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 여론조사의 비밀

‘갑툭튀’ 김문수가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숫자 놀음’이 시작됐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국민도 ‘지지율’이라는 1~2자리 숫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언론을 통해 수치가 발표될 때마다 희비가 엇갈린다. 선거 때마다 도마 위에 오를 정도로 ‘동네북’ 취급을 받는 여론조사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선 모양새다.

2016년 12월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재적 의원 300명 가운데 299명이 표결에 참여했고 그중 234명이 ‘가’(찬성) 표를 던졌다. 재적 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데 그 숫자를 훌쩍 넘겼다. 당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탄핵 정국을 주도한 결과다.

민심 업고
대통령 탄핵

새누리당서 다수의 이탈표가 나온 배경으로 ‘민심’이 꼽혔다. 국민 1300만명(누적 인원)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박근혜를 탄핵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해 10월 말 한 언론사의 ‘태블릿PC’ 보도를 시작으로 불붙기 시작한 탄핵 여론은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국민은 ‘비선 실세’라는 생소한 말에 분노했다.

성난 민심이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난 지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매주 발표하는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긍정률’ 결과였다. 이른바 지지율이 말 그대로 바닥을 기었다. 탄핵안 가결 직전 조사에서 역대 최저치인 4%를 기록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IMF 외환위기 때(6%)보다 낮은 수치다.

박 전 대통령은 역대 최저치 지지율을 거듭해서 갈아치웠다. 그해 11월1주차(11월1~3일 조사)에 5%를 기록하면서 김 전 대통령 이후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한 데 이어 11월4주차(11월22~24일) 조사에서는 4%로 내려앉았다. 부정 평가는 93%에 달했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경북(TK)서도 3%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의 지지율도 덩달아 폭락했다.

박 전 대통령은 1987년 이후 직선제로 치러진 대선서 처음으로 과반 득표율을 기록했다. 51.6%의 득표율은 의미하는 바가 컸다. 제3당 후보 없이 보수·진보 진영의 맞대결로 진행된 선거서 박 전 대통령은 유권자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취임 4년 만에 지지율이 분쇄되다시피 조각나 버린 것이다.

그 후폭풍은 어마어마했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수사 등이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2017년 3월10일 헌재가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한 이후 보궐선거로 열린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무난하게 당선됐다.

대선 전부터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싱거운 대결이었다. 실제 당시 1·2위 후보 간 격차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여는 오르는데 야는 떨어졌다
비상계엄 사태 후 흐름 달라져

2016년에 이어 우리나라는 8년 만에 똑같은 상황에 직면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헌재 탄핵 심판대 위에 올랐고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윤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고 있어 탄핵심판과 수사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일 뿐이다.


야권에 유력 대선후보가 있는 상황도 비슷하다. 현재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대권에 가장 근접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2위 그룹과 큰 격차로 1위를 기록한 여론조사 결과만 봐도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이미 정권을 잡은 것처럼 굴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권에서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깜짝 1위’로 나타나고 있지만 그 격차가 큰 편이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에 ‘수치’가 따라붙지 않는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큰 틀에서 보면 8년 전과 유사하게 흘러가는 듯하지만 세부적으로는 ‘그때와 다르다’는 것이다. 근거로 언급되는 게 여론조사 결과다.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던 박 전 대통령 때와 달리 민심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

최근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여론이 심상찮게 흐르고 있기 때문.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여론조사는 수치도 중요하지만 추이를 봐야 한다. 여러 조사에서 비슷한 흐름이 보이면 그게 여론의 움직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곤두박질쳤던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주도한 민주당의 지지율은 떨어지는 추세가 나타났다. 몇몇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크로스’되는 현상도 보였다. 10%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16~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은 46.5%, 민주당은 39%로 나타났다. 두 정당의 지지율 격차는 7.5%포인트로 오차범위(±3.1%포인트) 밖의 차이였다.

어대문 됐는데
어대명은 왜?

직전 조사에서 민주당은 42.2%, 국민의힘은 40.8%로 오차범위 안에서 각축을 벌였다. 양당의 지지율은 1주일 만에 순위가 뒤바뀌었고 격차는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졌다. 국민의힘이 5.7%포인트 오르고 민주당이 3.2%포인트 내린 결과다.

