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고독한 생존가 이근

세계가 인정하는 ‘캡틴 코리아’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올 여름 국내서 가장 화제인 프로그램은 유튜브 콘텐츠 <가짜 사나이>다. MBC <진짜 사나이>를 모방해 만들었다. 특수부대 UDT 출신들이 교관을 맡아 평균 이하의 체력을 가진 유튜버들에게 고강도 훈련을 준다. 그 어떤 군 관련 프로그램보다 리얼리즘이 담긴 이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자는 교관 팀장을 맡은 이근 대위다. 남자 중의 남자이자, 휴머니즘과 유머를 갖춘 그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력이 알려지면서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 ⓒ유튜버들이 교육생으로 나와 MUSAT 특별과정에 도전하는 &lt;가짜사나이&gt;

군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6명의 유튜버가 군복을 입고 쭐레쭐레 서 있다. 그 사이로 선글라스를 낀 한 남자가 나오더니 “퇴교할 사람은 지금 퇴교하라”고 외친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자, 바로 훈련이 시작된다. 입수와 머리 박기, 각종 PT가 숨 쉴 틈 없이 반복된다. 정신이 나가고 공황 상태에 이른 유튜버들에게 얼굴을 들이밀고 더욱 강한 압박을 넣는 이 남자가 이근 대위다. 

유튜브 대화제
유행어 제조기

무사트(MUSAT, Multi UDT/SEAL Assault Tactics) 전무이사로 활동하다 최근 사퇴한 그는 불과 7회 분량만으로 엄청난 임팩트를 남겼다. 앞서 BBC <스페셜포스: 얼티메이트 헬 위크>서 강도 높은 훈련 교관으로, 체력적으로 날고 기는 외국인들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준 경력이 있는 그는 <가짜 사나이>서도 파괴적인 기운을 보였다. 

평소 경험해보지 못한 충격적인 훈련으로 인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유튜버들에게 끊임없이 팀워크와 정신력을 강조한다. 다소 어리숙하게 행동하는 이에게는 “이 X끼 뭐야. 너 인성 문제 있어?”라고 윽박지른다.

이 외에도 “4번은 개인주의야” “우리 할머니도 그거보다는 빨리 뛰겠다” “너 양치 안 했어? 숨 쉬지마” “머리부터 발끝까지” 등 그의 발언은 금세 유행을 타 군필자들 사이서 밈 현상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짜 사나이> 초반부만 하더라도 공황 상태로 인해 맥을 못추던 유튜버들이 조금씩 정신을 차리고 팀워크를 발휘, MUSAT서 준비한 교육을 억지로나마 끝내자, 각 유튜버에게 따뜻한 말과 위로를 건네며 응원하는 모습은 감동을 전해주기도 했다. 

오랜 군 생활로 다져진 파격적인 카리스마와 진정 강함서 나오는 휴머니즘, 미국 이민자로서 다소 서툰 한국말 때문에 의외의 웃음을 안겨주기까지 하는 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가짜 사나이> 본방송만 4000만 조회 수를 기록했으며, 유튜버 김계란이 운영하는 피지컬 갤러리 내 다른 방송분 역시 200∼300만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외 이근 대위가 과거 출연했던 방송편집본 역시 최소 수십만서 수백만 조회 수를 넘긴다. 

국내 방송가도 그의 인기를 실감하고 빠르게 그를 섭외하고 있다. JTBC <장르만 코미디>서 개그맨을 훈련하는 교관으로 그를 섭외했고, 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 오리지널 예능 <서바이블>서도 그를 고정 멤버로 출연시킨다.

9월1일 첫 방송인 이 프로그램은 이근 대위를 비롯해 개그맨 황제성과 김용명, 캐스터 성승헌, 유튜버 임현서가 나온다. 인류 최후의 날이라는 극한의 상황서 살아남는 것을 그리는 <서바이블>은 이근 대위 없이는 설명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그의 인기를 짐작케 한다.

<가짜 사나이> 교관 팀장으로 인기 급상승
미국 버지니아 군사대학 졸업 후 UDT 장교

아울러 지난달 2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2003년 7월 진도의 한 시골 마을 송정 저수지에 빠진 화물 트럭 살인 사건서 안전띠를 풀고 조수석서 나가려는 아내를 막아 익사시키는 장면을 재현했다. 이 대위는 이를 재현하는 인물로 섭외돼 제작진이 요구한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지속적인 관심은 이근 대위 개인에게도 이어졌다. 그는 지난달 1일, 쏟아지는 요청으로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1분33초짜리 영상 하나에 하루에만 무려 20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그의 과거 이력이 담긴 짤막한 영상 대부분이 50만 조회 수에 육박하며, 한 달도 되지 않아 구독자가 20만명을 넘겼다. 

이 대위가 이 같은 인기를 얻는 이유는 그가 살아온 발자취 덕분이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군사 전문가인 그는 전 세계 최정예 특수부대를 교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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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나 세월호 같은 참사가 나면 가장 먼저 달려가 생명을 구하고, 나라의 명예를 드높이는 데 앞장선다. 이 대위의 화려한 이력과 특출난 능력을 인정한 대중은 그를 이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군사 전문가인 그는 전 세계 최정예 특수부대를 교육하고 있다.

