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세상읽기 ‘삼기점’, 원운동서 직선운동으로

1980년 정월대보름, 당시 대학생이던 필자가 들판에서 불붙은 깡통을 돌리던 순간은 단순한 쥐불놀이가 아니었다. 처음엔 팔 전체를 원으로 크게 움직여야 깡통이 돌았다. 하지만 속도가 붙자 팔은 더 이상 원을 그릴 필요가 없었다. 직선으로 흔들기만 해도 깡통은 원을 스스로 그렸다.

외형은 원이었지만, 그 원을 유지시키는 힘은 직선이었다. 그 순간 필자에게 다가온 느낌은 단순한 기교의 변화가 아닌 ‘겉은 원이지만, 본질은 직선’이라는 원운동 원리의 깨달음이었다.

당시 필자는 이 전환의 순간을 ‘삼기점’이라 명명했고, 아이디어 노트에 기록했다. 이후 이 개념은 정치, 경제, 사회, 문명 전환을 꿰뚫어 해석하는 필자만의 고유한 렌즈가 됐다.

원운동의 표면성과 직선운동의 내적 동력

원운동은 완전한 운동이 아니다. 직선으로 뻗으려는 관성과 중심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잠정적으로 타협한 결과일 뿐이다. 즉, 원은 형태고 직선은 힘이다. 이 구조는 세상이 굴러가는 진짜 원리를 보여준다. ‘푸코’의 관점에서 원운동은 규율·제도·관성의 반복 장치며, 직선은 그 반복을 깨고 새로운 질서를 여는 힘이다.

‘들뢰즈’의 사유로 보면, 원은 영토화된 질서고, 직선은 그 질서를 벗어나는 탈영토화의 흐름이다. ‘베르나르 스티글러’가 말한 기술철학적 프로세스의 외부화도 같은 구조다. 안정적 구조 속에 축적된 긴장이 어느 순간 직선적 돌파로 문명을 바꾼다.


필자가 45년 전 들판에서 본 원운동 역시 외형만 안정된 것이었다. 그 원을 떠받치던 힘은 이미 방향을 바꾸려는 직선이었다. 삼기점은 바로 이 내부 변화가 표면으로 솟아오르는 순간이다. 원의 형태는 남아 있지만, 본질적 힘은 이미 다른 궤도를 향해 있다.

정치의 삼기점, 반복의 원 넘어 이탈하는 국민의 직선

정치는 가장 안정된 원처럼 보인다. 선거는 일정 주기로 반복되고, 여야와 진보·보수의 구도는 회전하듯 반복된다. 언론은 이 회전을 해설하면서 정치의 원을 세상에 알린다. 그러나 정치를 실제로 움직이는 힘은 원이 아니다. 국민의 삶에서 솟아오르는 직선적 가치가 정치를 변화시킨다.

“우리 삶은 나아지고 있는가?” 이 단순한 직선적 질문 하나가 정치의 모든 원을 무력화하기도 하고, 새 축을 형성하기도 한다. ‘라투르’가 설명하듯, 국민은 단순한 관객이 아니라, 정치 흐름을 직접 바꾸는 존재다. 과거의 정치는 원의 규칙을 유지하려 했지만, 오늘의 정치는 직선적 변화의 방향성을 요구한다.

정치의 삼기점은 바로 이 순간이다. 국민의 직선이 정치의 원을 재편하는 순간, 정치는 새로운 운동으로 넘어간다. 원 안에 머물려는 정치세력은 더 빠른 자기회전만 반복하고, 국민은 그 원을 떠나 직선의 궤도로 이동한다.

경제의 삼기점, 순환경제에서 속도와 흐름의 경제로

경제는 오랫동안 순환의 원으로 설명됐다. 생산·소비·투자·성장의 순환은 산업시대의 안정이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 경제는 순환이 아니라, 흐름과 속도의 직선 구조다. 데이터는 왕복하지 않고 한 방향으로 흐르고, 자본은 국경을 초월해 계단식으로 확장된다.


AI는 반복을 더 잘하는 기술이 아니라, 미래의 방향을 예측하는 기술이다. 다시 말하면 직선적 사고를 구현한 기술이다. ‘들뢰즈’ 관점으로 보면, 산업경제는 영토화된 원의 경제였고, 디지털경제는 탈영토화된 흐름이다. 자본은 연결·속도·의미를 기반으로 이동한다.

정책은 여전히 순환경제의 원으로 움직이지만, 시장은 이미 속도의 직선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 괴리가 더 벌어지면 경제의 삼기점이 발생한다. 과거의 질문이 ‘얼마나 크게 돌릴 것인가’였다면, 오늘의 질문은 ‘어디로 얼마나 빨리 갈 것인가’다. 경제의 흐름이 원에서 직선으로 이동한 것이다.

사회의 삼기점, 원형 질서의 붕괴와 직선적 삶의 등장

과거 사회는 하나의 원으로 살았다. 비슷한 시기에 학교에 들어가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은퇴하는 일정한 궤도였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삶은 더 이상 원으로 묶이지 않는다. 각자 다른 욕망과 세계관을 따라 직선처럼 각자도생한다.

