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말 많이 듣는 김정숙 여사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4.04 11:56:12
  • 호수 13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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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이고 또 까이는 ‘유쾌한 정숙씨’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영부인 김정숙 여사는 취임 초기 호평을 받았다. 김 여사는 언론에 자주 노출하는 등 새로운 방식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도왔다. 김 여사는 ‘유쾌한 정숙씨’라는 호칭이 붙을 만큼 활달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그를 둘러싼 채무, 옷값 논란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퍼스트레이디는 재클린 케네디다. 35대 존F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인 재클린은 뛰어난 패션감각은 물론 해박한 지식, 원활한 소통능력을 소유하며 톱스타 같은 인기를 누렸다. 재클린의 인기는 존F 케네디 대통령의 지지율을 올리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꼬리 무는
의문들

정치권에서도 영부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정숙 여사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 부부의 연말 기준 재산현황이 지난달 31일 공개됐는데 김 여사의 ‘사인 간 채무’가 11억원으로 신고되면서부터다. 

문 대통령도 지난해 농협은행으로부터 3억8873만원을 차입했다. 사저를 새로 짓는 데 문 대통령 대출만으로는 부족해 김 여사가 11억원을 빌렸다는 것이다. 퇴임 뒤 대통령 경호시설을 짓는 데 국가예산이 투입되지만, 사저 건립 비용은 대통령 본인이 충당해야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공직자 재산신고는 지난해)12월31일 상황이었고, 최근에 기존(경남 양산) 매곡동 집에 대한 매매계약이 체결돼 채무를 모두 갚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31일 기준으로는 문 대통령 부부의 채무가 존재했지만 최근 이를 모두 변제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자비용도 당연히 지급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이자율 등 이자 지급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김 여사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에 대해 “이해관계자가 아니며, 이자비용도 다 지급했다”면서도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는 이와 함께 문 대통령 부부가 5년간 생활비 등으로 사용한 금액이 13억4500만원이라고 공개했다. 정부 예산으로 지원되는 공적 비용 외에는 모두 사비로 충당했으며, 관저에서 든 식비와 생활비 일체를 부담했다고도 했다.  

실제 관보에 기재된 문 대통령 재산은 지난해 1억1400만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사인 간 거래’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대가성이나 이해충돌 관련 의혹을 살 수 있다는 지적 목소리도 나왔다. 

김 여사는 채무뿐 아니라 과도한 옷값으로 의전 비용을 썼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 여사의 의상 비용을 놓고 연일 공세를 이어갔다. 지난 2월에는 문재인정부가 비공개하기로 했던 청와대 특수활동비(특활비) 지출 내역과 김 여사의 품위 유지를 위한 옷값 등 의전 비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같은 달 10일 시민단체 한국납세자연맹이 대통령 비서실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청와대가 국가 안보 등 이유로 특활비 지출 내역은 공개하기 어렵다며 불복, 항소했다.

항소심은 문 대통령 임기가 만료되는 5월9일 전에 결론 날 가능성이 적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만료되면 의전 비용에 관한 정보는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돼 최장 30년간 공개가 금지된다.

보수 진영에서 김 여사의 옷값을 파고드는 배경 중 하나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상비 출처 때문이기도 하다. 검소하고 ‘컬러 정치’를 선보인다고 평가받았던 박 전 대통령의 패션에 국가정보원 특활비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남편 취임 후 파격 행보로 호평
임기 끝나가는데 각종 의혹 제기

1998년부터 박 전 대통령 옷을 제작한 의상 제작자는 2017년 1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초선 의원 시절부터 강남 부유층과 연예인 등 상위 1%가 오는 곳에서 옷을 맞췄다”고 밝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누리꾼들은 언론 보도 사진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김 여사가 공개 석상에서 입었던 옷은 모두 178벌이었다고 주장했다.

세부적으로 코트 24벌, 롱 재킷 30벌, 원피스 34벌, 투피스 49벌, 바지 슈트 27벌, 블라우스와 셔츠 14벌 등이다. 액세서리는 한복 노리개 51개, 스카프·머플러 33개, 목걸이 29개, 반지 21개, 브로치 29개, 팔찌 19개, 가방 25개 등 모두 207점이었다.

