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주교도소 7사의 비밀 ①살 떨리는 증언들

손발 묶고…때리고…밥도 개처럼 먹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김정수 기자 = 누군가에겐 공포의 장소였고, 누군가에겐 치가 떨리는 기억의 현장이었다. 또 다른 누군가는 ‘괴물 양산소’라 했다. 20여년 동안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그럼에도 전주교도소에 수감됐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곳. 그들은 그곳을 ‘7사’라 부른다.
 

▲ 전주교도소 ⓒ고성준 기자

교도소의 존재 이유는 ‘단절’과 ‘교화’다.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고 재사회화하는 일을 담당한다. 하지만 국내 교도소의 기능은 교화보다 단절에 방점을 찍고 있다. 높은 담으로 인한 물리적 단절과 재소자에 대한 혐오로 생긴 심리적 거리감은 아이러니하게도 교도소를 성역으로 만들었다. 

지금도…
공포의 방

요새화된 교도소는 외부의 감시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됐다. 재소자들의 목소리는 교도소 담장을 넘지 못했다. ‘재소자에게는 그래도 된다’는 사회적 인식은 교도소서 일어나는 부조리를 눈감아줬다. 그 결과 교도소는 재소자를 더 악랄한 범죄자로 만드는 데 일조하는 곳으로 전락했다. 

‘재소자를 악에 받치게 만든다’는 7사는 전주교도소 내 또 다른 사각지대다.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에 있는 전주교도소는 광주지방교정청 산하 교정시설로, 형이 확정된 기결수와 미결수를 동시에 수용 관리하고 있다. 

미결수와 기결수는 1∼6사동에 나눠 수감된다. 전주는 여전히 폭력 조직의 위세가 상당하고 그로 인한 조직범죄가 많아, 전주교도소에서는 조직에 따라 사동을 나눠 재소자를 수감하기도 한다. 별칭으로 월드컵 사동과 나이트 사동으로 불린다. 이 외에 아픈 재소자들을 수용하는 병사동이 있다. 


7사는 일반사동에 속하지 않는 특별사동으로 보호실, 진정실 등으로 알려져 있다. 재소자가 자해를 하거나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 진정과 보호를 목적으로 잠시 수감하는 곳이다. 일반사동과 달리 재소자들이 항시 기거하진 않는다. 취사장 앞에 자리하며 기결수 사동과 가깝다. 

지난해 말 자신을 전주교도소 재소자라고 밝힌 표두형이 <일요시사>로 편지를 보냈다. 올해 3월까지 5개월여에 걸쳐 날아든 편지서 눈길을 끈 대목은 전주교도소 7사에 대한 언급이었다. 그는 아내를 통해 언론사, 교정본부, 법무부, 대검찰청, 국가인권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전주교도소서 겪은 일과 7사에 대한 두려움을 담은 편지를 수십통 보냈다.

“7사라는 데 들어가면 죽어서 나와” “여기 7사라는 곳이 있어. 거기 들어가면 고문당하는 거야” “CRPT(기동순찰팀)가 날 건들고 꼬틀이(꼬투리) 잡고 7사에 집어넣으려고 해” “7사라는 곳 가보지는 않았지만 날 묶어 보내려 한다. 서대문 형무소 같이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시설에 수감(수갑) 채워 던져 놓는다” “전주교도소 7사 폐쇄하라고 하세요. 7사는 인간이 갇혀서도 짐승이 갇혀서도 안 되는 공간입니다”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보이지 않는 폭력 들리지 않는 비명
보호실 뒤에 숨은 진짜 모습 공개

전주교도소서 수감생활을 했던 사람들은 7사에 대한 소문에 빠삭했다. 전주의 스터디카페, 빨래방, 부산의 구치소, 인천의 다방, 영월의 당구장 등에서 만난 전주교도소 ‘출신’들은 서로 일면식도 없으면서 마치 ‘입을 맞춘 듯’ 7사의 악명에 대해 설명했다. 

#. 교도소에 들어가자마자 7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몇몇 형님들이 거기 끌려가면 안 된다고 겁을 줬다. 어느 날 방에 누워 있는데 “살려주세요” “교도관” “주임님”하면서 악쓰는 목소리가 들려 ‘저게 7사서 나는 소리구나’ 생각했다. 운동 시간에 7사에 갔다 왔다는 놈이 바지를 벗었는데, 다리가 피멍으로 새카맸다. 손하고 발을 묶어서 어두운 곳에 던져놓는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관구실에 불려갔다가 CCTV 화면에 잡힌 무슨 덩어리를 봤다. 좁은 방에 사람이 묶인 채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교도관에게 물었더니 이불 같은 걸로 가리더라. 수갑을 뒤로 채워놓고 밥 먹을 때도 풀어주질 않아 개처럼 먹는단다. CRPT들이 내게도 ‘7사에 못 보내서 한’ ‘너를 못 묶어서 한’이라고 말하곤 했다.(표두형, 전주 스터디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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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에 누워있다 보면 가끔 벽 너머로 서럽게 우는 소리가 들렸다. 소지(사동도우미)로 일하는 동안 3명이 7사로 끌려가는 모습을 봤다. 1명은 원래는 점잖은 분이셨는데 민원실서 깽판을 쳤다. 그분은 끌려갔다가 금방 나왔다. 교도관들에게 빌었다고 하더라. 1명은 CRPT하고 갈등이 생겼는데 순식간에 4명이 달라붙어서 넘어뜨렸다.

