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약상으로 몰린 소금상 풀스토리

선뜻 화물 받았다가 징역 10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섣부른 선의가 한순간 화살이 되어 돌아왔다. 사업을 도와줬던 지인의 짐을 맡아주겠다고 했다가 마약 밀수업자로 몰려 감옥에 가게 된 것이다. 마약 대금을 결제한 정황도, 마약인 점을 인지하지 못한 정황도 있지만 재판부의 판결은 바뀌지 않았다.

평범하게 살던 A씨가 한순간에 마약 밀수업자가 됐다. 호형호제하던 지인들은 A씨의 진술을 모두 부인하거나 위증했고 수사기관과 재판부도 A씨가 거짓 진술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일요시사>는 A씨의 재판 과정서 이상한 점을 짚어봤다.

파키스탄
다녀온 후

지난 2023년 7월 인천지방검찰청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향정이나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A씨를 구속 기소했다.

A씨는 지난 2023년 1월19일 멕시코서 미국을 거쳐 국내로 들어오던 중 필로폰 2827.34㎏을 몰래 반입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구체적으로 그는 풍선 속에 숨긴 필로폰을 국제 특송 화물로 인천공항에 들여오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A씨는 검거 당시부터 지금까지 지인의 물건을 맡아줬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사건은 A씨가 소금 사업을 위해 파키스탄에 간 일부터 시작된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1년 2월경 지인인 B씨로부터 암염(핑크솔트) 사업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게 됐다. 이 말을 들은 A씨는 B씨와 그의 지인인 C씨와 함께 파키스탄을 방문하게 된다.

A씨는 파키스탄서 싸쿠라는 가이드를 만나게 된다. 싸쿠는 A씨 일행에게 암염 사업지를 비롯한 현지 사정 등을 친절하게 안내했으며 A씨는 이에 큰 고마움을 느꼈다고 한다. 이와 별개로 암염 사업은 실패했다.

이후 한국으로 귀국한 뒤 한 무역업체 취업 후 평범하게 살던 A씨는 B씨로부터 수원서 만나자는 제안을 받고 지난 2022년 9월3일 B씨와 C씨와 만났다. 이 자리서 C씨는 갑자기 “싸쿠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며 싸쿠가 10월에 한국에 가려고 하는데 짐이 많아 받아줄 수 있냐고 물으며 아이들이 먹을 사탕과 초콜릿을 주겠다고 했지만 자신(C씨)은 그때 한국에 있지 않고 아이들도 없어서 거절했다.

이틀 후 A씨는 한 통의 영어로된 이메일을 받게 된다. 해당 이메일을 번역한 결과 싸쿠가 짐을 미리 보내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만남서 C씨가 말한 바와 일치한 것이다. A씨는 싸쿠의 친절에 보답하는 차원서, 이틀 전 수원 회동 때 전해 들은 내용과 일치했기에 아무런 의심 없이 안부와 함께 주소를 알려 주는 답신을 보냈다.

집으로 온 사탕과 초콜릿
그 안에 필로폰 넣어 발송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A씨가 받은 이메일은 싸쿠로부터 온 것이 아닌 신원 불명자로부터 온 것인데, B씨가 번역해준 대로 싸쿠가 보낸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신원 불명자가 A씨 주소를 수신처로 사탕과 초콜릿과 함께 풍선 안에 필로폰을 넣어 발송했다.

멕시코서 출발한 화물은 미국을 경유하는 과정서 발각돼 압수됐으며, 이 사실이 한국 당국에 통보됐다. 한국 당국은 함정수사를 위해 압수 물품을 한국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해외 탁송업체를 통해 수신인인 A씨에게 화물이 온다는 사실을 통보했다.


지난 2023년 1월10일 해외 탁송업체는 A씨에게 물품 설명과 용도를 기재해 개인통관 고유부호와 운송장 번호를 제목으로 회신해줄 것을 요청했다. 같은 날 A씨는 물품이 초코릿과 사탕이라고 회신했다.

이틀 후인 2023년 1월12일 A씨는 앞서의 신원 불명자로부터 두 번째 이메일을 받아 B씨에게 번역을 의뢰했다. B씨는 “자기(싸쿠)의 한국행이 연기되니 물품만 수령해 보관해달라”는 내용이라고 번역해 주면서 “그냥 내버려 둬”라고 해서 답신은 하지 않았다.

