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담장 위에 선 의원들

사정바람에 추풍낙엽…금배지 간당간당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가 때 아닌 '사정바람'에 휩싸였다. 벌써 17명이 의원직을 상실했으며, 재판 중인 의원만 17명에 달한다. 19대 국회의 잔여 임기는 약 7개월이다. 이 기간 금배지를 잃을 의원은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각종 비리와 성추문, 내란 음모까지 불거진 19대 국회의 어두운 이면을 조명했다.


성폭행 논란을 빚은 무소속(전 새누리당) 심학봉 의원에 대한 징계 여부를 놓고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지난 8일 징계심사자문 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예고했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이하 윤리특위)가 자체 징계심사안을 논의하기로 한 날은 오는 16일이다.

국회 윤리특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은 지난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성폭행 논란을 빚은 심학봉 의원이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오는 16일 윤리특위에서 제명 결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전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심 의원은 본인의 잘못을 책임지고 자진 사퇴해야 한다"라고 압박했다.

여야 18명 의원
재판·수사 진행

심 의원은 여당의 자진사퇴 권유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심 의원의 의지와 무관하게 그의 의원직 상실은 초읽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심 의원이 제명될 경우 19대 국회에서만 무려 18명의 의원이 금배지를 잃게 된다.

19대 국회가 시작된 이래 새정치민주연합 한명숙 의원 등 17명의 의원은 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을 받거나 피선거권이 박탈됐다. 먼저 한 의원은 지난달 20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됨에 따라 19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당선된 한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했다.


한 의원은 지난 2007년 3∼8월 당내 대통령 후보 경선을 앞두고 모두 3차례에 걸쳐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2010년 7월 불구속 기소됐다. 앞서 한 의원은 국무총리 시절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미화 5만달러를 받은 혐의(뇌물수수)로도 기소됐으나 대법원은 2013년 무죄를 확정 판결했다.

이번 정치자금법 사건 역시 시작은 한 의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됐다. 1심 재판부는 한 전 대표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해 한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을 뒤집고 징역 2년 및 추징금 8억8300여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는 3차례에 걸쳐 동일하게 현금과 달러로 은밀하게 자금을 조성해 한명숙 의원에게 건넸다"라고 판시했다.

한명숙·성완종 등 19대 17명 의원직 상실
심학봉 자진사퇴 압박…사상초유 제명예고

한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재판을 진행 중인 다른 의원들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지난달 17일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공개한 보고서를 인용하면 범죄행위로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았거나 재판 중인 의원은 모두 18명으로 나타났다.

정당별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13명, 새누리당이 4명, 무소속(전 새누리당)이 1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한 의원에 대한 판결이 확정된 까닭에 새정치민주연합의 수는 1명이 줄었다. 무소속 심 의원 또한 국회 윤리특위 징계를 앞둔 터라 재판(혹은 수사) 중인 의원은 16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예단하긴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유죄 쪽에 무게가 기운 의원은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 같은 당 조현룡·송광호 의원 등이 꼽힌다. 지난달 31일 검찰은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박 의원에게 항소심에서 징역 5년에 추징금 5억7100여만원을 구형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선주협회 관계자로부터 돈을 건네받거나 하역업체 계열사로부터 고문료 명목으로 1억2000여만원을 수수하는 등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일부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박 의원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과 추징금 2억5000여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법원은 박 의원의 아들 집에서 발견된 현금 6억여원을 합법적인 돈으로 판단한 한편 8억3000만원 상당의 범죄수익 은닉 혐의와 2억3500만원 상당의 상법상 특별배임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로 판결했다.

박 의원은 검찰의 구형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검찰이 허위사실을 제보 받아 무리한 수사 및 기소남용을 자행했다"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16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새누리당은
해피아·철피아

철도부품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조 의원은 항소심에서도 징역 5년을 판결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이승련)는 지난달 21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의원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5년과 벌금 6000만원을 선고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조 의원으로부터 1억6000만원을 추징할 것을 명령했다.

