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유퀴즈> 김민석 PD “사회의 갈등, 작게나마 봉합하고 싶다”

‘혐오시대’ 힐링으로 대항하는 토크쇼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코로나19로 확산세에 따라 불특정 다수의 시민과 대화를 나누고 퀴즈를 풀었던 tvN 토크쇼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직격탄을 맞았다. 휴지기를 거치고 돌아온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주제를 갖고 직접 섭외를 하는 토크쇼로 변모했다. 어쩌면 프로그램의 특색이 사라질 위기 속 제작진은 사회에 만연한 갈등을 직시하고, 올바른 관점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상황을 타개했다. 그 중심에 있는 CJ ENM 김민석 PD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 김민석 &lt;유퀴즈온도블록&gt; PD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이 뜨거운 관심을 받기 시작한 건 지난 8월 12일 방송된 ‘광복절 특집’ 때부터였다. 누구나 알 법한 역사가를 만나는 것이 아닌, 곳곳서 숨은 우리의 역사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특히 전 세계를 돌며 일제 강점기 항일운동을 했던 선조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김동우 작가의 활동은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왔다. 

만연한 갈등

방향성을 찾았다는 듯 <유퀴즈> 제작진은 사회에 만연한 갈등을 주제화하기 시작했다. 지난 2일 방송분은 국내 사회문제 중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갈등 중 하나인 세대 갈등을 유려한 화법으로 풀어냈다. 

‘Z세대’로 불리는 10대와 ‘Y세대’로 불리는 20대, ‘X세대’의 40대, 사회운동이 치열했던 50대와 파독광부의 산증인으로 ‘산업화 세대’의 일꾼이었던 70대를 만났다. 이 과정에서 나이 차이를 매개로 대립하기보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 9일 방송에서는 이과생과 문과생들을 만나 서로의 차이를 확인하면서 결과적으로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놓여 있다는 것을 어필하고, 이분법적 해석보다 존중과 배려라는 더 큰 공통분모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피력했다. 


tvN 드라마 <미생>의 새 버전은 16일에 방송됐다. 사원부터 대리, 과장, 부장에 이어 대표까지 각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나 각각의 고충을 들었다. 일을 잘하고 싶은 사원과 어느덧 업무가 익숙해지는 직장인, 일과 인생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에 매진해 성공가도를 달린 관리자급 직장인들을 직접 만나, 각자의 고민을 들여다봤다.

이 모든 과정이 노골적이거나 교육적이지 않고, 매우 유연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른바 ‘혐오 문화’라고 불릴 정도로 극단적인 공격성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는 가운데, <유퀴즈>는 ‘힐링’의 언어로 이 혐오와 대항하고 있는 인상을 주고 있다. 

예능 토크쇼임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못지않은 감동이 전달하는 <유퀴즈>의 김민석 PD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소극적이나마 사회에 만연한 갈등을 봉합하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견고한 기획, 코로나 위기 타개하다
“소극적이나마 갈등 봉합하고 싶다”

다음은 김민석 PD와의 일문일답.

-광복절 특집부터 세대갈등과 문과·이과 특집까지, <유퀴즈>의 기획력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주제가 이토록 명료해질 수 있었던 배경이 있나. 

▲코로나19 이전 방식의 진행을 할 때도 주제를 미리 잡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사실상 불가능했다. 누구를 어떻게 만날지 모르니까.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어떤 화두를 던질지 고민이 많았다. 광복절 특집이면 타지를 가기 마련인데, 역사와 관련된 삶을 사시는 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어야겠다고 발상을 전환했다. 


그랬더니 우리가 노력했던 것에 비교도 될 수 없이 많은 시간을 그 일에 투자한 분들과 만나게 됐고, 손발이 묶인 프로그램에 날개를 달아줬다. 확장성이 커졌다. 요즘 사람들은 무엇이 흥미로운가를 많이 찾아본다. 심도가 얕은 갈등도 있고, 세대 갈등처럼 풀리지 않는 숙제도 있는데, 최대한 많은 부분을 다뤄보려 한다. 

