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국민 예능맨’ 유재석의 30년 풀스토리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5.11 09:35:11
  • 호수 13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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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메뚜기’ 자세 낮추고 훨훨 날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정상의 자리로 올라가는 것보다 그 자리를 유지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정상을 위협하는 2인자들이 치고 올라오려는 노력보다 몇 배는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예계 정상을 10년 이상 군림하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국민 MC 유재석이다. 유느님, 방송 기계 등 독보적인 별명을 갖고있는 유재석이 어느 덧 데뷔 30년을 맞았다. 

장인이라고 하면 한 분야 최소 30년 이상 몸담은 사람을 말한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난 사람보다 경험을 통해 갖는 노하우는 이기기 힘들기 마련이다. 예능계에서 한 시대를 주름잡고 있는 유재석의 활약은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는 유재석 시대에 살고 있다. 

방송국 대신
호프집 알바

유재석이 정상의 자리에서 꾸준히 활동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하지만, 더욱 더 높게 평가받는 부분은 철저한 자기관리와 함께 미담만 나온다는 점이다. 카메라 앞에서나 뒤에서나 항상 남을 배려하는 자세가 몸에 베어 있기 때문이다.

남에게 친절하고 모든 것에 감사함을 표하는 유재석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그 배경에는 긴 무명시절이 존재했는데 처음부터 탄탄대로의 길을 걷진 못했다.


1991년, 20세 때 KBS <대학가요제>로 데뷔한 유재석은 10년가량 무명 개그맨의 삶을 보냈다. 직업만 ‘개그맨’이었을 뿐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황금 기수로 불리는 KBS 개그맨 7기는 데뷔 초부터 화려했다. 유재석을 제외하고 말이다. 

과거 KBS <무한도전> 팬미팅에서 “무명시절이 길어 스스로 너무 답답했다”며 “제가 예전부터 참 많이 기도했다. 자기 전에, 방송이 너무 안 되고, 하는 일마다 자꾸 어긋나고 그랬을 때 정말 간절하게 기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단 한 번만 개그맨으로서 기회를 주시면 소원이 나중에 이뤄졌을때 지금 마음과 달라지고, 초심을 잃고, 만약에 이 모든 것을 나 혼자 얻은 것이라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한다면 ‘이 세상에 누구보다 큰 아픔을 주셔도 단 한마디도 왜 이렇게 가혹하게 하시나요’라고 말하지 않겠다”고 기도했다.

당시 유재석도 절박한 시절이 존재했던 것이다.

유재석은 어렸을 때부터 재미있는 아이였다. 반에서는 오락부장을 도맡아 했고 고등학생 때 친구와 함께 방송에 출연해 홍콩 스타 장국영 흉내를 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다른 사람에 비해 월등히 웃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개그맨’의 꿈을 키웠다.

이후 서울예술대학교 방송연예학과에 입학했고 바로 ‘KBS 대학개그제’에 출연했다.  

당시 유재석은 대상 수상자는 본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장려상을 받아 크게 실망했다. 당시 한 손은 주머니에 넣고 또 다른 손으로 귀를 파기도 했다. 이 같은 행동은 장려상 수상에 대한 불만이 은연 중에 나타난 것이었고 그대로 TV에 방영됐다.


그로 인해 선배들이 유재석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봤으며 ‘건방진 이미지’로 남아 챙겨주지도 않았다. 

대학개그제 장려상 수상에 불만
대사 못 외워 리포터 자리 박탈

유재석은 본인이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쉽지 않았다. 비중이 적은 역할을 맡아 출연했지만 대사가 거의 없었고 어렵게 얻은 리포터 자리도 대사를 외우지 못해 그 기회마저 박탈당했다. 점점 더 소심해졌으며 개그맨의 길을 포기하겠다는 생각마저 하게 됐다.

