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새 생명 주고 떠난 김창민 감독

비참한 죽음 뒤 충격적 사실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한 영화감독의 죽음 뒤에, 충격적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단순 사고로 세상을 떠난 줄 알았던 그의 죽음은 ‘집단폭행’으로 인한 억울한 희생이었다.

고 김창민 감독은 지난해 11월 뇌사 판정을 받은 뒤 장기기증을 통해 심장과 간, 양쪽 신장을 나누고 생을 마감했다. 많은 이들이 그의 마지막 선택에 깊은 감동을 표했지만, 그가 왜 뇌사 상태에 이르렀는지는 한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질질 끌고
다니면서…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사망 약 5개월이 지난 뒤였다. 김 감독이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과 함께 식당을 찾았다가 다른 손님들과의 시비 끝에 무차별 폭행을 당해 숨졌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특히 당시 현장에는 아들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회적 충격은 더욱 커졌다. ‘아이 앞에서 벌어진 집단 구타’라는 점에서 공분이 확산됐다.

비극은 지난해 10월20일 새벽, 경기도 구리시 수택동의 한 24시간 식당에서 벌어졌다. 김 감독은 중증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과 함께 식당을 찾았다.

유가족에 따르면 아들이 갑자기 돈가스를 먹고 싶다고 해 늦은 시간에도 운영하는 식당을 찾은 것이었다. 평범한 외식이었다. 하지만 식사 도중 상황은 급격히 바뀌었다. 인근 테이블에 앉아 있던 일행과 소음 문제로 시비가 붙으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일단 상황은 한차례 가라앉는 듯했지만, 식당 밖에서 다시 충돌이 이어졌다. 담배를 피우는 과정에서 다시 실랑이가 벌어졌고, 이후 김 감독이 자리로 돌아와 식탁 위에 있던 식사용 나이프를 집어 드는 장면이 목격되면서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일행이 이를 제지하며 충돌이 격화됐고, 결국 폭력으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김 감독은 상대 일행에게 주먹으로 가격당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공개된 폐쇄회로(CCTV) 영상과 목격자 증언은 사건의 잔혹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영상 속 김 감독은 여러명의 남성들에게 둘러싸인 채 위협을 받는다.

한 남성이 뒤에서 목을 조르는 이른바 ‘백초크’를 걸었고, 김 감독은 식당 안에서 이미 의식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에도 폭행은 멈추지 않았다. 밖으로 나온 김 감독이 두 손을 들며 저항하기를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가해자들은 그를 강제로 끌고 이동했다.

CCTV 사각지대로 향하는 동안에도 폭행은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김 감독은 골목까지 약 10m가량 끌려간 뒤에도 주먹과 발로 무차별 공격을 당했다. 쓰러진 이후에도 폭행이 이어졌다. 김 감독이 뒤늦게 의식을 되찾은 뒤 “그만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현장에는 최소 4명에서 많게는 6명 이상의 일행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목격자는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둘러싸고 일방적으로 제압하는 수준이었다”고 증언했다. 더 충격적인 건, 이 장면을 지켜보던 일부 일행이 이를 말리기는커녕 웃거나 방관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결국 김 감독은 의식을 잃은 채 쓰러졌고, 약 1시간이 지난 뒤에야 병원으로 이송됐다. 폭행 직후 쓰러진 김 감독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지지 못했다. 유가족에 따르면 사건 현장 인근에는 대학병원이 있었음에도, 실제 이송까지 약 1시간가량이 소요됐다.

아들 앞에서 벌어진 ‘집단 폭행’
현행범인데 귀가…부실 수사 논란

그 사이 상태는 급격히 악화됐다. 119구급대에 의해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졌을 때, 김 감독은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의료진은 곧바로 중환자실로 이송했지만, 상황은 돌이킬 수 없었다. 외상성 지주막하출혈, 즉 뇌출혈이었다.

유가족은 “조금만 빨리 병원에 도착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며 골든타임을 놓친 점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사건의 참혹함은 이후 공개된 응급실 사진을 통해 드러났다. 사진 속 김 감독의 눈두덩이와 콧등, 관자놀이 곳곳에 검붉은 멍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왼쪽 귀 안쪽에는 피가 고여 있었고,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였음에도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이 사진은 당시 병원으로 급히 달려온 아버지가 직접 촬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감독의 아버지 김상철씨는 “의식이 없는데도 눈물이 고여 있었다”며 “억울함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통도 느꼈을 것이고, 아들 걱정도 했을 것”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치명적 구타의 흔적이었다.

