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 거여 민주당을 말하다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10.13 15:52:01
  • 호수 15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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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은 이재명 수사 감정적 보복”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5선 중진 조배숙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 시도를 일컬어 “여러 위헌 시비에 걸릴 것”이라며 “중대범죄수사청 임용 절차가 일원화되지 않아 파벌·알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대법관 증원 논란에 대해서도 “뻔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비판했다.

판·검사를 모두 지낸 국민의힘 5선 중진 조배숙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검찰개혁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 수사에 대한 감정적 보복을 하는 게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 압박에 대해선 “강성 지지층을 위해 하는 말 같고, 내란 몰이는 굉장히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조 의원과의 일문일답.

-민주당이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진의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검찰 해체로 굉장히 위험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민주당이 주로 문제 삼는 사건은 전체 사건 중 1%에 불과하며, 나머지 99%는 모두 민생 치안 관련 사건이다. 저도 때로는 “검찰이 사건을 왜 저렇게 인권을 침해하고, 틀린 방향으로 처리할까? 공정한 수사가 아니”라는 울분을 느낀다.

그런데 민주당은 일부를 일반화한 후 “검찰이 수사권·기소권을 모두 가져서 문제가 생겼으니, 검찰에 절대로 수사권을 주면 안 된다”면서 검찰을 악마화하고 압박한다. 그래서 “이 대통령 수사에 대한 감정적 보복을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헌법에 검찰총장의 존재와 검사의 영장청구권·압수수색영장 신청권이 규정돼있기 때문에 법률로는 검찰청을 해체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이 바로 그점을 지적했다. 헌법엔 검찰총장의 존재가 규정돼있고, 검찰총장을 임명하려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영장청구권·압수수색영장 신청권 등 검사의 기능이 규정돼있다. 검찰총장은 검찰 조직 존재를 전제로 규정된 것이다.

검찰 조직은 헌법에 명문화된 것은 아니지만, 불문율로 존재가 전제된 것이라고 본다. 민주당은 “법률로 이를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검사의 업무 중 하나는 형 집행인데, 민주당은 이에 대해선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민주당의 안은 여러 위헌 시비에 걸릴 거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의 주장대로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이 설치되면, 중수청엔 검사·검찰 수사관·경찰관 등 여러 출신자들이 모여 수사관으로 근무한다. 중수청 내부에서 이들 간 파벌 다툼·알력이 발생해 민생 치안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당연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 어떤 조직이든 구성원 임용 구조가 일원화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검찰 수사관은 공소청에서 필요한 인력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중수청으로 배치될 것이다. 추가로 변호사 출신을 따로 채용할 수도 있다.

감사원 3급 간부가 감사 대상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가 지난 2023년 적발됐다. 이를 수사했던 공수처는 기소권이 없어서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검찰은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면서 사건을 공수처로 돌려보냈다. 그러자 공수처는 “우리가 어떻게 보완 수사를 하느냐”면서 접수를 거부했다.

검찰·공수처는 1년 넘게 ‘핑퐁’ 하다가 사건을 방치했다. 같은 기관 내부에서도 임용 구조가 일원화가 되지 않은 채 여러 기관 출신자들이 섞이면 불협화음이 생길 수도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중수청을 법무부 산하에 설치하는 안을 추진하다가,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 등에게 반박을 들었다. 정부·여당은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 산하에 설치하려고 하는데…

▲임 지검장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 같다. 검사장이 특정 정당이 개최한 공청회에 참석해서 장관의 정책을 비판하는 자체가 보기에 좋지 않았다. 상관을 조심스럽게 비판하는 건 좋지만, 공개석상에서 아주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건 정치다.

정치를 하고 싶으면, 검사 옷을 벗고 해야 한다. 지검장 신분으로 정치적 발언을 하는 상황 자체가 검찰의 잘못된 현실을 보여준다. 특정 분위기에서 특정한 언행을 했다고 해서 검사장까지 진급시킨 자체도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행안부엔 이미 국가수사본부가 있으며, 기존 경찰 조직도 있다. 그런데 중수청까지 행안부에 설치하면, 행안부는 매우 비대한 조직이 된다. 어떻게 행안부를 통제할 수 있겠는가? 기관 간 충돌 가능성도 있다. 조정·견제가 안 되면, 이 책임을 누가 질 수 있을지 모른다.

