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2.16 01:01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쥐고 흔들었던 ‘11월 위기설’이 지나갔다. 결과는 1승 1패. 정치권이 예상한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면서 앞으로의 상황은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잔인한 한 달을 겨우 넘긴 민주당이 또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지난달 1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서 의원직 상실형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로부터 열흘 뒤인 지난달 25일 법원은 위증교사 사건 1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여의도 안팎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선 유죄를 예상했지만 전부 빗나간 것이다. 빗나간 예상 반전에 반전 두 판결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반응은 그때마다 제각각이었다. 이 대표가 의원직 상실형을 받자 민주당은 “미친 정권의 미친 판결” “포악한 권력자에 굴복한 일개 판사의 일탈”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낸 반면, 국민의힘은 “사필귀정”이라며 사실상 이 대표의 정치생명이 끝났다고 봤다. 이후 지난달 25일 재판서 무죄가 나오자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국민의힘은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아쉽다는 짧은 입장을 냈다. 민주당은 “정의로운 판결로 진실을 밝혀준 사법부” “진실과 정의를 되찾아준 재판부”라며 환호했다. 이에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열흘 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징역형 판결은 ‘정치 판결’ ‘미친 판결’이라고 맹비난하더니 유리한 판결은 ‘사필귀정’이라고 하는 것은 위선적”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사법부 전체가 아닌 사건을 개별적으로 놓고 평가했다는 설명이다. 무죄 선고에 국민의힘은 적잖게 당황한 눈치다. 위증했다고 주장한 고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비서 출신 김씨는 일부 혐의가 인정돼 벌금 500만원을 받았지만 위증하도록 시킨 이 대표는 어째서 무죄냐는 것이다. 재판부는 김씨의 일부 증언이 위증에 해당하지만 이 대표가 위증을 교사했디기에는 고의가 부족하다고 봤다. 법조인 출신의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위증죄가 성립하는 요건과 위증교사가 성립하는 요건 자체가 달라 (이번 판결은)법리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며 “재판부가 많은 고심을 했다고 본다. 사법부로서 검찰권 행사에 제동을 건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열흘 간격으로 희비가 엇갈리면서 여야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선고 결과가 나올 때마다 일희일비한다면 오히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키우는 격이라며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모양새다. 지도부 역시 의원 개개인에게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의연하게 대처할 것을 당부했다. 가까스로 넘긴 한고비 “한숨 돌렸다” ‘무죄+유죄=유죄’ 공세 펼치는 국힘 국민의힘은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는 듯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두 재판 결과 모두 예측을 비껴갔으니 남은 선고도 지켜봐야 한다”며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1심 선고가 그대로 굳어지면 앞으로 10년 동안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위증교사 사건이)무죄를 받았어도 (선거법 위반으로 1심서 유죄를 받았으니)어찌됐든 마이너스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위증교사의 경우 검찰이 항소심을 제출한 만큼 2심 역시 무죄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당이 잠시 휘청였을지 언정 이 대표의 리더십은 건재하다는 평이다. 본격적으로 재판이 시작되자 비명(비 이재명)계 모임인 초일회와 3총(이낙연·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 및 3김(김경수·김동연·김두관)은 ‘이 대표 흔들기’ 대신 ‘민주당 지키기’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최근 1심서 이 대표가 무죄 선고를 받은 뒤로는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지지층의 결집력이 강해진 결과 나설 명분이 사라졌으니 당분간 조용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지난달 26일 한 라디오를 통해 “당내서 플랜 B를 얘기하는 분은 없고, 당 밖에 계신 분들이 일부 희망적인 얘기를 하는 것”이라며 “비명계 구심이라는 김동연 경기지사도 지난달 25일 저와 만나 이 대표 재판을 걱정하고 ‘당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사법부 압박을 최소화하는 대신 검찰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키울 전망이다. 앞으로의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서 법원이 아닌 검찰에 날을 겨누는 것이 득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는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정적 제거만 몰두하는 검찰에 대해 경각심을 일으키고 법치를 무너뜨리는 윤석열정부와 검찰에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소리 높였다. 검찰 정조준 사법부 압박 이들은 오는 10일 토론회를 열고 공직선거법과 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 내용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할 방침이다. 