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주교도소 7사의 비밀 ③교수님의 수감담

“교도소가 재소자 더 폭력적으로 만든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김정수 기자 = 교도소는 작은 불씨에도 폭발할 수 있는 화약고다. 밥 한 숟가락, 편지 한 통에서 시작된 불씨가 폭력과 결합돼 걷잡을 수 없는 불길로 번진다. 7사는 이 과정서 불을 더 크게 키우는 촉매 역할을 한다. 교도소서 시작된 불은 이제 사회로 향하고 있다.
 

▲ 이병진 동명대 교수 ⓒ고성준 기자

“한 나라의 대통령님께서도 (재소자가)죄인들이니까 나쁜 놈들이니까 관심을 갖지 않는다. 재범이 일어나고 부패를 배워나간다. 청렴하게 이끌어주실 공무원들이 인격 이하의 짓을 하는데 어찌 저희 죄인들이 무엇으로 존경하고 따르며 지낼 수 있겠는가. 서로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 우리는 짐승이 아니다. 길들이려 억압하고 탄압하면 그 순간뿐이다.”

4명 중 1명
다시 교도소

전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표두형이 지난해 대검찰청에 보낸 편지의 일부다. 지난 3월 전주교도소서 출소한 그는 불과 3개월 만에 재수감됐다. 표두형은 술에 취한 채 쇠파이프를 들고 전주교도소로 들어가려 했다. 다시 구속된 그는 “교도관들이 자기를 칼로 찌르는 꿈을 계속 꾼다”며 울먹였다. 

출소 이후 막노동판을 전전하던 표두형은 사회에 나와서도 ‘전주교도소 트라우마’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주교도소서의 일이 그를 끊임없이 괴롭혔고 교도관에 대한 불만은 분노로 변해 타인을 향했다. 수십 통의 편지를 보냈지만 법무부, 교정본부, 시민단체, 국가인권위원회 등은 그의 화병을 해결해주지 못했다. 

전주교도소서 교도관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던 박성철은 현재 원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박성철의 어머니 서두옥씨는 “요즘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며 “아들의 편지 글씨체가 전주에 있을 때하고 확연히 달라졌다”고 편지를 내보였다. 서씨에 따르면 박성철은 전주 때보다 훨씬 안정된 상태로 수감생활 중이다. 

서씨는 “아들이 전주에 있을 때는 무슨 일이 있을까 늘 전전긍긍했다”며 “접견실서 만나면 눈에 핏발이 벌겋게 서서 ‘(CRPT들을)죽여버릴 거다’ ‘치 떨리는 놈들’ 같은 말을 하곤 해서 마음을 많이 졸였다”고 전했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매년 출소자 재복역률을 조사하고 있다. 출소자 재복역률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교정시설에 수용됐던 사람이 출소 이후 재수용되는 비율을 말한다. 지난해 출소 3년 이내 출소자의 재복역률은 26.6%였다. 출소자 4명 중 1명은 3년 이내에 교도소로 되돌아간다는 뜻이다. 

“상상할 수 없는 폭력 일어나”
“최소한의 인간다움 지켜줘야”

법무부 교정본부는 “2002년 출소자를 대상으로 재복역률을 조사하기 시작한 이후 지속적으로 비율이 감소하는 추세”라며 “법무부 교정본부서 시행하고 있는 교정교화 교육이 출소자의 재사회화에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법무부의 평가는 실제 교도소 재소자나 출소자의 인식과는 괴리가 있었다. 

이병진 동명대 교수는 “재소자에게 ‘너는 개야, 쓰레기야. 사회서 지워져야 해’ 같은 폭력을 5년, 10년 가하다 보면 재소자 스스로도 자신을 인간으로 여기지 않게 된다. 짐승이 사람을 물 때 양심에 걸려 멈추는 일은 없지 않나. 그런 상태가 되는 것이다. 재소자의 폭력성이 강해질수록 그 피해는 사회에 고스란히 돌아온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2017년까지 8년 동안 전주교도소에 수감됐다. 전주교도소의 알몸 검신, 서신검열에 문제를 제기해 법정 공방을 벌인 바 있다. 지난 23일 오후 <일요시사> 회의실서 이 교수를 만났다. 그는 전주교도소 7사를 비롯해 교도소 내부 상황을 구조적인 측면서 진단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전주교도소 7사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다면.

▲빛이 들어오지 않고 완전히 밀폐돼있어 문을 닫으면 재소자에게 굉장한 공포감을 주는 공간으로 알고 있다. 교도소서 할 수 있는 최고의 극약처방이다. 7사에 갔다 왔는데도 통제되지 않는 재소자가 있다면 그 다음부터는 내버려둔다. 교도관들도 7사까지 갔으면 갈 데까지 간 놈이라고 여긴다.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폭력이 일어나는 곳이다. 

-전주교도소서 7사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있는데.

▲교도소는 특수권력관계 조직이다. 위계적인 힘에 의해 작동한다. 행위자는 교도관 한 사람일 수 있지만, 그는 교도소 즉 조직의 논리대로 움직인다. 사회적으로 격리된 공간이기 때문에 더 조직적일 수밖에 없다. 

법무부 평가
실제와 괴리

-재소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면 교도소는 어떻게 대응하는지. 

▲처음에는 회유하려 들다가 안 되면 협박한다. 출력(교도소서 일하는 것)을 자르거나 처우를 차단해 고립시킨다. 그 다음에는 자극을 가한다. 검방(재소자들의 방을 불시에 검사하는 것)으로 약점을 잡아 징벌방에 보내는 식이다. 여기서 재소자가 타협하면 유야무야 되는 것이고, 저항하면 7사 같은 곳에 끌려가는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진다.

-재소자가 교도소와의 싸움서 이길 수 있나.

