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띄운' 1000만 탈모시장 현주소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1.10 14:43:13
  • 호수 13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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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만 난다면…먹고 바르고 두드린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탈모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이전만 해도 탈모는 남들에게 말하지 못할 고민이었다. 최근 탈밍 아웃(탈모 고민이거나 극복한 경험을 공개하는 행위)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1000만 인구 탈모 시장이 점점 커지는 추세다. 

탈모인들을 설레게 하는 공약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탈모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대선 공약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 민주당은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민주당 미래당사 ‘블루소다’에서 ‘청년 탈모 비상대책위원회’ 주최 간담회까지 열었다.

뜨거운 반응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2030세대가 즐겨 이용하는 커뮤니티 사이트 디씨인사이드 ‘탈모 갤러리’를 중심으로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재명을 뽑지 않고 심는다’는 밈이 빠르게 확산했다. 민주당도 온라인소통본부를 중심으로 여론을 공유하며 기민하게 대응했다. 

이 후보가 출연해 머리를 만지며 “이재명은 심는 겁니다”라고 말하는 ‘디씨 헌정 영상’을 당일 제작해 온라인 민심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온라인소통본부장인 김남국 의원은 탈모 갤러리에 직접 글을 올리며 정책 의견 수렴에 나섰고 김원이·박주민 의원 등 공약 지지 의사를 밝히는 민주당 의원들의 이른바 ‘모’해성사도 이어졌다. 


선대위 정책본부 관계자는 “디씨인사이드·에펨코리아 등을 매일 분석하는 팀이 따로 있어서 여론이 어떤지, 뭘 필요로 하는지 정밀 분석해서 보고서를 올린다. 이런 분석이 있었기에 곧바로 온라인 여론에 대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탈모 치료는 모발 이식, 복용약, 바르는 약, 두피 관리 샴푸 등으로 크게 분류된다. 바르거나 복용하는 약물치료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한계가 있다. 탈모치료를 위해 대다수 사람은 안드로겐(5α 환원효소)을 활성화하는 피나스테라이드를 복용하거나 바르는 약물인 미녹시딜을 사용한다. 

모발 이식 또한 탈모 진행을 막지만 기존 모발의 성장을 위해 시술 후에도 피나스테라이드를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이렇게 신체적, 심리적, 경제적인 이유로 약물 또는 모발이식을 적용하기 힘든 탈모인을 겨냥해 2008년부터 탈모샴푸가 우후죽순처럼 출시되고 있다. 

2008년부터 탈모샴푸 출시
20·30대 여성 큰손 고객

최근 탈모 시장은 점점 젊어지고 있다. 해당 업계에 따르면 국내 탈모 시장은 규모는 4조원 대다. 탈모샴푸 시장은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8000억원대로 추산된다. 국내 탈모 인구는 1000만명에 이른다. 과거 탈모는 중년·노년층한테만 나타나는 현상으로 알고 있었다.

유전적인 요인으로 나이가 들면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으로 인식돼왔지만 최근 들어 탈모를 마주한 나이대가 점점 젊어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탈모 진료를 받은 환자는 23만4780명. 이 중 20~30대가 10만2812명으로 44%를 차지했다. 취업난과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젊은 층에도 탈모를 고민하는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이른바 ‘영(young) 탈모’ 증가 현상이다. 


CJ 올리브영에 따르면 탈모 관련 제품 매출도 매년 40%씩 치솟고 있다. 최근 추세로만 보면 20대 여성 고객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30대 여성과 20대 남성 구매 연령층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젊은 탈모 환자가 늘자 탈모샴푸 모델부터 젊어졌다. 국내 탈모샴푸 시장점유율 1위인 TS트릴리온은 가수 지드래곤을 모델로 내세웠다. 축구선수 손흥민,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에 이어 30대를 잇달아 모델로 발탁했다.

애경산업은 탈모샴푸 브랜드 ‘동의홍삼’ 모델로 가수 수지를, LG생활건강은 ‘엘라스틴’ 탈모 케어 제품 모델로 배우 전지현을 기용했다.

여기에다 탈모샴푸의 향도 달라졌다. 한방 향이나 남성 화장품 스킨 향에서 탈피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닥터그루트’는 명품 향료 제조사로부터 천연 아로마블렌딩을 공급받아 명품 향수 향을 구현했다. 탈모 방지 기능성 샴푸에 갓 익은 배, 프리지아 꽃, 라임바질, 만다린 향 등을 첨가한 게 특징이다.

2017년 출시 이후 4년 만에 누적 판매량 1300만개를 돌파했다.

샴푸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제약업계에서도 탈모 시장을 노리는 모양새다. 국내 탈모약 시장은 약 13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피나스테라이드 성분 의약품이 1000억원에 이른다. 먹는 치료제가 아닌 바르는 외용제 미녹시딜 의약품은 100억원 규모다.

연 100억원 매출을 올리고 있는 프로페시아 제네릭 JW신약의 ‘모나드’를 포함해 한미약품, 동아ST, 동국제약, 종근당, 유유제약, 휴온스, 현대약품, 하나제약, 동구바이오제약, HK이노엔, 셀트리온제약 등에서 출시하고 있다. 

꾸준한 성장이 전망되는 만큼 국내에서도 부작용이 적은 탈모치료 신약을 개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대웅제약은 탈모치료 장기 지속형 주사제를 개발하고 있다. 1개월 또는 최대 3개월에 한 번만 맞아도 되도록 개발에 성공하면 매일 약을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과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 JW중외제약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과 함께 탈모치료제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 제품을 소비자가 한 달간 복용하는 데 각각 5만~6만원, 3만~4만원이 든다. 

셀프 처방

제약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의사가 처방하는 대로 약을 타서 먹는 탈모 환자가 많았다면 요즘에는 본인이 직접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검색해보고 선택한 약을 처방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부작용이 혹시 있더라도 보다 강력한 효과를 원하는 환자가 많아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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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