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구속 후…힘 받는 개헌 논점 여덟가지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2.03 15:35:54
  • 호수 15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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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참에 의원내각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개헌 논의는 통치 구조 문제에 한정돼 거론되고 있다. 개헌엔 다양한 세력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린 논점들이 수면 아래 잠재돼있다. 갈등 조정 능력이 부족한 우리 국회와 정당이 갈등을 폭발시킬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회 의원이 지난달 14일 ‘헌법 개정 절차의 검토와 개선 방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 손인혁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1987년 제9차 개정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면서 “헌법 개정 절차가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지나치게
까다롭다

손 교수는 이전 개헌의 흐름을 ▲정치적 사태 ▲정권 유지 ▲장기집권 추진 등 정치적 요인으로부터 비롯됐다고 정리하면서 “국민투표도 개헌 주도 세력의 정치적 목적에 악용됐거나, 형식적으로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참여 기회와 의견수렴 절차도 거의 없었다”고 주장했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개헌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 → 대통령의 20일 이상 공고 → 공고일로부터 60일 내 국회 재적 의원 2/3 이상 찬성으로 의결 → 국회 의결 후 30일 이내 국민투표 진행 → 대통령 공포 순으로 진행된다.

정치권의 개헌 논의는 통치구조 문제로 한정돼있다. 형사 처벌을 받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대통령들이 연이어 나오는 이유로 “현행 5년 대통령 단임제가 제왕적 대통령제이기 때문”이라는 공감대가 널리 퍼진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대안으로는 ▲미국식 4년 대통령 중임제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 ▲의원내각제가 거론된다.


이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제도는 미국식 4년 대통령 중임제고, 거부감이 큰 제도는 의원내각제다. 박정희 전 대통령·전두환씨는 각각 유신헌법과 제5공화국 헌법을 근거로 간선제를 통해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1987년 6월 항쟁 직전엔 전씨가 의원내각제로 개헌한 후 여당 민주정의당 총재 자격으로 국회의원 공천권을 쥐는 방식으로 장기집권을 시도했다.

국회에 대한 반감·혐오 정서와 대통령 직선을 선호하는 국민적 성향은 의원내각제에 대한 거부 정서로 이어졌다.

하지만 개헌 관련 논점은 다양하다. 헌법은 모든 법률이 지켜야 할 지침이다. 세상 모든 일에 적용돼야 하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거론된다. 각 논점에 대한 각계각층의 이해관계는 거론되지 않은 채 통치구조 문제만 언급돼선 두루 납득할 수 있는 개헌 논의가 진행되기 어렵다.

이 논점들이 처음 언급된 계기는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중이었던 지난 2018년 청와대가 밝혔던 개헌안이다. 민주당은 현재 170석을 보유한 거대 야당으로 개헌 주도 정당이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2018년 발표한 개헌안의 주요 내용이 다수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야권 의석을 모두 합쳐도 192석이기 때문에 국민의힘 의원 최소 8명이 당론서 이탈해야 한다. 개헌 관련 논의가 갈등의 불씨가 될 조짐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헌법 전문은 헌법 제정 취지와 원리 등이 규정돼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헌법 전문이 재판의 지침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재판규범성을 인정한다. 헌법 전문에 담긴 역사적 사건은 ▲3·1운동 ▲대한민국임시정부 건립 ▲4·19 혁명이다. 민주당은 오래전부터 헌법 전문에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5월 지도부가 5·18 단체와 간담회를 가지면서 찬성 의사를 밝혔다. 윤희석 당시 선임대변인도 “여야 간 초당적 협의를 기반으로 5·18 정신이 헌법 전문에 수록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겠다”는 당의 입장을 밝혔다.


보수·진보 갈등 격화
논란 많아 ‘시한폭탄’

하지만 국민의힘은 전신 자유한국당 시절인 지난 2019년 2월 김진태·이종명·김순례 당시 의원이 북한군 개입설 등 5·18 관련 망언을 해서 큰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국민의힘 장성민 안산갑 당협위원장도 지난 2013년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를 진행하면서 북한군 개입설을 언급했다.

장 위원장은 윤석열정부서 미래전략기획관을 지냈다.

당시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의원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라면서 이들을 두둔했다. 김병준 당시 비상대책위원장도 “보수정당 내 스펙트럼과 견해 차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엔 5·18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어도, 비상계엄 사태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 수감돼 극우화되고 있는 현재의 국민의힘이 당시의 긍정적 반응을 계속 이어갈지 장담하기 어렵다.

폭탄이 될 또 하나의 논점은 영토·통일 조항이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제4조 전단은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라고 규정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의 개헌안은 이를 건드리지 않았다.

