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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5월21일 06시47분

정치

'못 먹어도 고' 안철수 꽃놀이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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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보 없이 ‘안풍’이 분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찾아왔다. 국민의당이라는 군소정당에 대중이 빛을 비춰주고 있다. 최근 지지율이 급격히 올라간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는 요즘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이리해도 좋고 저리해도 좋은 꽃놀이패가 드디어 그의 손에 들어온 것이다. 

‘또 철수’ ‘간철수’ ‘안초딩’. 그간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대선 국면마다 들어왔던 조롱 섞인 별명이다. 정치적 양보를 할 때마다 대중은 “이름처럼 또 철수한다”며 놀려댔고, 정치적 판단을 유보할 때마다 “간보는 간철수”라며 조롱했다. 지난 대선 TV토론에서는 유치한 토론 자세로 일관하는 게 초등학생 같다고 “안초딩”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갑자기 
‘떡상’

그랬던 그에게 드디어 한줄기 빛이 내려왔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 일컬어지는 이번 대선 국면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반사이익을 누리게 된 것이다. 거대 양당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흠결 없는 안 후보의 지지율이 조용히 올라가고 있다.

지난 5일,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의 여론조사 기관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는 1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36%,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28%를 기록했다. 한 주 전의 결과에 비해 이 후보는 3%포인트(지난주 36%)하락했고, 윤 후보는 변화가 없었다. 안 후보는 지난주에 비해 6%포인트 상승했다.


한편 같은 여론조사에서 ‘도덕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하는 후보가 누구냐’는 질문에 안 후보가 35% 응답률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17%로 2위, 윤 후보가 14%로 3위, 이 후보가 13%로 4위를 차지했다. ‘모름·무응답’은 19%였다.

뒤이은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안 후보의 파란은 계속됐다.

6일, MBN의 의뢰로 실시한 알앤써치의 여론조사에서도 안 후보는 12% 지지율을 기록하며 3위를 차지했다.

해당 여론 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38%로 1위 윤 후보가 34%로 2위를 차지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한 의견을 묻는 조사에서도 안 후보로의 단일화 의견이 50%를 넘으며 윤 후보를 앞섰다. 

또, 야권 대선후보로 여권의 이 후보와 양자대결을 펼칠 시 가정한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는 41% 지지율을 받으며 33%를 받은 이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질렀다.

단순 지지도 상승을 넘어 야권의 대선후보로, 그리고 최종 대통령으로 안 후보가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대선이 두 달가량 남은 상황에서 지지율이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하물며, 거대 당이 아닌 소수당의 후보가 대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지지율이 급격히 상승하는 일은 그만큼 후보 개인의 인기도가 높다는 뜻이기에 그 의미가 크다.

이를 알고 있는 안 후보는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에서 “내가 당선돼서 정권 교체하고 시대를 바꿀 것”이라며 “대한민국 정치권은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라 동굴 안 개구리처럼 하늘도 쳐다보지 못한다. 나라도 열심히 해서 어떻게 하면 세계 역학구조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생존할 수 있고 미래 먹거리를 만들 수 있는지 등을 대선의 가장 중요한 화두로 올리겠다”고 한껏 들뜬 기분을 전했다.

밑바닥서 캐스팅보트로 우뚝 
2012년 대선 이후 가장 주목


대선을 앞두고 안 후보의 존재감이 이만큼 부각된 것은 지난 2012년 대선 이후로 처음이다.

특정 예능프로그램에서 청렴결백한 이미지를 어필하며 인지도를 쌓아가던 그는 이후 ‘시골의사’ 박경철씨, 방송인 김제동씨와 함께 청춘콘서트를 진행하며 2030 청년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방송을 통해 정치적 입지를 넓혀오던 그가 본격적으로 정계의 주목을 받은 것은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부터다. 안 후보 측근의 주장으로 ‘서울시장 출마설’이 돌며 화제가 됐다.