“중수청 임용 일원화 안 돼 파벌·알력 가능성”
“임은정, 정치하고 싶으면 검사 옷부터 벗어야”

-“민주당의 안대로 수사 시스템이 바뀌면, 수사 통제와 각종 이의신청 절차가 매우 복잡해진다”는 비판도 있다.

▲바로 그게 문제다. 지난 2020년 확정됐던 1차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까지 검찰 수사에 대한 이의신청 절차는 간단했다. 항고·재항고해서 무혐의 결정을 받고, 그 무혐의 결정에 대해선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해서 불복했다.

이전엔 모든 사건이 검찰로 송치돼 검찰이 일일이 기소 또는 무혐의 결정을 했다. 검찰에서 다시 확인한 후 최종 정리를 했던 것이다. 그런데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주면서, 경찰은 기소할 사건만 검찰에 송치하고, 스스로 불송치 결정을 한다. 이의신청을 해서 사건이 검찰에 가면, 검찰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다.

경찰은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에 잘 응하지 않는다. 서로 자기 사건이 아니라서 책임감도 없다. 결국 도돌이표의 연속이다. 그러다 시간만 지나고 다 잊힌다. 경찰에선 그런 사건을 ‘암장 사건’이라고 한다. 검찰이 폐지되면, 변호사조차도 뭐가 뭔지 모를 정도로 이의신청 절차가 매우 복잡해진다.

-각 부처에 있는 특별사법경찰관(이하 특사경)도 검사가 지휘·감독한다. 그래서 검찰 해체 이후 지휘·감독 문제도 거론되는데…

▲예전엔 특사경도 검사가 지휘했다. 검찰 해체 후 중수청에 소속되는 검사도 똑같이 사법경찰관이 된다. 누가 누구를 지휘해야 할 지 알 수 없어진다. 그래서 제대로 수사가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사경에게 전권을 줘도 될 만큼 전문성이 있는지 걱정된다.

-미국에선 검찰·수사기관이 TF를 구성해서 수사기관이 수사를 맡고, 검사는 법률적으로 수사 진행 상황을 검토·통제한다. 이어 기소권을 매개로 기소·대배심 회부를 결정하는 형태로 사실상의 수사 지휘를 한다.

▲독일도 비슷하다. 독일에서 공부한 법조인의 의견을 들어보면, 독일 검찰은 자체 수사 인력이 없다. 그래서 검사가 직접 수사 현장에 방문해 경찰관을 지휘한다.

-일각에선 “선진국 검찰엔 자체 수사 인력이 없으니, 공소청도 직접 보완 수사권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저는 판·검사를 모두 지냈다. 검사는 수사 검사와 공판 검사로 구분된다. 그런데 공판 검사가 사건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수사를 안 했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이런 검사에겐 “이러면 어렵지 않겠느냐”면서 무죄 선고 가능성을 암시한다.

-공판 검사가 오로지 서류만 보고 사건을 판단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상황인가?

▲그렇다. 그러면 공판 검사는 수사 검사에게 도움을 청한다. 수사 검사는 직접 법정에 출석해 공판을 함께 진행한다. 이렇게 해결되는 사건들이 더러 있다. 수사 검사는 직접 수사했으니, 각종 증거를 다양한 관점에서 강조한다. 따라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수사를 한 사람이 사건을 잘 알 수밖에 없다.

사건을 수사한 검사가 기소한 후 공소 유지도 잘 해서 범죄자를 처벌해야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범죄를 저질렀는데도 제도적 한계 때문에 무죄 선고가 많이 나온다면, 범죄자만 활개 치지 않겠는가? 그러면 피해자는 “이 땅에 정의가 있느냐”고 분노할 것이다. 분노한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할 지 모른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면서 자력 구제를 하려고 할 수도 있다.

-법 질서가 과도하게 무너진 일부 국가·사회에선 자경단이 활동한다.

▲그렇다. 결국 정글의 세상이 되는 거 아니겠나? 검찰 조직 문제는 형사사법이 갖는 정의 문제다. 범죄를 예방하고, 범죄자를 처벌하면서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 이를 제대로 세워야 국민이 안전한 삶을 살면서 공동체를 믿는다. 그게 질서고, 국가의 역할이다.

