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싫어도 만나야 정치다

여야 협치 복원의 길

정치가 타락하면서 국민에게 ‘힘’이 되기는커녕 ‘짐’이 되고 있다 ‘정치 실종’에 살고 있는 국민이 절망하고 있는 즈음. 22대 국회가 지난 2일 개원식을 여는 동시에 첫 정기국회 막을 올렸다. 해병대원 특검법과 방통위원장 탄핵 등 각종 정쟁이 격화되면서 의원 임기 시작 96일 만에야 지각 개원식을 개최한 것이다.

특검과 탄핵 남발

그동안 민생 챙기기는 뒷전이고 싸움질만 하던 국회의원들은 늑장 개원에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파안대소로 기념촬영까지 했다.

지각 개원식에 이어 한 가지 더 안타까운 것은 지난 1987년 6공화국 출범 이후 대통령의 개원식 첫 불참이다. 국회는 정쟁으로 역대 가장 늦게 개원하고, 현직 대통령은 의도적으로 이를 외면했다. 퇴행적인 한국 정치의 적나라한 민낯이다.

대통령의 불참은 그동안 거대 야당이 수많은 특검법과 탄핵안으로 대통령을 구석에 몰아넣었기 때문일까?

여야는 역시 ‘네 탓’ 공방이다. 대통령실은 “국회를 정상화하고 초대하는 것이 맞다”고 했고, 야당은 “오만과 독선의 발로”라고 맞받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대통령도 참석했으면 국민이 보기에 좋았을 텐데 참으로 아쉽다”고 말했다.

모두 각자의 처지에서 보면 일리 있는 말이다.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의 입법부 존중이라는 대의는 차치하고서라도 연금·의료·교육 등 윤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는 야당 주도의 국회 도움 없이는 생각할 수가 없고 정국 구도를 무시한 채 야당과 각 세우기만 전념한다면 국정은 어떻게 할 것인지 답답하다.

대통령이 국회를 인정하지 않고 국회가 사사건건 발목을 잡을 경우, 차기 대통령도, 22대 국회도 빈손으로 임기를 마치게 될 것이 뻔하다. 이는 국민이 선택한 정부 권력과 의회 권력의 정면충돌로 치닫는 양상으로 작금의 ‘비정상 국회’가 재현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 같은 비정상적인 국회의 근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입법 폭주라고 할 수 있다. 개원도 하지 않고 정권을 공격하는 입법과 탄핵소추, 청문회를 남발하며 국회가 처리해야 할 직분을 내팽개쳤다.

나아가 22대 여소야대 정국의 국회가 극단의 대치 상황을 보인 데는 국민의힘, 민주당 등 여야 모두 책임이 크다. 절대다수 의석을 지닌 민주당은 새 정부의 정부 조직개편안부터 제동을 거는 등 과도한 입법권을 행사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를 예고한 상황에서도 쟁점 법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였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 거대 야당이 압도적 다수를 앞세우는 불리한 지형 속에서 리더십 위기와 정치력 부족으로 좀처럼 협치의 돌파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 초보’라고는 하지만 윤 대통령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정치적 유연성도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이 지난 22대 총선 참패 직후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회담한 데 이어 지난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절대 협치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바 있다.

야권발 특검·탄핵 남발 우려
정기국회 시작부터 정쟁 몰이

하지만 지난달 29일 회견에선 “지금 국회는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이 대표의 회담 제안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협치를 강조했던 태도에서 크게 후퇴한 발언이었다.

이런 탓에 윤정부가 들어선 지 2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야당은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탄핵을 입에 달고 있다. 이는 거대 의석수를 내세운 횡포에 가깝다. 물론, 협치를 외면한 윤 대통령의 정치력에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최근 민주당의 근거 없는 ‘계엄령 주장’과 같은 당 전현희 의원의 ‘대통령·김건희 여사에 대한 살인자 발언’ 등은 건너서는 안 될 강을 건너버렸다.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의 개원식 불참은 이유가 없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고 국민은 윤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지지하거나 동의하지는 않는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망신이나 봉변을 당할 일을 걱정한 모양인데, 그 또한 의회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된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국가의 수반으로서 윤 대통령은 참을 수 없는 모욕 정치에도 협치와 통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은 국정 파트너인 야당을 끊임없이 설득해 상생의 길을 열어야 한다. 정치는 결국 국민을 위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밉더라도 상대방에 대해 빗장을 걸어 잠그는 것은 국민을 위해선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다.

22대 첫 정기국회 회기 시작과 동시에 야당은 채 상병 특검, 김건희 여사 특검,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방통위 파행 등의 공세를 바짝 당길 태세다. 하지만 지나치면 역풍도 감수해야 한다. 정부여당과 협의 없는 단독 통과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동의할지는 의문이다.

결국 야당 단독 통과 – 대통령 재의요구 – 재표결 및 폐기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예산안을 놓고 지나친 힘겨루기는 자제해야 한다. 예산 통과가 해를 넘겨 ‘준예산 사태’라도 빚어지면 서민들에게 직격탄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국회가 정쟁을 벗어나야 하는 이유는 국가채무가 1126조원을 넘은 상황에서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새해예산안 심의는 그 어느 때보다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 한다. 국민연금 개혁과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의정 갈등 해소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수출은 다행히 회복세를 보이지만 내수가 부진한 탓에 민생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부채 급증 등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에 대한 정부의 정책 대응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정부여당은 민생 저출생, 의료개혁, 미래 먹거리, 지역 균형 등 6개 분야 170개 주요 법안 추진을 다짐하고 있다. 민주당은 경제 살리기, 나라 바로 세우기, 미래 예비, 인구 대비 등 165개 입법과제를 선정했다.