민주당 친명계 초선 모임인 ‘더민초’는 이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 윤정부 퇴진에 힘을 싣겠다며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사법부로부터 눈을 돌린 민주당은 검사 탄핵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과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 검사 등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겠다며 압박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이 차장이 관여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불기소 처분은 직무 유기일뿐더러 공무원의 중립과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2일 검사 탄핵안을 본회의에 보고한 뒤 같은 달 4일 검사 탄핵 표결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검 박승환 1차장과 공봉숙 2차장, 이성식 3차장은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민주당의 검사 탄핵은 권한 남용”이라는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들은 “수사 검사들의 증거와 법리 판단에 따른 기소 여부 결정, 그리고 그에 대한 검사장의 정상적인 결재 절차를 통해 사건이 처분된 경우 직무집행에 있어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의 위반이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며 “수사 결과에 이의가 있는 경우 불복 절차는 항고·재항고 등 형사사법 시스템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탄핵 사유가 부존재해 헌법재판소서 기각할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서 탄핵 절차를 강행하는 것은 공직자의 직무를 정지시키고자 하는 데 주안점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직무정지라는 목적을 위해 탄핵을 수단으로 삼는 결과가 돼 본말이 전도된 것일 뿐만 아니라 권한 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검찰의 편에 서서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민주당이 이 나라 시스템을 어디까지 망칠지 참 걱정된다. 특정인을 기소하거나 특정인을 유죄 판결했다고 해서 탄핵한다는 건 너무 후진적인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민생으로 승부수 자칫하면 민심의 역풍이 불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민주당의 검사 탄핵 의지가 완고한 것은 김 여사 때문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특권의식을 가진 검찰이 이 같은 결기로 ‘살아있는 권력’인 김 여사를 제대로 수사한 적 있었냐는 점에서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국민 중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으로 김건희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냐”며 “(검찰은)여기에 대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의견을 뒷받침했다. 민주당은 검찰 탄핵과 민생을 투트랙 전략으로 끌고 갈 방침이다. 이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축소하면서도 동시에 외연 확장을 통해 대권주자의 면모를 부각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대표는 1심 무죄 판결 이후 취재진과 만나 “‘이제 죽이는 정치보다 사람 살리는 정치를 하자’고 정부·여당에 말하고 싶다”며 민생경제에 속도를 올리겠단 의지를 밝혔다. 이후 이 대표는 판결 결과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각종 토론회와 현장을 찾는 등 광폭 행보를 보였다. 민주당 역시 대안 정당, 수권 정당을 기조로 잡고 연일 논평을 쏟아냈다. 우선 지난달 27일 이 대표는 고교 무상교육을 위한 현장 간담회서 “교육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공동체, 국가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재정 여력이 없는 교육청은 사업을 줄이거나 복지 및 시설 보수유지 비용을 깎아야 하는 현실 속에서 수십조원이 투자되는 윤석열정부의 ‘초부자 감세’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대표는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 특례 기간을 3년 연장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언급하며 “본회의서 의결은 될 텐데 이것도 (윤석열 대통령이)거부권을 쓰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플랜 B 없다” 이 구심점으로 단일대오 검사 탄핵·민생 법안 투트랙으로 돌파 지난달 28일에는 한국거래소를 찾아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표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는 게 맞지만 (여당이 위원장인)국회 정무위원회 소관이라 될 리가 없다”며 “이미 정부·여당이 상법 개정을 할 것처럼 얘기하다가 지금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오히려 발목 잡고 있다고 말했다.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상법 개정을 하고 그 외에도 주주들의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 지배경영권 남용과 부당 결정을 방지하기 위한 각종 제도를 정기국회 내에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대표는 “누군가는 부당하게 이익을 보고 선량한 대다수는 손해를 보는 시장은 신뢰가 떨어지게 된다. 대표적인 게 주가조작 아니냐? 주가조작으로 수십억이 주머니에 들어왔다고 해도 힘 세고 권력이 있으면 처벌도 받지 않고 이익을 그대로 누릴 수 있다”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혐의를 받는 김 여사를 겨냥한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농업 관련 4법을 ‘농망4법’이라고 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발의를 추진했다. 지난 1일에는 포항 죽도시장을 방문했으며, 오는 8일에는 ‘쌀값 안정화를 위한 농민 간담회’에 참여하기 위해 나주로 향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예정이었던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날짜도 오는 10일로 미뤘다. ‘당원게시판 논란’ ‘김건희 특검 중대 결심’ 등으로 갈등을 겪는 친한(친 한동훈)계 이탈표를 노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같은 민생 법안에 여당이 투표해야 하므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민생’ 두 글자를 앞세운 만큼 ‘이재명 방탄’이라는 국민의힘 측 목소리도 잦아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서는 법정 시한인 2일까지 처리하고 ‘김건희 예산안’은 축소, 민생 예산은 확대하는 등의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여기에 민주당이 채해병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명단을 제출하면서 여야가 또다시 대치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건희 특검법만큼 부담되는 안건을 올린 뒤 “국정조사 수용을 결단하라”며 공을 여당에 넘긴 것이다. 사느냐 마느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의 민주당은 “플랜 B는 없다”며 이 대표의 무죄를 확신하고 있지만 법원의 시간에 돌입하면서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플랜 B, C, D까지 준비해도 종잡을 수 없는 게 법원의 생태계”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말이나 연초 즈음 크게 판이 뒤집힐 것 같다. 민주당뿐만이 아니라 국민의힘에도 해당하는 일”이라며 “여기저기서 이 대표 앞날을 예상하는데 부질없다. 