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최대 격전지> 서울 광진을 고민정 VS 오세훈 맞짱 인터뷰

대통령의 입이냐 보수 잠룡이냐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21대 총선서 종로, 광진을, 동작을은 거대 양당의 맞대결로 압축되는 이른바 ‘서울 3대첩’ 지역구로 통한다. 이들 중 서울 광진을 지역서 ‘대통령의 입’이었던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후보와 ‘보수 잠룡’으로 꼽히는 미래통합당 오세훈 후보가 치열한 혈투를 벌일 예정이다. <일요시사>는 두 후보의 맞짱 인터뷰를 진행했다.
 

▲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미래통합당 후보

패기의 고민정이냐, 관록의 오세훈이냐. 광진을 지역서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고민정 후보와 서울 시장 출신인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오세훈 후보가 만났다. 서울 광진을은 호남층과 청년층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대표적 민주당 ‘텃밭’이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선 야권의 대권 후보 출마와 추미애 법무부장관(5선)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각종 여론조사서도 두 후보는 초접전 양상이다. 광진을은 고 후보의 데뷔 무대가 될 것인가, 오 후보의 복귀 무대가 될 것인가. 아래는 두 후보와의 일문일답이다.

-‘광진을’에 출사표를 냈다. 광진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고)광진은 고향과 같은 곳이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살았고 KBS 입사하고 나서도 살았기에 십여년 살았다. 유년시절의 기억이 있기에 주민들을 볼 때 더 강한 유대감이 있다. 당으로부터 광진으로 가는 것이 결정 지어졌을 때 ‘운명’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오)2011년에 광진으로 이사 와 벌써 9년이 됐다. 태어난 곳이라 평소 애착이 많다. 서울시장을 하며 체화된 경험을 살려 광진구의 발전을 이뤄내고 싶어 이곳에 출마했다. 1년 전부터 열심히 골목골목을 다니면서 지역 현안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광진을은 민주당의 오래된 텃밭이다. 민심은 실제로 어떤가.

▲(고)“드디어 왔구나” “이제 왔구나” “왜 이제서야 왔나” “진작에 모습 좀 보여주지” 이런 반응들이 많다. 사실 오세훈 후보보다 공천 발표가 한참 늦게 나와 마음이 조급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반겨주시는 걸 보니 고향 사람이 왔다는 반가움이 있으신 것 같다. 새로운 정치인이 광진을 좀더 활력 있게 만들어주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강하시다.

▲(오) “IMF 때 보다 더 살기 힘들다” “광진이 너무 낙후돼있다” “최저 임금이 높아 가게를 운영할 수 없다” “알바 자리가 없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듣고 있다. 다행히도 “일 하나만큼은 오세훈이 잘하지 않겠느냐”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광진을 당협위원장으로 활동한 지 1년이 넘었는데, 과거와 비교해 보면 확실히 분위기가 바뀌었다.

-광진을에는 청년 인구비율이 높다. 청년 표심을 공략할 만한 전략에는 무엇이 있는가.

▲(고)광진은 1인 가구 비율이 높다. 특히 화양동에는 청년 1인 가구들이 밀집돼있다. 1인 가구 비율이 서울 평균 30.9%인데 광진구는 37.1%가 조금 넘는다. 청년들의 주거,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는 게 중요하다. 더불어 편의시설과 같은 환경이 그들의 생활패턴에 맞게 형성이 되도록 주거·일자리·환경 세가지를 패키지로 점검하고자 한다.

젊은 패기? 노련한 관록? 여론은 ‘초박빙’
침체된 광진 살리기 청년표 ‘캐스팅 보터’

▲(오)광진은 2030 유권자인구가 43.1%에 달하는 젊은 지역이다. 화양동, 구의동에 원룸촌이 상당히 발달해있는데 여기 사시는 분들이 불편한 게 많다. 아파트로 치면 관리사무소 같은 역할을 하는 안심센터를 원룸촌에 만들어 치안에 대한 불안감도 해소하고, 주거환경을 쾌적하게 만들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3040 여성을 위한 공약을 포함해 생활밀접 정책들을 하나씩 내놓을 생각이다.


-광진을의 현안에는 무엇이 있는가.

▲(고)동부지법 이전 부지를 활성화해야 할 과제가 있다. 구의역 일대에 있었던 동부지법이 송파구로 이전하면서 주변의 상권 기지가 많이 죽었기 때문이다.

