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말 많이 듣는 김정숙 여사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4.04 11:56:12
  • 호수 1369호
  • 댓글 0개

까이고 또 까이는 ‘유쾌한 정숙씨’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영부인 김정숙 여사는 취임 초기 호평을 받았다. 김 여사는 언론에 자주 노출하는 등 새로운 방식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도왔다. 김 여사는 ‘유쾌한 정숙씨’라는 호칭이 붙을 만큼 활달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그를 둘러싼 채무, 옷값 논란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퍼스트레이디는 재클린 케네디다. 35대 존F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인 재클린은 뛰어난 패션감각은 물론 해박한 지식, 원활한 소통능력을 소유하며 톱스타 같은 인기를 누렸다. 재클린의 인기는 존F 케네디 대통령의 지지율을 올리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꼬리 무는
의문들

정치권에서도 영부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정숙 여사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 부부의 연말 기준 재산현황이 지난달 31일 공개됐는데 김 여사의 ‘사인 간 채무’가 11억원으로 신고되면서부터다. 

문 대통령도 지난해 농협은행으로부터 3억8873만원을 차입했다. 사저를 새로 짓는 데 문 대통령 대출만으로는 부족해 김 여사가 11억원을 빌렸다는 것이다. 퇴임 뒤 대통령 경호시설을 짓는 데 국가예산이 투입되지만, 사저 건립 비용은 대통령 본인이 충당해야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공직자 재산신고는 지난해)12월31일 상황이었고, 최근에 기존(경남 양산) 매곡동 집에 대한 매매계약이 체결돼 채무를 모두 갚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31일 기준으로는 문 대통령 부부의 채무가 존재했지만 최근 이를 모두 변제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자비용도 당연히 지급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이자율 등 이자 지급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김 여사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에 대해 “이해관계자가 아니며, 이자비용도 다 지급했다”면서도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는 이와 함께 문 대통령 부부가 5년간 생활비 등으로 사용한 금액이 13억4500만원이라고 공개했다. 정부 예산으로 지원되는 공적 비용 외에는 모두 사비로 충당했으며, 관저에서 든 식비와 생활비 일체를 부담했다고도 했다.  

실제 관보에 기재된 문 대통령 재산은 지난해 1억1400만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사인 간 거래’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대가성이나 이해충돌 관련 의혹을 살 수 있다는 지적 목소리도 나왔다. 

김 여사는 채무뿐 아니라 과도한 옷값으로 의전 비용을 썼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 여사의 의상 비용을 놓고 연일 공세를 이어갔다. 지난 2월에는 문재인정부가 비공개하기로 했던 청와대 특수활동비(특활비) 지출 내역과 김 여사의 품위 유지를 위한 옷값 등 의전 비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같은 달 10일 시민단체 한국납세자연맹이 대통령 비서실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청와대가 국가 안보 등 이유로 특활비 지출 내역은 공개하기 어렵다며 불복, 항소했다.

항소심은 문 대통령 임기가 만료되는 5월9일 전에 결론 날 가능성이 적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만료되면 의전 비용에 관한 정보는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돼 최장 30년간 공개가 금지된다.

보수 진영에서 김 여사의 옷값을 파고드는 배경 중 하나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상비 출처 때문이기도 하다. 검소하고 ‘컬러 정치’를 선보인다고 평가받았던 박 전 대통령의 패션에 국가정보원 특활비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남편 취임 후 파격 행보로 호평
임기 끝나가는데 각종 의혹 제기

1998년부터 박 전 대통령 옷을 제작한 의상 제작자는 2017년 1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초선 의원 시절부터 강남 부유층과 연예인 등 상위 1%가 오는 곳에서 옷을 맞췄다”고 밝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누리꾼들은 언론 보도 사진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김 여사가 공개 석상에서 입었던 옷은 모두 178벌이었다고 주장했다.

세부적으로 코트 24벌, 롱 재킷 30벌, 원피스 34벌, 투피스 49벌, 바지 슈트 27벌, 블라우스와 셔츠 14벌 등이다. 액세서리는 한복 노리개 51개, 스카프·머플러 33개, 목걸이 29개, 반지 21개, 브로치 29개, 팔찌 19개, 가방 25개 등 모두 207점이었다.