하지만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해 9월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자”며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2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통령과 민주당 정치인 대부분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월 남북통일을 포기하는 선언을 한 것과 맞물렸기 때문에 색깔론을 제기하는 일부 주장도 있었다. 학계 일각에선 현실을 근거로 임 전 실장을 두둔했고, 통일을 반대하는 일부 여론의 호응도 있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북한에 대한 반감과 통일 반대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아울러 대한민국 영토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돼있기 때문에, NLL(북방한계선)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지 격론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3년 국가정보원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논란서도 큰 격론이 있었다. 보수 세력은 NLL을 현실적인 영해 구분 국경선으로 인식하고, “NLL을 포기하려고 한다”는 취지로 진보 세력을 비판했다. 또 김 위원장이 NLL을 일컬어 “해상경계선”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근거로, 진보 세력에 대해 “북한과 같은 주장을 한다”고 직격했다.

헌법 전문
5·18 명시

그런데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975년 2월 작성한 외교 전문에도 “NLL은 국제법 지위를 갖고 있지 않고, 일방적으로 국제수역을 분리한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돼있는 등 미국도 같은 주장을 했던 적이 있다.

유엔군 사령부도 지난 1999년 연평해전 직후 “북방한계선은 실질적인 해상분계선이고, 지난 40년간 쌍방이 지켜온 엄연한 해상경계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NLL은 북한과 통일에 대한 담론이 얼마나 꼬여있는지 보여주는 상징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개헌 논의 시 임 전 실장 등 통일 반대론을 다시 주장하는 움직임이 있으면, 영토·통일 조항이 다시 격론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원칙적으로 농지 소작을 금지하는 헌법 제121조도 현실에 기반한 논쟁이 발생할 조짐이 있다. 헌법 제121조 제1항은 경자유전의 원칙과 소작 금지 원칙을 천명했다. 하지만 제2항은 ▲농업 생산성 제고 ▲농지의 합리적 이용 ▲불가피한 사정이라는 한도 내에서 임대차와 위탁경영 등을 인정한다.

소작 금지 원칙이 처음 헌법에 명시된 시점은 제3공화국이 출범했던 제5차 개헌이었다. 해방 직후엔 수확량의 30%를 지주에게 납부하는 3·7제가 성행했다. 그러다가 이승만정부가 1950년 농지개혁법을 실시했고, 이에 희망을 가진 농민들은 6·25 전쟁 극복에 큰 역할을 했다.

현대에 이르러 농촌의 현실은 복잡 미묘해졌다. 지난 2012년엔 일부 재벌 가문 일원들이 강원도 평창 일대 농지를 구입해 현지 주민에게 소작을 줬던 사실이 평창올림픽 유치 과정서 밝혀졌다. 도시에 거주하는 부자나 투기꾼이 농지를 매입한 후 현지 주민에게 소작을 줘 농지법을 위반하는 사례는 빈번하다.

하지만 농촌은 인구 감소와 노령화로 인해 지방소멸 위험 단계에 이르렀다. 소작을 받는 농민의 노동력이 귀해진 것이다. 이 때문에 경자유전의 원칙과 소작 금지 원칙에 대해선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헌법 조항”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경자유전 원칙 때문에 농지 임대차가 제한돼 대규모 기업농 탄생이 어렵다”는 일각의 주장도 있다.


문 전 대통령의 개헌안 중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은 누구나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의 주체를 ‘국민’서 ‘사람’으로 바꾸려고 한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언급했던 권리의 종류는 ▲인간의 존엄성 ▲행복추구권 ▲평등권 ▲생명권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정보기본권 ▲학문·예술의 자유 등이다.

문재인정부는 “이 권리들은 국적 보유 여부와 의무 이행 여부에 따라 보장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사람’으로 바꾸려고 했다. 하지만 이 논쟁은 엉뚱한 방향으로 튈 여지가 있다. 다문화주의를 반대하는 일각서 “불법체류자들에게도 권리를 보장해야 하느냐”는 취지로 반발하면 큰 홍역을 치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기본권 주체를 ‘국민’서 ‘사람’으로 바꿀 것을 오랫동안 요구했던 진영은 성소수자 단체였다. 이들은 헌법에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에 대한 차별금지의 명시를 요구했다. 이어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돼야 한다”고 명시된 헌법 제36조 제1항을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된다”로 바꾸길 원한다.

‘국민’서
‘사람’으로

그러면서 “모든 사람은 혼인할 권리와 가족을 구성할 권리가 있다”의 내용 명시와 비혼 등에 대한 규정 신설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이 수면 위에 올라오면 강경 보수 성향을 유지하고 있는 일부 개신교 교단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이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국민의힘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회의적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 대통령이나 각종 사태의 흐름에 동조하는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국민소환 요구가 있었다. 문정부는 국민소환제를 시도했던 바 있다. 지난해 12월26일엔 민주당서 박주민 의원 대표발의로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했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교육감과 지방의회 의원은 소환이 가능하지만 요건은 까다롭다. 광역자치단체장·교육감을 소환하려면, 관내 10% 이상 주민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기초자치단체장의 경우 15%의 서명을 받아야 하고, 지방의회 의원은 20%로 규정돼있다.