<중앙일보>는 당시 안 후보의 서울시장 출마설을 제기하며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그는 당시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지지를 받으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후 이루어진 각종 매체의 여론조사에서도 줄곧 1위를 기록한 안 후보는 이를 계기로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과 야당이었던 민주당을 동시에 긴장케 하는 정치인으로 급부상했다.

이른바 ‘안철수 돌풍’이 시작된 것이다.

그는 유력 서울시장 후보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으나, 급작스레 당시 무소속 박원순 후보와 단일화를 선언하고 그에 대한 지지 성명을 내며 자리를 양보했다.

박 후보는 5% 지지율에 그쳤던 후보였으나, 안 후보와 단일화에 성공한 후 지지율이 급격히 상승해 결국 서울시장에까지 당선됐다. 이를 두고 대중은 “5%에게 양보한 50%후보” “아름다운 양보”라며 안 후보에게 찬사를 보냈다.

양보 이후 안 후보의 인기는 더욱 치솟았고, 이는 2012년 대선까지 이어졌다. 언론은 차기 대선 여론조사 대상에 항상 안 후보를 포함시키기 시작했고, 그때마다 안 후보는 근소한 차이지만 다른 후보들을 앞질렀다.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1:1 가상대결에서 43%를 기록해 40%였던 박 후보를 따돌렸고, 휴대전화 여론조사에서는 59%를 기록해 32%의 박 후보를 상당한 차이로 압도했다.

당시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는 16%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안 후보는 2030의 젊은층·대학생·호남 지역에서 60% 이상의 높은 지지를 받았고, 수도권에서도 5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해 차기 유력한 야권 후보로 떠올랐다.

이런 보도가 쏟아졌음에도, 안 후보는 “정치를 할 생각이 없다”며 기존처럼 정치에 대한 뜻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때까지만해도 정계 전문가들과 대중은 그를 대선에서는 보기 힘들겠다는 예측을 했다.

이런 예측을 깬 건 안 후보 본인이다. 2012년 9월 19일 안 후보가 직접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그는 양당에 편승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 선언을 했다.

이쪽도 꽃길
저쪽도 꽃길


당시 안 후보는 출마 선언문에서 “내 역량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국가의 리더라는 자리는 절대 한 개인이 영광으로 탐할 자리가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며 “지금까지 국민들은 정치 쇄신에 대한 열망을 표현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18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함으로써 그 열망을 실천해내는 사람이 되려 한다. 주어진 시대의 숙제를 감당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여론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고, 그 무게에 대한 책임을 비로소 진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때 안 후보는 비로소 정계에 정식 데뷔한 것이다.

안 후보의 존재감은 이때 가장 빛났다. 당시 제1 야당의 문 후보를 앞지르는 지지율을 보이며 무소속 후보로는 처음으로 대권을 거머쥐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돌았다.

다자간 대선을 가정한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에게 밀리긴 했지만, 1:1 가상대결 시에는 박 후보를 이기는 결과가 곳곳에서 나왔다. 

안 후보의 대권 도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갔다.

안 후보는 출마 당시 “새누리당이 정권을 재창출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과 맞지 않는다”며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과는 거리를 두는 기조를 보였다.

이후 정치적 행보에서도 친야 성향을 보여 문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는 2012년 대선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화려한 정계 데뷔에 이어 정권 심판론을 이어간 안 후보는 이때 주가가 가장 높았다고 평가받는다.

누군가의 당선에 일조할 수 있는 위치이기도 했고, 본인이 당선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안 후보의 상황은 2012년의 상황과 많이 닮아 있다. 이 후보와의 1:1 가상대결에서 근소하게 앞서고 있고, 야권의 단일후보 적합도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화려했던 정계 데뷔 때만큼 좋은 기회가 안 후보에게 다시 한 번 찾아온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에서 비교적 주목을 덜 받고 있던 안 후보로선 뜻밖의 호재다. 두 자릿수 지지율에 힘입어 대선에서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도 있고, 독자 행보를 계속 이어가 대선에서 존재감을 부각한 다음 곧 이어지는 제8회 지방선거에서 무게감 있는 자리에 출마해 당선을 노려볼 수도 있다.

