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300만 구독 ‘보라미TV’ 운영 중인 정보람·임종호 부부

“절실함이 대박 유튜버 만들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유튜브 시장이 팽창하면서 직접 영상제작에 뛰어든 이른바 유튜버들이 등장했다. 영상 너머에 존재하는 유튜버는 언제나 구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일요시사>는 최근 ‘보라미TV’ 등 4개의 채널을 운영하며 구독자 300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정보람·임종호 부부를 만나 유튜버로서의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었다.
 

▲ ‘300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유튜브 채널 보라미TV 등을 운영하고 있는 정보람·임종호 부부

바닥에 떨어지면 찾기 어려울 만큼 작은 소품들이 상자 속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잘못 건드렸다가 와르르 무너진 소품들을 수차례 다시 배열하고, 단단한 종이 패널로 삼면을 둘렀더니 작은 주방이 나타났다. 구독자 225만명의 유튜브 채널 ‘보라미TV’의 미니어처 세트장이다.

전략적 접근

지난달 24일 경기도 양평의 한 스튜디오에서 ‘보라미TV’ 등을 운영 중인 유튜버 정보람·임종호 부부를 만났다. 이들 부부는 미니어처, 인형, 먹방, 일상 등의 다양한 콘텐츠로 보라미TV를 비롯해 ‘보라미패밀리’ 등 4개 채널을 관리하고 있다. 4개 채널의 총 구독자는 300만명에 달한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구독자들과 영상을 통해 만나는 중이다. 

이들의 유튜브 도전기는 정씨가 2016년 들은 한 강연에서 시작됐다. 원래 키즈 스피치 강사였던 정씨가 경험을 살려 학원 사업을 준비하던 중 홍보를 위해 찾은 강연이었다. 정씨는 이날 강연에서 강사의 유튜브에 대한 짧은 언급에 순식간에 매료됐다.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있다는 말에 호기심이 생긴 것. 

정씨는 “블로그 브랜딩 강의였는데 강사님이 정말 짧게 유튜브에 대해 얘기했다. 3개월 유튜브를 운영해봤는데 5년간 운영한 블로그보다 훨씬 많은 혜택이 있다는 말이었다”며 “그 말이 뇌리에 꽂혀서 강의 이후에 강사님의 블로그를 찾아가 유튜브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물어봤다. 당시만 해도 유튜브로 수익을 낸다는 게 생소하던 때였다”고 말했다. 


한동안 유튜브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정씨는 결국 학원 사업을 뒤로 하고 유튜버로 방향을 전환했다. 남편 임씨가 깜짝 놀랄만한 결정이었다. 정씨는 “딱 1년만 열심히 해보고 안 되면 접겠다는 각오로 덤볐다”고 회상했다.

유튜버의 ‘유’자도 몰랐던 초보 유튜버의 시작은 험난했다. 키즈 스피치, 분장 등 여러 가지 소재로 도전했지만 처음 6개월은 수익이 전혀 나지 않았다. 시장 분석이 부족했던 탓이었다. 정씨는 그때부터 유튜브에서 성공한 콘텐츠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구독자의 수요가 높고 조회 수가 잘 나오는 영상을 중심으로 분석해나갔다.

미니어처, 인형, 먹방, 일상…
4개 채널 300만 구독자 보유

그 결과 콘텐츠 소재로 선택한 것이 바로 인형놀이. 어린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고, 어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인형놀이 콘텐츠로 보라미TV는 말 그대로 대박 행렬에 합류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타깃으로 제작한 영상은 어마어마한 조회수를 기록했다.

2016년 7월 시작한 보라미TV 전체 영상의 총 조회 수는 7억5000만회(11월29일 기준)에 달한다. 

정씨는 유튜브 영상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소재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처음 6개월 동안 수익이 전혀 나지 않았을 때를 되돌아보니 내가 정말 사람들이 찾지 않는 소재로 영상을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국내보다는 전 세계 구독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선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들 부부가 영상에서 가장 공들이는 부분은 바로 ‘썸네일’이다. 썸네일은 일종의 견본 이미지를 뜻하는데, 유튜브의 경우 영상을 누르기 전에 보이는 사진을 말한다.