김 감독은 혼수상태에 빠졌다. 결국 사고 약 보름 뒤인 11월7일, 뇌사 판정을 받았다. 가족들은 마지막까지 기적을 기대했지만, 선택의 순간이 찾아왔다.

유가족은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장기간 연명 상태를 유지할 경우 장기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는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 김 감독의 장기기증을 결정한 것이다. 그의 심장과 간, 양쪽 신장은 각각 다른 환자들에게 이식됐다. 총 네 명이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가족들은 “본인이라면 분명 그렇게 했을 사람”이라며 그의 생전 성격을 떠올렸다. 김 감독과 함께했던 지인들도 비슷한 기억을 전했다.

그가 다니던 교회의 한 목사는 “자신이 힘들더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했던 사람”이라며 “누구에게든 100%를 내주던 따뜻하고 정의로운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비극적인 죽음이었지만, 그의 마지막 선택은 또 다른 삶을 이어주는 결정이 됐다.

김창민 감독은 오랜 시간 영화 현장에서 묵묵히 경력을 쌓아왔다. 2013년 영화 <용의자>에서 소품 담당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그는 이후 <대장 김창수> <마약왕> <마녀> <비와 당신의 이야기> <소방관> 등 다수 작품에서 작화팀으로 참여하며 현장 경험을 쌓았다.

연출자로서도 활동했다. 2016년 단편 <그 누구의 딸>로 경찰 인권영화제 감독상을 받았고, 2019년에는 <구의역 3번 출구>를 연출했다. 특히 <그 누구의 딸>은 성범죄자의 딸이 사회적 시선을 피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아 주목받았다. 그는 연출자로 자리 잡기 시작한 시점에 있었다.

골든타임 놓쳐
범인도 놓쳐

유작이 된 작품 <회신>은 전주국제단편영화제와 서울한강국제영화제 상영이 예정돼있었지만, 고인은 영화제 측 처우에 문제를 제기하며 상영 철회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후 해당 작품은 결국 그의 마지막 작품으로 남았다. 유가족은 “오랜 시간 힘들게 버티며 기반을 쌓아왔고, 이제 막 인정받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며 “완성된 시나리오도 여러 편 있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감독 죽음의 진상이 알려지자 여론은 들끓었다. 사건 당시 경찰의 수사와 대응이 부실했다는 것이다. 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 있던 가해자들을 즉시 체포하지 않았다. 대신 인적사항만 확인한 뒤 귀가 조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피해자인 김 감독이 스스로 구급차에 올라탔다는 이유 등이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현장에는 폭행 장면이 담긴 CCTV가 존재했음에도, 초기 대응은 그 심각성에 비해 지나치게 안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사의 핵심 쟁점은 ‘가해자 특정’ 과정이다. 경찰은 사건 직후 확보한 식당 내부와 인근, 골목 CCTV를 분석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초에는 단 한 명만 가해자로 특정해 입건했다. 하지만 이후 공개된 영상과 유족 측 주장,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는 최소 4명에서 많게는 6명 이상의 일행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CCTV에는 김 감독이 여러 명에게 둘러싸여 폭행을 당하고, 목이 졸린 채 끌려가는 장면까지 담겼다. 그럼에도 경찰은 초기 수사에서 일부 인물에 대해 “싸움을 말렸다”는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입건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명백한 집단폭행을 단독 범행으로 축소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검찰이 보완 수사를 요구하면서 경찰은 재조사를 진행했고, 그제야 또 다른 인물이 가해자로 추가 특정됐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입건된 인원은 2명에 그쳤다. 유족 측은 “CCTV상 최소 6명이 있었는데도 단 2명만 입건됐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일부 일행은 김 감독을 둘러싸고 위협하거나 폭행 상황을 방조한 정황이 있음에도, 공동상해 또는 방조 혐의 적용이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유족 측 변호인 역시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음에도 다른 일행은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수사 결과”라고 지적했다.

“양아치
같은 놈”

심지어 초기 수사에서 피해자인 김 감독이 ‘특수협박 혐의’로 입건됐던 사실도 논란을 키웠다. 경찰은 김 감독이 식당에서 나이프를 집어 들었다는 종업원의 진술 등을 근거로, 사건 초기에 피해자를 오히려 가해자로 판단했다.

