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극우발 부정선거론 뜯어보니…

최근 비상계엄 수사 등을 통해 드러난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음모는 지난 22대 총선 이전부터 각본이 짜였다고 볼 수 있다. 그 주된 이유는 윤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야당이 다수파를 점하고 있는 국회’ 때문에 마음껏 권력을 휘두를 수 없는 것에 불만을 느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해 총선서 승리해 국민의힘을 국회 다수 세력으로 만들 수 있었다면 굳이 무리해서 친위 쿠데타를 시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원래는 ‘선거 부정 음모론’에 포획된 자가 아니었지만 지난 총선서 참패해 남은 임기 동안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국회와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 확정된 후부터 반드시 친위 쿠데타를 통해 지금의 국회를 사실상 해체하고 절대 권력을 차지하고야 말겠다는 결심이 굳어졌다고 본다.

여소야대
해체 전략

그는 지난 총선 참패 후 선거 부정 음모론을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적극 받아들인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유 중 하나로 부정선거 의혹을 내세우고 있는 것도 이런 음모론에 빠져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2024년 총선 참패를 인정하게 되면, 스스로 “임기 전반기 자신의 국정운영이 실패작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의 성향상 그런 자기 성찰보다는 마음 편한 현실 왜곡이란 내적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래서 친위 쿠데타의 수단인 비상계엄을 위한 명분으로 극우 세력들이 주장하는 선거 부정론을 끌어오고, 그 세력을 군대, 경찰, 검찰 세력 외에 아스팔트 태극기 극우 집단을 정치적 호위 세력으로 끌어들여 비상계엄을 합리화시키려 한다.

윤 대통령은 총선서 참패한 후 선거 부정 음모론을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적극 받아들인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유 중 하나로 부정선거 의혹을 내세우고 있는 것도 이런 선거 부정 음모론에 빠져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란 수괴의 핵심인 부정선거론은 지난 총선이 끝난 후부터 본격화됐다. 지난 총선서 국민의힘은 예상보다 훨씬 저조한 성적을 거뒀고,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면서 거대 야당의 위치를 유지하게 됐다. 선거 결과가 발표된 후, 일부 보수 인사들과 유튜버들은 개표 과정서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극우 세력들은 일부 지역서 투표용지 바코드 및 QR코드의 정당성 논란, 개표 조작 가능성 제기(특정 정당 표가 몰리는 현상), 전산 시스템 해킹 및 조작 가능성, 사전투표 조작설을 제기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북한 해커들이 한국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를 해킹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참패 후 선거 부정 음모론 적극 받아
북한 개입? 구체적 증거는 제시 못해

그는 당시 “북한의 개입이 있었을 가능성을 끝까지 조사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이런 논란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2020년 4·15 총선서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일부 인사들과 유튜버들이 선거 조작설을 주장했던 바 있다. 당시에도 사전투표 결과와 본투표 결과의 차이가 크다는 이유로 사전투표 조작설이 나왔으며, 이에 따라 여러 시민단체가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부분의 법원에선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부정선거는 없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윤 대통령은 위헌적 비상계엄 후 줄곧 ‘부정선거 증거가 넘쳐난다’고 했고 12·3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선관위에 군을 투입한 이유도 부정선거 때문이라고 했다. 선거 소송의 검표 과정서 엄청난 가짜 투표지가 발견됐다는 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껏 단 하나의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탄핵 심판 내내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11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는 2023년 국정원서 선관위 보안 점검 업무를 담당한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이 “선관위 내부 시스템을 점검했지만, 침입당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증언을 해줄 사람으로 백 전 차장을 골라 증인으로 세웠지만, ‘부정선거는 없었다’는 사실만 다시 증명되고 말았다.

부정선거 맹신론자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대리인으로 영입해 신성한 법정서 유튜브·태극기 집회서 떠도는 얘길 퍼뜨렸다. 이미 대법원서 사실이 아니라고 입증된 해묵은 음모론도 소환됐다.

2020년부터
조작설 주장

황 전 총리가 변론 종결 직전 제기한 ‘형상 기억 종이’ 의혹이 대표적이다. 형상 기억 종이는 선관위가 ‘21대 총선 개표 당시 접힌 자국이 없는 빳빳한 종이가 무더기로 발견됐다’는 극우 세력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에 반박하는 과정서 나왔다.

선관위는 당시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을 통해 “투표용지는 종이 걸림 방지를 위해 원상 복원 기능이 있는 특수 재질을 사용한다”고 했는데, 이를 극우 세력이 ‘형상 기억 종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 유래다.