-<유퀴즈> 제작진이 갖고 있는 관점이 상당히 올바르게 여겨진다. 세대 갈등에 대한 시선, 문과와 이과의 차이, 뿐만 아니라 각종 특별한 직업을 존중하는 태도까지 전달된다.

▲회를 거듭하는 과정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제작진도 그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편견 없이 듣고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만으로 넓어지는 느낌이 든다. 우리가 직접 들은 것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데, 그것만으로 각 세대가 가진 갈등을 소극적으로나마 봉합하는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섭외가 특별하다. 매번 올바른 신념을 가졌거나, 이야깃거리가 많은 의미 있는 인물들을 섭외한다.

▲섭외는 이언주 메인 작가 주도하에 이뤄진다. 나영석 PD와 김태호 PD 두 분과 일을 한 분이다. 유재석씨가 무한히 신뢰하는 분이다. 그분과 상의를 하면서 좋은 섭외가 이뤄지고 있다. 
 

▲ 유퀴즈 온 더 블럭

-<유퀴즈>는 토크쇼지만, 드라마처럼 엄청난 감동이 밀려온다. 김동우 작가, 이정희 YMCA 사무총장, 백희나 작가의 삶에서 특히 그랬다. 문과의 삶을 살고있는 백 작가가 “나는 이과생으로만 생각했다”는 발언에서, 이분법적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게 전달됐다. 제작진의 의도는 어디까지인가. 

▲많은 부분이 의도 되지 않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시청자가 큰 감동을 느낀 부분은 우연히 의도치 않게 얻어지는 거다. 사전인터뷰를 하긴 하지만 녹화는 전혀 다른 형국으로 펼쳐진다. 과학자와 작사가, 올림피아드 금메달 수상자를 섭외하면서 한 자리가 비워서 백 작가를 섭외했는데, 이과 출신 문과의 삶을 사시는 분인 줄은 몰랐다. 일종의 생동감과 생명력을 얻었다. 우연히 많은 도움을 받는다.

-<유퀴즈>가 애초의 기획이랑 많이 달라졌다. 현재 형태는 외전이라고 부르는데, 사실 더 기대된다.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변화를 줬는데 많은 분이 사랑해주셔서 기쁘다. 외전 형태로 출발했는데 하나의 정체성을 갖게 된 것 같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했을 때, 외전 형태로 끌고 갈지 이전 방식으로 갈지는 기약이 없는 것 같다.

-방송 초반에는 다섯 문제를 맞춰야 100만원을 줬는데, 요즘에는 한 문제만 맞혀도 상금을 준다. 제작비가 많이 늘은 것인가?

▲ 제작비는 그대로다. 처음에 별다른 이유 없이 5문제로 정했었다. 그게 기계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만나는 분들이 삶을 들여다보면, 유쾌하기도 하고 때로는 굉장히 감동이 묻어나기도 한다. 그 분들의 삶에 공감하면, 응원을 하게 되고 상금도 꼭 받길 원하더라. 시청자도 그렇고 MC진, 스태프 모두 비슷한 생각이었다. 100만원의 정당성은 우리가 만났던 분들의 삶에 다 녹아있다.

100만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열심히 살아온 분들에게 갑자기 드려도 무방한 금액이라고 생각한다. <유퀴즈>는 퀴즈쇼가 아니고 토크쇼다. 퀴즈는 만남의 마침표의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정도 난이도가 적합하다고 본다.


금과옥조

-두 MC인 유재석과 조세호의 역할이 큰 것도 사실이다. 총평해본다면?

▲ 유재석과 조세호 모두 긴장할 수밖에 없는 출연자를 서로 다른 맥락에서 무장해제 시키는 재주가 있다. 유재석은 존재만으로 호감을 준다면, 조세호는 엉뚱한 질문으로 웃음을 주면서 분위기를 완화한다. 제작진으로서는 조세호의 실수가 무거운 분위기를 풀어내기 때문에 ‘금과옥조’와 다름없다. 조세호의 존재감이 유재석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아 시너지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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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