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그린란드, 한국의 미래인가

트럼프의 ‘그린란드 매입’ 발언이 드러낸 전진기지의 운명

그린란드는 지금 세계 정치의 가장 위험한 질문 위에 서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사겠다”고 말한 순간, 그것은 외교적 해프닝이 아니라 패권의 선언이었다. 미국이 2차 세계대전 때 도와주고 남아 지켜온 땅을, 이제는 계약과 소유의 대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였다.

그린란드는 얼음 위에 놓인 거대한 섬(한국의 22배 면적)으로, 그 하늘과 미사일 경로는 북반구 전체의 운명을 좌우한다.

이 장면은 한국에 낯설지 않다. 한국 역시 6·25 전쟁 때 미국이 들어와 지켜줬고, 전쟁이 끝난 뒤에도 이들은 떠나지 않았다. 그 보호는 우리를 살렸지만, 동시에 우리 땅과 하늘을 미국 전략의 일부로 만들었다. 그린란드에서 벌어지는 이 거래의 논리는 사실 한반도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작동해 온 구조다.

우리는 이미 이 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전쟁 끝났어도 끝나지 않은 땅

21세기 전쟁은 총성이 멈췄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포탄이 멎은 뒤에도 레이더와 위성, 기지와 작전권이 그 공간을 다시 규정했다. 전쟁은 군인들의 싸움으로 끝났지만, 패권은 그 뒤에 시작됐다. 그래서 어떤 지역은 평화 속에서도 전쟁의 일부로 남아 있다. 전쟁의 형태만 바뀌었을 뿐, 지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린란드와 한반도는 그런 공간이다. 이 두 곳은 분쟁지역이 아니라 ‘전쟁 이후의 영토’다. 총이 멎은 뒤에도 하늘과 통신, 방공과 미사일 경로가 이 땅 위에 있으며, 그 위에 새로운 주권의 층이 생겼다. 이 층은 지도에 표시되지 않지만, 실제 권력은 여기에 있다. 보이지 않는 이 층이 국가의 운명을 결정한다.

지난 1월 트럼프의 ‘매입’ 발언은 이 숨겨진 층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사건이었다. 그는 땅을 사겠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전쟁 이후 형성된 이 보이지 않는 지배를 법과 소유의 논리로 고정하려 한 것이다. 그린란드는 그 첫 시험대일 뿐이며, 이 방식은 다른 전진기지로 확장될 수 있다. 북극에서 시작된 이 실험은 결코 거기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그린란드와 한국, 두 개의 전진기지

그린란드는 북극의 한국이고, 한국은 동아시아의 그린란드다. 이는 비유가 아니라 전략의 체계다. 두 지역은 모두 자국의 선택이 아니라 세계 패권의 충돌 지점에 놓여 전진기지가 됐다. 덴마크와 한국 모두 스스로를 방어할 힘이 없었기에 미국을 불러들였고, 그 순간부터 운명은 국제 정치의 손에 넘어갔다.

이 선택은 생존이었지만 동시에 종속의 시작이었다.

보호는 곧 통제로 바뀐다. 미군이 들어오는 순간 그 땅은 더 이상 완전한 자주 공간이 아니다. 그린란드는 2차대전 이후 사실상 미국의 북극 군사기지가 됐고, 한국은 한국전쟁 이후 동아시아의 방패가 됐다. 총성이 멈춰도 미군은 떠나지 않았고, 방패는 요새로 굳어졌다. 요새가 되는 순간 그 땅은 더 이상 온전히 주인의 것이 아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보호는 관리로, 관리는 소유로 변한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영토지만 미국의 레이더와 미사일이 지배하는 공간이 됐고, 한국 역시 주권국이지만 미국 전략의 일부가 됐다. 지도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점점 벌어지며, 주권은 눈에 띄지 않게 약해지고 있다. 국경은 남아 있지만 권한은 흩어지고 있다.


미국은 왜 전쟁 후에도 떠나지 않는가

미국은 전쟁이 끝나면 철수하는 나라가 아니다. 전쟁이 끝난 뒤 그 공간을 전략 지도로 편입하는 나라다. 독일과 일본, 한국과 그린란드는 모두 그 예다. 총성이 멈춘 뒤에도 미군은 남아 질서를 관리한다. 전쟁은 끝나도 패권의 배치는 끝나지 않는다. 이것이 패권 국가의 작동 방식이다.

