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소년범 조진웅

  • 서진 기자 jen9@ilyosisa.co.kr
  • 등록 2025.12.16 10:08:51
  • 호수 15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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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까발려진 어두운 과거

[일요시사 취재1팀] 서진 기자 = 바람 잘 날 없는 연예계 뒤로 그늘이 드러났다. 배우 조진웅에게 과거 소년범 이력이 있다는 사실에 “너희는 잘 살았냐”며 감싸는 이도 있었지만 “술만 마시면 개가 됐다”는 증언도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조진웅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며 곧바로 은퇴를 선언했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데뷔한 그는 새로운 이름으로 “터닝 포인트를 주고 싶었다”고 해왔다. 강력 범죄 전문 배우로 스크린을 장악했던 그의 ‘두 얼굴’이 드러나자, 논란의 불길은 좀처럼 사그라들 줄 몰랐다. 한국 스크린을 주름잡던 배우가 이제는 논란 속으로 잠적했다.

모조리 폭로
드러난 실체

각종 영화와 드라마로 사랑받던 배우 조진웅(본명 조원준)이 연기 생활 21년을 마치고 소년범 의혹 제기 하루 만에 은퇴를 선언하며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는 일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성폭행 연루는 부인하며 대응에 나섰다.

지난 5일 <디스패치> 등 언론이 조진웅이 고등학교 시절 중범죄로 소년보호처분을 받아 소년원에 송치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소속사는 같은 날 오후 입장을 발표했다. “미성년 시절 잘못된 행동 확인됐으나 30년 전 일로 경위 파악이 어렵고, 법적 절차도 종결됐으며 성폭행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를 향한 사과와 팬들의 실망에 유감을 표명했다.

다음 날 오후, 조진웅은 입장문을 통해 “과거 불미스러운 일로 실망을 드려 사과드린다. 모든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며 오늘부로 활동을 중단하고, 배우 은퇴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는 “인간으로서 성찰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진웅이 은퇴를 밝힌 뒤에도 갑론을박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조진웅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은 고등학생 세 명이 여성 피해자들을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기 위해 한 피해자를 인질로 잡은 채 다른 피해자와 함께 경기도 성남에서 서울 사당 일대로 이동한 뒤, 60만원을 갈취한 것으로 알려진 강도 및 성폭행 사건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소년범에 대한 처벌 기준이 과도하다”는 의견과 “피해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반론이 맞서며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한 라디오 쇼에 출연해 “법의 잣대는 동일해야 한다”면서 “피해자들이 버젓이 있는데 피해자들의 인권과 보호보다 조진웅씨의 사적 이익이 앞설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조진웅은 1976년 4월6일 부산 남구 문현동에서 1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나 성동초등학교 재학 시절 비디오로 영화를 접하며 연기에 관심을 가졌다. 이후 서울로 이주해 오류중, 성인고(현 야탑고)에서 연극반 활동을 시작했고, 경성대 연극영화과 진학 후 극단 ‘동녘’에서 연극에 몰두했다.

김윤석 등과 함께 무대에 오르며 연기 내공을 쌓았고, 2004년 서울로 올라와 영화 활동을 시작했다. 조진웅은 같은 해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단역으로 데뷔했다. 2013년 일반인이었던 김민아와 결혼해 슬하에 딸이 한 명 있다.

고등학교 시절 강도·성폭행 중범죄
소년보호처분 받고 소년원 송치 보도


데뷔작에서 그는 비록 조연이었지만, 패거리 무리 중 체격이 큰 인물로 등장해 현실감 있는 연기를 펼쳤다. 극 중 옥상 결투 장면에서 조진웅은 유리창을 깨고 난입해 현수(권상우)를 공격하지만, 곧 쌍절곤에 제압돼 병원에 실려 간다. 감초 같은 존재로 극의 재미를 더했으나, 최근 논란이 불거지며 그의 패거리 역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조진웅은 데뷔 초 영화 <비열한 거리>에서 조인성의 오른팔 영필 역으로 충성심 넘치는 연기 호흡을 선보이며 리얼한 조폭 세계를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절절한 대사와 건장한 체격이 어우러진 연기는 관객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심어줬다.

조진웅은 2011년 <퍼펙트 게임>에서 실존 인물 롯데 자이언츠 김용철 감독으로 변신했다. 부산 사투리 애드리브가 특히 화제가 됐던 이 작품으로 417만 관객을 사수했다. 스포츠 영화의 흥행에 크게 기여한 그는, 거친 야구 감독의 인간미를 섬세하게 풀어냈다.

특히 “조진웅의 사투리가 일품이었다”는 호평이 쏟아지며 그는 팬층을 넓혔다. 이 두 작품은 무명 시절의 그를 ‘신스틸러’에서 ‘믿을 만한 배우’로 승격시킨 결정적 계기가 됐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김판호 역으로 나선 조진웅은 조폭 무리의 두목 연기로 관객을 압도했다. 작품은 2012년 상반기 흥행 1위를 차지했고 그는 악역 연기로 극찬받았다. 그는 관련 인터뷰에서 “판호는 돈에 미친 인간이지만, 그 안에 인간적 약점이 있어야 관객이 공감한다. 실제 조폭들 영상 보며 몸짓을 연구했다”고 소회했다.

