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4·15 무소속 돌풍 추적

‘바람몰이’ 판 커지는 패자부활전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미래통합당의 공천 작업이 거의 마무리단계에 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정치권엔 ‘무소속 바람’이 불고 있다. 무소속 연대의 가능성도 함께 점쳐진다. 실제로 2008년 18대 총선서 당시 한나라당 공천에 탈락한 ‘친박 무소속 연대’ 중 11명이 당선되는 파란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번 무소속 바람이 돌풍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지 관심이 쏠린다.
 

▲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

4·15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공천 작업이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선택받지 못한 후보들의 무소속 출마 러시가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이른바 공천 후폭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하나같이 당의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에 반발하면서 지역구민들을 위해 승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공천 후폭풍
정치 낭인들

38.7%.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의 현역 의원 교체율이다. 범보수 진영의 통합을 이루고자 새로 출범한 통합당은 예상대로 대대적인 물갈이 공천을 단행했다. 현역의원 119명 중 총 46명이 공천서 탈락했거나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서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의 칼날은 더 매서웠다. TK 현역 의원 20명 중 11명이 출마하지 못하게 됐다. 물갈이 비율은 55%에 달한다.

김 전 공관위원장이 공관위 출범부터 공언했던 대로다. PK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은데 현역 의원 23명 중 3명이 컷오프, 10명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현역 교체율은 무려 57%에 육박한다. 당 안팎에선 비박(비 박근혜)과 친박(친 박근혜)을 모두 쳐낸 과감한 개혁공천이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하지만 공관위의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의원들과 지역구 당협위원장들의 무소속 출마 러시가 이어지는 등 당 내부에서는 그만큼 거센 논란에 직면해있다. 특히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와 같은 거물급 인사들의 무소속 출마는 치명적으로 보인다.

결집해도 모자랄 판인데 표가 분열되면서 상대 후보에게 ‘어부지리’ 승리를 안겨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홍 전 대표는 지난 12일, 양산을 출마를 포기하고 통합당 현역이 없는 대구 지역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협잡에 의한 공천 배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결코 승복할 수 없어, 양산을 무소속 출마를 깊이 검토했다”며 “상대 당 후보를 도와주는 꼴이 될 수 있어 대구로 옮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탈당 및 복당에 대해서는 “후보 등록 전 탈당해야겠으나 300만명 당원이 눈에 밟히기 때문에 이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말해줄 때 나가겠다”며 “이 못된 협잡 공천에 관여한 사람을 나는 알고 있으며 복당한 뒤 돌아가서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거물급 인사들의 잇단 나홀로 출마행
현역 프리미엄으로 정당 담장 넘을까

통합당 공관위는 홍 전 대표의 고향인 밀양·의령·함안·창녕에 출마하려는 그에게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잡음 끝 홍 전 대표가 양산을에 출마하는 것으로 타협안이 만들어지면서 양산행을 확정지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두관 의원과의 빅매치가 예상되는 수순이었다.

하지만 대진표는 얼마 안 가 바뀌고 말았다. 통합당이 양산을서 지역구 후보자를 추가로 모집했고, 나동연 전 양산시장이 이에 나선 것. 통상적으로 현역 혹은 거물급 주자가 있는 지역구서 추가 후보자를 모집할 경우 기존 인물의 컷오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결국 홍 전 대표는 나 전 시장과 경선도 치르지 못하고 공천서 탈락했다.


갑작스럽게 ‘정치 낭인’으로 전락해버린 홍 전 대표는 “내 길을 가겠다”며 무소속 출마 카드를 꺼냈다. 홍 전 대표는 현재 양산을 떠나 대구 수성을 출마를 발표한 상태다. 이곳은 통합당 주호영 의원이 4선을 한 곳이지만, 주 의원이 수성갑으로 옮기면서 경선 지역이 됐다.
 

▲ 홍준표 전 미래통합당 대표

수성을에서는 통합당 이인선·정상환 예비후보의 경선이 치러질 예정이다. 이 후보는 4년 전 당 공천을 받았지만 낙선했고, 정 후보는 정치 신인이다. 민주당에선 이상식 전 부산경찰청장이 단수공천을 받았는데 그 역시도 정치 초년생이다.

정치권에서는 홍 전 대표의 수성을 출마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민생당 박지원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홍준표 전 대표는 상당한 파괴력을 가지고 대구서 당선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황교안 대표가 종로서 이낙연 전 총리에게 패배할 때 어려워진다”고 내다봤다. 황 대표가 종로서 패배하고, 홍 전 대표가 대구서 승리한다면 사실상 홍 전 대표에게 당의 주도권이 넘어간다는 해석이다.

반면 일각에선 홍 전 대표의 무소속 당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 전 대표의 위상과 영향력이 예전과 같지 않은 만큼 총선서 크게 유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홍 전 대표 역시 “대구는 쉽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구는 공천을 받지 못하면 양산 못지않는 험지”라고 답했다.

대대적 물갈이
어부지리 미풍

만약 홍 전 대표가 대구서 승리한다고 해도 그의 ‘몸값’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황교안 대표가 잠재적 대권 경쟁자인 자신이 부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김 전 공관위원장과 합작해 자신을 컷오프시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성을은 대표적인 보수야당의 아성과 같은 곳이다. 사실상 험지로 꼽히는 종로에 출마하는 황 대표와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황 대표의 ‘이유 있는 희생’은 회복 가능하지만, 홍 전 대표의 패배는 추후 정치인으로 재기하기엔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전 대표의 대구행이 선거 판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임은 확실해 보인다. 대구지역의 보수 표심이 자연스레 분열되기 때문이다. 홍 전 대표는 “대구는 무소속 출마해도 수성갑 이외에는 민주당이 될 리가 없다”고 당에 피해가 가지 않음을 확신했다. 보수 표심이 갈라진다고 해도 민주당이 반사 이익을 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홍 전 대표의 무소속 출마는 공관위에 불만을 가진 의원들의 무소속행에 힘을 싣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통합당 주호영 의원 역시 홍 전 대표 출마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무소속이 많아지면 당이 선거를 치르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홍 전 대표는 무소속 연대에는 선을 그은 상태다.
 

