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올 여름 국내서 가장 화제인 프로그램은 유튜브 콘텐츠 <가짜 사나이>다. MBC <진짜 사나이>를 모방해 만들었다. 특수부대 UDT 출신들이 교관을 맡아 평균 이하의 체력을 가진 유튜버들에게 고강도 훈련을 준다. 그 어떤 군 관련 프로그램보다 리얼리즘이 담긴 이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자는 교관 팀장을 맡은 이근 대위다. 남자 중의 남자이자, 휴머니즘과 유머를 갖춘 그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력이 알려지면서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군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6명의 유튜버가 군복을 입고 쭐레쭐레 서 있다. 그 사이로 선글라스를 낀 한 남자가 나오더니 “퇴교할 사람은 지금 퇴교하라”고 외친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자, 바로 훈련이 시작된다. 입수와 머리 박기, 각종 PT가 숨 쉴 틈 없이 반복된다. 정신이 나가고 공황 상태에 이른 유튜버들에게 얼굴을 들이밀고 더욱 강한 압박을 넣는 이 남자가 이근 대위다.
유튜브 대화제
유행어 제조기
무사트(MUSAT, Multi UDT/SEAL Assault Tactics) 전무이사로 활동하다 최근 사퇴한 그는 불과 7회 분량만으로 엄청난 임팩트를 남겼다. 앞서 BBC <스페셜포스: 얼티메이트 헬 위크>서 강도 높은 훈련 교관으로, 체력적으로 날고 기는 외국인들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준 경력이 있는 그는 <가짜 사나이>서도 파괴적인 기운을 보였다.
평소 경험해보지 못한 충격적인 훈련으로 인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유튜버들에게 끊임없이 팀워크와 정신력을 강조한다. 다소 어리숙하게 행동하는 이에게는 “이 X끼 뭐야. 너 인성 문제 있어?”라고 윽박지른다.
이 외에도 “4번은 개인주의야” “우리 할머니도 그거보다는 빨리 뛰겠다” “너 양치 안 했어? 숨 쉬지마” “머리부터 발끝까지” 등 그의 발언은 금세 유행을 타 군필자들 사이서 밈 현상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짜 사나이> 초반부만 하더라도 공황 상태로 인해 맥을 못추던 유튜버들이 조금씩 정신을 차리고 팀워크를 발휘, MUSAT서 준비한 교육을 억지로나마 끝내자, 각 유튜버에게 따뜻한 말과 위로를 건네며 응원하는 모습은 감동을 전해주기도 했다.
오랜 군 생활로 다져진 파격적인 카리스마와 진정 강함서 나오는 휴머니즘, 미국 이민자로서 다소 서툰 한국말 때문에 의외의 웃음을 안겨주기까지 하는 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가짜 사나이> 본방송만 4000만 조회 수를 기록했으며, 유튜버 김계란이 운영하는 피지컬 갤러리 내 다른 방송분 역시 200∼300만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외 이근 대위가 과거 출연했던 방송편집본 역시 최소 수십만서 수백만 조회 수를 넘긴다.
국내 방송가도 그의 인기를 실감하고 빠르게 그를 섭외하고 있다. JTBC <장르만 코미디>서 개그맨을 훈련하는 교관으로 그를 섭외했고, 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 오리지널 예능 <서바이블>서도 그를 고정 멤버로 출연시킨다.
9월1일 첫 방송인 이 프로그램은 이근 대위를 비롯해 개그맨 황제성과 김용명, 캐스터 성승헌, 유튜버 임현서가 나온다. 인류 최후의 날이라는 극한의 상황서 살아남는 것을 그리는 <서바이블>은 이근 대위 없이는 설명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그의 인기를 짐작케 한다.
<가짜 사나이> 교관 팀장으로 인기 급상승
미국 버지니아 군사대학 졸업 후 UDT 장교
아울러 지난달 2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2003년 7월 진도의 한 시골 마을 송정 저수지에 빠진 화물 트럭 살인 사건서 안전띠를 풀고 조수석서 나가려는 아내를 막아 익사시키는 장면을 재현했다. 이 대위는 이를 재현하는 인물로 섭외돼 제작진이 요구한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지속적인 관심은 이근 대위 개인에게도 이어졌다. 그는 지난달 1일, 쏟아지는 요청으로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1분33초짜리 영상 하나에 하루에만 무려 20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그의 과거 이력이 담긴 짤막한 영상 대부분이 50만 조회 수에 육박하며, 한 달도 되지 않아 구독자가 20만명을 넘겼다.
이 대위가 이 같은 인기를 얻는 이유는 그가 살아온 발자취 덕분이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군사 전문가인 그는 전 세계 최정예 특수부대를 교육하고 있다.
전쟁이나 세월호 같은 참사가 나면 가장 먼저 달려가 생명을 구하고, 나라의 명예를 드높이는 데 앞장선다. 이 대위의 화려한 이력과 특출난 능력을 인정한 대중은 그를 이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군사 전문가인 그는 전 세계 최정예 특수부대를 교육하고 있다.
