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파트너’에 유독 가혹한 ‘여론 청문회’ 왜?

줄줄이 검증대에 오르는 ‘유라인’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예능인 유재석은 특별하다. 방송에 익숙하지 않은 소시민을 만나도 유려하게 재미를 끌어내는 진행 능력은 물론, 전문 방송인들과 큰 웃음을 만들어내는 재주도 탁월하다. 방송 외적으로도 유재석은 선한 영향력을 미친다. 수많은 기부를 해왔으며, 과거를 들춰보면 미담만 나온다. 워낙 깨끗한 이미지의 유재석이다 보니, 함께 방송하는 인물에 대한 검증은 가혹해지는 현상이 보인다. 
 

▲ 방송인 유재석

수십년째 국내 최고 MC라는 타이틀을 지켜온 유재석의 팬덤이 두터운 건 당연한 일이다.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 대다수에 많은 시청자가 몰린다. 누구보다도 그의 프로그램을 사랑하고 아낀다. 때론 그 사랑이 의외의 논란을 만들기도 한다.

청문회

특히 유재석 파트너에 대한 검증이 그 어떤 인사청문회보다 가혹하게 벌어진다. 과거의 잘못된 행동이 드러날 뿐 아니라, 이미 방송에서 여러 번 밝혀진 내용도 재점화된다. 

개그맨 장동민과 가수 데프콘, 배우 조병규의 사례에는 공통된 패턴이 존재한다. 

2015년 장동민은 MBC <무한도전> 새 멤버의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노홍철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만들어진 이른바 ‘식스맨’ 프로젝트에서 장동민은 박명수의 기를 꺾는 후배 캐릭터로 색다른 웃음을 선사했다.


다른 후보인 전현무, 최시원, 홍진경, 서장훈, 강균성, 유병재, 광희 중 예능감이 가장 좋았을 뿐 아니라, tvN <더 지니어스: 블랙가넷>과 <더 지니어스: 그랜드 파이널>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무수한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가 준비한 ‘전설의 주먹’ 아이템은 제작진과 기존 멤버로부터 환영을 받았으며, 촬영 중간 후보 동료들을 배려하는 세심한 장면도 포착되는 등 장동민의 <무한도전> 합류는 지극히 당연해 보였다. 
 

▲ 개그맨 장동민 ⓒMBN

하지만 그의 발목을 잡은 건 팟캐스트 ‘옹달샘의 꿈꾸는 라디오’에서의 발언이었다.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을 비롯해 인상이 찌푸려질만한 내용이 다수 있었다. 

작금이야 팟캐스트 프로그램에서 한마디 하는 것조차 논란이 되는 게 일상이긴 하지만 당시에는 사적인 공간으로 치부됐다.

장동민에게 논란이 되는 발언은 수년 전에 유세윤, 유상무 등 오랜 친구들끼리 사적인 공간에서 과장해서 떠든 내용이었다고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일부 ‘문제가 아니다’라는 여론도 강했다는 것. 

그럼에도 논란은 일파만파 퍼졌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장동민은 ‘식스맨’에서 하차하겠다고 밝히며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졌다. 당시 <무한도전> 멤버가 되기에 흠결이 너무 많다는 의견이 대세 여론을 극복하지 못한 셈이다.

최근 장동민 사례와 같은 사건이 두 번이나 일어났다. 한 명은 데프콘이다. <무한도전>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데프콘은 <놀면 뭐하니?>에서 김종민과 함께 유재석의 파트너로 출연했다. 이벤트성 출연일 줄 알았는데, 제작진은 유재석과 특별한 케미를 선보인 두 사람을 중용했다. 


그러다 데프콘의 과거가 재점화됐다. 학창 시절 패싸움을 한 것이 논란이 된 것. 심지어 소년원 출신이라는 근거 없는 루머가 퍼지기도 했다. 

