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국민 조연’ 배우 오달수 “그 동안 무서웠다”

‘천만요정’의 영화 같은 일장춘몽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출연하는 작품 중 대다수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해 ‘천만 요정’이라 불렸다. 영화 내에서 대체로 유머를 이끄는 대표적인 감초 배우이기도 했다. 배우 오달수 얘기다. 그런 그가 약 3년이나 대중을 떠났다. 사실상 쫓겨난 것이다. 2018년 불거진 ‘미투 사건’ 때문이었다. 본의 아니게 ‘귀향 생활’을 했던 그가 새 영화 <이웃사촌>으로 다시 대중 앞에 섰다. 
 

▲ 배우 오달수 ⓒ리틀빅픽처스

2018년 새해가 밝자마자 ‘미투 열풍’이 불었다. 법조계, 정치계, 문화계, 스포츠계 할 것 없이 여기저기서 성폭행 관련 고발이 이어졌다. 각 업계의 거물급 인사들이 고발의 대상이었다. 거론된 인물들 대다수의 미투 폭로가 사실로 밝혀졌다. 사회적인 충격이 컸다. 

“사형 선고나
 다름 없었다”

배우 오달수도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 중 하나였다. 무려 두 명이 그에게 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오달수로부터 피해를 당했다는 여성들은 얼굴을 공개하고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당시 두 건의 고발은 오달수 배우 인생에 사형선고를 내렸다. 그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초동대응이 비교적 늦었다는 점과 사과문 내용이 다소간 애매했던 부분,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을 밝혔다는 점에서 오달수의 잘못은 기정사실화됐다. 

법적 싸움으로 이어질 사건으로 보였는데, 상황은 이상하게 흘러갔다. 실명을 공개하지 않은 A씨는 고소 후 경찰 조사를 받지 않았다. A씨가 조사에 응해야 경찰도 그 진술을 토대로 오달수에게 죄를 물을 텐데,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사건은 유야무야 됐다. 결국 경찰의 내사 종결로 마무리됐다. 

JTBC <뉴스룸>과 인터뷰를 진행한 연극배우 엄모씨는 고소조차 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법적 싸움으로 치닫는 여타 미투 사건과 차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여러 작품에 캐스팅 됐던 오달수는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약 3년 가까이의 시간이 흐른 지난 19일 영화 <이웃사촌>을 통해 만난 오달수는 담담하게 당시를 회상했다. 긴장된 얼굴에 다소 떨리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덤프트럭에 부딪힌 충격이었어요. 사실 처음에는 상상도 못했어요. 일이 그렇게까지 커져 있었던 줄 몰랐죠. 영화 <이웃사촌> 촬영 중이었어요. 영화를 보면 대교를 막아놓는 장면이 있잖아요. 보조출연자만 200~300명이었어요. 새벽에 스탠바이에 했다가, 해 뜨자마자 찍었어요. 정말 큰 신이었죠. 정신이 없었어요. 다른 데 신경을 쓸 겨를이 전혀 없었어요.”

오달수가 언급한 장면은 <이웃사촌>의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장면이다. 한 신에 등장하는 인물이 상당히 많을 뿐 아니라 주요 배우들의 감정 폭도 크며, 자동차 액션도 있다. 몇 날 며칠을 집중해야 하는 큰 시퀀스다.

<이웃사촌>으로 3년 만에 복귀… 고 김대중역
“갑작스레 터진 미투, 덤프트럭에 부딪힌 충격” 

“가족들이 왜 가만히 있냐고 전화로 뭐라 했어요. 저는 ‘시끄럽다’면서 촬영해야 한다고 전화를 끊었죠. 그렇게 시간을 보냈는데, 무응답했던 게 오히려 변호사들과 작전을 짠 것으로 곡해가 돼있더라고요. 초동 조치가 미흡했죠. 그리고 상황을 확인했을 땐 덤프트럭이 오는 느낌을 주더라고요. 차라리 회의라도 했으면 충격이 덜 했을 텐데요.”

사건이 있은 후 일부 촬영을 마무리한 후 부산으로 내려갔다. 아파트 주위에 모르는 사람들이 서성거렸다. 노모를 모시기엔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라고 판단했다. 형이 사는 거제도로 떠났다. 가족들은 오달수가 혹여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걱정되는 마음에 지속적으로 오달수의 주위를 맴돌았다.

