규모에 한계가 있지만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하나의 방법으로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아직은…’ 한발 물러선 범야 재표결서 나올 이탈표 분수령 상설특검법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야권 관계자는 “상설특검법 말고는 돌파구가 없다. 현재 상황이 고착돼 한 발자국도 못 나아가는 느낌”이라며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하는 건 당연하다. 이번 재표결서 200석 찬성표가 나오는 게 가장 깔끔한데 현재 상황으로서는 알 수 없다. 무기명 투표인 만큼 국민의힘 의원들이 소신껏 표를 던지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야권 의원실 관계자 역시 “(박주민 의원이)라디오서 스치듯 언급했는데도 국민의힘에서는 난리가 났다. 상설특검법이 정곡을 찔렀다는 뜻”이라며 “아직은 상황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의원들이 각자 나서서 찬반 의견을 주장하긴 어렵다. 민주당서도 아직 당론으로 정하지 않은 만큼 의원실서도 민심을 확인하고 올라탈지 말지 고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은 누구보다도 신중하게 여론 추이를 살피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취재진들을 만나 상설특검법에 대해 “지금 (채 상병)특검법 재의결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금 검토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박 의원실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상설특검법은 원래 있던 법인 만큼 아이디어 차원서 이야기했을 뿐 당장 추진하겠다는 건 아니다”라며 “박 의원은 세월호 특검법을 주도했던 만큼 상설특검법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렇다 보니 인터뷰 중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채 상병 특검법)재표결을 앞두고 있다. 이를 통과시키는 게 1순위고 ‘정 안 되면 이런 방법을 써서라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 같다”고 밝혔다. 결국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 결과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92석을 확보한 야당은 8표 이상의 국민의힘 이탈표를 노리고 있다. 당초 민주당은 채 상병 순직 1주기인 지난 19일 이전에 본회의를 열고 재표결을 추진할 방침이었지만 각종 청문회 등으로 국회가 어수선해 25일로 미루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는 오는 23일 치러지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직후다. 선거 과정서 발생한 파열음이 채 가시기 전 투표를 붙여 이탈표를 포함한 200석을 확보하겠단 방침이다. 다만 재표결 시기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실제 재표결 시기는 이보다 더 미뤄질 가능성이 제시된다. 아직은 열린 결말 윤 대통령은 채 상병 순직 1주기를 앞두고도 거부권을 행사했다. 야권에서는 민주당이 새로운 특검을 꺼내들 명분을 충족시켰다 해석이 나온다. 여권은 의회 폭주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이번 재표결서 부결로 막을 내린다면 민심의 풍향계가 어느 쪽을 향할지 알 수 없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곳곳에서는 “아직은 판단하긴 이르다”면서도 가능성을 꽉 닫아놓진 않았다. 채 상병 순직 사건을 둘러싼 각종 청문회와 정부여당의 대응이 ‘상설특검법 트리거’가 될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다른 변수' 아군인가 적군인가 국민의힘 한동훈 당 대표 후보가 채 상병 특검법 정면 돌파를 예고했다. 한 후보가 주장하는 방식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특검법 대신 공정한 결정을 담보할 수 있는 제3자가 특검을 선정하는 걸 골자로 한다.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 재추진을 앞두고 한 후보가 주장한 제3자 특검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상황에 따라 상설특검법과 제3자 특검법을 놓고 저울질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박>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년 전 국방부 조사본부 발표와 다를 바가 없었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혐의에 대한 이야기다. 경북경찰청이 1년 동안 수사한 후 직권남용죄와 업무상과실치사죄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법조계와 사건 관계인들은 해당 수사에 모순이 있다고 입을 모으는 상황이다. 경찰이 약 1년 만에 채 상병 사망사고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와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무혐의로 판단했다. 인과관계에 대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북경찰청 결과 발표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지난 8일, 채 상병 사망사고와 관련해 임 전 사단장 등 9명을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수사한 결과 “A 여단장 등 현장 지휘관 6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송치하고, 임 전 사단장 등 3명에 대해서는 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워 불송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초 수중수색은 소방이, 수변수색은 군이 담당하기로 합의된 것으로 확인됐다. 군은 물속에 들어가 수색하지 않기로 정한 것이다. 하지만 사고 전날 11포병 대대장(최모 중령)은 소방 측 현장 책임자로부터 ‘수변 아래 정찰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를 보고 받은 7여단장은 ‘장화 깊이까지 들어갈 것’ ‘위험한 구간은 도로정찰할 것’을 지시했다. 