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정치인 ‘금수저 가계도’ 해부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2.27 11:07:42
  • 호수 11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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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 통장에 수천만원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부모의 재력에 따라 사회적 계급이 결정된다는 뜻의 ‘금수저’ ‘흙수저’는 청년실업, 부익부 빈익빈 등 각종 사회 문제와 맞물리면서 지난해 우리나라 사회의 일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단어였다. 지난해는 유승민 의원의 딸 유담씨가 금수저 논란에 휩싸이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최근 유담씨가 증여세를 내면서 일단락됐지만 국민들은 다른 의원들의 자녀에게도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요시사>는 알려지지 않은 국회의원 금수저 자녀들의 재산현황을 살펴봤다.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의 딸 유담씨는 지난 총선 과정서 여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는 뛰어난 외모와 더불어 예금액만 1억8000여만원에 달해 금수저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다만 특별한 소득이 없는 20대 초반의 대학생 신분이었기 때문에 그의 재산 형성이 논란이 됐다.

‘억’ 소리

당시 유 의원은 “(유담씨의) 조부모가 입학이나 졸업 등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주신 돈을 저축해 모은 것이다. 상속한 재산이 아니라 법적인 문제는 없다”며 “증여 형식으로 예금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총선 전인 지난 2014년 9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에 유 의원이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조세특례제한법’은 조부모가 재산을 물려줄 때 손주의 교육비 명목으로 지정했을 경우 최대 1억원까지 증여세를 면제해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최근 유담씨의 재산과 관련해 유 의원은 자신의 불찰임을 시인했다. 그는 지난 22일 “딸의 예금 1억8000만원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준 돈을 모아둔 것”이라며 “지금 예금과 관련해서는 딸이 2700만원의 증여세를 납부했다”고 설명했다. 증여가 아니라고 했던 그가 결국 증여를 인정한 셈이다.


증여세는 5000만원 이상부터 납부하며 구간별로 증여세율이 다르게 적용된다. 예를 들면 5000만원∼1억(10%), 1억∼5억(20%), 5억∼10억(30%) 등으로 나뉜다. 조부가 증여하면 여기에 30%를 가산한다. 유 의원의 경우 1억8000만원 중 1억은 10%의 증여세를 적용하고, 8000만원은 20%를 적용한다. 만약 조부가 증여했다면 두 증여세의 합 2600만원에 30%를 가산한다.

정치인의 자녀들 중 유담씨는 여론의 주목을 받아 예금액이 논란이 된 경우다. <일요시사>가 파악한 결과 20대 국회의원 중 자녀가 5000만원 이상의 예금을 보유한 의원은 66명에 달했다.

이는 전체 의원의 22%에 달하는 숫자다. 다만 독립생계를 이유로 고지를 거부한 이들은 제외됐다. 공개된 자녀들 중 본인 스스로 재산을 축적했는지 혹은 부모·조부에게 증여받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우선 정당별로 금수저 자녀를 둔 부모를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총 26명이다. 예금 금액만 놓고 봤을 때 초선인 박정 의원의 자녀들이 가장 많은 재산을 갖고 있다. 장남은 10억2709만원, 차남은 10억2706만원을 보유 중이다.

앞서 박 의원은 237억9138만원을 신고해 20대 국회 신규 재산 등록 의원 중 민주당 김병관 의원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민주당서 1억 이상 재산을 보유한 자녀를 둔 의원은 10명이다. 초선 금태섭 의원의 장남과 차남은 강남구 청담동 주택 중 일부를 분할 소유하고 있다.각각 4억3200만원씩 나눠 갖고 있다.
 

MBC 앵커 출신의 재선 신경민 의원의 장남은 예금액 6억1717만원을 차녀는 9507만원을 보유 중이다. 지난해 8월 민주당 최고위원 자리에 오른 3선 김영주 의원의 장녀는 1억4645만원을 갖고 있다. 고 김근태 의원의 배우자인 인재근 의원의 장남은 1억2900만원을 보유 중이다.

5000만원 이상 66명이나
생활비 제외 모두 증여


1년여 사이 6907만원이 늘어난 데 대해 인 의원은 "김근태 의장님의 고문피해 관련 형사보상금, 급여 등 수입 일부 예금항목서 정치자금 항목으로 이동했다"고 적시했다. 5선 중진 이종걸 의원의 장녀는 1억99만원, 차녀는 9949만원의 예금액을 보유 중이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의원 중 1억 이상 재산을 보유한 자녀를 둔 의원은 모두 11명이다. 20대 국회 전체 의원 중 재산 4위를 차지한 박덕흠 의원의 장녀와 차남은 각각 6억9735만원, 4억3592만원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당 초선 정유섭 의원의 장녀와 차녀는 각각 4억997만원, 2억7850만원을 보유 중이다. 검사 출신의 최교일 의원의 장남과 장녀는 각각 2억1743만원, 2억1583만원의 예금액을 기록했다. 세무서장 출신의 재선 배덕광 의원의 장남은 부산 수영구에 위치한 2억7100만원의 아파트와 1억4220만원의 예금액을 보유 중이다.

다만 장남은 수영구 아파트에 4000만원의 보증 채무를 지고 있다. 4선의 한국당 정진석 전 원내대표의 장녀와 차녀는 각각 2억8497만원, 3억4685만원의 예금액을 보유 중이다. 장군 출신으로 비례대표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한국당 윤종필 의원의 장남은 1억264만원을 갖고 있다.

바른정당서 5000만원 이상 재산을 보유한 자녀를 둔 의원은 7명이다. 20대 국회서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성동 의원의 경우 장녀가 1억641만원, 장남은 7060만원의 재산을 형성하고 있다. 서초갑을 지역구로 둔 3선 이혜훈 의원은 장남과 차남이 각각 1억2622만원, 1억1933만원을 갖고 있다.
 

최근 아들 용준군 논란으로 바른정당 대변인직과 부산시당 위원장직에서 사퇴한 장제원 의원도 용준군이5000만원 이상 재산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도곡동에 위치한 세인트폴 국제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알려진 용준군은 예금액 6579만원을 기록했다.

김포시를 지역구로 둔 바른정당 홍철호 의원의 경우 장남과 차녀가 각각 3억8989만원, 1억1380만원을 갖고 있다. 판사 출신의 3선 홍일표 의원의 경우 장남은 독립생계를 이유로 고지를 거부했다. 다만 차남은 1억529만원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의당의 경우 1억원 이상 재산을 보유한 자녀를 둔 의원은 6명이다. 변호사 출신으로 비례대표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김삼화 의원은 장남과 차남이 각각 1억9585만원, 1억483만원을 갖고 있다. 김 의원과 마찬가지로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온 박주현 의원은 장남 6억4004만원, 장녀 3575만원을 보유했다.

3선 장병완 의원은 장남과 장녀가 각각 2억72만원, 6억884만원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장남은 금융기관에 1억8700만원의 채무를 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개 증여?

국세청 관계자는 “생활비를 제외하고 부모 혹은 조부가 자녀, 손자에게 주는 돈은 증여로 보는 것이 원칙”이라며 “재산이 갑자기 늘어난 경우 국세청서 해명을 요구하는데 해명이 안 될 경우 증여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용돈은 대개 증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재벌이 자녀에게 몇억씩 주는 것을 용돈이라고 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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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