거제도에서 농사를 지었다. 하루 종일 바삐 움직였다. 낮에는 노동주도 먹었고, 밤에는 하루를 기꺼이 잘 마쳤다는 기념으로 또 한 잔 기울였다. 힘든 시기를 슬기롭게 보내려고 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럼에도 연기에 대한 갈망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농사를 지으면서 느낀 게 그동안 참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이었어요. 활동이 중단됐던 그 기간이 결코 불행했다는 건 아닌데, 마음 한 구석에 허전한 게 있었어요. 내가 있을 자리가 어디인가라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늑골 한 구석은 항상 연기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었어요.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행복했었구나’라는 마음도 들더라고요. 연기에 대한 특별한 이론이 변한 건 없고, 감사한 마음은 더 커진 것 같아요.”

오달수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사이 <이웃사촌>도 표류했다. <이웃사촌>은 오달수의 영화라 해도 무방할 정도의 작품이다. 극 중 오달수는 1987년 민주화의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했던 시대, 야당 대표 이의식을 연기했다. 

그가 연기한 이의식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 야당 총재라는 점, 가택연금을 당한 점, 이의식이 사는 곳이 신촌 인근이라는 점, 비교적 점잖은 태도를 비롯해 김 전 대통령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여의도 연설 장면 등 여러 부분에서 두 인물이 겹친다.

기존 감초 연기 대신 정극 연기를 했다. <이웃사촌>은 처음부터 오달수가 이야기를 끌고 가고 영화의 매듭도 짓는다. 

부덕의 소치
송구한 마음

“시나리오를 받고 망설였던 게 사실입니다. 워낙 유명한 분이기 때문에 누가 될까 걱정이 많이 됐어요. 사투리를 쓰느냐 마느냐에 대한 고민도 촬영 직전까지 할 정도로 특별했던 작품입니다.”

영화에서 오달수는 새롭다. 매 작품마다 웃음을 만들어왔던 그가 이번에는 웃음기를 싹 뺐다. 감정도 최대한 절제했다. 영화가 갖고 있는 감동이 더 강력하게 다가오는 건 오달수가 감정을 억누르며 연기한 덕도 크다. 여전히 김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만한 연기다. 고인을 표현해야 했던 막중한 책임감이 어느 정도였는지가 그의 연기를 통해 전달된다. 

“기본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잔재주 안 피우고, 무게감 있는 모습을 보이려고 했습니다. 소소한 장면에서라도 우습게 보이지 않으려고 했어요. 굳이 튀려고 하지 않았고, 인물을 잘 묘사하고 싶었어요. 기본에 충실한 연기를 하려고 했죠.”

아무리 연기가 좋았다 하더라도, 영화사 입장에서 핵심 주인공의 이미지가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에 선뜻 개봉을 할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르는 사이, 코로나19까지 발발했다. 

배급사도 바뀌었다.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블라인드 시사회에서 호평이 이어졌고 오달수의 문제도 법적으로 해결되면서 개봉 날짜가 잡혔다. 
 

▲ ⓒ리틀빅픽처스

“영화를 개봉하는 시기가 매우 좋지 않은 것에 무한한 책임을 느낍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개봉함으로써 마음이 좀 가벼워진 점은 있어요. 사실 개봉을 안 하고 있을 때는 마음이 괜찮은 듯 하다가도 훅 무거워지고 그랬어요. 제작사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에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비록 가벼운 마음이었지만, 공식 석상에 서는 것과 취재진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자리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는 대중 앞에 나서는 것이 무서웠다고 했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정말 쉽지 않았죠. 가끔 영화 채널에서 제가 출연했던 영화들이 한 번씩 나오더라고요. 관객 분들은 제가 낯설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너무너무 떨려요. 떨린다는 말은 사치스러운 말 같네요. 무섭다는 말이 더 정확한 것 같아요. 겪어보니까 무서워요.”

그래도 용기를 냈다. 공식 석상에 서는 것부터 기자들로부터 매서운 질문을 받는 자리에 나서는 것 모두 고역일 수 있는데,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했다.

“농사 지으며
 많이 느꼈다” 

“무섭다고 자꾸 도망 다니면 무서움은 점점 커지겠죠. 그간 어떻게 살았는지 두 눈을 보고 얘기하는 시간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시사회나 간담회 때 이렇게 인터뷰를 하면서 타자 소리를 듣는 게 어제 일 같고 익숙하기도 하고 좋긴 하네요.”

