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지난해부터 시작한 박나래의 진실 공방이 올해까지 이어지며 장기전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그간 수많은 논란에도 꿋꿋이 방송 활동을 이어왔던 박나래는 이번 사안에서만큼은 결을 달리하는 분위기다. 불법 의료 행위 의혹과 갑질 논란이 겹치며 파장이 커진 가운데, 향후 수사 결과가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나래는 2006년 KBS 21기 공채 개그우먼으로 데뷔했다. 박나래는 <개그콘서트>에서 ‘봉숭아 학당’ 등 코너를 통해 얼굴을 알렸지만, 이후 한동안 눈에 띄는 활동이 줄어드는 공백기를 겪었다. 이 시기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외모에 대한 고민과 슬럼프를 언급하기도 했다.
승승장구
작은 거인
그러나 방송을 떠나지 않고 기회를 모색했고, 케이블 채널로 활동 영역을 넓히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tvN <코미디빅리그> 출연은 사실상 재도약의 발판이 됐다. 장도연 등과 팀을 이뤄 선보인 분장 콩트는 큰 화제가 됐다. 신인 시절 박나래는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과장된 표현과 몸을 사리지 않는 개그 스타일을 추구했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존재감은 커졌고, 무대 위에서의 캐릭터 소화력이 뛰어나 인기를 얻게 됐다.
케이블 채널에서 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그는 지상파 예능에서도 활약하기 시작했다.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 등 토크쇼에서 거침없는 입담을 선보였고, 그의 솔직하면서도 계산되지 않은 리액션이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박나래는 ‘게스트’가 아닌 ‘고정 멤버’로서 예능의 중심에 서기 시작했다.
박나래를 탑 예능인으로 만들어 준 것은 MBC 예능 <나 혼자 산다> 합류였다. 무지개 회원으로 합류했던 그는 현실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주며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견인했다. 특히 자신의 집을 ‘나래바’라고 이름 붙이고 동료 연예인들을 초대하는 콘셉트를 내세워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러면서 2017년과 2018년, 2019년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연이어 대상 후보에 오르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2019년에는 대상 수상에 성공하며 명실상부한 예능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예능계에서 여성 단독 대상 수상이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더했다.
예능 포맷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색을 녹여내는 능력은 박나래를 다방면에서 활용 가능한 방송인으로 만들었다. 한때 여자 코미디언계의 침체 속에서 오랜만에 등장한 ‘대세’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박나래는 활동 과정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많이 일으켰다. 2017년 한 방송에서 불법 대출 콜센터 아르바이트 경험을 언급한 사실이 뒤늦게 재조명되며 비판받았고, 2021년에는 주소 이전과 관련한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박나래 측은 무지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법적 문제가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밝혔고, 의혹은 크게 확산되지 않았다.
같은 해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 논란도 있었다. 결혼식장에서 마스크를 벗은 모습이 공개되며 지적이 제기됐고, 박나래는 “순간의 판단 착오였다”고 사과했다.
2022년 말에는 국세청 비정기 세무조사 후 수천만원의 추징금을 납부한 사실이 알려졌는데, 박나래 측은 “탈세 목적은 아니었으며 세법 해석 차이에 따른 추가 납부”라고 설명했다.
“법적 절차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
공갈미수 고소 맞불…공방 장기화
특히 승승장구하던 박나래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힌 사건이 하나 있었다. 박나래는 섹드립을 기반으로 한 과감한 표현을 중심에 둔 개그 스타일이 특징이었는데, 방송 초창기부터 이 수위 조절을 두고 꾸준히 호불호가 갈렸다.
성인 대상 토크쇼나 심야 예능에서는 “솔직하고 거침없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선을 넘는다”는 지적도 반복됐다. 예능 속 친분을 전제로 한 농담이었더라도 표현 방식이 과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며 논란이 산발적으로 이어져 왔다.
