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제발 더 이상 안 된다

다시 만난 제왕적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이 나라 민주주의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불법 계엄령에 친위 쿠데타까지. 대통령이 된 후로 어디 하나 성한 곳 없는 나라에 아예 기름을 붓고 불까지 질렀다. 윤 대통령의 파면만이 온 나라, 온 국민이 살길이다. 현재로선 간절히 그날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12·3비상계엄 사태는
사람·제도 모두 문제

어김없이 겨울의 끝에선 봄이 오고 있다. 희망과 새로움을 품어야 할 때지만 대한민국은 지금, 시대착오적 불법 계엄의 충격과 불안서 벗어나지 못하며 그대로 멈춰 서 있다. 또 우리가 굳건하게 믿고 있던, 온 세계가 경이로움에 가득 차 찬사를 보냈던 이 나라 민주주의는 지난해 12월3일 밤, 잘못된 지도자 한 사람 때문에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탄핵 국면에 극단적인 이념 갈등과 법치 훼손, 시민사회 분열로 민주주의 체제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이른바 ‘12·3 비상계엄’ 사태로 사회·정치적 혼란이 이어지며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이 후퇴했다는 스웨덴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의 결과 보고서도 뼈아프다.

심지어 2년째 독재화가 진행 중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천만다행인 것은 민의의 보루인 국회가 전광석화처럼 결집해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는 것이다. 아직 비상계엄에 대한 사법기관의 심판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이제 우리는 더 튼튼하고 더 완벽한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설계해야 할 때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첫걸음을 떼야만 한다.


그러나 극우와 보수가 혼재되면서 민주주의의 퇴보를 가속화하고 있는 모습들이 여기저기서 목도되고 있다. 여당이 극우 집단을 옹호하며 보수 지지층으로 흡수하고 있는 것도 보수의 정치 지형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수가 법치주의와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 것을 중시하는 집단인 반면, 극우는 법과 제도를 무시하고 강한 행정력이나 폭력을 통한 해결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보수가 극우에 편승하는 것이다. 극우화가 심화하면 민주주의가 훨씬 더 퇴보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이번 비상계엄 사태는 현행 권력 구조 시스템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낡은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현명치 못한 사람이 지도자의 자리에 앉으면서 일어난 일이다. 대통령의 선의에 기대어 현 대통령중심제를 계속 이어간다는 것은 모험이라고 할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봄이 왔것만 대한민국은 ‘그대로’
잘못된 지도자 뽑아 순간 ‘와르르’

불법 비상계엄은 사람과 제도 모두가 문제라는 사실을 또다시 절실하게 느끼게 됐다. 앞으로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그대로 이어가서는 안 된다. 이제는 개헌을 통해 반드시 외양간을 고쳐야 할 때다.

현재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 개헌론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부분은 ‘제왕적 대통령제’ ‘의회 독재’ ‘지방 분권’ 등 권력이 집중됐다는 지적이다.

1987년 6월 항쟁의 산물인 제6공화국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오래 지속된 정치체제다. 대통령 직선제 도입 및 국회 국정감사권 부활, 언론 검열 폐지 등 민주주의 요소를 골자로 지난 40여년간 대한민국 민주주의 성장의 밑바탕이 됐다고 평가받아 왔다.


그럼에도 지난 20여년간 국내 정치권에서는 개헌 논의가 지속돼 온 것 또한 사실이다. 대통령 선거철만 되면 여야 할 것 없이 개헌 카드를 꺼내던 것인데 이는 소위 ‘87 체제’가 현시대와는 동떨어진 부분이 적지 않아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오랜 논의에도 불구하고 실제 개헌이 추진되지 못한 이유는 개헌이 국가 운영 체계를 바꾸는 중대한 문제다 보니 국민 숙의 과정이 필요한 사항인 데다, 매 선거 때마다 여야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니 한쪽의 일방적 추진이 쉽지 않았던 탓이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정치권에서는 다시금 논의가 불붙고 있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후 정권이 크게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비상계엄 선포 직전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대부분이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의 독단적인 선택을 막지 못했다는 점 또한 87 체제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이제는 정말
변해야 산다

대통령의 권한 범위 문제와 함께 비상계엄 사태가 민주주의 체제 유지에 위해가 될 수 있다고 여겨지며 현재는 여야 정치권은 물론 국민 여론 또한 개헌에 긍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차치하고 대한민국은 1987년 개헌 이후 38년 동안 단 한 번도 개헌을 해보지 못했다. 김종필 전 총리가 내각제를 지속해서 요구했던 김대중정부 이후 모든 정권마다 개헌에 대한 논쟁은 있었다. 그러나 늘 마지막은 지금 헌법 그대로 귀결됐다.

개헌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모든 국가가 한국처럼 헌법을 고치지 못한 것도 아니다. 독일은 우리와 달리 1949년 이후 66회, 1990년 통일 이후에만 31회나 개헌을 했다.

독일의 경우 개헌 과정을 통해 국가 과제를 재선정하고 국민 통합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지난 38년 동안 개헌을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는 여야 입장이 서로 바뀌게 되면서 개헌에 대한 정치적 견해도 덩달아 바뀌는 데서 기인한다. 즉, 역지사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당 시절에는 개헌을 주장하다가도 여당이 되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유지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꾸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또 다른 면에서는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국정 위기의 돌파 수단으로 개헌에 정략적 접근을 하기도 했다. 결국 정치인들이 미래를 생각하는 정치가 아니라 눈앞의 권력과 이익에만 몰두했던 원인이 컸던 셈이다.

