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없는 문재인정부 '탄소중립' 고집, 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3.29 10:21:48
  • 호수 13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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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대만 세우고 제자리 뱅뱅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지구의 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하면, 폭염·한파 등의 자연재해가 발생한다. 한국은 최근 30년 사이에 평균 온도가 1.4도 상승하며 온난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부터 ‘2050 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한국의 탄소중립 계획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2050 탄소중립’의 중요성과 이를 수행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강조하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을 의결했다.

시작은 
의욕적

탄소중립이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더 이상 증가되지 않도록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것이다.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은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위기 적응대책을 강화해 탄소중립 사회로 바뀌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에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환경적·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녹색기술과 녹색산업의 육성·촉진·활성화로 경제와 환경의 조화로운 발전을 돕는다.

이날 문 대통령은 “2050 탄소중립이 인류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국제적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되는 국가적 과제”라며 “다른 선진국에 비해 늦게 시작한 발걸음이지만 2050 탄소중립 선언 이후 매우 빠른 속도다. 지난해 P4G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최대한 의욕적이며 도전적으로 발표했다”고 언급했다.


특히 “세계에서 14번째로 탄소중립을 법제화한 국가가 됐으며, 오늘 시행령 의결로 본격 실천 단계에 이르렀다”며 “이제 탄소중립 사회 전환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이 완비된 만큼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역 단위까지 탄소중립 이행체계가 촘촘히 구축되길 기대한다. 정부는 기업들이 무거운 부담을 떠안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지원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탄소중립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탄소중립 계획은 2020년 10월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처음 발표됐고, 그해 11월3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세계적 흐름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한 바 있다.

온난화 해결 위해 ‘2050 탄소중립’ 계획 발표
세계 14번째 법제화…실효성 없는 방침 도마

이후 11월22일에는 G20 정상회의에서 ‘2050 탄소중립’에 대한 한국의 의지를 밝혔다. 12월7일에는 ‘제2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개최해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확정·발표했고, 8일 후인 15일 국무회의에서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과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정부안이 확정됐다.

이처럼 문정부는 탄소중립 국가로 향하기 위해 범국가적 실천을 해왔다. 

탄소중립에는 대표적으로 무공해 차(수소·전기차) 보급 확대와 일체형 태양광(BIPV)이 있다. 환경부는 2025년까지 무공해 차 133만대 보급을 위해 2022년에는 수소차 2만8000대, 전기차 20만7000대를 보급한다.


무공해 차 충전 기반시설(인프라)도 대폭 확충해 주유소만큼 편리한 충전환경을 조성한다. 이 밖에도 환경부는 건물 일체형 태양광을 설치해 태양광 사업 활성화를 위한 시험장(테스트베드)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환경부의 이 같은 방침은 예전부터 실효성 없는 것으로 지적돼온 상황이다. 제주도는 ‘탄소배출 없는 섬(CFI·Carbon FRee Island)’ 정책을 2013년에 선언하며, 제주도가 도민을 대상으로 전기차를 보급했다.

당시만 해도 전기차 보조금이 2300만원에 달해 2100만원이면 전기차를 살 수 있었다. 700만원 상당의 가정용 충전기 설치비도 지원됐고, 2019년 초까지 제주도가 운영하는 공영충전기 요금은 무료였다. 또 오는 2030년까지 전체 등록 자동차의 75%를 전기차로 대체하는 목표를 세웠다. 

‘탄소배출 없는 제주’는 전기차 160대를 보급하는 것으로 시작해 해마다 보급량을 늘려나갔다. 제주도의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 2만5381대로, 전체 차량 대비 전기차 비중은 6.3%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그만큼 내연차도 함께 늘어 탄소중립에는 큰 효과가 없었다.

세계 흐름
적극 동참

그렇다면 제주도 전기차 보급이 탄소중립에 도움을 주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했던 2014년에 비하면 현재 전기차 보조금은 절반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제주도는 전기차 보조금으로 국비 800만원과 도비 450만원인 1250만원을 지급한다. 최근 인기 있는 전기차를 사기 위해서는 4000만원 이상 자부담이 필요한 실정으로, 제주도 시민들은 전기차를 사는 데 큰 부담이 된다.

