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킹 프로젝트’ 전말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3.17 07:59:36
  • 호수 12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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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빠지기 전에 ‘새 피 수혈’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대권을 정조준한 모양새다. 그가 후원회장을 맡은 예비후보만 21명이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그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정치권은 이들을 잠재적 친이낙연계로 보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자타공인의 차기 대권주자다. 더불어민주당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기도 한 이 전 총리는 과연 총선 승리와 계파 확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대권에 가장 근접한 정치인이다. 실제로 그는 복수의 여론조사서 오랜 기간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이 전 총리에게 종로 출마를 요청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전 총리는 현 시점서 민주당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이다. 

계파 외연
확장할까?

민주당 내에서 그의 위치를 잘 보여주는 사례는 또 있다. 바로 이 대표와 함께 당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의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이해찬·이낙연’이라는 투톱 체제다. 당초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이 전 총리에게 원로들이 맡아온 ‘특별선대위원장직’을 줄 것이라 예상했다. 대한민국 ‘정치1번지’라는 종로에 출마하는 만큼, 전국 단위의 선거 지원이라는 부담을 지우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이 전 총리에게 상임선대위원장을 맡겼는데 그의 위상을 격상시키는 결정이었다. 이 대표가 이 전 총리에게 상임선대위원장을 맡기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민주당 내부에서는 곧바로 이 전 총리를 예우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전 총리의 주요 역할은 전국구 선거 지원유세인데 그의 전국적 인지도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지원유세가 힘든 상황서도 이 전 총리는 나름의 대책으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바로 ‘온라인 지원유세’다. 

지원유세 창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이낙연TV’다. 후보자들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본인에 대한 홍보도 병행할 수 있는 방법이다.

지난 1일 그는 해당 채널을 통해 경기 용인정에 전략공천된 이탄희 전 판사를 칭찬했다. 해당 영상서 이 전 총리는 이 전 판사에 대해 “(이 전 판사는)정의로운 법조인이었고, 이제 정의로운 국회의원이 될 자격을 갖춘 분”이라며 홍보했다.

지난 10일에는 같은 당 백혜련 의원을 응원하며 “(백 의원은)대단히 강단 있는 분이다. 검사에 재직하다 검찰이 공정성, 중립성 의심을 받는 것을 보고 과감히 사표를 내고 나온, 심지가 굳은 분이다. 국회에 들어와서도 검찰 개혁의 맨 선봉에 섰다. 백 의원이 새롭게 개척하는 대한민국의 미래에 늘 기대를 갖고 있다”고 지원했다. 

21명의 후원회장…계파 확장
숙청된 기존 가신들 어쩌나∼

‘이낙연 마케팅’은 이번 21대 총선을 관통하는 흐름 중 하나다. 민주당 후보 다수가 이 전 총리와 찍은 사진을 현수막에 넣는가 하면, 지원유세를 요청하고 있다.

지난 1월22일에 열린 민주당 총선 입후보자 전·현직 의원 교육연수 현장이 대표적이다. 당시 현장에 교육을 들으러 온 다수의 입후보자들이 이 전 총리 곁으로 몰렸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는데 해당 사진들은 입후보자들의 페이스북 등에 곧바로 게재됐다. 

이낙연 마케팅은 특히 이 전 총리의 고향인 전남 지역서 강세다. 이 전 총리는 전남 영광서 태어나 전남 함평·영광·장성서 4선 국회의원으로 지낸 뒤 전남도지사로 올라섰다. 이 정도면 전남의 터줏대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당 후보들의 ‘이낙연 활용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전 총리를 자신들의 후원회장으로 영전하고 있다. 앞서 이 전 총리는 현역 국회의원 다수의 후원회장을 맡았다고 발표했다. 강훈식·김병관·김병욱·백혜련·박정 의원 등이다. 
 

▲ (사진 왼쪽부터)백혜련·이개호·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배재정 전 대변인

총선에 출마하는 원외 인사들의 후원회장직도 수락하고 있다.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서울 광진을), 이탄희 전 판사(경기 용인정), 김용민 변호사(경기 남양주병), 김주영 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경기 김포갑), 김현정 전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위원장(경기 평택을) 등이 주인공이다.

그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충북 증평·진천·음성 지역구에 출마한 임호선 예비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임 예비후보는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며 “경찰청 차장 재직 당시 총리로 모셨던 인연이 있다”며 “이 전 총리가 후원회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다”고 밝혔다. 