조 의원은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에서 퇴임한 후 같은 해 12월 한 철도부품업체로부터 1억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2012년 11월과 2013년 7월 각각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조 의원은 1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는 등 국회의원으로서의 의무와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다"라며 "소속 상임위원회 관련 이해당사자 등으로부터 소송비용 등 명목으로 6000만원을 건네받는 등 죄질이 무겁다"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될 경우 조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조 의원과 마찬가지로 '철피아' 비리에 연루된 송 의원은 지난 7월24일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4년에 벌금 7000만원, 추징금 65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송 의원은 권영모 전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의 소개로 만난 AVT사 이모 대표로부터 납품 등에 관한 청탁과 함께 2012년 4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65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른바 해피아·철피아 사건을 제외하면 재판을 받고 있거나 수사가 진행 중인 의원 대다수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등으로부터 2008∼2011년 8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가 나왔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박 의원의 경우는 1·2심 재판부가 각각 정황 증거에 대한 판단을 달리했다.

박 의원에게 씌워진 혐의는 저축은행 관계자로부터 수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것이다. 1심은 주선자 등 주변 인물의 진술에 비춰볼 때 정황상 공여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결론 냈다. 하지만 2심은 주선자가 금품 공여자인 오문철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의 진술을 흐리려하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해 유죄를 인정했다.

새정치 의원
무더기 기소

박 의원은 "고등법원에서 분명히 오판을 했다고 믿고 있다"라며 상고했다. 만약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박 의원은 의원직을 잃게 된다.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로부터 입법 로비 명목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새정치민주연합 김재윤 의원은 항소심에서 형이 가중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최재형)는 지난달 7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의원에게 징역 4년과 벌금 60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징역 3년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김 의원은 2013년 8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5000만원의 현금과 4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SAC 관계자로부터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김 의원이 수수한 금액이 5000만원이 넘어 법정형 7년 이상에 해당된다"라면서도 "성실하게 의정활동을 한 점, 적극적으로 금품을 요구하지는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같은 당 신계륜 의원과 신학용 의원은 검찰이 1심에서 징역 7년과 징역 5년을 각각 구형한 가운데 뇌물 공여자의 진술을 놓고 법정공방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 25일 17차 공판이 열렸으며 법원이 진술을 사실로 판단할 경우 의원직 상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문병호·이종걸·김현 의원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공동감금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강 의원 등은 2012년 12월11일 '국정원 댓글 제보'를 받고 서울 강남구 소재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오피스텔을 찾아가 감금한 혐의(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감금)로 각각 200만∼5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주요 국면마다 사정기관이 등장
금품수수, 내란음모…야당 타깃

또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 재직하면서 축소수사 의혹을 내부고발한 권은희 의원은 지난달 17일 위증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서 권 의원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재판에 출석해 김 전 청장이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만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청장에게 지난 1월 무죄를 선고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의원은 처남의 취업 청탁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타깃이 됐다. 의혹의 진원지인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지난 7일 이례적으로 재소환 통보를 받고 7시간이 넘는 조사를 받았다.

문 의원은 지난 2004년 한진그룹 관계사인 미국 브리지웨어하우스에 청탁을 통해 자신의 처남을 취업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 의원 처남 김모씨는 취업 이후 실제로 출근하지 않고 8년간 8억여원의 급여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무소속(전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 의원은 수억원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관련 증거 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지난 3일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배종혁)는 분양대행업체로부터 3억5800만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및 증거은닉 교사)로 박 의원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분양대행업체 I사 김모(44) 대표로부터 현금 2억7000만원과 명품 시계 등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박 의원은 측근 정모씨를 통해 김 대표로부터 받은 명품 시계 7개, 명품 가방 2개, 안마의자, 현금 2억여원을 돌려주는 수법으로 증거 은닉을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현재까지 의원직을 잃은 의원은 모두 17명이다. 김근태·김영주·김형태·배기운·성완종·신장용·안덕수·이재균·이재영·한명숙·현영희 등 11명의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당선무효 처리 됐다.

진보당은 해산
성완종은 폭로

진보당 노회찬 전 의원은 지난 2005년 '안기부 X파일'에 등장한 '삼성 떡값 검사' 7명의 실명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석기·김미희·김재연·오병윤·이상규 등 5명의 의원은 내란 음모 사건의 여파로 정부가 제청한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이 받아들여지면서 금배지를 잃었다.

당선무효된 의원 가운데는 새누리당 소속이 7명으로 과반에 육박했으며 다음으로 통합진보당(5명), 새정치민주연합(3명), 정의당(1명), 무소속(1명) 순이었다. 18대 때는 19명이 의원직을 잃었는데 2명이 추가로 배지를 잃게 되면 18대와 동률을 이루게 된다. 19대 국회 잔여 임기가 약 7개월가량 남은 상황에서 의원직을 상실하게 될 의원은 더 많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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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