이 같은 개그 스타일로 문제가 터졌던 게 2021년 ‘헤이나래’ 사건이다. 당시 박나래는 어린이 콘텐츠로 잘 알려진 크리에이터와 함께 유튜브 콘텐츠에 출연했다. 문제는 해당 채널의 주 시청층에서 비롯됐다. 기존에 유아·초등학생 시청자가 대부분이던 채널에서 제작된 콘텐츠였다는 점에서, 박나래가 보인 개그 스타일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된 장면은 남성 인형을 활용해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동작을 한 부분이었다. 인형의 팔을 특정 부위에 끼워 넣거나, 책상 다리를 활용해 성적 행위를 연상케 하는 움직임을 취한 장면이 문제로 지적됐다. 일부 시청자들은 이를 두고 “명백한 성희롱”이라고 비판했고, 특히 어린이 시청 가능성이 높은 채널에서 해당 장면이 그대로 송출된 점을 강하게 문제 삼았다.
반면 일각에서는 “특정 인물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성희롱으로 보기 어렵다”거나 “성인 예능 문법이 그대로 옮겨온 것”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여론의 중심은 수위 조절 실패와 콘텐츠 맥락 부적절성에 대한 지적에 무게가 실렸다.
논란이 확산되자 해당 영상은 비공개 처리됐다. 제작사 측은 관련 콘텐츠를 삭제하고 채널 운영 방향을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박나래 역시 자필 사과문을 공개했다. 그는 “미숙한 행동이었다”고 인정하며 “많은 분들께 불편함을 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다만 사과문 내용이 구체적인 잘못을 반성하기 보다는 “더 신중하겠다”는 취지에 머물렀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비판이었다.
‘나래바’
대상까지
여론의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사건 직후 출연 중이던 주요 예능프로그램에서 별도의 편집이나 사과 멘트 없이 방송을 이어가면서 제작진의 대응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졌다. 일부 시청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하차 요구를 제기했다.
결국 해당 프로그램은 폐지 수순을 밟았고, 박나래는 하차했다. 논란은 방송 외부로도 번졌다. 일부 시청자가 국민신문고 등에 민원을 제기했고, 경찰이 관련 사안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제기된 혐의는 공연음란, 아동청소년 관련 법 위반 가능성 등이었다.
다만 수사 결과, 대법원 판례 등을 종합해 볼 때 형사 처벌 대상이 되는 음란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졌고, 최종적으로는 ‘혐의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됐다.
이처럼 여러 논란을 겪으면서도 활동을 이어오던 박나래는 지난해 12월, 전 매니저들과의 분쟁을 계기로 다시 한번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전 매니저 2명이 박나래 소유 부동산에 대해 1억원 상당의 가압류를 신청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예고한 것이다.
전 매니저들에 따르면, 박나래는 안주 심부름과 파티 뒷정리, 술자리 참석을 강요했고, 매니저들을 24시간 대기시키는 등 사적인 업무를 반복적으로 지시했다. 가족 관련 일까지 맡기며 사실상 가사 업무를 수행하게 했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한 매니저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언을 들었고, 던져진 술잔에 맞아 상해를 입기도 했다. 병원 예약과 대리 처방 등 의료 관련 개인 심부름도 맡았으며, 회사 업무와 개인 비용이 혼재된 상황에서 식자재 비용과 주류 구입비 등을 제때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퇴사를 결심한 뒤 밀린 비용 정산을 요구하자 명예훼손과 사문서위조로 고소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입장이다. 전 매니저 측은 향후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될 경우, 재산 처분 가능성을 우려해 가압류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불거진 직후 박나래의 모친이 전 매니저 두 사람에게 각각 1000만원씩을 송금한 사실도 알려졌다. 전 매니저들은 사전 합의 없이 입금된 돈을 즉시 반환했고, 변호사를 통해 이 같은 방식의 접촉을 중단해 달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나래 측은 모친이 개인적으로 송금한 것이며 박나래는 이를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합의를 시도한 것은 아니며 금액은 반환받았다고 부연했다.
드립 여왕
‘헤이나래’
같은 시기 박나래 모친이 설립한 법인 ‘주식회사 앤파크’가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 없이 운영됐다는 사실도 논란이 됐다. 해당 법인은 2018년 설립돼 서비스업 및 행사대행업으로 등록돼있었지만, 전속계약 종료 이후 사실상 1인 기획사 형태로 운영돼 왔다는 점에서 등록 의무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됐다.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중문화예술기획업을 영위하려면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하며, 미등록 영업 시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박나래 측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소속사는 해당 업무를 담당했던 전 직원들이 등록이 완료됐다고 허위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주장했다.