2014년 1000만 관객을 넘어선 초대형 사극 〈명량〉에서 조진웅은 일본 수군 장수 와키자카 야스하루 역을 맡았다. 그는 한국어 대사 하나 없이도 카리스마와 긴장감을 선보였다.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수군과 맞서는 왜군의 핵심 장수로, 전열을 대표하는 카리스마와 긴장감을 책임졌다. 촬영을 위해 삭발한 그의 모습은 당시 화제가 됐고, 그만큼 역할 몰입도가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해 <끝까지 간다>에서 비리 경찰 박창민 역으로 “쏴라, 빨리 쏴라!” 절규하며 액션 연기의 연장선을 이어나갔다. 뺑소니 사건의 목격자 박창민(조진웅)과 절체절명 형사 고건수(이선균)의 대면 장면은 영화의 클라이맥스로 꼽힌다.

이 시기 조진웅은 “악역을 연기할 때마다 내 안의 어두운 면을 마주한다. 그게 연기의 재미”라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영화 시사회에서 이동진 평론가는 두 주인공 대면의 굉장한 박력을 극찬했고, 모 기자는 “이선균·조진웅 케미 폭발이 제대로 끝까지 간다”고 썼다.

이 작품을 통해 조진웅은 2014년 제35회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술자리서
주먹질도

2015년, 역대급 캐스팅과 화제성으로 주목받은 시대극 겸 액션 영화 <암살>에 출연한 조진웅은 속사포 전문가 역을 맡았다. 그는 “명량에서 일본 장수를 연기했지만, 이번에는 꼭 우리 편으로 뛰고 싶었다”고 밝힐 정도로 이 배역에 애정을 보였다.


강렬한 존재감과 차분하면서도 날카로운 연기로, 당시 영화의 긴박하고 무게감 있는 분위기를 지탱하는 데 중요한 한 축을 맡았다.

조진웅은 2016년 <아가씨>에서 ‘쿠즈키’ 역을 맡았다. 영화 속 ‘히데코’라는 아가씨의 후견인이자 삼촌이며, 그녀의 재산과 자유를 사실상 통제하려는 인물이다. 일본 귀족이자 후견인 역을 맡은 그는 입체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쿠즈키는 권위와 금욕, 그리고 억압적 통제를 상징하는 가부장이다. 그의 욕망, 집착, 그리고 위선을 통해 영화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라는 배경 아래 부조리한 사회구조와 남성 권력의 횡포를 은유적으로 드러냈다.

조진웅은 이 배역을 위해 노인 분장과 함께 체중 감량을 감수하며 완전히 다른 외형 변신을 시도했다. 일본어 대사를 자연스럽게 소화하기 위해 발음과 억양, 감정의 뉘앙스까지 연습하며, 단순한 형식적 분장이 아니라 ‘쿠즈키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고심했다.

작품 속 쿠즈키는 잔혹하고 위악적인 악역이지만, 조진웅은 그를 과장된 연기가 아닌 억제된 불안과 불쾌함, 그리고 권력의 무게를 내재한 인물로 그려냈다는 평가가 많았다.

2014년부터 2018년 사이, 조진웅은 사극·스릴러·액션·심리극 등 다양한 장르를 누비며 폭넓은 캐릭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2018년 <독전>에서 조원호 역으로 마약 수장인 ‘이선생’을 집요하게 쫓는 강력계 형사로 나타났다. 영화는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 조직의 실체를 두고 펼쳐지는 독한 자들의 보이지 않는 전쟁을 그린 작품으로, 그가 박선창(박해준) 앞에서 마약을 강제로 흡입한 뒤 경련을 일으키는 장면은 명장면으로 꼽힌다.

진하림(김주혁)의 몰입감 있는 연기와 더불어 조진웅의 광기 어린 눈빛이 어우러져 ‘대체 불가’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그는 일간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도장 깨듯 독한 캐릭터를 소화했다. 츤데레처럼 속으로는 아끼지만 겉으로는 툴툴거리는 내 실제 모습과 닮아 자연스러웠다”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리얼한
깡패 연기

2018년 이후는 조진웅에게 굵직한 상업 영화와 OTT, 장르 드라마를 오가며 극장과 온라인 플랫폼을 가리지 않는 주연배우로 입지를 다졌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기였다.

조진웅은 윤종빈 감독의 첩보극 <공작>에서 국가정보원 고위 간부 최학성 역을 맡아 묵직한 존재감을 선보였다. 북한의 핵에 관한 정보를 둘러싼 남북 간 물밑 공작을 다룬 작품으로, 그는 극중 배우 황정민·이성민과의 긴장감 있는 대립구도를 통해 인물의 의중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특유의 연기로 주목받았다.

당시 그는 <독전>에 연달은 화제작으로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바쁜 배우’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2022년 1월 개봉한 범죄 수사극 <경관의 피>에서 조진웅은 광역수사대 팀장 박강윤 역을 연기했다.