그럼에도 이후 당시 자체 결산 회의를 주재했던 11포병 대대장이 “우리 포병은 허리 아래까지 들어간다. 다 승인받았다”고 발언함으로써 다음 날 오전 채 상병이 속한 7포병 대대가 수중수색에 나섰다. 경찰은 해당 지시가 결국 사망사고로 이어져 11포병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고 봤다. 다만 그동안 언론과 정치권서 문제 삼은 임 전 사단장의 행위는 혐의없음으로 판단했다. 앞서 언론 등은 임 전 사단장이 ▲사단장 명의 단편명령을 내려 부대별 작전 임무 부여 ▲늦은 작전투입 등을 지적‧질책하고 신속히 수변으로 내려가 수색하도록 지시 ▲육군 50사단장으로부터 ‘우중 수색 지속 여부 검토 지시’를 받은 7여단장에게 예정 시간까지 수색 실시하도록 지시 등 작전통제권이 없음에도 여러 수색 관련 지시를 하거나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등 9가지 행위에 대해 문제 삼았다. 경찰은 작전통제권이 없는 임 전 사단장의 작전 관련 지시들은 ‘월권행위’에 해당하지만 형법상 직권남용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형법상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해 직원의 행사를 가탁해 실질적, 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혐의 인정하기 어려워” “대대장 책임이 무거워”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일반적 직무권한의 범위를 넘는 월권행위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작전통제권이 없는 임 전 사단장의 작전 관련 지시들은 월권행위에 해당해 형법상 직권남용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경찰은 임 전 사단장이 작전과 관련해 단편명령과 지시한 부분에 대해서는 작전 수행을 위해 투입되는 1사단 예하부대 지정 및 부대별 세부 임무를 부여한 것은 육군 50사단과 해병대 1사단 참모들이 세부 행정 협의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작전 관련 지시들은 소방 측과 협의가 이뤄진 수색 지침을 충실히 수행하라는 취지하에 이뤄진 것들로 기존 지침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내용의 지시를 한 것이 아니며, 특히 우중 수색 지속 지시는 7여단장이 현장 지휘관의 의견과 수색 중이었던 소방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50사단장에게 보고한 후 승인받아 예정된 시간까지 수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내부규정에 근거해 행정과 군수, 군기, 내부 편성, 훈련 등에 관한 지침 하달과 현장점검 등의 권한은 원소속 부대장인 임 전 사단장에게 있어 육군 50사단장의 작전통제권 행사를 방해한 위법·부당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 직권남용죄가 성립되기는 어렵다는 결과를 내놨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이런 행위들은 급박한 재난 상황 속에서 실종자들 수색 구조하기 위한 목적하에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7여단장 등 부대원들에게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라거나 50사단장의 작전통제권 행사를 방해한 위법부당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햇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월권행위에 대한 내부적인 징계나 인사상 불이익 조치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형법상 직권남용죄가 성립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임 전 사단장의 업무상과실치사죄 공동정범 성립 여부에 관해서도 경찰은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월권행위 주의의무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전 시 현장 지휘관은 위험성 평가를 통해 식별된 위험 요인에 대해 감소 및 제거 활동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경찰은 합참과 2작사의 각 단편명령은 50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을 전환하면서 작전투입 전 안전성 평가를 통해 안전이 확보된 하에 작전을 수행토록 지시했고, 50사단장은 예천 지역을 할당해 7여단장의 책임하에 작전을 수행토록 했으므로 50사단장 및 7여단장이 아닌 작전통제권이 없는 1사단장에게 수색작전 관련 사전 위험성 평가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어 작전 관련 지시들은 소방 측과 협의가 이뤄진 수색 지침을 충실히 수행하라는 취지하에 이뤄진 것들로 기존 지침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내용의 지시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보다 위험을 더 증대시키거나 새로운 위험을 창출하는 등의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다음날 수중수색으로 인한 사망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 또한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수변으로 내려가서 바둑판식으로 수색하라는 지시는 소방과 협의된 수색 지침대로 군사교범상 의심지역 집중수색 방법인 바둑판식으로 꼼꼼하고 면밀하게 수색할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고 현장 지도 과정서 1사단장의 작전 수행 관련 지적과 질책에 따른 일선의 부담감이 일부 확인됐으나 이를 이유로 포11대대장의 임의적인 수색지침 변경을 예상하긴 어렵고 사망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 또한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수사 결과를 내놨다. 경찰은 임 전 사단장에 대해 무혐의로 보면서도 사단장으로서 부대를 점검하고 작전을 지시하는 등 실질적인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위치에 있었다고 봤다. 