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트럼프는 왜 호르무즈를 ‘아메리카 해협’으로 만들려 하나

전쟁의 승리는 이름으로 완성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바다의 이름을 바꾸겠다는 신호를 던졌다. 지난 28일(현지시각) 외신은 도널드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의 명칭을 ‘트럼프 해협’ 혹은 ‘아메리카 해협’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현재 검토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트럼프의 발언은 달랐다. “내게는 우연이 없다”는 이 한 문장은 농담을 정책으로 바꾸는 정치인의 방식이다.

이름 하나가 아니라, 질서를 다시 쓰겠다는 선언이다.

이 장면은 낯설지 않다. 트럼프는 이미 지난해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부르겠다고 했고, 문화시설과 기관에도 자신의 이름을 붙여왔다. 표면적으로는 과장된 개인주의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다르다. 이름은 소유의 가장 간단한 형태다. 그리고 국제정치에서 이름은 곧 통제권의 언어다.

2년 전 필자는 ‘김삼기의 시사펀치’ 칼럼에 “서해와 멕시코만은 각각 한국과 미국의 DNA가 모여 있는 바다”라고 썼다. 그때의 문제의식은 단순했다. 바다는 단순한 지리 공간이 아니라, 한 국가의 역사와 문화, 경제 흐름이 축적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 관점은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또 다른 공간에서 다시 살아났다.

미국의 지형은 동과 서가 높고 중앙이 열려 있다. 애팔래치아 산맥과 로키산맥 사이를 가로지르는 내륙 평야는 거대한 물길을 만든다. 그 중심이 바로 미시시피강이다. 이 강은 미국 전역의 물을 모아 남쪽으로 흘려보낸다. 그리고 그 끝에서 모이는 곳이 멕시코만이다.

멕시코만은 단순한 바다가 아니다. 그것은 미국의 경제, 산업, 농업, 물류, 에너지가 최종적으로 집결되는 공간이다. 미시시피강을 따라 내려온 모든 흐름이 그곳에서 하나로 합쳐진다. 그래서 멕시코만은 미국의 ‘결과’이자 ‘집합’이다. 말 그대로 미국의 DNA가 모인 장소다. 그래서 2년 전 필자는 멕시코만이 ‘아메리카만’으로 불릴 수도 있다고 했다.

한국 역시 다르지 않다. 한반도의 강들은 대부분 서쪽으로 흐른다. 압록강, 대동강, 한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 물줄기들은 결국 서해로 향한다. 동고서저의 지형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리고 그 흐름은 단순한 물의 이동이 아니라, 삶과 역사, 산업과 문화의 축적이다.

그래서 서해는 단순한 바다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의 기억이 모인 장소다. 우리의 농업, 산업, 도시, 인구, 삶의 흔적이 결국 그곳으로 흘러간다. 서해는 한국의 DNA가 축적된 공간이다. 필자가 말했던 것은 한 국가의 강이 최종 모이는 바다는 국가의 ‘결과물’이라는 의미였다.

이 관점에서 보면,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부르겠다는 트럼프의 시도는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다. 세계 전체의 관심이 모이는 공간을 ‘미국의 중심’으로 정의하려는 시도다.

왜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이름까지 바꾸려 하는지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분명하다. 이번 중동 전쟁을 통해 전 세계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세계 경제에 얼마나 치명적인 충격을 주는지를 확인했고, 미국은 바로 그 가장 위험한 순간을 통제하고 질서를 복원한 주체라는 점을 각인시키려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길목이다. 이 좁은 해협 하나가 막히면 국제유가가 출렁이고, 물류가 흔들리며, 산업 전반이 충격을 받는다. 에너지는 산업의 기반이고, 산업은 국가의 힘이다. 호르무즈는 단순한 바다가 아니라 세계 경제의 숨통을 쥔 전략 공간이다.

