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운명 쥔 헌법재판소 막전막후

두 갈래 길 결론은 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국민의 눈이 두 갈래 갈림길에 쏠려 있다. 심판대에 오른 사람은 심판관의 결정에 따라 한쪽 길로 향하게 된다. 어느 길로 가든 혼란은 피할 수 없다. 복귀냐 파면이냐. 이제 판단만 남았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시작된 탄핵 정국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 45년 만의 비상계엄 선포는 온 나라를 순식간에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국민은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를 8년 만에 다시 보게 됐다. 그때나 지금이나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탄핵 정국의 키를 쥐고 있는 상황이다.

칼자루
다시 쥐다

지난해 12월14일 국회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두 번의 시도 끝에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나오면서 윤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 심판대 위에 올랐다. 헌재는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서를 접수한 직후 심리에 돌입했다. 지난달 25일을 끝으로 10차에 걸친 변론이 마무리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10차 변론기일에 67분 동안 최후 변론을 했다. 탄핵소추의 핵심 배경인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해명하는 데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권을 비판하는 데 집중했다. 임기 단축 개헌, 책임총리제 등 복귀 이후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의 변론이 마무리되면서 헌재의 시간이 시작됐다. 헌재의 판단에 따라 윤 대통령은 물론 나라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탄핵안이 기각되면 윤 대통령은 바로 직무에 복귀한다. 현재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구속돼있지만 대통령의 업무 특성상 보석으로 풀려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대로 헌재 재판관 6인 이상이 탄핵안을 인용하면 윤 대통령은 직을 잃게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파면이다. 탄핵이 결정되면 정국은 대선 모드로 바뀐다. 헌법 제68조는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뽑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3월 헌재 선고, 5월 대선 가능성이 거론된다.

헌재는 변론 종결 이후 숙의 단계에 들어갔다. 휴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평의를 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의는 심판의 결론을 내기 위해 재판관들이 사건의 쟁점을 토론하는 과정이다. 통상 주심재판관이 검토 내용을 요약해 발표하고 재판관이 각자 의견을 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거미줄처럼 얽힌 사건
결과에 따라 변수될 듯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최종변론 이후 선고까지 각각 14일, 11일이 걸렸다. 2주 이내에 결과가 나온 셈이다. 문제는 노 전 대통령, 박 전 대통령 때와 달리 윤 대통령은 얽혀있는 게 많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 시기가 앞선 두 전직 대통령 때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헌재는 ‘업무난’에 시달리고 있다. 윤 대통령 외에도 7건의 탄핵 심판 사건이 계류돼있다. 이 중 한덕수 국무총리, 최재해 감사원장을 비롯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최재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장 등 검사 3명이 탄핵소추된 사건은 변론이 끝났거나 종결 일정이 정해졌다.

일단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 관련 권한쟁의 심판 사건은 결론이 나왔다. 헌재는 지난달 27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를 대표해 마 후보자 불임명과 관련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장부 장관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을 재판관 전원 일치로 일부 인용했다.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를 임명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헌재는 지난해 12월26일 국회가 재판관으로 선출한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최 권한대행의 행위를 ‘부작위(행위를 하지 않음)’로 봤다.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재판관 선출을 통한 헌재 구성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고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이다.

다만 정형식·김복형·조한창 등 3명의 재판관은 권한쟁의 청구가 본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은 점은 적법하지 않다는 별개 의견을 냈다. 최 권한대행 측이 헌재가 권한대행 심판에 대해 각하해야 한다며 내세운 주장과 비슷한 취지다.

두 전직과
다른 상황

앞서 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31일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 3명 가운데 조한창·정계선 후보자만 임명하고 마 후보자에 대해선 여야 합의가 없었다며 임명을 보류했다. 우 의장은 이를 부작위라고 문제 삼아 지난 1월3일 헌재에 이번 심판을 청구했다. 정치권은 헌재의 이번 판단이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에 미칠 영향에 관심을 쏟고 있다.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면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에 참여할지가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마 후보자가 탄핵 심판 사건에 합류하게 되면 ‘갱신 절차’를 거쳐야 해 선고 시기가 늦춰지게 된다. 또 마 후보자의 정치적 성향을 두고 논란이 나올 수도 있다. 마 후보자는 정치적 편향성 의혹을 받고 있다.