현역 국회의원을 포함해 이 전 총리가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인사는 모두 21명이다(지난 13일 기준). 그 수는 총선이 다가올수록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후원회장직은 이 전 총리 입장서도 반길 만한 일이다. 정치권은 이 전 총리의 대권도전에 걸림돌로 당내 부족한 기반을 꼽는다. 지난 2014년 7월 전남도지사로 당선된 이후 이 전 총리는 중앙당서 멀어져 있었다. 이 때문에 20대 국회서 속칭 ‘이낙연계’로 통하는 의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줄줄이
공천 불발

만약 이 전 총리가 후원회장을 맡은 인사들이 대거 21대 국회에 입성한다면, 이 전 총리는 든든한 ‘우군’을 다수 확보하게 된다. 일각에선 이 전 총리가 21명이나 되는 인사들의 후원회장을 자청한 이유가, 오는 2022년에 있을 대선에 미리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한다. 즉, 대권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기존 ‘이낙연계’는 민주당 공천서 쓴맛을 봤다. 7명의 이낙연계 핵심 인사 중 단 3명만 공천장을 받았거나 경선서 승리했다. 본선에 진출한 이낙연계 핵심 인사는 단 3명이다. 부산 사상에 출마해 해당 지역 단수공천을 받은 민주당 배재정 전 의원은 이낙연 국무총리실 비서실장 출신이다. 

20대 국회서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현역인 민주당 이개호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에 단수공천됐다.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은 이 의원이 오기 전 이 전 총리가 내리 4선을 한 지역구다. 이 의원과 마찬가지로 20대 국회서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오영훈 의원은 경선서 승리, 제주을 후보로 결정됐다. 

반면 광주 서을 지역구에 출마한 이남재 전 전남도지사 정무특보는 양향자 전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장에게 패했다. 전남 목포에 도전했던 우기종 전 전남도지사 정무부지사는 경선서 ‘박원순계’ 김원이 후보와의 대결서 고배를 마셨다. 

서울 동대문을에 나선 지용호 전 국무총리실 정무실장은 해당 지역구가 ‘청년우선전략선거구’로 지정되면서 공천서 배제됐다. 경기 의정부을에 출사표를 던진 문은숙 전 국무총리실 시민사회비서관도 김민철 대통령직속 자치분권위원회 정책자문위원과의 경선서 쓴잔을 마셨다. 
 

이들은 모두 이 전 총리와 손발을 맞춘 측근들이다. 즉 이들의 본선 진출 여부는 이낙연계의 외연 확장에 중요한 포인트였다. 결과적으로 이 전 총리 측근들의 본선 진출이 연이어 좌절됨에 따라 이 전 총리의 후원회장직 수락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낙연계 확장의 전제 조건은 이 전 총리 자신의 생환이다. 한국 ‘정치1번지’ 서울 종로에 출마한 그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와의 진검승부를 펼치고 있다. 두 사람은 복수의 여론조사서 대선주자 선호도 1, 2위를 달리는 만큼 사실상의 미니 대선이다.

첩첩산중
변수도 산적

여기에 손학규 전 대표라는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등장했다. 손 전 대표는 종로와 인연이 깊다. 학창시절을 보낸 매동초·경기중·경기고·서울대(연건캠퍼스 시절)는 모두 종로에 위치해 있다. 현재 거주지도 종로로 알려져 있다. 지난 18대 총선 때 손 전 대표는 통합민주당 소속으로 종로에 출마해 당시 한나라당 박진 후보에게 3.9%포인트 차로 석패한 바 있다.

이 전 총리와 손 전 대표는 오랜 기간 인연을 맺어왔다. 지난 2010년 당내 비주류였던 이 전 총리를 당 사무총장으로 임명한 사람이 바로 손 전 대표다. 손 전 대표가 민주당 대표를 역임했을 때의 일이다. 이 때문에 당시 정치권은 이 전 총리를 ‘손학규계’로 분류했다. 

손 전 대표가 전남 강진 만덕산에 칩거(2014∼2016년)할 때 그를 자주 찾은 사람이 바로 이 전 총리다. 당시 이 전 총리는 전남도지사를 역임하고 있었다.

