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담장 위에 선 의원들

사정바람에 추풍낙엽…금배지 간당간당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가 때 아닌 '사정바람'에 휩싸였다. 벌써 17명이 의원직을 상실했으며, 재판 중인 의원만 17명에 달한다. 19대 국회의 잔여 임기는 약 7개월이다. 이 기간 금배지를 잃을 의원은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각종 비리와 성추문, 내란 음모까지 불거진 19대 국회의 어두운 이면을 조명했다.


성폭행 논란을 빚은 무소속(전 새누리당) 심학봉 의원에 대한 징계 여부를 놓고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지난 8일 징계심사자문 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예고했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이하 윤리특위)가 자체 징계심사안을 논의하기로 한 날은 오는 16일이다.

국회 윤리특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은 지난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성폭행 논란을 빚은 심학봉 의원이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오는 16일 윤리특위에서 제명 결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전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심 의원은 본인의 잘못을 책임지고 자진 사퇴해야 한다"라고 압박했다.

여야 18명 의원
재판·수사 진행

심 의원은 여당의 자진사퇴 권유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심 의원의 의지와 무관하게 그의 의원직 상실은 초읽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심 의원이 제명될 경우 19대 국회에서만 무려 18명의 의원이 금배지를 잃게 된다.

19대 국회가 시작된 이래 새정치민주연합 한명숙 의원 등 17명의 의원은 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을 받거나 피선거권이 박탈됐다. 먼저 한 의원은 지난달 20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됨에 따라 19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당선된 한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했다.


한 의원은 지난 2007년 3∼8월 당내 대통령 후보 경선을 앞두고 모두 3차례에 걸쳐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2010년 7월 불구속 기소됐다. 앞서 한 의원은 국무총리 시절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미화 5만달러를 받은 혐의(뇌물수수)로도 기소됐으나 대법원은 2013년 무죄를 확정 판결했다.

이번 정치자금법 사건 역시 시작은 한 의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됐다. 1심 재판부는 한 전 대표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해 한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을 뒤집고 징역 2년 및 추징금 8억8300여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는 3차례에 걸쳐 동일하게 현금과 달러로 은밀하게 자금을 조성해 한명숙 의원에게 건넸다"라고 판시했다.

한명숙·성완종 등 19대 17명 의원직 상실
심학봉 자진사퇴 압박…사상초유 제명예고

한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재판을 진행 중인 다른 의원들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지난달 17일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공개한 보고서를 인용하면 범죄행위로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았거나 재판 중인 의원은 모두 18명으로 나타났다.

정당별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13명, 새누리당이 4명, 무소속(전 새누리당)이 1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한 의원에 대한 판결이 확정된 까닭에 새정치민주연합의 수는 1명이 줄었다. 무소속 심 의원 또한 국회 윤리특위 징계를 앞둔 터라 재판(혹은 수사) 중인 의원은 16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예단하긴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유죄 쪽에 무게가 기운 의원은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 같은 당 조현룡·송광호 의원 등이 꼽힌다. 지난달 31일 검찰은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박 의원에게 항소심에서 징역 5년에 추징금 5억7100여만원을 구형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선주협회 관계자로부터 돈을 건네받거나 하역업체 계열사로부터 고문료 명목으로 1억2000여만원을 수수하는 등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일부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박 의원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과 추징금 2억5000여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법원은 박 의원의 아들 집에서 발견된 현금 6억여원을 합법적인 돈으로 판단한 한편 8억3000만원 상당의 범죄수익 은닉 혐의와 2억3500만원 상당의 상법상 특별배임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로 판결했다.

박 의원은 검찰의 구형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검찰이 허위사실을 제보 받아 무리한 수사 및 기소남용을 자행했다"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16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새누리당은
해피아·철피아

철도부품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조 의원은 항소심에서도 징역 5년을 판결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이승련)는 지난달 21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의원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5년과 벌금 6000만원을 선고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조 의원으로부터 1억6000만원을 추징할 것을 명령했다.