미군은 2차대전이 끝났는데도 그린란드에서 철수하지 않았다. 이들은 한국 역시 정전 후 70년이 지나도록 주둔하고 있다. 두 지역은 전쟁의 잔재가 아니라 미국 패권의 고정된 좌표가 됐다. 이 좌표는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한 전진선이다. 국경보다 군사 지도가 먼저 그려진 공간이다. 지도는 정치가 아니라 미사일로 그려진다.

미국이 주둔하는 이유는 두 곳이 방어선이자 압박선이기 때문이다. 그린란드는 러시아를, 한국은 중국과 북한을 동시에 견제하는 요새다. 이 두 공간은 단순한 동맹국이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무기다. 그래서 미국은 떠나지 않는다. 떠나는 순간 방패와 칼을 동시에 잃기 때문이다. 패권 국가는 그런 무기를 내려놓지 않는다.

그린란드는 땅 아닌 하늘

그린란드의 진짜 가치는 얼음과 자원이 아니라 바로 하늘이다. 이 섬에는 러시아에서 날아오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가장 먼저 포착하는 레이더가 설치돼있다. 미국의 핵 반격 시간표는 이 신호에 달려 있다. 그린란드는 북반구의 눈으로, 이 눈이 감기면 미국의 억지력도 함께 흔들린다. 하늘을 잃는 것은 전쟁을 먼저 잃는 것이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반도에는 미군의 레이더와 미사일 방어망, 정보자산이 집중돼있다. 중국과 북한의 미사일을 감시하는 눈과 귀가 이 땅에 있다. 한국 역시 미국의 방패이자 경보기다. 이 체계는 한국 안보이자 미국 패권의 일부다. 안보는 공유되지만 통제는 분리된다.

트럼프가 말한 ‘골든돔’은 이 두 공간을 하나의 하늘로 묶는 구상이다. 북극과 동아시아를 연결해 미사일과 우주를 동시에 통제하려는 것이다. 하늘을 지배하면 땅의 주권은 상대적으로 약해진다. 패권은 위에서 내려온다. 이 구조가 바로 21세기 패권 질서의 방식이다. 영토는 이제 공중에서 재편된다.

“사겠다”는 말의 진짜 의미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사겠다고 했을 때 그는 땅을 원한 것이 아니었다. 이미 군사적으로 통제하는 공간을 법적으로 소유하고 싶었던 것이다. 미군과 레이더가 지배하는 땅을 서류상으로도 미국화하려는 시도였다. 그것이 그의 솔직한 계산이다.

전쟁으로 얻은 지배를 계약으로 굳히려는 계산이었다. 총 대신 서명으로 패권을 완성하려는 방식이다. 이것이 트럼프식 패권의 본질이다.

이 논리는 한국에도 적용된다. 미군 기지가 있는 땅은 한국 땅이지만, 작전통제권과 하늘은 미국이 쥐고 있다. 전쟁이 나면 그 공간은 즉시 미국의 작전구역이 된다. 기능적으로는 이미 미국의 요새다. 평시에는 동맹이지만 위기에는 미국의 군사영토로 바뀐다.


이 이중성 속에서 주권은 늘 시험대에 오른다. 위기는 언제나 진짜 주인을 드러낸다.

국가가 약해질수록 이 구조는 위험해진다. 그린란드는 약소국이었기에 ‘매입’이라는 말이 가능했다. 한국이 흔들리면 ‘재협상’과 ‘재배치’라는 이름의 압박이 시작될 수 있다. 그린란드는 경고다. 패권은 약한 지점을 먼저 파고든다. 오늘의 북극이 내일의 동아시아가 될 수 있다. 역사는 늘 가장 취약한 곳에서 움직인다.

약소국 땅은 언제든 흥정 대상

세계 정치에서 영토는 영원하지 않다. 힘이 약하면 국경은 언제든 흥정된다. 우크라이나의 일부가 그렇고, 시리아의 하늘이 그렇다. 지금 그린란드가 바로 그 자리에 서 있다. 국제법은 약자의 방패가 되지 못한다. 힘의 균형이 곧 지도의 형태를 바꾼다. 법보다 힘이 먼저 작동하는 것이다.

