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반복되는 ‘보선 피로감’ 책임론

깜냥 안 되는 그 나물에 그 밥

잦은 선거로 인한 ‘선거 피로’와 ‘과다 선거비용’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을 적절하게 해소하면서 대표의 충원과 대표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안은 매우 중요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최근 지방선거 실시 이후 보궐선거(이하 보선)가 급증하면서 선거비용의 문제와 낮은 투표율로 인한 대표성의 약화를 우려, 제도적 개선 방안을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높다.

선거로 선출된 자 등이 임기 중 사퇴, 사망, 실형 확정으로 인한 피선거권 상실 등으로 인해 그 직위를 잃어 공석 상태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궐위라고 한다. 보선은 궐위를 메우기 위해 치러진다.

선출직의 선거법 위반 및 금품수수로 인한 당선무효 등 개인의 비윤리적 행위와 선거법의 제도적 허점이 결합한 결과에 따른 재선거는 지방행정의 공백, 지방재정의 압박, 사회적 비용의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이처럼 기존 선출직의 낙마로 인한 보선은 혈세 낭비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

부정한 방법으로 선거를 치러 당선됐던 지자체단체장 보선으로 인한 행정 부재와 혈세 낭비는 오롯이 주민들의 몫이지만 주민의 소중한 혈세 수억원이 재선거 비용으로 낭비되는 데에도 그 누구도 사과나 반성은 찾아볼 수 없다.

주민들의 손으로 지역에 적합한 정책을 만들고 이를 통해 삶의 질을 개선했다는 점에서 지방자치의 장점은 차고 넘치지만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단체장의 추잡스러운 비리에 주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때로는 지방자치 무용론으로 비화하기도 한다.

관선 때와는 비할 바가 아니지만 그래도 단체장에 대해 주민들의 원성이 빗발친다. 그 이유는 단체장을 잘못 뽑은 탓이 컸다.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발전 방향을 제시해야 하지만 시야가 좁아 천편일률적인 행정을 펼쳤기 때문이다.

지방 의원은 다소 전문성이 떨어져도 할 수 있지만 단체장은 그럴 수가 없다. 최종 결재권자라서 전문성을 근거로 판단력이 앞서야 하지만 정책 판단 착오로 예산만 낭비한 사례가 생겨났다. 중앙정치 무대를 상대로 제대로 뛰지도 못하고 방안에서 퉁소만 불거나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임기를 채우다 보니 당연히 업적이라는 게 있을 수 없다.

선출직 낙마로 인한 혈세 낭비
원인자 비용부담 원칙 적용해야

무엇보다 단체장은 정치적 역량이 중요하다. 중앙 요로에 인맥이 얽혀 있어야 국가예산을 잘 확보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면이 많았다. 선거로 단체장이 됐어도 중앙에 인적 네트워크가 없어 헤매기 일쑤였다.

중앙부처에 아는 사람이 있어야 찾아가서 예산 설득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게 되지 않다 보니 겉돌았다. 시장·군수들이 중앙에 올라 다니면서 국가예산을 확보했다고 자랑삼아 너스레를 떨지만, 그 이면을 보면 웃지 못할 일도 많다. 실제로 일부 단체장의 국가예산 확보 작업은 엉터리다.

시장·군수들이 재선에만 관심을 두고 인기영합주의 선심 행정을 펴면서 불가피한 예산 낭비가 많아졌다. 멀쩡한 보도블록이나 교체하고 비싼 가로수나 조경수를 무계획적으로 심는 등 해마다 웃지 못할 풍경이 목도되기도 한다.

의회가 혈세 낭비를 감시해야 하지만 자신의 지역구 예산이 깎일까 무서워, 이른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공생관계만 더 굳어졌다. 지금의 시대정신이 혁신인 만큼 혁신의 아이콘을 단체장으로 선출해야 기초단체가 발전한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멀었다. 그 이유는 단체장이나 지방 의원 등 선출직 대표를 잘못 뽑아왔기 때문이다. 아직도 상당수가 전문성이 부족하고 개인 역량이 모자라는 사람들이 단체장을 맡고 있다.

지방자치가 부활하기 전에는 대선과 총선이 정계 진출의 유일한 통로였다. 전두환이 말했듯 “국회의원 하려면 논두렁 정기라도 타고나야 한다”는데 지방선거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선출직은 동냥 벼슬로 사람 마음을 훔쳐야 해서 전생에 큰 업보를 진 사람이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깜냥도 되지 않는 사람을 단체장으로 선출한 것은 패착이다. 특히나 호남지역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일변도로 인물이 선출되다 보니 진입장벽이 워낙 높아 역량 있는 인물이 경선서 진입 자체를 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였다.

또, 불법행위로 인해 치러지는 보선이 지역정치판의 쇄신을 도모해야 하지만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두 곳 영광과 곡성 기초단체장 후보 중 특히, 민주당 후보의 면면은 깜냥이 안 된다.

