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주교도소 7사의 비밀 ③교수님의 수감담

“교도소가 재소자 더 폭력적으로 만든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김정수 기자 = 교도소는 작은 불씨에도 폭발할 수 있는 화약고다. 밥 한 숟가락, 편지 한 통에서 시작된 불씨가 폭력과 결합돼 걷잡을 수 없는 불길로 번진다. 7사는 이 과정서 불을 더 크게 키우는 촉매 역할을 한다. 교도소서 시작된 불은 이제 사회로 향하고 있다.
 

▲ 이병진 동명대 교수 ⓒ고성준 기자

“한 나라의 대통령님께서도 (재소자가)죄인들이니까 나쁜 놈들이니까 관심을 갖지 않는다. 재범이 일어나고 부패를 배워나간다. 청렴하게 이끌어주실 공무원들이 인격 이하의 짓을 하는데 어찌 저희 죄인들이 무엇으로 존경하고 따르며 지낼 수 있겠는가. 서로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 우리는 짐승이 아니다. 길들이려 억압하고 탄압하면 그 순간뿐이다.”

4명 중 1명
다시 교도소

전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표두형이 지난해 대검찰청에 보낸 편지의 일부다. 지난 3월 전주교도소서 출소한 그는 불과 3개월 만에 재수감됐다. 표두형은 술에 취한 채 쇠파이프를 들고 전주교도소로 들어가려 했다. 다시 구속된 그는 “교도관들이 자기를 칼로 찌르는 꿈을 계속 꾼다”며 울먹였다. 

출소 이후 막노동판을 전전하던 표두형은 사회에 나와서도 ‘전주교도소 트라우마’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주교도소서의 일이 그를 끊임없이 괴롭혔고 교도관에 대한 불만은 분노로 변해 타인을 향했다. 수십 통의 편지를 보냈지만 법무부, 교정본부, 시민단체, 국가인권위원회 등은 그의 화병을 해결해주지 못했다. 

전주교도소서 교도관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던 박성철은 현재 원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박성철의 어머니 서두옥씨는 “요즘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며 “아들의 편지 글씨체가 전주에 있을 때하고 확연히 달라졌다”고 편지를 내보였다. 서씨에 따르면 박성철은 전주 때보다 훨씬 안정된 상태로 수감생활 중이다. 

서씨는 “아들이 전주에 있을 때는 무슨 일이 있을까 늘 전전긍긍했다”며 “접견실서 만나면 눈에 핏발이 벌겋게 서서 ‘(CRPT들을)죽여버릴 거다’ ‘치 떨리는 놈들’ 같은 말을 하곤 해서 마음을 많이 졸였다”고 전했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매년 출소자 재복역률을 조사하고 있다. 출소자 재복역률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교정시설에 수용됐던 사람이 출소 이후 재수용되는 비율을 말한다. 지난해 출소 3년 이내 출소자의 재복역률은 26.6%였다. 출소자 4명 중 1명은 3년 이내에 교도소로 되돌아간다는 뜻이다. 

“상상할 수 없는 폭력 일어나”
“최소한의 인간다움 지켜줘야”

법무부 교정본부는 “2002년 출소자를 대상으로 재복역률을 조사하기 시작한 이후 지속적으로 비율이 감소하는 추세”라며 “법무부 교정본부서 시행하고 있는 교정교화 교육이 출소자의 재사회화에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법무부의 평가는 실제 교도소 재소자나 출소자의 인식과는 괴리가 있었다. 

이병진 동명대 교수는 “재소자에게 ‘너는 개야, 쓰레기야. 사회서 지워져야 해’ 같은 폭력을 5년, 10년 가하다 보면 재소자 스스로도 자신을 인간으로 여기지 않게 된다. 짐승이 사람을 물 때 양심에 걸려 멈추는 일은 없지 않나. 그런 상태가 되는 것이다. 재소자의 폭력성이 강해질수록 그 피해는 사회에 고스란히 돌아온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2017년까지 8년 동안 전주교도소에 수감됐다. 전주교도소의 알몸 검신, 서신검열에 문제를 제기해 법정 공방을 벌인 바 있다. 지난 23일 오후 <일요시사> 회의실서 이 교수를 만났다. 그는 전주교도소 7사를 비롯해 교도소 내부 상황을 구조적인 측면서 진단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전주교도소 7사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다면.

▲빛이 들어오지 않고 완전히 밀폐돼있어 문을 닫으면 재소자에게 굉장한 공포감을 주는 공간으로 알고 있다. 교도소서 할 수 있는 최고의 극약처방이다. 7사에 갔다 왔는데도 통제되지 않는 재소자가 있다면 그 다음부터는 내버려둔다. 교도관들도 7사까지 갔으면 갈 데까지 간 놈이라고 여긴다.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폭력이 일어나는 곳이다. 

-전주교도소서 7사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있는데.

▲교도소는 특수권력관계 조직이다. 위계적인 힘에 의해 작동한다. 행위자는 교도관 한 사람일 수 있지만, 그는 교도소 즉 조직의 논리대로 움직인다. 사회적으로 격리된 공간이기 때문에 더 조직적일 수밖에 없다. 

법무부 평가
실제와 괴리

-재소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면 교도소는 어떻게 대응하는지. 

▲처음에는 회유하려 들다가 안 되면 협박한다. 출력(교도소서 일하는 것)을 자르거나 처우를 차단해 고립시킨다. 그 다음에는 자극을 가한다. 검방(재소자들의 방을 불시에 검사하는 것)으로 약점을 잡아 징벌방에 보내는 식이다. 여기서 재소자가 타협하면 유야무야 되는 것이고, 저항하면 7사 같은 곳에 끌려가는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진다.

-재소자가 교도소와의 싸움서 이길 수 있나.