이 대표가 기적적으로 회생할 수 있고 대권주자로서 무너질 수도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옳다고 생각되는 길을 뚜벅뚜벅 갈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2년 구형 김용, 이재명과 무슨 관계? 검찰이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항소심서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김 전 부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 대표와 혐의가 겹치는 부분이 많아 그의 판결이 이 대표 재판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추측이 한때 여의도 정가를 떠돌았다. 검찰은 공범으로 지목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대장동 일당’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정민용 변호사에게는 징역 1년, 자금 공여자인 남욱씨에겐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민주당은 “김 전 부원장에 대해서는 법정 최고형을 구형한 반면 유 전 본부장, 정 변호사, 남씨에 대해서는 사실상 선처를 요구했다”며 “이는 김 전 부원장에 대한 검사의 정치적 탄압 의도며 나머지 세 사람의 허위진술에 대한 보상이자 특혜성 구형”이라고 주장했다. <박>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이하 환수위) 등이 노태우 일가 세무조사에 관해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과정서 불거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 메모 사건에 관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유민종)는 지난달 26일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와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아들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을 고발한 5·18기념재단 관계자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세기의 이혼 흑역사 불러 재단이 지난 10월14일 범죄수익은닉규제법·조세범 처벌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지 한 달여 만에 본격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노태우 일가를 둘러싼 부정 은닉재산 의혹 등 실체 규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노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 규모는 약 4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추징된 금액은 2628억원에 그친다. 재단 측은 지난 10월14일 대검찰청에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소송 항소심 과정서 법원에 증거로 제출된 김 여사의 ‘선경 300억’ 관련 메모에 기재된 전체 금액이 904억원이라면서 노 전 대통령 일가가 은닉한 비자금이 127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와 노 관장, 노 원장을 조세범처벌법·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원순석 5·18재단 이사장은 고발 당시 “올바른 정의와 역사를 정립하기 위해 고발장을 접수하게 됐다. 피의 대가로 권력을 장악해 부정부패를 통한 비자금을 조성하고 세습해 자식들에게 넘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904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차명으로 보관하거나 대여금, 투자금 형식의 채권, 금고 등에 은닉해 국가에 환수당하지 않으려 과세 관청에 신고하지 않았고 이를 통해 상속세도 포탈했다”며 “상속세 포탈 금액이 연간 5억원 이상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처벌 대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단은 이들이 노 전 대통령의 유산이 연희동 자택이 유일하다고 하는 등 추징 이후 부정 축재한 은닉재산이 없는 듯이 가장해 왔으나 재판 과정서 904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차명으로 보관하거나 대여금 및 투자금 형식의 채권, 금고 등에 은닉해 왔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은닉재산에 대해 최근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 과정서 피고발인인 김 여사가 2000~2001년까지 약 210억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차명으로 불법 보관하다가 다시 한번 보험금으로 납입해 자금을 세탁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비자금 4600억” 정재계 증언 이어져 5·18 관계자 고발로 부인·남매 소환 재단 측은 추징금 완납 이후에도 비자금 관련 뇌물죄 수사 및 추징이 어렵다는 사실을 이용해 그동안 은닉했던 불법 비자금 총 152억원을 피고발인 노 원장 명의로 공익법인에 기부해(동아시아문화센터 147억원, 노태우 재단 5억원) 다시 한번 자금을 세탁하고 자녀에게 불법 증여한 것도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옥숙 여사가 보관한 1991년 메모와 약속어음을 근거로 비자금이 SK 측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봤다. 김 여사의 메모에 ‘선경 300억’이라고 적혀 있었고, 선경건설 명의로 발행된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을 증거로 내세웠다. 이후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300억원이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 쪽으로 흘러 들어가 그룹의 종잣돈이 됐다고 판단했다. 또 이 자금이 당시 태평양증권(현 SK증권) 인수 등에 쓰였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노 관장의 ‘내조 기여’가 2심 재판 과정서 과다하게 부풀려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최 회장 측도 지난 8월 상고이유서를 제출하며 이 부분에 대한 여러 오류를 문제 삼았다. 노태우정부 시절 경제수석, 민주자유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매체를 통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서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 온 선경건설 명의의 약속어음은 노 전 대통령의 노후 자금’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노태우 자금 문제를 관리하는 이원조씨가 있는데 사돈 기업에 통치 자금 이야기를 해 (선경서 노태우 측에)꾸준히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태우 전 대통령 측에서 퇴임 이후에도 이게 과연 제대로 줄 것이냐 이런 부분에 대한 의문이 있어 이를 확약하는 증표로서 일단 뭘 좀 주라고 해서 어음 자체를 준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씨는 5·6공 시절 ‘금융계의 황제’로 불렸다. 