일이 없었던 유재석은 6개월간 방송국에 출근하지 않고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하며 돈을 벌었다. 이때 박수홍, 김용만, 지석진, 김수용 등 4명이 찾아와 유재석에게 공개녹화 마지막 코너를 같이 하자며 제안했다.

유재석을 포함해 남희석, 김용만, 박수홍, 최승경 등 5명이 함께 ‘스텝 바이 스텝’ 노래에 맞춰 무대서 춤을 선보였다. 과거 <무한도전>을 통해 다시 화제가 됐던 해당 영상을 보면 유재석은 경직된 표정으로 열심히 춤을 추는데 지금의 유재석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매우 어설펐다. 

이후 유재석이 할 수 있었던 건 동물이나 곤충의 탈을 쓰고 나와 지나가는 역할이었다. 훗날 유재석은 탈을 쓰는 게 정말 싫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메뚜기 탈을 쓰고 방송에 나갔는데 그에게 ‘메뚜기’는 첫 캐릭터였다.

이 때도 방송 관계자들은 그를 좋지 않게 평가했다. 시간이 흐른 뒤 유재석은 한 예능을 통해 “PD로부터 ‘C급’이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훗날 유재석은 “속으로 ‘D급’이라고 생각했는데 높게 평가해줘서 속으로 웃었다”고 자신을 희화화시키기도 했다. 

이후 메뚜기 탈을 쓴 리포터를 비롯해 <서세원쇼>의 대표 코너인 토크박스 출연을 통해 인지도를 쌓았다. 그러던 중 뜻하지 않은 행운이 굴러 들어왔다. 당시 인기 최고스타였던 고 최진실이 PD들에게 “메뚜기 탈을 쓴 사람이 재미있다. 한 번 써보라”고 말했던 것이다. 

유재석의 <동거동락>에서 MC로만 기억되고 있지만, 사실 시작은 패널을 겸했다. 그는 해당 프로그램 최초의 탈락자이기도 했다.

프로그램 초창기를 보면 지금과는 전혀 다르게 깐족거리는 입담으로 시청자들의 항의까지 받았을 만큼 얄미운 캐릭터였다. 당시 서바이벌에서 탈락한 후 민망한 표정으로 남은 멤버들의 배웅을 받으며 하차했던 그가, 바로 다음 회차 오프닝에서 완전한 MC 역할로 돌아왔다며 능청 떨던 장면은 유재석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놀면뭐하니>
새로운 도전 

본업인 개그나 리포터 활동에서는 그리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그였지만, 특유의 맛깔스러운 입담과 진행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었던 <동거동락>을 만난 것은 인생의 전환점이기도 했다.


이후 유재석은 MC로서 입지를 점점 넓혀갔다.

강호동과 이휘재, 김한석과 함께한 <공포의 쿵쿵따>, 김용만과 함께 <느낌표> 등 맡은 프로그램들이 연이어 성공하면서 예능계에서 승승장구했다. 이후에도 <위험한 초대> <천하제일 외인구단> <진실게임> 등에서 깐족거리는 MC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

이때만 해도 유재석은 촐싹거리는 MC였다.

이후 김제동과 함께 <해피투게더>, 강호동과 함께 <X맨을 찾아라>에서는 게스트를 초대하면서부터 자상하고 편안한 이미지로 변했다. 이때부터 유재석에게 국민MC란 별명이 붙기 시작했다. 주로 인지도가 알려지지 않은 연예인을 초대해 캐릭터를 심어주고 함께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유재석 마음속에는 꼭 하고 싶었던 프로그램이 있었다.

처참한 시청률로 오래가지 못했던 <천하제일 외인구단>이었다.

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는 ‘모자란 사람들이 모여 대한민국 지존에게 도전한다’였다. 유재석은 본인처럼 뛰어나지 않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땀 흘리며 도전하는 것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며 뛰어다니는 유재석의 표정을 보면, 그에게 세트장은 놀이터였다.