조 의원은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에서 퇴임한 후 같은 해 12월 한 철도부품업체로부터 1억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2012년 11월과 2013년 7월 각각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조 의원은 1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는 등 국회의원으로서의 의무와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다"라며 "소속 상임위원회 관련 이해당사자 등으로부터 소송비용 등 명목으로 6000만원을 건네받는 등 죄질이 무겁다"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될 경우 조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조 의원과 마찬가지로 '철피아' 비리에 연루된 송 의원은 지난 7월24일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4년에 벌금 7000만원, 추징금 65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송 의원은 권영모 전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의 소개로 만난 AVT사 이모 대표로부터 납품 등에 관한 청탁과 함께 2012년 4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65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른바 해피아·철피아 사건을 제외하면 재판을 받고 있거나 수사가 진행 중인 의원 대다수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등으로부터 2008∼2011년 8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가 나왔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박 의원의 경우는 1·2심 재판부가 각각 정황 증거에 대한 판단을 달리했다.

박 의원에게 씌워진 혐의는 저축은행 관계자로부터 수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것이다. 1심은 주선자 등 주변 인물의 진술에 비춰볼 때 정황상 공여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결론 냈다. 하지만 2심은 주선자가 금품 공여자인 오문철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의 진술을 흐리려하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해 유죄를 인정했다.

새정치 의원
무더기 기소

박 의원은 "고등법원에서 분명히 오판을 했다고 믿고 있다"라며 상고했다. 만약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박 의원은 의원직을 잃게 된다.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로부터 입법 로비 명목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새정치민주연합 김재윤 의원은 항소심에서 형이 가중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최재형)는 지난달 7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의원에게 징역 4년과 벌금 60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징역 3년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김 의원은 2013년 8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5000만원의 현금과 4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SAC 관계자로부터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김 의원이 수수한 금액이 5000만원이 넘어 법정형 7년 이상에 해당된다"라면서도 "성실하게 의정활동을 한 점, 적극적으로 금품을 요구하지는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같은 당 신계륜 의원과 신학용 의원은 검찰이 1심에서 징역 7년과 징역 5년을 각각 구형한 가운데 뇌물 공여자의 진술을 놓고 법정공방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 25일 17차 공판이 열렸으며 법원이 진술을 사실로 판단할 경우 의원직 상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문병호·이종걸·김현 의원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공동감금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강 의원 등은 2012년 12월11일 '국정원 댓글 제보'를 받고 서울 강남구 소재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오피스텔을 찾아가 감금한 혐의(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감금)로 각각 200만∼5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주요 국면마다 사정기관이 등장
금품수수, 내란음모…야당 타깃

또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 재직하면서 축소수사 의혹을 내부고발한 권은희 의원은 지난달 17일 위증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서 권 의원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재판에 출석해 김 전 청장이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만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청장에게 지난 1월 무죄를 선고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의원은 처남의 취업 청탁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타깃이 됐다. 의혹의 진원지인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지난 7일 이례적으로 재소환 통보를 받고 7시간이 넘는 조사를 받았다.

문 의원은 지난 2004년 한진그룹 관계사인 미국 브리지웨어하우스에 청탁을 통해 자신의 처남을 취업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 의원 처남 김모씨는 취업 이후 실제로 출근하지 않고 8년간 8억여원의 급여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무소속(전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 의원은 수억원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관련 증거 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지난 3일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배종혁)는 분양대행업체로부터 3억5800만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및 증거은닉 교사)로 박 의원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분양대행업체 I사 김모(44) 대표로부터 현금 2억7000만원과 명품 시계 등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박 의원은 측근 정모씨를 통해 김 대표로부터 받은 명품 시계 7개, 명품 가방 2개, 안마의자, 현금 2억여원을 돌려주는 수법으로 증거 은닉을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현재까지 의원직을 잃은 의원은 모두 17명이다. 김근태·김영주·김형태·배기운·성완종·신장용·안덕수·이재균·이재영·한명숙·현영희 등 11명의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당선무효 처리 됐다.

진보당은 해산
성완종은 폭로

진보당 노회찬 전 의원은 지난 2005년 '안기부 X파일'에 등장한 '삼성 떡값 검사' 7명의 실명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석기·김미희·김재연·오병윤·이상규 등 5명의 의원은 내란 음모 사건의 여파로 정부가 제청한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이 받아들여지면서 금배지를 잃었다.

당선무효된 의원 가운데는 새누리당 소속이 7명으로 과반에 육박했으며 다음으로 통합진보당(5명), 새정치민주연합(3명), 정의당(1명), 무소속(1명) 순이었다. 18대 때는 19명이 의원직을 잃었는데 2명이 추가로 배지를 잃게 되면 18대와 동률을 이루게 된다. 19대 국회 잔여 임기가 약 7개월가량 남은 상황에서 의원직을 상실하게 될 의원은 더 많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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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