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유퀴즈> 김민석 PD “사회의 갈등, 작게나마 봉합하고 싶다”

‘혐오시대’ 힐링으로 대항하는 토크쇼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코로나19로 확산세에 따라 불특정 다수의 시민과 대화를 나누고 퀴즈를 풀었던 tvN 토크쇼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직격탄을 맞았다. 휴지기를 거치고 돌아온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주제를 갖고 직접 섭외를 하는 토크쇼로 변모했다. 어쩌면 프로그램의 특색이 사라질 위기 속 제작진은 사회에 만연한 갈등을 직시하고, 올바른 관점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상황을 타개했다. 그 중심에 있는 CJ ENM 김민석 PD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 김민석 &lt;유퀴즈온도블록&gt; PD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이 뜨거운 관심을 받기 시작한 건 지난 8월 12일 방송된 ‘광복절 특집’ 때부터였다. 누구나 알 법한 역사가를 만나는 것이 아닌, 곳곳서 숨은 우리의 역사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특히 전 세계를 돌며 일제 강점기 항일운동을 했던 선조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김동우 작가의 활동은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왔다. 

만연한 갈등

방향성을 찾았다는 듯 <유퀴즈> 제작진은 사회에 만연한 갈등을 주제화하기 시작했다. 지난 2일 방송분은 국내 사회문제 중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갈등 중 하나인 세대 갈등을 유려한 화법으로 풀어냈다. 

‘Z세대’로 불리는 10대와 ‘Y세대’로 불리는 20대, ‘X세대’의 40대, 사회운동이 치열했던 50대와 파독광부의 산증인으로 ‘산업화 세대’의 일꾼이었던 70대를 만났다. 이 과정에서 나이 차이를 매개로 대립하기보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 9일 방송에서는 이과생과 문과생들을 만나 서로의 차이를 확인하면서 결과적으로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놓여 있다는 것을 어필하고, 이분법적 해석보다 존중과 배려라는 더 큰 공통분모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피력했다. 

tvN 드라마 <미생>의 새 버전은 16일에 방송됐다. 사원부터 대리, 과장, 부장에 이어 대표까지 각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나 각각의 고충을 들었다. 일을 잘하고 싶은 사원과 어느덧 업무가 익숙해지는 직장인, 일과 인생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에 매진해 성공가도를 달린 관리자급 직장인들을 직접 만나, 각자의 고민을 들여다봤다.

이 모든 과정이 노골적이거나 교육적이지 않고, 매우 유연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른바 ‘혐오 문화’라고 불릴 정도로 극단적인 공격성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는 가운데, <유퀴즈>는 ‘힐링’의 언어로 이 혐오와 대항하고 있는 인상을 주고 있다. 

예능 토크쇼임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못지않은 감동이 전달하는 <유퀴즈>의 김민석 PD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소극적이나마 사회에 만연한 갈등을 봉합하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견고한 기획, 코로나 위기 타개하다
“소극적이나마 갈등 봉합하고 싶다”

다음은 김민석 PD와의 일문일답.

-광복절 특집부터 세대갈등과 문과·이과 특집까지, <유퀴즈>의 기획력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주제가 이토록 명료해질 수 있었던 배경이 있나. 

▲코로나19 이전 방식의 진행을 할 때도 주제를 미리 잡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사실상 불가능했다. 누구를 어떻게 만날지 모르니까.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어떤 화두를 던질지 고민이 많았다. 광복절 특집이면 타지를 가기 마련인데, 역사와 관련된 삶을 사시는 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어야겠다고 발상을 전환했다. 

그랬더니 우리가 노력했던 것에 비교도 될 수 없이 많은 시간을 그 일에 투자한 분들과 만나게 됐고, 손발이 묶인 프로그램에 날개를 달아줬다. 확장성이 커졌다. 요즘 사람들은 무엇이 흥미로운가를 많이 찾아본다. 심도가 얕은 갈등도 있고, 세대 갈등처럼 풀리지 않는 숙제도 있는데, 최대한 많은 부분을 다뤄보려 한다. 

