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반복되는 ‘보선 피로감’ 책임론

깜냥 안 되는 그 나물에 그 밥

잦은 선거로 인한 ‘선거 피로’와 ‘과다 선거비용’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을 적절하게 해소하면서 대표의 충원과 대표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안은 매우 중요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최근 지방선거 실시 이후 보궐선거(이하 보선)가 급증하면서 선거비용의 문제와 낮은 투표율로 인한 대표성의 약화를 우려, 제도적 개선 방안을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높다.

선거로 선출된 자 등이 임기 중 사퇴, 사망, 실형 확정으로 인한 피선거권 상실 등으로 인해 그 직위를 잃어 공석 상태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궐위라고 한다. 보선은 궐위를 메우기 위해 치러진다.

선출직의 선거법 위반 및 금품수수로 인한 당선무효 등 개인의 비윤리적 행위와 선거법의 제도적 허점이 결합한 결과에 따른 재선거는 지방행정의 공백, 지방재정의 압박, 사회적 비용의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이처럼 기존 선출직의 낙마로 인한 보선은 혈세 낭비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

부정한 방법으로 선거를 치러 당선됐던 지자체단체장 보선으로 인한 행정 부재와 혈세 낭비는 오롯이 주민들의 몫이지만 주민의 소중한 혈세 수억원이 재선거 비용으로 낭비되는 데에도 그 누구도 사과나 반성은 찾아볼 수 없다.

주민들의 손으로 지역에 적합한 정책을 만들고 이를 통해 삶의 질을 개선했다는 점에서 지방자치의 장점은 차고 넘치지만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단체장의 추잡스러운 비리에 주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때로는 지방자치 무용론으로 비화하기도 한다.

관선 때와는 비할 바가 아니지만 그래도 단체장에 대해 주민들의 원성이 빗발친다. 그 이유는 단체장을 잘못 뽑은 탓이 컸다.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발전 방향을 제시해야 하지만 시야가 좁아 천편일률적인 행정을 펼쳤기 때문이다.

지방 의원은 다소 전문성이 떨어져도 할 수 있지만 단체장은 그럴 수가 없다. 최종 결재권자라서 전문성을 근거로 판단력이 앞서야 하지만 정책 판단 착오로 예산만 낭비한 사례가 생겨났다. 중앙정치 무대를 상대로 제대로 뛰지도 못하고 방안에서 퉁소만 불거나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임기를 채우다 보니 당연히 업적이라는 게 있을 수 없다.

선출직 낙마로 인한 혈세 낭비
원인자 비용부담 원칙 적용해야

무엇보다 단체장은 정치적 역량이 중요하다. 중앙 요로에 인맥이 얽혀 있어야 국가예산을 잘 확보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면이 많았다. 선거로 단체장이 됐어도 중앙에 인적 네트워크가 없어 헤매기 일쑤였다.

중앙부처에 아는 사람이 있어야 찾아가서 예산 설득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게 되지 않다 보니 겉돌았다. 시장·군수들이 중앙에 올라 다니면서 국가예산을 확보했다고 자랑삼아 너스레를 떨지만, 그 이면을 보면 웃지 못할 일도 많다. 실제로 일부 단체장의 국가예산 확보 작업은 엉터리다.

시장·군수들이 재선에만 관심을 두고 인기영합주의 선심 행정을 펴면서 불가피한 예산 낭비가 많아졌다. 멀쩡한 보도블록이나 교체하고 비싼 가로수나 조경수를 무계획적으로 심는 등 해마다 웃지 못할 풍경이 목도되기도 한다.

의회가 혈세 낭비를 감시해야 하지만 자신의 지역구 예산이 깎일까 무서워, 이른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공생관계만 더 굳어졌다. 지금의 시대정신이 혁신인 만큼 혁신의 아이콘을 단체장으로 선출해야 기초단체가 발전한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멀었다. 그 이유는 단체장이나 지방 의원 등 선출직 대표를 잘못 뽑아왔기 때문이다. 아직도 상당수가 전문성이 부족하고 개인 역량이 모자라는 사람들이 단체장을 맡고 있다.

지방자치가 부활하기 전에는 대선과 총선이 정계 진출의 유일한 통로였다. 전두환이 말했듯 “국회의원 하려면 논두렁 정기라도 타고나야 한다”는데 지방선거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선출직은 동냥 벼슬로 사람 마음을 훔쳐야 해서 전생에 큰 업보를 진 사람이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깜냥도 되지 않는 사람을 단체장으로 선출한 것은 패착이다. 특히나 호남지역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일변도로 인물이 선출되다 보니 진입장벽이 워낙 높아 역량 있는 인물이 경선서 진입 자체를 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였다.

또, 불법행위로 인해 치러지는 보선이 지역정치판의 쇄신을 도모해야 하지만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두 곳 영광과 곡성 기초단체장 후보 중 특히, 민주당 후보의 면면은 깜냥이 안 된다.

