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자원 화재 나흘째⋯정보시스템 45개 정상화

우편·교통 서비스 등 ‘부분 복구’
연휴 앞두고 ‘민원 대란’ 우려도
국가 디지털 안전망 취약성 도마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전산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정부 전산망이 나흘째 마비되면서 국민 불편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는 우편·금융·교통민원 등 생활과 밀접한 일부 서비스를 우선 복구했지만, 여전히 핵심 민원 창구가 정상화되지 않아 ‘민원 대란’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29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기준 정부 행정정보시스템 647개 중 45개(복구율 4.6%)만이 정상화됐다. 모바일 신분증과 디지털원패스, 전자문서진본확인시스템, 일부 우체국 금융서비스 등이 포함되지만, 국민 생활과 직접 연계된 정부24, 국민신문고, 나라장터는 여전히 멈춰 있다.

특히 추석 연휴를 불과 며칠 앞두고 복구 지연이 계속되면서 민원 현장은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주민등록 등·초본, 가족관계증명서 등 기본 행정 서류 발급이 막히면서 은행·병원·법원 등 연쇄적 불편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국민신문고 역시 멈춰 소비쿠폰 사업과 같은 지원금 지급 과정에서 온라인 이의신청이 불가능해져, 주민들이 직접 관공서를 방문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날 오전 9시부터 편지·소포·국제우편 접수 및 배달을 재개했다. 추석을 앞두고 소포 수요 폭증에 대비한 조치다. 다만 미국행 EMS, 착불·안심소포, 신선식품 배송, 우체국 쇼핑 등은 여전히 중단 상태다.


본부 관계자는 “시스템 안정화 전까지는 일부 지역에서 배달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경찰청도 교통범칙금·과태료 납부 시스템인 ‘교통민원24’를 복구했다고 알렸다. 화재 기간 동안 납부가 불가능했던 건에 대해서는 납부 기한을 연장하기로 했다. 교통민원 납부 시스템은 국가 재정 통합시스템 ‘디브레인’과 연동되기 때문에 디브레인 복구가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화재는 지난 26일 오후 8시15분, 대전 전산실에서 리튬배터리를 지하로 옮기던 중 발생했다. 불길은 27일 오후 6시께 완전히 진화됐지만 전산 장비 740대와 배터리 384대가 전소됐고, 항온·항습기 가동이 중단되면서 전산실 운영 환경이 마비됐다. 이 과정에서 작업자 1명이 1도 화상을 입기도 했다.

특히 직접 피해를 입은 7-1 전산실의 96개 시스템은 물리적 손상이 심각해 최소 2주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들 시스템을 대구센터 민관협력형 클라우드로 이전 복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화재 발생 직후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가동했다. 배터리 반출과 항온·항습기 수리, 네트워크·보안장비 가동을 완료한 뒤 순차적으로 시스템을 복구하고 있다.

각 부처와 지자체도 긴급 대응에 돌입했다. 조달청은 나라장터를 재해복구시스템(DR) 체계로 전환하기로 했고, 환경부는 대표 홈페이지를 민간 클라우드로 이전 중이다. 서울·부산·대구 등 지자체는 자체 대책본부를 운영하며 민원 수기 처리, 우회 로그인 등 임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해복구시스템과 클라우드 백업 등 이중·삼중 안전망을 제도적으로 강화하지 않으면, 언제든 국가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보안 강화에 따른 비용과 효율성 저하를 감수하더라도 다중 백업 체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향후에도 유사한 대규모 장애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전날(28일) 중대본 회의에서 “국민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는 인력과 예산에 구애받지 말고 신속히 복구하라”면서도 “백업 시스템 규정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필요 시 민간과 협력해 관리 체계를 전면 개편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사태는 국가 핵심 IT 인프라가 단일 시설에 집중된 구조적 위험성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화재 한 건으로 647개 행정 시스템이 동시에 멈추면서 국민 생활 전반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규정과 지침의 완비와 제대로 된 운용”이라며 “지금이라도 이중 운영 체계를 제대로 갖추고 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긴급한 봉합도 중요하지만 국가 정보 관리 시스템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백업 시스템 관련 규정이 바람직한지 따지고, 규정이나 지침이 현장에서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 규정대로 이행하고 있는지를 잘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윤호중 중대본부장은(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전소된 7-1 전산실의 96개 시스템은 바로 재가동이 쉽지 않다”면서 “대구센터의 민관협력형 클라우드로 이전 복구를 추진해 최대한 신속하게 대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주말이 지난 오늘부터 민원 행정 수요가 늘어나고, 국민 불편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며 “오늘 회의에서 각 부처 지자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국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논의해달라”고 덧붙였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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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밍업 끝낸’ 이재명 한가위 플랜