전 매니저들과의 갈등은 곧 형사 고소·고발로 번졌다. 박나래는 전 매니저들을 공갈미수 혐의로 고소했다. 퇴직금 수령 이후 전년도 매출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요구했고, 그 규모가 수억원대로 확대됐다는 것이 박나래 측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전 매니저들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박나래를 맞고발했다.
고발장에는 회사 자금을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 남자친구를 직원으로 허위 등재해 급여를 지급했고, 전세보증금 명목으로 거액이 송금됐으며, 모친에게도 급여가 지급됐다는 주장이다. 개인 주택 관리비와 물품 구매 등에 회사 자금이 사용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박나래 측은 “전 매니저 중 한 명이 개인 법인을 설립해 자금을 유출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업무상 횡령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
갈등이 확산되던 중 박나래가 이른바 ‘주사 이모’로 불리는 A씨로부터 불법 의료 행위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오피스텔이나 차량 등 의료기관이 아닌 장소에서 수액을 맞았고, 항우울제 등 전문의약품을 제공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일부 보도에서는 해외 일정이나 지방 촬영 일정 중에도 해당 인물이 동행해 링거를 놨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대리 처방 정황이 담긴 메시지와 약품 사진이 공개되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공개된 약품 가운데 일부는 정신신경용제로 분류되는 약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해당 성분이 향정신성의약품에 해당할 가능성도 거론됐다.
전 매니저 폭로·불법 의료 의혹 확산
모든 프로그램서 하차…중대 분수령
향정신성의약품은 의료법과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엄격히 관리되는 만큼, 처방과 투약 과정이 적법했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또 A씨가 국내 의사면허를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온라인상에서는 A씨가 특정 의과대학병원 출신이라고 주장했다는 내용이 확산됐으나, 의료계 일각에서는 해당 경력의 진위 여부를 문제 삼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따라 단순한 ‘방문 링거’ 차원을 넘어 무면허 의료 행위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의혹은 확대됐다.
박나래는 “평소 다니던 병원의 의료진에게 왕진을 요청했을 뿐이며 법적으로 문제될 부분은 없다”고 해명했다. 바쁜 일정으로 병원 내원이 어려운 상황에서 합법적인 방문 진료를 받은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의혹이 잇따르자 박나래는 공식 입장을 내고 “방송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제기된 사안으로 많은 이들에게 걱정과 피로를 드린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모든 것이 정리되기 전까지 활동을 멈추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매니저들과 대면해 오해와 불신을 풀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 매니저 측은 “합의나 사과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후 전 매니저들은 특수상해와 명예훼손 등 혐의로 박나래를 형사 고소했다.
논란의 여파가 커지자, 박나래가 고정 출연 중이던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링거 같이 예약”이라는 대화가 등장했던 영상 일부가 비공개 처리되기도 했다. 또 다른 ‘링거 이모’ 존재 주장까지 나오며 무면허 의료 행위 의혹은 확대됐다.
관련 인물과 병원에 대한 추가 고발이 이어졌고, 수사 범위는 점차 넓어졌다. 같은 달 중순 박나래는 다시 한번 영상을 통해 “모든 프로그램에서 자진 하차했으며, 제기된 사안은 법적 절차를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돼야 할 문제”라며 “추가적인 공개 발언은 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후 전 매니저들은 근로기준법 위반, 임금체불, 퇴직금 과소 산정, 직장 내 괴롭힘 등을 이유로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근로계약서 미작성과 프리랜서 위장 계약, 월 400시간 이상 근무 주장 등이 포함됐다. 이후 차량 내에서 원치 않는 상황을 강제 인지하게 했다는 내용의 추가 진정도 접수됐다.
법원은 초기에 신청된 박나래 자택에 대한 1억원 상당의 가압류를 인용했다. 경찰은 A씨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고,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압수수색
경찰 수사
지난 12일 박나래는 피고소인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건강상의 문제를 이유로 출석을 연기했다. 출석 현장에 인파가 몰릴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밝혔다. 조사를 회피하려는 의도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전 매니저들과 ‘주사 이모’에 대한 조사를 마친 상태에서 박나래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수사 결과와 법적 판단이 향후 행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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