▲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또 다른 거물급 주자인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도 무소속 출마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지난 5일, 공관위로부터 공천이 배제된 이후 “당을 잠시 떠난다. 꼭 살아서 돌아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일각에선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를 중심으로 공천서 배제된 PK와 TK 중진들이 뭉치는 영남권 무소속 벨트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통합당이 다시 분열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지난 총선서 형성된 ‘친박벨트’와 같은 무소속 연대가 이뤄진다면 이들은 영남권을 둘러싼 보수진영 내 각축전의 한 축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2008년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공천서 탈락한 의원들이 ‘친박 무소속 연대’를 결성하면서 11명이 당선되는 돌풍을 일으켰던 바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영남권의 무소속 연대가 얼마나 파괴력을 발휘할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박 전 대통령과 같은 강력한 구심점이 있었던 당시와 상황이 달라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찻잔 속 태풍?
기사회생 기회?

미풍에 그친다면 오히려 당의 승리에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 전 지사가 출마하는 지역은 TK만큼은 아니지만 ‘통합당 공천 = 당선’ 공식이 성립되는 지역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지지율도 꾸준히 나오는 편이기에, 야권이 분열되면 여당에 어부지리 승리를 안겨줄 수도 있다.

인천 미추홀을 둘러싼 잡음도 나온다. 윤상현 의원이 공천 탈락 후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미추홀을서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대 선거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그는 컷오프 후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지역구 기반을 워낙 탄탄하게 했던 덕분에 48.1%의 높은 지지율로 당선됐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다르다. 통합당 공관위는 인천 미추홀에 인천시장 출신인 현역 안상수 의원(3선)을 전략공천했다. 만약 이들의 내전이 격화된다면 여당 후보가 반사 이익을 받아 승리할 공산이 커진다.

현재 통합당 현역 의원 중 컷오프된 의원은 모두 20여명에 달한다. 이 중 ▲김재경(경남 진주을) ▲이은재(서울 강남병) ▲백승주(초선·경북 구미갑) ▲정태옥(대구 북갑) ▲김석기(경북 경주) ▲이주영(경남 창원시마산합포구) 등은 컷오프된 후 재심을 신청하고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최고위가 재심 요청이 타당하다고 인정해 공관위에 공천 탈락자에 대한 재의 요청을 하면, 당헌·당규에 따라 공관위는 회의를 열고 해당 공천을 재논의하게 된다. 이 경우 공관위원 9인의 3분의 2가 동의하면 공천 결과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 윤상현 미래통합당 의원

현재까지 컷오프된 민경욱 의원(인천 연수을)은 당 공천서 최고위가 재심를 요구하고 이를 공관위가 받아들임으로써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게 됐다. 하지만 재심 청구 수용 사례는 사실상 거의 없었던 만큼 향후 무소속행 대열에 합류할 의원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은 야권 표심을 분열 시키면서 당의 패배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당 내부에서는 이들이 여당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8대 ‘친박’ 11명 당선 기염
이번엔 구심점 없어 미지수

김 전 공관위원장은 홍 전 대표 등을 향해 “앞으로 정당정치를 하는 데 있어 용납되기 어렵다”며 “특히 지금처럼 문재인정권에 심판을 하기 위해 우리가 힘을 모아도 힘겨운 이런 상태서 무소속으로 나가겠다는 것은 누구를 위한 길인가. 문정권을 위한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후보들 사이서도 무소속 출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산청·함양·거창·합천의 신성범 통합당 예비후보는 김태호 전 지사의 무소속 출마를 두고 “명분과 논리야 어떻든 결국 야권분열로 이어지고 문재인정권을 돕는 결과로 가져올 것”이라며 “여야 일대일 구도여야만 문정권을 심판할 수 있고 정권교체까지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역 프리미엄보다 정당 프리미엄이 셀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수다.

익명의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무소속 출마는 홍 전 대표라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총선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거대 양당체제의 대결로 넘어가기 때문에 선거서 힘들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아무리 현역이래도 기존 정당의 브랜드와 조직력을 뛰어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무소속 출마를 유리하게 보는 시각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선거서 중요한 정서가 ‘언더독’ 정서다. 불쌍한 후보한테 표가 가는 것인데 홍 전 대표나 김태호 전 도지사 같은 공천 탈락자의 아픔도 해당된다”고 했다. 그는 “이번 공천이 상당한 후폭풍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총선은 지역구 인연이 작용한다. 다소 억울하게 컷오프된 느낌을 주는 의원들도 있고 지역 언론 반응도 안 좋다. 무소속이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리할까
불리할까

당내 일각에선 “무소속 출마 후 복당을 금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탈당 인사, 무소속 후보 등으로 선거에 출마한 인사에 대해 입당을 불허해왔지만, 보수대통합의 일환으로 지난 1월 복당을 전면 허용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공관위원장은 “앞으로 무소속 으로 나온 인물은 당락을 떠나 당에서 다시 받아들이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