▲(오)3∼4년 전 구의역 일대에 있었던 법원검찰청이 송파구로 옮겨가면서 먹자골목 매상이 참혹한 수준으로 줄었다. 국회의원, 구청장도 손놓고 있다가 이제야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많은 주민분들이 실망하고 계신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고)이 부지를 도시재생 차원서 활성화하고 혁신적인 첨단산업단지로 만들 생각이다. 이를 위해 광진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을 물은 후 의견을 수렴할 것이다. 광진에는 오랜 세월동안 삶의 터전으로 잡고 사는 분들이 많다. 단순히 ‘황제식 개발’을 하게 되면 오래 사셨던 분들이 쫒겨나게 된다. 광진의 역사와 특성을 버무린 발전을 도모해, 이질적인 곳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광진을 후보 ⓒ문병희 기자

▲(오)현재 KT가 여러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오피스텔·아파트· 업무시설이 들어오고 그와 연계해 여러 변화가 예정돼있는데 아무 것도 진행이 안 되고 있다. 제가 당선이 된다면 가장 우선적으로 KT를 만나서 빠른 진행을 주문함과 동시에, 어떤 문제 때문에 늦어지고 있는지를 파악해 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고)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평가하기는 사실 이르다. 다만 지금까지의 상황들을 봤을 때, 아직은 상황 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수의 외신들도 한국의 방역체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절대로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위기에 굉장히 강한 정부다.

▲(오)최근 코로나 정국서 정부의 오락가락한 마스크 지침과 수급 대책 때문에 국민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라는 요구를 듣지 않았기 때문에 코로나 사태가 이 지경까지 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많다. 그런데 자화자찬 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허탈감에 실망하고 계신다.

-문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총평은.

▲(고)추진력이 있고 위기에 강하다. 그러면서 좌고우면 하지 않고 크게 흔들리지 않는 정부다. 지난 3년동안 한국에는 남북정상회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 중대사들이 많았다. 국가의 큰 이슈들이 터졌을 때 문정부는 굉장히 꼼꼼하고 면밀하게 모든 사안을 다뤘다. 지난번 강릉 산불이 있었을 때에도 빠르게 대처가 됐다. 당시 청와대는 굉장히 긴박하게 돌아갔다. 위기관리시스템이 잘 구축돼있는 곳임을 단적으로 느꼈다. 화이트리스트 국면서도 국가의 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어 수출 지역을 오히려 다면화시키는 성과를 냈다.

▲(오)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라고 했다. 하지만 문정부는 집권 3년 만에 총체적인 위기에 빠뜨렸다. 서민들은 더 살기 힘들어졌다. 경제도 민생도 안보도 실패했다. 내로남불의 정점인 조국 사태로 청년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고,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사법 및 언론 장악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한·미외교는 악화일로며, 북한 눈치만 보며 끌려 다니고 있다. 문제는 임기가 2년 정도 남았는데 국정운영 방향이나 태도가 바뀌지 않는 것이다. 오만과 독선이 도를 넘었다고 본다.


-고 후보님, 상대 후보는 ‘야권 잠룡’으로 꼽힌다.

▲(고)자신 있다. 난 정치 신인이지만, 이 점이 약점이 된다면 이 세상에는 어떤 신인도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일 수 없을 것이다. 시대를 바꿔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정작 새로운 사람들이 발을 들여놓으려 할 때는 기존의 기득권 세력들과 부딪히게 된다. 그렇다고 기득권 세력들이 모두 다 좋은 결과물을 내진 않았다. 아무리 경력을 오래 가지고 있다 해도, 가진 성과에 대해 국민들이 어떻게 판단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단순한 경력만으로는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오 후보님, 상대 후보는 ‘집권 여당’의 대표 인물이다.

▲(오)고민정 후보의 강점은 아무래도 청와대 대변인 출신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연결된다는 것 아니겠나. 하지만 문재인정부 집권 3년의 성적표가 나와 있기 때문에 정권심판에 대한 책임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지금 고 후보는 구청장, 시장, 대통령까지 연결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그 점은 얼마까지 여기 계셨던 추미애 장관도 마찬가지였다. 광진 개발이 지지부진한데 추 장관은 그럼 왜 못했나. 결국 정치인은 본인 경쟁력과 능력으로 평가받는 자리다.

-고 후보님, '폴리널리스트'라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고)기본적으로 정치라는 건 뭐든 사람들이 꿈꿀 수 있는 영역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언론인 출신의 정치인들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셨기 때문에 안 좋은 시선들이 있을 뿐이다. 그분들이 반성하고, 정치에 입문하려는 나 같은 언론인 출신들이 그들을 반면교사로 삼으면서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을 선택해서 KBS 나갔을 때 언론 개혁과 관련해 공감대가 있었다. 
 

▲ 오세훈 미래통합당 광진을 후보

-오 후보님, 선거를 앞두고 보수통합이 이뤄졌다.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오)이번 총선의 승패는 중도층의 표심에 달렸다. 통합당은 보수중도의 새로운 가치와 대안 및 정책을 제시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무자비한 경쟁이 아니라 경쟁서 뒤처진 분들을 잘 보듬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그게 진정한 합리적 보수라고 생각한다. 양립하기 어려운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후보 시절 이전의 경력이 현재 정치인으로서 경쟁력이 된 점은 무엇인가.

