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6색’ 여권 잠룡들의 노림수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2.10 10:12:24
  • 호수 12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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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행 꽃가마 누구에게?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6인6색이다. 처한 상황이 달라서일까? 여권 잠룡들이 제각각의 노림수를 갖고 총선에 임하고 있다는 얘기가 정치권에 파다하다. <일요시사>는 ‘총선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는 여당 잠룡 6인의 노림수를 쫓았다.
 

▲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총선 시계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덩달아 여권 잠룡들에 대한 ‘역할론’도 부각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당의 소중한 자산인 잠룡들에게 권역별 선거대책위원장(이하 선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김부겸·김두관·김영춘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그들이다. 

천군만마

이 전 총리는 현 시점서 가장 대권에 가까운 정치인이다. 실제로 복수의 여론조사서도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를 기준으로 하면 8개월 연속 1위다. 민주당 입장서 ‘이낙연 카드’는 천군만마와 같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이 전 총리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고심해왔다. 한때는 비례대표 출마설까지 제기됐다. 지역구라는 부담서 벗어나 전국을 이동하며 선거를 지원하는 것이 민주당에게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전 총리에 대한 역할론은 이제 정리되는 단계다. 민주당은 그에게 종로 출마와 이해찬 대표와 함께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맡는 안을 제안했고, 이 전 총리가 이를 수락했다. 그는 지난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서울 종로구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이 대표와 투톱을 이룬 이 전 총리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선거를 이끈다. 만약 종로서 승리하고, 민주당 총선 승리까지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다면 이 전 총리의 대권가도는 지금보다 더 탄탄해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 전 총리를 필두로 잠룡들을 각 권역의 선대위원장으로 세우는 매머드급 선대위를 출범시켰다. 그 중 강원 선거를 이끌 사람은 바로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다.

이 전 지사는 한때 참여정부의 실세로 통하며 잠룡으로 분류됐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보좌관 출신인 그는 정계에 입문한 뒤 강원도지사를 지내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이후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 2011년 1월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이 전 지사는 지난해 12월 특별사면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지난달 30일, 이 대표는 이 전 지사에게 강원 지역 선대위원장직을 제안했고, 그는 이를 수락했다. 무려 10년 만의 정계 복귀다. 

이 전 지사 입장서 이번 총선은 완벽한 부활을 알릴 수 있는 무대다. 더군다나 강원 지역은 타지역에 비해 보수세가 강한 지역으로 꼽힌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서 이 전 지사가 강원도지사로 당선됐을 당시 “보수 텃밭서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 전 지사가 다시 한 번 그때의 상황을 재연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권역별 선대위원장 ‘윤곽’ 보여
‘굳히기’ ‘부활’ 등 입장 달라

대구·경북(TK)은 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맡는다. 그는 대구 수성갑 현역이다. 그는 민주당 내에서 ‘개척자’로 통한다. 앞서 지난 20대 총선 당시 김 의원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당선됐다. 민주당 깃발이 최초로 TK에 꽂히는 순간이었다.


4년이 흘러 다시 총선이 치러진다. 김 의원은 그때의 영광을 다시 재연하려 한다. 정치권은 이번에도 힘겨운 싸움을 예상한다. 김 의원이 현역이지만, TK는 민주당 입장서 여전히 험지다. 

그가 자신의 지역구를 수성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성공한다면 최초라는 타이틀을 또 다시 거머쥐게 된다. TK서 연승한 민주당 의원이라는 타이틀이다. ‘지역주의 타파’라는 상징성이 더해져 이 전 총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전망이다.

부산·울산·경남(PK)은 김두관·김영춘이 진두지휘한다. 김두관 의원은 최근 민주당 요청에 의해 양산을 출마를 선언했는데 현재 그의 지역구는 김포갑이다. 경남 출신인 김 의원은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며 경남도지사에 오르는 등 이 지역과의 인연이 깊다. 
 

▲ (사진 왼쪽부터)김부겸·김두관·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럼에도 김두관 의원에게 양산을은 험지라고 정치권은 말한다. 그가 대권 도전을 위해 경남도지사직을 중도사퇴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 입장에선 이번 총선이 경남서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 수 있느냐가 걸린 중요한 선거다.

김영춘 의원은 부산의 맏형이다. 지난 20대 총선서 민주당의 ‘부산 5석 이상 확보’를 이끌었다. 이번 21대 총선서도 부산 선거를 이끌 책임자로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부산 사수는 민주당의 지상 과제다. 최근 부산 곳곳에서는 현 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이 포착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서 패배한다면 자칫 국정 동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 정부서 해양수산부장관을 지내며 중량감을 키운 그가 부산 필승 전략을 어떻게 짤지 주목된다.

호남 선거를 이끌 잠룡의 모습도 윤곽을 드러냈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호남 선대위원장직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양 원장은 여의도 당사서 기자들과 만나 “일단 (호남 선대위원장직)요청은 했다”며 “출마, 불출마는 본인이 선택할 문제”라고 밝혔다. 앞서 임 전 실장은 정계 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기회일까?

임 전 실장은 전남 장흥 출신으로 현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맡아 인수위 없이 출범한 정부의 연착륙에 크게 기여했다. 호남 선대위원장으로 무리가 없는 선택이다. 임 전 실장 개인으로서도 정치적 체중을 늘릴 수 있는 기회다. 다만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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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