물론 이후 폭행의 강도와 결과가 명확해지면서 사건의 중심은 가해자 쪽으로 옮겨갔지만, 수사의 시작점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은 가해자들에 대해 여러 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보완 수사를 요구하며 일부 영장을 반려했고, 이후 법원은 두 차례 모두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의 판단은 같았다.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였다.

특히 법원은 “피해자가 사망한 사실 자체가 구속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결국 경찰은 사건 발생 약 5개월 만에 가해자 2명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논란이 커지자 검찰이 직접 움직였다.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은 사건을 넘겨받은 뒤 형사2부장을 팀장으로 검사 3명, 수사관 5명으로 구성된 전담 수사팀을 꾸렸다. 검찰은 과학수사 기법과 의학적 분석을 포함해 사건을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초기 수사의 미흡이 있었다”며 “실체적 진실을 밝혀 가해자들이 엄정한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사건이 알려지며 여론이 크게 들끓은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가해자 중 한 명이 사건 이후 힙합 음원을 발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해당 곡에는 “순수했던 나는 없어졌어 벌써” “양아치 같은 놈이 돼” 등의 가사가 담겨있었고, 대중의 분노를 키웠다. 특히 이 음원이 고 김창민 감독 사망 약 4~5개월 뒤 발표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반성은커녕 상황을 희화화한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음원은 일부 플랫폼에서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들의 사건 이후 행적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주민들과 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사건 이후에도 별다른 제약 없이 일상생활을 이어갔다.

1시간 이송 지연 ‘뇌사 판정’
장기기증 4명 살리고 떠나

한 명은 배달 업체 운영을, 또 다른 한 명은 헬스 트레이너로 일하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헬스장에 나타나 운동하거나 러닝하는 모습이 목격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는 “문신 때문에 평소에도 눈에 띄던 사람들인데 사건 이후에도 그대로 생활하고 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온라인상에서는 가해자들의 발언을 둘러싼 주장까지 확산됐다. 일부는 가해자가 주변에 “한 대 치니까 쓰러지더라” “내 주먹 아직 녹 안 슬었다”는 식의 말을 했다는 이야기가 퍼지며 공분이 커졌다.

가해자들의 신상이 온라인을 통해 퍼지면서 조직폭력배 연루설도 제기됐다. 일부에서는 특정 조직 소속이라는 주장까지 나왔지만, 한 매체에서 직접 확인한 결과 해당 조직과 가까운 관계일 뿐 실제 조직원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 유족의 분노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김 감독의 아버지는 방송을 통해 “지금까지 전화 한 번 없고 사과 한마디 없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한편 가해자 중 한 명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뒤늦게 사과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김창민 감독님과 유가족에게 죽을 죄를 지은 것을 안다”며 “유가족의 연락처를 알 수 없어 수사기관을 통해 여러 차례 사과와 합의 의사를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또 “신문조서에도 관련 내용이 기록돼있을 것”이라며, 직접 사과할 기회를 얻고 싶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이어 “어떤 말로도 유가족의 상처를 위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지만, 고인을 해할 의도는 없었고 싸움을 피하려고 노력했다”고 해명했다.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잘못 알려진 부분이 많다”면서도 “지금은 유가족의 아픔을 고려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유족 측의 입장은 달랐다. 유족은 “언론을 통한 사과는 진정성이 없다”며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직접 연락이나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연락처를 몰랐다는 설명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며, 가해자가 실질적인 사과 의지가 있었는지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가해자들과 유족은 같은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문제는 가해자들이 불구속 상태로 생활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족은 “가해자들이 여전히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어 가족들이 극심한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결국 경찰은 유족 보호 조치로 긴급 호출이 가능한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 버튼을 누르면 위치 정보와 함께 즉시 신고가 접수되는 장치지만, 유족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보호받아야 하는 상황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제서
사과를?

특히 이 사건이 더욱 비극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당시 현장에 김 감독의 발달장애 아들이 함께 있었다는 점이다. 아버지가 집단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한 것이다.