또 전체 유권자 중 1/3 이상 투표해야 개표할 수 있다. 주민소환을 통해 직을 잃으면, 보궐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현재까지 진행된 주민소환은 총 138회였고, 투표는 11건 진행됐다. 직을 잃은 사람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유신목·임문택 하남시의원이었다. 다른 투표는 투표율 미달로 개표조차 진행되지 못했다.

가장 최근 사례는 무소속 김진하 양양군수고, 투표는 오는 26일 진행될 예정이다.

지역 내 일부 세력이 조직적으로 주민소환을 추진하면, 대의제와 다수결의 원칙이 훼손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요건이 까다롭다. 아울러 헌법 제42조는 국회의원의 임기를 4년으로 고정하고 있다. 일부 세력의 조직적 추진으로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이 진행되면, 위헌 소지가 발생한다. 문정부서 국민소환제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자, 자유한국당이 반발했던 상황이 재현될 우려도 있다.

대법원과 헌재의 관계를 분명하게 하려는 시도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는 1987년 제9차 개헌과 함께 탄생했다. 당시 재판소원이 헌법에 명시되는 방안이 검토되자, 대법원은 필사적으로 움직여 이를 저지했다. 이후 대법원과 헌재는 계기가 있을 때마다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대법원 재판도 헌재서 취소될 수 있다. 이 경우 대법원이 아닌 헌재가 최고법원이 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대법원은 법원행정처를 통해 언론을 움직여 헌재의 위상을 깎아내리려고 노력했다. 박한철 당시 헌재소장이 국회에 재판소원 허용을 공개적으로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수면 아래 기회 노리는 포인트
풀어나갈 국회 정치력 미지수

반대로 헌재는 대법원장만 포함되는 ‘삼부요인’이라는 표현을 긍정적으로 여기지 않는다. 대법원장이 헌법재판관 3명을 지명하는 것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장에 대한 예우가 규정된 헌법재판소법 제15조는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의 대우와 보수는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예에 의한다”는 내용이 규정돼있다.

“예에 의한다”는 문구는 원래 “예에 준한다”로 규정될 예정이었다가 바뀐 것이다. “준한다”는 말이 “미치지 못한다”로 해석될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기관의 40년 갈등으로 비춰볼 때, 개헌이 진행되면 서열 문제를 놓고, 두 기관이 다시 물밑싸움에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예상할 수 있는 갈등은 하나 더 있다.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갈등이다. 공수처는 헌법기관이 아니다. 따라서 공수처의 윤 대통령 체포·구속을 놓고 “헌법기관이 아닌 공수처가 어떻게 대통령을 수사하느냐”는 일각의 반발이 있었다.

내란죄 수사권도 없었기 때문에 수사권을 가진 경찰과 공조수사본부를 구성해 윤 대통령을 수사하는 어정쩡한 형식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의 일원인 배보윤 변호사는 지난 2019년 “공수처 신설 법안은 헌법기관인 검사의 수사·기소 권한을 배제하는 것”이라며 “헌법에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권력분립의 원칙에도 어긋나 위헌”이라고 비판했다.

공수처로서는 위상을 확고히 굳히기 위해 헌법기관화를 노릴 가능성이 있다. 또 문정부는 헌법 제12조 제2항에 명시된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삭제해 법률 결정 사항으로 바꾸려고 했다. 실질적 변화가 없더라도, 검찰로서는 위상 격하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개헌에 대한 두 기관의 대응도 대법원과 헌재와 비슷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같은 맥락서 국가인권위원회도 위상과 독립성 강화를 위해 헌법기관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현행 헌법서 가장 문제 많은 조항으로 손꼽히는 헌법 제29조 제2항 ‘이중배상금지’의 문제점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조항은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등이 직무집행서 받은 손해에 대해선 법정 보상 외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보상은 정당한 직무 집행서 입은 손해를 보전받는 절차고, 배상은 위법한 직무집행 때문에 입은 손해를 보전받는 절차다. 이 조항은 박정희정부 당시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일부 판사들이 인용한 후 발생했던 제1차 사법 파동과 관련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관련 조항을 유신헌법에 명시했고, 현행 헌법도 이를 유지하고 있다. 위 논점들과는 달리 이 조항 삭제 시도에 대해선 반대 의견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헌재
또 싸우나

각 정치세력과 계층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린 논점이 많기 때문에 정당들은 개헌 추진 과정서 상당한 갈등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원의 간담회서 지적했던 ‘까다로운 개헌 절차’라는 현실과 맞물려, 다시 개정하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갈등이 첨예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국회와 정당이 이를 풀어나갈 정치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국회에 대한 불신과 혐오는 갈등 조정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해야 할 개헌이 갈등을 폭발시키는 계기가 되진 않을지, 다양한 논점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함께 수반돼야 할 것이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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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