‘워밍업 끝낸’ 이재명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12·3 내란 사태로 전 정부가 물러선 뒤 지금까지 한국 정치는 숨가쁘게 달려왔다. 이재명정부에 있어 이번 추석은 국정 운영 정상화에 앞서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이다. 아직 여야 협치가 까마득한 가운데 정부는 검찰개혁, 부처 개편, 민생·경제를 아우르는 과제를 떠안았다. 검찰개혁이 급물살을 탔다.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와 기소 기능을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 한 검찰개혁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숙원이다. 민주당이 띄우고 이재명정부가 이를 받으면서 이번에야말로 개혁이 완수될 지 이목이 쏠린다. 제자리 빙빙∼ 지난 22일 검찰청 폐지를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하 행안위) 전체회의서 범여권의 주도로 통과했다. 그동안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거듭 강조한 만큼 ‘개혁은 타이밍’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빠르게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이던 시절 정치·사법 분야를 정책 순위 2번으로 지정했다. 검찰개혁의 핵심인 수사·기소 분리 및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통제 강화를 비롯해 ▲검사 징계 파면 및 온라인 재판 제도 도입 ▲대법관 정원 확대 등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 실질적 보장 ▲국민참여재판 및 국민의 사법 참여 확대 ▲국민의 사법 서비스 접근성 제고 등 폭 넓은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추석을 앞두고 정부는 본격적으로 검찰개혁 채비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을 정부가 주도하되 감정을 완전히 배제하고 아주 논리적으로 치밀하게 전문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스스로를 “검찰의 최대 피해자”라고 칭하면서도 “개혁 과정에서 여야·피해자·검찰 의견도 다 들어서 논쟁을 통해 문제를 다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분석하고 제도도 만들고 공간을 구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라며 “그래도 1년 안에 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수사 기소의 분리 중요성도 거듭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검찰이 사고를 엄청나게 쳐서 수사권을 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는데 검찰에서 내부 분리해야 하는 거 아니냐?”라며 “수사하는 검사와 기소하는 검사의 칸을 치는 것이 최초 논의 아닌가. (그런데) 요즘 검사는 사건 수사에 손도 대지 않게 됐다. 하다 보니 거기까지 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구체적으로 수사가 부실하게 되지 않도록, 엉뚱한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도 나쁜 짓이지만 죄 지은 사람이 처벌받지 않고 큰소리 떵떵 치게 방치하는 것도 문제”라며 “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면 아주 치밀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적절한 시점이 되면 입장을 밝히겠다는 방침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정례 브리핑에서 “구체적으로 뭐가 논의됐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 또는 법안이 추진 중이기 때문에 보조를 맞추는 차원에서 의견 낼 상황이 있으면 내는 것”이라고 짧게 설명했다. ‘검찰개혁’ 기어 잡고 정부여당 진땀 “추석 연휴에 검찰청 폐지” 가능성은? 다만 사회적 숙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회 본회의 통과 이후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검찰개혁 법안은 원칙적으로 지지하나 경찰의 불송치 전횡을 견제할 장치가 없어 피해자 권익 침해가 우려된다며 정기국회에서 숙의를 거쳐 보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민주당이 추석 전을 검찰개혁 적기로 못을 박은 만큼 빠르게 처리해야 하지만 섣불리 조직을 해체하기에는 정부로서 부담감이 만만치 않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검찰개혁 입법청문회가 열렸지만 ‘추나(추미애-나경원) 대전’에 묻히는 등 진흙탕 싸움으로 끝났다. 