임씨는 “과일로 비유하자면 포장이 예쁜 과일바구니가 인기가 높듯이 썸네일을 잘 만들면 조회 수가 높다. 어떻게 보면 영상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낚시’ 영상 같은 자극적인 썸네일은 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인터뷰 도중 여러 차례에 걸쳐 ‘절실함’에 대해 언급했다. 부지런하고 열정이 있는 것 이상으로 절실하게 매달려야 한다는 의미였다. 정씨는 유튜브를 처음 시작할 무렵 1일 1영상을 목표로 달렸다. 제작·기획·소품 준비·촬영·편집·썸네일 제작·업로드의 과정을 매일 진행한 것이다. 1편을 제작하는 데 평균 7~8시간 걸렸을 정도.
 

아침에 눈을 뜨고 잠들 때까지 하루 종일 유튜브와 씨름하던 때였다. 

정씨는 “세팅하는 데 2시간, 촬영하는 데 2시간, 편집하는 데 또 2시간, 그 사이에 틈틈이 자료를 찾고 하면 하루가 다 갔다. 쉬는 시간도 없이 영상에 매달리다 보니 번아웃이 왔다”며 “그래서 이틀에 한 번, 사흘에 한 번 이런 식으로 제작 콘텐츠 수를 줄여 나갔다. 지금은 일주일에 1편씩 제작하는데, 그래도 채널이 4개다 보니 1주일에 4편을 제작하고 있는 셈”이라며 웃었다, 

모호했던 일과 일상의 구분은 오히려 아이가 태어난 이후 조금 뚜렷해졌다. 아이가 없었을 때는 주말도 공휴일도 없이 유튜브에 매달렸지만 육아를 하면서는 영상 제작을 위한 시간을 따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꾸준한 노력 필요해
새로운 일 도전할 것”

정씨는 “그래도 내가 쉬고 싶을 때 마음대로 쉴 수 있고 시간 운용이 자유롭다는 점에서 참 좋다”며 “아이가 좀 더 크면 지금보다 여유롭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해 9월 유튜브는 아동이 출연해 제작된 키즈 콘텐츠에 맞춤형 광고 게재를 금지하는 정책을 시작했다. 당시 유튜브 정책의 변화로 키즈 유튜버들이 타격을 입었다. 보라미TV는 ▲전 연령을 아우를 수 있는 콘텐츠 발굴 ▲전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채널 개설 등의 방법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미니어처 요리를 보라미TV의 새 콘텐츠로 삼고, 먹방 소재의 채널을 새로 열었다. 정씨의 남편 임씨는 “올해 4월부터 먹방을 소재로 전 세계 구독자들을 위한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 4년 동안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또 그 과정에서 축적된 노하우로 새 채널을 단기간에 정착시킬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정씨는 유튜브 외에도 다방면으로 도전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는 13일부터는 유튜브 4년간의 노하우를 담은 책 <300만 유튜버가 알려주는 전 세계 대상으로 유튜브에서 돈 버는 법(가제)>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기업 와디즈에서 소개한다. 책을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강연도 계획하고 있다. 

또 최근 화두인 디지털 노마드, 온라인 건물주, 수익 자동화 등의 트렌드를 좇아 전자책 출판, 온라인 강의, 카카오톡 이모티콘 제작, 웹소설 등 온라인 무자본, 지식과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에 계속 도전할 예정이다. 


유튜버는 최근 몇 년 새 10대들의 희망 직업군이 됐다. 이들 부부는 유튜버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유튜브 채널을 보면 미술이나 만들기, 춤, 노래 등 자신을 표현하는 영상들의 조회 수가 높다. 그런 재능을 가진 분들이라면 적극적으로 유튜버를 권해드리고 싶다”며 “처음에는 성장이 더디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충분히 잘 될 수 있다”고 격려했다. 

콘텐츠 발굴

그러면서 구독자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이들은 “저희 영상이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건 모두 구독자들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해서 재미있는 콘텐츠를 많이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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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