또 제주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도심을 벗어나면 농어촌이 대부분이어서 자동차 없이 이동하기 힘들다. 인구 유입도 늘고 있고 1인당 차량 보유 대수도 0.595대로 전국 평균 0.481를 넘어선다.

가구당 차량 보유 대수는 1.310대다. 2017년 버스 우선차로 신설과 준공영제 시행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실시했지만, 수송 분담률 개선에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관광산업이 주요산업인 영향도 있다. 제주도의 관광산업은 렌터카 위주로 돌아간다. 제주도 렌터카는 지난해 2만9800여대로, 10년 만에 2배로 늘었다.

제주도는 빠르게 늘어나는 렌터카의 수요관리를 위한 렌터카 총량제를 추진했으나 업계와의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정책의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온실가스가 줄어들 수 없는 구조다.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은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제주특별자치도 기후변화 대응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제주도는 탄소중립 대응계획을 다시 작성하라”고 촉구했다.


시민단체는 제주도가 행하고 있는 탄소중립은 기술낙관주의고, 제주도의 탄소중립 대응계획은 기후위기를 진정한 위기로 인식하는지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주먹구구
지지부진

이들 단체는 “1월에 있는 공청회에서 실제 비행기와 자동차의 연료를 전기와 수소로 바꾸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것처럼 설명됐고, 제2공항 등의 대규모 개발계획은 그대로 용인하면서 보전지역을 확대해 탄소 흡수를 늘리겠다는 엉뚱한 말을 늘어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생산을 어떻게 줄일지에 대한 내용은 없고 그저 태양광과 풍력만 늘리면 해결된다는 무책임한 계획이다. 더 큰 문제는 지역에서 제기돼온 여러 가지 논의가 이번 계획에는 전혀 반영돼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탄소중립의 해결책으로 제시된 태양광에도 문제점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우선 급격히 늘어난 태양광 시설이 전혀 관리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런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은 채 설치에만 급급했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탄소중립을 위한 수치인 ‘재생에너지 보급량’은 이미 초과 달성했다. 연간 보급량의 대부분은 태양광이 차지했다.


지난해 국내에 깔린 태양광 설비 규모는 4.4GW로, 전체 보급량의 91.7%에 해당한다. 풍력발전 보급은 0.1GW에 불과하다. 2017년에 비하면 2.4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그렇다고 태양광이 친환경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기존 발전 방식에 비하면 친환경적이나 단점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우선 태양광은 실외에 설치해 태양을 마주 보게 해야 하는 분산형 시설이다. 눈·비·강풍·산사태 등 자연현상과 동물의 공격에도 항상 노출돼있어 언제든지 고장 날 수 있는 환경이다.

수소·전기차, 태양광…
단기간 성과에 급급 지적

여기에다 태양광 발전 모듈은 15~20년이면 수명이 끝나고 해당 모듈을 만드는 데 재료로 구리·규소·납·비소 등과 각종 플라스틱이 사용된다. 문제는 납과 비소가 발암 물질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태양광에 대한 문제점에 관한 대책도 마련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부터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한국 태양광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폐모듈은 2023년 988톤에서 2033년 2만8153톤으로 10년새 28.5배 급증할 전망이다.

이에 반면 산업부나 폐기물을 담당하는 환경부 모두 현재 태양광 관련 쓰레기가 얼마나 배출되는지, 앞으로 추세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전라북도 군산시 새만금 수상태양광 발전시설은 수상태양광 실증시설이 새똥으로 하얗게 뒤덮이면서 적잖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패널의 새똥은 빗물에 의해 자연 세척되지 않고, 강한 산성 물질은 표층을 부식시키기 때문에 별도로 청소가 필요하다.

당시 해결 방안으로 ▲초음파와 경광등과 같은 조류 기피시설 설치 ▲태양광 모듈의 적정 기울기 ▲조류 대체 서식지 조성 ▲드론을 이용한 피해 모니터링 ▲모듈 세척 등이 제시됐다.

이런 해결방안을 받아들여 전라북도 군산시 수상태양광 발전시설에는 ‘조류 기피시설’이 설치됐지만, 친환경을 내세운 태양광전을 추진하면서 새가 쉬는 것을 방해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새똥만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지난달에는 새만금 수상태양광 패널에 소금 결정이 달라붙어 있었고, 부식된 흔적이 나타났다. 새만금호는 하루 두 번 수문을 열어 호수물이 바닷물과 뒤섞인다. 이때 염분이 다량 함유된 물이 매일 패널을 적시고 있는 것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이자 바다와 인접한 새만금이 애초 수상태양광 입지로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었고, 정부가 용량 늘리기에만 급급해서 만든 사태라는 의견이 많았다.