이번 중동 전쟁에서 드러났듯,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 위협은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압박이었고, 시장과 항로와 에너지 가격을 동시에 흔드는 힘이었다. 바로 그 엄청난 위기 앞에서 미국은 “우리가 막았고, 우리가 열었고, 우리가 지켰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트럼프의 주장은 단순하다. 미국이 막대한 비용과 군사력, 외교력을 투입해 이 해협의 안전을 확보했다면, 이제 그 성과를 상징적으로 미국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제정치에서 승리는 단순히 전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름과 기억, 상징까지 장악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그런 점에서 ‘아메리카 해협’이라는 명칭은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라, “이번 전쟁의 최종 승자는 미국”이라는 정치적 문장에 가깝다.

그래서 이 명칭 변경 언급은 단순한 지명 논란이 아니다. 미국이 이번 이란 전쟁에서 던지는 상징적 메시지다. 호르무즈는 더 이상 이란이 세계를 흔드는 협박의 공간이 아니라, 미국이 세계 질서를 지켜낸 공간이라는 것이다. 이름을 바꾸겠다는 발상 자체가 그 승리를 세계인의 머릿속에 각인시키는 가장 과감한 방식일 수 있다.

또 하나의 의미는 심리적 지배다. 국제정치는 물리적 통제만으로 작동하지 않으며 오히려 인식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그 해협을 무엇이라 부르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이름은 지역성과 역사성을 담고 있지만, ‘아메리카 해협’은 권력과 질서를 상징한다. 이름이 바뀌면 인식이 바뀌고, 인식이 바뀌면 질서가 바뀐다.

이 지점을 정확히 알고 있는 트럼프는 정책보다 메시지를 먼저 던지는 정치인이다. 말실수처럼 보이는 발언 뒤에 항상 숨은 의도가 있다. “내게는 우연이 없다”는 말은 바로 이 전략을 설명한다. 그는 이름을 통해 질서를 재설계하려 한다.

더 깊이 보면, 이것은 에너지 패권의 문제다. 호르무즈를 통제한다는 것은 단순한 해협 하나를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가격, 물류 흐름, 산업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힘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그 권력을 상징적으로 선언하는 행위다. 결국 이 해협은 군사 거점이 아니라 세계 경제의 스위치를 쥐는 공간이 된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래다. 트럼프가 말하는 ‘아메리카 해협’은 과거의 전쟁이나 현재의 긴장을 넘어선 개념이다. 그것은 앞으로 이 해협을 누가 통제할 것인가에 대한 선언이다. 지금이 아니라, 이후의 질서를 선점하려는 시도다. 이름을 먼저 바꾸겠다는 발상 자체가 미래 권력의 방향을 미리 그어놓는 행위다.

결국 이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된다. 서해와 멕시코만이 각각 한국과 미국의 DNA가 모인 공간이라면, 호르무즈 해협은 이제 누가 세계의 흐름을 장악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공간이 되고 있다. 이곳은 특정 국가의 DNA가 아니라, 글로벌 권력이 모이는 지점이다. 그래서 이 해협은 지리가 아니라 시대의 권력구조를 드러내는 상징으로 바뀌고 있다.

트럼프는 지금 바다를 바꾸려는 것이 아니다. 바다를 설명하는 언어를 바꾸려 한다. 그리고 국제정치에서 언어를 바꾸는 순간, 현실도 따라 바뀐다.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그러나 그것을 무엇이라 부를 것인지는 국제정치 몫이다.

이제 문제는 바다가 아니다. 그 바다를 누가 어떻게 이름 붙이느냐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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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눈’ 오세훈 차기 대선 로드맵