방정식은 상당히 복잡해졌다. 손 전 대표의 등장으로 이 전 총리, 황 대표 중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 예상하기 힘들다. 일각에선 이 전 총리가 황 대표보다 중도층서 우위를 보이는 만큼 손 전 대표가 이 전 총리의 중도층을 일부 흡수, 황 대표가 유리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손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 대표를 역임하던 시절 꾸준히 ‘문재인정부 심판론’을 제기해온 만큼 황 대표의 핵심 지지층을 일부 흡수, 이 전 총리가 유리해질 수 있다고 전망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이 전 총리는 자신의 생환뿐 아니라 민주당의 총선 승리라는 중책을 짊어지고 있다.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의 또 다른 직책은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이다. 코로나19를 저지하느냐, 못하느냐는 이 전 총리뿐 아니라 민주당의 명운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전 총리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연일 강도 높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1일 국회서 열린 제2차 코로나19 대응 당정청 회의에 모습을 드러낸 이 전 총리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안(이하 추경)만으로는 현장의 위기가 진정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추경 이상의 추가적인 대책 마련 계획을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지원 유세로 영향력↑
종로 선거 변수는?

이 같은 강단 있는 모습은 총리직을 역임하던 시절에 빛을 발했던 바 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2018년 정부서울청사에서 있은 국무회의에 참석해 가짜뉴스에 대한 전방위적 대응을 지시한 바 있다. 당시 그는 “가짜뉴스가 창궐한다. 유튜브, SNS 등 온라인서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가짜뉴스가 급속히 번지고 있다”며 “개인의 사생활이나 민감한 정책현안은 물론, 남북관계를 포함한 국가안보나 국가원수와 관련한 턱없는 가짜뉴스까지 나돈다”고 지적했다.

기자 출신으로 평소 정제된 표현을 해왔던 이 전 총리는 이날만큼은 ‘표현의 자유 뒤에 숨은 사회의 공적’ ‘공동체 파괴범’ ‘나와 다른 계층이나 집단에 대한 증오를 야기해 사회통합을 흔들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민주주의 교란범’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가짜뉴스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소신 있는 발언도 이 전 총리의 존재감 부각에 한몫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임명에 “문제가 없다”는 청와대 발언에 대해 “아쉽다”고 평가하는 등 균형 잡힌 언행을 보여줬다.
 

▲ 이탄희 전 판사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 때는 서울 아파트값 폭등과 관련해선 “그동안 많이 올랐던 곳은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정기국회 때마다 야당 의원들의 집중 공세에 막힘없는 답변을 해 ‘사이다 총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은 이 전 총리가 짊어진 숙제로 꼽힌다. 민주당은 지난 8일,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대응하기 위한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에 참여할지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당시 이 전 총리는 “비난은 잠시지만, 책임은 4년 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 미래한국당에 대한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지난 11일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이 전 총리는 “그 앞에 더 중요한 얘기를 했는데 그 얘기는 다 빠졌다”며 한 걸음 물러섰지만, 연합정당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 전 총리도 공감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찬반 극명
존재감 부각

민주당의 연합정당 참여 여부는 당 의원들 사이서도 여전히 ‘갑론을박’이다. 찬성론자들은 미래통합당의 제1당 저지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지금 상황서 선거를 치른다면 비례대표서만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의석 수가 20석 가까이 차이가 날 것이란 위기감이 깔려 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민심의 역풍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민주당이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 창당을 ‘꼼수’라고 비판했던 바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특히 수도권 중도층의 민심이반을 우려 중인데 어떤 결과가 나오든 민주당의 총선 승리와 맞물려 이 전 총리의 대권가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경선 탈락’ 금태섭

당내 ‘소신파’로 분류됐던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서울 강서갑 경선서 탈락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한 비판은 물론 윤석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서 거짓말 논란에 대해 윤 총장의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조국 사태’ 때는 공정성 가치 훼손을 이유로 조국 법무부장관에 대한 임명을 반대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 극렬 지지층으로부터 ‘문자 폭탄’을 받는 등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민주당은 금 의원이 경선에서 탈락하는 과정에 찜찜한 뒷맛을 남겼다. 앞서 민주당은 후보자 공모가 끝난 서울 강서갑에 이례적으로 추가 공모를 결정한 바 있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당에 쓴소리를 내온 금 의원을 찍어냈다고 해석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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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