덴마크는 그린란드의 주권을 갖고 있지만, 그것을 지킬 힘이 없다. 그래서 미국이 들어왔다. 한국도 비슷하다.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는 여전히 워싱턴의 계산표 위에 놓여 있다. 결정은 서울이 아니라 워싱턴에서 먼저 그려진다. 이것이 전진기지의 숙명이다. 운명은 외부에서 설계된다.

동맹은 평등한 계약이 아니다. 그것은 힘의 비대칭 위에 세워진 안전 보장의 거래다. 거래는 언제든 조건이 바뀐다. 그린란드는 그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은 보호지만 내일은 청구서가 될 수 있다. 패권은 늘 대가를 요구하며, 그 계산서는 언제나 약자의 앞에 먼저 놓인다. 거래의 끝은 항상 약자가 더 많이 낸다.


미국의 동맹 소유욕

미국은 동맹을 존중하지만 동시에 관리하고 통제한다. 그것이 패권 국가의 방식이다. 독일과 일본, 한국과 그린란드는 모두 미국 전략의 기둥이다. 기둥은 중요하지만, 동시에 소유의 대상이다. 기둥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키는 것이 아니라, 패권구조를 떠받치도록 설계된 구조다. 그래서 이 기둥들은 스스로 방향을 바꾸기 어렵다. 구조 속에 갇히면 선택권도 함께 줄어든다.

트럼프는 이 구조를 숨기지 않는다. 그는 “우리가 지키는 땅이라면 왜 우리가 가지면 안 되느냐”고 묻는다. 이는 그린란드뿐 아니라 한국에도 던질 수 있는 질문이다. 방패를 제공하는 자는 대가를 요구한다. 이 논리는 동맹을 계약으로 바꾸는 순간 더욱 노골화된다. 보호가 권리로 변하는 지점이다. 권리가 되면 소유도 따라온다.

과거 미국은 이 요구를 외교적 수사로 포장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그것을 거래의 논리로 바꿨고, 그래서 위험하다. 동맹은 이제 파트너가 아니라 자산이 되고 있다. 자산은 재평가되고 매각되며 재배치된다. 이 냉정한 논리가 국제 정치로 들어오고 있다. 정치는 이제 회계의 계산으로 움직인다.

북극과 동아시아는 하나의 전선

그린란드는 북극의 방패고, 한국은 동아시아의 창이다. 이 둘은 미국 세계 전략에서 하나의 전선이다. 러시아와 중국을 동시에 봉쇄하기 위한 북반구의 군사 고리다. 두 지역은 서로 떨어져 있지만 전략적으로는 연결돼있다. 하나가 흔들리면 다른 하나도 함께 흔들리는 구조다. 전선은 하나의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북극에서 미사일을 막고,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이 구조는 21세기형 냉전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약소국의 영토가 있다. 그린란드와 한국은 이 전선의 돌출부로, 충돌 시 가장 먼저 흔들린다. 그래서 이 지역은 늘 불안정한 평화 위에 서 있다. 전진기지는 언제나 최전선이다.

트럼프는 이 전선을 더 명확하게 만들고 싶어한다. 불분명한 동맹 대신 분명한 통제선을 원한다. 그래서 그는 땅과 하늘을 함께 이야기한다. 패권은 국경보다 위에 있기 때문이다. 그는 주권보다 작전 지도를 먼저 그리고, 동맹보다 통제권을 먼저 계산한다.

이것이 그린란드와 한국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다. 지도 위에서 국가는 점으로 바뀐다.

한국, 그린란드의 미래 보고 있나

그린란드는 지금 자신의 전략적 운명을 잃고 있다. 미국의 보호를 받는 대신, 결정권을 넘기고 있다. 덴마크는 주권을 말하지만, 최종 선택은 워싱턴이 한다. 이것이 전진기지의 현실이다. 보호받는 만큼 지배받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보호는 자유의 대체물이 아니다.

한국도 이 구조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우리는 미국의 보호 속에서 성장했지만, 동시에 미국 전략의 일부가 됐다. 그린란드가 겪는 이 모순은 한국의 미래일 수도 있다. 패권은 항상 대가를 요구한다. 그 대가는 주권과 선택권으로 지불된다. 자율은 서서히 깎여 나간다.

트럼프의 그린란드 발언은 ‘북극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전진기지를 어떻게 다루는가에 대한 미국의 솔직한 고백이다. 그리고 그 고백은 동아시아를 향하고 있고, 그 파장은 이미 우리 머리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감정이 아니라, 어떤 위치에 설 것인가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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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