또 1명은 오우창이라고 좀 바보다. 좀 모자랐다. 얘는 조금만 떠들어도 CRPT들이 ‘7사에 보내버린다’고 윽박질렀다. 7사에 끌려갈 때는 뭘 모르니까 그냥 얌전히 걸어갔다. 갔다 오고 나면 ‘7사 안 가고 싶다’ ‘못가겠다’며 부들부들 떨었다. 우창이 부모님이 전주 남부시장서 장사를 한다. ‘내 아들이지만 전화 못하게 해주시고 잘 관리 부탁드립니다’ 하고는 영치금만 넣어주고 한 번도 찾아오질 않았다. 

어느 날에는 한 지적장애인이 다른 사람하고 싸움이 붙었다. 진짜 치고 박고 싸운 건데, 둘 중 좀 모자란 사람만 7사에 끌려갔다. 나머지 사람은 매주 찾아오는 접견인도 있었고, 영치금도 빵빵했다. 끌려간 애는 뭐 아무것도 없었고.(송재환, 전주 빨래방)

재소자들은
다 아는 곳

#. 밤에 고함소리가 들려 뭐냐고 물으면 형님들이 7사로부터 나는 소리라고,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멀쩡한 사람이 7사에 갔다 오면 반병신이 되거나 이상해져서 나온다고들 하더라. 어릴 때 소년원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는 문제를 일으키는 애들에게 구속복을 입혔다. 아마 그 구속복이 전국 교도소에 보급된 걸로 안다. 

그런데 7사에선 구속복을 안 입히고 뒷수갑을 채워 포승으로 묶는다고 했다. 독방도 사고를 치거나 규율을 어기면 가는 곳이라 크게 보면 같은 맥락이지만 하는 짓거리를 보면 7사는 좀 심하다.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될 일을 CRPT들이 크게 만드는 식? 

그래도 7사 이야기가 바깥으로 알려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교도소는 접견인이 민원을 넣는 것에 굉장히 신경 쓴다. 그런데 연고지도 없고 면회도 안 오고 영치금도 별로 없다? (무슨 짓을 해도) 소문이 안나니 얼마나 좋겠나.(신두호, 전주 빨래방)

#. 7사에 끌려간 사람들이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면서 가족이 저 사실을 알면 얼마나 억장이 무너질까 생각했다.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아들이고, 남편일 텐데 그런 취급을 받고 있는 걸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사슬로 손을 뒤로 묶고, 발을 묶은 뒤 다시 둘을 연결해 사람 몸을 활처럼 만든다고 했다. 그 상태로 있다 보면 사람이 말 그대로 미쳐버린다. 소리를 안지를 수가 없는 상황이 된다.(전철환, 인천 다방)

#. 2000년, 2003년에 전주교도소로 이감됐다. 취사장 앞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7사가 있었다. 우리끼리는 ‘먹방’이라고도 불렀다. 빛이 잘 들지 않고 어두워서, 또 그 안에 들어가면 아무것도 못 한다고 해서. 벽은 자해를 하지 못하도록 스티로폼 같은 푹신한 재질로 덧대놨다. 그런 방에 갇히면 손에는 수갑을, 발에는 족쇄를, 머리에는 헤드기어 같은 걸 채우고 씌운다. 3종 세트라는 말을 쓸 거다, 요즘엔.(강기동, 영월 당구장)

전주교도소 출신들은 7사에 대해 ▲자해를 하거나 난동을 피우는 재소자를 끌고 간다 ▲빛이 없는 좁은 방에 가둔다 ▲수갑을 뒤로 채운다 ▲3종 세트(수갑, 족쇄, 헤드기어)를 착용시킨다 ▲곡소리, 울음소리가 들린다 ▲지적능력이 떨어지거나 접견인이 없는 재소자가 일반 재소자에 비해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식사 시간이나 용변이 급해도 풀어주지 않는다 등을 공통적으로 언급했다. 

고함 소리
3종 세트

소문의 실체는 2017년 교도관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다며 전주교도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재소자와 그의 어머니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재소자 박성철은 CRPT가 “니 어미를 생각하라”는 등 어머니를 언급한 말에 화가 나 창틀 사이로 그의 눈을 찔렀고, 그러자 CRPT 4명이 방으로 한꺼번에 들이닥쳐 머리를 바닥에 찧고 발로 옆구리를 때렸다고 주장했다. 


