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기 시작한’ 1인 웹예능 시대

A급 스타들이 ‘북치고 장구치고’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비교적 인기가 많지 않았던 방송인들이 주로 보였던 유튜브 1인 예능이 점차 A급 예능인들에게도 번지는 모양새다. 박준형의 ‘와썹맨’ 장성규 ‘워크맨’에 이어 MBC <놀면 뭐하니?>까지 엄청난 인기를 얻자, 다수의 스타들이 1인 예능으로 뛰어들고 있다. 
 

▲ (사진 왼쪽부터)방송인 유재석·강호동·박명수·김구라

대중에 친근하고 역량 있는 방송인들이 ‘1인 예능’을 주도하고 있다. 유재석은 MBC <놀면 뭐하니?>, 강호동은 tvN <라면 끼리는 남자>에 이어 박명수와 이경규, 이효리와 비도 1인 웹예능에 합류했다. 

파워 콘텐츠

시작은 박준형이었다. ‘와썹맨’의 주인공인 박준형은 다양한 환경서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과의 대화와 미션을 선보였다. 이 과정서 박준형만의 독특한 스웨그가 빛을 발했다.

‘와썹맨’ 제작진은 장성규를 이용해 새로운 직업을 소개하는 ‘워크맨’을 론칭했다. ‘워크맨’의 성공은 ‘와썹맨’을 월등히 뛰어넘었다. 장성규를 향한 대중의 사랑도 대단했다. ‘워크맨’은 최소 200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는 파워 콘텐츠다. 

두 콘텐츠를 주도적으로 제작한 JTBC 자회사인 스튜디오 룰루랄라는 솔비와 비, 허영지, 은지원, 토니안 등 개성이 뚜렷한 연예인들과 함께 1인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토니안은 술과 안주를 먹는 ‘토니안주’, 독일인 다니엘 린데만은 다양한 취미를 알아보는 ‘백취미’, 은지원은 다양한 게임을 시도해보는 ‘게임은지원’, 비는 음악을 소재로 한 ‘시즌비시즌’, 솔비는 야생 속 동물들을 만나는 ‘야생속으로’, 박세리는 다양한 동호회와 만남을 갖는 ‘쎄리박’ 등 각 인물의 성격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스튜디오 룰루랄라는 구독자 72만명을 확보했으며, 총 조회 수는 1억7000만을 상회한다.

이어 MBC <놀면 뭐하니?>가 흔히 말하는 대박을 쳤다. 이른바 부캐열풍도 함께 불었다. 꾸준히 새로운 부캐를 만들면서 새로운 직업에 도전 중이다. 드러머, 트로트 가수, 라면집 사장, 아이돌 등 유재석의 재능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도전을 통해 세계관을 확장하는 방법으로 국내 연예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TV서 유튜브로…플랫폼 지형 역전
B급 문화서 주류 문화로 떠오르다

<놀면 뭐하니?>마저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방송·연예계 플랫폼 지형도가 바뀌었다. 대중에 친근한 기성 연예인들마저 1인 웹 예능에 합류하고 있다. 

지난 2월 김구라는 특유의 독설 이미지를 살려 ‘구라철’을 론칭했다. KBS 사장을 비롯해 굴지의 기업 등 다양한 곳을 찾아 직접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듣는 형태로 일종의 기자 역할을 맡았다.

첫 회부터 KBS 사장을 찾아가 “KBS는 왜 때깔이 누리끼리 하냐” “왜 맨날 다른 프로그램을 베끼냐” 등의 강력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지난 2월 방송을 시작해  어느 덧 구독자 15만명을 넘겼다. 


박명수는 최근 ‘할명수’로 1인 예능에 합류했다. 첫 화에서는 오랜 인연의 유재환과 함께 악플을 읽었으며, 레드벨벳의 조이와 전화 연결을 시도했다. 주로 진행자 옆에서 에이스 역할을 맡아온 그가 혼자서 새로운 예능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색다르다.

이경규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서 모르모트 PD로도 잘 알려진 권해봄 PD와 힘을 합쳐 ‘찐경규’를 론칭했다. 10세부터 100세까지 사로잡는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잘 하면 내 탓, 못하면 PD탓”이라고 말하는 이경규와 권 PD의 신경전을 앞세운 ‘찐경규’는 아직 예고편만으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린다G라는 부캐를 얻은 이효리 역시 카카오TV 웹예능 ‘페이스 아이디’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이는 스타들이 일상 속에서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 화면을 그대로 공개, 스마트폰을 통해 보는 그들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신개념 모바일 라이프 리얼리티다. 이 첫 주자로 이효리가 나서 총 4회에 걸쳐 솔직 유쾌한 리얼 라이프를 공개한다.

유재석·강호동·박준형 이어 
이효리·박명수·이경규 가세

와썹맨’과 ‘워크맨’까지 주류 예능이 아닌 B급 문화로 취급받던 1인 웹 예능은 광희의 ‘네고왕’, 유노윤호의 ‘발명왕’까지 인기를 얻으면서 파급력을 인정받았고, ‘라끼남’(‘라면 끼리는 남자’)과 <놀면 뭐하니?>까지 이어지면서 주류 문화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아울러 스튜디오 룰루랄라처럼 대다수 방송인을 활용한 물량전으로 더 커졌으며, 이효리, 박명수, 이경규 등이 합류하면서 주류문화로 궤도에 올랐다. 

