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제발 더 이상 안 된다

다시 만난 제왕적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이 나라 민주주의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불법 계엄령에 친위 쿠데타까지. 대통령이 된 후로 어디 하나 성한 곳 없는 나라에 아예 기름을 붓고 불까지 질렀다. 윤 대통령의 파면만이 온 나라, 온 국민이 살길이다. 현재로선 간절히 그날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12·3비상계엄 사태는
사람·제도 모두 문제

어김없이 겨울의 끝에선 봄이 오고 있다. 희망과 새로움을 품어야 할 때지만 대한민국은 지금, 시대착오적 불법 계엄의 충격과 불안서 벗어나지 못하며 그대로 멈춰 서 있다. 또 우리가 굳건하게 믿고 있던, 온 세계가 경이로움에 가득 차 찬사를 보냈던 이 나라 민주주의는 지난해 12월3일 밤, 잘못된 지도자 한 사람 때문에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탄핵 국면에 극단적인 이념 갈등과 법치 훼손, 시민사회 분열로 민주주의 체제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이른바 ‘12·3 비상계엄’ 사태로 사회·정치적 혼란이 이어지며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이 후퇴했다는 스웨덴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의 결과 보고서도 뼈아프다.

심지어 2년째 독재화가 진행 중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천만다행인 것은 민의의 보루인 국회가 전광석화처럼 결집해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는 것이다. 아직 비상계엄에 대한 사법기관의 심판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이제 우리는 더 튼튼하고 더 완벽한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설계해야 할 때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첫걸음을 떼야만 한다.


그러나 극우와 보수가 혼재되면서 민주주의의 퇴보를 가속화하고 있는 모습들이 여기저기서 목도되고 있다. 여당이 극우 집단을 옹호하며 보수 지지층으로 흡수하고 있는 것도 보수의 정치 지형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수가 법치주의와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 것을 중시하는 집단인 반면, 극우는 법과 제도를 무시하고 강한 행정력이나 폭력을 통한 해결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보수가 극우에 편승하는 것이다. 극우화가 심화하면 민주주의가 훨씬 더 퇴보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이번 비상계엄 사태는 현행 권력 구조 시스템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낡은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현명치 못한 사람이 지도자의 자리에 앉으면서 일어난 일이다. 대통령의 선의에 기대어 현 대통령중심제를 계속 이어간다는 것은 모험이라고 할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봄이 왔것만 대한민국은 ‘그대로’
잘못된 지도자 뽑아 순간 ‘와르르’

불법 비상계엄은 사람과 제도 모두가 문제라는 사실을 또다시 절실하게 느끼게 됐다. 앞으로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그대로 이어가서는 안 된다. 이제는 개헌을 통해 반드시 외양간을 고쳐야 할 때다.

현재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 개헌론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부분은 ‘제왕적 대통령제’ ‘의회 독재’ ‘지방 분권’ 등 권력이 집중됐다는 지적이다.

1987년 6월 항쟁의 산물인 제6공화국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오래 지속된 정치체제다. 대통령 직선제 도입 및 국회 국정감사권 부활, 언론 검열 폐지 등 민주주의 요소를 골자로 지난 40여년간 대한민국 민주주의 성장의 밑바탕이 됐다고 평가받아 왔다.


그럼에도 지난 20여년간 국내 정치권에서는 개헌 논의가 지속돼 온 것 또한 사실이다. 대통령 선거철만 되면 여야 할 것 없이 개헌 카드를 꺼내던 것인데 이는 소위 ‘87 체제’가 현시대와는 동떨어진 부분이 적지 않아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오랜 논의에도 불구하고 실제 개헌이 추진되지 못한 이유는 개헌이 국가 운영 체계를 바꾸는 중대한 문제다 보니 국민 숙의 과정이 필요한 사항인 데다, 매 선거 때마다 여야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니 한쪽의 일방적 추진이 쉽지 않았던 탓이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정치권에서는 다시금 논의가 불붙고 있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후 정권이 크게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비상계엄 선포 직전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대부분이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의 독단적인 선택을 막지 못했다는 점 또한 87 체제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이제는 정말
변해야 산다

대통령의 권한 범위 문제와 함께 비상계엄 사태가 민주주의 체제 유지에 위해가 될 수 있다고 여겨지며 현재는 여야 정치권은 물론 국민 여론 또한 개헌에 긍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차치하고 대한민국은 1987년 개헌 이후 38년 동안 단 한 번도 개헌을 해보지 못했다. 김종필 전 총리가 내각제를 지속해서 요구했던 김대중정부 이후 모든 정권마다 개헌에 대한 논쟁은 있었다. 그러나 늘 마지막은 지금 헌법 그대로 귀결됐다.

개헌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모든 국가가 한국처럼 헌법을 고치지 못한 것도 아니다. 독일은 우리와 달리 1949년 이후 66회, 1990년 통일 이후에만 31회나 개헌을 했다.

독일의 경우 개헌 과정을 통해 국가 과제를 재선정하고 국민 통합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지난 38년 동안 개헌을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는 여야 입장이 서로 바뀌게 되면서 개헌에 대한 정치적 견해도 덩달아 바뀌는 데서 기인한다. 즉, 역지사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당 시절에는 개헌을 주장하다가도 여당이 되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유지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꾸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또 다른 면에서는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국정 위기의 돌파 수단으로 개헌에 정략적 접근을 하기도 했다. 결국 정치인들이 미래를 생각하는 정치가 아니라 눈앞의 권력과 이익에만 몰두했던 원인이 컸던 셈이다.