그런데 시스템을 잘못 만들면 범죄 예방은 못하고, 범죄자를 처벌하지 못해 이들이 활개칠 수 있는 범죄자 천국이나 피해자들의 지옥이 된다. 희망이 없고, 굉장히 무서운 사회가 된다. 이런 사회에 누가 애정을 갖겠나? 그러면 자경단이 영웅이 된다. 1차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이미 답이 나왔다. 애써 그 답을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는 것일 뿐이다.

-상고심 적체가 만성화됐다. 지금까지 상고허가제·상고법원 설치 등 대안이 제시됐지만, 여러 이유로 무산이 됐다. 민주당은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늘려 해결하려고 하는데…

▲접근 방법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데, 의도는 뻔하다.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법관 임명권자는 대통령이다. 결국 대통령은 자신이나 공범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유리한 재판 결과가 나오도록 자기 사람을 대법관으로 임명하려고 할 것이고, 내란 관련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려고 할 것이다.

이는 동기가 굉장히 불순하고, 사법부 독립을 해치는 것이다. 아울러 대법관 수를 늘리면, 휘하의 재판 연구관도 증원해야 한다. 지금도 제1심과 항소심 재판이 충실하지 못하다. 판사 수가 부족하다면, 오히려 제1심·항소심을 맡을 판사를 늘려야 한다.

-판사가 과로사하는 사례는 잊을 만하면 발생한다.

▲제가 판사로 근무할 때엔 ‘판생 후 피생’이란 말이 있었다. “판사가 살아야 피고인도 산다”는 의미를 가진 말이다. 판사의 삶은 너무 힘들다. 저도 판사 시절엔 하루 19시간을 컴퓨터로 작업하면서 계속 일했다. 제 후배였던 여성 판사 1명도 과로로 세상을 떠났다.

“대법관 증원하면 대통령 사람 임명될 것”
“이재명 100일, 비정상을 일상화한 100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주기적으로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한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민주당 강성 지지층을 위해 하는 말인 것 같다. 민주당의 내란 몰이는 굉장히 위험하다. 국민의힘에서 “비상계엄이 잘됐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선포 요건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전에 전혀 알지 못해서 비상계엄 선포에 관여한 사람도 없다.

국민의힘은 탄핵 자체가 아니라, 공조수사본부의 수사 과정과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절차를 지적한 것이다.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헌법학 대가인 허영 경희대 로스쿨 석좌교수도 탄핵 심판 절차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심판이 단심제라는 것을 감안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을 수용했으며, 거부할 방법도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후 진행된 대선에서 49%를 득표했고,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는 41%를 득표했다. 국민의힘도 일정한 국민 지지를 얻은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국민의힘은 내란을 일으킨 대통령을 배출했고, 동조·방조한 당”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다수당임을 이용해서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고, “국민의힘을 해산하겠다”고 한다. 그러더니 “내란특별재판부를 만들고, 대법원장을 탄핵소추하겠다”고 하는데, 이거야말로 입법 독재다.

만약 내란 혐의 재판서 무죄 선고가 나오면, 민주당이 지금까지 했던 일들은 모두 무위로 돌아간다. 자신이 없는 것 같다. 이들도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자꾸 내란 프레임을 걸지 말았어야 한다.

-이재명정부 출범 후 4개월이 지났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임기 100일이 지난 후 이 기간을 “회복의 100일”이라고 했지만, 저는 “근본을 파괴하고, 비정상을 일상화하는 100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국정 전반에 걸쳐 일을 잘하지도 못했는데, 우호 언론을 통해 “엄청 잘했다”고 포장해 국민을 기만·호도한다.

실제로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엔 “더 이상 서류를 작성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잘됐다”고 포장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이게 뭔가? 한미 간 서로 얘기가 다르다. 이 대통령은 “이익이 안 되는 사인은 안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 정상회담 당시엔 왜 그 얘기를 안 했나?

왜 국민께 솔직하게 말씀드리지 못하나? 또 한미 원자력 협정·군사 안보 관련 결과도 나왔어야 한다. 가장 핵심적인 걸 못했다. 결과적으로 빈 껍데기뿐인 정상회담이었다.