‘태풍의 눈’ 오세훈 차기 대선 로드맵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5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참패했다. 국민의힘의 수도권 참패 기류 속에서 홀로 승리한 오 시장은 국민의힘에 불어올 태풍의 눈이 될 것이다. 과연 오 시장은 성공적인 시정과 국민의힘 체질 개선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은 6·3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지난 4일 오전 개표 결과, 국민의힘은 광역자치단체장 기준 서울·대구·경북·경남 등 4곳 수성에 그쳤다. 전반적으로 전통적인 지지자들의 지원에 힘입어 최소한의 수성을 한 것으로 보인다. ‘졌잘싸’ 최소 수성 이로써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상 첫 5선에 성공했다. 오 시장은 48.94%를 득표해 48.34%를 득표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가까스로 물리쳤다. 방송사들의 출구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오 시장을 약 5% 앞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개표 후 13시간이 지난 시각부터 정 후보를 역전해 신승을 거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월 이후 역동적으로 중앙정치에 개입했다. 공천 과정에서는 후보 등록을 거부하면서 ‘윤 어게인’에 기반한 강경 보수 노선을 유지하려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에 반기를 들었다. 이어 당에 절윤(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선언을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개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에 반대한다”는 등 절윤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후에도 오 시장은 당과 거리두기를 멈추지 않았다. 오 시장이 후보 등록을 거부하면서 요구했던 것 중 하나는 혁신 선거대책위원회 설치였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그러자 오 시장은 한동안 당의 상징색인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 차림으로 현장을 누볐다. 그는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절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당 필승결의대회와 지난달 12일 진행된 서울시당 선대위 발대식 모두에 장 대표를 초청하지 않았다. 오 시장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절한 취지는 “마음은 고맙지만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오 시장은 지난 3월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모시고 싶다. 변신한 모습으로 지원 와 주시길 촉구한다”며 “국민의힘 자체가 중도 확장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오 시장은 서울시당을 배경으로 서울 내 자치구를 둔 의원들과 함께 선대위를 구성해 독자적으로 선거를 치렀다. 그리고 5선에 성공했다. 오 시장의 승리는 정치학적으로 정치의 개인화 현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정치의 개인화는 정당 등 집단적 배경이 아닌 정치인 개인의 리더십 등 이미지가 정치 과정의 핵심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전통적인 지지 세력 외엔 국민의힘이라는 브랜드가 호감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권자는 국민의힘과 오 시장을 분리해서 평가한 후 오 시장을 지지했다. 국민의힘이라는 정당 브랜드가 오 시장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따라서 오 시장은 당과 거리를 두면서 개인 지지 기반이 잠식되는 것을 최대한 막은 셈이다.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된 경기 평택을 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가 승리했다. 유 후보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의 지지 선언 외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언론이 주목한 핵심은 더불어민주당 김용남 후보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갈등·상호 폭로였다. 유 후보의 승리는 범여권의 내분 속에서 어부지리 효과를 거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뒤베르제 법칙에 따르면, 단순다수대표제와 소선거구제는 양당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와 조 대표가 단일화에 성공했다면, 유 후보를 상대로 여유 있게 승리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참패 속 홀로 선 오…당과 거리 두고 5선 신승 유 어부지리·한 자력 생존…장동혁 책임론 불씨 하지만 두 후보가 화합하지 못하면서 평택을 선거구도는 다당제로 전개됐다. 김 후보와 조 대표가 각각 일정한 경쟁력을 가진 채 분열했기 때문에 범여권 지지자의 표심은 사실상 양분됐다. 반면 자유와혁신 황교안 후보는 김 후보와 조 후보만 한 경쟁력을 갖지 못해 유 후보의 표를 결정적으로 잠식하지는 못했다. 김 후보·조 후보·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등 진보 성향 범여권 후보들은 각각 28.77%·27.44%·2.95%를 득표했다. 반면 유 후보는 34.83%를, 황 후보는 6.19%를 득표했다. 이 때문에 유 후보는 다수 대결 구도 속 승자가 될 수 있었다. 