물론, 윤 후보와의 단일화에 성공해 본인이 직접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경우의 수다.

이미 이번 양당은 안철수 끌어안기에 몰두하고 있는 중이다. 안 후보를 진영 내로 불러들이면 필승이 보장된다는 계산하에서 보이는 행보다.

양보는 없다
행복한 고민

먼저 스타트를 끊은 것은 민주당 송영길 대표 쪽이다. 그는 지난해 말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정치라는 건 연합하는 것이다. 안 후보가 단독의 힘으로 집권할 수 있으면 모르겠으나 쉽지 않지 않겠느냐”며 “당내 후보와의 단일화 부정 여론도 그렇게 높지는 않다”고 러브콜을 보냈다.

이어 “이 후보와도 단일화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여러 가지 국민 통합의 미래를 계속 제안할 것”이라 덧붙였다.

첫 제안은 여당에서 시작됐지만, 러브콜의 강도가 센 것은 제1 야당인 국민의힘 쪽이다. 갖가지 내홍을 겪으며 대선 파국에 직면해 있는 국민의힘은 보다 적극적으로 안 후보 영입에 나섰다.

국민의힘 선대위는 지난달 27일 안 후보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민전 경희대학교 교수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지난 대선 내내 안 후보의 정치적 멘토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지난 6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윤 후보와 안 후보 간 단일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대비하고 있다”며 "하지만 안 후보와 단일화 게임이 훨씬 더 앞당겨져 시작될 것 같다“고 주장했다.

당초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크게 관심 없었던 국민의힘 측이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과 예상보다 높아진 안 후보의 지지율에 크게 당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거듭되는 양측의 러브콜에도 안 후보 측은 계속해서 거부 의사를 천명하고 있다.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이 정치세력이 만들어 놓은 난장판을 국민의당이 회복시키고 있다”며 “기존의 안철수의 지지층들이 다시 결집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설전에 안철수와 또 다른 후보의 양자 대결구도가 이뤄질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며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안 후보의 과거 사례를 보면, 그의 정치 인생에 더 이상 단일화란 이름의 ‘양보’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후보 자리를 양보해서 좋은 결과를 받아든 적이 한 번도 없다.

좋지 않은 단일화의 기억
야도 여도 아닌 ‘나’로

앞서 언급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의 단일화도 한 예다. 대대적인 양보를 감행하며 안 후보가 밀어줬던 박 전 시장은 성추문 문제를 일으켜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를 두고 안 후보는 “파렴치한 행동으로 1000만 시민의 자존심을 짓밟은 시장”이라 비난하며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 출마해 과거의 단일화를 후회하는 행보를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과도 마찬가지다. 안 후보는 2012년 당시 단일화했던 문 대통령과 함께 정권교체의 의지를 다졌으나, 선거 패배 후 ‘안철수 책임론’이 붉어지며 대선 패배의 원흉으로 지목됐다.

문 대통령 측은 “안 후보가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아서 졌다”는 프레임으로 안 후보 측을 공격했고, 안 후보는 “어처구니가 없다”며 황당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때의 감정은 이후 새정치연합에서의 갈등으로까지 번지며 둘은 정치적으로 영원히 결별하게 된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안 후보 사이에는 ‘드루킹’이라는 큰 강이 놓여져 있다”며 “이 강이 없는 것처럼 단일화를 제안하는 게 상식에 맞지 않는다”면서 ‘드루킹’이라는 또 다른 이유를 들어 ‘여권 단일화 불가론’을 이어갔다.

안 후보는 2017년 당시 민주당 진영이 드루킹이라는 불법 댓글 프로그램을 이용해 본인을 공격했다고 줄곧 주장해오고 있다.