청와대는 공식 행사의 경우 김 여사가 착용한 의상 가운데 주최 측에서 지원받은 의상이 있다고 밝혔다. 대신 지원받은 의상은 착용 후 반납한다고 전했다. 일례로 2018년 프랑스 방문 때 김 여사가 착용했던 명품 브랜드 샤넬 의상은 대여 받아 사용하고 반납했다는 것이다.

종합해보면 지원 등을 제외하고 의류비에는 오롯이 김 여사의 사비만 쓰였다는 설명이다. 다만 청와대는 김 여사의 사비가 얼마나 쓰였는지에 대해서는 끝내 밝히지 않았다.

국민의힘 조수진 최고위원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정부는)임기 초반 대통령 일정은 물론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래서 퇴임을 40여일 앞두고 벌어진 김 여사의 옷값 논란, 특활비 전용 의혹은 안타깝고 민망하다”고 지적했다. 

조 최고위원은 청와대가 김 여사의 의류를 사비로 구입했다고 주장하면서도 특활비는 공개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사비로 부담했다면 법원에 공개하란 판결에 왜 불복했는지, 국익 때문에 비공개를 운운해 왜 일을 키웠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청와대는 2017년 10월 김 여사가 ‘옷값만 수억원을 쓰며 사치한다’는 비난에 대해 “김 여사는 10여년간 즐겨입던 옷을 자주 입는다”며 “홈쇼핑 등을 통해 10만원대 옷을 구매하고 필요하면 직접 수선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채무 11억
이자 줬나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청와대는 지난달 29일 “임기 중 의류 구입 목적으로 특활비 등 국가예산을 사용한 적이 없고 사비로 부담했다”며 “순방 등 국제 행사용은 기증하거나 반납했다”고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김 여사 옷값을 두고 시민단체들에서도 맞고발이 이어졌다. 친여권 성향의 시민단체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는 지난달 31일 경찰청에 시민민생대책위원회와 신평 변호사를 무고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법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고발된 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김 여사를 업무상 횡령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혐의로 고발한 보수성향 단체다. 이들은 지난달 25일 “김 여사가 청와대 특활비 담당자에게 고가의 의류와 장신구 등을 구매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서울청에 고발장을 냈다.

해당 고발건은 서울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됐다. 

신승목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 대표는 “피고인들은 악의적인 비방을 목적으로 김 여사에 대해 근거 없는 무고 고발 및 허위사실의 글을 작성했다”며 “이는 김 여사와 문 대통령의 사회적 평가와 명예를 중대히 훼손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김 여사의 옷값 문제에 대해 ‘총력 방어’ 태세를 보이고 있다. 김 여사가 직접 관련된 문제인 만큼 문 대통령의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박 수석의 특활비 관련 언론 브리핑이 있기 전 오전 참모회의에서 직접 문구를 보고받았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김 여사 옷값과 관련한 특활비 사용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 지난달 29일 신혜현 부대변인이 “김 여사 의상과 관련한 특활비 사용 등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브리핑한 것을 필두로 탁현민 의전비서관, 박 수석 등까지 나서 연일 반박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떤 의혹 제기나 보도가 있을 때마다 말씀드리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지난 며칠간의 상황은 도를 넘었다”고 말했다.

최근 화제를 모은 것은 김 여사가 한 행사에서 착용한 호랑이 모양 브로치다. 의혹을 제기한 측은 “2억원 상당의 까르띠에 제품”이라고 주장했다.

특활비 사용?
“10년 전 옷”

확인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브로치 제작자 박모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굳이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박씨는 “해당 브로치는 갤러리 오픈 후 판매 목적으로 기획됐던 제품 수백 점 중 하나”라며 “전 세계 가장 규모가 큰 남대문의 유명 액세서리 전문 사입자분을 통해 스톤 컬러 크기 등을 정하고 주문하여 구매, 준비한 제품”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의 상징 동물 호랑이. 김홍도의 까치호랑이가 예술작품에 등장한 가장 아름다운 빅캣(Big cat)”이라며 “호랑이 비슷한 거면 무조건 까르띠에냐”고 따져 물었다.