평택을 결과는 뒤베르제 법칙의 기계적 효과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줬다. 단순다수대표제에서는 1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의석을 차지한다. 유 후보는 34.83%를 득표하는 데 그쳤지만, 범여권 후보들이 분열하면서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범여권 후보의 분열은 뒤베르제 법칙이 기대하는 심리적 효과인 사표 방지를 위한 유력 후보 결집 효과 실현을 방해했다. 따라서 유 후보의 승리는 국민의힘의 조직적 승리라기보다, 범여권 분열과 단순다수대표제의 기계적 효과가 맞물린 결과에 가까웠다. 부산 북구갑 재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민주당 하정우 후보를 물리치고 신승했다. 이로써 한 전 대표는 오 시장과 함께 자력으로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 지난 2월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던 장 대표 등 당권파는 매우 치명적인 내상을 입은 것이다. 통상적인 정치적 관례대로라면 선거에서 대패한 당 대표 등 지도부는 일괄 사퇴의 길을 걷는다. 이후엔 비상대책위원회가 설치돼 당의 혼란을 수습한 후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선거 이전부터 “장 대표는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3일 SBS 선거 방송에 출연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나는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자유한국당 패배를 예고하는 출구조사 발표를 듣는 즉시 사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억울하다고 생각하면서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가 장 대표가 억울해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유로는 “상당수 후보들이 장 대표에게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으므로 장 대표로서는 할 말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지난 4일에도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장 대표를 강제로 사퇴시킬 수단은 사실상 없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청년 최고위원을 포함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거나 궐위되면 지도부가 무너진 것으로 간주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 치열한 혈투 치명적 내상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은 신동욱·김민수·양향자·김재원·우재준 최고위원이다. 이들 중 신동욱·김민수·김재원 최고위원은 전반적으로 장 대표와 뜻을 함께하고 있다. 물론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장 대표의 거취를 어떻게 결정할지에 따라서 신 최고위원과 김재원 최고위원은 유동적인 결정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구 친윤계로서는 장 대표를 섣불리 사퇴시켰다가 오 시장이 당권 장악까지 시도하는 더 큰 강풍을 맞이할 수도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동안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사퇴시킨 후 신 최고위원을 얼굴로 내세울 수도 있다”는 설이 돌아다녔지만, 말 그대로 설로 끝났다. 장 대표와 구 친윤계가 충돌했던 지난 1~2월에도 충돌했던 핵심 요소는 절윤 등 노선 변경 여부였을 뿐, 장 대표의 거취는 아니었다. 인위적인 지도부 붕괴는 사실상 어렵다. 최고위 자체가 장 대표에겐 벙커로 작용하기 때문에 장 대표가 버티면 끌어낼 수 있는 정상적인 방법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대구·경북·경남을 수성했기 때문에, 대체로 이 지역을 기반으로 삼는 구 친윤계는 참패 속에서도 당내 발언권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반대로 대구에서 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45.05%를 득표하는 등 핵심 지역 기반 대구에서도 예전과 다른 정치적 정서가 확인됐다. 따라서 구 친윤계로서는 “지역 기반 수성을 위해 당에 변화를 줘야 할 시점”이라는 판단과 “장 대표가 관례대로 사퇴해야 한다”는 판단이 교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하마평에 올랐던 신 최고위원 등 대안 인물을 찾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옹립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의 국민의힘은 ‘윤 어게인’ 정서를 등에 업은 강경 보수 세력과 영남권에 기반을 둔 구 친윤계가 양대 축을 형성한 과두적 구조에 가깝다. 이탈리아의 사회학자 로베르트 미헬스는 ‘과두제의 철칙’이라는 개념을 주장했다. 과두제의 철칙은 “조직이 커질수록 민주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미헬스가 지적했던 근거는 ▲관료화와 분업 ▲대중의 무관심과 무능력 ▲지도부의 권력 독점 등이었다. 이 중 국민의힘에 작용하는 것은 관료화와 권력 독점이라고 할 수 있다. 관료화로 인해 지도부에 권력이 집중되고, 지도부는 권위 유지를 위해 정보·자원을 통제한다. 구 친윤계 대안 옹립? 그간 구 친윤계는 “당의 이익보다 자신의 권력 자산을 보존하려고 한다”는 비판적 평가를 받아왔다. 장 대표가 구 친윤계의 사퇴 공세에 맞설 수단은 당헌·당규가 벙커로 만든 지도부의 견고함밖에 없다. 