경찰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내부규정에 근거해 원소속 부대장인 임 전 사단장에게 수색지침을 충실히 수행하라는 작전을 지시하고 수색 태도를 점검 지시할 수 있으며 비록 작전통제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실제 작전 현장서 실질적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위치에 있었으므로 수색 과정서 발생할 수 있는 부대원들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을 방지해야 할 조리상, 사실상 의무가 있다고 밝혔던 바 있다. 모순 지점 짚어보니… 법조계에서는 해당 조문 자체가 임 전 사단장에게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군사법 전문 변호사는 “육군 50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이 넘어간 상황서 임 전 사단장이 소속부대 현장지휘관에게 수색 방법을 지시하는 등의 행위가 그저 월권행위로 규정할 수 있는가 의문이 든다”며 “군대서 작전통제권이 다른 부대로 넘어갔어도 원소속 부대장의 지시나 명령을 어기는 행위는 오히려 항명죄에 해당할 수도 있어 임 전 사단장의 말 한마디에 부대는 움직일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 해병대 수사단 관계자는 “수사단서 수사할 당시에는 임 전 사단장의 이 같은 영향력을 갖고 혐의자로 특정해 이첩했다”며 “하지만 군검찰로 넘어가면서 해당 혐의가 사라진 것과 같이 경찰서도 같은 결과를 내놨다”고 읍소하기도 했다. 또 앞서 해병대 수사단 관계자는 경찰이 임 전 사단장이 소방 측이나 육군 50사단과 협의한 점을 전달한 것만 주목한 것에도 의문을 표했다. 이 관계자는 수사단 수사를 거론하며 “수색 임무 하달 자체가 급박하게 이뤄져 안전장비를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임 전 사단장은 수사단 조사 당시부터 실종자 수색 임무를 하달하며 안전에 대해 강조했다고 하지만 해병대 관계자들은 실종자 수색이라는 임무를 늦게 하달받았다고 진술했다”며 “한 현장 지휘관은 ‘우리 임무가 무엇인지’ 카카오톡 단체방서 묻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무 내용이 무엇인지 모른 채 호우 피해 복구만 할 줄 알고 출동한 부대에 당연히 안전장비가 있을 리 만무하다”고 부연했다. “실질적 영향력은 인정돼” “진술과 수사 결과도 달라” 이에 대해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해당 발언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제대로 된 임무를 하달하지 않아 해당 부대가 안전장비를 갖추지 못하게 만들었으니 수색 과정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이는 명백한 업무상과실치사로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가장 책임이 무겁다고 본 포11대대장도 임 전 사단장의 행위는 그저 전달 수준이 아닌 명백한 지시라고 주장했다. 그는 “7여단장을 통해 임 전 사단장의 지시를 전달받아 다른 대대장들에게 가감 없이 전달한 것뿐”이라며 “자신은 선임 대대장으로서 7여단장과 독대하는 가운데 사단장의 수색 관련 지침을 세부적으로 들었고, 그런 부분들을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것들이 경찰서도 충분하게 조사가 됐고 다 소명이 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저 국방부 조사본부의 1년 전 발표가 되풀이됐을 뿐”이라고 한탄했다. 채 상병의 직속 상관인 포7대대장(이모 중령)의 변호인인 김경호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주장하는 무혐의 핵심과 경찰 조사 결과의 핵심이 다르다고 꼬집었다. 그는 “임 전 사단장은 합참이나 제2작전사 단편명령 이후 작전 지도는 했으나 작전 지시를 한 적 없다고 주장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는 바둑판식 수색 지시와 가슴장화 지원 지시는 있었다고 인정하고 있다”며 “임 전 사단장은 작전 지시가 없었다고 청문회서도 말했는데 수사 결과는 지시는 있었지만 위험을 증대시키거나 새로운 위험을 창출하는 지시가 없었다고 무혐의가 됐다”고 지적했다. 채 상병 수사외압 사건을 수사 중인 공수처는 경찰의 판단과 별개로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수사를 통해 확인한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 결과가 발표된 다음날 “경찰은 임 전 사단장이 명령권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직권남용죄에 해당하지 않는 이유로 봤는데, 다른 관점에서는 실제로 명령을 했다는 주장도 있다”며 “어느 쪽 주장이 법리에 맞는지, 사실인지 아닌지는 계속 수사해서 확인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계속 수사 이 관계자는 “어느 쪽 주장이 옳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공수처는 양쪽의 관점과 주장을 수사를 통해 확인할 것”이라며 “경찰 수사와 공수처 수사는 별개의 사안이다. 이후 (경북경찰청 사건의)검찰 송치 절차나 공소제기 여부 판단과 무관하게 공수처에 접수된 고발 및 진정사건을 법과 원칙에 따라 계속 수사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kcj5121@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재판서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거론됐다. 최 회장의 재산 중 상당 부분이 ‘노태우 비자금’이었다는 노 관장 측의 주장이 나오면서다.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의 제목을 연상케 하는 시점이다. ‘노태우 비자금’이 SK로 흘러갔다는 의혹을 노 관장이 스스로 들춰낸 의도는 다분해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이 SK 측으로 흘러갔다”는 그의 주장은 최 회장 일가서 줄곧 부정해 왔던 사안이다. 노태우 비자금 논란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논리다. 