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가’ 종로대첩 관전포인트

대권 잡으러 ‘호랑이굴’…생존자는?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21대 총선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종로 출마가 확정되면서 ‘종로대첩’이 본격화됐다. 각종 여론조사서 차기 대권주자 1위로 꼽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출마로 인해 황 대표가 열세인 상황이지만, 끝날 때까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게 선거판이다. 두 잠룡은 ‘대권행’의 첫 관문으로 꼽히는 종로서 여러 전략들을 구상 중에 있다. <일요시사>는 이번 종로 선거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1대 총선서 종로라는 외나무다리서 만나게 됐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12일, 4·15 총선 예비후보등록을 마치면서 종로대첩이 공식화됐다. 여야 거물급 정치인이 맞붙게 된 종로는 이번 총선 전체 판세를 가를 선거구로 떠오르면서 대선 전초전이 될 전망이다. 황 대표와 이 전 총리는 각각 박근혜정부와 문재인정부의 국무총리 출신으로 정권을 심판할 수 있는 상징성 있는 인물들인 만큼 이번 총선의 승자는 스타급 정치인으로 급부상하면서 대권행의 탄탄대로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낙연 우세
황교안 스퍼트

하지만, 패할 경우 정치인으로서 재기 불능의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현재까지는 이 총리가 우세한 상황이지만, 총선이 60일 남아있는 만큼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다. 실제로 종로는 여야의 텃밭도 험지도 아니며, 보수와 진보가 골고루 섞여있는 지역구다. 게다가 문정부가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정부 심판론도 함께 부상하고 있는 상태라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20년간 종로의 총선 성적표를 살펴보면 보수·진보가 번갈아 승리했다. 16·17·18대까지 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내리 3선을 했고, 이후 19·20대 총선에서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연이어 당선됐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승리했지만, 남은 총선 정국에서는 ▲부동산 정책 ▲코로나19 대응 ▲조국 사태 등 여권발 악재에 해당하는 이슈에 따라 여론이 급변할 가능성도 있다.

이 전 총리는 황 대표에 비해 일찌감치 종로에 둥지를 텄다. 그는 지난달 23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서울 종로 출마와 공동상임선대위원장직 제안을 수락하겠다고 밝힌 후 종로서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나선 상태다.

당시 이 전 총리는 “우리의 역사와 얼이 응축돼 숨쉬는 ‘대한민국 1번지’ 종로서 정치를 펼칠 수 있게 되는 것은 크나큰 영광”이라며 “역사의 또 다른 분수령이 될 4.15 총선의 최고책임을 분담하게 되는 것도 과분한 영광”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반면 황 대표는 지난 7일, 출마 선거구를 두고 긴 고심 끝에 종로 출마를 선택했다.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는 발언 이후 무려 한 달여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그동안 황 대표가 출마할 지역구로 용산, 강남 등 종로를 제외한 지역들이 유력하게 거론돼왔으나 종로를 선택함으로써 이 전 총리와 정면승부하는 ‘종로대첩’이 성사된 것이다.

전직 총리들 외나무 승부
각자 스타일로 민심 공략

종로 출마 선언 당시 황 대표는 “종로를 반드시 ‘정권 심판 1번지’로 만들겠다”며 “이번 총선이 무너지는 대한민국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민심을 종로서 시작해 서울 수도권,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의 종로 출마를 두고 이 전 총리는 “종로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종로 사수를 두고 이 전 총리와 황 대표는 정반대 행보에 나섰다. 이 전 총리가 현장 탐방으로 정책에 집중하는 가운데 황 대표는 정권 심판론에 집중했다. 이 전 총리는 자신이 ‘종로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리더’임을 강조하는 반면, 황 대표는 자신이 ‘현 정권을 심판하고 나라를 바로잡을 적임자’라고 어필했다.

두 후보의 명함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이 전 총리는 명함 문구에 ‘종로의 삶을 챙기겠습니다. 종로의 미래를 준비하겠습니다’라며 지역구 정책에 더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종로 맞춤형 ▲청년이 돌아오는 종로로 탈바꿈하기 위한 교육·보육·주거환경·산업의 변화 모색 ▲용산-고양 삼송 구간의 신분당선 연장 추진 및 교통 문제 우선 해결 뒤 광화문광장 조성 ▲전통·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역사문화도시로의 발전 ▲삶의 질을 높이는 도시재생사업 재추진 등 4가지 공약을 발표한 상태다.

반면 황 대표는 ‘절망을 딛고 종로를 새로 고치겠습니다’라며 문정부를 심판하는 데 힘을 실어달라고 했다.

두 후보가 정반대 행보를 함에도 불구하고 예비후보 등록 후 두 후보 모두 처음 방문한 곳이 창신동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 전 총리는 지난 4일 창신동 주택가를 찾아 주거 안정 확보를 위한 도시재생사업을 강조했고, 황 대표는 13일 동묘 상가밀집지역을 둘러보며 ‘종로 경제 살리기’를 외쳤다.

