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300만 구독 ‘보라미TV’ 운영 중인 정보람·임종호 부부

“절실함이 대박 유튜버 만들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유튜브 시장이 팽창하면서 직접 영상제작에 뛰어든 이른바 유튜버들이 등장했다. 영상 너머에 존재하는 유튜버는 언제나 구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일요시사>는 최근 ‘보라미TV’ 등 4개의 채널을 운영하며 구독자 300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정보람·임종호 부부를 만나 유튜버로서의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었다.
 

▲ ‘300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유튜브 채널 보라미TV 등을 운영하고 있는 정보람·임종호 부부

바닥에 떨어지면 찾기 어려울 만큼 작은 소품들이 상자 속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잘못 건드렸다가 와르르 무너진 소품들을 수차례 다시 배열하고, 단단한 종이 패널로 삼면을 둘렀더니 작은 주방이 나타났다. 구독자 225만명의 유튜브 채널 ‘보라미TV’의 미니어처 세트장이다.

전략적 접근

지난달 24일 경기도 양평의 한 스튜디오에서 ‘보라미TV’ 등을 운영 중인 유튜버 정보람·임종호 부부를 만났다. 이들 부부는 미니어처, 인형, 먹방, 일상 등의 다양한 콘텐츠로 보라미TV를 비롯해 ‘보라미패밀리’ 등 4개 채널을 관리하고 있다. 4개 채널의 총 구독자는 300만명에 달한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구독자들과 영상을 통해 만나는 중이다. 

이들의 유튜브 도전기는 정씨가 2016년 들은 한 강연에서 시작됐다. 원래 키즈 스피치 강사였던 정씨가 경험을 살려 학원 사업을 준비하던 중 홍보를 위해 찾은 강연이었다. 정씨는 이날 강연에서 강사의 유튜브에 대한 짧은 언급에 순식간에 매료됐다.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있다는 말에 호기심이 생긴 것. 

정씨는 “블로그 브랜딩 강의였는데 강사님이 정말 짧게 유튜브에 대해 얘기했다. 3개월 유튜브를 운영해봤는데 5년간 운영한 블로그보다 훨씬 많은 혜택이 있다는 말이었다”며 “그 말이 뇌리에 꽂혀서 강의 이후에 강사님의 블로그를 찾아가 유튜브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물어봤다. 당시만 해도 유튜브로 수익을 낸다는 게 생소하던 때였다”고 말했다. 


한동안 유튜브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정씨는 결국 학원 사업을 뒤로 하고 유튜버로 방향을 전환했다. 남편 임씨가 깜짝 놀랄만한 결정이었다. 정씨는 “딱 1년만 열심히 해보고 안 되면 접겠다는 각오로 덤볐다”고 회상했다.

유튜버의 ‘유’자도 몰랐던 초보 유튜버의 시작은 험난했다. 키즈 스피치, 분장 등 여러 가지 소재로 도전했지만 처음 6개월은 수익이 전혀 나지 않았다. 시장 분석이 부족했던 탓이었다. 정씨는 그때부터 유튜브에서 성공한 콘텐츠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구독자의 수요가 높고 조회 수가 잘 나오는 영상을 중심으로 분석해나갔다.

미니어처, 인형, 먹방, 일상…
4개 채널 300만 구독자 보유

그 결과 콘텐츠 소재로 선택한 것이 바로 인형놀이. 어린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고, 어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인형놀이 콘텐츠로 보라미TV는 말 그대로 대박 행렬에 합류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타깃으로 제작한 영상은 어마어마한 조회수를 기록했다.

2016년 7월 시작한 보라미TV 전체 영상의 총 조회 수는 7억5000만회(11월29일 기준)에 달한다. 

정씨는 유튜브 영상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소재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처음 6개월 동안 수익이 전혀 나지 않았을 때를 되돌아보니 내가 정말 사람들이 찾지 않는 소재로 영상을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국내보다는 전 세계 구독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선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들 부부가 영상에서 가장 공들이는 부분은 바로 ‘썸네일’이다. 썸네일은 일종의 견본 이미지를 뜻하는데, 유튜브의 경우 영상을 누르기 전에 보이는 사진을 말한다.