검찰은 사건을 재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아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진술을 듣기로 했다. 경찰에서는 이뤄지지 않았던 조사다. 의사 표현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피해자 측 시각에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기 위해 취한 조치로 풀이된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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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등장하자 보수의 심장인 대구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광폭 행보에 나선 김 전 총리를 바라보는 대구 시민들도 양가감정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1995년 민선 시장 선출 이래 대구에서 단 한 번도 시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구 민심이 심상치 않은 만큼 최초의 진보 대구시장이 탄생할지 이목이 쏠린다. 대구는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광역자치단체이다. 지난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대구에서 23.22%(37만9130표)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던 김문수 후보는 67.62%(110만3913표)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구는 윤석열정부 퇴진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조차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약세를 보이는 지역이었다. 적절한 타이밍 그런 대구에서 최근 국민의힘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지리멸렬하는 사이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당이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우위를 선점했다. 지난달 30일 김부겸 후보는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 그것이 저의 마지막 소명”이라며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김 후보는 대구에 당선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2012년과 2014년 각각 제19대 총선·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대구광역시장)에서 낙선했으나 2016년 제20대 총선을 통해 대구광역시 수성구 갑에서 당선됐다. 이후 제21대 총선에서 또다시 낙선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김 후보는 캠프 해단식에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면목이 없다”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 새로운 날들을 향해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던 바 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김 후보가 다시 대구 전면에 등장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굳이 이런저런 수치를 열거하지 않겠다. 대구의 정치, 한 당이 독식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정치인이 일을 안 한다. 일 안 해도 서울에서 공천만 받으면 또 된다. 대구 시민을 표 찍어주는 기계로 취급한다”며 “요즈음 시장 공천 과정을 보면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냐는 생각이 든다.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제대로 된 보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 김부겸이다. 나를 잘 써달라. 김부겸과 함께 대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날 김 후보는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도 공개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김부겸으로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겠다”며 “경기도 군포 초선 시절부터 해왔던 대로 제 전화번호를 공개하겠다. 대구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버려야 진짜 건강한 보수가 살아난다”며 “이번 선거는 대구가 다시 숨 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 발전이 제 마지막 소명이다.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보수 심장’ ‘민주당’ 없는 민주당 동진 전략 지난 3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중앙당의 만장일치로 김 후보를 대구광역시장 후보자에 선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김 후보는 광폭 행보를 보였는데, 특히 김 후보는 ‘민주당’이라는 여당 프리미엄을 전면에 세우는 대신 “김부겸을 도구로 써달라”는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김 후보는 대구·경북(TK)의 상징인 박근혜·박정희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있고 대구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꼈다면 과오 논쟁을 넘어 대구의 미래를 향한 논쟁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포용의 정치를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KBS에서 김 후보의 박 전 대통령 예방에 대해 “대구 현실에 대한 판단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회동의 전제 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의 실질적인 명예회복 방안’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당 차원의 명예회복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조명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출마 선언문을 보면 김 후보는 민주당을 강조하는 대신 대구의 발전 방향만 이야기했다”며 “김 후보가 민주당 출신인 것을 모르는 대구 시민은 없다. 그럼에도 ‘내란’ ‘계엄’ 등 예민한 단어를 빼버림으로써 시민들은 김부겸이란 인물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김 후보는 국민의힘을 비판한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대구시장을 해 왔는데 대구가 뭐가 바뀌었냐, 그건 국민의힘이 무능해서’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준다. 절대 왼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현재 보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분위기가 안 좋다. 그때는 TK를 제외하고 몽땅 내줬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처절하게 패배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명확하게 ‘절윤’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워낙 김 후보가 전략을 잘 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빼고 ‘경제’ 넣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참전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당을 떠나 정치꾼이 아닌 역량 있는 행정가를 뽑아야 한다”며 김 후보를 추켜세웠다. 그는 “부산은 스윙 보터 지역이라 민주당이 가덕신공항도 해주고 해수부도 이전해 주지만, 대구는 막무가내식 투표를 하니까 민주당 정권이 도와주지도 않고 버린 자식 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후임 대구시장이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김부겸 전 총리를 언급한 것”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주시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이 연일 상승하면서 안정궤도에 돌입했다는 평이 나온다.