잘못된
통계자료

이런 와중에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 실적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전기안전공사가 집계한 지난해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3761MW로 정부 발표와 1000MW 이상 차이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난 22일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은 “정부는 목표치보다 많은 재생에너지를 보급했다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실상은 거짓 통계자료로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이 의도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며 “탄소중립을 위한 무리한 에너지 전환 정책보다는 국내 여건을 고려해 장기계획을 수립하는 등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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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입에 삼키기엔 너무 컸던 걸까?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이브와의 전쟁서 이겼지만 ‘상처뿐인 승리’가 된 모양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공룡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과 몇 년 만에 국민 기업서 밉상 기업으로 전락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메신저가 될 때까지만 해도 카카오의 미래는 밝았다.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배경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초기에도 부정적인 여론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민 기업 밉상 기업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2~3월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 과정서 일어난 일이 사법 리스크로 되돌아오는 모양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결말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서 과도한 비용을 사용해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올릴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가 지난해 2월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난해 2월16~17일, 27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같은 달 28일 카카오가 뒤이어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를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SM 지분 매수 과정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으며 지분 매수는 정상적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카카오 내부는 당혹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한 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판사가 배정된 점 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이브와 크게 벌인 ‘쩐의 전쟁’ 경영권 차지했지만 사법리스크↑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20시간의 밤샘 조사에서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이후 8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해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 임직원 간 메시지를 비롯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관계자의 통화 녹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인수전은 혈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했다. SM은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예기획사로 H.O.T,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EXO, NCT, 에스파, 라이즈 등의 유명 보이·걸그룹을 배출한 ‘아이돌 명가’로 알려져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은 K팝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SM 인수전의 시작은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설서 시작됐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설립자로 SM 소속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 사이에서는 ‘수만 아버지’로 불리는 등 일종의 개척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당시 카카오, 네이버 등이 매수자로 언급되곤 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SM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전 프로듀서 소유의 라이크기획이 SM과의 내부거래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SM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내부 갈등이 촉발됐다. 급히 먹다 탈 났나? 이 과정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SM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 전 프로듀서 측과 완벽한 대립각을 세운 현 SM 경영진은 ‘SM 3.0’을 발표하고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제로 전환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SM 경영진이 지난해 2월7일 카카오가 신주와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찾은 동앗줄은 하이브였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공시 다음 날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기했다. 그리고 2월9일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8% 중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해 지분을 추가로 25%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SM 인수전이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결로 압축됐다. SM 인수전은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했다. 법원이 이 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가 공개매수가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자 카카오가 반격하는 식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3월7일부터 SM의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 약 833만주에 달하는 주식으로 총 1조2500억원이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SM 인수전은 하이브가 카카오가 시작한 ‘쩐의 전쟁’서 한발 물러나면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쇄신 노력 ‘물거품’ 이후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SM 인수전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3월12일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고자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또 다른 공룡 기업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SM을 인수하기 위해 벌인 ‘쩐의 전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하이브는 당시 SM 인수전서 발을 뺀 뒤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SM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넘어 한때 13만원까지 급등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시세를 조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와 카카오법인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 11월에는 김범수 당시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홍은택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이사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등 카카오 수사에 열을 올렸다. 시세조종 의혹 창업자에 칼끝 댔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잃을 수도 카카오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금감원이 카카오 경영진과 함께 카카오법인까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뱅크를 잃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이때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SM 인수전 과정서 제기된 시세조종 의혹으로 카카오는 창업자 구속 가능성과 알짜배기 기업을 놓칠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의 쇄신 노력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새 대표이사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전 대표를 선임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대표도 바꿨다. 계열사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독립기구인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쇄신작업은 물론 기업 전체 동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그룹 덩치를 줄이기 위해 알짜배기만 남겨두고 일부 자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어렵게 인수한 SM 역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은 핵심 자산으로 분류된다. 몸집 줄여 해결될까?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SM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문어발식 기업 인수, 계열사 확장 과정서의 잡음으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카카오의 운명이 연이은 사법 리스크에 잠식되는 모양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