결국 2005년 유재석은 운명의 프로그램을 만나게 된다. 예능계의 한 획은 그은 <무한도전(당시 무모한도전>이다. <천하제일 외인구단>의 콘셉트와 비슷한 이 프로그램은 유재석은 정형돈, 노홍철, 표영호, 이정 등이 출연해 황소와 줄다리기를 하는 등 그야말로 ‘무모한 도전’을 그렸다. 

이후에도 목욕탕 물 나르기, 전철과 100m 달리기 등 해괴망측한 대결을 벌였다. 처참한 시청률로 인해 종영 위기까지 몰렸으나 PD는 물론, 간판까지 바꾸면서 <무한도전>은 금세 자리를 잡더니 MBC와 유재석을 대표하는 예능프로그램으로 우뚝 섰다.

2005년 KBS에서 <해피투게더 프렌즈> 이후 2006, 2007, 2009, 2010년에 <무한도전>과 <공감토크쇼 놀러와>로 MBC를 평정했고, 2008년~2009년에는 <일요일이 좋다 패밀리가 떴다>, 2011년~2012년에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으로 SBS 연예대상까지 거머쥐면서 방송 3사 연예대상을 모두 수상했다.

게다가 2013년에는 예능인으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인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대상도 수상했다. 유재석은 2005년부터 2016년까지 무려 ‘12년 연속’으로 대상 트로피를 가져간 ‘전인미답의 개그맨’이 됐다.

날개 달아준
<무한도전>

유재석의 꾸준함은 프로그램의 생명력과 함께한다. 드라마와 달리 예능은 시청률로 인해 오래 갈 수도, 짧게 끝날 수도 있는데 유재석이 맡았다 하면 짧게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는 MBC <놀러와> <무한도전>, SBS <패밀리가 떴다> <런닝맨>, KBS <해피투게더> 등과 함께했다. 한 예능 PD는 “유재석을 이기는 방법은 단 하나다. 유재석과 함께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궤변처럼 들리는 이 말은 유재석 출연으로도 시청률이 보장된다는 의미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유재석의 위상이 잠시 흔들리기도 했다. 대표작이던 <무한도전>의 종영과 <런닝맨> 시청률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유재석 위기론이 나왔다. 마침 쿡방, 관찰예능이 전성기를 맞이할 쯤이었다.

당시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자신의 페르소나인 유재석을 가만두지 않았다. 유재석이 김태호 PD에게 전화해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인 “놀면 뭐하니?”라는 말을 착안해 프로그램을 론칭한다.

<무한도전> 초창기처럼 <놀면 뭐하니>는 ‘릴레이 카메라’라는 생소한 콘셉트가 시청자에게 먹히지 않았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유재석이 매번 새로운 것에 도전하자 시청자들은 반응하기 시작했다. 다른 멤버 없이 유재석 혼자 <무한도전>이나 다름 없었다.

트로트를 부르는 ‘유산슬’, 라면을 끓이는 ‘라섹’, 드럼치는 ‘유고스타’ 외에도 치킨을 만드는 ‘닭터유’, 비와 이효리와 함께 댄스 노래 부르는 ‘유두래곤’ 등이 있다. 부캐(두 번째 캐릭터) 활용법을 누구보다 잘 사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유산슬이 부른 ‘사랑의재개발’ ‘합정역 5번출구’와 유두래곤이 린다G(이효리 부캐)와 비룡(비 부캐)의 ‘다시 여기 바닷가’는 음원차트를 점령했다. <놀면 뭐하니>서 닭터유가 치킨을 만들 때 치킨집에 전화 주문을 하면 주문이 밀려 늦게 오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처럼 TV 시청률이 하락세를 보이면서도 유재석의 파급력에는 영향이 없었다.

