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나는 '4대강' 돌고 도는 운명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5.02 11:12:09
  • 호수 13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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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열어놨더니 도로 닫는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2010년 5월31일은 조계종 문수 스님이 세상을 떠난 날이다. 문수 스님은 “MB(이명박)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 폐기하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분신해 목숨을 끊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났다. 문재인정부는 ‘4대강 재자연화 사업’을 시작했고, 4대강은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후보자 시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민주당은 MB의 4대강 보 사업을 폄훼하고 부쉈다”며 4대강 사업 계승 의지를 밝혔다.

한국에는 크고 작은 강이 많다. 한국의 강만 그려놓은 지도는 사람의 실핏줄 모습처럼 보인다. 강의 역할도 이와 같다. 강은 ▲잔디 ▲도로 ▲하수 처리장 ▲정화 시스템 ▲농업 등에 물을 공급해 오염된 물질을 제거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2011년부터 부작용
2013년 초에 완료

강이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막아버린 사업이 있다. 바로 이명박정부 시기였던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이뤄진 ‘4대강 정비 사업’으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고도 불렀다. 이 사업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유역을 정비하는 사업으로 이명박정부의 주요 국정 사업이었다.

이 사업의 목적은 ▲수해 예방 ▲수자원 확보 ▲수질개선 ▲수변 복합공간 조성 ▲지역 발전을 목표로 했다.

한국은 여름철 집중호우로 강 주변이 범람해 홍수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고, 비가 오지 않으면 가물기 때문에 지속적인 수자원을 얻는 게 불가능했다.


특히 이상기후로 인해 극단적인 홍수와 가뭄의 위험성이 높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12월 ‘4대강 정비 사업’을 추진했다.

4대강 사업의 총사업비는 22조원이다. 계획은 4대강 외에도 섬진강 및 지류에 보 16개와 댐 5개, 저수지 96개를 만들어 4년 만에 공사를 마무리하겠다고 설계됐다.

당시 야당과 시민단체 및 종교단체는 예산 낭비·부실 공사·환경 오염 등을 우려해 대대적으로 반대했지만, 2009년 2월 사업은 추진됐고 2013년 초에 완료됐다.

4대강 사업이 진행될 때는 “왜가리나 모래무지에게도 4대강 사업 투표권을 줘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환경 문제가 심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였다.

당시 전문가들은 홍수나 가뭄 등의 자연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은 사업이 진행되는 내내 지적됐고, 비슷한 예로 청계천을 제시하며 4대강 사업을 멈춰야 한다는 주장이 멈추지 않았다.

22조 혈세 먹은 국책사업
윤, 보 재개 등 계승 의지

2010년까지만 해도 언론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장단점을 분석하거나, 우려가 섞인 전문가들의 인터뷰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사업이 진행된지 3년째인 2011년부터는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이 속속들이 보도됐다.


충남 공주시 계룡저수지는 원래 수질이 맑은 곳이었으나 4대강 사업 이후로 변했다. 물줄기에는 녹조가 뒤덮였고, 물이 고여있어서 그런지 저수지는 새까맣게 변해 악취가 진동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전국에 있는 강 녹조가 심화됐다. 특히 수질은 악화됐고, 농지는 물에 잠겼다. 낙동강에 건설한 거의 모든 보는 물이 샜다. 강변의 모래와 자갈이 콘크리트로 대체되면서 물에 사는 동식물과 미생물이 죽어서 자가정화 작용도 할 수 없었다.

이명박정부는 4대강 사업 덕분에 장마나 홍수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기존에도 이 지역은 홍수가 잘 나지 않는 지역이었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정부에서 두 차례, 박근혜·문재인정부에서 한 차례씩 네 차례 감사를 할 정도로 문제가 있는 국책사업이다.

감사 결과는 ▲문제 없음 ▲공사 담합 ▲수질 평가에 외압 등 정권에 따라 바뀌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문재인정부는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펼쳤고, 같은 맥락으로 환경부는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을 꾸렸다.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은 2017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4대강의 보 개방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금강·영산강의 보 개방 후에는 ▲유해 남조류 ▲저층 빈산소 ▲퇴적물 ▲생태계 건강성 등의 물 환경지표가 개선된 경향을 보였다.

수질 악화
악취 진동

또한 모래톱, 수변공간 등 생물서식처가 다양하게 형성돼, 여러 멸종위기종이 지속해서 관측됐다. 3년 반 동안 보를 개방한 결과 강의 자연성이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가장 큰 효과는 보 개방 이후 녹조현상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특히 완전히 개방한 금강 보 구간에서는 지난해 기준으로 녹조가 최대 85% 줄어들었다.

또 강물 체류 시간은 전체적으로 감소했고 유속은 증가하는 등 물 흐름이 개선됐다. 금강의 체류 시간은 최대 88% 줄었으며, 영산강의 유속은 최대 813% 증가했다. 이런 구간에는 녹조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지난 3월1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2월 26~27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4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 현안 27차 정기 여론조사’에서는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이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문재인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이 유지돼야 한다’는 응답은 50.9%,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이 재추진돼야 한다’는 29.5%로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9.5%로 집계됐다.