검찰개혁이 더뎌질 기미가 보이자 민주당 지지층도 들끓기 시작했다. ‘전광석화’ 같은 속도전을 주장하는 당과 신중한 개혁에 무게를 실은 정부가 충돌하면서 ‘엇박자’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추석 전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던 정 대표의 발언은 “검찰개혁을 차질 없이 완수하겠다는 정치적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우선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검찰개혁 시기가 추석 이후에도 차일피일 미뤄진다면 강성 지지층의 원망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청 외에도 곳곳에서 부처 개편안 소식이 들려온다. 이정부의 국정철학이 담긴 정부 개편안 청사진이 하나둘 공개되면서 추석 이후 본격적인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란 해석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전체 회의를 통과하면서 현행 19부 3처 20청의 정부 조직은 19부 6처 19청 6위원회로 변경됐다. 대선 정국 당시 민주당 관계자들은 입 모아 당시 이재명 후보가 당 대표이던 때부터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를 눈여겨봤다고 귀띔했다. 예년도 예산을 짜는 기재부가 돈줄을 쥐고 각 부처를 군림하는 등 권력이 비대하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예고한 대로 이정부는 기재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재경부)로 분리하는 등 대대적인 손질에 들어섰다. 먼저 기재부의 명칭은 2008년 사용했던 재정경제부로 환원되며 가장 중요한 예산 기능은 국무총리실 산하의 ‘기획예산처’로 이관된다. 쪼개고 붙이고 국무위원격인 기획예산처장은 예산 편성을 비롯한 재정 정책과 관리와 중장기 국가 발전 전략 수립 등을 담당할 전망이다. 이밖에도 ▲기후환경에너지부 설치 ▲방송통신위원회 폐지 및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신설 ▲여성가족부 명칭 변경 및 개편 ▲과학기술부총리 부활 등의 내용이 정부 조직 개편안에 포함됐다.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행정조직을 대상으로 한 생체실험”이라고 수위 높게 비판한 반면, 민주당은 “빠르고 효율적인 개편”이라고 자신했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150일, 약 5개월이 지나서야 정부 개편 방안을 확정한 바 있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정부 효율성을 높이고 권력 집중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합의 없는 졸속 개편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경제 부처 조직 개편안이 공개되던 당시 금감원 직원들은 “금융감독기구를 재경부에 예속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고 반발해 보이콧에 나서기도 했다. 운을 띄운 이상 정부는 안정적인 개편을 추진하는 동시에 정부 관계자와의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난제에 맞닥뜨렸다. 민심과 가장 맞닿은 경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정치권에서는 추석 이후의 지지율 변동을 주목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취임 100일이 겨우 지났지만 국민의 기대 속 출범한 만큼 해당 지지율을 이정부의 성공 바로미터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부는 추석을 약 일주일 앞둔 지난 22일부터 발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효과에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신용·체크카드로 지급된 1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금액 6조177억원의 88.1%(5조2991억원)가 사용된 것으로 집계됐다. 꼬투리 잡아야… 업종별로는 음식점이 40.3%로 가장 높았으며 ▲마트·식료품 15.9% ▲편의점 9.5% ▲병원·약국 9.1% 등으로 나타났다. 1차 소비쿠폰으로 숨통을 튼 소상공인도 2차 소비쿠폰 지급 시기와 연휴가 맞물린 추석 대목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은 추석을 앞두고 물가 안정도 지시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서울 가락시장과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를 찾아 농축산물 공급 상황과 가격 점검에 나섰으며, 행정안전부는 내달 9일까지 추석 물가 안정 관리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추석 대목으로 지지율 상승을 노릴 수 있지만 장기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쟁과 민생을 분리하겠다는 합의 하에 꾸려진 여야 민생경제협의체가 몇 주째 공회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협의체는 지난 8일,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난 자리서 구성됐다. 이날 여야 대표가 처음으로 악수를 하는 등 모처럼 훈풍이 부나 싶었지만 채 하루도 가지 못하면서 협의체 역시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당초 여야는 지난 19일 첫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국민의힘 측이 이를 미루면서 무기한 순연됐다. 민주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밀어붙이자 이에 반발한 국민의힘이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추석 이후 국정감사 등 굵직한 이벤트가 예정된 만큼 앞으로도 여야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민생경제협의체 가동 시기가 불투명해지면서 정부의 부담도 덩달아 커졌다. 