외교는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대사들을 모두 그만두게 해 공석이 됐거나, 아그레망을 받지 못한 나라도 있다. 게다가 미국 조지아주에서 국민 317명이 왜 그런 대접을 받게 놔 두나? 캐나다·호주 등 다른 FTA 체결국들과 달리 우리는 전문직 취업을 위한 전용 비자 쿼터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런 문제도 정상회담 의제로 올렸어야 한다.

미국 불법 이민자 수용소의 환경은 굉장히 참담하다. 우리도 OECD 국가다. 어떻게 우리 국민을 그런 참담한 곳에 가두도록 방치할 수 있는가? 이런 일은 대통령이 직접 전화라도 해서 실무 협정을 추진해야 하는데, 뒤늦게 알았다고 한다. 소통도 안 되고, 채널도 없는 것 같다. 무능하기 짝이 없다.

그 다음 놀랐던 것은 차지훈 UN 대사 임명이다. 어떻게 외교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을 임명할 수 있나? 깜짝 놀랐다. UN은 다자 외교 무대다. 한두 나라 경험 정도로는 안 된다. 말 한마디도 굉장히 조심해야 하고, 노련해야 한다. 차 대사 임명 소식을 듣고 “아주 과감하다”고 생각했다.

-국민의힘은 107석을 보유한 소수 정당이다. 정부여당을 어떻게 견제해야 하겠는가?

▲사실 민주당이 다수결로 밀어붙이면 방법이 없다. 결론은 우리가 국민 여론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께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의 잘못을 알리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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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실판 차무식’ 사기극 전말