치명적 오류 잘못된 재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재판 2심 결과가 나오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결과와 관련해 법원과 SK그룹 사이의 논쟁이 벌어지면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소송전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대법원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가 남은 관전 포인트다. 소송의 결과는 두 사람의 개인적인 차원뿐 아니라 SK그룹 임직원이나 상장 계열사 투자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지난 5월30일,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위자료로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날 재판부는 “원고(최태원)는 피고(노소영)에게 위자료 20억원과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한민국 가사소송 역사상 최고액의 재산분할이었다. 법조계 어느 누구도 이 정도의 재산분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판결 이후 최 회장 측은 판결문에 나온 SK 주식 가치 산정에 오류가 있음을 지적했다. 같은 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판결을 경정했지만 주문 결과는 수정하지 않았다. 이에 최 회장 측은 ‘착오가 있는 계산을 바탕으로 과실상계했다면 대법원 파기 사유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을 특유재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인정했다. 노 관장 측이 제출한 300억원어치 ‘약속 어음’도 SK의 신사업 진출 자금에 활용됐다고 봤다. 최 회장 측의 “계열사 자금을 활용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대비 재산분할액과 위자료가 모두 20배나 오르면서 반발로 이어졌다. 최 회장은 지난달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3층 수펙스홀 기자회견장에 직접 나타났다. 그는 “개인적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을 사과드린다”면서도 “‘SK 성장이 불법적 비자금을 통해 이뤄졌다’ ‘6공화국의 후광으로 사업을 키워왔다’는 판결 내용으로 저뿐만 아니라 SK그룹 구성원 모두 명예와 긍지가 실추되고 훼손됐다고 생각한다. 이를 바로잡고자 상고를 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2심 판결 두고 “이상하다” 목소리 300억 줬다는데 SK에 진짜 쓰였나 최 회장 변호인 측은 이날 판결문이 잘못됐다는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했다. 항소심 판결서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 산정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대한텔레콤 주당 가격을 최 회장 취득 당시인 1994년에는 8원,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에는 100원, 2009년엔 3만5000원 정도로 계산했다. 기업 성장에 대한 기여 부분을 회장으로 취임했던 1998년 직전과 직후로 나눠 선대회장 기여가 12.5배, 최 회장이 355배라는 게 재판부 판단이었다. 최 회장 변호인 측은 1998년 당시 주식 가치는 주당 1000원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새로 계산하면 선대회장 기여분은 125배로 늘고, 최 회장 기여분은 35배로 줄어든다. 잘못된 계산으로 사실상 100배 왜곡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 직후, 항소심 재판부가 판결문을 수정하는 ‘경정’ 결정을 했다. 최 회장 측의 주장대로 수치를 수정한 것이다. 판결 경정은 판결에 잘못된 계산이나 기재 등을 법원의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정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재판부는 그러나 “재산분할 비율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분이 커진다 하더라도, 최 선대회장에게 노 전 대통령이 자금을 지원한 만큼 피고의 기여분은 인정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최 회장 측은 지난달 20일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냈다. 나흘 뒤에는 ‘경정 결정’에 대한 재항고장도 제출했다. 재산분할 대상과 비율을 재상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혼 소송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여기서 법조계 의견이 갈렸다. 대법원이 가사소송 사건 대부분을 ‘심리불속행 기각’한다는 점을 들어 항소심 판결이 확정될 것이라는 의견이 한 축을 이룬다. 또 다른 인사들은 1심과 항소심 판결이 극명하게 갈리는 만큼, 대법원이 일단 심리는 해볼 것으로도 관측한다. 과거사 재조명 재판부가 이례적 경정을 했다는 점 역시 대법원이 다시 들여다볼 이유로 꼽힌다. 일각에선 1조3800억원대의 재산분할을 명한 법원의 과도한 잣대가 노 전 대통령의 과오를 미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알다시피 노 전 대통령은 전두환과 주축을 이뤄 신군부인 하나회를 결성했다. 이어 1979년 12월12일부터 13일까지 신군부 세력은 최규하 대통령의 승인 없이 계엄사령관인 정승화 대한민국 육군 참모총장, 정병주 특수전사령부 사령관, 장태완 수도경비사령부 사령관, 김진기 육군 헌병감 등을 체포했다. 이후 1980년 5월 전두환을 중심으로 하는 신군부는 5·17 쿠데타를 일으켰다. 5·17 쿠데타에 반항한 광주 시민들을 무참히 짓밟은 사건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다. 전두환은 그해 8월22일에 육군 대장으로 예편했고 1980년 9월1일 대한민국 제11대 대통령이 됐다. 사실상 전두환의 ‘폭군 정치’를 묵인하고, 오히려 두 손 잡고 도모한 인물이 노 관장의 아버지 노 전 대통령이었던 셈이다. 12·12 군사 쿠데타 심판 과정서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검찰의 논리가 민심에 불을 지폈다. 이는 1995년 문민정부 시기 검찰에 고발된 신군부 관련 내란죄 등 기소건에 대해 당시 서울지검 공안1부장 장윤석 검사가 이를 불기소처분하며 밝혔다고 알려진 발언이다. 