박성철은 2017년 11월 전주교도소 CRPT들을 독직폭행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그는 고소 이후에도 CRPT들이 자신을 주먹과 무릎으로 때리고 2주 넘게 수갑을 세게 조이는 등 보복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CRPT들은 오히려 박성철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맞고소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진술 조서 등에 따르면 박성철은 CRPT들과 충돌한 이후 7사에 수감됐다. 그는 “교도관 폭행에 대해 접견 금지와 일반사동 대신 7사동(보호실)서 지내도록 금치 45일의 징벌 처분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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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최소 10일 이상 7사에 수감돼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그동안 자해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른바 3종 세트를 착용한 채 생활했고 3차례에 걸쳐 CCTV가 없는 복도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의견서 등에 따르면 박성철이 수갑 등 3종 세트를 차고 있던 기간은 17일에 이른다.

박성철의 어머니 서두옥씨는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은데, 접견이 막혀서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너무 걱정돼서 변호사에게 접견을 가달라고 부탁했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박성철에 대한 접견은 한 달 이상 제한된 상황으로 가족조차 그의 상태를 살필 수가 없었다.

변호사가 만난 박성철의 상태는 처참했다. 변호사가 접견을 가기까지 10일가량 교도소서 수도를 막아놓아 그 사이 그는 전혀 씻지 못한 상태였다. 변기에도 용변이 둥둥 떠다닐 지경이었다. 3~4일간 헤드기어를 쓰고 있어서 양코 주변으로 하얀 곰팡이가 가득했다. 

손목에 수갑, 다리에 족쇄를 착용한 상태로 난방이 들어오지 않는 마룻바닥에 방치돼있었다. 아침마다 수갑을 꽉 조이는 바람에 손목에는 고름이 낭자했다. 자료에는 전주교도소 의무과 주임이 ‘(박성철의) 손이 다 썩는다’며 수갑을 풀게 했다는 부분도 있다.


출소자들 증언 대부분 같아
2017년 소송 과정에서 확인

박성철은 CRPT들이 자신을 제압하는 과정서 사망한 재소자를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CRPT들이 발목에 무언가를 찔러 넣으면서 ‘안태윤이 후유증으로 죽었다’며 항복하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진술은 박성철이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서도 나온다. 

당시 진술조서에 따르면 “한두원 교위가 ‘죽은 안태윤이도 나한테 많이 당했다. 너도 당해봐라’라고 말하면서 아킬레스건 쪽에 스테이플러 같은 것을 찔러 넣었다”는 부분이 있다. 또 “많은 재소자들이 교도관들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하고 있다. 사실 접견을 오지 않는 재소자들이 더 많은 폭행을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2018년 1월에도 박성철은 7사에 수감됐다. 7사에 수감된 재소자는 박성철뿐이었다. 당시 7사 근무일지에 따르면 박성철은 “몸이 언 것 같다. 너무 추워 한숨도 못 잤다. 몸 왼쪽이 마비되는 느낌이 온다. 얼굴 한쪽에 경련이 일어난다”고 호소했다. 또 저녁 시간 내내 수갑을 뒤로 차고 있던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7사에 수감된 경험이 있는 최상익도 “7사는 문제수를 수용한다는 미명 하에 별도로 만든 방이다. 모든 공간이 폐쇄돼있고 하나 있는 창문도 벽을 향해 나 있어 밀실이나 다름없는 곳”이라며 폐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CRPT들이 반말과 욕설 등으로 재소자들을 자극하고, 재소자들이 화를 내면 보디캠을 켜서 그 부분만 촬영하곤 했다”고 주장했다. 수갑과 족쇄 때문에 손목과 발목에 고름이 나는데도 불구하고 치료는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박성철의 어머니 서씨는 “7사에 갔다 온 재소자들은 손목만 봐도 알 수 있다. 수갑을 어찌나 조여 놓는지 손목에 상처가 났다가 아물기를 반복해 나중에는 흉이 남는다. 7사의 표식”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원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박성철을 부산구치소 화상접견을 통해 마주했다. 그는 3년이 지났음에도 당시 상황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부유물이 둥둥 떠다니던 변기” “구둣발로 밟혔다” “모포도 없이 냉골의 바닥서” “수갑을 꽉 조여서” 등의 말을 했다. 이어 “나는 죄를 지어 교도소에 들어왔다. 내가 나쁘지 않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개처럼 짓밟는 건 너무하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같이 때려도
한쪽만 처벌?

당시 전주교도소는 박성철의 주장에 “집단폭행과 가혹행위는 전혀 없었다”면서도 “문제의 독방에는 CCTV가 없어 당시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고 답한 바 있다. 박성철과 전주교도소 측의 맞고소는 박성철이 교도관 폭행 혐의 등에 대해 형을 추가로 받는 것으로 끝났다. 박성철이 고소한 CRPT들은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됐다. (취재원 보호를 위해 이름은 모두 가명 처리했음을 밝힙니다)


<jsjang@ilyosisa.co.kr>
<kjs0814@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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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