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부는 등록금 인상 바람

17년 만에 크게 오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대학가에 등록금 인상 바람이 불고 있다. 전국 32개 대학이 올해 등록금 인상을 확정했고 120여개 대학은 논의 중이다. 교육부의 만류가 있지만 재정 악화로 인해 등록금 인상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총장들은 말하고 있다. 학생들의 반발도 강한 가운데 교육부가 어떻게 대처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최근 대학교들이 줄줄이 등록금을 인상하고 있다. 16년간 동결됐던 주요 대학의 등록금이 인상되자 교육부와 학생들의 반발도 거세다. 하지만 대학은 재정 악화를 이유로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위기의 대학
재정 악화

교육부는 지난해 12월25일 대학·대학원 등록금 법정 인상 상한을 5.49%로 확정했다. 다만 등록금 동결 기조는 유지했다. 고등교육법에 따라 대학(대학원) 등록금 인상률은 직전 3개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할 수 없다.

내년 법정 인상 상한은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3.66%)의 1.5배인 5.49%로 확정됐다. 교육부는 이를 지난해 12월30일 공고했다. 최근 4년간 법정 인상 상한은 2021년 1.20%, 2022년 1.65%, 2023년 4.05%, 2024년 5.64%였다.

지난 4년간 법정 인상 상한률 고지에도 대학들은 등록금을 올리지 않았다. 교육부의 등록금 동결 기조에 따른 것이다. 올해에도 교육부는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등록금 법정 인상 상한을 공고하며 “그간 국가장학금이 지속 확대됐음에도 대학의 등록금 수입이 교내장학금 지원에 집중돼 교육 여건 개선에 상대적으로 투자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규제 완화를 통해 학생들의 등록금이 교육 여건 개선에 투자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또 교육부가 대학의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2023년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신설 등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 왔고, 국가장학금도 대폭 확충하는 등 학생들의 학비 부담 완화에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 대학들은 재정 악화를 이유로 등록금 인상을 주 현안으로 꼽고 있다.

전국 4년제 대학들이 모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는 올해 정기총회를 맞아 실시한 ‘2025 KCUE 대학 총장 설문조사’ 분석 결과 지난 2009년부터 올해까지 교육부로부터 학부등록금 동결 압박을 받고 있는 대학들은 저출생에 따른 학령인구 급감 등도 더해져 ‘재정 위기’를 가장 큰 화두로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총장들은 ‘현 시점서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영역(복수응답)’을 묻는 질문에 77.1%(108명)가 ‘재정 지원 사업(정부·지자체 등)’을 1순위로 꼽았다. 이어 ▲신입생 모집 및 충원 62.9%(88명) ▲외국인 유학생 유치 및 교육 56.4%(79명) ▲등록금 인상 55.7%(78명) ▲재학생 등록 유지 38.6%(54명) 등이 5순위 안에 들었다.

재정 지원과 신입생 모집은 예년에도 최대 관심사(1·2위)였다. 다만, 전자는 올해 본격 도입되는 라이즈(RISE·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로 인해 지난해보다 주목도가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다(71.9%→77.1%).

또 ‘등록금 인상’을 실질적으로 고민하는 총장들도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43.7%에서 12.0%p 오른 55.7%를 기록했다. ‘재학생 등록 유지’(36.3%→38.6%)는 상위 5개에 진입한 반면, ‘교육 과정 및 학사 개편’은 16%p 넘게 급락하면서 종전 4순위에서 8순위로 밀려났다.

32곳 확정, 120여곳 논의 중
총장 관심사 1위도 ‘등록금’

설립 유형에 따라 일부 관심 영역이 갈리기도 했다. 국·공립 대학은 등록금 인상(5순위)보다 학생 취·창업(2순위)과 교육과정·학사 개편(3순위) 등이 앞섰고, 사립 대학들은 신입생 모집(2순위) 및 해외 유학생 유치(3순위) 등이 우선이었다. ‘당국의 재정 지원’은 둘 다 부동의 1위였다.

또 시·도 단위 대학들에게는 신입생 모집이 가장 큰 이슈였으나, 수도권 대학은 5위였고 국·공립대학의 경우 아예 순위에 들지 않았다. 총장들은 향후 5년간 대학별 재정상태가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보다 악화’된다고 답한 비율이 75%(105개교)에 달했고, 이 중 ‘매우 악화’라는 응답도 44개교나 됐다.

‘현 상태 유지’를 예상한 대학은 19.3%(27개교), 지금보다 안정적 재정이 가능할 거라고 본 대학은 5.7%(8개교)였다. 비수도권 소재 광역시 대학 중 상황 호전을 기대한 곳은 전무했다. 특히 국·공립 대학의 경우, 81.8%(33개교 중 27개교)가 재정 악화를 전망해 운영난을 짐작케 했다.