청와대는 공식 행사의 경우 김 여사가 착용한 의상 가운데 주최 측에서 지원받은 의상이 있다고 밝혔다. 대신 지원받은 의상은 착용 후 반납한다고 전했다. 일례로 2018년 프랑스 방문 때 김 여사가 착용했던 명품 브랜드 샤넬 의상은 대여 받아 사용하고 반납했다는 것이다.

종합해보면 지원 등을 제외하고 의류비에는 오롯이 김 여사의 사비만 쓰였다는 설명이다. 다만 청와대는 김 여사의 사비가 얼마나 쓰였는지에 대해서는 끝내 밝히지 않았다.

국민의힘 조수진 최고위원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정부는)임기 초반 대통령 일정은 물론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래서 퇴임을 40여일 앞두고 벌어진 김 여사의 옷값 논란, 특활비 전용 의혹은 안타깝고 민망하다”고 지적했다. 

조 최고위원은 청와대가 김 여사의 의류를 사비로 구입했다고 주장하면서도 특활비는 공개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사비로 부담했다면 법원에 공개하란 판결에 왜 불복했는지, 국익 때문에 비공개를 운운해 왜 일을 키웠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청와대는 2017년 10월 김 여사가 ‘옷값만 수억원을 쓰며 사치한다’는 비난에 대해 “김 여사는 10여년간 즐겨입던 옷을 자주 입는다”며 “홈쇼핑 등을 통해 10만원대 옷을 구매하고 필요하면 직접 수선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채무 11억
이자 줬나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청와대는 지난달 29일 “임기 중 의류 구입 목적으로 특활비 등 국가예산을 사용한 적이 없고 사비로 부담했다”며 “순방 등 국제 행사용은 기증하거나 반납했다”고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김 여사 옷값을 두고 시민단체들에서도 맞고발이 이어졌다. 친여권 성향의 시민단체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는 지난달 31일 경찰청에 시민민생대책위원회와 신평 변호사를 무고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법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고발된 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김 여사를 업무상 횡령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혐의로 고발한 보수성향 단체다. 이들은 지난달 25일 “김 여사가 청와대 특활비 담당자에게 고가의 의류와 장신구 등을 구매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서울청에 고발장을 냈다.

해당 고발건은 서울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됐다. 

신승목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 대표는 “피고인들은 악의적인 비방을 목적으로 김 여사에 대해 근거 없는 무고 고발 및 허위사실의 글을 작성했다”며 “이는 김 여사와 문 대통령의 사회적 평가와 명예를 중대히 훼손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김 여사의 옷값 문제에 대해 ‘총력 방어’ 태세를 보이고 있다. 김 여사가 직접 관련된 문제인 만큼 문 대통령의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박 수석의 특활비 관련 언론 브리핑이 있기 전 오전 참모회의에서 직접 문구를 보고받았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김 여사 옷값과 관련한 특활비 사용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 지난달 29일 신혜현 부대변인이 “김 여사 의상과 관련한 특활비 사용 등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브리핑한 것을 필두로 탁현민 의전비서관, 박 수석 등까지 나서 연일 반박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떤 의혹 제기나 보도가 있을 때마다 말씀드리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지난 며칠간의 상황은 도를 넘었다”고 말했다.


최근 화제를 모은 것은 김 여사가 한 행사에서 착용한 호랑이 모양 브로치다. 의혹을 제기한 측은 “2억원 상당의 까르띠에 제품”이라고 주장했다.

특활비 사용?
“10년 전 옷”

확인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브로치 제작자 박모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굳이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박씨는 “해당 브로치는 갤러리 오픈 후 판매 목적으로 기획됐던 제품 수백 점 중 하나”라며 “전 세계 가장 규모가 큰 남대문의 유명 액세서리 전문 사입자분을 통해 스톤 컬러 크기 등을 정하고 주문하여 구매, 준비한 제품”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의 상징 동물 호랑이. 김홍도의 까치호랑이가 예술작품에 등장한 가장 아름다운 빅캣(Big cat)”이라며 “호랑이 비슷한 거면 무조건 까르띠에냐”고 따져 물었다.