노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모아 전달한 혐의로 대법원서 징역 2년6개월을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준 돈? 받은 돈! 실제 어음 발행일은 노 대통령의 퇴임 이틀 전인 1992년 12월로 알려졌다. 선경건설이 당시 발행한 50억원짜리 약속어음 실물 4장은 1995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수사와 재판에선 드러나지 않았다가 이번 이혼소송 과정서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후광’이나 ‘비자금’이 SK의 성장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판결했다. 노 관장 측 역시 같은 맥락의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노 관장 측의 기여도가 크다고 보고, 최 회장이 1조3808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 회장 측은 항소심 판결에 즉각 반발했고, 최근 상고심 시작에 앞서 500여쪽에 달하는 상고이유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상고이유서에 따르면 다양한 쟁점 가운데 핵심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및 후광 등은 SK그룹의 성장 과정에 오히려 손해가 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SK 2인자’ 손길승 명예회장은 반박했다. 그는 진술서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선경건설의 약속어음은 태평양증권 인수와는 무관하고, ‘받았다’는 의미인 차용증은 ‘주겠다’는 의미의 약속어음이라며 노 관장 측 주장에 반박했다. 이는 김 전 위원장의 전언과도 일치된다. 손 명예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심부름을 하던 이원조 경제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지낼 거처와 생활비 등을 요구해 생활비 명목으로 매달 전달했다”며 “정권 말이 되니 퇴임 후에도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증표를 달라고 요구해 어음으로 준 것”이라고 밝혔다. 노 관장이 법원에 제출하면서 확인된 김 여사의 비자금 메모, 지난 2007~2008년 적발했지만 덮은 214억원+α, 지난 2016~2021년까지 동생 노재헌이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로 기부된 147억, 2023년 노태우센터로 출연된 5억 등 노태우 일가의 불법 비자금 은닉, 돈세탁, 불법증여는 현재진행형이다. 검찰은 고발 내용과 경위 등을 확인하는 한편 조사 내용을 토대로 노 관장 등 노태우 일가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심우정 검찰총장이 국회 국정감사서 노태우 일가의 비자금 은닉 관련 직접 수사 의지를 피력한 만큼 실체 규명에 속도가 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후 자금 시드머니 정재계는 물론 시민단체서도 더 이상 늦어지면 안 된다며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수사가 한 달이 지나도 진척이 없자 환수위는 지난 22일에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검찰 수사 촉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환수위는 노 전 대통령 가족들이 진행 중인 ‘노태우 위인화 사업’에 “적게는 수억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자금이 들어간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수위 역시 노 관장 등을 범죄수익은닉 및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한 바 있다. 이어 “노 관장은 노 전 대통령 범죄수익의 은닉과 증식을 도모한 가족공범이기 때문에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인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환수위는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노태우 일가가 해외서 굴리는 자금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추가 고발도 예고했다. 또 환수위는 지난달 25일 열린 <만화로 읽는 인물이야기, 대통령 노태우> 출판기념회에 사용된 비용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계서도 노 관장이 직접 불법 비자금이 있다고 밝힌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조사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노 관장을 직접 소환해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노소영 관장은 불법 비자금 관련 논란이 불거진 이후로도 국정감사에 불참하는 등 전혀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행사에는 참석하고 있다”며 “불법 비자금에 대해 떳떳하다면 직접 설명하고, 조사에도 철저하게 임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300억 메모’꺼낸 노 관장 자충수 “네오트라이톤 뒤져야” 의혹 제기 정치권서도 ‘노태우 비자금’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했다.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은 지난달 8일, 노태우 일가의 은닉 자금은 김옥숙 여사의 904억원을 비롯해 차명으로 보관한 210억원 규모의 보험금, 동아시아문화센터 기부금 147억원 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도 지난달 24일 “노재헌 원장 측근의 명의로 설립된 네오트라이톤이 부동산 분양 및 임대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이 회사가 운영되는 데 있어 비자금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달 8일 법무부 국정감사서 ‘6공화국 비자금’과 관련해 “(전체 비자금 추정 규모 대비)일부만 환수되고 1400억원이 붕 뜬 상태였는데, 최근 소송서 밝혀진 904억 메모, 152억 기부금 등 비자금 은닉 정황이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며 “불법 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할 방안을 마련해 종합감사까지 보고할 것”을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주문한 바 있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노태우 일가 관련 자금 흐름을 국세청 홈택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살펴보는 과정서 노태우 일가가 최대주주인 회사를 발견했다. 노 원장의 최측근 명의로 설립된 부동산 임대·매매업을 영위하는 ㈜네오트라이톤이라는 회사를 파악하게 됐다. 노 원장은 네오트라이톤의 지분 60%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것으로 확인됐다. 네오트라이톤에는 최초 설립 이사부터 전·현직 임원 등에 노 원장의 측근이 다수 포함돼있었다. 