이후, 사법부가 드루킹 관련 사건에 유죄를 선고한 결과를 보고, 안 후보는 “저 안철수를 죽이려한 추악한 범죄”라며 민주당 진영에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또, 야권의 단일화 제안에도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이 양보하면 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더 이상 본인이 양보하는 쪽은 생각하고 있지 않으며 이번 단일화에서는 자신이 양보 받아야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는 지난 6일 <KBS>에 출연해 “후보 중 누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가족 문제가 없는지, 비전이 정확한지, 전 세계적인 그룹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 전문적인 역량이 있는지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후보로 단일화 돼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말했다.

마의 20%
이대로 쭉?

사실 이리 가도 좋고, 저리 가도 좋은 사람은 이번 대선에서 안 후보뿐이다. 단일화에 성공해 야권 단일 후보로 대선에 나가는 것은 가장 좋은 수고, 단일화에 실패하더라도 끝까지 대선을 완주해 정치인으로서의 체급과 인지도를 키우는 것도 좋은 수다. 양당의 후보처럼 지면 감옥 가는 정치적 위협이 도사리고 있지도 않다. 대선 레이스에서 뜻밖의 ‘떡상’을 만끽하며 안 후보는 연일 혼자 웃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017년 대선 안철수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는 사실 이번 대선이 세 번째다.

2012년 대선 출마 선언으로 정계에 데뷔했을 때만큼 큰 역할을 하진 못했지만, 그는 2017년에도 대선에 출마해 대권을 노린 경험이 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과 맞물려, 언론에서는 ‘보수 심판론’이 급부상했고 야권의 맹주였던 당시 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유력한 야권의 대선후보로 꼽혔다.

당초 정계는 두 사람의 싸움으로 대선을 지켜봤다.

그러나, 막상 본선에 들어간 대선판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문-안의 싸움이 아닌 문-홍의 싸움이 돼버린 것이다.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에서 당시 여당 대선후보가 된 새누리당 홍준표 대선후보는 여러 구설수와 실책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을 끌어올려 끝내 24%의 지지를 받아 2위로 대선 레이스를 마감했다.

안 후보는 당초 높았던 지지율이 잘못된 선거 캠페인과 비효율적인 전략으로 점차 떨어져갔고, 지지층이 겹치는 당시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에게 표를 상당수 빼앗기며 21%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대선을 마감했다.

문 후보와 각축전을 벌일 것이라는 대선 초 예상과 비교하면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인 것이다.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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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으로 갈아탄 이재명 보선 세 가지 노림수