일부 언론을 통해 김 여사가 청와대에 입성한 뒤 한복과 구두 등을 구입하며 매번 전액 현금으로 지급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특활비 유용’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김 여사는 1954년 11월15일 서울 종로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인천시 강화군 불은면 출신으로, 동대문 광장시장에서 한복집을 했으며 딸의 결혼 무렵엔 요양 차 강화도에서 목장을 운영했다고 한다. 

김 여사는 숙명여중, 숙명여고, 경희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서울시립합창단의 단원으로 활동하다 결혼 후 중단했다. 문 대통령과 같은 대학(경희대) 2년 후배로, 시위 중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문 대통령을 돌봐주다 사랑에 빠졌다.

구속, 제적, 입대, 사법시험으로 이어져 만 7년간의 연애 끝에 1981년 결혼했다.

채무, 옷값 등으로 시끌
고가 의상 비용 진실공방

남편이 대선 출마하는 데 있어 소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2016년 추석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광주에 내려갔다. 정치인의 아내인 것도 밝히지 않은 채 동네 목욕탕에서 수다를 떨곤 했다. 설 이후부터는 전남 낙도를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광주 외 호남 지역까지 동선을 넓혔다.

마을회관, 노인시설, 시장 등을 누비며 보여준 활기차고 친근한 태도로 많은 이들을 사로잡았다.

김 여사의 호남 표심 공략은 문 대통령 당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많다. 영부인이 된 김 여사는 “영부인이 아닌 ‘여사님’이라고 불러 달라”고 청했다. 으레 부르던 영부인이라는 호칭보다 여사님이라는 단어를 통해 독립적 인격으로 보이기를 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여사님은 ‘영부인’이라는 단어가 약간 권위적인 느낌이 있다고 어색해했다”며 “예의를 갖추려면 ‘여사님’ 정도로만 해도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여사의 ‘파격 행보’는 기존 그림자 내조인 영부인 이미지를 바꿨다. 2017년 9월 문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동행했는데, 인도네시아 궁에서 방문록을 작성하려다 펜이 안 보이자 주저 없이 옆에 서있던 문 대통령 주머니를 아무렇지도 않게 뒤지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2017년 11월, 필리핀 방문 당시 현지 호텔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 행사 도중 가수 싸이 노래 ‘강남스타일’이 흘러나오자 말춤을 추기도 했다.

인터넷 언론 <데일리안>에 따르면 2017년 11월6일부터 이틀간 전국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김 여사의 행보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이 70.7%로 집계됐다. 주로 30~40대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60대에서도 58%의 긍정 답변이 나왔다.

최장 30년 
공개 금지

청와대는 ‘김정숙의 말과 글’ 코너를 통해 ‘유쾌한 정숙씨’ ‘친절한 정숙씨’라며 김 여사를 홍보했다. ‘김 여사의 패션 팁’을 소개하는가 하면, 대통령 취임 1주년에 ‘국민과 함께한 김 여사의 1년’ 자료를 별도로 올리기도 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새로운 영부인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해외 유명 미술품 전시·기획사인 코바나콘텐츠 대표를 맡고 있다.

정치권의 통상적인 ‘내조형 아내’와는 거리가 멀다.

윤 당선인은 평소 스스로를 ‘애처가’라고 소개하는 데 거리낌이 없을 정도로 아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선거기간 내내 각종 의혹으로 구설에 올랐던 배우자 김 여사가 등판하지 않고 있다.

초반은 김 여사 본인과 친정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을 둘러싼 사법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게 영향을 미쳤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모친의 요양급여 부정수급 의혹 등이 대표적이다.

이후 허위 이력, 무속 논란 등 개인 신상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등판 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김 여사는 다음 달 10일 대통령 취임식을 계기로 본격적인 ‘퍼스트레이디’ 행보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곁을 지키는 그림자 내조가 아닌 본인만의 전문성을 살며 새로운 영부인 유형을 정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반면 김 여사의 팬카페 회원 수가 연일 급증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개설된 ‘김건희 여사 팬카페’ (건사랑) 회원 수는 지난 1일 오전 8만7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팬카페 회원들은 김 여사 얼굴을 영화 포스터와 합성한 ‘원더건희’ 등을 공개하고 아이돌 팬덤에서 흔한 ‘굿즈’도 제작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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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