언론을 통해 노재헌 원장과 홍콩서 페이퍼컴퍼니 설립 의혹을 받는 김정환씨, 그리고 비자금 세탁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노 원장의 공익법인 동아시아문화센터의 과거 이사장인 채현종씨도 포함돼있다. ‘주식회사등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 개정 전 마지막으로 공시된 ‘네오트라이톤 2017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노 원장을 포함한 총 2~3인의 주주단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무이자·무담보 형식으로 회사에 대여해 줬다. 네오트라이톤은 현재 자본금이 1660만원에 불과한데 주주와 은행의 차입금으로 토지 구매, 건물 건설, 분양 및 임대 등을 통해 수익을 내는 사업 구조다. 불똥 튄 남동생 김 의원은 “노태우 일가는 비자금 일부만 추징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마저도 납부 여력이 없다며 사돈과 친척을 통해 추징금을 대납시켰다고 하는데, 이후 어머니 김옥숙씨는 아들 공익법인에 147억을 출연했다”며 “노태우 일가의 자금 출처와 흐름이 비정상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노재헌 원장은 지난달 16일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 국정감사서 공익법인 동아시아문화센터를 통해 비자금을 세탁하고 부동산 투자에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smk1@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여사의 ‘무속 중독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김 여사에게 공적 사안마다 조언해 주는 무속 인물 7~8명이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건진법사, 천공 등이 아닌 명리학자 류모씨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분위기다. 윤석열 캠프 출신 여권 인사들도 김 여사의 무속 중독 논란과 관련해 여러 차례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언했으나 컨트롤되지 않았다고 한다. 개인이 사주를 보거나 점을 보는 건 욕먹을 일이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부인이 공적 사안에 대해 무속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대통령실과 윤석열 캠프 출신 복수의 여권 인사들은 과거 김건희 여사의 무속 중독 논란에 대해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지금은 다르다. 터질 게 터졌다며 한숨부터 나오고 있다. 위기 상황 의지 지속 서울 강남구 광평로 한 빌딩서 H 학술원을 운영하는 류모 원장은 대구·경북 지역서 활동해 왔다. 대중 강연과 지역 일간지 기고, 언론사와 보수 유튜버 등에도 출연해 정치인들의 사주풀이 등으로 활발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 안철수 대선후보 사퇴’ 등을 예측해 정치권에서는 나름 알려진 인물이다. 류 원장에게 먼저 연락을 취한 건 김 여사다. 류 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사주를 예측하면서 본인의 자택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로 초대하게 된 것이다. 류 원장은 김 여사와 5번 이상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은 김 여사가 류 원장에게 자동으로 삭제되는 타이머가 설정된 텔레그램 채팅방을 통해 질문하면 이에 답해주는 형식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류 원장은 지난 2020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빚던 갈등에 대해 김 여사에게 “천운이 좋으니까 살아난다”고 답했고,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직후에 대선에 출마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당연히 나가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에 대해서도 물었다. 김 여사가 이준석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하길래 ‘하극상을 벌일 사람’이지만 슬슬 달래서 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고 주장했다. 류 원장은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는 “지난해 12월에는 김 여사가 ‘저 감옥 가나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은둔하면 된다. 당신도 많이 깨달아야 한다. 제발 좀 나서지 마라. 위기인 것은 분명하나 아직 기운이 좋아 (감옥에)가지는 않는다고 충고했다”고 했다. 윤 당선 예측하자 아크로비스타로 류 초대 정치적 위기마다 5번 텔레그램 상담 진행 당시 김 여사에게는 악재가 잇따라 터졌다. 지난해 11월27일 <서울의소리> 보도를 통해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에게 명품백을 받는 영상이 공개됐고, 보름 뒤인 12월14일에는 <뉴스타파>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 김 여사가 직접 증권사 직원과 통화해 주문하는 녹취록을 공개했다. 류 원장의 조언이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으나 실제로 김 여사는 이후 153일 동안 공식 활동을 자제했다. 류 원장은 “나 말고도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분야별로 7~8명 더 있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캠프 출신 한 여권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일반 사람들이 강남이나 종로서 사주나 전생운을 보듯이 김 여사도 가볍게 보는 거라고 여겨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줄 알았다. 3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며 “터질 게 터지고 있는 셈이다. 윤 대통령이 결정해야 할 일을 김 여사가 개입해 ‘누구한테 들었는데 그건 이렇게 해야 한다더라’라고 말하는 과정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도 “대통령실 직원 이력서를 김 여사가 본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이력서를 봤다면 조처해야 하는 문제고 무당을 통해 그 이력서의 인물이 어떤지 평가한다는 풍문까지 있다”며 “영부인이 설마 인사에 개입했겠느냐며 넘겼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합리적 의심이 가시질 않는다”고 말했다. 류 원장 이전 무속 논란의 진앙지는 건진법사 전모씨라고 할 수 있다. 전씨는 윤석열 캠프 네트워크본부 고문으로 활동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인물이다. 전씨의 딸은 지난 2013년부터 코바나컨텐츠 행사를 담당했고 2년 뒤 한 화장품회사의 대표를 역임했다. 중국 진출을 염두에 뒀던 이 회사는 한한령과 코로나19 등 상황 악화로 2017년을 전후로 사업을 철수했다. 미국유학생 출신인 전씨의 처남 김모씨는 네트워크본부 활동을 장악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았다. 본인과 가족이 함께 대선 캠프서 일한다는 것은 캠프 내 실세의 지시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무속의 진앙지 전씨의 무속 활동에는 산 채로 소가죽을 찢는 행사로 물의를 빚은 지난 2018년 수륙대제 및 국태민안 대동굿 등불교 축제가 있다. 이 행사에 대한 항의 게시물을 보면 대한불교종정협의회, 한국불교일광조계종과 함께 연민복지재단과 전씨의 딸이 대표로 있는 화장품 회사가 공동으로 행사를 주최했다. 