[단독] ‘현실판 차무식’ 사기극 전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 골프장 투자 사기에 연루된 정종수씨가 1심 재판에서 패소했다. 필리핀 법원은 정씨가 한국인 투자자들을 삭제하고 필리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제이비 크레스타(이하, JBC)의 일반정보보고서(GIS)를 무효로 판단했다. 정씨는 한화 약 150억원을 투자한 최대주주의 지분 탈취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인 사업가 정씨를 둘러싼 필리핀 골프장 투자 분쟁이 현지 법원의 주주 지위 회복 판결로 전환점을 맞았다. 한국인 투자자 6명은 2019년 JBC 등에 총 104억원을 투자하고 회사 지분 63.98%를 확보했다. 투자자 측은 “계약에 따라 2024년 8월29일 지분을 배정받고 투자금을 입금해 JBC의 법적·실질적 최대주주가 됐다”고 설명했다. 필리핀 카르텔 JBC는 필리핀 클락에 위치한 스카이블루 골프 앤 리조트(이하, 스카이블루)를 자회사로 두고 있었다. 현지인과 친인척 관계를 맺으며 필리핀에서 장기간 활동한 정씨는 ‘현지 국회의원 등 4명을 스카이블루 이사로 등재해 골프장 매각을 성사시키겠다’는 조건으로 JBC와 자회사인 스카이블루의 경영권을 요구했다. 투자자들은 정씨가 현지 인맥을 활용해 골프장 사업을 정상화하고 매각까지 성사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2024년 11월20일 정씨는 JBC의 주주와 이사진을 대거 교체하고 투자자들의 지분을 주주명부에서 삭제했다. 투자자 측은 이 과정에서 적법한 주주총회와 이사회 절차 없이 문서가 위조되고 경영권과 지분이 넘어갔다며 정씨 측의 행위를 사기·배임·문서위조 등으로 문제 삼고 있다. 이번 판결은 정씨의 사기나 문서위조 등 형사책임을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JBC의 주주 및 이사·임원 지위와 2024년 8월29일 이후 이뤄진 지배구조 변경의 적법성이 쟁점이다. 필리핀 앙헬레스시 지방법원 제60지원은 지난달 28일 함모씨 등 6명의 주주들을 대표하는 안창현씨와 부민호씨가 정씨와 현지인 등을 상대로 제기한 회사 임원 권원 및 회사 행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JBC의 적법한 주주라고 선언했다. 함씨를 비롯해 2024년 8월29일 자 GIS에 기재된 이사·임원들을 새로운 경영진이 적법하게 선출될 때까지 원상 복구하고, 당시 GIS에 기재된 주주들의 지위도 함께 회복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법원은 정씨가 제출한 JBC의 GIS를 모두 무효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정씨의 측근 크리스티나 송미 리, 줄리 앤 벨트란, 세스난다 빌라파냐,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 리코 안젤로 정, 디오네 오호일란 안토니야 등 6명은 JBC의 적법한 주주 및 이사·임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세스난다 빌라파냐는 정씨의 아내,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는 며느리, 리코 안젤로 정은 손자로 알려졌다. 2024년 8월29일 후 JBC 일반정보보고서 모두 무효 자기주식 75% 흡수한 정종수 라인⋯통지도 안 했다 정씨는 이번 소송의 피고지만 판결 주문에서 적법하지 않은 주주·이사·임원으로 특정된 6명의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정씨가 불법 주주나 임원으로 판결받은 것은 아니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 1월 ‘카지노 차무식 현실판 사기극(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4030)’ 기사를 통해 한국인 투자자들의 JBC 지분과 자회사 스카이블루의 경영권 및 핵심 자산이 정씨 측에 넘어갔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한국인 투자자들은 2019년 JBC 등에 1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이어 스카이블루 증자 등을 명목으로 송금한 약 47억원까지 합하면 피해를 호소하는 투자금은 150억원대에 이른다. 투자자들은 JBC 지분 63.98%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지만 2024년 11월20일 자 GIS에서 자신들의 이름이 통째로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원고들은 2024년 8월29일부터 11월14일까지 GIS에 ‘JBC 주주’로 기재돼있었다. 여기에 함씨는 1500주, 백씨와 김씨는 각각 500주, 한강라이프는 499주, 유씨는 100주를 보유한 것으로 신고됐다. 원고 측 대표자 부민호씨도 최종적으로 100주를 보유한 주주로 기재돼있었다. 그러나 불과 엿새 뒤인 11월20일 제출된 GIS에서 이들의 이름은 정씨에 의해 모두 사라졌다. 원고들은 자신들이 주주 및 임원 지위에서 배제되는 과정과 관련된 회의에 관해 아무런 통지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 역시 피고 측이 기존 주주들에게 회의 개최 사실을 적법하게 통지했다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새 경영진의 선출 시점을 둘러싼 모순도 확인됐다. 정씨 측은 2024년 12월2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 이사와 임원들이 적법하게 선출됐다고 주장했으나,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인 그해 11월20일 자 GIS에 이미 회사 임원으로 기재돼있었다. 고지도 절차도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는 12월2일 재무 담당 임원으로 선출됐다고 주장했지만 그보다 앞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과 회사 장부를 조사하는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데오는 11월12일 카르멜로 라사틴 주니어로부터 주식 1주를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기존 한국인 주주들을 배제하기 위한 실사가 이뤄지기도 전이었다. 