정책에 집중
정권 심판론

창신동은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거주 연령층이 높은 편으로 진보세가 강한 곳이다. 아울러 호남향우회의 힘이 막강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종로구)창신동에 호남 사람이 많다”는 중개업자의 말에 개신교도인 황 대표는 “(오늘)제일 먼저 창신동에 있는 교회에 들러 예배하고 왔다”고 했다. 호남향우회에 힘을 실어달라고 한 이 전 총리의 메시지와 달리 황 대표는 민심을 확장하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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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총리는 총선까지 지역밀착형 선거운동으로 밑바닥 표심을 다지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당이 내세우는 정권심판론에 직접 대응하기보다는 주민들의 삶을 세밀하게 챙기겠다는 판단이다. 바닥 민심 관리로 지역구 관리가 철저했던 정세균 총리를 본보기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는 정치권서 “종로서 세 명 이상 모인 곳엔 항상 정세균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역구 관리에 부지런했던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반면 황 대표는 대정부 투쟁으로 정권 심판을 종로서 이루고자 할 것으로 관측된다. 부동산·경제·외교안보 등 문정부의 실정을 지렛대 삼아 대역전승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황 대표는 선거 유세 첫날 젠트리피케이션의 여파가 큰 ‘젊음의 거리’를 방문해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상권이 활기를 잃은 곳을 방문함으로써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정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지난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예비후보 등록을 하며 “문재인정부를 심판하기 위해 어려운 첫걸음을 뗐는데 여러 가지로 불리한 상황, 어려운 여건이다. 늦게 시작했지만, 반드시 문정권을 심판하기 위해서 종로서 꼭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문정부 심판을 앞세우는 황 대표를 민주당서 대응사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 전 총리가 종로에서 함께 선거 유세를 이어가며 ‘야당 심판론’으로 대항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청년 혜화동?
미지 교남동?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야당 심판론 대 정권 심판론의 싸움이 종로서 시작될 것”이라며 “역대 최악의 국회를 만들고 민생·경제·남북관계서 오로지 반대로 일관한 최악의 야당에 대한 심판이 더 우세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번 종로대첩의 중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보수통합 여부다. 지지부진하던 보수통합이 속도를 낸다면 보수 결집 효과로 인해 황 대표가 승리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현재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인 유승민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밝힌 후, 중도·보수통합을 표방하는 통합신당준비위원회는 통합신당의 공식 명칭을 ‘미래통합당’으로 확정한 상태다.

문제는 보수통합의 범위다. 황 대표의 종로 출마로 무소속 이정현 의원이 불출마를 발표한 상태지만 종로 정치 지형에 이렇다할 영향력을 발휘할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두고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JTBC서 “무소속 이정현 의원의 불출마는 상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정현 무소속 의원이 후보로 나왔을 경우 보수 지지층의 표를 그가 얼마나 가져갈 수 있었겠냐를 고려해보면 미미한 영향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수통합의 관점에서는 이 의원이 물러났기 때문에 상징적인 의미는 있을지언정 표 계산에선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종로구의 동별 특징에 따른 두 후보의 미시적인 선거 공략 역시 주목할 만한 요인이다. 동별 표심이 확연히 다른 종로구의 특성 때문에 전략 역시 유동적일 가능성이 높다. 과거의 선거에 비춰봤을 때 종로구 정치 지형은 대체적으로 동쪽이 진보, 서쪽은 보수로 나뉘는 ‘동진서보’의 양상을 보여왔다. 동쪽의 창신동, 숭인동, 무악동은 종로구 내에서 전통적으로 진보성향 정당이 강세지역으로 꼽힌다.

반면 주거 형태가 대형 평수의 빌라나 고급 단독 주택 위주인 구기동과 평창동은 보수색이 짙은 곳으로 꼽힌다.

보수통합 여부 선거 승리 변수로
표 잡을 공약은? 무당층 얼마나?

두 후보 모두 당의 열세 지역에 둥지를 틀고 반대 성향의 표심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예정이다. 황 대표가 곧 입주할 혜화동 아파트는 모교 성균관대와 인접한 곳으로, 동쪽의 평창동과 사직동에 비해 여권 지지율이 높은 곳이다. 혜화동은 성균관대를 중심으로 한 대학로가 형성돼있어 2030 비율이 38.6%에 달하는 지역이다.

혜화동은 최근 두 차례 총선서 모두 민주당이 승리로 이끈 곳으로, 지난 20대 총선에선 민주당 당시 정세균 후보가 한국당 오세훈 후보를 상대로 2000표 이상의 큰 차이로 이겼다. 이 지역의 투표율은 66.6%로 종로구 평균(62.9%)보다 높은 곳이라 중요한 격전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적으로 2030세대는 진보층에 투표할 가능성이 높지만, 지난 ‘조국 사태’로 인해 20대 표심이 이전과 같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황 대표는 거주지로 혜화동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종로의)중앙이고, 그동안 당에서 득표를 하지 못했던 지역으로 들어가(총선 승리에 대한)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텃밭인 종로의 ‘동쪽’서 20대 청년층의 표를 확장해야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셈이다.

반면 이 전 총리는 보수세가 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로 서쪽 끝 교남동의 아파트에 전셋집을 구했다. 교남동은 2017년 이후 2500세대 규모의 경희궁 자이 아파트가 들어선 곳으로 민심이 아직 파악되지 못한 곳이다. 이 아파트는 ‘강북의 대장주’로 불리며 16억∼17억원 (33평 기준)의 높은 매매가로 서민 주거지역이라고 보긴 어렵다. 다만 고소득의 ‘젊은’ 유권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이들의 민심이 어디로 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외에도 두 후보는 각각 열세 지역서 표를 만회하기 위한 공약을 추진 중이다. 이 전 총리는 용산과 고양 삼송을 잇는 신분당선의 연장 추진을 첫 번째 지역발전 공약으로 내놨다. 신분당선 연장 노선은 부암동을 거쳐 가 종로 유권자들이 교통 및 역세권 개발 등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지역이다.

필승 전략은?
표심 어디로?

하지만 지난해 4월 KDI(한국개발연구원) 등이 사업성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면서 종로 민심이 어수선한 상태다. 지난 9일, 이 전 총리가 “고양 삼송과 용산 구간 신분당선 연장을 추진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 지역의 흔들리는 표심을 노린 발언으로 해석된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이번 총선은 양쪽 이념 지형의 고정 지지층이 확고히 버티는 가운데, 무당층의 표심을 어느 후보가 가져오느냐가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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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