이 발언은 대중적 공분이 불타오르는 계기가 됐고, 여론에 힘입어 신군부 처벌은 역설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12·12 군사 쿠데타 심판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으로부터 비롯됐다. 1993년 8월 금융실명제가 전격 실시되면서 증권가를 중심으로 퇴임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보유설이 나돌았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기막힌 노림수 1994년 당시 무소속 서석재 의원에 의해 4000억 비자금 설이 제기되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반박했다. 1995년 서 의원 등에 의해 그의 비자금 조성 문제가 계속 제기됐다. 같은 해 민주당 박계동 의원에 의해 전직 대통령 비자금 수수설이 제기돼 수사에 들어가면서 비자금 수수가 사실로 드러났다. 1995년 10월19일 박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서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에 (주)우일양행 명의로 예치된 110억원의 예금계좌 조회표 사본을 제시하며 “노태우 비자금 4000억원”이라는 발언을 강조했다. 노태우의 비자금 4000억원이 시중은행에 흩어진 여러 차명계좌로 분산 예치돼있다는 의혹이었다. 1995년 10월20일부터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계좌를 수사, 추적한 끝에 그의 경호실장 이현우가 검찰에 자진 출두해 “우일양행 명의 차명계좌에 입금된 돈은 노태우가 재임 중 조성해 사용하다가 남은 돈이며, 전 청와대 경호실 경리과장 이태진이 관리해 왔다”고 진술해 정치 비자금이 사실로 확인됐다. 검찰의 수사 결과 비자금 수수가 드러나자 노 전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 사실임을 인정하고 자신의 “재임 중 기업체로부터 5000억원가량을 받아 사용하고 1700억원가량이 남았다”고 밝혔다. 그는 1995년, 포괄적 의미의 뇌물죄가 적용되어 이전에 대통령 재직 시 조성한 비자금 수수와 뇌물 조성 혐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 등의 죄목으로 전격 구속됐다. 그해, 법원 재판에 회부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같은 해 11월16일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됐다. 이후 옥중서 항소했고, 항소심서 징역 15년에 2628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이를 계기로 12·12와 5·18에 대한 재수사 여론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문민정부를 표방했던 김영삼은 취임 직후부터 5·18 정신을 계승한 정부임을 천명하고 12·12와 5·18에 대한 재수사를 지시했다. 1995년 10월, 노 전 대통령은 “문화대혁명 때 수천만명이 희생당한 것으로 보면 광주사태 저것은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발언으로 국민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논리? 회고록에도 특혜·지원 전혀 없어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소송서 재판부가 6공 특혜를 판결의 주요 근거로 삼으면서 노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주목받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95년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된 이후, 옥중서 육필로 작성했던 대학 노트 30여권의 메모를 바탕으로 2011년 1112쪽에 이르는 회고록을 출간한 바 있다. 회고록서 그는 “분명히 말하지만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청와대나 내가 개입한 일은 절대 없었다”고 주장했다. 2심은 SK(당시 선경)가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하는 과정서 노 전 대통령의 무형적 기여가 작용했다고 결론내렸다. 노 관장 측은 소송서 SK가 청와대 후광을 이용해 경쟁사를 배제시켰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도 “최태원 회장의 무선통신 청와대 시연으로 이동통신사업 논의가 촉발됐고, 이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4대 그룹의 통신사업 수허가권을 제한한 결과 SK그룹이 이동통신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노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는 SK에 대한 특혜나 지원 내용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되레 노 전 대통령은 “나와 선경(SK)의 관계 때문에 정치 문제로 비화해 결국 선경이 사업권을 반납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다음 정권에 가서 결국 선경이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그 당시 정치 논리 때문에 선경이 피해를 봤고, 자신이 아닌 김영삼정부 때 한국이동통신이 인수된 사실을 밝힌 셈이다. 노 관장의 주장과 반대되는 지점이다. ‘세기의 이혼’으로 불리는 두 사람의 이혼소송서 앞으로 나올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노 관장 몫의 재산분할액을 1조3808억원으로 판단한 핵심 논지 중 하나는 노 전 대통령이 SK그룹에 시집간 딸을 통해 건넸다는 비자금 300억원이다. 비자금이 실제 건네졌는지에 대한 주장은 여전히 엇갈리지만 항소심 판단대로 비자금의 실체를 인정하더라도 부친이 불법적으로 조성한 ‘검은돈’을 딸의 결혼생활 기여로 인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일각에선 “SK그룹에 노태우 비자금이 흘러 들어갔으니 노 관장에게 재산을 나눠줘야 하는 게 아닌, 불법자금이기 때문에 국가가 환수해야 한다”고 지적도 나온다. 불륜에 대한 공공의 분노, 여성의 결혼생활 기여에 대한 온전한 평가는 물론 중요한 가치다. 