▲힘의 관계서 재소자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재소자는 녹취나 사진, 영상 같은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다른 재소자가 증언을 약속해도 교도관 입장서 (증언을)포기시킬 방법은 무수히 많다. 영치금, 출력 같은 재소자들의 아쉬운 부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안 되면 이송시키는 방법도 있다. 기법은 수천, 수만 가지다.
 

-교도소서 폭력이 일상화되고 있는 건 아닌가.

▲교도소 자체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살얼음판, 전쟁터다. 재소자들은 음식과 의료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적은 양을 많은 사람에게 나누다 보니 재소자들은 늘 제 몫을 챙겨야 한다는 긴장상태에 있다. 밥 한 숟가락, 약 한 알 같은 일반인이 보기엔 너무나 사소한 일로 다툼이 시작된다. 우발적인 싸움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다. 

-교도관이 재소자를 제압하는 과정서 가혹행위로 번지는 경우도 있는데. 


▲폭력은 일순간에 재소자를 제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가 크다. 7사 같은 가혹한 상황으로 재소자를 밀어넣으면 끝이다. 재소자들의 인권을 아예 부정해버리는 방식이다. 교도관들은 본인도 모르는 새 그 방식에 중독된다. 교도관의 폭력에 노출된 재소자들은 더 강렬하게 저항하고 진화해 업그레이드된 폭력성을 내재한 채로 사회에 나가게 된다. 

사소한 다툼
제압의 폭력

-최근 조두순 사건도 그렇고, 재소자의 인권 문제는 늘 논란이었다.

▲재소자의 인권은 국민의 법감정과 충돌한다. 국민 정서 상으로는 ‘찢어 죽여도 모자랄 놈’이지만 법적 판단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서 생기는 괴리감이다. 재소자는 범죄자이기 때문에 인권을 보장해줘선 안 된다는 주장은 왜곡된 법 감정서 비롯된 것이다. 인권을 복지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인권 자체는 절대적이고 보편적이다.

다만 특수한 조건이나 환경서 인권을 제한할 수 있다. 죄를 지은 사람을 사회로부터 격리해 교도소에 수감하는 경우도 한 사례다. 재소자들은 이미 인권을 제한당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너는 죄를 짓고 교도소에 왔으니 인간이 아니야, 개, 돼지야’ 취급하는 건 재소자들의 폭력성을 강화시킬 뿐이다. 

-교도소가 재소자들을 더 폭력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의미인가.


▲일반인을 7사서처럼 손과 발을 묶은 채 밥도 개처럼 먹으라고 한다면 채 3일도 못 돼 정신이 붕괴될 것이다. 최소한의 경계조차 넘어선 조치다. 이 경우 재소자들은 ‘어차피 갈 데까지 갔다’ ‘내가 뭘 할 수 있겠나’라며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든다.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수감되는 것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결국 일반 시민이 또 다시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인지.

▲개가 사람을 물 때 ‘양심에 걸리네, 물지 말아야지’ 하는 경우는 없다. 개, 돼지 취급을 받으며 폭력에 노출됐던 재소자는 출소 후에도 그 폭력성을 내재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폭발시킨다. 그런 상태의 출소자를 우리 사회는 감당할 수 있는지, 2차적인 피해는 누가 책임져야 할지, 재소자의 인권을 과도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법감정이 타당한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교도소의 가혹행위 강해질수록
일반 시민이 받을 피해 커진다”

-재소자의 폭력성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최소한의 인간다움,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수준의 인권은 보장돼야 한다. 적어도 내가 사람이라는 자기 신뢰를 가질 수 있는 정도의 선은 필요하다. 재소자의 인권을 제한하는 일이 필요하다면 은폐할 게 아니라 공론화해서 객관적인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폭력이 아니라 제약을 하고 제재를 가하고 통제하는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지적은 많았지만 교도소의 변화는 더딘 편인데.

▲일제강점기 때 치안유지법이 들어왔다. 당시 형무소는 그저 형을 집행하는 기관으로, 재소자의 인권이나 2차 범죄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다. 식민지 잔재는 그대로 이어졌고 심지어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는 교도소를 악용했다. 형의 집행에 대한 부분만 계속 강제한 채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또 예산이나 조직 운영에 있어 결정 권한을 전혀 갖지 못한 상태로 아직까지 ‘교정본부’에 머물러 있다. 교정본부는 법무부 전체 공무원과 전체 예산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거대 조직이지만 권한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표에 민감한 국회의원들이 교정시설에 지원을 늘리라고 말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지금보다 악화될 가능성도 있을까.

▲박근혜정부 때 경찰 공무원을 크게 늘렸다. 경찰이 늘어나면 필연적으로 범죄율도 늘어난다. 그 말은 교도소에 수감되는 인원도 증가한다는 뜻이다. 예산이나 인력은 하나도 늘리지 않은 채 재소자만 늘어나면 과밀수용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 교도관들은 효율성을 위해 더 폭력적으로 변할 거고, 그럼 7사가 아니라 제2의 7사, 제3의 7사가 나와야 통제가 가능해지는 사태에 직면할 것이다. 

임시방편뿐
더 나빠진다

“현재 교도행정은 해열제를 써서 열만 확 낮추고 그걸 정상이라고 말하는 식이다. 이미 장기는 다 썩어가고 있는데 임시방편으로 눈가림만 하고 있다. 문제는 해열제의 남용으로 내성이 생기고 그 사이 장기는 다 녹아내려 손쓸 수조차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의미서 전주교도소 7사에 대한 논란은 단순히 재소자의 인권 문제로만 볼 게 아니라 사회 안전 차원서 생각해봐야 한다.” (*취재원 보호를 위해 이름은 모두 가명 처리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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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