대중들도 문재인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양상이다. 그러나 문재인정부는 오는 9일로 막을 내린다.

즉 4대강 사업에 관한 정책도 곧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지난 2월에는 당시 이재명 대통령 대선후보와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였다. 윤 후보는 “4대강 보를 잘 지키겠다. 지역 주민들이 깨끗한 물을 마음껏 마시고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이 후보는 “4대강이 독성물질로 사람을 공격한다. 4대강 보를 해체해야 한다”고 공약했다.

간신히 
살려놨는데…

윤 후보는 지난 2월 공식선거 기간에 경북 상주를 찾아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을 지키겠다고 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을 이어나가서 이 지역의 농업용수와 깨끗한 물을 우리 상주·문경 시민들께서 맘 놓고 쓰실 수 있도록 잘 해내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4대강 사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한국메니페스토실천본부’에 제출한 정책 답변서에 잘 나온다. 이 답변서에 따르면 윤 후보는 ‘지속 가능한 국토환경 조성’을 폐기해야 할 3대 과제로 꼽았다.

윤 후보가 폐기하겠다고 한 ‘지속 가능한 국토환경 조성’은 4대강 사업을 ‘인위적 사업’으로 규정한다. 또한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자연에 맞게 강을 다시 되돌리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당시 국민의힘은 “4대강 재자연화는 친수관리와 이용 측면에서 효율적이지 않다. 다만 난개발이 이뤄지지 않도록 차단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이 조성한 친수공간이 친수효과가 없다는 것은 이미 감사원 보고서에도 여러 차례 지적됐다. 국토부는 4대강 사업 당시 4대강의 둔치를 여가 등 복합공간으로 이용하기 위해 2009~2012년까지 1조7319억원을 들여 169.5㎢의 생태하천을 조성했다. 

그러나 2018년 감사원이 발표한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토부는 친수공간의 저조한 이용도와 예산 부족을 이유로 169.5㎢ 중 60.6%는 유지관리 대상에서 제외했다.

관광 측면에서도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친수공간은 효과가 없었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4대강 지역인 79개 시·군·구의 친수효과 분석 결과 해당 지역의 방문 여행객 수가 20% 감소했다고 밝혔다.

윤 후보의 “4대강을 지켜 농업용수를 마음껏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발언은 4대강 보를 없앨 경우 농업용수가 부족해질 거라는 우려를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보를 개방해서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4대강 복원 정책 때문이 아니라 4대강 사업 당시 물을 취수·양수할 수 있는 시설 자체가 잘못 설계돼 시공됐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 환경 흐름에 역행”
당선인 행보 환경단체들 난색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물이 없어서가 아니라 무슨 이유에서인지 시설을 잘못 만들어놔서 공급이 안 된 것이다. 양수시설은 최저 수위에서도 물을 당겨쓸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게 시공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감사원 보고서에는 “4대강 사업 추진 시 보에 설치된 수문을 개방할 경우 수위 저하에 대한 고려 없이 양수장과 어도를 설계·시공, 수문을 개방하면 양수가 어렵거나 어도 기능이 상실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윤 후보는 4대강의 가장 큰 문제점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른바 ‘녹조 라테’로 불리는 4대강의 녹조 문제다.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것이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8월 낙동강과 금강 일부 지역에서 검출된 녹조에서 발암성이 있는 마이크로시스틴 농도가 인체에 유해할 정도로 높다는 조사 결과를 밝혔다.

최근에는 이 주변 노지에서 재배한 쌀, 배추, 무 등 농작물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결과를 전했다. 

김종원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녹조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지속해서 밝혀지고 있는데, 계속 ‘재자연화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것 자체가 4대강을 정치적으로만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4대강 정책에 대해 이렇다 할 제시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윤석열정부의 첫 환경부 장관 후보자를 보면 윤 당선인이 4대강 사업 재자연화 폐지를 여전히 중요사안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환경부 장관 후보자인 한화진 한국환경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과거 학술지 기고문에 “4대강 살리기 사업이야말로 기후변화 적응의 대표적인 통합대책”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후보자가 이 기고문을 쓴 시기는 이명박 대통령실에서 환경비서관직을 마친 뒤 본래 직장인 한국환경연구원 부원장으로 돌아왔을 때다.

지난달 13일 윤 당선인은 한 후보자를 소개하며 “규제 일변도의 환경정책에서 벗어나 사회적 합의에 기반을 둔 지속 가능한 환경정책을 설계할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이 같은 윤 당선인의 행보에 환경단체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만 
보고 있다고?

환경운동연합은 “윤석열 당선인은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4대강 재자연화 폐기’ 등 전 세계적인 환경 전환 흐름에 역행하는 공약을 보였다”며 “4대강의 경우 2012년 준공 이후 해마다 녹조 발생 등 수질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조사에 따르면 녹조 독성이 농·식물에 검출됐다. 녹조가 우리 국민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상황”이라면서도 “그러나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4대강 생태계 건강성이 회복되고 있다. 이것이 4대강 재자연화 사업이 중단되지 않고 지속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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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