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윤석열정부의 깜냥 인사

윤석열정부 들어 장관급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지난 7월,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후 지난 26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파행으로 끝난 가운데 김 후보자에 대해 ‘윤석열정권 최악의 구제 불능 인사’로 규정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그의 자진 사퇴와 윤석열 대통령의 지명 취소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 후보자는 고용노동부 장관 인사청문회서 “일제강점기 선조들의 국적은 일본”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윤석열정권 들어 최악의 인사 참사, 최악의 구제 불능 반국가 인사를 뽑자면 김 후보자가 꼽힐 것”이라며 비판했다.

나아가 김문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대해 “경악스럽고 분노가 치밀 수밖에 없는 장면의 연속”이라며 “현재까지 계속되는 김 후보자의 반민주주의, 반국민, 반국가, 극우 친일 뉴라이트 본색에 극한 망언들”이라고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렇듯 과연 김 후보자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서 최적화된 인물인지 살펴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나선 김문수의 과거 발언들은 사회적으로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김문수의 과거 발언 중에는 고전 소설 <춘향전>에 대해 “변사또가 춘향이 따먹으려는 이야기”라며 성희롱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2018년 5월31일 서울시장 선거 유세 자리에서는 ‘세월호 참사’ 추모를 두고 죽음의 굿판이라고 발언해 유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기도 했다. 그보다 더했던 논란은 앞서 2011년, 경기도지사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119 갑질의 대명사로 불리는 “도지삽니다”라는 어록도 유명하다.

그해 12월19일, 김문수는 병문안 차원서 남양주시의 한 요양병원을 찾아 119에 전화를 걸면서 촌극이 벌어졌다. 사건 명칭이 아닌 “도지삽니다”인 이유는, 당시 이 사건을 그가 소방관에게 전화하는 태도가 갑질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고, 그 상징성 발언이 바로 “도지삽니다”였기 때문이다.

해당 논란 이후 김문수는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 개선을 요구했고, 소방본부는 소방관들의 징계성 인사를 조치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 사실이 알려지자, 김문수에 대한 여론이 크게 악화됐다.

상황 수습을 위해 김문수는 격려 차원에서 남양주소방서를 직접 방문했으며, 소방본부에 전보 조처를 철회하라고 지시하면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당시 지자체장 중에서 가장 성과가 우수했고 일을 열심히 해 온 것으로 유명했던 김문수의 정치생명을 한방에 끝장내 버린 사건으로서 반대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자주 회자되는 사안으로 남아 있다.


장난 전화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상황인데도 자신의 권위만 내세우고 본인의 잘못임에도 소방관 잘못이라는 모습, 지극히 적반하장의 자존심 때문에 징계 내리는 패악질에 국민들의 눈에는 좋게 보일 리가 없었다. 전화상으로 신분을 알 수 없어 장난 전화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이것이 소방관의 잘못이면 아무나 119에 전화해 ‘나 도지사인데 관등성명 대라’고 하면 다 관등성명을 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사회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었다. 애초에 112, 119 등 긴급 전화는 1분, 1초에 생명의 경각이 달려 있는 만큼 이 같은 행동은 상식을 뛰어넘는 일이었다.

김문수는 정치에 입문해 철새 정치인의 행보를 이어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12년 새누리당 대통령후보 경선 때 “박근혜는 불통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거세게 비판했다.

5·16 쿠데타에 대한 박근혜의 애매모호한 태도도 딴지를 걸었는데, 이때쯤 만난 김영삼 전 대통령(YS)과의 담화에서 당시 YS가 “박근혜는 칠푼이”라는 예언에 가까운 명언을 남겼다. 실제로 김문수의 정치 입문에는 YS의 도움이 컸다.

하지만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당권이 친박(친 박근혜) 세력에 넘어가자, 태도가 다소 바뀌어 지난 2014년 12월2일 서강대 강연에선 이전과는 대조적인 발언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됐다.

그는 강연서 “박 대통령이 여러분 동문 아니냐. 박정희의 딸이라고 동문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나 같으면 당연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창피하냐?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으며 이후로도 친박을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환심을 사려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그랬던 그가 1년 후인 2015년 10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우리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그리고 대한민국도 박근혜 대통령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은 아베를 중심으로, 중국은 시진핑을 중심으로, 심지어는 북한 같은 경우도 김정은을 중심으로 뭉쳐야 그 나라가 살아 나간다”고 말했다.