일부 언론을 통해 김 여사가 청와대에 입성한 뒤 한복과 구두 등을 구입하며 매번 전액 현금으로 지급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특활비 유용’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김 여사는 1954년 11월15일 서울 종로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인천시 강화군 불은면 출신으로, 동대문 광장시장에서 한복집을 했으며 딸의 결혼 무렵엔 요양 차 강화도에서 목장을 운영했다고 한다. 

김 여사는 숙명여중, 숙명여고, 경희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서울시립합창단의 단원으로 활동하다 결혼 후 중단했다. 문 대통령과 같은 대학(경희대) 2년 후배로, 시위 중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문 대통령을 돌봐주다 사랑에 빠졌다.

구속, 제적, 입대, 사법시험으로 이어져 만 7년간의 연애 끝에 1981년 결혼했다.

채무, 옷값 등으로 시끌
고가 의상 비용 진실공방

남편이 대선 출마하는 데 있어 소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2016년 추석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광주에 내려갔다. 정치인의 아내인 것도 밝히지 않은 채 동네 목욕탕에서 수다를 떨곤 했다. 설 이후부터는 전남 낙도를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광주 외 호남 지역까지 동선을 넓혔다.

마을회관, 노인시설, 시장 등을 누비며 보여준 활기차고 친근한 태도로 많은 이들을 사로잡았다.

김 여사의 호남 표심 공략은 문 대통령 당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많다. 영부인이 된 김 여사는 “영부인이 아닌 ‘여사님’이라고 불러 달라”고 청했다. 으레 부르던 영부인이라는 호칭보다 여사님이라는 단어를 통해 독립적 인격으로 보이기를 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여사님은 ‘영부인’이라는 단어가 약간 권위적인 느낌이 있다고 어색해했다”며 “예의를 갖추려면 ‘여사님’ 정도로만 해도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여사의 ‘파격 행보’는 기존 그림자 내조인 영부인 이미지를 바꿨다. 2017년 9월 문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동행했는데, 인도네시아 궁에서 방문록을 작성하려다 펜이 안 보이자 주저 없이 옆에 서있던 문 대통령 주머니를 아무렇지도 않게 뒤지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2017년 11월, 필리핀 방문 당시 현지 호텔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 행사 도중 가수 싸이 노래 ‘강남스타일’이 흘러나오자 말춤을 추기도 했다.

인터넷 언론 <데일리안>에 따르면 2017년 11월6일부터 이틀간 전국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김 여사의 행보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이 70.7%로 집계됐다. 주로 30~40대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60대에서도 58%의 긍정 답변이 나왔다.

최장 30년 
공개 금지

청와대는 ‘김정숙의 말과 글’ 코너를 통해 ‘유쾌한 정숙씨’ ‘친절한 정숙씨’라며 김 여사를 홍보했다. ‘김 여사의 패션 팁’을 소개하는가 하면, 대통령 취임 1주년에 ‘국민과 함께한 김 여사의 1년’ 자료를 별도로 올리기도 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새로운 영부인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해외 유명 미술품 전시·기획사인 코바나콘텐츠 대표를 맡고 있다.

정치권의 통상적인 ‘내조형 아내’와는 거리가 멀다.

윤 당선인은 평소 스스로를 ‘애처가’라고 소개하는 데 거리낌이 없을 정도로 아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선거기간 내내 각종 의혹으로 구설에 올랐던 배우자 김 여사가 등판하지 않고 있다.

초반은 김 여사 본인과 친정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을 둘러싼 사법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게 영향을 미쳤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모친의 요양급여 부정수급 의혹 등이 대표적이다.

이후 허위 이력, 무속 논란 등 개인 신상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등판 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김 여사는 다음 달 10일 대통령 취임식을 계기로 본격적인 ‘퍼스트레이디’ 행보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곁을 지키는 그림자 내조가 아닌 본인만의 전문성을 살며 새로운 영부인 유형을 정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반면 김 여사의 팬카페 회원 수가 연일 급증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개설된 ‘김건희 여사 팬카페’ (건사랑) 회원 수는 지난 1일 오전 8만7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팬카페 회원들은 김 여사 얼굴을 영화 포스터와 합성한 ‘원더건희’ 등을 공개하고 아이돌 팬덤에서 흔한 ‘굿즈’도 제작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