이런 상황에 서강대와 국민대를 시작으로 대학가가 연쇄적으로 등록금 인상에 나서고 있다. 전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이하 사총협)가 지난달 23일 배포한 ‘2025학년도 등록금 인상 현황 등에 따르면 사립대 27개, 국·공립대 5개 등 32개 대학이 등록금을 올리기로 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대 18곳, 비수도권대 9곳이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 인상률은 사립대 2.2~5.48%, 국·공립대 4.96~5.49%다. 이 외에도 현재 120여개 대학서 등록금 인상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여개 대학에선 현재 등록금 인상을 놓고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서 막바지 회의를 진행 중이다.

최근 3년 새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2022년 6곳, 2023년 17곳, 2024년 26곳이었다. 2009년부터 계속된 정부의 등록금 동결 압박 정책은 올해 실패로 돌아간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와 대교협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버대학·폴리텍대학을 제외한 4년제 일반대·교육대 193개교 학생 1인이 연간 분담하는 평균 등록금은 682만700원으로 전년(679만4000원) 대비 0.5% 상승했다.

설립 유형별로는 사립대가 762만9000원, 국·공립대학 421만1000원이었고, 소재지별로는 수도권 768만6000원, 비수도권 627만4000원이었다. 계열별로는 의학(984만3000원)이 가장 비쌌고, 예체능(782만8000원), 공학(727만7000원), 자연과학(687만5000원), 인문사회(600만3000원) 순이었다.

연쇄적으로
인상 릴레이

전문대 130개교 학생 1인의 평균 등록금은 618만2000원으로 전년(612만7000원) 대비 0.9% 상승했다.

설립 유형별로는 사립대 625만원, 공립대 237만6000원이었고, 소재지별로는 수도권 662만2000원, 비수도권 583만원이었다.

계열별로는 예체능(675만9000원), 공학(626만9000원), 자연과학(626만2000원), 인문사회(551만1000원) 순이었다.

대학알리미 집계상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대학 연간 평균 등록금은 672만원, 672만7000원, 674만8000원, 678만2000원, 682만원으로 1.48% 늘었다. 전문대학도 581만원, 582만1000원, 583만9000원, 595만8000원, 601만7000원으로 3.56% 늘었다.

4년제 대학 195개교 가운데 지난해 평균 등록금이 가장 비싼 대학은 추계예술대학교(923만9000원)이었고, 연세대(919만5000원), 한국공학대(903만5000원), 신한대(881만8000원), 이화여대(874만6000원)가 뒤를 이었다.

전문대 중에선 서울예대의 평균 등록금이 825만5000원으로 가장 비쌌고, 이어 한국골프대(793만원), 계원예대(771만4000원), 백제예대(754만5000원), 동아방송예대(743만2000원) 순이었다.

전국 여러 대학들이 잇따라 등록금 인상을 의결하거나 검토하자 학생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오랜 기간 등록금이 동결돼온 것은 맞지만, 등록금 인상 전에 학교당 최대 수천억원에 이르는 적립금부터 소진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들이 규정을 깐깐하게 해석해 적립금 사용에 소극적인 상황이라, 큰 돌파구가 마련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학 총학생회들은 학생 대부분이 등록금 인상에 반대한다며 긴급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연세대에선 전체 응답자의 88.9%(3362명)가, 고려대에선 응답자의 79.9%(1105명)가 등록금 인하·동결을 요구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전국 160여 개 대학에 실시한 인식 조사에서도 97.9%(1825명)가 등록금 인상에 반대했다.

4년제 평균
682만700원

학생들은 과도하게 축적된 적립금부터 소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2년 대학교육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국내 사립·전문대학 교비회계 적립금은 총 10조6202억원에 달했다. 그중 적립금 3000억원을 넘어선 상위 6개 대학(고려대·수원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홍익대) 모두 등록금 인상을 의결했거나 검토 중이다.

대학들은 적립금 사용엔 한계가 크다고 말한다.

성균관대는 “적립금은 대체로 사용 목적이 지정된 채 기부되는 금액이 많다”며 “등록금 대신 쓸 수 있는 금액은 막상 많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대학 적립금은 대개 퇴직금 지급을 위한 적립금이나 시설 정비에 필요한 건축 적립금 등이 많다고 설명했다.