전쟁이나 세월호 같은 참사가 나면 가장 먼저 달려가 생명을 구하고, 나라의 명예를 드높이는 데 앞장선다. 이 대위의 화려한 이력과 특출난 능력을 인정한 대중은 그를 마블 히어로 ‘캡틴 아메리카’를 본 따 ‘캡틴 코리아’라고 부른다.
1984년생인 이 대위는 3세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 이민을 갔다. 영어 이름은 Ken Rhee이며,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백인만 있는 학교에 다니면서 숱한 인종차별과 학교폭력을 당해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여러 자료를 찾아보던 중 미군 네이비 실(이하 NAVY/SEAL)에 관한 책을 읽고 매료돼, 미군 NAVY SEAL을 꿈꿨다.
6세 때부터 수영을 배웠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미국 국가대표 수영선수였다. 전미 16위까지 랭크되는 실력을 갖췄다. 버지니아 군사대학에 입교한 그는 대학생 때 마이클 펠프스와 수영 경기를 치른 경험도 있다고 한다.
‘진짜 남자’
스페셜포스
버지니아 군사대학을 졸업한 그는 NAVY/SEAL에 지원하려 했으나 “군인이 되고 싶다면 반드시 한국군에 들어가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한국의 NAVY/SEAL에 해당하는 유디티 실(이하 UDT/SEAL)로 가닥을 잡았다.
이곳에 지원하기 위해 2007년 대한민국 해군사관후보생(OCS) 102기로 입대한 그는 후보생 시절 상위권 성적으로 임관해 당시 최고 구축함인 문무대왕함으로 인사 명령을 받았고, 함정근무 중 UDT/SEAL에 지원해 54-1기로 차석 수료했다.
2007년에는 대테러 전문성을 갖추고 소말리아에 파병돼 해적선 검문검색 팀장으로서 엄청난 공을 세웠다. 이근 대위는 청해부대 1진 문무대왕함에 이어 자진해서 2진 대조영함에 근무하며 해적 행위 증거자료를 확보함은 물론 해적에게 피랍된 어민 5명과 어선을 고향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당시 이 대위는 “고국의 해군 장교로서 국제평화의 최전선서 세계평화에 기여하고 특수부대원으로 실전경험을 쌓고 싶다. 앞으로 특수전 전문가가 되기 위해 아프간 파병에도 동참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2012년 비 해군사관학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NAVE/SEAL 선발과정에 입교해 뛰어난 기록으로 교육 수료 후 타국인에게는 개방하지 않는 장교 과정(JOTC)과 전문화 과정(SQT)까지 이례적으로 받았다.
2013년에는 인간이 날고 싶은 욕구로 만들어낸 발명품이라고 불리는 ‘윙슈트’ 강하 과정도 수료했다. 윙슈트는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도 등장해 관심을 끈 활강용 특수 낙하산 강하복이다.
수많은 교육을 수료한 이 대위는 SQT 수료 후 해군 특수전전단의 특수전교육훈련대대 전문교육대장으로 발령받아 그가 배운 전술을 전파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국내 UDT/SEAL서도 SQT를 만들려고 했으나, 부대서 변화에 대한 거부반응으로 실현시키지 못했다. 미국 NAVY/SEAL 내 대테러부대인 DEVGRU와 비슷한 체계를 갖춘 부대를 만들고, 대테러 관련 전술도 바꾸려고 시도했으나, 부대의 반대로 실패했다. 결국 그는 2014년 전역을 결정했다.
당시 이 대위를 두고 밀리터리 마니아 사이에선 “해외로 보내 기껏 온갖 훈련을 시켰더니 그대로 전역해 버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이라는 비판의 의견과 “이런 인재를 제대로 써먹지도 못해 스스로 전역을 하게 만든 군의 책임이 크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미 군사대학
한 UDT 입대
당시엔 후자에 힘이 더욱 실렸다.
전역 후에도 그의 활약상은 대단하다. 7년여간 군 생활을 마치자마자 2014년 세월호 구조작전에 투입됐으며, 2015년 세계전술대회 ‘어반쉴드’를 위한 국가대표팀은 경찰특공대를 교육해 35개팀 중 8위를 하는 데 기여했다.
2016년에는 군사보안업체(PMC)인 G4S의 작전팀장으로 이라크에 파병 후 1년 동안 모술이 한참 IS 테러리스트들에 점령됐을 때 다양한 실전에 참여했다. 이라크 파병을 마친 그는 미국 국무부로 스카우트돼 2017년 미국 국무부의 안보수사관으로 입사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에는 보안 코디네이션 역할을 맡았다.
특히 브라질 경찰특공대인 BOPE를 컨설팅한 이력도 있다. BOPE는 정부의 통제조차 제대로 닿지 못하는 브라질 최대 우범지역인 리우의 빈민가를 수시로 드나들면서 각종 무기로 중무장한 카르텔과 매일같이 전투를 벌이며 실전경험을 쌓는 인간병기로 불린다. 그런 부대가 전술과 경호 컨설팅을 위해 이근을 부른 것인데 그의 명성이 얼마나 세계적인지 실감케 한다.