현상학의 관점에서 인간은 지향성을 가진 신체적 존재로 각자의 신체와 의식은 고유한 방향성을 갖는다. 하지만 제도는 원의 관성에 사로잡혀 있다. 연공서열, 정년제, 획일적 입시제도 등은 모두 과거 원형 사회가 남긴 유물이다. 반면 젊은 세대는 이미 직선적 존재다. 그들의 삶은 구심력이 아니라, 관성과 속도, 자기 결정을 중시한다.

우리 사회는 지금 원형사회에서 직선사회로 넘어가는 삼기점 위에 있다. 이를 읽지 못하면 갈등과 단절은 깊어지고, 읽어낸다면 사회는 새로운 균형을 찾게 될 것이다.

철학의 삼기점, 원에서 직선으로, 직선에서 흐름으로

삼기점은 철학사에서도 반복되는 구조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세계를 회귀하는 원으로 이해했다.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가는 목적을 가졌다. ‘뉴턴’은 이 세계를 직선의 법칙으로 재해석했다. “외부 힘이 없으면 직선 운동을 지속한다”는 그의 법칙은 근대철학 전체를 바꿨다.

그러나 현대철학은 이 대립을 넘어간다. ‘하이데거’는 운동을 물체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드러남 방식’으로 봤다. ‘들뢰즈’는 세계를 고정된 원이나 단순 직선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형되는 ‘흐름’으로 봤다. ‘푸코’는 운동을 ‘권력의 재배치’로 봤고, ‘라투르’는 ‘네트워크의 재조립’으로 설명했다.

삼기점은 이처럼 원·직선·흐름의 세계가 교차하는 자리다. 세계는 원이라는 표면 아래에서 직선적 변화가 구조를 다시 만들어내고, 흐름의 세계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문명사의 삼기점, 역사철학이 말해온 전환의 반복

문명사는 원과 직선이 반복적으로 교차하며 만들어왔다. 농경문명은 계절의 원을 따라 움직였고, 산업문명은 증가, 확장, 생산이라는 순환과 직선을 중심에 두었다. 20세기 중반 정보혁명은 또 하나의 직선적 돌파였다. 인간의 기억과 계산이 기술로 외부화되면서 문명은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또 한 번의 삼기점을 통과하는 중이다. AI·데이터·로봇·클라우드는 인간의 사고·감정·행동까지 흐름의 속도에 편입시키고 있다. 문명은 원→직선→흐름이라는 패턴을 반복하며 진화한다.

원형 문명은 안정적이나 변화에 취약하고, 직선 문명은 빠르지만 균형이 부족하며, 흐름 문명은 새로운 가능성이 많지만 예측하기 어렵다. 문명사의 삼기점은 바로 이 패턴이 재편되는 순간이며, 다음 궤도를 선택해야 하는 자리다.

삼기점 위에 놓여 있는 시대

세상은 언제나 삼기점을 넘어 새로운 궤도로 도약해왔다. 농경사회는 계절의 원으로 살았고, 산업사회는 기계의 회전으로 살아냈으며, 디지털 문명은 흐름과 속도의 직선적 질서를 만들어냈다. 이 전환들은 단절이 아니라, ‘형태의 변이’이며, 원에서 직선으로, 직선에서 흐름으로 이어지는 문명적 연속선 위에 있다.

지금 한국 사회도 정확히 이 삼기점 위에 놓여 있다. 정치에서는 국민의 직선이 낡은 원형 구조를 흔들고 있다. 경제에서는 속도와 연결이 기존 순환 시스템을 재편하고 있다. 사회에서는 직선적 삶이 원형 규범과 충돌하고 있다. 문명 전체에서도 흐름과 데이터가 기존의 원형·직선형 질서를 넘어 새로운 배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순히 ‘직선의 시대가 왔다’는 진단이 아니다. 삼기점 이후의 세계는 원·직선·흐름이 혼합되는 새로운 질서를 만든다는 점이다. 원은 질서의 안정성을, 직선은 변화의 방향성을, 흐름은 가능성의 확장을 제공한다. 이 세 요소가 섞여 새로운 시대의 구조를 만든다.


삼기점 읽는 자가 시대 앞질러 미래 연다

‘들뢰즈’의 배치(assemblage), ‘하이데거’의 구성, ‘라투르’의 재조립된 사회가 바로 이런 구조를 설명한다. 오늘의 삼기점에서 중요한 주체는 읽는 자다. 원만 보는 자는 과거에 갇히고, 직선만 좇는 자는 방향을 잃고, 흐름만 강조하는 자는 뿌리를 잃는다.

그러나 삼기점을 읽는 자는 이 세 가지를 조화롭게 묶어 새로운 미래의 길을 열 수 있다.

45년 전 겨울 들판에서 깡통이 그렸던 원은 단순한 원이 아니었다. 그것은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 즉 겉은 원이지만, 그 원을 지탱하는 본질은 언제나 직선이라는 진실을 압축해 보여준 장면이었다.

오늘 우리가 사는 사회·정치·경제·문명도 동일한 구조 속에 있다. 외형은 여전히 원을 말하고 있지만, 내면에서는 직선이 움직이며 다음 세계를 준비하고 있다.

삼기점을 읽는 개인은 인생의 궤도를 바꿀 수 있다. 삼기점을 읽는 조직은 낡은 구조를 넘어 새로운 질서를 설계할 수 있다. 삼기점을 읽는 국가는 시대를 앞서가며 다음 문명을 향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삼기점을 읽는 자가 시대를 앞질러 가고, 미래는 결국 그런 자에게 먼저 열린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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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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