전쟁이나 세월호 같은 참사가 나면 가장 먼저 달려가 생명을 구하고, 나라의 명예를 드높이는 데 앞장선다. 이 대위의 화려한 이력과 특출난 능력을 인정한 대중은 그를 마블 히어로 ‘캡틴 아메리카’를 본 따 ‘캡틴 코리아’라고 부른다. 

1984년생인 이 대위는 3세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 이민을 갔다. 영어 이름은 Ken Rhee이며,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백인만 있는 학교에 다니면서 숱한 인종차별과 학교폭력을 당해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여러 자료를 찾아보던 중 미군 네이비 실(이하 NAVY/SEAL)에 관한 책을 읽고 매료돼, 미군 NAVY SEAL을 꿈꿨다. 

6세 때부터 수영을 배웠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미국 국가대표 수영선수였다. 전미 16위까지 랭크되는 실력을 갖췄다. 버지니아 군사대학에 입교한 그는 대학생 때 마이클 펠프스와 수영 경기를 치른 경험도 있다고 한다. 

‘진짜 남자’
스페셜포스

버지니아 군사대학을 졸업한 그는 NAVY/SEAL에 지원하려 했으나 “군인이 되고 싶다면 반드시 한국군에 들어가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한국의 NAVY/SEAL에 해당하는 유디티 실(이하 UDT/SEAL)로 가닥을 잡았다.

이곳에 지원하기 위해 2007년 대한민국 해군사관후보생(OCS) 102기로 입대한 그는 후보생 시절 상위권 성적으로 임관해 당시 최고 구축함인 문무대왕함으로 인사 명령을 받았고, 함정근무 중 UDT/SEAL에 지원해 54-1기로 차석 수료했다. 

2007년에는 대테러 전문성을 갖추고 소말리아에 파병돼 해적선 검문검색 팀장으로서 엄청난 공을 세웠다. 이근 대위는 청해부대 1진 문무대왕함에 이어 자진해서 2진 대조영함에 근무하며 해적 행위 증거자료를 확보함은 물론 해적에게 피랍된 어민 5명과 어선을 고향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당시 이 대위는 “고국의 해군 장교로서 국제평화의 최전선서 세계평화에 기여하고 특수부대원으로 실전경험을 쌓고 싶다. 앞으로 특수전 전문가가 되기 위해 아프간 파병에도 동참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2012년 비 해군사관학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NAVE/SEAL 선발과정에 입교해 뛰어난 기록으로 교육 수료 후 타국인에게는 개방하지 않는 장교 과정(JOTC)과 전문화 과정(SQT)까지 이례적으로 받았다. 


2013년에는 인간이 날고 싶은 욕구로 만들어낸 발명품이라고 불리는 ‘윙슈트’ 강하 과정도 수료했다. 윙슈트는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도 등장해 관심을 끈 활강용 특수 낙하산 강하복이다.
 

▲ ▲이근 대위

수많은 교육을 수료한 이 대위는 SQT 수료 후 해군 특수전전단의 특수전교육훈련대대 전문교육대장으로 발령받아 그가 배운 전술을 전파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국내 UDT/SEAL서도 SQT를 만들려고 했으나, 부대서 변화에 대한 거부반응으로 실현시키지 못했다. 미국 NAVY/SEAL 내 대테러부대인 DEVGRU와 비슷한 체계를 갖춘 부대를 만들고, 대테러 관련 전술도 바꾸려고 시도했으나, 부대의 반대로 실패했다. 결국 그는 2014년 전역을 결정했다. 

당시 이 대위를 두고 밀리터리 마니아 사이에선 “해외로 보내 기껏 온갖 훈련을 시켰더니 그대로 전역해 버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이라는 비판의 의견과 “이런 인재를 제대로 써먹지도 못해 스스로 전역을 하게 만든 군의 책임이 크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미 군사대학
한 UDT 입대

당시엔 후자에 힘이 더욱 실렸다. 


전역 후에도 그의 활약상은 대단하다. 7년여간 군 생활을 마치자마자 2014년 세월호 구조작전에 투입됐으며, 2015년 세계전술대회 ‘어반쉴드’를 위한 국가대표팀은 경찰특공대를 교육해 35개팀 중 8위를 하는 데 기여했다. 

2016년에는 군사보안업체(PMC)인 G4S의 작전팀장으로 이라크에 파병 후 1년 동안 모술이 한참 IS 테러리스트들에 점령됐을 때 다양한 실전에 참여했다. 이라크 파병을 마친 그는 미국 국무부로 스카우트돼 2017년 미국 국무부의 안보수사관으로 입사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에는 보안 코디네이션 역할을 맡았다.