그렇다고 해서 ‘성공한 비자금은 처벌할 수 없다’는 선례를 남기는 것 역시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법원 바뀔까 한편, 노 관장은 이혼소송 항소 결과에 대해 상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리인은 지난달 21일 입장문을 내고 “아쉬운 부분은 없지는 않지만 충실한 사실심리를 바탕으로 법리에 따라 내려진 2심 판단에 대해 상고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대법원 상고심은 1·2심 판단에 헌법·법률 위반 등과 관련된 법리적인 문제가 있는지 살피는 ‘법률심’이다.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보다 법리해석이 제대로 됐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최 회장 측은 추후 상고이유서를 제출해 상세한 이유를 대법원에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smk1@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독무대’로 끝날 뻔한 더불어민주당 8·18 전당대회가 3파전으로 벌어졌다. 그래도 여의도에 짙게 드리워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 그림자를 걷어내기엔 역부족이다.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반전을 기대하는 것일까? 세 후보 모두 저마다의 계획을 안은 채 이 시나리오의 엔딩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다음 달 18일 치러지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를 둘러싼 흥행의 불씨가 살아났다. 후보자 등록 마감을 앞두고 속속들이 출사표를 던지면서다. 민주당 전 의원이자 ‘리틀 노무현’이란 별명을 가진 김두관 후보(이하 김 후보)가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했다. 그 뒤로 유력 주자인 이재명 후보와 원외 인사인 김지수 후보가 대열에 합류했다. 한 명의 결단 두 가지 반응 지난 9일 김 후보는 세종특별자치시의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권 도전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동안 이 후보의 일극체제를 비판해 왔던 만큼 그의 출마는 기정사실화된 상태였다. 이날 그는 “민주당은 역사상 유례없는 ‘제왕적 당 대표 1인 정당화’로 민주주의 파괴의 병을 키워 국민의 실망이 커지고 있다”고 운을 뗐다. 민주당 내 불거졌던 ‘어대명’ ‘또대명(또 대표는 이재명)’ 등 추대론의 주인공인 이 후보를 직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는 “노무현 정신은 민주당서 흔적도 없이 실종된 지 오래”라며 “지금 이 오염원을 제거하고 소독·치료하지 않으면 민주당의 붕괴는 명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 김두관의 당 대표 출마는 눈에 뻔히 보이는 민주당의 붕괴를 온몸으로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김 후보의 출마 선언문을 두고 곳곳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난해 4월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서 이 후보를 지지했던 마음을 한순간에 뒤집고 비명(비 이재명)계를 자처했다는 이유에서다. 김 후보는 지난해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그는 “힘 있는 단결로 이재명 대표를 지키고 영남에 교두보를 만들어 총선을 이기겠다. 누가 민주주의와 이재명 대표를 지킬 수 있겠나”라며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공약으로는 영남권을 기반으로 한 ‘지역주의 타파’를 내걸었지만 낙선하는 데 그쳤다. 부산·경남(PK)를 겨냥한 공약은 당의 주류인 호남과 수도권 유권자의 호응을 이끌지 못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후 4·10 총선을 앞두고 작심하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지난해 11월 민주당 내 공천 파동이 크게 일 조짐이 보이자 당 지도부를 겨냥해 “국민의힘보다 더 많은 다선 의원을 험지로 보내는 ‘내 살 깎기’를 시작해야 한다”며 이재명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가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경남 양산을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치열한 경쟁 끝에 국민의힘 김태호 후보에 패배했다. 친(친 이재명)·비명 프레임서 벗어나 ‘할 말은 하는’ 정치인이란 평이 나왔지만 일부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는 ‘수박’이라는 불만이 나왔다. 게다가 이번 출마를 기점으로 김 후보가 본격적으로 이 후보와 각을 세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출마를 고심하던 무렵 김 후보의 선택을 만류하던 이들도 있었다. 이 후보를 상대로 출마를 선언하는 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후보와의 통화에서 직접 출마를 말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와 관련해 김 후보는 “‘어떻게 민주당 십자가를 지려고 하느냐’ (같이)저를 아끼는 차원서 ‘이번보다 다음에 준비해서 출마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조언이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김 후보가 마음을 굳히면서 몇 개월 동안 이어지던 ‘이재명 추대론’이 막판에 뒤집혔다. 압도적인 찬성 속 다시 한번 당 대표를 지낸 뒤 대권까지 물 흐르듯 넘어가려 했던 이 후보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김 후보의 날 선 연설문이 구구한 해석을 낳는 사이 이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사실상 대표직 연임을 위한 절차에 가까웠다. 이재명 맞수로 돌아온 김두관 잘려 나간 ‘친명’ 꼬리표, 왜? 지난 10일 이 후보는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준비한 출마 선언문을 한 자씩 읽어내려갔다. 