국가와 국민이 단결해 어려움을 이겨내자는 의도였겠지만 일부에서 ‘전체주의를 옹호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뿐만 아니다. 김문수는 2016년 20대 총선서 수성구갑에 출마했는데, 경쟁자였던 더불어민주당의 김부겸 후보에게 여론 조사상 계속 지는 결과가 나오자, 운동권 시절에 자신을 괴롭혔던 당사자인 전두환이 참가한 동창 체육대회까지 가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함께 사진을 찍는 돌발적 장면을 연출했다.

이 타이밍이 어찌나 뜬금없었는지 그 전두환마저도 제법 당황스러운 눈치를 보였을 정도였다.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에서 비롯된 행보였겠으나, 문제는 실패할 것이 너무 뻔해서 웬만한 사람들에게도 비호감으로 보일 잘못된 행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모 지역 신문에선 존경하는 대통령을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지율이 계속 오르지 않고 오히려 떨어지자, 선거를 며칠 앞두고선 급했는지 석고대죄하면서 “부디 박근혜 대통령을 지켜주십시오”라고 친박 지지층을 노린 퍼포먼스까지 선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당연히 진보 진영에서는 ‘운동권 거물’로 손꼽히던 인물이 자기 한 몸 살겠다고 진영 전향도 모자라 아예 뒤통수를 쳤다면서 냉소하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그나마 전향해서 잘나가기라도 했으면 모를까, 더 비참한 것은 친박에서도 김문수는 진짜로 버리는 카드였던지 그의 캠프서 선거 기간 동안 지원 유세를 요청했는데 무시당했다는 비극적인 소식이 들리기도 했다.

제일 뼈아팠던 건 “대통령 지켜달라기에 주민들은 안 지키실 거 같아서 김부겸 후보한테 투표했습니다”라는 일부 지역민들의 목소리였다. 그야말로 참담한 결과였다.

2016년 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직후엔 박근혜 탄핵에 대해 비박(비 박근혜)계 의원들이 논의하는 자리인 비상시국위원회에 참가했다.

그런데 당시의 김문수는 엄청난 격차로 총선서 참패하는 바람에 지자체장도, 국회의원도 아닌 보통 야인 정치인이었고, 당내서도 기반을 크게 상실해 사실상 정치생명의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던 시절이었던 터라 ‘왜 저 김문수가 저기 있어?’라며 의아해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이후 비상시국위원회 구성원 대부분이 바른정당으로 빠져나가는 와중에도 자유한국당에 잔류했는데, 2017년 새해가 되자 자신의 신념과 양심을 이유로 오히려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하는 등 상반된 행동을 보였다.

물론 비상시국위원 중 나경원·심재철·권영진·김기현·김현아 의원처럼 탄핵에 찬성하면서 자유한국당에 잔류했거나, 장제원·권성동 의원 및 김성태 전 의원 등 다시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한 예도 있었지만, 이들은 최소한 탄핵 문제에 있어선 태도를 뒤집지 않았다.


어지러운 세상에서는 ‘깜냥이 안 되는’ 인사들이 판을 치게 마련이다. 지식과 경험이 짧고 오만과 편견으로 가득 찬 이들은 목소리도 높아진다. 스스로 증명하지도 못하고 상대방의 논리적 비판에 조금의 대응 논리도 제시하지 못하는 정책을 꿋꿋이 밀고 나가는 것을 소신으로 여기기도 한다.

이는 지식과 경험의 결핍, 이를 감추려는 얄팍한 자존심과 부도덕함이 복잡하게 얽힌 무지와 오만의 산물이다.

적어도 장관 후보자라면 지식과 경험, 도덕성, 인간 이성의 한계에 대한 성찰 등은 기본이다. 즉 국무위원 깜냥이 되기 위해서는 사물에 대한 관찰과 사고의 반복 과정에서 얻어지는 지식과 경험을 축적해야 함은 물론, 인간애라는 도덕성, 인간이라는 존재의 무지를 깨닫는 겸손을 두루 갖춰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 후보자가 그에 걸맞은 깜냥인지를 숙고해야 하고 사려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인사는 만사다. 인사가 원만하게 이뤄져 사람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된다면 사회는 융성해지고 인사를 둘러싼 잡음도 없을 것이다.

흔히 ‘깜’은 흔히 ‘깜냥’이라고도 표현하며 어떤 직책이든지 그에 걸맞은 자격이나 조건을 갖춘 사람이 맡아야 온당하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김문수가 온당한 인사인지 윤정부의 깜냥 인사를 기대해 본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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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