특히 대선 국면서 후보들이 저마다 개헌을 약속해 놓고, 선거에 이기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돌아서곤 했다. 이는 집권여당이 된 후로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엄청난 권력의 달콤함에 취했기 때문일 것이다. 회피 명분으로 짧은 5년 임기 중 개헌하려면 국정이 블랙홀에 빠진다는 핑계를 대기도 했다.

그러나 돌아보면 지난 정권들 모두 개헌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임기 중·후반이면 늘 스스로 레임덕 블랙홀로 빠졌다는 것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결국 개헌과 레임덕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 셈이다.


반면, 대선 패배로 야당이 된 정당은 5년만 버티면 된다. 차기 대선에는 기필코 ‘우리가 정권을 잡겠다’는 일념으로 임기 내내 국정 발목 잡기에만 매달리는 일도 반복됐다. 5년마다 이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지금의 정치는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적자생존 원칙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정글 체제로 굳어졌다.

미성숙 정치
적대적 대결

49%의 국민이 등을 돌려도 51%만 지키면 정권을 획득할 수 있다는 생각에 몰두해, 국민 통합의 정치가 아닌 갈등과 분열의 정치로 치닫고 있다. 상대를 선의의 경쟁자가 아니라 타도의 대상인 적으로 보는 미성숙한 정치, 적대적 대결만 있을 뿐 경쟁적 협조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생중계하듯 정치의 모습이 국민에게 전달되는 시대다. 갈등 조정이 아닌 갈등을 부추기는 국회 모습은 이미 한국 사회 전반에 투영돼 나타나고 있다. 우리 국민의 거의 전부인 92%가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다는 실태 조사도 나왔다.

지금 대한민국은 정치적 갈등이 이념과 결합하고, 여기에 비상계엄과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더 해져 극심한 혼란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서로를 적대시하는 신뢰의 위기가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다. 정치가 하루빨리 국민적 신뢰를 되돌리는 돌파구를 찾아야만 한다.

대통령에 대한 권력 분산, 조화로운 사회와 정치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개헌을 그 출발선으로 삼아야 한다. 제도마다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필자는 내각제까지 검토해볼 수 있을 만큼 여건이 성숙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제의 신념을 가지고 있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2009년, 일기에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책임제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남겼다.


그럼에도 대통령을 직접 뽑고 싶어하는 국민을 도저히 설득하기 어렵다면 통일·외교·안보·국방은 대통령이 맡고, 경제·사회·문화는 국회서 추천하는 총리가 내각제처럼 운용하는 실질적인 ‘책임총리제’도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개헌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앞당길 수 있었던 계기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8년 전 ‘비선 실세에 의한 국정 농단’을 심판하고자 국회는 여야가 함께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연인원 1700만명에 달하는 시민이 촛불 집회에 참여했다.

새로운 국가 설계⋯반드시 개헉해야
여야 바뀌면 개헌 입장도 또 바뀌어

국회, 시민단체, 국민이 공감대를 이뤘고 헌법재판소서 대통령 파면이 결정됐다. 촛불 혁명이었다. 촛불 혁명에 담긴 국민의 요구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없애라는 것이고, 그 방법은 개헌이었다.

새롭게 들어선 정부와 정치권은 협치를 통해 촛불 정신을 담아내는 개헌을 실현했어야 했다. 대한민국의 패러다임을 바꿔 새로운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었던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촛불 혁명 이전과 이후는 완전히 달라 새로운 시대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개인적인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 정치가 다시 미래보다는 적폐 청산이라는 과거에 매몰됐고, 촛불 혁명이라는 연대 정신을 살리지 못했다. 결국 어렵게 얻은 정권도 5년 후 도로 넘겨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어쩌면 8년 전보다 더 좋은 개헌의 기회가 지금일 수도 있다. 다시 찾아온 ‘개헌의 적기’다. 개헌은 힘의 공백이 발생했을 때, 또는 미래를 새로 설계하자는 분위기가 고조됐을 때만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대비해 선(先) 개헌 후(後) 대선을 주장하기도 하는데, 탄핵과 조기 대선, 개헌은 각자 별개의 사안으로 각각의 일정대로 진행하면 될 것이다. 개헌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작업으로, 탄핵이든 사법 위험성이든 과거 문제와 결부시켜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될 일이다.

만일 여야 어느 쪽이든 정략적으로 개헌에 접근하게 된다면, 이번 개헌의 기회도 날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 역대 정권을 통해 경험했듯이 진정성 없이 위기를 넘기기 위해 정략적으로 꺼내 드는 개헌은 모두 실패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윤 대통령 탄핵이 가시화되면서 조기 대선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조기 대선이 구체화될수록 개헌은 후순위로 밀리고, 정치권의 모든 관심이 누가 권력을 잡느냐에 쏠린다는 점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8명의 대통령이 모두 다 불행했다.

만일 이번에도 아무런 변화와 개선 없이 대선을 치르고 또 5년 동안 여야가 죽기 살기식 싸움만 일삼는다면, 불행한 대통령 한 명 더 만드는 것 외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 국민은 정치권을 향해 더욱 강하게 개헌을 압박해야 한다. 국민의 압박에 못 이겨 대선에 나선 모든 후보가 스스로 임기 단축까지 제안하며, 반드시 개헌하겠다 약속할 정도로 말이다.

제7공화국 
시대 열어야

8년 전처럼 대통령 탄핵과 파면, 조기 대선에서 그치지 말고 이번에는 국민이 힘을 모아 헌법 개정까지 쟁취하는 역사를 만들어주길 기대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헌법은 국민의 피와 땀과 눈물로 만들어졌다. 권력자에 대한 시민의 저항과 투쟁,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만들어낸 위대한 작품이다. 우리의 헌법은 국민과 함께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이 당연하다. 2025년 봄, 국민의 뜻을 담아 개헌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제7공화국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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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