이 후보는 “다시 뛰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은 제1정당, 수권 정당인 민주당의 책임”이라며 “‘절망의 오늘’을 ‘희망의 내일’로 바꿀 수 있다면 제가 가진 무엇이라도 다 내던지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 후보는 윤석열정부를 비판하는 대신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와 비전을 제시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 후보는 “단언컨대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기 때문에 ‘먹사니즘’이 유일한 이데올로기가 돼야 한다” “기술인재 양성에 더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신기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져야 한다” 등의 발언도 이어갔다. 정당의 발전 방향에 대해선 “당원 중심 대중 정당으로의 더 큰 변화가 필요하다”며 “당원들이 더 단단하게 뭉쳐 다음 지방선거서 더 크게 이기고 다음 대선도 반드시 이겨야 한다” 강조했다. 이날 이 후보의 출마 선언은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한다는 평도 나왔다. 같은 날 한반도 미래경제포럼 김지수 대표까지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 후보의 단독 출마로 예상됐던 민주당 전당대회는 3파전으로 확정됐다. 막차에 탑승한 김지수 후보는 미래 세대에 초점을 맞춰 “젊은 세대의 슬픔과 고민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출마 소신을 밝혔다. 그러나 당내 지지 세력이나 체급서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전당대회가 3파전으로 벌어져도 어대명 아성이 무너질 가능성은 극히 적다. 김 후보의 출마로 인해 이 후보의 입지가 흔들리진 않겠지만 작은 흠 하나도 확대해 해석되는 등 골치 아픈 상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약속대련 진검승부 대표적인 예로는 이 후보가 얻게 될 득표율이다. 2년 전 치러진 전당대회서 이 후보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 대표로 선출됐다. 만일 이번 투표서 이 대표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용해 77.77%보다 낮은 득표율을 얻을 경우 그의 평판에 한줄기 금이 그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후보는 잃는 것보다 얻을 게 더 많다는 평이다. “단 1%의 반대 목소리도 전당대회를 통해 대변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인의 책무”라고 밝혔지만 20~30%의 지지율로 반전을 보여줄 경우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후기와 함께 비명계의 새로운 구심점이 될 수 있다. 먼 미래의 이야기지만 지금부터 인지도를 쌓아 다음 대선을 노리는 것도 예측 가능한 지점 중 하나다. 만일 이 후보가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출마가 불가능해질 때 ‘그래도 이재명과 겨뤘던 김두관’이 유권자의 뇌리에 스칠 것이란 후문이다. 이 후보의 대항마로 떠오른 김 후보는 ‘이재명 1인 정당’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비판을 가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영화 <암살>을 언급하며 “누군가는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독립을 위한 싸움은 그 자체만으로도 독립을 위한 길이기 때문에 출마를 결심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해당 발언을 접한 이 후보의 강성 지지자들은 “그럼 이재명 대표가 당을 팔아넘겼냐는 뜻이냐”며 격분된 반응을 보였다. 차마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지만 내심 이 대표의 추대를 기대했던 초선 의원들 사이서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도는 모양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 후보의 출마에 “용기 있는 결단”이라며 격려의 말을 건넸다. 지난 11일 평산마을을 찾은 김 후보는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날 문 전 대통령은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용기 있는 결단을 했다. 민주당이 경쟁이 있어야 역동성을 살리고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김두관 후보의 출마가 민주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흥행 없이 노잼으로? 이에 김 후보 역시 “민주당을 구하는 큰일이라 계산 없이 나섰다”며 “최고위원 후보가 5인5색이 아니라 5인1색 될 것 같다. 다양성이 실종된 당의 현주소를 국민이 많이 불편해한다”고 화답했다. 오히려 김 후보의 출마를 반색하는 이들도 있다. 흥행 요소가 전혀 없는 ‘노잼 전당대회’로 끝날까 노심초사했지만 두 후보의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주목도가 높아졌다는 평이다. 이 후보에게만 쏠릴 뻔한 부담과 ‘이재명 일극체제’라는 비판적인 여론을 희석하는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툭’ 튀어나온 김 후보에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와의 관계성을 놓고 여러 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특히 두 사람이 사전에 합을 맞춘 ‘약속 대련’이 아니냐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이 후보는 단독 출마라는 위험 요소를 제거하고, 김 후보는 정치 활동반경을 넓힐 수 있는 이른바 ‘윈윈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두관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데 의의를 뒀을 것”이라며 “2026년 지방선거가 있지 않은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 정치적 활동반경을 가늠하는 시간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는 PK와 친노(친 노무현), 친문(친 문재인) 세력까지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지만 이 후보에게 큰 위협이 될 것 같진 않다. 