사사건건 부딪히는 여야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서 모든 선택이 정부의 몫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모든 정책을 꼬집으며 발목 잡기에 나섰다. 이는 정부여당과 마찬가지로 추석 대목을 앞두고 이슈 선점을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의 조직 개편안을 놓고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등 크게 반발했다. 부처의 통폐합을 쉽게 생각할 뿐 더러 세종 이전 등의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아 정국 혼란을 야기했다는 점에서다. 부처 개편으로 전 정부 갈아엎고 소비쿠폰으로 추석 대목 노린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조직의 유기적 기능은 살피지 않고 오로지 정치적 목적으로 쪼개고 붙이는 식의 조직 개편은 결과적으로 행정부 기능을 마비시킬 우려가 크다”며 “조선시대에도 당파가 있었고 군사정권 시절에도 야당이 있었다. 21세기 대명천지에 야당을 말살하겠다고 하는 것은 자유를 없애고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를 박멸하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야당에서는 “여당이 모든 결정을 너무 성급하게 처리하는 게 아니냐”는 하나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지난 15일에 발의됐고 17일에 행안위에 상정됐는데, 오는 25일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야당을 배제한 일방적 처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보수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휘몰아치듯 일처리를 한다”며 “오직 이 대통령 한 명을 위해 당을 불사르고 있다. 그런 정당이랑 협치를 논하자니 이쪽(국민의힘)도 얼굴을 마주보기가 영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의힘 내 사기가 많이 꺾인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손 놓고 있자니 다같이 궤멸하자는 소리 밖에 더 되겠나? 보는 눈(지지층)이 있으니 뭐라도 한마디씩 보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국민의힘은 최근 민주당이 주장한 배임죄 폐지를 ‘이재명 구하기’라고 규정하면서 승부수를 띄웠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만큼 이를 지키기 위해 배임죄 폐지를 결단했다는 게 민주당 측의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을 하나로 묶어 표적으로 삼는 등 보수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 추진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과 대장동·백현동 비리, 성남 FC 사건 등 배임죄로 재판을 받았던 이 대통령의 면소 판결을 받으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지난 상법 개정의 주요 내용은 이사 충실 의무를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해 개인 투자자들을 보호하자는 것이었는데, 배임죄 폐지는 충실 의무를 면제해주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며 “상법 개정 취지를 정면으로 뒤엎는 자기모순”이라고도 지적했다. 이처럼 여야가 내란 프레임을 놓고 연일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추석 이후 정국이 국정감사 모드로 돌입하면 오히려 민주당이 반발 양보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번 국정감사가 ‘민주당발 전 정부 청산’ 난타전이 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취지에 맞게 감사를 중점으로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어쩌면 폭풍전야? 최근 민주당 내에서 ‘책임 있는 여권의 모습’을 부각해야 한다는 기류가 퍼지면서 무분별한 증인 세우기 관행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 위주로 증인 채택을 하되 민생, 내란 청산 등 다방면에서 송곳 질문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국정감사 기조는 민생경제, 청산, 개혁, 국민주권”이라며 “국민주권 국감은 국감을 통해 국민들이 느낄 수 있는 효능감과 성과를 도출하는 그런 내용으로 국정감사를 임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첫 추석 선물, 무엇이 담겼나?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추석을 맞아 국민통합과 민생 회복을 기원하며 사회 각계각층에 추석 선물을 전달했다. 선물은 이 대통령의 서명이 담긴 탁상시계와 8도(道) 수산물, 쌀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시계는 ‘대통령의 1시간은 온 국민의 5200만 시간과 같다’는 마음을 담은 것으로 전해진다. 선물 제공 대상은 각계 주요 인사는 물론 호국영웅과 재난·재해 피해 유족, 사회적 배려 계층 등이다. 대통령실은 “특히 올해는 노동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다 안타깝게 생을 마친 산업재해 희생자 유가족에게도 선물을 전달한다”며 “국민의 아픔을 함께 나누려는 정부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