리얼미터는 “국민의힘 지지도가 5주 연속 상승하고 같은 기간 민주당 지지도는 하락을 지속하면서 지난해 7월3주차 이후 반년 만에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며 “국민의힘 지지도는 약 11개월 만에 40% 중반대로 회복했고 민주당은 약 5개월 만에 40% 선이 붕괴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자 ‘보수 과표집’ ‘보수 결집의 결과’라고 했던 민주당은 다른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자 ‘뜨악’하는 모습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4~16일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100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39%로 민주당(36%)에 오차범위(±3.1%포인트) 안에서 앞섰다.

앞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13~15일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35%, 민주당은 33%로 나타났다. 오차범위(±3.1%포인트) 내지만 국민의힘이 앞선 결과다(조사방식, 응답률 등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앞선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조사 추세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탄핵 정국서 보수층이 결집한 것으로 해석하면서도 이 같은 흐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드러냈다.


실제 민주당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뚜렷한 추세
민주당 놀라

민주당 한민수 의원은 지난달 22일 여론조사 업체 등록 요건을 법률로 규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론조사 기관에 대한 정기 점검을 의무화하고 등록이 취소된 여론조사 기관의 재등록 신청 기간도 제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론조사 검증 및 제도개선 특별위원회(이하 여론조사 특위)’도 출범시켰다. 위성곤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민주당의 행보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여론조사 결과가 민심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개선한다는 취지지만 ‘지지율이 떨어지니 여론조사를 검열하고 통제하겠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지지율이 높을 때는 가만히 있더니 입맛에 맞지 않은 결과가 나오자 통제하려 든다’고 비판했다.

최근 여론조사 추세를 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보수층의 적극적인 응답을 원인 중 하나로 꼽기도 한다. 성, 연령, 지역은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를 기준으로 가중치를 주는 등 응답자 수를 맞추지만 정당은 그 같은 작업을 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구속 등으로 위기감을 느낀 보수 성향의 응답층이 여론조사에 잘 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민주당의 행보에 실망감이 반영됐다는 의견도 있다. 윤 대통령 탄핵 주도에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탄핵소추하면서 중도층이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카카오톡 검열 등 국민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지점을 건드렸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탄핵 정국서 이 대표가 유력한 대권 후보로 두드러지자 ‘아킬레스건’인 사법 리스크 또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실제 이 대표는 일부 조사에서 호감도와 비호감도 1위를 기록했다.

보수 과표집 VS 민주당 역풍
정치 고관여층 된 20대 때문?

여기에 20~30대와 중도층이 현재 여론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과거 ‘정치 무관심층’으로 분류됐던 청년층이 지난 대선과 이번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에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이들의 의중이 여론조사 결과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 고관여층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2030세대는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등을 주도한 연령층으로 꼽힌다. 국회의 탄핵안 표결 전 열린 집회와 전국농민회총연맹(농연)의 남태령 집회서 20대가 들고나온 ‘응원봉’이 시위 문화의 새로운 특이점으로 관심을 받았다. 서부지법서 일어난 사건서도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람의 절반 이상이 20~30대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대결을 펼친 지난 대선서 20대의 표심은 극명하게 엇갈린 양상을 보였다. 20대를 제외한 다른 연령층에서는 유사한 흐름으로 나온 반면, 20대 표심이 ‘튀면서’ 대선 결과가 혼전에 빠졌다. 당시 출구조사 결과 30대와 60세 이상은 윤 대통령을, 40~50대는 이 대표를 지지했다.

당시 20대는 성별에 따라 지지 후보가 갈렸다. 20대 남성의 과반이 윤 대통령을 지지했고 20대 여성은 이 대표에게 몰표를 던졌다. 대선 전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여유롭게 따돌리는 것으로 나오다가 출구조사 결과가 초박빙으로 나온 배경에 20대 여성의 결집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와 같은 여론조사 흐름이 고착화 혹은 장기화될 경우 탄핵 정국 이후 상황은 ‘안갯속’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헌재는 사건 접수 후 180일 이내에 탄핵심판 결과를 내야 한다. 대통령 파면이 결정되면 60일 이내에 대선이 열린다.

문형배‧이미선 헌재 재판관이 4월에 퇴임 예정이라 그 전에 결과가 나온다고 했을 때 6월 전 대선 정국에 돌입하게 된다.

여야 잠룡들은 벌써 ‘간 보기’에 나섰다. 민주당이 이 대표 중심의 ‘일극체제’로 운영되고 있다곤 하지만 막상 조기 대선이 현실로 나타나면 대권을 꿈꾸는 후보들이 난립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정치권의 반응도 나온다. 정권교체를 당할 상황에 놓인 국민의힘은 이미 일부 인사들이 자신이 ‘이재명 대항마’라고 손을 들고 있는 형국이다.