인천으로 갈아탄 이재명 보선 세 가지 노림수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6·1 보궐선거 지역 중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가장 탐내던 자리가 있다. 바로 송영길 전 대표가 내놓은 인천 계양을이다. 이 지역은 송 전 대표가 지난 20년간 공들여온 곳으로 그가 인천시장으로 당선될 때 대들보 역할을 자청하던 곳이다. “나가기만 하면 당선된다”는 인식 속에 민주당 사람들은 너도나도 공천 신청을 준비했다. 그러나 이들의 공천신청서는 휴지통에 버려져야 했다. 해당 지역구에 이재명 상임고문이라는 거물 정치인이 출마했기 때문이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의 ‘인천 계양을’ 출마가 확정됐다. 이 고문은 지난 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고문이 연단에 등장하자 지지자들은 열띤 성원을 보냈다. 탐나는 당 대표 마이크를 잡은 이 고문은 지지자들을 향해 “이럴 줄 알았으면 고민 좀 덜 할 걸 그랬다”고 웃으며 운을 뗀 뒤 “저의 모든 것을 던져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나의 정치적 안위를 고려해 지방선거와 거리를 두라는 조언이 많았고 나 역시 조기 복귀에 부정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깊은 고심 끝에 위기의 민주당에 힘을 보태고 어려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위험한 정면돌파를 결심했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다수의 민주당 관계자들은 실제로 이 고문의 측근들이 그의 출마를 끝까지 말렸다고 한다.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 고작 두 달가량밖에 안된 시점이기도 했고, 다음 대권 도전을 위한 전략이기도 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에서 떳떳하지 못한 이 고문에게 두 달의 잠행은 매우 짧은 기간이었다. 그의 조기 복귀에 대한 민심은 아직도 좋지 못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고문의 조기 복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60%를 상회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고문처럼 두 달 만에 정계 복귀한 대선주자는 없었다. 사실 대선주자의 정계 복귀가 대한민국 정계에서 그렇게까지 낯선 풍경은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16년 대선 패배 후 복귀했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도 그랬다. 그러나 ‘2개월은 너무 짧지 않냐’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김 전 대통령이나 문 전 대통령 모두 대선에서 패배한 뒤 적어도 1년 가까운 기간의 숙고를 거친 후에야 정계 복귀를 선택했다. 이 고문의 이례적인 행보는 정치 평론가들로 하여금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게 했다.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각을 모를 리 없는 그에게 ‘왜 지금, 왜 인천에 출마했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여의도 정가에선 여기에 적어도 세 가지 노림수가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첫 번째 노림수에 대한 의심은 ‘0선 대권후보’였던 이 고문이 ‘국회의원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에서 출발한다. 이 고문은 정치 시작부터 대선 전까지 늘 지방선거에만 출마해왔다. 큰 선거가 있을 때 특정 후보의 캠프에서 일했던 경력들은 다수 있었지만, 본인이 당선된 선거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뿐이었다. 이 때문에 세간의 의심은 당 대표 자리에 쏠리고 있다. 이 고문이 진정 원하고 있는 자리는 당 대표라는 것이다. 이 고문은 이번에 놓친 대통령 자리를 다음 대선에서 거머쥐기 위해서 우선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 당권이 받쳐주지 못한 대통령 후보는 불리한 조건에서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계양을 출마 확정 고작 2개월 칩거…부정적 여론 더 커 이번 대선에서 그랬다. 민주당의 대선 패배를 분석한 이재명 캠프 측의 한 인사는 패배 요인 중 ‘민주당의 분열’을 꼽은 바 있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겉으로는 하나가 된 척 쇼를 했지만, 실제 내부는 둘로 갈라져 있었다”고 <일요시사>에 설명했다. 그는 정확히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친문(친 문재인)파’와 ‘이재명계’간의 대립을 예로 들었다. 민주당 당헌당규 제29조(당 대표의 지위와 권한)에 따르면, 당 대표는 당의 예산을 편성할 수 있고 공직선거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다. 예산 편성권과 공천권을 동시에 쥘 수 있는 것이다. 이 고문이 만일 당 대표에 당선된다면, 당내에 있는 ‘반명(반 이재명)계’의 힘을 줄여 놓을 힘이 생긴다. 이후 출마할 대통령선거 전에 발판을 미리 닦아놓을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다만, 꼭 국회의원 신분으로 당 대표에 출마해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민주당의 권리당원이라면 누구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자격을 갖는다. 