전씨 외에도 김모 교수와 대통령실에 들어간 지인 자녀·친인척들이 차례차례 논란이 됐다. 황 회장 아들 황모씨(시민사회수석실 5급 행정관)에 이어 같은 지역 전기공사업자 우모씨의 아들(시민사회수석실 9급 행정요원, 현재 퇴사) 문제가 불거졌다. 여기에 윤 대통령 외가 쪽 6촌의 대통령실 근무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윤 대통령 외가 6촌으로 삼성 출신인 최모씨는 선대위 회계팀장을 지냈고 대통령 부속실 선임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씨의 제자로 지난 대선 당시 코바나컨텐츠에 상주하다 ‘김건희 목덜미 영상’으로 알려진 역술인 심모 박사는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가 폭로한 ‘김건희 녹취록’서 등장한다. 그는 이 기자와의 연락서 자신이 황씨라고 주장했다. 전씨는 대선 전 불거진 네트워크본부 논란으로 인해 축출됐다. 전씨는 서울 용산구의 한 모처서 지난 2022년 6월까지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들과 자주 소통해 왔으나 이후 강남서 늦은 저녁에만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 중 이른바 ‘MB 라인’으로 분류되는 정치권 관계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낙원동 쪽에 MB 청와대 인사들이 사무실을 차렸다. 인수위 네트워크 본부 출신 40여명이 들어가 있을 때부터 알려진 얘기”라며 “김 여사와 연락이 끊기면서 ‘MB 라인’ 인사들과만 소통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류 원장 외에도… 김 여사와 전씨의 사이가 틀어진 이유는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의 읍소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YS계로 알려진 N씨가 전씨와 같이 활동하면서 이권과 인사청탁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소위 ‘지라시’로 돈 데 이어 정치권에서는 전씨와 N씨의 불화설까지 들렸다. 윤석열 캠프 출신 한 인사는 “서울 한 건설사에서 마련한 땅 임대료를 두고 둘이 싸웠다. 특히 지방선거 시즌 강남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 인사가 두 사람을 믿고 경쟁하다가 제3자가 공천을 받았다는 뒷말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전씨의 영향력이 가라앉자 ‘MB계’ 국민의힘 중진들이 N씨에게 줄을 섰다는 얘기는 2년 전에 언급됐다. 특히 그가 특정 지역 인맥을 활용해 경찰 인사에 개입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른바 ‘왕따’가 된 전씨는 지난해까지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이용해 세무조사나 인사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처럼 행세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전씨로부터 청탁을 받았단 고위 공직자의 이름까지 떠돌았다. 전씨가 고위 공무원을 상대로 한 중견기업 세무조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구체적인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윤석열 캠프 출신 여권 인사들은 전씨 외에도 김 여사에게 조언하는 무속인이 더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굿당의 당주이자 70대 할머니인 A씨가 그 주인공이다. 김 여사는 A씨로부터 자신과 어머니이자 윤 대통령의 장모인 최은순씨가 구속 위기에 있을 때 여러 차례 조언을 받았다고 한다. A씨는 약 10년 전부터 김 여사와 알고 지냈다. 소위 ‘무정 스님’으로 알려진 심모씨와도 밀접한 관계가 형성된 인물이다. 심씨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결혼을 주선한 장본인이며 윤 대통령에게 ‘검사’ 직업까지 지정해준 멘토였다. 원주 굿당 당주 ‘영빨’로 김 측근 관리? 측근 주장 대부분 이권 개입·청탁 의혹 연루 심씨가 세간의 주목을 받은 건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의 개인 일정표가 공개되면서다. 지난 2011년 8월 등이 포함된 일정표에 심씨는 ‘무정 스님’이란 호칭으로 여러 차례 등장했다.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는 “2년 전 캠프서 전씨 말고도 김 여사와의 친분을 이용해 이권을 차지하려던 인물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때 A씨가 김 여사에게 ‘걔는 영빨이 부족해서 안 된다’며 여러 차례 물갈이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인사도 “어머니인 최씨가 2021년 7월에 구속되기 전 김 여사가 명태균씨를 비롯한 A씨로부터 조언을 여러 번 구했다. 어떻게 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등 상당히 많이 의지했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명씨가 최근까지 김 여사와 소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소위 ‘영빨’로 김 여사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 명씨의 지인은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녹취서 “지금 당선인(윤 대통령)이 아예, 진짜, 완전히 광화문 그쪽으로 (이전)할 모양인가 보네”라고 물었고 명씨는 “경호고 나발이고 내가 (김건희 여사에게)거기 가면 뒈진다 했는데, 본인 같으면 뒈진다 하면 가나”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 청와대 이전을 위한 대통령 집무실 후보로 광화문 정부청사를 거론한 바 있는데, 명씨 본인이 김 여사에게 대통령 집무실을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조언했다는 주장이다. 명씨는 지인과의 대화서 김 여사에게 ‘무속적인 조언’을 했다고 밝히기도 한다. 명씨는 “내가(김 여사에게) 뭐라 했는지 알아요”라며 “본인이 영부인 사주가 들어앉았고, 그 밑에 대통령 사주가 안 들어왔는데”라고 했다. 명씨는 “내가 3월9일이라서 당선된다고 그랬다. 꽃 피기 전에는 윤석열이가 당선이(되고), 피면 이재명이를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감으로 승부수? 명씨는 또 “내가 이랬잖아. 그 청와대 뒷산에, 백악산(북악산)은 좌로 대가리가 꺾여있고, 북한산은 오른쪽으로 꺾여있다니까”라며 청와대 기운이 좋지 않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해당 대화서 명씨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광화문 사무실 15층서 청와대를 봤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hounder@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순항하던 이재명호가 위기다. 지난 15일 위증교사 사건 1심서 무죄를 받았지만 공직선거법에 대한 여진이 남아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선두로 현 상황을 정면돌파하는 방법을 택했다. 서로를 격려하며 다독였지만 어째서인지 허들만 늘어나는 현실이다.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서 1심대로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고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 대선 과정서 보전받은 434억원도 토해내야 한다. 