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직접 확인한 핵심은 기존 한국인 투자자들이 적법한 주주였으며, 이들의 지분을 연체 주식으로 처리해 다른 사람들에게 넘겼다는 피고 측 주장을 뒷받침할 적법한 절차와 증거가 없다는 점이다. 2024년 11월20일 자 GIS에는 JBC가 자기 회사의 보통주 3751주를 보유한 것으로 기재됐다. 전체 발행주식의 약 75%에 해당하는 규모다.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려면 법이 정한 사유와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해당 GIS에는 이 주식이 어떤 경위로 회사 명의가 됐는지 나타나지 않는다. 주식의 성격도 자기주식이 아닌 일반 보통주로 표시됐다. 이후 회사 측 설명은 달라졌다. 2024년 12월2일 회의록에는 당초 자기주식으로 분류됐던 3752주를 기존 주주들이 청약대금을 납입하지 않은 연체 주식으로 정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피고 측은 기존 주주들이 청약대금을 완납하지 않아 해당 주식이 연체 상태가 됐고 이후 신규 주주들에게 적법하게 매각됐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필리핀 개정회사법에 따라 연체 주식을 처분하려면 해당 주주에게 개별적으로 통지하고 일반 유통 신문에 2주 연속 매각 사실을 공고한 뒤 공개경매 절차도 거쳐야 한다. 연체 주식 지정을 위한 이사회 결의뿐 아니라 기존 주주에 대한 통지, 매각 공고와 신문 게재, 공개경매, 실제 매각을 입증할 자료가 확인되지 않았다. 다른 회사 장부 제출 신규 주주들이 주식 대금을 실제 지급했다는 계약서와 영수증, 세금 납부 자료 역시 제출되지 않았다. 주식은 정씨 측근들에게 분산됐다. 2024년 12월21일 자 GIS에는 타데오가 1378주를 보유한 대주주로 등장했다. 카트리나 블랑카 데 레온과 아이리시 칼라구아스는 각각 550주, 이경희와 박재관은 각각 375주, 최민승은 375주를 보유한 것으로 기재됐다. 이성진과 손봉준에게도 각각 75주가 배정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취득했다는 주식의 성격과 실제 취득 경위를 확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선 피고 측이 핵심 증거로 제출한 주주·주식양도 대장의 진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피고 측은 기존 한국인 투자자들이 JBC의 주주가 아니라는 근거로 주주·주식양도 대장 일부를 제출했다. 해당 장부에 원고들의 이름이 없기 때문에 이들을 JBC 주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법원이 문서를 확인한 결과 증거로 제출한 자료는 JBC의 장부가 아닌 스카이블루의 회사명이 기재돼있었고 원본대조필 표시 역시 모회사 JBC가 아닌 스카이블루 명의로 돼있었다. 타데오도 반대신문 과정에서 해당 문서가 JBC가 아닌 스카이블루의 주주명부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투자자 함씨와 김씨는 2022년 정씨와 체결한 양해각서에 따라 스카이블루의 증자에 참여하기로 하고 약 47억원을 송금했다고 주장한다. 투자금 일부는 스카이블루 법인 계좌로 송금됐고 일부는 골프장 카트 구매비 명목으로 정씨가 지정한 한국 계좌에 입금됐다는 게 투자자 측 설명이다. 장부라며 낸 증거, 알고 보니 스카이블루 주주명부 코레이트자산운용 별도 재판⋯뒤집힌 지배구조 쟁점 함씨와 김씨는 2년이 넘도록 증자 절차가 등록되지 않았고 자신들의 지분도 필리핀 SEC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작성된 주주명부에도 함씨와 김씨의 이름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투자자 측은 투자금을 받고도 약속한 지분을 발행하지 않은 행위가 사기와 배임 등에 해당할 수 있다며 형사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허위 내용이 포함된 GIS를 고의로 인증하거나 제출한 사실이 입증될 경우 필리핀 개정회사법 제162조의 허위·부정확 보고서 인증 규정이 문제될 수 있다. 지분을 탈취했다는 의혹을 받는 정씨는 스카이블루 매각을 최대주주 동의 없이 진행하기도 했다. 투자자 측은 스카이블루 주요 자산을 처분하려면 회사 주주 3분의 2 이상의 특별결의와 스카이블루 지분 99.9%를 보유한 모회사 JBC의 적법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매각 상대방으로는 한국토지신탁 자회사인 코레이트자산운용 측이 거론됐다. 골프장 관련 공사에는 포스코더샵 아파트 건설에도 참여한 다원이 시공사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판결이 스카이블루의 자산매각 자체를 무효로 판단한 것은 아니다. 해당 매각의 적법성은 별도로 제기된 탈락(Tarlac) 특별상업재판소 사건에서 심리되고 있다. 다만 이번 판결로 2024년 8월29일 이후 JBC의 GIS와 지배구조 변경이 무효로 판단된 만큼, 적법하지 않은 JBC 지배구조를 토대로 스카이블루의 매각 승인권이 행사됐는지가 별도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스카이블루 골프장 부지는 필리핀 국유지와 관련돼있어 기지전환개발청(BCDA)의 승인이나 동의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도 별도 사건에서 다뤄질 쟁점이다. 2025년 10월 매각 절차가 BCDA의 승인 아래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승인 절차의 미비만으로 거래가 당연히 무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현재 별도 가처분 사건에는 BCDA도 피고로 포함돼있다. 골프장 매각 따로 재판 이번 판결이 정씨에 대한 형사 유죄판결은 아니다. 그러나 법원이 한국인 투자자들을 JBC의 적법한 주주로 인정하고 2024년 8월29일 이후 제출된 GIS를 모두 무효화하면서, 기존 투자자들이 적법한 절차 없이 회사 지배구조에서 배제됐다는 주장은 상당 부분 힘을 얻게 됐다. 150억원대 투자금과 골프장 자산을 둘러싸고 시작된 이른바 ‘현실판 카지노 차무식’ 사건은 이제 JBC 지배구조 복원과 스카이블루 자산매각의 적법성, 관련자들의 형사책임을 가리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