그후 A씨는 해외 탁송업체 직원과 관세에 관한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A씨는 이에 이메일로 싸쿠에게 세금을 대납하고 나중에 청구해야 하므로 금액부터 알려달라고 했다. 이후 A씨는 14일 동안 물건이 배달되지 않았고, B씨를 통해 싸쿠에게 물건 도착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상황을 공유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23년 2월6일 A씨는 배송 기사로 위장한 인천지검 수사관으로부터 화물을 전달받다가 긴급 체포된 후 구속 기소됐다.

“이용만
당했는데…”

1심 재판부는 A씨가 계획적으로 마약을 수입하려 했다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마약류 수입 범행은 마약의 확산 및 그로 인한 추가 범죄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서 엄정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A씨가 수입하려고 했던 필로폰은 그 무게가 약 2.8kg에 달하는 대량으로서, 이는 1회 투약분 약 0.05g 기준 5만6000명이 투약할 수 있는 분량에 해당하므로 만약 위 필로폰이 계획대로 국내에 반입돼 유통됐다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해악은 대단히 컸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한편 A씨는 이 사건 필로폰 수입 범행을 계획하면서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할 목적으로 공범과 짜고 이메일을 주고 받는 등 자신에게 유리하게 증거를 조작했고, 범행이 발각된 이후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이 사건 화물의 배송 조회를 한 이유, 이 사건 화물의 내용물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이유 등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된 답변을 회피하면서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또 “법원으로부터 A씨의 주장에는 여러 군데에 불일치, 모순이 있다는 지적을 받은 이후에도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허위 내용이 담긴 사실확인서를 제출하는 등 이 사건 수사 및 재판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 범행의 중대성 및 이 사건 범행을 전후한 A씨의 태도 등에 비춰볼 때, 비록 피고인에게 이 사건 이전에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이 사건 범행이 미수에 그치고 필로폰은 모두 압수돼 시중에 유통되지 않은 점 등 유리한 정상을 참작하더라도 피고인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함이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진술과 주장이 모두 허위라고 판단하고 마약 밀수범의 최대 형량을 넘어서는 형량을 선고한 것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마약류 수출입·제조 사범의 기본 형량은 최소 10월에서 최대 7년이다. 여기에 영리 목적 등의 의도가 더해진다면 최대 형량은 11년까지 늘어난다.


이에 A씨는 ▲화물이 필로폰인 사실을 몰랐던 점 ▲싸쿠를 사칭한 인물로부터 기망을 당해 필로폰이 담긴 화물의 수령인으로 이용당했을 가능성 ▲화물에 담긴 필로폰의 가액이 5000만원이 넘는다는 것을 인식했다는 충분한 증명 없이 가중처벌된 점 등을 들어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가 있으며 범죄 전력도 없고 경제적 이익도 없고 이용만 당한 상황에 징역 10년은 지나치게 과중하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 역시 A씨의 주장이 허위라고 봤다.

2심 재판부는 ▲필로폰 밀수 범행은 그 성질상 밀행성을 수반하고, 이 사건의 경우 허위 이메일의 외관을 작출하면서 적발 시 빠져나갈 방법까지 마련하는 등 범행을 적극적으로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점 ▲A씨가 두 번째 이메일을 수령하기 이전에 이미 화물의 내용물을 알고 있었던 것을 보아, A씨가 실제 마약 상선과 따로 연락하면서 소통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중한 처벌을 감수하면서도 마약 밀수 범행을 감행한 이유로 필로폰의 가액이 5000만원 이상이라는 것을 A씨가 미리 알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 등을 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지난해 3월 A씨는 상고를 제기했지만 대법원서도 상고가 기각돼 결국 징역 10년형이 확정됐다.

대금 결제
유통 없어

A씨의 형량은 확정됐지만 아직 증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A씨가 마약을 샀다면 마약 대금은 어떻게 결제했는지 ▲마약 대금의 자금 출처는 어디인지 ▲어떻게 유통하려 했는지 ▲A씨가 마약 상선과 계속 연락했다는 근거는 무엇인지 ▲공범과 증거를 만들기 위해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면 공범은 누구인지 등이다.


필로폰 2827g은 A씨가 검거됐을 당시 도매 가격으로 2억원에 달하며 소매 가격으로는 7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검찰 조사 과정서도, 재판 과정서도 마약 대금 결제를 어떻게 했는지는 전혀 확인하지 않았다. 마약 대금을 결제한 방법을 조사하지 않았으니 마약 대금의 자금 출처 역시 전혀 밝혀진 바가 없다.