지난 총선서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한 무수히 많은 비명계가 당을 떠났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다들 알고 있다”며 “이번 양자 대결은 당의 건강한 민주주의를 보여주는 긍정적인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후보는 2010년 경남도지사를 비롯한 여러 굵직한 자리를 맡아왔으며 한때 대권주자로 거론되기도 했던 인사다. 비록 이번 총선서 고배를 마셨지만 2026년 전국동시지방선거서 승부수를 던져볼 만하다. 이번 전당대회서 거대 야당의 수장인 이 후보와 겨뤄봄으로써 스스로의 체급을 확인할 좋은 기회기도 하다. 민주당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김두관 후보의 경우 ‘내가 이재명에 비해 뭐가 부족한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보면 김두관 후보는 부족함이 없다. 다만 이번 총선서 떨어진 게 마이너스로 작용했을 뿐, 당 대표에 도전하고 또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면 고착된 민주당에 작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김 “내 나이가 몇인데…내 정치해야” 지선 생각 없다는데…혹시 또 대선? 약속 대련 의혹에 대해 양측 모두 선을 그었다. 특히 김 후보는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제 나이가 몇 살인데 제 정치를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박했다. ‘2026년 지방선거를 위해 출마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2010년 경남도지사를 지낸 후 도정에 돌아가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다음 지방선거가 워낙 중요해서 이번에 당 대표를 맡게 되면 기초광역의회 후보 공천 시스템을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도지사에 도전할 의사는)전혀 없다”고 답했다. 약속 대련이든 진검승부든 이번 전당대회서 승기를 거머쥘 사람은 결국 이 후보일 것이란 회의적인 시선이다. 아무리 결투의 장을 넓히고 후보군이 많아도 7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한 이 후보를 꺾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에서다. 김두관 후보와 김지수 후보의 출마는 이 후보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장치라는 비판이 계속해서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민주당에서는 김 후보가 주장한 ‘제왕적 대표’라는 표현과 약속 대련에 공감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이 후보는 당원의 선택을 받아 다시 한번 당 대표직에 도전했을 뿐, 당 차원서 어떠한 압력도 외압도 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이재명 대표의 비서실장을 역임한 천준호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서 “이 후보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를 문제 삼는 건 제한적 관점이라 본다”며 “다수의 지지를 받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의미가 있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위적으로 다양성 자체를 목표로 해서 경쟁구도를 만들고 지지를 조정할 필요는 없지 않나”라며 현 상황은 정치권 안팎서 제기되는 일극체제가 아닌 당원 중심 체제로 당이 전환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당대회 대진표가 구성됐지만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강성 지지자 한 명 한 명을 찾아가 다독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렇다 보니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심리적 분당’의 원인이었던 친·비명간의 갈등이 재점화될까 마음졸이는 이들도 있다. 그래도 ‘어대명’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최요한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이 건강하단 증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우리나라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민주주의 체제로 들어섰다. 지금까지 우여곡절을 겪었고 그 사건들이 중첩되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한 겹씩 쌓여갔다. 지금도 그런 과정”이라며 “이 후보의 77.77% 지지율이 깨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데 이는 큰 문제가 아니며 내부서 여러 이견이 나올 수 있다. 세 명의 후보 모두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당원도 거기에 맞게 한 표를 던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치 집단에서는 갈등이 필연적”이라며 “일각서 제기되는 계파 분열도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용감한 도전자 김지수는 누구? 이재명·김두관 후보와 어깨를 나란히 할 김지수 후보는 1986년생으로 민주당서 꾸준히 활동해 온 청년·원외 인사다. 그는 재단법인 ‘여시재 북경사무소’ 소장 출신으로 한반도 미래경제포럼 대표를 맡고 있다. 2022년에는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도 도전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출마 선언문을 통해 “미래 세대를 대표해 두려움을 무릅쓰고 당 대표에 출마한다”며 “저의 도전이 대한민국에 작지만 큰 파동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이 있었다”며 “제가 도전하지 않으면 이번 전당대회서 언급되지 않을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고 전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