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유튜버들의 그림자

막말, 거짓, 모욕…브레이크 없는 막방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구글의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는 누구나 PD나 MC의 꿈을 이루는 최적의 공간이다. 이렇듯 포용성이 크다는 장점은 혐오를 배포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사람들로 인해 비윤적인 언행이 전파된다. 타인을 괴롭히는 것은 물론 최소한의 인격마저 무너진 모습이 보이고, 거짓말로 점철되고, 매우 선정적인 장면도 쉽게 볼 수 있다. 
 

▲ 유튜버 이한샘 ⓒ유튜브

지난달 12일, 전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가 약 2시간 동안 먹통이 된 적이 있었다. 동영상 재생이 되지 않거나 늦춰지는 현상이 발생한 것. 유튜브 이용자들은 갑작스러운 오류에 당혹감을 드러냈다. 이용자들은 문자메시지 서비스인 카카오톡이 먹통이 됐을 때보다도 더 큰 답답함을 느꼈다고 호소했다. 유튜브가 우리 사회의 공기와 같은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건이었다. 

지나친
포용성

유튜브가 이렇듯 대중의 생활권에 밀접하게 파고들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하다. 특히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으며, 관심 있는 분야의 영상을 마음껏 시청하고 타인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정치와 경제 등 시사는 물론 증권과 사업 수완처럼 금전적인 것과 직결되는 소재의 콘텐츠, 연예와 스포츠 또는 게임이나 낚시와 같은 흥미 분야, 각종 제품은 물론 심리치료와 같은 개인 경험담에서도 정보가 넘친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유튜브를 통해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이렇듯 수많은 콘텐츠가 넘칠 만큼 많아진 배경은 유튜브가 가진 포용성 덕분이다. 기술(Technology)과 인재(Talent), 관용(Tolerance)이 골고루 갖춰진 도시일수록 도시 창조성이 높아진다는 리처드 플로리다의 3T이론이 유튜브에도 적용된다.


누구든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영상을 업로드할 수 있는 시스템은 자신의 장기를 펼치고 싶은 대다수 인재를 유튜브로 유입시켰다. 이는 유튜브가 빠르게 성장하는 기반이 됐다.

이용자들은 무수히 많은 콘텐츠를 통해 공감하며 위로를 받기도 하고, 국적과 직업은 물론 사회적 위치 등 모든 새로운 영역에 있는 사람들을 통해 대리경험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전에 양면이 있는 것처럼 혐오를 전파하는 콘텐츠가 득실대는 것도 방치하기도 한다. 거짓말이 난무하며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도 서슴지 않는 영상이 즐비하다. 욕설을 비롯한 막말은 물론 나약한 집단에 큰 아픔을 주는 행위가 담긴 영상도 무수하다.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가 더 짙다는 말은 유튜브에도 해당한다. 

최근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최소한의 윤리를 지키지 않는 도 넘은 발언들이다. 이용자가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측면에서 관대하게 통용되기는 하나 일부 스트리머의 발언은 도를 넘었다는 평가다. 

스타크래프트 게이머 출신인 BJ 철구는 막말로 도화선에 불을 지폈다. 이미 숱한 구설수로 더 이상 떨어질 이미지도 없는 그지만, 이번만큼은 정도가 지나쳤다는 반응이다. 

‘반성 없다’ 고인 모욕 서슴지 않는 유튜버
영혼 갉아먹고 가짜 퍼뜨리는 사이버 레커

철구는 타 BJ가 연예인 홍록기를 닮았다고 하자 “꺼지세요, 박지선은 꺼지세요”라고 말했다. 최근 고인이 된 박지선을 조롱의 목적으로 사용한 것에 대중은 분노했다.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자 “박지선이 아닌 박미선을 말하려 했다”는 변명은 오히려 대중의 화를 더욱 끌어올렸다. 이 소식에 박미선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일갈했지만, 오히려 철구의 팬들이 해당 글에 악플을 다는 기현상마저 발생했다. 

철구의 아내인 외질혜는 남편의 잘못을 옹호하는 행태를 보였고, 네티즌들은 두 사람에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뒤늦게 사과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나 다름없었다. 

혐오가 혐오를 낳은 것일까. 두 사람의 잘못된 행위로 딸이 피해를 보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철구 딸이 입학한다는 초등학교 근황’이라는 글이 게재됐고, 이 학교에 자식을 보낸 학부모들이 철구 가족의 딸의 입학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줄줄이 내놨다. 