특히 대선 국면서 후보들이 저마다 개헌을 약속해 놓고, 선거에 이기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돌아서곤 했다. 이는 집권여당이 된 후로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엄청난 권력의 달콤함에 취했기 때문일 것이다. 회피 명분으로 짧은 5년 임기 중 개헌하려면 국정이 블랙홀에 빠진다는 핑계를 대기도 했다.

그러나 돌아보면 지난 정권들 모두 개헌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임기 중·후반이면 늘 스스로 레임덕 블랙홀로 빠졌다는 것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결국 개헌과 레임덕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 셈이다.


반면, 대선 패배로 야당이 된 정당은 5년만 버티면 된다. 차기 대선에는 기필코 ‘우리가 정권을 잡겠다’는 일념으로 임기 내내 국정 발목 잡기에만 매달리는 일도 반복됐다. 5년마다 이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지금의 정치는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적자생존 원칙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정글 체제로 굳어졌다.

미성숙 정치
적대적 대결

49%의 국민이 등을 돌려도 51%만 지키면 정권을 획득할 수 있다는 생각에 몰두해, 국민 통합의 정치가 아닌 갈등과 분열의 정치로 치닫고 있다. 상대를 선의의 경쟁자가 아니라 타도의 대상인 적으로 보는 미성숙한 정치, 적대적 대결만 있을 뿐 경쟁적 협조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생중계하듯 정치의 모습이 국민에게 전달되는 시대다. 갈등 조정이 아닌 갈등을 부추기는 국회 모습은 이미 한국 사회 전반에 투영돼 나타나고 있다. 우리 국민의 거의 전부인 92%가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다는 실태 조사도 나왔다.

지금 대한민국은 정치적 갈등이 이념과 결합하고, 여기에 비상계엄과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더 해져 극심한 혼란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서로를 적대시하는 신뢰의 위기가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다. 정치가 하루빨리 국민적 신뢰를 되돌리는 돌파구를 찾아야만 한다.

대통령에 대한 권력 분산, 조화로운 사회와 정치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개헌을 그 출발선으로 삼아야 한다. 제도마다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필자는 내각제까지 검토해볼 수 있을 만큼 여건이 성숙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제의 신념을 가지고 있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2009년, 일기에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책임제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남겼다.


그럼에도 대통령을 직접 뽑고 싶어하는 국민을 도저히 설득하기 어렵다면 통일·외교·안보·국방은 대통령이 맡고, 경제·사회·문화는 국회서 추천하는 총리가 내각제처럼 운용하는 실질적인 ‘책임총리제’도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개헌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앞당길 수 있었던 계기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8년 전 ‘비선 실세에 의한 국정 농단’을 심판하고자 국회는 여야가 함께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연인원 1700만명에 달하는 시민이 촛불 집회에 참여했다.

새로운 국가 설계⋯반드시 개헉해야
여야 바뀌면 개헌 입장도 또 바뀌어

국회, 시민단체, 국민이 공감대를 이뤘고 헌법재판소서 대통령 파면이 결정됐다. 촛불 혁명이었다. 촛불 혁명에 담긴 국민의 요구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없애라는 것이고, 그 방법은 개헌이었다.

새롭게 들어선 정부와 정치권은 협치를 통해 촛불 정신을 담아내는 개헌을 실현했어야 했다. 대한민국의 패러다임을 바꿔 새로운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었던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촛불 혁명 이전과 이후는 완전히 달라 새로운 시대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개인적인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 정치가 다시 미래보다는 적폐 청산이라는 과거에 매몰됐고, 촛불 혁명이라는 연대 정신을 살리지 못했다. 결국 어렵게 얻은 정권도 5년 후 도로 넘겨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어쩌면 8년 전보다 더 좋은 개헌의 기회가 지금일 수도 있다. 다시 찾아온 ‘개헌의 적기’다. 개헌은 힘의 공백이 발생했을 때, 또는 미래를 새로 설계하자는 분위기가 고조됐을 때만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대비해 선(先) 개헌 후(後) 대선을 주장하기도 하는데, 탄핵과 조기 대선, 개헌은 각자 별개의 사안으로 각각의 일정대로 진행하면 될 것이다. 개헌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작업으로, 탄핵이든 사법 위험성이든 과거 문제와 결부시켜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될 일이다.

만일 여야 어느 쪽이든 정략적으로 개헌에 접근하게 된다면, 이번 개헌의 기회도 날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 역대 정권을 통해 경험했듯이 진정성 없이 위기를 넘기기 위해 정략적으로 꺼내 드는 개헌은 모두 실패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윤 대통령 탄핵이 가시화되면서 조기 대선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조기 대선이 구체화될수록 개헌은 후순위로 밀리고, 정치권의 모든 관심이 누가 권력을 잡느냐에 쏠린다는 점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8명의 대통령이 모두 다 불행했다.

만일 이번에도 아무런 변화와 개선 없이 대선을 치르고 또 5년 동안 여야가 죽기 살기식 싸움만 일삼는다면, 불행한 대통령 한 명 더 만드는 것 외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 국민은 정치권을 향해 더욱 강하게 개헌을 압박해야 한다. 국민의 압박에 못 이겨 대선에 나선 모든 후보가 스스로 임기 단축까지 제안하며, 반드시 개헌하겠다 약속할 정도로 말이다.

제7공화국 
시대 열어야

8년 전처럼 대통령 탄핵과 파면, 조기 대선에서 그치지 말고 이번에는 국민이 힘을 모아 헌법 개정까지 쟁취하는 역사를 만들어주길 기대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헌법은 국민의 피와 땀과 눈물로 만들어졌다. 권력자에 대한 시민의 저항과 투쟁,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만들어낸 위대한 작품이다. 우리의 헌법은 국민과 함께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이 당연하다. 2025년 봄, 국민의 뜻을 담아 개헌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제7공화국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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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