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반복되는 ‘보선 피로감’ 책임론

깜냥 안 되는 그 나물에 그 밥

잦은 선거로 인한 ‘선거 피로’와 ‘과다 선거비용’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을 적절하게 해소하면서 대표의 충원과 대표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안은 매우 중요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최근 지방선거 실시 이후 보궐선거(이하 보선)가 급증하면서 선거비용의 문제와 낮은 투표율로 인한 대표성의 약화를 우려, 제도적 개선 방안을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높다.

선거로 선출된 자 등이 임기 중 사퇴, 사망, 실형 확정으로 인한 피선거권 상실 등으로 인해 그 직위를 잃어 공석 상태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궐위라고 한다. 보선은 궐위를 메우기 위해 치러진다.

선출직의 선거법 위반 및 금품수수로 인한 당선무효 등 개인의 비윤리적 행위와 선거법의 제도적 허점이 결합한 결과에 따른 재선거는 지방행정의 공백, 지방재정의 압박, 사회적 비용의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이처럼 기존 선출직의 낙마로 인한 보선은 혈세 낭비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

부정한 방법으로 선거를 치러 당선됐던 지자체단체장 보선으로 인한 행정 부재와 혈세 낭비는 오롯이 주민들의 몫이지만 주민의 소중한 혈세 수억원이 재선거 비용으로 낭비되는 데에도 그 누구도 사과나 반성은 찾아볼 수 없다.


주민들의 손으로 지역에 적합한 정책을 만들고 이를 통해 삶의 질을 개선했다는 점에서 지방자치의 장점은 차고 넘치지만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단체장의 추잡스러운 비리에 주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때로는 지방자치 무용론으로 비화하기도 한다.

관선 때와는 비할 바가 아니지만 그래도 단체장에 대해 주민들의 원성이 빗발친다. 그 이유는 단체장을 잘못 뽑은 탓이 컸다.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발전 방향을 제시해야 하지만 시야가 좁아 천편일률적인 행정을 펼쳤기 때문이다.

지방 의원은 다소 전문성이 떨어져도 할 수 있지만 단체장은 그럴 수가 없다. 최종 결재권자라서 전문성을 근거로 판단력이 앞서야 하지만 정책 판단 착오로 예산만 낭비한 사례가 생겨났다. 중앙정치 무대를 상대로 제대로 뛰지도 못하고 방안에서 퉁소만 불거나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임기를 채우다 보니 당연히 업적이라는 게 있을 수 없다.

선출직 낙마로 인한 혈세 낭비
원인자 비용부담 원칙 적용해야

무엇보다 단체장은 정치적 역량이 중요하다. 중앙 요로에 인맥이 얽혀 있어야 국가예산을 잘 확보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면이 많았다. 선거로 단체장이 됐어도 중앙에 인적 네트워크가 없어 헤매기 일쑤였다.

중앙부처에 아는 사람이 있어야 찾아가서 예산 설득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게 되지 않다 보니 겉돌았다. 시장·군수들이 중앙에 올라 다니면서 국가예산을 확보했다고 자랑삼아 너스레를 떨지만, 그 이면을 보면 웃지 못할 일도 많다. 실제로 일부 단체장의 국가예산 확보 작업은 엉터리다.

시장·군수들이 재선에만 관심을 두고 인기영합주의 선심 행정을 펴면서 불가피한 예산 낭비가 많아졌다. 멀쩡한 보도블록이나 교체하고 비싼 가로수나 조경수를 무계획적으로 심는 등 해마다 웃지 못할 풍경이 목도되기도 한다.


의회가 혈세 낭비를 감시해야 하지만 자신의 지역구 예산이 깎일까 무서워, 이른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공생관계만 더 굳어졌다. 지금의 시대정신이 혁신인 만큼 혁신의 아이콘을 단체장으로 선출해야 기초단체가 발전한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멀었다. 그 이유는 단체장이나 지방 의원 등 선출직 대표를 잘못 뽑아왔기 때문이다. 아직도 상당수가 전문성이 부족하고 개인 역량이 모자라는 사람들이 단체장을 맡고 있다.

지방자치가 부활하기 전에는 대선과 총선이 정계 진출의 유일한 통로였다. 전두환이 말했듯 “국회의원 하려면 논두렁 정기라도 타고나야 한다”는데 지방선거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선출직은 동냥 벼슬로 사람 마음을 훔쳐야 해서 전생에 큰 업보를 진 사람이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깜냥도 되지 않는 사람을 단체장으로 선출한 것은 패착이다. 특히나 호남지역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일변도로 인물이 선출되다 보니 진입장벽이 워낙 높아 역량 있는 인물이 경선서 진입 자체를 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였다.

또, 불법행위로 인해 치러지는 보선이 지역정치판의 쇄신을 도모해야 하지만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두 곳 영광과 곡성 기초단체장 후보 중 특히, 민주당 후보의 면면은 깜냥이 안 된다.