앞으로 뚜벅뚜벅 민주당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 판결서 무죄, 유죄더라도 100만원 이하의 형을 예상했다. 이 대표가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한 답변이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특히 어떠한 인물에 대해 ‘안다’와 ‘모른다’는 객관적인 기준을 설정할 수 없어 애초에 기소돼선 안 됐을 사건이라며 무죄에 힘을 실었다. 예상을 깨고 법원이 징역형을 내리자 민주당에서는 당혹스러운 기류가 감지됐다. 이날 굳은 얼굴로 법정을 나선 이 대표는 “오늘 이 장면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장면이 될 것”이라며 “현실 법정은 두 번 더 남았고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인 사실 인정부터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상식과 정의에 입각해서 생각하면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를 앞세워 정권교체 준비에 박차를 가하던 민주당이 첫판부터 치명타를 입었다. 여의도 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리더십에 금이 갈 것이란 해석을 내놨다. 그러나 선고 다음날인 지난 16일 민주당은 비상연석회의를 소집하고 “저들이 아무리 이 대표의 정치생명을 끊으려 해도 이 대표는 결코 죽지 않는다”며 오히려 결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 역시 서울 광화문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 농단 규탄 및 특검 촉구’ 제3차 집회서 “이재명, 펄펄하게 살아서 인사드린다”며 건재함을 강조했다. 지도부는 리더십 교체에도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민주당 김윤덕 사무총장은 지난 17일 국회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 대표 교체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민주당은 흔들림 없이 싸우고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뚜벅뚜벅 나아갈 것이다. 상당히 많은 의원으로부터 격려 전화가 오고 있으며 당이 더 잘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장외 집회에 속도를 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21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30일에는 전국적인 집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 대동단결 민주당 흐르는 법원의 시간…조기 대선 승부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기본소득당 등 다른 야당과 달리 민주당은 ‘대통령 탄핵’보다 ‘김건희 특검법 수용’에 중점을 뒀다. 민주당 지도부 역시 탄핵이라는 직접적인 발언을 삼가며 단어 선택에 신중을 가하고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에 가까워지는 만큼 혹시 모를 역풍에 대비해 특검법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탄핵을 직접적으로 외치지 않았을 뿐, 이 대표 방탄을 위해 ‘탄핵 굴뚝’에 불을 때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의 대법원 판결이 나기 전 민주당 주도로 개헌을 하든, 탄핵을 하든 현직 대통령을 끌어내려 조기 선거를 치르려는 속셈”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역시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할 일은 범죄 방탄, 아스팔트 정치를 중단하고 사법부 판단을 겸허히 기다리는 것”이라며 “그리고 그 판결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선거법 등에 따르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 선고는 앞으로 6개월 안에 이뤄져야 한다. 이는 내년 5월 이전까지로, 대권주자를 노리는 이 대표에게 있어 길지 않은 시간이다. 대장동·백현동·위례·성남FC 의혹 등 추가 재판이 예정돼 대법원 판결까지 다소 시간이 지연될 수 있지만 2027년 대선까지 대법원이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란 해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이 장외 투쟁을 통해 조기 대선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데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민주당을 탈당한 개혁신당 조응천 총괄특보단 역시 이 대표의 출구전략으로 윤 대통령의 임기 단축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제시했다. 조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혐의 둘 중 하나는 무조건 당선무효로 피선거권 박탈로 확정이 될 것 같으니까 그전에 대선에 들어가는 트럼프식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지난 대국민 담화서 임기 단축 가능성을 닫아놨고 최근 들어서는 지지율이 회복세에 오른 만큼 이를 꺾기 위한 민주당의 공세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젖은 장작 연기만? 문제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처럼 민심에 불이 붙지 않는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장외 집회가 열렸던 지난 2일과 9일 각각 30만명, 20만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1만7000명, 1만5000명이 참가했다고 추산했다. 이 대표의 1심 선고가 발표된 직후인 지난 16일 집회 역시 주최 측 추산으로는 30만여명이 모였지만 경찰은 2만50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봤다. 민주당과 혁신당을 비롯한 야당은 ‘분노한 시민’의 참여율이 저조한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집회가 시민의 공감대를 충분히 끌어내지 못해 단순히 당원 결집에 그쳤다는 설명이다. 혁신당 내부에서는 행진 시 정당 깃발을 사용하지 않는 방안을 논의했다. 민주당 역시 각 시도당위원회와 지역위원회에 집회서 깃발 사용과 파란 의상 착용을 자제해달라는 공지를 보냈다. 두 가지 대책 모두 정당 색을 배제하고 시민단체와 일반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그래도 시민이 참여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16년 탄핵 집회는 시민단체가 주도하고 정당이 참여하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그 반대가 됐다”며 “금투세 폐지 등 최근 민주당이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민단체 측 반발이 있는 것으로 안다. 