▲(고)KBS 아나운서 생활을 14년 하면서 ‘공감’과 ‘소통’을 배울 수 있었다. 청와대 대변인실에선 3년 가까이 있었다. 그곳은 한국의 안보·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정보가 다 몰리는 곳이다. 대통령 곁에서 국정운영을 했기에 어떤 사안이 터졌을 때 해결책을 모색했던 경험들이 축적돼있다.

▲(오)국회의원과 서울시장 등의 경력으로 10년 가까이 공직생활을 하면서 시행착오도 겪었고 체화된 노하우도 있다. ‘일머리’는 다른 후보와 상대적 비교 우위에 있을 것이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진짜 ‘광용성’(광진·용산·성동구)을 시대를 열 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면 한다.

고, 청 출신 강점 살려 ‘공감과 소통’
오, 10년 정치 시행착오 끝 기지개 펴나

-선거 슬로건은 무엇인가.

▲(고)‘느낌 있는 정치, 느껴지는 정치’ ‘광진 사람 고민정, 이제 광진이 뜬다’이다. 광진구가 경제·사회 분야서 서울의 중심이 될 수 있게끔 띄우겠다는 자신감을 표현했다. 느껴지는 정치는 주민들과 소통하겠다는 것으로 ‘느낌표’의 강한 의지를 담기도 했다. 젊은 사람답게 강한 추진력을 보여드리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오)‘낮은 자세로 섬기는 일꾼’이라는 모토로 지역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아침에는 출근길에 한 분이라도 더 뵙기 위해 한 곳에 서 있는게 아니라, 이러 저리 돌아다니며 인사를 드리고 있다. 낮에는 자전거를 타고 동네 골목골목을 돌고, 퇴근길에는 호프집과 음식점 등 상가를 돌며 뚜벅이 유세를 하고 있다.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고)공감과 소통을 잘하는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모든 광진 주민분들을 만나뵐 수는 없지만, 최소한 제가 만났던 분들로부터 “그래도 고민정이 내 얘기는 들어주더라” “말하고 나니깐 조금 속이 풀리네”라는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작은 것부터 주민분들이 원하는 것에 대해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정치인이 되겠다.

▲(오)내게 정치란 ‘너무나도 하고 싶은 것’이다. 어느 덧 정치 휴지기가 9년 정도 되고 있다. 오래 쉬었는데 이번엔 꼭 재기하고 싶다. 한국 정치에 대해 많이 실망하시고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국민분들이 많다. 국회에 입성하면 대한민국의 정치가 진일보하는 데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국회에 입성한다면 어떤 정책에 주력하고 싶은가.

▲(고)언론인 출신이기 때문에 가짜뉴스나 왜곡된 언론시장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 또 아이 엄마이기 때문에 보육과 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국회에 들어가서 뭘 해야겠다는 것보다, 광진 주민분들이 원하는 것을 법으로 만드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자 한다.

▲(오)‘오세훈법’은 정치 선거자금의 투명화를 위해 제정됐다. 이제는 정치하는 국회의원의 투명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오세훈법2’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다. 국회의원의 특수활동비나 해외출장비가 알뜰하게 쓰일 수 있도록 일조해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정치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광진을 후보 ⓒ문병희 기자

-광진을에서 반드시 선출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고)누구보다 광진을 사랑하는 광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 정치의 문화를 바꾸고 광진을 활력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젊은 정치인이 필요하다. 나는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실행력이 있는 사람이다.

▲(오) 지금 광진에는 프로 일꾼의 ‘관록’이 필요하다. 여기서 더 뒤처지면 광진 발전은 요원해질 것이다. 지역개발은 여러 난제가 얽혀 있는 복잡한 종합행정이기에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 정치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달라.

▲(고)주민분들께 늘 죄송하고 고마운 마음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거리를 돌 때마다 과분하게 사랑을 해주시는 것 같다. 제가 응원을 해드려야 하는데 오히려 응원을 받고 온다. 더더욱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청와대서 일했던 만큼을 광진에 쏟아 붓는다면, 광진을 멋진 곳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개발이 지지부진하지만, 광진은 한강변에 위치하고 있는 등 입지조건이 서울서 최상위권이다. 개발만 잘 진행된다면 굉장히 살기 좋은 지역이 될 수 있다. 남은 기간 동안 정책발표를 통해 광용성 시대를 만들기 위한 비전과 계획을 설명 드릴 생각이다.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국민들께서 선거로 심판해주실 것이라 믿고 있다.


<sangmi@ilyosisa.co.kr>
 

[고민정은?]

▲KBS 아나운서실 아나운서
▲대통령비서실 부대변인(선임행정관)
▲대통령비서실 부대변인(비서관)
▲대통령비서실 대변인

 

[오세훈은?]

▲제26회 사법시험 합격
▲제16대 국회의원(강남구을)
▲제33·34대 서울특별시 시장
▲자유한국당 서울특별시당 광진구을 당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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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