여야, 정부 모두 말잔치에 그치지 않고 비쟁점 법안들은 우선 처리하는 협치의 정신을 살려야 할 것이다. 연금개혁, 저출생 대응, 의료체제 안정 등은 한시도 늦출 수 없는 시급한 민생 과제다.

한·이 회담 무슨 얘기?
아쉬움과 기대감 교차

특히, 정부는 677조원에 달하는 새해예산안과 저출생 문제 및 연금개혁 등 민생을 위한 예산과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회와 등을 돌려서도 안 된다. 현실은 야당이 압도적 다수인 국회 협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여소야대 정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행 대치 양상을 보이는 여야 간 정쟁은 정기국회의 순조로운 진행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야당이 추진하는 ‘2특검 4국조’가 국회 파행을 부를 수 있다.

2특검(특별검사)은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4국조(국정조사)는 채 상병 순직 은폐,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특혜, 정부여당의 방송 장악 기도, 동해 유전 경제성 부풀리기 의혹 등에 대한 국정조사를 말한다. 여당이 이 모두를 거부하고 있는 만큼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만 22대 첫 정기국회는 민생에서 시작해 분야별 개혁으로 보폭을 넓혀가야 한다. 다른 것은 몰라도 민생과 개혁만큼은 여야가 손을 맞잡아야 한다.

여야 협치의 시작

22대 국회는 개원 이후 지금까지 민생법안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제로 국회를 만들어 왔다. 밀린 숙제가 많은 만큼 이제 와서 법안 몇 개 뚝딱 해치운다고 당장 ‘일하는 국회’가 될 리는 만무하다.

협치를 내세운 여야 대표들의 당내 조율과 설득도 중요하지만, 특히 또 다른 정치 초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대통령실과 충분히 소통하고 이를 바탕으로 여야 협상을 주도하는 정치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표 역시 정기국회 첫날부터 ‘예산 시정을 위한 대정부 투쟁’을 외친 것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여야 대표 회담에서 합의한 협의정신을 하루 만에 거스르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는 탓이다. 정부도 필요한 개혁 과제에 대해 여야 구분 없이 적극적인 설명과 협의·설득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 2일 국민의힘 한 대표와 민주당 이 대표의 국회 회담에선 8개 합의사항을 발표됐다. 발표문에 아주 눈길을 끌 만한 획기적인 내용은 없었지만 22대 국회 개원 이후 줄곧 이전투구만 벌였던 여야 관계를 생각하면 나름대로 의미 있는 결과물을 도출했다고 평가한다.

이날 여야는 민생 공통 공약을 함께 추진할 협의기구를 운영키로 했다. 여야 대표 회동 발표문에 포함된 ▲반도체 및 AI 산업, 국가 기강 전력망 확충을 위한 지원 방안 마련 ▲가계와 소상공인 부채 부담 완화가 포함됐다.

또, ▲육아휴직 확대를 위한 입법 지원 ▲가짜 영상 성범죄 대처 방안 수립 등은 비정치적 이슈였던 만큼 여야가 마음만 먹으면 신속히 합의안을 만들 수 있는 사안들이다.

11년 만에 열린 야야 대표 회동 합의문과 같이 민생 과제들을 시원히 해결하기를 기대한다. 두 대표는 회담 전 모두발언에서 ‘민생 우선’을 강조했다. 빈말이 아니라 진정으로 민생정치를 구현할 의지가 있다면, 두 대표는 여야 협의기구에 힘을 실어주고 정쟁에 휩쓸리지 않도록 특히 배려해야 할 것이다.

자본시장의 뜨거운 쟁점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문제는 이번에 합의를 보지 못하고 추후 검토 과제로 남겼다. 다만 이 대표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금투세를 일정 기간 대폭 완화해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해 보면 좋겠다”고 말한 만큼 향후 타결 가능성은 남아 있다.

또 의료 대란과 관련해 여야가 함께 국회 차원의 대책을 협의하기로 한 것도 사태 해결에 보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사 파업 초기부터 진작에 여야가 공동 보조를 취했다면 상황이 이 지경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두 대표가 지구당제 도입을 적극 협의키로 한 것은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다. 지구당 부활 도입의 경우 두 사람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정당정치 활성화’라는 명분이 있는 반면 구태 정치가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기 때문이다. 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정치권의 최대 현안인 ‘채 상병 특검법’과 가장 민생과 밀접한 것으로 평가되는 ‘전 국민 25만원 민생지원금’에 대해선 합의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한동훈·이재명 대표는 1차 회담의 성과를 기반으로 2차, 3차 회담을 계속 이어 나가야 한다.

22대 총선 후 4개월여가 지나서야 완성된 여야 새 지도체제가 협치 분위기를 이어갈 열쇠는 다름 아닌 ‘신뢰’다. 지난 4월,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회담에서 경험했듯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꺼낸 후 상호 불신만 키우고 돌아서는 빈손 회담이 또 연출된다면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보여주기 식 이벤트로 국민의 짜증만 키울 뿐이다.

이번 여름의 폭염과 고물가, 고금리에 지친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고 기업의 고용·투자 확대를 뒷받침할 대책 마련에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야 만남의 의미가 있다. 이번 여야 대표 회담이 비록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것이 마중물이 돼 민생 협치로 이어지길 바라는 것이 그것이다.

특히 민생정치 회복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추가적으로 협의를 이어간다면 의외의 결실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여야가 양보와 타협 정신을 통한 협치(協治)의 복원을 기대해 본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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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