검찰과 재판부가 집중한 쟁점은 ▲화물에 무엇이 올지(사탕과 초콜릿) A씨가 먼저 알고 있었다는 점 ▲A씨가 화물이 언제 오는지 계속 확인했다는 점 ▲사쿠가 A씨한테 보낸 이메일이 영어 문법과 맞지 않아 한국인이 번역기를 통해 보냈다고 볼 수 없다는 점 ▲수사 과정과 재판 과정서 A씨의 진술이 계속 바뀌었다는 점 등이다.

멕시코 출발, 미국 경유 과정서 발각
압수 사실 한국에 통보…바로 체포

A씨처럼 마약을 택배로 받았다가 징역형 선고를 받은 사례는 많다. 하지만 다른 사례에서는 택배 수취인들이 마약을 유통하는 것이 드러나거나 마약을 투약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앞서 부산지법 형사5부(장기석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향정),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베트남 국적 유학생 D씨에 대해 징역 9년을 선고했다.

법원이 인정한 범죄 사실에 따르면, 대전 모 대학교에 재학 중인 그는 지난 4월 초 베트남에 있는 E씨와 공모해 1330여만원 상당의 케타민 205g을 국내로 밀수입한 혐의를 받는다.

E씨는 케타민을 비닐팩 20개로 소분해 라면 봉지 속에 넣어 과자, 국수 등과 종이상자에 담아 식품 배송인 것처럼 꾸민 국제 택배를 D씨에게 보냈고, D씨는 이 국제택배가 베트남서부터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기까지 운송 경로를 추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D씨는 같은 달 4일에는 대전 동구 거주지 옥상서 F씨에게 15만원을 받고 신종 마약 9ml를 판매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다른 신종마약 판매 사건을 조사하던 중 한 피의자의 수사 협조를 받아 판매자 D씨와 현금 거래를 성사했고, 거래를 하기 위해 옥상에 나타난 D씨를 긴급체포한 뒤 현금 15만원과 D씨의 휴대폰을 압수했다.

또 광주지법 제13형사부(재판장 정영하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2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G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했다.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태국인 노동자 H씨에게는 징역 1년을 선고했다.

G씨는 올해 초 태국에 사는 공범과 동남아서 유통되는 합성 마약류인 ‘야바’를 팔기로 공모, 태국서 시가 1억1769만원 상당의 야바 5898정을 건강보조제 용기에 숨겨 국제 우편물로 밀수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김 양식장서 일하던 태국인 노동자 H씨에게 2차례에 걸쳐 들여온 야바 중 일부인 20정을 60만원에 팔고, 판매 목적으로 1235만원 상당의 야바 247정을 소지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H씨는 다른 동료 노동자들과 함께 G씨를 통해 야바를 구입하거나 여러 차례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G씨는 한국에 체류하다가 강제 출국된 태국인 공범과 공모해 현지산 야바를 국제우편으로 자신이 머물렀던 전남의 한 숙박업소까지 배송되게끔 수취지로 기재하고, 직접 받았다.

해당 사건과 A씨 사건의 차이점은 마약을 유통하고 마약을 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A씨의 사건에서 명확한 것은 화물에 A씨의 주소지와 전화번호가 적혀있다는 것뿐이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A씨의 사건에 대해 “해당 사건서의 주요 쟁점은 필로폰 밀수를 계획했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해 보인다”며 “A씨가 수사기관과 재판서 말이 달라지는 것과 증인 진술과 A씨의 진술이 맞지 않는 부분은 상당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필로폰 2.8kg을 혼자서 유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공범에 대한 조사가 전혀 없다는 것이 의아하다”며 “조사 과정서 A씨의 집, 차량, 회사 근처 숙식을 하던 친척집 등을 전방위로 압수수색하는 반면, 진술 초기부터 등장한 B씨와 C씨는 참고인 신분으로 대질심문만 진행한 것도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재심 신청
결과는?

A씨도 이상한 점을 느끼고 현재 재판부에 재심을 신청할 예정이다. 재심이란 형사소송법과 민사소송법에 의해 확정 판결이 있은 사건에 대해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 등 중대한 하자가 있음을 이유로, 확정 판결이나 이에 준하는 결정적 증거로 다시 재판해 재판의 취소나 변경 등을 요구하는 신청으로서 비상의 불복신청을 말한다.

A씨는 재심 사유로 민사소송법 제451조 7항에 나와있는 ‘증인·감정인·통역인의 거짓 진술 또는 당사자 신문에 따른 당사자나 법정대리인의 거짓 진술이 판결의 증거가 된 때’를 꼽는다. A씨는 A씨의 진술을 허위로 판단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인 B씨의 진술이 위증이라고 말한다. A씨는 B씨를 위증죄로 고발하기도 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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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