황 전 총리는 이날도 “빳빳한 투표지가 가능하다고 보느냐”며 공세를 이어갔지만, 증인으로 나온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동기인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은 “21대 총선 (관련)소송서 다뤄졌던 주제고, 대법원이 검증한 결과 그것은 정상적인 투표지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사전투표함 보관 장소를 CCTV로 24시간 공개하거나, 개표 과정을 감시하는 수검표를 도입해 왔는데도 계속 부정선거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렇게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황 전 총리 등 선거 부정론자들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선 윤 대통령 대리인단이 탄핵 심판을 부정선거 음모론을 확산시키기 위한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윤 대통령 대리인단의 상당수는 극우·보수단체서 활동하며 부정선거론을 맹신해 온 ‘확신범’들로 구성돼있다.

패배 부정
자기 합리화

국회 탄핵소추인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서 “황교안 전 총리까지 나서는 것은 부정선거를 맹신하는 극우 아스팔트 지지층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측이 정치 공세, 정치 선동을 하기 위함”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부정선거 음모론의 선봉에 선 황 전 총리는 문재인정부 당시 국민의힘 전신 미래통합당 당 대표로 공천 책임자였고 따라서 선거 패배의 책임자다. 그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자기합리화의 수단으로 선거 부정론을 퍼뜨리고 있다.

차치하고 윤 대통령이 내란 수괴로 구속돼 탄핵 위기에 처하자, 국민의힘은 급기야 극우 유튜브 채널, 태극기 집회서 떠드는 망상적 부정선거론에 매달린다. 내란의 늪에 빠져 자신들이 치른 선거와 그 결과마저 부정하고 있고 국회 청문회서 부정선거 의혹을 대거 제기하고 급기야 ‘선거제도 건강검진법’이라는 특별법까지 준비한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선거로 당선된 국회의원이 선거를 불신하는 것보다 더한 자기부정이 어디 있겠나? 선거제도 검진보다 본인들부터 검진해보는 건 어떨까? 부정선거를 맹신한다면 본인들 국회의원 배지부터 반납하는 게 맞다. 과정이 부정인데 결과를 움켜쥐고 권리를 주장하는 모순부터 해결하라.

되지도 않을 내란 정당화 도구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절차와 과정을 모두 해체하면 안 된다.

국민의힘이 선거 부정론을 띄울수록 분명해지는 건 조작된 부정선거론의 허약성이다. “다 잡아서 족치면 부정선거했던 게 나올 것”이라는 ‘버거 보살’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궤변과 다를 게 없다. 오죽하면 국민의힘 내부서 암처럼 번지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며 쓴소리가 나올 정도다.

선거제도 건강검진법?
탄핵 위기에 망상 심화


내란을 준비하던 윤 대통령에게 그랬던 것처럼, 국민의힘을 여전히 지지하는 대중 사이에서도 그렇다. “국민의힘이 승리하지 못하는 선거는 모두 부정선거”라는 편리한 논리가 만능 무기가 되어준다.

내란 수괴를 지키려 부정선거론이라는 썩은 동아줄에 매달린 국민의힘의 추락은 정치 후진국을 만들고 있다. 개연성도 부족한 싸구려 선거 부정에 매달릴 정도라면 국민의힘은 그만 역사에서 사라지는 게 답이다.

또, 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선거 부정론이 탄핵 심판 판결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하는 게 관건이라고 판단하겠지만 헌재가 부정선거 의혹을 쉽게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부정선거론은 이번 탄핵 심판의 쟁점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극우 지지층을 선동하고, 헌재 결정에 불복 명분을 쌓기 위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그래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들여다보지만, 어느 하나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증거를 내세우지 못한다. 결국 선관위의 반론이나 대법원 판결의 이유를 뛰어넘어 살아남을 만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수많은 관여자의 감시와 수·개표 시스템서 부정선거가 이뤄지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내부의 은밀한 정보조차 쉽게 유출되는 요즘 세상에, 선거 부정에 관여했다는 누군가의 자그마한 제보조차 드러난 적도 없다.

그러나 부정선거론을 주장하거나 지지하는 대부분 사람에게, 부정선거의 문제는 사실의 영역을 넘어 믿음의 영역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어떤 객관적, 합리적인 설명도 믿음을 뒤엎을 수는 없기에, 부정선거라는 믿음에서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시간 갈수록 
확대 재생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계속될 선거와 대의제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부정선거론은 현존의 위협이자 미래에 대한 위협이다.

이렇게 국론을 분열하고 주변 국가와 갈등을 유발하는 부정선거 음모론은 제2의 내란·외환 시도나 다름없다. 윤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부정선거론을 거두라. 그것이 주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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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