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대구 시민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차기 대구시장 적합도 49.5%를 기록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15.9%)을 큰 격차로 앞섰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간의 1대1 가상 대결에서도 추 의원과 맞붙을 경우 52.3% 대 36.6%로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김 후보는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컷오프되자 반발 차원에서 대구 시민이 역결집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단순 역결집이 아니라 실제 보수 민심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도 김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8일 대구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김 후보를 ‘제2의 노무현’ ‘제2의 이재명’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노무현이 종로 꽃길을 마다하고 부산 가시밭길에 도전했듯이 김부겸도 군포 꽃길을 마다하고 대구 가시밭길에 내려왔다”며 “김부겸도 이재명도 대구·경북 사람이고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다”고 말했다. 이날 정 대표는 당정 차원에서 지역 숙원사업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지난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TK 신공항 건설, 취수원 문제 등 대구 숙원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며 “그 의지는 앞으로 예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팍팍 깎이는 현지 민심 TK 통합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통합이 멈춰 섰다”며 “김 전 총리와 힘을 합쳐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화답하듯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대구에 중요한 약속을 했고, 정 대표도 ‘무엇이든지 다해드림센터장’이 되겠다고 했다. 이 보증수표를 믿고 대구를 메딕시티, AI·로봇 수도,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선도 도시로 만들어 그 약속을 시민의 삶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전략은 ‘민주당’을 빼고 대신 ‘대구 발전’ ‘민생’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일 김 후보는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취재진들과 만나 1호 공약을 소개하는 등 민생·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1호 공약으로 대구의 지역 경제 발전을 꼽으며 “지역의 주요 기관과 단체, 어른들께 조속히 인사를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대구 곳곳을 마주하며 지역의 어려움과 스스로의 부족함을 동시에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최대 현안인 인구 유출 문제를 언급하며 “젊은이들이 떠나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져서는 안 되는데 이를 막지 못하는 현실에 시민들이 아픔을 느끼고 있다”며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해결과 경제 도약에 집중할 것”이라며 “대구의 절실한 요구를 예산과 법률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핵심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안방마저 내줄 상황에 몰렸다. 김 후보가 우후죽순 치고 나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당내 교통 정리에서조차 애를 먹으면서 표가 갈릴 위험에 처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고 싸움이 일어나는 만큼 여의도에서는 ‘김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장동혁 대표’라는 웃지 못할 농담도 나온다. 국민의힘을 향한 대구의 실망감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지난 9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54%,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0%로 집계됐다. 특히 TK에서 여당 44%·야당 34%로 집계되면서 국민의힘에서도 위기감을 감지한 모양새다. 잘나가는 김 멍 때리는 장 대구 달서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대구 여론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며 “모두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대구시장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의원은 MBC 라디오를 통해 최근 대구 민심에 대해 “그동안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으로 ‘이번에는 갈아보자’고 했지만 대안이 없어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 반이재명 정서가 강했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 ‘윤석열보다는 이재명이 잘한다’, 심지어 ‘얄밉게 잘한다’는 사람도 있다”며 여기에 “김부겸이란 대안도 있어 대구 민심이 그 대안으로 옮겨가기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인데도 당은 ‘무난히 여섯 명(예비 후보) 중 한 명을 뽑으면 된다고 하고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으로 ‘김부겸을 통해 이익이라도 챙기자’라고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이진숙을 다독거려서 될 문제가 아니다. 6명 중에서 뽑힌 후보가 김부겸을 이기기 힘들 만큼 대구 민심은 훨씬 더 나쁘다”며 “상황이 이렇기에 보수 기득권에 안주하는, 보수 결집으로 이기겠다라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무소속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으며, 가처분이 기각된 주호영 의원은 “항고심을 지켜본 뒤 거취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장애물은 장동혁 대표 체제 그 자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앞서 주 의원은 지난달 26일 법원에 컷오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법원은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이후 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를 향해 “민심을 붙잡을 대책도, 보수를 다시 세울 노선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변화를 약속하는 모습도 없다”며 “대신 곳곳에서 공천 작당만 벌였다는 비판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구 현장에서도 장 대표가 싫어 국민의힘을 못 찍겠다는 말이 적지 않다. 장 대표가 먼저 결단해야 한다”며 “비상대책위원회든 선거대책위원회든 새로운 책임 체제를 즉각 구성하라”라고 장 대표의 후퇴를 촉구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변수는 시민들의 막판 결집력이다. “당장 내일 선거가 치러지면 김부겸을 찍겠다”는 이들조차 투표소에 들어가면 “그래도 보수를 찍어야지”라는 마음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삼진 아웃?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습관성 투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관계자는 “‘보수가 큰일 났다’ ‘대구가 위험하다’라는 위기의식이 있어야 이들이 똘똘 뭉쳐 결집하고 표가 된다”며 “지금은 장 대표가 위기 그 자체다. 그래서 ‘이번에는 김부겸 한번 믿어보자’는 기대감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보수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보수 지역 민심도 그에 맞춰가는 것”이라며 “김 후보가 크게 실수하지 않는 이상 ‘이대로라면 대구가 민주당에 뺏긴다’라는 위기감보다 ‘그래도 보수를 먼저 살려야지’라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