한 후보는 해당 지자체에 파이프 등 건설자재를 납품하다가 입방아에 올랐던 장사치다. 그런 인물이 정치가랍시고 민주당 공천을 받아 도의원까지 지내다 이번에는 군수 후보로 낙점됐다. 그야말로 소가 웃을 일이다.

나머지 한 후보는 도의원 한 번 했던 이력으로 인구 3만도 되지 않는 시골에서 수십년을 군수 선거 때만 되면 정치판에 기웃거리던 인사다. 이들을 보니 ‘풀뿌리 민주주의’의 민낯이 씁쓸하기만 하다.

그렇듯 선출직은 아무나 하는 자리가 아닌데 아직도 지방화시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자신의 출세와 영달을 위해 달리는 사람이 더 많아 보인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과 이웃의 어려움을 헤아리며 일하는 사람을 찾아야 할 텐데 ‘깜’도 안 되는 사람들의 말만 들어서야 모두 주민을 위한 선량인 것처럼 배려와 공감 등 수려한 언변으로 사거리에서 90도 인사와 함께 한 표 달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낯 두껍게 표심을 공략한다.

영광, 곡성의 이번 군수 보선은 깜냥도 안 되는 그 나물에 그 밥의 지역정치꾼들이 조그마한 시골 동네의 한 줌 권력을 놓고 이전투구를 벌이게 된 것이다.

여야, 승패 계산에만 몰두
개선 목소리 수면 아래로

이들이 혹시 이번 보선에 당선된다면 유권자들은 단체장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펴야 한다. 자기 돈 안 들이고 날마다 선거운동을 해서 얼마나 진정성 있게 시·군정을 펼쳤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반쪽짜리 군수들의 정치 수법은 편 가르기를 통해 다음 재선에만 신경 쓰고 쇼맨십이 강해 표 앞에 굽실거리고 진정성 없는 이벤트 정치로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앵무새 같은 사람일 게 틀림없을 것이다.

또, 이번 보선서 당선돼 청렴 군정 활동은 뒷전이고 사무관은 5000만원에서 7000만원한다는 군 단위 진급 인사나 자기 가족들 회사 먹여 살리려고 이권개입에 일삼을 소지가 충분해 보인다.

이렇듯 깜냥도 안 되는 군수 후보가 지역발전을 담보로 지역민의 행복을 그르치는 일은 절대 없도록 주민들 스스로 투표로서 견제하는 게 이번 보선의 핵심이다.

보선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선거비용과 행정력 낭비, 선거로 인한 국민 피로도가 크다는 지적은 늘 제기돼 왔다. 하지만 선거 국면에 접어들면 여야는 승패 계산에만 몰두한 나머지, 개선의 목소리는 늘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보선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입법 취지는 흐릿해지고 비용과 횟수를 줄이자며 발의된 법안도 각 정당의 공천 갈등 와중에 사라진다. 실제로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예비후보자들 간 공천을 두고 잡음이 들리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보선을 앞두고 꾸려진 공천관리위원회가 예비후보자들과 친분이 있는 인사들로 꾸려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혈세 낭비와 심각한 행정 공백을 낳고 있는 보선에 대한 개선책 마련도 심도 있게 논의돼야 한다.

특히 보선 원인을 제공한 당선자에게는 사회적으로 논의가 일고 있는 ‘원인자 부담 원칙’을 적용, 선거비용 등을 개인에게 부과하는 방안에 대해 현실적인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제도적 개선 방안은 보선 발생 시 그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에게 선거비용 일부를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국고, 혹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원인 제공자뿐 아니라 그를 추천한 정당에 귀책 사유를 물어 선거비용 일부를 부담시키거나 해당 보선에 소속 정당의 후보자를 추천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불법 선거를 저지르고도 “일단 당선되고 보자”는 무책임한 발상의 근원이 원인 제공자에 대한 책임 소재가 뒤따르지 않기 때문에 공직선거법 위반 등 불법행위가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당선자의 부정행위로 인해 치러지는 보선은 정치 불신과 무관심을 더욱 키워 대의민주주의 뿌리를 크게 훼손하고, 유권자의 투표 의욕을 떨어뜨리는 후유증을 낳기 마련이다. 이는 선거비용으로만 따질 수 없는 손실이기에 보선 빌미를 제공한 당사자의 원인자 부담의 원칙 입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선거는 ‘국민의 대표’ 선출 등 다양한 정치 사회적 기능을 수행한다. 최근에 선출직들의 일탈로 인한 보선으로 많은 국민의 정치적 피로감과 무관심의 증가로 인해 투표율이 감소하고 있다.

이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서는 기초단체장의 경우 중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차점자 당선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성이 있다.

가까운 일본은 선거일 이후 당선 승낙 기간 또는 3개월 이내에 사퇴, 사망이나 사직 등으로 결원이 발생했을 경우, 재보선 시행에 따른 유권자의 혼란, 선거 시행에 따른 번거로움, 선거비용 낭비 등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차점자 당선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선진국의 지방자치 운영을 참고하고 대의민주주의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과다한 선거비용’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에 대한 보선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한 국회의원들의 실질적인 입법 의지는 전무하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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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