▲힘의 관계서 재소자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재소자는 녹취나 사진, 영상 같은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다른 재소자가 증언을 약속해도 교도관 입장서 (증언을)포기시킬 방법은 무수히 많다. 영치금, 출력 같은 재소자들의 아쉬운 부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안 되면 이송시키는 방법도 있다. 기법은 수천, 수만 가지다.
 

-교도소서 폭력이 일상화되고 있는 건 아닌가.

▲교도소 자체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살얼음판, 전쟁터다. 재소자들은 음식과 의료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적은 양을 많은 사람에게 나누다 보니 재소자들은 늘 제 몫을 챙겨야 한다는 긴장상태에 있다. 밥 한 숟가락, 약 한 알 같은 일반인이 보기엔 너무나 사소한 일로 다툼이 시작된다. 우발적인 싸움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다. 

-교도관이 재소자를 제압하는 과정서 가혹행위로 번지는 경우도 있는데. 


▲폭력은 일순간에 재소자를 제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가 크다. 7사 같은 가혹한 상황으로 재소자를 밀어넣으면 끝이다. 재소자들의 인권을 아예 부정해버리는 방식이다. 교도관들은 본인도 모르는 새 그 방식에 중독된다. 교도관의 폭력에 노출된 재소자들은 더 강렬하게 저항하고 진화해 업그레이드된 폭력성을 내재한 채로 사회에 나가게 된다. 

사소한 다툼
제압의 폭력

-최근 조두순 사건도 그렇고, 재소자의 인권 문제는 늘 논란이었다.

▲재소자의 인권은 국민의 법감정과 충돌한다. 국민 정서 상으로는 ‘찢어 죽여도 모자랄 놈’이지만 법적 판단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서 생기는 괴리감이다. 재소자는 범죄자이기 때문에 인권을 보장해줘선 안 된다는 주장은 왜곡된 법 감정서 비롯된 것이다. 인권을 복지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인권 자체는 절대적이고 보편적이다.

다만 특수한 조건이나 환경서 인권을 제한할 수 있다. 죄를 지은 사람을 사회로부터 격리해 교도소에 수감하는 경우도 한 사례다. 재소자들은 이미 인권을 제한당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너는 죄를 짓고 교도소에 왔으니 인간이 아니야, 개, 돼지야’ 취급하는 건 재소자들의 폭력성을 강화시킬 뿐이다. 

-교도소가 재소자들을 더 폭력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의미인가.


▲일반인을 7사서처럼 손과 발을 묶은 채 밥도 개처럼 먹으라고 한다면 채 3일도 못 돼 정신이 붕괴될 것이다. 최소한의 경계조차 넘어선 조치다. 이 경우 재소자들은 ‘어차피 갈 데까지 갔다’ ‘내가 뭘 할 수 있겠나’라며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든다.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수감되는 것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결국 일반 시민이 또 다시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인지.

▲개가 사람을 물 때 ‘양심에 걸리네, 물지 말아야지’ 하는 경우는 없다. 개, 돼지 취급을 받으며 폭력에 노출됐던 재소자는 출소 후에도 그 폭력성을 내재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폭발시킨다. 그런 상태의 출소자를 우리 사회는 감당할 수 있는지, 2차적인 피해는 누가 책임져야 할지, 재소자의 인권을 과도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법감정이 타당한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교도소의 가혹행위 강해질수록
일반 시민이 받을 피해 커진다”

-재소자의 폭력성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최소한의 인간다움,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수준의 인권은 보장돼야 한다. 적어도 내가 사람이라는 자기 신뢰를 가질 수 있는 정도의 선은 필요하다. 재소자의 인권을 제한하는 일이 필요하다면 은폐할 게 아니라 공론화해서 객관적인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폭력이 아니라 제약을 하고 제재를 가하고 통제하는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지적은 많았지만 교도소의 변화는 더딘 편인데.

▲일제강점기 때 치안유지법이 들어왔다. 당시 형무소는 그저 형을 집행하는 기관으로, 재소자의 인권이나 2차 범죄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다. 식민지 잔재는 그대로 이어졌고 심지어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는 교도소를 악용했다. 형의 집행에 대한 부분만 계속 강제한 채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또 예산이나 조직 운영에 있어 결정 권한을 전혀 갖지 못한 상태로 아직까지 ‘교정본부’에 머물러 있다. 교정본부는 법무부 전체 공무원과 전체 예산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거대 조직이지만 권한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표에 민감한 국회의원들이 교정시설에 지원을 늘리라고 말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지금보다 악화될 가능성도 있을까.

▲박근혜정부 때 경찰 공무원을 크게 늘렸다. 경찰이 늘어나면 필연적으로 범죄율도 늘어난다. 그 말은 교도소에 수감되는 인원도 증가한다는 뜻이다. 예산이나 인력은 하나도 늘리지 않은 채 재소자만 늘어나면 과밀수용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 교도관들은 효율성을 위해 더 폭력적으로 변할 거고, 그럼 7사가 아니라 제2의 7사, 제3의 7사가 나와야 통제가 가능해지는 사태에 직면할 것이다. 

임시방편뿐
더 나빠진다

“현재 교도행정은 해열제를 써서 열만 확 낮추고 그걸 정상이라고 말하는 식이다. 이미 장기는 다 썩어가고 있는데 임시방편으로 눈가림만 하고 있다. 문제는 해열제의 남용으로 내성이 생기고 그 사이 장기는 다 녹아내려 손쓸 수조차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의미서 전주교도소 7사에 대한 논란은 단순히 재소자의 인권 문제로만 볼 게 아니라 사회 안전 차원서 생각해봐야 한다.” (*취재원 보호를 위해 이름은 모두 가명 처리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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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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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