대선까지
영향 갈 듯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신년 기자회견서 “국민의 뜻이니 겸허하게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현재 지지율 양상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국정운영에 대해 매우 비정상적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보수 세력을 대표하는 정당으로 존속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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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건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준수가 3년간 수백 차례 연락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특검팀이 확보했다. 이준수는 주식·코인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다 구속된 이희진에게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한 인물이다. 앞서 이희진이 구속된 2016년에도 그를 옹호하는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려 친분을 과시했다. 이준수는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에도 김건희 계좌와 연관된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같은 부류 서로 옹호 지난 7월15일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와 이준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서 단순한 투자 조언을 넘어선 사적 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메시지에는 주식 매매 관련 대화뿐 아니라, 사적인 감정 표현과 비공식적 만남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결과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처음 소개한 인물로 드러났다. 2013년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보낸 문자에서 “무당이라기보다는 거의 로비스트에 가깝다. 정치권 네트워크가 막강하다”고 표현하며 전씨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 관계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준수→건진법사→김건희’로 이어지는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특히 건진법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에도 대통령실 인사들과 접촉하고 영향력을 행사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검은 이 라인과 김건희의 대선 이후 행보와의 연속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후 특검은 이준수의 최근 행적 단서를 발견했다. 지난해 10월, 이준수가 음주 운전 혐의로 적발됐는데, 경찰 조사에서 “가까운 지인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아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당시 ‘무혐의’를 받은 인물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김건희를 의미한다. 경찰 조사 조서에는 ‘지인’이라고만 기록됐지만, 특검은 실제 진술 내용과 시점을 대조해 그 ‘지인’이 김건희임을 확인했다. 이는 2023년 말까지도 김건희와 이준수 간에 연락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이준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거래에 참여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상태였으며, 특검팀은 지난달 압수수색 현장에서 그를 발견하고 체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수는 김건희의 금융 거래와 밀접한 인물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김의겸 의원은 김건희가 2010년 4월 주가가 급등락하던 태광이엔씨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하루 만에 1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보고 매도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수, 김건희-건진법사-도이치모터스 핵심 코인판으로 진화한 주가조작 조직 ‘VIP’까지 당시 태광이엔씨를 실질적으로 인수해 주가를 띄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확정받은 인물이 바로 이준수였다. 김건희가 이준수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을 사고 팔았던 것 아니냐는 과거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건희 측은 이에 대해 “이준수가 일방적으로 투자와 관련해 연락을 취한 적은 있으나, 김건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적이 없으며 이준수와 밀접한 관계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이준수와 지난해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준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불린다. 과거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유명한 그는 여러 투자자 명의 계좌를 동시에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건희의 계좌 출고 명령을 직접 수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과 4범, 닉네임 ‘새강자’”로 유명했다. 이희진 주가조작 사건 당시 검찰 전관 변호사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개했다. 해당 사실은 이준수가 이희진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이희진은 지난 2016년 9월 무인가 투자매매사를 설립했고,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600억원대의 주식을 판매해 자본시장법·유사수신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희진과 조기축구 모임에서 친해진 이준수는 2016년 8월 이희진에게 오광수 등 변호사를 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희진은 증권방송 회원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매도한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끼리끼리 축구 모임 이희진은 수사기관에서 이준수가 검사·수사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착수금’ 2000만원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성공 보수 5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준수의 혐의에 관한 증거는 대부분 이희진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이희진에 따르면 이준수는 “변호사들에게 적지 않은 선임료를 주는데 나도 그동안 너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돈을 달라. 변호사들은 앞선에서 일하고 나는 뒷선에서 일을 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승낙한 이희진은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준수에게 현금 1000만원을 줬다. 