입후보하고 싶은 민주당 권리당원은 기탁금(2020년 기준 8000만원)을 내기만 하면 당 대표에 도전할 수 있다. 실제로 정계에선 이 고문이 보궐선거에 나오지 않았더라도, 8월 전당대회에는 나왔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었다. 한 정치 평론가는 이 고문의 보궐선거 출마를 두고 “아무래도 무게감이 다를 것”이라며 “장외 선거운동과 장내 선거운동은 큰 차이가 있다. 이 고문이 당 대표가 되려면 반명(반 이재명)계의 마음을 사야 하는데, 이것을 장외에서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확실히 민주당 리더의 대세는 현재 이 고문이 맞지만, 대세가 실제 투표로까지 이어지려면 당내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전 민주당 대표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대표들은 대부분 원내 인사들이었다. 아직은 소수인 ‘이재명계’ 의원들의 결속과 반명계 의원들에 대한 견제 및 포섭까지 하려면 그가 직접 여의도 내로 들어가야만 한다는 해석이다. 정계가 의심하고 있는 이 고문 출마에 대한 두 번째 노림수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다. 대선 전부터 여의도에서 공공연하게 떠돌던 말은 ‘지면 감옥 가는 선거’였다. 방탄의원단 면책특권? 선거 기간 내내 피 튀기는 네거티브 공방을 펼쳤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 고문은 서로를 향해 고소 고발을 진행하며 대선을 뜨겁게 불태웠다. 윤 대통령에게는 처가 리스크와 고발 사주 문제가, 이 고문에게는 대장동 리스크와 경기도지사 시절 공금 횡령 문제가 따라다녔다. 대선 후 윤 대통령의 처가 리스크와 고발 사주 건은 어느 정도 정리되는 분위기지만, 이 고문의 리스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이하 국힘) 측은 이 고문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보궐선거 출마를 두고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노리고 나오는 것이 아니냐’고 공격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지난 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고문이 어떻게든 원내에 입성해 본인에 대해 진행되는 수사를 방탄하려 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이런 시도는 국민의 규탄을 받을 수밖에 없고, 역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며 대선 과정만 하더라도 분당과 성남, 경기도와의 인연을 강조한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가 아무 연고도 없는 인천 계양으로 외곽순환도로를 반 바퀴 타고 간 것이 국민에게 어떻게 해석되겠느냐“고 덧붙였다. 그가 주장하는 ‘수사 방탄’ 의혹은 대한민국 헌법 제44조에 기인한다. 44조 1항에는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고 적시돼있다. 2항에는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고 돼있다. 국회의원이 되는 순간 회기 중 체포도, 또 체포 후에 석방도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입법부의 힘이 다소 약하던 시절, 국회의원이 자유롭게 소신발언하고 양심에 따라서 표결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특권이었다. 그러나 현대 정치에 와서 그 의미가 조금씩 변질되기 시작했다. 가까운 예는 1999년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대선자금 불법 모금에 연루된 본인의 측근 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7개월간 임시국회를 소집한 일이다. 당시 이 총재와 측근들은 대선을 치르며 불법 대선자금을 모은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은 바 있다. 이 총재의 측근들은 국세청을 동원해 거액의 정치자금을 거뒀다는 혐의를 받았고, 검찰의 지속적인 수사 끝에 그중 몇몇은 구속돼 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혐의를 의심받던 용의자들이 대부분이 국회의원들이었기 때문이다. 구속영장을 발부받았지만 이 총재가 임시국회를 여는 바람에 검찰은 이들을 구속하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당시 한나라당 측은 임시국회 소집 이유에 대해 “검찰개혁 대책 심의 등 다뤄야 할 현안이 많다”고 항변했지만, 당시 여론은 의원들의 체포를 막으려는 ‘꼼수’로 인식하고 있었다. 측근들의 구속을 막기 위해 이 총재는 수차례 임시국회를 열어야 했다. 감독서 선수로 언론은 이를 빗대 ‘방탄 국회’라 보도했고 곧 ‘방탄 국회’는 불체포특권에 숨는 의원을 가리키는 대명사가 됐다. 이 대명사를 최근에야 이 전 대표가 다시 사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그것은 옛날 이야기”라며 이 고문의 출마 의미를 다시 해석해달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그것은 20년도 더 된 이야기”라며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 국회의원이 임시국회에 숨어 체포를 피할 수 없다. 이런 행위는 당 차원에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 항변했다. 현직 국회의원이 체포되는 일은 그동안 몇 번 있어왔다. 2020년 민주당 정정순 전 의원이 당선 무효형을 받고 검찰로부터 체포된 바 있다. 당시 정 전 의원은 총선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로부터 기소당한 상태였다. 