유일한 12년 연속 연예대상 
초심 지키는 따뜻한 개그맨

연예계에서 개그맨은 배우, 가수 등과 비교해 우스꽝스러운 이미지 때문인지 위상이 높진 않다. 하지만 유재석은 달랐다. 이따금씩 배우가 유재석이 진행하는 예능에 나와 팬심을 드러내거나 ‘유라인(유재석의 예능 인맥)’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유재석은 개그맨들 중에도 드물게 ‘연예인의 연예인’으로 통한다. 

유재석은 무명시절부터 ‘초심을 지키겠다’고 기도했다. 힘들 때 자신을 선택해준 제작진과 주위 동료들을 잊지 않은 그는 미담 제조기로 통한다. MBC <라디오스타>나 JTBC <아는형님>에서 출연한 게스트가 유재석에 대한 미담을 풀어놓으면 금세 MC들은 지루해했다.

그만큼 유재석의 미담은 흔한 에피소드기 때문이다. 

유재석과는 정반대 캐릭터인 장동민도 과거 예능에서 유재석 미담을 밝힌 바 있다. 유재석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장동민은 머뭇거리다가 과거 이야기를 꺼냈다. 일이 잘 풀리지 않고 힘들 때 장동민은 일면식도 없는 유재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장동민은 첫 마디로 “아무도 내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국민MC니까 내 이야기 좀 들어달라. 속이 답답해서 말할 사람이 없어서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재석은 “동민아, 잘 찾아왔다”며 흔쾌히 전화를 받았고 한 번도 장동민의 이야기를 끊지 않고 다 들어준 뒤 “네 상황이 아니라 이해한다고는 못하겠다. 내가 어떻게 너를 감히 이해하겠니”라고 담담히 말했다. 

장동민은 “그날 이후 방송에 임하는 자세를 완전 다르게 하고 열심히 해서 오늘까지 잘될 수 있었다. 정말 내 인생을 바꿔준 사람”이라며 “이 이야기는 방송에서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지금도 사적이라도 얘기 안 한다. 괜히 라인 타려는 것도 같고... 그렇게 생각하실 분도 아니지만 그렇게 느낄까봐 싫었다. 방송 인터뷰할 때 일부러 안 좋다고 얘기했다. 나랑 안 맞는다고”라고 하며 속내를 드러냈다.

이어 “사람들이 왜 ‘유느님’이라고 하는지 알겠다. 만약에 나중에 유재석이라는 사람이 정말 방송을 그만두고 싶다면 그때 밝히려고 했던 이야기”라며 참았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후배 챙기는
미담 제조기

유재석은 일면식도 없는 후배가 일방적으로 찾아와도 따뜻하게 받아주고, 힘든 것을 토로해도 이야기가 끝날 때 까지 들어주고 억지로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유재석이 롱런할 수 있었던 비결에는 초심, 겸손, 자기관리 등의 많은 요소들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따뜻한 배려가 아니었을까.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성실의 아이콘’ 박수홍도 데뷔 30주년 

박수홍도 SNS를 통해 데뷔 30주년 소감을 남겼다. 박수홍은 지난 6일, 다홍이의 SNS를 통해 30주년 소감을 전했다. 

박수홍은 “모르고 있었는데 오늘이 데뷔 30주년이었네요. 많은 생각이 드는 밤입니다”라며 “존경하는 국진이형님, 용만이형, 수용이형, 그리고 연락해서 걱정해주고 힘주는 재석이, 승경이, 우리 모든 7기 동기들 30주년 축하하고 그동안 고생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응원해주시는 다홍이러버 수다홍이들도 모두 고맙습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박수홍은 자신이 운영하는 반려묘 다홍이 SNS에 “전 소속사와의 관계에서 금전적 피해를 본 것은 사실”이라며 해당 소속사가 박수홍의 친형과 형수 명의로 운영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게 30년의 세월을 보낸 어느 날, 제 노력으로 일궈온 많은 것들이 제 것이 아닌 것을 알게 됐다”며 “이에 큰 충격을 받고 바로 잡기 위해 대화를 시도했지만, 현재까지 오랫동안 답변을 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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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