특히 브라질 경찰특공대인 BOPE를 컨설팅한 이력도 있다. BOPE는 정부의 통제조차 제대로 닿지 못하는 브라질 최대 우범지역인 리우의 빈민가를 수시로 드나들면서 각종 무기로 중무장한 카르텔과 매일같이 전투를 벌이며 실전경험을 쌓는 인간병기로 불린다. 그런 부대가 전술과 경호 컨설팅을 위해 이근을 부른 것인데 그의 명성이 얼마나 세계적인지 실감케 한다.

이후 최근까지 대한민국 최초로 설립된 MUSAT서 근무했다. MUSAT는 세부적으로 작전 분야(OPERATIONS CELL), 훈련 분야(TRAINING CELL), 연구개발 분야(R&D CELL)로 나누어져 있다. 이근은 같은 UDT/SEAL 출신 동료들과 함께 회사를 이끌었다. <가짜 사나이> 흥행 후 더욱 그를 찾는 손길이 많아지면서, 이사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이사직서 내려왔다. 

비록 이사직은 그만뒀지만, 여건이 허락하는 선에서 MUSAT와 협업은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강인한 인상이지만, 미디어와는 꽤 친숙하다. 다양한 방송프로그램에 나와 이름을 알렸다. 예능과 교양, 다큐멘터리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KBS1 금요기획 <우리에게 불가능은 없다: 세계최강 UDT/SEAL>을 처음으로, EBS <두뇌게임: 천재들의 전쟁> <세계견문록 ATLAS:서바이벌 어드벤처>에 출연했다.

그의 명성이 높아진 건 BBC <스페셜포스:얼티메이트 헬 위크>다. <가짜사나이>와 같은 형태의 교관으로 나와 훈련생들을 공황상태에 빠지게 했으며, 인간의 한계에 빠른 속도로 다다르게 했다.

소말리아 해적 처치 활약
브라질 특수부대 컨설팅도

한 회당 2.6명이 마지막에 퇴교하는 이 프로그램서 이 대위는 등장 2시간 만에 4명을 탈락시키는 위엄을 보였다. <가짜사나이>와 마찬가지로 끝까지 교육을 마친 훈련생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며 퇴장하는 위용은 영국 내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2018년에는 MBC <두니아: 처음 만난 세계>에 등장해 독특한 콘셉트로 예능감을 보였다. 당시 함께 출연했던 래퍼 딘딘은 최근 한 방송서 “촬영할 때만 해도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지 몰랐다. 그날 저녁에 술을 마시면서 고생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엄청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디스커버리 채널서 만든 <고독한 생존가: 퍼스트 맨 아웃>에서는 에드 스태포드의 카자흐스탄 생존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정글과 무인도, 사막을 오가며 도마뱀과 물고기를 잡고 살아나가는 과정이 리얼하게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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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에드 스태포드에게 아깝게 패배했지만, 결과에 깔끔히 승복하는 모습으로 에드 스태포드의 존경심을 샀다.

과거 그가 출연했던 작품들이 최근 유튜브를 통해 속속 재업로드 되고 있다. KBS 유튜브 공식 채널은 <우리에게 불가능은 없다: 세계최강 UDT/SEAL>을 내걸었고, 유튜브채널 오분순삭은 MBC <두니아>를 공개했다. 공개된 대부분 영상은 이근 대위가 만든 명언을 조합한 썸네일로 게재됐다. 

이 대위의 인기는 허세나 가식이 아닌, 진정 수많은 자신과의 싸움을 극복하고 강인한 체력과 정신을 기른 진정성 덕분이다. 비록 거칠기는 하나, 팀워크 정신을 강조하는 그는 누구보다도 뛰어난 생존력과 이타성을 가진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어쭙잖은 실력으로 잘난 척만 하는 사람들에 지친 대중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인물로 떠올랐다. 이 대위를 스타 반열에 올린 <가짜 사나이> 2기는 오는 9월 초 면접 평가 이후 9월 중순 촬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낙 폭발적인 인기 덕에 UFC 선수 김동현, 축구선수 김병지, 유도선수 조준호, 방송인 줄리엔 강 등 피지컬에 있어서 뒤지지 않는 스타들이 대거 지원했다. 특히 헬스와 관련된 유튜버들이 <가짜 사나이>서 자신의 매력을 펼칠 기회로 삼고 있다. 

아쉽게도 이번 <가짜 사나이>에선 이근 대위를 볼 수 없을 전망이다. MUSAT 퇴사는 물론 워낙 바쁜 스케줄 탓에 2기까지 교관으로 나오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이근 대위는 볼 수 없겠지만, 그의 신념인 UDT 군인 정신은 그대로 프로그램에 계승되지 않을까 전망된다.

나라의 명예를 위해 기회가 닿는다면 언제나 뛰어드는 그의 UDT 정신은 이렇다. 

방송인 변신
폭발적 인기

“UDT가 멋있다거나 정말 강한 남자임을 증명하고 싶은 사람은 UDT에 지원하지 마라. 차라리 철인3종이나 에베레스트에 등반에 도전해라. UDT는 결과적으로 군인이다.  나라가 먼저 돼야 한다. 나라를 지키고 싶고, 더 나아가 엘리트 집단으로 가고 싶은 사람만 UDT에 지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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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