이 같은 미디어 지형 변화는 국내 시청자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튜브 등 1인 미디어가 인기를 얻는 배경에 집단주의 문화로부터 개인주의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기존 TV 방송이 관찰 예능을 중심으로 한 집단 방식이었다면, 유튜브는 개인이 혼자 방송한다. 기존에는 다수의 사람들과 케미스트리를 일으키는 게 중점이 되는 방식이었는데, 개인주의가 중시되면서 타인과 화합보다 개인의 역량 발전에 치중하는 문화가 생겨났다”며 “그 변화로 유튜브 형식의 방송이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 10대들은 TV 대신 유튜브를 보면서 새로운 연예인을 찾는다. 그런 환경에 기성 연예인들이 합류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1인 예능의 확산에 따라 새로운 예능인을 배출할 창구가 더욱 좁아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개 코미디가 모두 사라지면서 신인 개그맨 타이틀도 함께 없어졌다. 기존의 인기 있는 스타들만 꾸준히 새로운 시도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라진 개그맨

한 연예계 관계자는 “개그맨이라는 직업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대다수 개그맨들이 스트리머나 유튜버로 직종을 바꿨다. 방송인이라는 개념도 스트리머나 유튜버와 함께 경계가 흐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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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산불 주원인 ‘실화·쓰레기 소각’ 예방법 없나?

10년간 산불 주원인 ‘실화·쓰레기 소각’ 예방법 없나?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지난 22일 경북 의성서 시작된 산불이 안동, 청송 등 인접 지역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가히 ‘재난 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번 산불이 성묘객의 실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관련자 처벌 수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7일 산림청 산불 원인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입산자에 의한 실화가 171건(31%)으로 가장 많았고, 쓰레기 소각이 68건(13%), 논·밭두렁 소각이 60건(11%)이었다. 대형 산불은 특히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는 봄철에 주로 발생한다. 계절별 산불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2015~2024년 연평균 산불 546건 중 봄철에 발생하는 산불은 303건(56%)에 달했다. 실제 지난 2022년 3월4~13일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강릉, 동해서 발생한 일명 ‘동해안 산불’은 산림 2만523㏊를 태웠다. 2020년 4월 경북 안동서 발생한 산불은 1944ha의 면적을 태웠으며, 2019년 4월 강원 고성·강릉·인제서 난 산불은 3일간 2872ha를 휩쓸었다. 이처럼 산불이 주로 봄에 발생하는 이유는 건조한 날씨와 더불어 야외활동이 잦아지는 시기인 점도 한 몫한다. 이번 의성 산불 역시 묘지를 정리하던 50대 성묘객이 라이터로 불을 피운 게 화근이 됐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당 성묘객은 산에서 쓰레기를 태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울산 울주군 온양읍 야산서 발생한 산불도 농막서 나온 용접 불꽃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보다 앞선 21일 경남 산청서 발생한 산불 역시 풀베기 작업 중 예초기서 튄 불꽃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산불 관련 처벌이 약해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급기야 국회전자청원 시스템에는 실화죄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현행 산림보호법 53조는 과실로 산불을 냈을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고의로 방화를 한 경우에는 5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형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산불의 특성상 발화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기 어렵고, 실화자를 특정하거나 과실 입증 과정이 쉽지 않은 만큼, 실제 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많지 않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올해 3월까지 최근 5년간 산불 유발자 검거율도 46.1%에 불과하다. 처벌 수위도 낮다. 최근 4년간 산불 발생 건수는 2108건이었으나, 집행유예를 포함한 실형을 받은 건수는 43건(2.03%)에 그친다. 지난해에는 279건의 산불 중 110명이 범인으로 붙잡혔지만,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벌금형도 8명에 그쳐 처벌 비율이 7.2%밖에 되지 않았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대형 산불 재난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불법 소각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의 한 밭두렁에서는 산불이 계속 확산되는 상황 속에서도 한 주민이 불에 탄 신발, 가재도구와 폐기물 등을 태우는 모습이 목격됐다. 같은 날 안동 하회마을 인근서도 쓰레기를 소각하던 한 70대 노인이 관계기관에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하회마을 인근에선 의성 산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소방·산림 당국이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었던 긴박한 상황이었다. 이처럼 대규모 재난 대응이 이뤄지는 와중에도 또 다른 대형 화재의 불씨가 될 수 있는 불법 소각 행위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는 점은 ‘안전불감증’의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현행 경북도 화재예방조례에 따르면 산림 인접지나 논·밭 주변서 사전 신고 없이 불을 피워 소방 인력이 출동할 경우 2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이 같은 수준의 처벌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농촌 지역의 불법 소각 관행을 근절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단속에 투입되는 인원에도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농촌 지역에 거주 중인 주민들의 안전불감증이 가장 큰 문제”라며 “과태료도 인상과 함께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과태료 인상 등 처벌 강화와 더불어 폐기물 수거 시스템 확충, 주민 참여형 안전 교육 등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영농 폐기물 및 생활 쓰레기 처리 시스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소각 행위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처리법의 보급 등 반복되는 산불 재난을 막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경북 22명, 경남 4명 등 26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산림 피해 면적은 3만5810㏊로, 역대 최대 피해를 냈던 2000년 동해안 산불의 피해 면적(2만3794㏊)을 넘어섰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