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승패 가를’ 3대 변수

요동치는 여의도…민심 어디로?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선거철은 자욱한 안갯속과 같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민심의 향배를 알 수 없는 시점서 ▲코로나 정국 ▲비례정당 난립 ▲무소속 돌풍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졌다. <일요시사>는 이번 21대 총선의 3대 변수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 발언하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대 선거판을 분석해보면 선거 결과는 민심과 어긋나는 경우가 많았다. 20대 총선에서는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압도한다는 여론조사들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당시 122석을 얻는 데 그쳤고 민주당이 123석을 얻으면서 ‘여소야대 정국’을 이뤄내는 기염을 토했다.

아직 모른다

21대 총선은 정부의 집권 후반기에 치러지는 선거기 때문에 야당 주도의 ‘심판론’이 부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정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보다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성적표가 정부 평가를 좌우할 공산이 크다.

코로나 정국은 오는 총선까지 계속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서 추진 중인 ‘사회적 거리 두기’는 투표율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대로라면 18대 총선 이후로 꾸준히 증가했던 투표율은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역대 전국단위 선거서 투표율이 상승할 때마다 진보진영이 두각을 보였다는 점에서, 민주당 등 여권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도 선거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전염병 감염으로 전시에 준하는 상황은 절대적으로 여권에 불리하다. 사태를 잘 수습해야 할 부담감에다 야권에서는 ‘정부 무능론’을 들고 일어난다. 국민들의 불안은 생활 곳곳에 침투해 있어 이것이 표심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즉 ‘잘 해야 본전’인 게임이다.

하지만 이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확산된 상황서 한국 정부의 대처에 대해 외신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오히려 총선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론이 힘을 얻지 못하는 상황서 심판론을 밀어붙여야 하는 야당의 입장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되레 악재가 된 셈이다.

실제로 지난 26일 발표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율은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3∼25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18명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은 지난주 3월 3주차 주간집계 대비 3.2%p 오른 52.5%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긍정적 평가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여권이 방심하긴 이르다. 콜센터 및 종교시설과 같은 집단 발병과 같은 예상치 못한 전개가 갑자기 상황을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례정당 난립도 총선을 가를 변수로 부상했다. 통합당은 지난해 ‘4+1 협의체’가 통과시킨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항해 미래한국당(이하 한국당)이라는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통합당과 한국당은 자매 정당을 표방했으나, 비례 명부의 순위를 둘러싼 갈등으로 한선교 대표가 사퇴하는 등 당 내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는 상태다.

민주당 상황은 더 심각하다. 민주당은 통합당의 위성정당 창당과 ‘의원 꿔주기’에 맹폭을 퍼부었지만, 같은 수순을 밟게 되면서 중도층 표심까지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외신 긍정 반응에 여권↑
비례정당 난립…무소속 출마 러시

아울러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명제처럼, 표심이 갈라질 위기에 처해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고심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비례정당에는 열린민주당과 민주당의 비례위성 정당격인 더불어시민당(이하 더시민)이 있다.

정봉주 전 의원과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이끌고 있는 열린민주당은 플랫폼 정당인 더시민과 달리 독자적인 위성정당의 길을 걷고 있다. 비례후보로는 김진애 전 의원, 최강욱 전 공직기강비서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등과 같은 묵직한 친문 후보들을 앞세워 더시민보다 결집력이 더 좋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들과의 향후 연대 가능성에도 명확히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는 “더시민의 승리가 곧 민주당의 승리”라며 “민주당을 탈당한 개인들이 유사 비례정당을 만들었는데, 무단으로 문정부와 민주당을 참칭하지 말라”고 열린민주당을 에둘러 경고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의 ‘의원 꿔주기’를 통해 더시민이 비례대표 투표 용지의 정당 명단서 상위 3번째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당의 7명의 현역 의원이 필요하다. 민주당과 통합당은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기 때문에, 민생당이 비례대표 투표용지서 1번이 될 전망이다.
 

▲ 최고위원회의서 발언하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나경식 기자

정치는 명분과 신의의 싸움이다. 거대 양당의 ‘정치쇼’로 실망한 민심이 어디로 향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두 정당 모두 정치권의 오랜 숙원이었던 선거제 개혁안의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역사적 비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 변수는 ‘무소속 돌풍’이다. 공천서 선택받지 못한 후보들이 무소속 출마를 잇따라 발표하면서부터다. 하나같이 당의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에 반발하면서 지역구민들을 위해 승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특히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와 같은 거물급 인사들의 무소속 출마는 치명적으로 보인다. 결집해도 모자랄 판인데 표가 분열되면서 상대 후보에게 ‘어부지리’ 승리를 안겨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서도 당의 복당 불허 방침에도 불구하고 당선 뒤 민주당에 복당하겠다는 무소속 후보들의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4선의 오제세 의원(충북 청주서원)과 3선의 민병두 의원(서울 동대문을),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전 민주당 의정부갑 상임부위원장(경기 의정부갑) 등이 현재 무소속 출마 의지를 표명한 상태다.

당 측에서는 무소속 출마 의원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에 강도를 높이고 있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낙천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결심하신 분들은 물론 개인적으로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다시 선당후사의 정신을 되새겨 보수의 진면목을 보여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저의 간곡한 호소와 국민의 절박한 요구를 기어이 외면하고 분열과 패배의 씨앗을 자초한다면, 당으로서도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무소속 출마자들의 당 제명 등을 시사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 역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의원에 대해서는 영구제명까지 하겠다는 강력한 의사 표명을 한 바 있다.


민심 향배는?

21대 총선서 여권이 승리하면 문정부가 추진 중인 개혁 정책 완성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데 반해 야권은 4회 연속으로 패배하게 되면서 정치 탈환의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반면 야권이 승리하면 문정부에 브레이크를 걸게 되므로, 문 대통령의 임기 말 레임덕이 가속화될 공산이 크다. 이번 선거가 문정부에게 순풍의 돛단배가 될 것인지, 역풍 맞은 파선이 될 것인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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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