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날의 검’ 이재명정부의 대통령실 특활비 공개

  • 등록 2025.09.24 10:04:50
  • 호수 15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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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대통령실이 역대 정부 최초로 특수활동비(특활비), 업무추진비(업추비), 특정업무경비(특경비) 등에 대한 집행 정보를 공개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홈페이지에 특활비, 업추비, 특경비의 집행 결과와 내역을 게시했다.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특활비 집행액은 총 4억 6422만6000원으로 외교·안보·정책 네트워크 구축 및 관리 관련 집행액이 1억5802만5000원으로 가장 컸다.

또 민심·여론 청취 및 갈등 조정·관리에 9845만2000원, 국정 현안·공직 비위·인사 등 정보 수집 및 관리에 9700만8000원을 지출했다. 같은 기간 업추비 집행액은 9억7838만1421원, 특경비는 1914만1980원을 썼다.

앞서 지난 7월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부대 의견에 특활비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법무부는 검찰청의 특수활동비의 경우도 검찰개혁 입법 완료 후 집행하겠다고 돼있다”며 “국회와 법무부, 검찰청 등의 의견을 고려해 향후 책임 있게 쓰고 소명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대통령비서실·법무부·감사원·경찰청 등 4개 기관의 특활비 105억원을 추경예산안에 포함시켰는데, 이번 대통령실의 공개는 첫 포문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국민의 알 권리와 민주적 통제라는 원칙은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가치다. 특히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 재정의 집행은 철저한 감시와 투명성이 요구된다. 이 같은 맥락에서 최근 제기된 대통령실 특활비 공개 요구는 당연한 흐름처럼 보인다.


국민은 왜곡 없이 권력의 주머니가 어떻게 열리고 닫히는지 알 권리가 있으며, 권력은 스스로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정보 공개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주의 일반 원칙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논의가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점이다. 대통령실의 특활비 공개는 단순한 투명성 확보를 넘어, 국가안보·외교·정보활동과 직결되는 영역을 건드릴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특활비는 말 그대로 특정 목적의 활동에 사용되는 비용이다.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 외교·안보 관련 부처에서 주로 쓰이며, 일반 회계처럼 영수증과 세부 항목을 일일이 공개하기 어려운 성격을 지닌다. 특히 대통령실은 국가 최고 통치 기관으로서, 외교·안보·정보와 직결된 민감한 임무를 수행한다.

여기에는 타국 정상이나 외교관과의 비공식 접촉, 정보기관과의 은밀한 협조, 돌발적 국가 위기 상황에서의 긴급 자금 집행 등이 포함된다. 다시 말해 대통령실 특활비는 일반 정부 부처의 집행 비용과는 성격이 다르며, 그만큼 공개의 범위와 수준을 두고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국민이 대통령실 특활비 공개를 요구하는 배경은 명확하다.

첫째, 특활비는 사용 내역이 공개되지 않아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오남용 논란에 휩싸여 왔다. 과거 정부에서도 특활비가 정치인들을 회유하거나 여론을 관리하는 데 사용됐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 심지어 ‘애먼 돈’이라는 오명을 쓰며 권력형 비리의 온상으로 비판받기도 했다.

둘째, 투명성 시대의 요구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회계가 전산화되고 국민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더 이상 불투명한 비용 집행이 용인되지 않는다. 다른 부처의 특활비가 일정 부분 공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실만 예외로 남는다면 국민적 의혹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국회와 시민단체는 대통령실 특활비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내역 공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공개가 무조건 선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대통령실 특활비의 공개는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심각한 위험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국가 안보의 잠재적 위협이다. 대통령실 특활비는 단순한 행사 비용이나 업추비가 아니다. 국내외 정보 협력, 외교 채널 가동, 긴급 상황 대응 등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공개 과정에서 항목이 지나치게 구체화된다면, 외교 협상 전략이나 정보 수집망의 일단이 노출될 수 있다.

특히 외국 정보기관이나 외교 당국이 대통령실의 자금 흐름을 분석할 경우, 우리 정부의 비공식 라인이나 전략적 접근법이 드러날 위험이 있다.

둘째는 정치적 악용 가능성으로 특활비 내역이 부분적으로 공개되더라도, 야당이나 언론이 이를 정치적 공격 소재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특정 시기에 지출된 비용이 정무적 활동과 연결된 것처럼 해석되거나, 실제와 달리 과장되거나 왜곡된 서사가 덧씌워질 수 있다. 결국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명분이 오히려 정쟁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집행 위축과 행정 비효율이다. 모든 지출이 공개될 것을 전제한다면, 담당자들은 위험을 피하기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 어렵게 된다. 외교 현장에서의 긴급한 접대, 정보 협력 과정에서의 즉각적 지원, 국가 위기 상황에서의 신속한 대응 등이 ‘공개될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지체되거나 축소될 수 있다.

결국 이는 국가 운영의 효율성을 해칠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기동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실 특활비를 무조건 비공개 영역에 두는 것도 문제다.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투명성이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여기서 고민해야 할 지점은 ‘어디까지 공개할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통제할 것이냐’는 것이다.

우선 감사와 통제의 내실화가 필요하다. 국민에게 직접 세부 내역을 공개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독립성과 신뢰성을 갖춘 감사 기구에 보고하고 점검받아야 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감사원, 혹은 국회의 특활비 전담 소위원회 등을 통해 비공개로라도 철저한 검증을 받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이를 통해 국민은 ‘누군가 제대로 들여다보고 있다’는 안도감을 얻을 수 있다.

공개 범위의 단계적 설정도 요구된다. 모든 내역을 일괄 공개하기보다, 일정 비율의 예산 배분 현황이나 큰 틀의 지출 목적 정도를 국민에게 설명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예컨대 전체 예산 중 외교·정보·행사 관련 비율을 공개하고, 구체적인 상대방이나 시점은 비공개 처리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최소한의 투명성을 확보하면서도 보안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다. 특활비는 그 특성상 완전한 투명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대신 오남용을 막는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사용 가능한 목적을 법률이나 시행령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위반 시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간다면 불필요한 의혹을 줄이고 특활비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다.


대통령실 특활비 공개 문제는 민주주의가 가진 고질적 딜레마를 보여준다. 한쪽에는 국민의 알 권리와 투명성 확보라는 가치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국가의 안전과 효율적 운영이라는 현실이 있다. 어느 한쪽만을 강조한다면 균형은 쉽게 무너진다. 국민의 불신이 깊어지면 권력의 정당성은 흔들리지만, 국가 기밀이 무분별하게 노출되면 안전과 국익이 위협받는다.

결국 민주주의는 이 두 가치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대통령실 특활비 공개를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국민은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고 싶어하고, 대통령실은 ‘국가 운영의 비밀’을 지켜야 한다. 이 두 요구는 상충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동시에 충족될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한다.

답은 ‘절제된 공개’와 ‘강화된 통제’에 있겠다. 내역 전부를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일정 부분의 큰 틀 공개와 철저한 내부 감사는 가능하다. 국민은 투명성에 대한 최소한의 만족을 얻고, 대통령실은 안보와 기밀을 유지할 수 있다.

나아가 법과 제도적 장치를 통해 특활비의 남용을 방지한다면, 특활비는 더 이상 ‘애먼 돈’이 아닌, 국가 운영을 뒷받침하는 합리적 예산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실 특활비 공개 논의는 단순한 예산 문제를 넘어, 민주주의 사회에서 투명성과 보안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답은 극단이 아닌 절제와 균형 속에서만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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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