해당 학교에 따르면 철구의 딸은 입학자 명단에 없었다. 하지만 이 현상만으로 두 부분의 잘못된 언행이 얼마나 많은 불편함을 초래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막말은 비단 철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연예계 인사를 저격하는 방식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는 가로세로연구소는 막말의 정점에 서 있다.
 

▲ 유튜버 뻑가 ⓒ유튜브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실종 당시 서울 북악산 등산로를 걷고, 와룡공원에서 생중계도 진행했고, 생중계 도중 “시신이 발견된 숙정문, 거기까지는 40분이 넘는 길이다. 산을 오르며(박 시장이) 무슨 생각을 했을지 걸어가 보도록 하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아무리 이념적으로 엇갈린 행보를 걷고 있어, 고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것을 고려하더라도 최소한의 인격이 마비된 발언이었다.

이어 가로세로연구소는 ‘박원순 장례식장’이라는 제목으로 생방송을 진행했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 빈소를 찾아, 고인에 대한 조롱·모욕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유튜브의 자체 자정작용이 조금도 기능하지 못하는 세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고인 조롱
혐오 연속

또 이슈가 된 각종 사건들을 짜깁기해 영상을 올려 수익을 내는 이른바 ‘사이버 레커’ 유튜버들의 행태도 문제다. 사이버 레커는 교통사고가 났을 때 부리나케 달려오는 사설 견인차를 비꼬는 말을 비유로 활용해 이슈가 된 각종 사건들을 짜깁기해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를 비꼬는 말이다. 

이들은 마치 할리우드 영화 <나이트 크롤러>의 주인공이자 나이트 크롤러라는 직업을 가진 루이스 블룸(제이크 질렌할)과 비슷하다. 나이트 크롤러는 사건이 일어나면 즉시 달려가 해당 장면을 영상에 담아 이를 방송국에 파는 직업을 일컫는다. 아직 국내에는 상륙하진 않았지만, 프리랜서를 적극 활용하는 미국에서는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소시오패스 기질이 다분한 루이스 블룸은 살인 사건 현장에서 충분히 살릴 수 있는 피해자를 영상에 담는 데만 집중하고, 때로 자신이 사람을 죽이고 이를 영상으로 제작해 방송국에 팔기도 한다. 


취재 윤리는 뒷전이며, 선정적인 뉴스에 무감각해진 미국의 언론과 대중을 비판하는 이 영화의 주인공의 모습은 국내에서 ‘사이버 레커’로 불리는 일부 유튜버들과 일맥상통한다.

기존에 나온 진실과 허위가 구분되지 않는 정보를 마치 사실인양 전달하는데 뻑가‧정배우 등이 대표적인 예다. 정보가 마구잡이로 전파될 때 상처를 받을 수 있는 당사자에 대한 예의나 존중은 발견하기 힘들다. 사이버 레커끼리 서로를 물어뜯는 진흙탕 싸움도 벌어진다. 
 

▲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유튜브

자극적인 이슈를 소재로 노골적인 영상을 만들기 때문에 굉장히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다. 일각에 따르면 일부 사이버 레커 유튜버는 월 수억원의 수익을 챙긴다는 후문이다. 돈이 윤리를 갉아먹는 콘텐츠가 버젓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현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유튜브 콘텐츠 속에는 거짓말이 난무한다. 한동안 ‘뒷광고’ 논란이 여론을 휩쓴 바 있다. 지나친 욕심이 화를 부른 사건이었다. 많은 스트리머와 유튜버가 ‘뒷광고’로 인해 활동을 중단했다. 

뒷광고는 물론 다양한 거짓말이 존재한다. ‘아임뚜렛’ ‘송대익’ ‘갑수목장’이 대표적이다. 아임뚜렛은 자신이 틱장애를 앓고 있다고 밝히며 라면을 먹거나 토마토를 먹을 때 틱장애로 고통받는 장면을 담아 올렸다. 

10대 쓰는
성인 콘텐츠


이 영상을 보고 많은 사람이 안쓰러움을 느껴 그를 응원했지만, 이 모든 것이 아임뚜렛의 연기로 밝혀졌다. 울산에 기거하고 있다고 밝힌 그를 본 주민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했고, 이는 일파만파 번졌다. 자신이 틱장애를 앓고 있다며 거짓말을 반복하던 아임뚜렛은 결국 연기였다고 인정했다. 