한 후보는 해당 지자체에 파이프 등 건설자재를 납품하다가 입방아에 올랐던 장사치다. 그런 인물이 정치가랍시고 민주당 공천을 받아 도의원까지 지내다 이번에는 군수 후보로 낙점됐다. 그야말로 소가 웃을 일이다.

나머지 한 후보는 도의원 한 번 했던 이력으로 인구 3만도 되지 않는 시골에서 수십년을 군수 선거 때만 되면 정치판에 기웃거리던 인사다. 이들을 보니 ‘풀뿌리 민주주의’의 민낯이 씁쓸하기만 하다.

그렇듯 선출직은 아무나 하는 자리가 아닌데 아직도 지방화시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자신의 출세와 영달을 위해 달리는 사람이 더 많아 보인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과 이웃의 어려움을 헤아리며 일하는 사람을 찾아야 할 텐데 ‘깜’도 안 되는 사람들의 말만 들어서야 모두 주민을 위한 선량인 것처럼 배려와 공감 등 수려한 언변으로 사거리에서 90도 인사와 함께 한 표 달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낯 두껍게 표심을 공략한다.

영광, 곡성의 이번 군수 보선은 깜냥도 안 되는 그 나물에 그 밥의 지역정치꾼들이 조그마한 시골 동네의 한 줌 권력을 놓고 이전투구를 벌이게 된 것이다.

여야, 승패 계산에만 몰두
개선 목소리 수면 아래로

이들이 혹시 이번 보선에 당선된다면 유권자들은 단체장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펴야 한다. 자기 돈 안 들이고 날마다 선거운동을 해서 얼마나 진정성 있게 시·군정을 펼쳤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반쪽짜리 군수들의 정치 수법은 편 가르기를 통해 다음 재선에만 신경 쓰고 쇼맨십이 강해 표 앞에 굽실거리고 진정성 없는 이벤트 정치로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앵무새 같은 사람일 게 틀림없을 것이다.

또, 이번 보선서 당선돼 청렴 군정 활동은 뒷전이고 사무관은 5000만원에서 7000만원한다는 군 단위 진급 인사나 자기 가족들 회사 먹여 살리려고 이권개입에 일삼을 소지가 충분해 보인다.

이렇듯 깜냥도 안 되는 군수 후보가 지역발전을 담보로 지역민의 행복을 그르치는 일은 절대 없도록 주민들 스스로 투표로서 견제하는 게 이번 보선의 핵심이다.

보선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선거비용과 행정력 낭비, 선거로 인한 국민 피로도가 크다는 지적은 늘 제기돼 왔다. 하지만 선거 국면에 접어들면 여야는 승패 계산에만 몰두한 나머지, 개선의 목소리는 늘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보선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입법 취지는 흐릿해지고 비용과 횟수를 줄이자며 발의된 법안도 각 정당의 공천 갈등 와중에 사라진다. 실제로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예비후보자들 간 공천을 두고 잡음이 들리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보선을 앞두고 꾸려진 공천관리위원회가 예비후보자들과 친분이 있는 인사들로 꾸려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혈세 낭비와 심각한 행정 공백을 낳고 있는 보선에 대한 개선책 마련도 심도 있게 논의돼야 한다.


특히 보선 원인을 제공한 당선자에게는 사회적으로 논의가 일고 있는 ‘원인자 부담 원칙’을 적용, 선거비용 등을 개인에게 부과하는 방안에 대해 현실적인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제도적 개선 방안은 보선 발생 시 그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에게 선거비용 일부를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국고, 혹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원인 제공자뿐 아니라 그를 추천한 정당에 귀책 사유를 물어 선거비용 일부를 부담시키거나 해당 보선에 소속 정당의 후보자를 추천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불법 선거를 저지르고도 “일단 당선되고 보자”는 무책임한 발상의 근원이 원인 제공자에 대한 책임 소재가 뒤따르지 않기 때문에 공직선거법 위반 등 불법행위가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당선자의 부정행위로 인해 치러지는 보선은 정치 불신과 무관심을 더욱 키워 대의민주주의 뿌리를 크게 훼손하고, 유권자의 투표 의욕을 떨어뜨리는 후유증을 낳기 마련이다. 이는 선거비용으로만 따질 수 없는 손실이기에 보선 빌미를 제공한 당사자의 원인자 부담의 원칙 입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선거는 ‘국민의 대표’ 선출 등 다양한 정치 사회적 기능을 수행한다. 최근에 선출직들의 일탈로 인한 보선으로 많은 국민의 정치적 피로감과 무관심의 증가로 인해 투표율이 감소하고 있다.

이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서는 기초단체장의 경우 중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차점자 당선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성이 있다.

가까운 일본은 선거일 이후 당선 승낙 기간 또는 3개월 이내에 사퇴, 사망이나 사직 등으로 결원이 발생했을 경우, 재보선 시행에 따른 유권자의 혼란, 선거 시행에 따른 번거로움, 선거비용 낭비 등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차점자 당선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선진국의 지방자치 운영을 참고하고 대의민주주의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과다한 선거비용’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에 대한 보선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한 국회의원들의 실질적인 입법 의지는 전무하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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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