장동민 <무한도전> 식스맨 문턱서 좌절
데프콘 <놀면> 출연하자 패싸움 재점화 
조병규 <컴백홈> 앞두고 학교폭력 의혹
 

이는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서 밝힌 내용이 확장돼 벌어진 해프닝이다. 당시 데프콘은 부모님에 대한 반항심으로 고교시절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패싸움을 했다고 밝혔다. 큰 싸움에 휘말려 유치장에 갇혔다고도 덧붙였다.

데프콘은 그 일로 인해 형사들로부터 조사를 받았고, 면회 온 아버지가 우는 모습을 보고 크게 반성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래퍼로 성장한 데프콘은 MBC 에브리원 <주간 아이돌>과 KBS2 <1박2일>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기지 넘치는 애드리브가 그의 장기며,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면모가 방송 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 가수 데프콘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던 그에게 갑작스럽게 과거사 논란이 야기된 것은 <놀면 뭐하니?>에 출연하면서다. 유재석과 함께 방송하면서 그를 향한 관심이 더욱 커진 것. <놀면 뭐하니?>의 인기를 방증하는 사건이었던 셈이다. 

현재까지 논란이 되는 배우 조병규의 학교폭력 의혹 역시 공교롭게도 유재석과 관련이 있을 때 튀어나왔다. 

JTBC <SKY 캐슬> 출연 당시에도 비슷한 의혹이 일었던 조병규는 정성껏 남긴 해명을 통해 의혹에서 벗어났다. 이후 SBS <스토브리그>에 출연하면서 입지를 다졌고, OCN <경이로운 소문>에 출연하며 대세 배우로 떠올랐다. 

특히 20대 배우 중 타이틀롤을 맡아 성공으로 이끈 사례는 흔치 않다. 그의 몸값은 훨씬 더 올랐다. 아울러 MBC <놀면 뭐하니?>에 출연할 뿐 아니라 유재석과 함께 KBS2 <컴백홈>에도 출연이 예정됐다. 연기와 예능,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직전이었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뉴질랜드 유학 시절 학교폭력 의혹이 재차 불거졌다. 조병규의 소속사에 따르면, 해당 글을 올린 이는 소속사의 법적 대응 소식에 놀라 선처를 부탁했다. “유재석과 함께 방송하는 것에 대한 시기심 때문”이라는 게 허위사실을 쓴 이유였다고 한다. 

이 글쓴이 외에도 조병규로부터 학교폭력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더 있다. 이와 관련해 소속사는 수사를 의뢰한 상황. 현재 진행형인 조병규의 사건은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 배우 조병규 ⓒHB엔터테인먼트

유명인뿐 아니라 tvN <유퀴즈 온더 블록>에 나오는 일반 시민들조차 잘못이 있는 경우에는 논란이 일어난다.


자동차 유튜버 카걸-피터 부부는 여러 발언이 거짓말로 드러났으며, 과학고등학교 출신 의대생은 과고의 취지와 벗어난 행동을 했다고 비판받았다. 학교폭력 논란의 중심인 배구선수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영상은 완전히 삭제된 상태다. 

이들 논란은 대부분 시청자의 폭로로 발생했다. 유재석이 MC를 보는 프로그램인만큼 대중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 흠결이 있는 행동을 한 사람들을 시청자들이 나서서 잘못을 바로잡는 모양새다.

방송인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방송을 하는 스트리머에 대한 관심도도 커졌다. 초등학생들이 꿈꾸는 직업 상위권에 랭크될 정도다. 하물며 TV 방송에 등장하는 셀럽의 파급력은 상상을 넘어선다.

왕관의 무게

이 같은 측면에서 방송인에 대한 도덕적 기준도 높아졌다. 공영방송을 넘어 팟캐스트나 유튜브에서도 과거 행적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얼굴을 내비치기 힘든 상황이다. 하물며 국내 최고 MC로 불리는 유재석이기에 그의 파트너에 대한 가혹한 검증은 자연스러운 현상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유재석이라는 이름의 왕관의 무게가 무겁다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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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