인터뷰는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지만, 오달수 입장에서 날카롭게 받아들일 만한 질문도 적지 않았다. 특히 사건으로 억울했는지에 대한 질문, 고발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 없냐는 내용의 질문도 있었다. 오달수는 사건 당사자들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이제 말해서 무엇하나 싶어요. 하려면 그때 했어야죠. 지금 그 부분에 대해 말하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당시에는 충격이 너무 커가지고 두 달 정도는 정신을 못 차렸어요.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때도 말씀 드렸지만, 제가 덕이 없어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고 생각합니다. 부덕의 소치지… 남한테 왜 그랬느냐고 말하는 것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는 ‘부덕의 소치’라는 말로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억울한 점은 존재한다. 오달수에게는 사과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피해자들과 접촉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통화를 하거나 만난 적이 없죠. 서로 기억이 있기 때문에, 만약 제가 불쑥 나타난다면 그 분들도 얼마나 충격이겠습니까. 저는 저대로 충격 때문에 두 번이나 입원했으니까요. 저는 조용하게 살았고, 그분들도 일상을 잘 보내시길 바랄 뿐입니다.”

사건이 있기 전, 오달수는 말 그대로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연극계에서 유명한 인사였던 그는 영화 <올드보이>를 통해 혜성같이 등장해, 각종 영화에 출연해 인상 깊은 연기를 보였다. 대중은 그의 재기발랄한 연기를 사랑했다. 

<도둑들> <암살> <베테랑> <국제시장>은 1000만을 넘겼고, 500만 관객을 동원한 작품은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그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낸 영화 관계자들은 오달수를 더 좋아한다. <도둑들>과 <암살>의 최동훈 감독은 “오달수와 함께했기 때문에 1000만을 넘겼다”고 말한 바 있고, <베테랑>에서 호흡을 같이한 배우 유해진은 취재진 앞에서 인간 오달수를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털어놨었다.

“대중 앞에 다시 서는 건 용기, 무서웠다”
“오랜만에 나선 연기 ‘이 맛이야’ 싶었죠”

혹자는 오달수는 극도로 자유로운 영혼이며, 누군가에게 해를 가할 근력 자체가 없다고도 말했으며, 언제나 변함없는 좋은 사람으로 여긴다. 쉬는 동안 이 모든 것이 오달수에게는 일장춘몽처럼 다가왔다고 한다. 

“천만요정… 마음이 무겁네요. 예쁜 별명 지어주셨는데. 그런 것들 모두가 허망하더라고요. 부와 명예는 한 순간에 왔다가 사라지는 거라고 말했는데, 이제 요정에서는 벗어난 것 같아요. 이제는 사람 대접 받으면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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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의 개봉으로 대중 앞에 섰지만, 다시 예전처럼 연기활동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직도 그에 대한 반감이 있는 대중이 적지 않기 때문에, 제작사 입장에서는 그를 캐스팅하기 주저할 수 있다.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오달수는 복귀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다. 

상업영화 제작사로부터 섭외의 손길이 닿지 않는 동안 독립영화 <요시찰>을 찍기도 했다. 약 2년 만에 카메라 앞에 선 그는 정말 행복했다고 한다. 

“제가 영화를 하면서 두 달 이상 쉰 적이 없었어요. 실컷 쉬다가 해보니까 정말 좋더라고요. 독립영화는 간만에 아침 9시에 나와서 새벽 1시까지 촬영을 했는데, 하루도 안 쉬고 일주일 정도 찍었어요. 스태프들이랑 즐거운 시간도 보내고, 예산이 크지 않은 영화다 보니까 옹기종기 모여서 도시락을 먹고 그랬어요. ‘그래, 이 맛이야’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정말 재밌었어요. 힘든 줄 모르고 재밌게 잘 찍었습니다.”

그를 응원하는 관객도 있는 한편, 여전히 그의 무혐의 자체를 의심하는 대중도 적지 않다. 배우로서 재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오달수에겐 그 자체가 장벽이 될 수 있다. 그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물리적으로 제가 그분들의 마음을 돌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저에게 반감이 있는 분들의 마음을 돌릴 방법이 뭐가 있겠습니까. 전혀 없지 않겠습니까. 그저 영화 보시고 좋게 평가해 주시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연기 복귀?
간절히 원해

평소 술자리에 자신의 막걸리를 들고 갈 정도로 애주가다. 최근 들어 술맛이 달라졌다고 한다. 마음이 힘들 때는 독이었는데, 이제는 약이 되는 느낌이라고. 작품이 개봉을 하면서 서서히 다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기에 술맛도 변한 듯하다. 낙차 큰 파도를 경험한 그는 더욱 성숙한 연기를 펼친다면, 대중의 마음도 돌아서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과연 그 기대가 실현될 수 있을까. <이웃사촌>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유지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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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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