심리적 장애로 인해 발생한 틱 장애를 희화화하는 것은 물론 돈벌이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유튜버 송대익은 친분이 있는 유튜버 서도균과 함께 ‘피자나라 치킨공주’의 음식을 시킨 뒤 내용물이 일부 없어졌다는 조작 영상을 만들었다. ‘피자나라 치킨공주’가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밝히자 그들은 영상을 통해 거짓을 자행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후 두 사람은 자신을 비난한 악플러들을 고소하겠다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다. 물론 악플을 남기는 것이 올바른 행위는 아니나, 이들의 고소는 자신들이 저지른 언행에 반성이 없는 태도로 비쳤다. 

유기동물을 구조해 분양하는 영상을 주로 올리며 구독자 50만명을 보유한 인기 유튜브 채널 갑수목장은 반려동물을 학대했다는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는 유기동물을 구조했다고 밝혔지만, 갑수목장의 자막 번역을 담당했던 A씨는 “갑수목장이 펫샵에서 구매한 동물이었으며 동물의 상태를 나쁘게 만들기 위해 굶기거나 때렸다”고 폭로하면서 들통이 났다. 갑수목장은 펫숍에서 동물을 구매를 한 건 사실이지만, 학대는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현재 갑수목장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인터넷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끈 콘텐츠는 성인물이다. 야한 사진이나 영상이 일파만파 번져나갔고, 이것이 인터넷의 발달로 이어졌다는 의견도 있다. 

유튜브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다양한 성인 콘텐츠들이 존재한다. 문제는 어린아이도 쉽게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10대를 이용해 선정적인 내용의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10대가 만드는 성희롱 콘텐츠 있다고?
‘내가 조두순 아들’ 밝힌 초등학생까지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춤을 추거나 식사를 하는 건 예사다. 브라질리언 왁싱을 하는 여성의 나체가 그대로 찍힌 영상이 올라오기도 하며, 성인용품 후기라는 명목으로 야외에서 용품을 사용하는 모습이 버젓이 나온다. 

성인들이 즐기는 콘텐츠지만, 어린아이들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걱정과 우려를 남긴다. 

한 여성 유튜버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인기를 모았다. ‘내가 원할 때 자빠뜨리는 방법’ ‘아무리 급해도 먹지 말아야 할 여성’ ‘첫 만남에 모텔까지 가는 여자’ ‘아줌마가 세 번 이상 주는 남자 TOP4’ 등이다. 이 채널의 여성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이 채널을 만들었지만, 예측과는 달리 논란이 일어 방송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 유튜버 정배우 ⓒ유튜브

유튜브 채널 ‘하이틴 에이저’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부적절한 콘텐츠 영상을 올려 논란이 됐다. ‘10대 여학생들 몸 좋은 남자 앞에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영상이 특히 문제가 됐다. 해당 영상에는 눈을 가린 10대 여성이 옷을 벗은 남성의 몸을 만지며 부끄러움을 느끼는 영상이었다. 

출연자 전원이 10대인 이 채널은 커플 요가 등 자극적인 스킨쉽이나 성적인 대화를 하는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만연해진 선정적인 영상의 여파는 어린아이들에게까지도 영향을 미쳤다.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이 출소해 시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유튜브 방송에 이를 악의적으로 이용해 조회 수를 올린 초등학생이 있어 논란이 됐다. 

최근 유튜브에 올라온 ‘조두순 아들입니다. 우리 아빠 건들지 마라’는 제목의 영상에는 “사실 조두순이 제 아빠”라고 주장한 어린아이의 모습이 담겨있다. 영상 대표 화면에는 ‘조두순 만세’라고 쓰여 있으며, 그는 험악한 욕설도 서슴없이 내뱉고 “조두순 건드리면 내가 다 총으로 쏴 죽일 것”이라고 흥분하며 말했다.

실제 조두순에게는 자식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해당 영상을 찍은 유튜버는 초등학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두순이 출소하면서 피해자와 가족이 고통받고 있으며, 안산 시민들도 불안해하는 가운데 2차 가해에 해당하는 발언을 10대가 한 것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조두순  
아들?

남녀노소, 구분없이 유튜브는 비윤리적 영상을 유포하고 있다. 구글이 경제적인 이득을 막는 것 외에 이들에게 아무런 규제할 수 없어, 영상을 올리는 사람들이 자체적으로 윤리적인 발언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게 유튜브의 현주소다. 유튜브가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가운데, 혐오를 자제할 수 있는 담론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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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