정당과 당원만으로는 목소리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언뜻 보면 (민주당과 혁신당은)한목소리 같지만 이 대표는 방탄을 위한 임기 단축을, 조국 대표는 복수를 위한 탄핵을 외친다”며 “같은 야당이어도 단합이 안 되다 보니 일반 시민도 ‘꼼수 집회’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집회 참여는 곧 방탄’이라는 선입견을 깨트려야 (일반 시민이)광장에 나오고 성난 파도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흔들림 없이 이 대표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대표가 1심서 집행유예를 받은 만큼 앞으로의 발언과 행보에 색안경을 끼고 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당에 화력을 더해야 하지만 그럴수록 ‘방탄용’이라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최근에 민주당 박희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는 다시 한번 격돌했다. 지난 14일 발의된 해당 개정안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를 삭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물밑서 조용히 박 의원은 법안 발의 배경에 대해 “현행법상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고 경쟁 후보의 공직 적격성에 대한 의혹 검증을 위해 확인하는 경우까지 낙선 목적 허위사실공표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날에는 민주당서 공직선거법상 피선거권 박탈 기준을 기존 벌금 100만원 이상서 1000만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개정안도 연달아 발의했다. 이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사법 시스템을 망가뜨려서라도 이 대표를 구하겠다는 일종의 아부성 법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장동혁 최고위원 역시 “민주당 입장에서는 법안이 통과되면 최선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반성적 고려에 의해 처벌 규정에 대한 개정 논의만 있어도 법원에서는 이를 유리한 양형 사유로 참작하는 경우가 있다”며 “어떤 경우라도 이 대표를 위한 꼼수 입법”이라고 보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9일 이 대표가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혐의로 기소되면서 민주당의 부담이 가중됐다. 이 대표와 당시 경기도지사 비서실장 정씨, 전 경기도 공무원 배씨 등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2018년 7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공무와 무관하게 관용차를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검찰은 이 대표가 개인 음식값과 세탁비 등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고도 보고 있다. 사적으로 사용한 배임 금액이 1억653만원으로 추산된다는 게 검찰 측 입장이다. 이번 사건으로 이 대표가 기소되면서 재판은 5개로 늘어났다. 가장 먼저 1심 선고가 난 공직선거법 사건을 비롯해 위증교사 사건(지난 25일 무죄 선고),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 등 재판이 이 대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민주당은 곧바로 논평을 내고 검찰을 향해 날을 세웠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검찰이 이토록 집요하게 억지 기소를 남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며 “제1야당 대표이자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정치 지도자를 법정에 가두고 손발을 묶으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지금은 원팀, 재판 후에는? 3총·3김에 초일회까지 꿈틀 이어 “검찰은 ‘이 대표가 법인카드를 쓴 것도 아닌데 몰랐을 리 없다’는 억지 춘향식 논리를 뻔뻔하게 들이밀었다”며 “이미 경찰 수사에서 이 대표에게 혐의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부득부득 사건을 되살려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 역시 “증거는 없지만 기소한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체제를 끝까지 유지하겠다는 민주당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재판이 거듭될수록 당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 대표가 남은 재판서 줄줄이 유죄를 선고받는다면 ‘이재명 불가론’이 고개를 들 것이란 해석에 힘이 실린다. “이 대표는 민주당을 이끌어야 대권주자로 거듭나는 것이지, 당으로 자신을 방어하려 해서는 민주당도 죽고 본인도 죽는다”는 게 현재 상황을 바라보는 야권 관계자의 평가다. 지도부는 ‘플랜 B’ ‘포스트 이재명’ 등에 대해 딱 잘라 말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과연 차기 당 대표는 누가 될 것인지 저마다 점지하고 나섰다. 친명(친 이재명)계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한발 뒤로 물러설 것이란 이야기가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지난 총선서 ‘공천 학살’을 당했던 비명(비 이재명)계가 다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응천 총괄특보단은 “이 대표에 점 하나 찍은 사람이 (대안으로)올라가지 3김(김두관·김경수·김동연·김부겸 등)이나 이런 사람들은 애초에 고려의 대상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권리당원의 반절 이상이 대선 이후에 들어온 강성 친명”이라며 “당원민주주의 한다면서 당헌·당규 같은 것을 다 바꿨다. 강성 당원들의 의지대로, 뜻대로 가게 만들어놨다”고 덧붙였다. ‘3총(이낙연·김부겸·정세균 전직 총리)·3김(김두관·김경수·김동연 등)’의 역할에도 눈길이 쏠린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번 달 초 독일서 회동을 했다. 원외 비명계 모임인 ‘초일회’는 다음달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초청해 특강을 주최하고 내년 1월에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의 만남을 예고하면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다만 비명계는 “나설 때가 아니다” “당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아끼고 있다. 어쩌면 열린 결말 한 비명계 의원은 이 대표의 법원 선고와 관련해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우리가 우려했던 일이 지금 일어나고 있어 무척 안타깝다”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본인이 한 일에 대해서는 스스로가 제일 잘 아는 만큼 객관성을 잃은 채 남의 탓으로만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비명계 세력이 다시 뭉칠 것으로 보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지난해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파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잊으셨냐”면서도 “당장은 정치 공간이 좁아 쉽지 않겠지만 대안이라는 것은 언제든지 존재할 수 있다”고 답했다. <hypak28@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