청주지방법원은 그에게 기소된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벌금 3030만원을 선고했다. 그의 체포를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했다. 국회는 정 전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빠르게 상정해 투표에 부쳤다. 186명의 국회의원 중 167명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결국 체포됐다. 민주당 측은 정 전 의원처럼 뚜렷한 범죄 사실이 입증되면 현역 의원이라도 누구든지 체포될 수 있는 게 요즘 국회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세간의 의심은 완전히 사그라들고 있지 않다. 민주당 측의 주장도 사실이지만 이 고문이 빠져나갈 구멍이 아예 배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야당 탄압’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는 민주당이 ‘부당한 외압 수사’라며 국회의원 체포 동의안에 거부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민주당은 전체 의석의 과반 이상인 의석수를 확보하고 있는 제1정당이다. ‘야인’ 상태인 이 고문의 체포보다 ‘국회의원’ 상태인 이 고문의 체포가 한결 어려워지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한편 민주당 내부 관계자는 새로운 시각에서 그의 세 번째 노림수를 지적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 고문의 출마 시점을 잘 살펴봐야 한다”며 “‘이재명계’ 지방선거 주자 모두가 공천을 받은 후에 비로소 출마 선언을 했다. 이 시점이 갖는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탄 국회로 들어가려? “시대 변했는데 무슨∼” 공천 잡음을 가장 많이 야기했던 곳은 서울시장이었다. 민주당 서울시장 공천장은 송 전 대표가 받았다. 이 고문의 대선을 함께 뛰었던 송 전 대표는 “당의 요구로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했다”며 “(서울시장 출마는)희생하러 가는 자리”라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는 ‘단수 공천’ 이야기도 언론에 흘리는 등 그의 선언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이후 민주당 서울시 의원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인천에만 연고가 있는 인사가 왜 서울시장을 노리고 있냐는 지적과 함께 투명한 공천룰 도입을 촉구했다. 논란은 계파 갈등으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을 띠었다. 이미 시장 출사표를 던진 ‘서울 기반의 민주당 의원들’과 반명계 의원들이 합세해 ‘친명(친 이재명)계’ 측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송 전 대표는 한때 공천에서 ‘완전 배제’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경선을 치르며 공천장을 받아든 송 전 대표지만 친명계의 이번 선거 부담은 더욱 가중돼있는 상태다. 경기도지사 공천에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정도만 약할 뿐이지 여기서도 친명계에 대한 편애를 지적하는 후보가 많았다. 지난 대선에서 이 고문과 극적으로 단일화에 성공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앞서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경기도지사직에는 이미 조정식·안민석 의원 및 염태영 전 수원시장이 예비후보로 뛰고 있는 상황이었다. 김 전 부총리의 출마 선언이 나오자 경쟁자들의 총질이 시작됐다. 김 전 총리의 경쟁자들은 공천룰이 부당하다며 여러 차례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고, 후보들의 몇몇 핵심 측근은 이재명 캠프 인력이 대거 김 전 부총리를 돕고 있다고 양심 선언을 하기도 했다. 무난히 공천을 받지 못한 ‘이재명계’ 후보들과 이 고문 본인은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승리 시 명장으로 이름을 남기겠지만, 진다면 패장으로서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 대선 패배로부터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듣고 있는 이 고문에게 지방선거의 패배까지 책임지라고 한다면, 당 대표 자리는 사실상 물 건너간다. 한 민주당 인사는 이번 보궐선거 출마가 그 책임으로부터 한발 물러서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본인이 보선에 뛰어들어서 ‘감독’으로서 역할보단 ‘선수’로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그림을 연출하기 위해 이 고문은 ‘본인의 사람들’이 모두 공천받을 때까지 기다렸고, 모든 퍼즐이 맞춰진 후에야 ‘출마 선언’을 했다. 한걸음 뒤로 책임은 안 져 정치인의 행보에 따라다니는 사람들의 해석이 모두 맞을 수는 없다. 이런저런 행보를 하면서 뜻하지 않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정치다. 이 고문의 이번 인천 출마는 여러 가지 해석을 낳았고, 또 그중에는 오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역시 이 고문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만큼 이 고문이 이번 행보는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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