임씨는 “과일로 비유하자면 포장이 예쁜 과일바구니가 인기가 높듯이 썸네일을 잘 만들면 조회 수가 높다. 어떻게 보면 영상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낚시’ 영상 같은 자극적인 썸네일은 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인터뷰 도중 여러 차례에 걸쳐 ‘절실함’에 대해 언급했다. 부지런하고 열정이 있는 것 이상으로 절실하게 매달려야 한다는 의미였다. 정씨는 유튜브를 처음 시작할 무렵 1일 1영상을 목표로 달렸다. 제작·기획·소품 준비·촬영·편집·썸네일 제작·업로드의 과정을 매일 진행한 것이다. 1편을 제작하는 데 평균 7~8시간 걸렸을 정도.
 

아침에 눈을 뜨고 잠들 때까지 하루 종일 유튜브와 씨름하던 때였다. 

정씨는 “세팅하는 데 2시간, 촬영하는 데 2시간, 편집하는 데 또 2시간, 그 사이에 틈틈이 자료를 찾고 하면 하루가 다 갔다. 쉬는 시간도 없이 영상에 매달리다 보니 번아웃이 왔다”며 “그래서 이틀에 한 번, 사흘에 한 번 이런 식으로 제작 콘텐츠 수를 줄여 나갔다. 지금은 일주일에 1편씩 제작하는데, 그래도 채널이 4개다 보니 1주일에 4편을 제작하고 있는 셈”이라며 웃었다, 

모호했던 일과 일상의 구분은 오히려 아이가 태어난 이후 조금 뚜렷해졌다. 아이가 없었을 때는 주말도 공휴일도 없이 유튜브에 매달렸지만 육아를 하면서는 영상 제작을 위한 시간을 따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꾸준한 노력 필요해
새로운 일 도전할 것”

정씨는 “그래도 내가 쉬고 싶을 때 마음대로 쉴 수 있고 시간 운용이 자유롭다는 점에서 참 좋다”며 “아이가 좀 더 크면 지금보다 여유롭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해 9월 유튜브는 아동이 출연해 제작된 키즈 콘텐츠에 맞춤형 광고 게재를 금지하는 정책을 시작했다. 당시 유튜브 정책의 변화로 키즈 유튜버들이 타격을 입었다. 보라미TV는 ▲전 연령을 아우를 수 있는 콘텐츠 발굴 ▲전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채널 개설 등의 방법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미니어처 요리를 보라미TV의 새 콘텐츠로 삼고, 먹방 소재의 채널을 새로 열었다. 정씨의 남편 임씨는 “올해 4월부터 먹방을 소재로 전 세계 구독자들을 위한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 4년 동안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또 그 과정에서 축적된 노하우로 새 채널을 단기간에 정착시킬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정씨는 유튜브 외에도 다방면으로 도전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는 13일부터는 유튜브 4년간의 노하우를 담은 책 <300만 유튜버가 알려주는 전 세계 대상으로 유튜브에서 돈 버는 법(가제)>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기업 와디즈에서 소개한다. 책을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강연도 계획하고 있다. 

또 최근 화두인 디지털 노마드, 온라인 건물주, 수익 자동화 등의 트렌드를 좇아 전자책 출판, 온라인 강의, 카카오톡 이모티콘 제작, 웹소설 등 온라인 무자본, 지식과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에 계속 도전할 예정이다. 


유튜버는 최근 몇 년 새 10대들의 희망 직업군이 됐다. 이들 부부는 유튜버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유튜브 채널을 보면 미술이나 만들기, 춤, 노래 등 자신을 표현하는 영상들의 조회 수가 높다. 그런 재능을 가진 분들이라면 적극적으로 유튜버를 권해드리고 싶다”며 “처음에는 성장이 더디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충분히 잘 될 수 있다”고 격려했다. 

콘텐츠 발굴

그러면서 구독자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이들은 “저희 영상이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건 모두 구독자들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해서 재미있는 콘텐츠를 많이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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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