또 며칠 뒤 이준수는 이희진에게 “검찰 수사관에게 알아보니 너 골인(구속)될 것 같다. 약속한 1000만원을 달라”고 해 나머지 1000만원을 더 지급했다고 한다. 이에 관해 이준수는 “1000만원은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을 추진하기 위해 수고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희진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희진과 다른 증인의 진술이 상반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희진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준수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받았다고 했지만, 해당 차량 운전사는 이 같은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희진의 진술은 동생 이희문의 말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희진은 동생과 이준수에게 돈을 지급할지, 깎을지 상의했다고 했지만, 동생은 “당시 변호사 소개비 등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2월14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희진과 그의 동생을 사기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피해자 28인에게 허위, 과장된 내용을 말하며 대략 41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며 비상장주식 종목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한 주식을 판매해 12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020년 2월 징역 3년6개월, 추징금 122억6000만원이 확정됐다. 최근 이씨 형제는 현재 가상화폐(피카코인)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국가권력으로 범죄 네트워크 이희진의 절친이자 김건희와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담 브로커로서 “증권사 내부망 접근, 차명계좌 운용, 대포폰 관리” 등을 통해 시세조작을 총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이희진 코인 사건의 자전거래 구조 및 주식시장 조작 방식과 유사하다. 통정·자전 거래 구조가 동일하다. 차명계좌·직원을 동원해 리딩방을 운영하고, 허위 보도자료·루머형 호재를 유포하는 패턴도 동일하다. 지난 2016년 이준수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희진을 두둔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언론이 사건을 과장했다”며 혐의 전반을 축소하고, “1600억 허가 안 받은 것뿐이지 큰 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유사수신죄는 원금 보장 약속이 있어야 성립한다. 계약서엔 그런 말이 없다”며 기소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또 이준수는 “주가가 4배, 5배 간다고 했다가 떨어졌다고 죄는 아니”라며, 주가조작을 단순한 ‘예측 실패’로 치부했다. 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를 제시하는 것도 죄냐”고 반문하며, 이희진이 진행했던 거래를 “시장 참여자의 일반적 행위”로 표현했다. 영상에서 이준수는 전환사채 거래와 내부자 정보 이용 혐의를 언급하며 “브로커들이 조작했고, 희진이는 오히려 그 사실을 검찰에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IS동서 전환사채권은 큰 잘못이지만 희진이는 계약 불이행 피해자”라며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이는 공소장과 재판기록상 사실과는 상충되는 주장이다. 수백억 먹은 이희진 절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개 또 다른 발언에서 그는 “사기적 부정거래는 회사가 거짓말로 주식을 파는 행위”라며 “이희진은 단지 회사 공시를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리패스 등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을 언급하며 “공시가 취소됐다고 사기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감독 규정상 ‘허위 공시 정보 활용’과 ‘공모 행위’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해석이다. 영상 말미에서 이준수는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 가능성마저 부정했다. “이희진한테 피해 입었다고 나라가 받아주지 않는다. 민사·형사도 성립 안 된다”며 “다 변호사들이 사기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조계를 “돈에 눈먼 집단”이라 비난하며, 피해자들의 소송을 “쓸데없는 짓”이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준수가 옹호한 주가조작범 이희진은 코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2023년 10월4일자로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 이희진과 이희문은 A, B, C 토큰을 이용한 대규모 가상자산 시세조종·사기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두 형제는 실체가 불분명한 ‘스캠(Scam) 코인’을 발행해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허위 공시와 자전거래(봇 프로그램 활용)를 통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투자자들에게 고점 매도를 유도하는 ‘물량 털기(Pump & Dump)’ 방식으로 약 7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A 토큰 피해자는 1만564명으로 피해액은 약 217억원, B 토큰 피해자는 4342명, 피해액은 약 341억원, C 토큰 피해자는 1만5641명, 피해액은 약 339억원이다. 김건희 특검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는 그의 단순한 과거 인연을 넘어, 사적 네트워크가 실제 정치권력의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현재 ‘김건희·이준수·건진법사’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이희진과 이준수는 변호사·브로커 인맥을 공유하고, 자전거래 기술을 활용해 주식과 코인 양쪽의 시장 조작 기술도 공유했다. 이희진과 김건희의 접점은 없으나 이준수를 경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희진 형제는 ‘코인판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준수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소장과 언론 보도를 교차 검증할 때 자전거래 시스템, 차명계좌 운용, 허위 호재 유포 패턴 등이 모두 이준수의 과거 주가 조작 수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검찰의 보강 수사 필요성이 높다. 국정으로 연결 범죄 네트워크 이씨 형제의 범행은 과거 주가조작 사건의 복제판이며, 그 배후에는 이준수 같은 ‘조작 기술자’가 존재한다는 정황이 공소장 등에서 확인된다. 김건희 계좌가 활용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의 연계가 입증될 경우,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 사기가 아닌 ‘국가권력과 민간 조작 네트워크의 교차 지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