사립학교법 제32조의2(적립금)는 대학 적립금은 기금으로 예치해 관리하고, 그 적립 목적으로만 사용(3항)하도록 하면서도, 적립금을 재난 상황서 학생 지원 목적으로 변경해 사용(4항)할 수 있도록 한 규정도 있다. 교육부도 적립금 비율이 높은 대학은 등록금을 전년도 수준으로 유지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적립금과 등록금의 용처가 낱낱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서 대학이 막대한 적립금을 쌓아놓고 쓸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니, 학생들의 불신이 높은 상황이다.

학생들은 교비회계 중 법인 전입금(법인이 대학에 내려주는 금액) 비율이 낮다고도 지적했다. 2022년 한국사학진흥재단에 따르면 4년제 사립대학 법인의 전입금 비율은 평균 4.1%에 불과한 반면, 같은 해 등록금 의존율은 51.4%에 달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이·공계 전공은 산업체와의 연구개발(R&D)로 수익 자구책을 마련하지만, 문과에 집중된 외대는 별도 수익을 내기도 쉽지 않다”며 “와중에 법인 전입금도 적어 등록금 의존율만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 역시 “우리 대학은 등록금이 교비회계의 57.4%를 차지하지만 법인 전입금은 0.4%밖에 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대학들은 기업 법인과 달리 설립 목적이 이윤 추구가 아닌 사학법인 특성상 전입금을 높이기 어렵단 입장이다.

한국외대·숙명여대는 “사학법인이 수익창출 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며 “관련 법도 교육기관 책무에 부합하도록 법인을 규제하는 성격이 강해 수익 창출에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정부는 2023년 사립학교법 시행령을 개정, 대학 법인의 재산 처분 제한 규정을 일부 폐지했지만 법인 재산 활용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등록금 인상에 대한 반발이 거세자 대학총장단은 이 부총리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성근 성신여대 총장은 “장학금은 국가가 학생들에게 주는 보편적 복지 중 하나인데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 장학금을 주지 않는 것은 학생 부담을 늘리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박상규 대교협회장(중앙대 총장)도 “등록금을 인상하는 대학들에 대한 불이익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학생 89%가 반대
국제 5위 등록금

앞서 교육부는 등록금을 인상하면 정부의 국가장학금Ⅱ유형 지원을 받을 수 없다고 강조해 왔다. 교육부는 또 올해 등록금을 동결 또는 인하하는 대학의 대학혁신지원사업과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의 인건비 집행 한도를 25%에서 30%로 상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올해만 등록금 인상을 참아달라는 뉘앙스로 이에 답변했다. 그는 “현재 권한대행 체제라 갑자기 정책을 발표하는 것도 쉽지 않고 경제도 어려워 민생이 힘들다 보니 교육부도 한 해 더 참아달라고 부탁드린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등록금을 동결할 경우, 교육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등 대학이 숨통을 틀 수 있도록 조치를 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잘 이겨나갈 수 있도록 다같이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독려했다.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 회장인 변창훈 대구한의대 총장도 “새로운 교육 환경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정 확보가 필요하다”며 정부 차원의 노력을 요구했다.

이 부총리는 “(3년 전)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고특회계)으로 큰돈을 가져왔고, 일몰이라 올해 연장해야 하는데 많은 도움을 부탁한다”며 “라이즈를 통해서도 지방 정부가 대학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즈는 교육부가 보유하고 있던 약 2조원의 대학 재정 지원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하고, 지자체는 이를 바탕으로 지역발전 전략을 고려해 대학을 선별 지원하는 체제다. 지자체는 사업비의 20%를 매칭해 총 2조4000억원이 될 예정이다.

다만 대학들은 고등교육의 안정적인 재정 확보를 위해서 중장기적으로는 법적 기반이 재정비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라이즈에 관한 우려도 이어졌다.

고창섭 충북대 총장은 “라이즈는 실용 학문에 지원이 집중된다”며 “다양성을 위해 기초학문을 발전시키는 대학들에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부총리는 “인문·사회 분야 등 기초학문은 (타 학문과)융합을 했을 때 혁신의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융합연구지원 등을 늘리고 있다”고 답했다.

국가별로 인구, 재정 규모, 교육 투자비, 대학 형태와 개수 등이 달라 단순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각국의 물가 수준을 반영한 구매력평가지수(PPP)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등록금은 상위권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다른 나라
금액 보니…

지난해 9월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2024에 따르면 2022년(810.43원/달러) 국내 국·공립대 등록금은 5171달러로 2019년 대비 6.9% 상승했다. 사립대 등록금은 9279달러로 7.1% 올랐다.

국·공립대는 관련 자료를 제출한 국가 24개 중 6번째로 높았으며, 사립대는 13개국 중 5위였다. 등록금이 가장 비싼 국가 1∼5위는 영국(1만3135달러), 미국(9596달러), 일본(5645달러), 캐나다(5590달러), 리투아니아(5458달러)였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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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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