영남을 수성했기 때문에 국민의힘에서는 역설적으로 큰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기반이 영남에 과도하게 집중돼있기 때문에 연이은 선거 패배라는 외부적 충격이 발생할수록 당내 권력구조 강화로 회귀하려는 관성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구 친윤계에 대해서는 “당을 파벌·지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오랫동안 제기돼왔다. 서울시장 5선에 성공한 오 시장은 지금까지 구 친윤계와 장 대표 모두를 상대해 왔던 한 전 대표와는 다르다. 한 전 대표는 구 친윤계와 강경 보수 성향 지지자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다. 그가 국민의힘 복당 이후 당권 장악을 거쳐 대권에 도전할 것이란 예상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복당은 역설적으로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복당하더라도 국민의힘 내 소수 계파인 친한(친 한동훈)계 수장에 불과하다. 목표로 삼을 당권·대권 도전을 위해선 당내 구 친윤계의 거부감을 누그러트릴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따라서 한 전 대표는 당선돼 자력 생존했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태풍 속의 찻잔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사상 최초로 서울시장 5선에 사실상 자력으로 성공한 오 시장이야말로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장 대표는 당 대표직 유지와 생존이 급박하기 때문에 수성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당 대표이기 때문에 자신의 노선을 변혁하려는 모순을 저지를 수도 없다. 따라서 국민의힘의 차기 권력구도는 오 시장과 구 친윤계가 여러 쟁점을 놓고 충돌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몇 달 안으로 결정해야 할 논점만 해도 ▲장 대표 등 지도부의 거취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여부 및 위원장 임명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 시점 등이며, 이것들이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최고위는 장 벙커…영남 기반 구 친윤도 셈법 복잡 복당 벽 마주할 한…‘오세훈계’ 편성 당 흔드나 국민의힘 내 수도권 거점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무너졌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따라서 오 시장이 잔존한 수도권 내 비친한계 성향 중도보수계열 인사들을 규합해 오세훈계를 구성할 수도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광역자치단체장이 직접 정당 대표를 맡기는 어렵다. 오 시장으로서는 오세훈계를 구성해 참신한 개혁 이미지를 표방할 수 있는 대리인을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그 대리인으로, 친한계로 알려졌지만 서울시당위원장으로서 당권파와 겨뤄가면서 오 시장과 호흡을 맞춘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과 서울 내 험지인 도봉갑에서 당선돼 서울시장 선거전에서도 민주당 정 후보 저격 활동에 집중했던 김재섭 의원 등을 거론한다. 이에 맞서 구 친윤계는 전통적인 논리를 동원해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6년 이후 영남권 중심 구 친윤계의 논리는 “수도권이야말로 늘 국민의힘 선거 패배의 원흉”이라는 것이었다. 만약 오세훈계가 새롭게 편성된다면, 사안에 따라 오세훈계와 친한계가 구 친윤계의 공세에 공동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장 대표의 정치적 수명이 이 사태에 아예 참전할 수 없을 정도로 끝난 것은 아니다. 그의 정치적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변수는 이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관리 논란에서 나올 수도 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일각에선 재투표까지 주장하고 있다. 당장 직면한 참패의 여파를 수습하고 당을 뭉치게 하는 데 있어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위기를 통제 가능한 외부의 독립된 실체로 분리해 내부적 결집을 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강경 보수 집단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민의힘에선 오히려 내부를 겨냥한 칼이 될 수도 있다. 섬세하게 다루지 못하면 부정선거론의 영향력이 당 안에서 강해질 수 있고, 역설적으로 장 대표의 영향력이 강해지도록 돕는 생명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선은 대권에? 부정선거론과 장 대표의 영향력 유지가 겹쳐지면, 오 시장과 구 친윤계가 일시적으로 연합해 대응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에선 네 갈래 권력 투쟁인 ‘사국지’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크게는 영남·강경 노선과 수도권·확장 노선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이를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대구·경북 중심 구 친윤계 ▲지도부란 벙커에 있는 친 장동혁계(당권파) ▲친 한동훈계 ▲무계파·수도권 중심 친 오세훈계 등으로 편성될 수도 있다. 계파의 세분화 가능성 중심에는 오 시장이 있다. 태풍의 눈이 된 오 시장은 과연 성공적인 서울시정 수행과 국민의힘 체질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오 시장이 대권에 시선을 두고 있다면, 두 마리의 토끼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