헌재의 판단에도 최 권한대행이 당장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권한대행이 결정문을 잘 살펴볼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마 후보자의 임명이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 총리의 탄핵 심판 사건 결과도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헌재는 지난달 19일 첫 변론을 열고 1시간30분 만에 절차를 종결했다. 선고만 남은 상태다. 한 총리는 지난해 12월27일 ▲비상계엄 방조 ▲헌법재판관 미임명 등 5가지 사유로 탄핵소추됐다. 국회 측은 한 총리가 비상계엄 해제를 지체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 총리는 “대통령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사전에 알지 못했다. 대통령이 다시 생각하도록 최선을 다해 설득했다”고 반박했다. 또 헌재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사안에 “대통령 권한대행은 민주적 정당성에 한계가 있는 임시적 지위”라며 국회 합의가 불가피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한 총리의 탄핵 심판 결과 역시 윤 대통령 사건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윤 대통령 측은 그동안 한 총리 탄핵 심판을 윤 대통령 사건보다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헌재가 한 총리의 탄핵안을 기각하면 즉각 업무 복귀가 이뤄지는데 이렇게 되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최 권한대행의 헌재 재판관 임명 등이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

복귀·파면
기로 섰다

여기에 한 총리의 탄핵소추 의결정족수를 둘러싼 권한쟁의심판도 있다. 국회서 한 총리를 탄핵소추할 당시 의결정족수를 151명으로 봐야 하는지, 200명으로 봐야 하는지를 따지는 문제다. 헌법에 따르면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은 탄핵 시 재적 의원 과반(151명), 대통령은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표가 있어야 탄핵안이 가결된다.


한 총리의 경우 탄핵안 의결 당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그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었다. 한 총리를 국무위원으로 봐야 하는지, 대통령으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쟁점이 벌어진 것이다. 우 의장은 한 총리의 탄핵소추안 의결정족수를 151명으로 정했다. 당시 국회의원 192명의 ‘가’표로 한 총리의 직무가 정지됐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에 ▲마 후보자 임명 권한쟁의심판 ▲한 총리 탄핵소추안 의결정족수 권한쟁의심판 ▲한 총리 탄핵 심판 사건 등이 얽혀있는 셈이다. 선고 시기와 결과가 탄핵 심판 사건의 변수가 되는 만큼 헌재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 자체도 쟁점이 많다. 헌재가 10번의 변론기일을 진행하는 동안 군, 경찰, 정부 부처 관계자 등 총 16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과정서 드러난 쟁점은 총 5가지로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성 ▲포고령 1호 발표 ▲군‧경 동원 국회 봉쇄 ▲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정치인‧법조인 체포 지시 등이다.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성은 당시 상황이 헌법에 명시된 계엄 요건에 부합했는지가 쟁점이다. 헌법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 입법 폭주, 국가 예산 삭감 등을 언급했다.

비상계엄 위헌성·정치인 체포조
증언 엇갈린 5가지 쟁점 판단은?

또 비상계엄 선포 전 진행한 국무회의가 절차적 요건을 갖췄는지도 다툼이 있다. 계엄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때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헌재에 출석한 국무위원들의 증언은 엇갈렸다. 한 총리는 “(국무회의에) 형식적·실체적 흠결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반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참석 국무위원들은 국무회의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고령 1호의 위헌성도 쟁점으로 분류된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나온 포고령 1호에는 국회와 정당의 일체 정치 활동 금지,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 처단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국회 활동을 제한하는 부분이 문제로 떠올랐다.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대통령의 권한으로 가능하지만 헌법에 입법부의 활동을 제한한다는 부분은 없다.

이 과정서 계엄군이 국회로 들어온 점이 또 다른 쟁점으로 제기됐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윤 대통령과의 통화 과정서 들었다는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의 진위를 두고도 공방이 오갔다. ‘의원’ ‘요원’ ‘인원’ 논란이 불거진 부분이다. 곽 전 사령관은 진술 과정서 인원이라고 진술을 바꾸면서 인원을 ‘국회의원’으로 알아들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정치인·법조인 체포조 지시 여부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윤 대통령의 전화를 받은 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체포 대상의 이름을 들었다고 진술하면서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홍 전 차장이 적었다는 ‘체포조 명단 메모’는 조작설이 불거지는 등 내내 논란이 됐다.

계엄군의 선관위 압수수색은 ‘부정선거’ 논란으로 번졌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왜 선관위에 계엄군을 보냈냐는 질문에 부정선거를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부정선거 정황이 의심되는 만큼 군대를 보내 확인하려 했다는 게 윤 대통령 측 논리다. 부정선거 논란은 탄핵 반대 집회의 핵심 주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재명 선고
변수 될까?

흥미로운 대목은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기일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2심 재판 선고기일이 맞물릴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고법 형사6-2부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의 항소심 판결 선고를 오는 26일에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1심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대법원서 확정되면 피선거권 박탈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헌재의 선고일은 통상 2~3일 전에 공개된다. 내달 18일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퇴임이 예정된 만큼 헌재의 선고는 늦어도 3월을 넘기지 않을 공산이 크다. 말 그대로 ‘운명의 3월’이 될 전망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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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