-<유퀴즈> 제작진이 갖고 있는 관점이 상당히 올바르게 여겨진다. 세대 갈등에 대한 시선, 문과와 이과의 차이, 뿐만 아니라 각종 특별한 직업을 존중하는 태도까지 전달된다.

▲회를 거듭하는 과정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제작진도 그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편견 없이 듣고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만으로 넓어지는 느낌이 든다. 우리가 직접 들은 것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데, 그것만으로 각 세대가 가진 갈등을 소극적으로나마 봉합하는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섭외가 특별하다. 매번 올바른 신념을 가졌거나, 이야깃거리가 많은 의미 있는 인물들을 섭외한다.

▲섭외는 이언주 메인 작가 주도하에 이뤄진다. 나영석 PD와 김태호 PD 두 분과 일을 한 분이다. 유재석씨가 무한히 신뢰하는 분이다. 그분과 상의를 하면서 좋은 섭외가 이뤄지고 있다. 
 

▲ 유퀴즈 온 더 블럭

-<유퀴즈>는 토크쇼지만, 드라마처럼 엄청난 감동이 밀려온다. 김동우 작가, 이정희 YMCA 사무총장, 백희나 작가의 삶에서 특히 그랬다. 문과의 삶을 살고있는 백 작가가 “나는 이과생으로만 생각했다”는 발언에서, 이분법적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게 전달됐다. 제작진의 의도는 어디까지인가. 

▲많은 부분이 의도 되지 않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시청자가 큰 감동을 느낀 부분은 우연히 의도치 않게 얻어지는 거다. 사전인터뷰를 하긴 하지만 녹화는 전혀 다른 형국으로 펼쳐진다. 과학자와 작사가, 올림피아드 금메달 수상자를 섭외하면서 한 자리가 비워서 백 작가를 섭외했는데, 이과 출신 문과의 삶을 사시는 분인 줄은 몰랐다. 일종의 생동감과 생명력을 얻었다. 우연히 많은 도움을 받는다.

-<유퀴즈>가 애초의 기획이랑 많이 달라졌다. 현재 형태는 외전이라고 부르는데, 사실 더 기대된다.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변화를 줬는데 많은 분이 사랑해주셔서 기쁘다. 외전 형태로 출발했는데 하나의 정체성을 갖게 된 것 같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했을 때, 외전 형태로 끌고 갈지 이전 방식으로 갈지는 기약이 없는 것 같다.

-방송 초반에는 다섯 문제를 맞춰야 100만원을 줬는데, 요즘에는 한 문제만 맞혀도 상금을 준다. 제작비가 많이 늘은 것인가?

▲ 제작비는 그대로다. 처음에 별다른 이유 없이 5문제로 정했었다. 그게 기계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만나는 분들이 삶을 들여다보면, 유쾌하기도 하고 때로는 굉장히 감동이 묻어나기도 한다. 그 분들의 삶에 공감하면, 응원을 하게 되고 상금도 꼭 받길 원하더라. 시청자도 그렇고 MC진, 스태프 모두 비슷한 생각이었다. 100만원의 정당성은 우리가 만났던 분들의 삶에 다 녹아있다.

100만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열심히 살아온 분들에게 갑자기 드려도 무방한 금액이라고 생각한다. <유퀴즈>는 퀴즈쇼가 아니고 토크쇼다. 퀴즈는 만남의 마침표의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정도 난이도가 적합하다고 본다.

금과옥조

-두 MC인 유재석과 조세호의 역할이 큰 것도 사실이다. 총평해본다면?

▲ 유재석과 조세호 모두 긴장할 수밖에 없는 출연자를 서로 다른 맥락에서 무장해제 시키는 재주가 있다. 유재석은 존재만으로 호감을 준다면, 조세호는 엉뚱한 질문으로 웃음을 주면서 분위기를 완화한다. 제작진으로서는 조세호의 실수가 무거운 분위기를 풀어내기 때문에 ‘금과옥조’와 다름없다. 조세호의 존재감이 유재석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아 시너지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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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