이후 최근까지 대한민국 최초로 설립된 MUSAT서 근무했다. MUSAT는 세부적으로 작전 분야(OPERATIONS CELL), 훈련 분야(TRAINING CELL), 연구개발 분야(R&D CELL)로 나누어져 있다. 이근은 같은 UDT/SEAL 출신 동료들과 함께 회사를 이끌었다. <가짜 사나이> 흥행 후 더욱 그를 찾는 손길이 많아지면서, 이사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이사직서 내려왔다.
비록 이사직은 그만뒀지만, 여건이 허락하는 선에서 MUSAT와 협업은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강인한 인상이지만, 미디어와는 꽤 친숙하다. 다양한 방송프로그램에 나와 이름을 알렸다. 예능과 교양, 다큐멘터리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KBS1 금요기획 <우리에게 불가능은 없다: 세계최강 UDT/SEAL>을 처음으로, EBS <두뇌게임: 천재들의 전쟁> <세계견문록 ATLAS:서바이벌 어드벤처>에 출연했다.
그의 명성이 높아진 건 BBC <스페셜포스:얼티메이트 헬 위크>다. <가짜사나이>와 같은 형태의 교관으로 나와 훈련생들을 공황상태에 빠지게 했으며, 인간의 한계에 빠른 속도로 다다르게 했다.
소말리아 해적 처치 활약
브라질 특수부대 컨설팅도
한 회당 2.6명이 마지막에 퇴교하는 이 프로그램서 이 대위는 등장 2시간 만에 4명을 탈락시키는 위엄을 보였다. <가짜사나이>와 마찬가지로 끝까지 교육을 마친 훈련생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며 퇴장하는 위용은 영국 내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2018년에는 MBC <두니아: 처음 만난 세계>에 등장해 독특한 콘셉트로 예능감을 보였다. 당시 함께 출연했던 래퍼 딘딘은 최근 한 방송서 “촬영할 때만 해도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지 몰랐다. 그날 저녁에 술을 마시면서 고생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엄청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디스커버리 채널서 만든 <고독한 생존가: 퍼스트 맨 아웃>에서는 에드 스태포드의 카자흐스탄 생존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정글과 무인도, 사막을 오가며 도마뱀과 물고기를 잡고 살아나가는 과정이 리얼하게 담겨있다.
비록 에드 스태포드에게 아깝게 패배했지만, 결과에 깔끔히 승복하는 모습으로 에드 스태포드의 존경심을 샀다.
과거 그가 출연했던 작품들이 최근 유튜브를 통해 속속 재업로드 되고 있다. KBS 유튜브 공식 채널은 <우리에게 불가능은 없다: 세계최강 UDT/SEAL>을 내걸었고, 유튜브채널 오분순삭은 MBC <두니아>를 공개했다. 공개된 대부분 영상은 이근 대위가 만든 명언을 조합한 썸네일로 게재됐다.
이 대위의 인기는 허세나 가식이 아닌, 진정 수많은 자신과의 싸움을 극복하고 강인한 체력과 정신을 기른 진정성 덕분이다. 비록 거칠기는 하나, 팀워크 정신을 강조하는 그는 누구보다도 뛰어난 생존력과 이타성을 가진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어쭙잖은 실력으로 잘난 척만 하는 사람들에 지친 대중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인물로 떠올랐다. 이 대위를 스타 반열에 올린 <가짜 사나이> 2기는 오는 9월 초 면접 평가 이후 9월 중순 촬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낙 폭발적인 인기 덕에 UFC 선수 김동현, 축구선수 김병지, 유도선수 조준호, 방송인 줄리엔 강 등 피지컬에 있어서 뒤지지 않는 스타들이 대거 지원했다. 특히 헬스와 관련된 유튜버들이 <가짜 사나이>서 자신의 매력을 펼칠 기회로 삼고 있다.
아쉽게도 이번 <가짜 사나이>에선 이근 대위를 볼 수 없을 전망이다. MUSAT 퇴사는 물론 워낙 바쁜 스케줄 탓에 2기까지 교관으로 나오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이근 대위는 볼 수 없겠지만, 그의 신념인 UDT 군인 정신은 그대로 프로그램에 계승되지 않을까 전망된다.
나라의 명예를 위해 기회가 닿는다면 언제나 뛰어드는 그의 UDT 정신은 이렇다.
방송인 변신
폭발적 인기
“UDT가 멋있다거나 정말 강한 남자임을 증명하고 싶은 사람은 UDT에 지원하지 마라. 차라리 철인3종이나 에베레스트에 등반에 도전해라. UDT는 결과적으로 군인이다. 나라가 먼저 돼야 한다. 나라를 지키고 싶고, 더 나아가 엘리트 집단으로 가고 싶은 사람만 UDT에 지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