과감한 수사 방식 때문에 내부 논란을 일으키는 인물로, ‘정의의 방식’이라는 키워드를 두고 최우식이 연기한 후배 형사와 자주 갈등을 겪는다. 조진웅은 거친 형사 캐릭터를 특유의 밀도 있는 연기로 풀어내며 작품의 중심축을 잡았다.

조진웅은 2023년 영화 <대외비>에서 부산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 전해웅 역을 맡아 또 한 번 강렬한 캐릭터 변신을 시도했다.

1992년 부산 정가를 배경으로 공천과 권력 거래라는 현실적인 정치구도를 다룬 작품이다. 그는 공천 탈락 이후 생존을 위해 정치 브로커와 손을 잡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구현했다. 묵직한 정치 스릴러 안에서 제대로 존재감을 증명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조진웅은 영화 <독전 2>에서 다시 한번 형사 원호로 돌아왔다. 전편의 사건 이후 사라진 ‘락’의 흔적을 쫓으며 마약 조직의 잔재와 새로운 공포를 마주하는 이야기다. 전편의 분위기와 다른 연출·캐릭터 구도 속에서도 조진웅은 중심 서사를 끌고 가며 후속작의 톤을 더욱 안정시키는 역할을 했다.

조진웅은 브라운관에서도 인지도를 높였다. 특히 2010년 <추노>에서 송태하(조지호)의 충직한 부하 곽한섬 역을 맡아 훈련원 무인 출신의 호방한 무사로 활약했다. 그는 제주도 포졸로 강등된 뒤, 왕손의 보호를 위해 누명과 배신의 시련을 이겨내는 인물을 연기했다. 이 외에도 <뿌리깊은 나무>에서 무휼 역을 맡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시그널>은 2016년 방송된 tvN 금토 드라마로, 극본은 김은희 작가가, 연출은 김원석 감독이 맡았다. 주연배우로는 조진웅, 김혜수, 이제훈 등이 캐스팅돼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미스터리 무전기’라는 장치 안에서 발생한 장기 미제사건들을 형사들이 함께 파헤친다는 설정이다. 과거 형사와 현재 형사가 시공을 넘나드는 공조 수사를 한다는 독창적인 구조를 보였다.

연영과 진학 후 연극부터
<말죽거리> 단역으로 데뷔

조진웅은 극 중 형사 이재한 역으로 출연했다. 그는 무전으로 과거와 연결된 이 사건들 속에서 중심을 잡는 인물로, 차분하면서도 날카로운 존재감으로 많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실제로 <시그널>은 첫 방송 이후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했다. 과거 미제사건을 다각도로 재조명한다는 점,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극의 탄탄함 모두 드라마계의 새 지평을 열었다.

조진웅은 대사 단 한 마디에 이끌려 <시그널> 출연을 결심했다. 당시 그는 “무전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는 설정이 현실성이 없다고 느껴졌다”고 말했지만, “‘거기는 지금과 다르게 바뀌어 있나요?’라는 대사가 희망을 줄 수 있는 이야기일 것 같아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시그널>은 2016년 방송 당시 수사극의 틀을 넘어, 과거와 현재, 기억과 정의라는 무게 있는 주제를 다루며 수많은 팬을 생성했다.

하지만 지난주 조진웅의 과거 행실이 드러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이어진 은퇴 발표와 <두 번째 시그널>의 방영 불확실성은 시리즈의 미래를 사실상 멈춰 세웠다. 만약 후속 시즌이 무산된다면, 수년간 기다려온 팬과 제작진 모두에게 큰 실망과 손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진웅은 단순한 배우가 아니라, 영화와 다큐, 공적 행사 참여를 통해 시민이자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자주 표명해 왔다. 지난해 12월, 조진웅은 한 파면 촉구 집회에 VCR 영상 메시지로 등장해 “비상계엄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했다”는 취지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선열들이 지켜낸 민주주의의 의미를 기억해야 한다. 국민이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라는 표현으로 집회의 취지에 동의하며 탄핵 지지를 표했다.

이후 일부 여론과 언론에서는 그의 발언에 대해 “공인의 정치적 발언”이라며 주목했다. 동시에 배우가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의 적절성에 대한 논쟁도 벌어졌다.

지난 8월 그는 MBC 라디오에 출연해 자신이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잘못된 것을 보고 화가 났다”고 밝혔다. 그는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역할을 찾아서 발언했다. 평화란 두려움 없이 뭔가를 말할 수 있는 것”이라며, 자신의 정치적 발언을 ‘정치색이 아닌, 시민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이라고 규정했다.

조진웅은 ‘왜 부담을 느껴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부담이 있는 사회는 잘못된 것”이라며, 발언이 부당하다는 외부의 압박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정치색
한 스푼

지난 8월15일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조진웅은 대표로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낭독하기도 했다. 또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독립군: 끝나지 않은 전쟁>의 내레이션을 맡으며, 역사·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콘텐츠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내레이터가 교체됐고, 소속사는 묵묵부답을 유지하고 있다.

<jen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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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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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