한 후보는 해당 지자체에 파이프 등 건설자재를 납품하다가 입방아에 올랐던 장사치다. 그런 인물이 정치가랍시고 민주당 공천을 받아 도의원까지 지내다 이번에는 군수 후보로 낙점됐다. 그야말로 소가 웃을 일이다.

나머지 한 후보는 도의원 한 번 했던 이력으로 인구 3만도 되지 않는 시골에서 수십년을 군수 선거 때만 되면 정치판에 기웃거리던 인사다. 이들을 보니 ‘풀뿌리 민주주의’의 민낯이 씁쓸하기만 하다.

그렇듯 선출직은 아무나 하는 자리가 아닌데 아직도 지방화시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자신의 출세와 영달을 위해 달리는 사람이 더 많아 보인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과 이웃의 어려움을 헤아리며 일하는 사람을 찾아야 할 텐데 ‘깜’도 안 되는 사람들의 말만 들어서야 모두 주민을 위한 선량인 것처럼 배려와 공감 등 수려한 언변으로 사거리에서 90도 인사와 함께 한 표 달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낯 두껍게 표심을 공략한다.

영광, 곡성의 이번 군수 보선은 깜냥도 안 되는 그 나물에 그 밥의 지역정치꾼들이 조그마한 시골 동네의 한 줌 권력을 놓고 이전투구를 벌이게 된 것이다.

여야, 승패 계산에만 몰두
개선 목소리 수면 아래로

이들이 혹시 이번 보선에 당선된다면 유권자들은 단체장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펴야 한다. 자기 돈 안 들이고 날마다 선거운동을 해서 얼마나 진정성 있게 시·군정을 펼쳤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반쪽짜리 군수들의 정치 수법은 편 가르기를 통해 다음 재선에만 신경 쓰고 쇼맨십이 강해 표 앞에 굽실거리고 진정성 없는 이벤트 정치로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앵무새 같은 사람일 게 틀림없을 것이다.

또, 이번 보선서 당선돼 청렴 군정 활동은 뒷전이고 사무관은 5000만원에서 7000만원한다는 군 단위 진급 인사나 자기 가족들 회사 먹여 살리려고 이권개입에 일삼을 소지가 충분해 보인다.

이렇듯 깜냥도 안 되는 군수 후보가 지역발전을 담보로 지역민의 행복을 그르치는 일은 절대 없도록 주민들 스스로 투표로서 견제하는 게 이번 보선의 핵심이다.

보선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선거비용과 행정력 낭비, 선거로 인한 국민 피로도가 크다는 지적은 늘 제기돼 왔다. 하지만 선거 국면에 접어들면 여야는 승패 계산에만 몰두한 나머지, 개선의 목소리는 늘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보선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입법 취지는 흐릿해지고 비용과 횟수를 줄이자며 발의된 법안도 각 정당의 공천 갈등 와중에 사라진다. 실제로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예비후보자들 간 공천을 두고 잡음이 들리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보선을 앞두고 꾸려진 공천관리위원회가 예비후보자들과 친분이 있는 인사들로 꾸려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혈세 낭비와 심각한 행정 공백을 낳고 있는 보선에 대한 개선책 마련도 심도 있게 논의돼야 한다.

특히 보선 원인을 제공한 당선자에게는 사회적으로 논의가 일고 있는 ‘원인자 부담 원칙’을 적용, 선거비용 등을 개인에게 부과하는 방안에 대해 현실적인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제도적 개선 방안은 보선 발생 시 그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에게 선거비용 일부를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국고, 혹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원인 제공자뿐 아니라 그를 추천한 정당에 귀책 사유를 물어 선거비용 일부를 부담시키거나 해당 보선에 소속 정당의 후보자를 추천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불법 선거를 저지르고도 “일단 당선되고 보자”는 무책임한 발상의 근원이 원인 제공자에 대한 책임 소재가 뒤따르지 않기 때문에 공직선거법 위반 등 불법행위가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당선자의 부정행위로 인해 치러지는 보선은 정치 불신과 무관심을 더욱 키워 대의민주주의 뿌리를 크게 훼손하고, 유권자의 투표 의욕을 떨어뜨리는 후유증을 낳기 마련이다. 이는 선거비용으로만 따질 수 없는 손실이기에 보선 빌미를 제공한 당사자의 원인자 부담의 원칙 입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선거는 ‘국민의 대표’ 선출 등 다양한 정치 사회적 기능을 수행한다. 최근에 선출직들의 일탈로 인한 보선으로 많은 국민의 정치적 피로감과 무관심의 증가로 인해 투표율이 감소하고 있다.

이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서는 기초단체장의 경우 중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차점자 당선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성이 있다.

가까운 일본은 선거일 이후 당선 승낙 기간 또는 3개월 이내에 사퇴, 사망이나 사직 등으로 결원이 발생했을 경우, 재보선 시행에 따른 유권자의 혼란, 선거 시행에 따른 번거로움, 선거비용 낭비 등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차점자 당선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선진국의 지방자치 운영을 참고하고 대의민주주의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과다한 선거비용’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에 대한 보선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한 국회의원들의 실질적인 입법 의지는 전무하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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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