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최대 격전지> 서울 광진을 고민정 VS 오세훈 맞짱 인터뷰

대통령의 입이냐 보수 잠룡이냐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21대 총선서 종로, 광진을, 동작을은 거대 양당의 맞대결로 압축되는 이른바 ‘서울 3대첩’ 지역구로 통한다. 이들 중 서울 광진을 지역서 ‘대통령의 입’이었던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후보와 ‘보수 잠룡’으로 꼽히는 미래통합당 오세훈 후보가 치열한 혈투를 벌일 예정이다. <일요시사>는 두 후보의 맞짱 인터뷰를 진행했다.
 

▲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미래통합당 후보

패기의 고민정이냐, 관록의 오세훈이냐. 광진을 지역서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고민정 후보와 서울 시장 출신인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오세훈 후보가 만났다. 서울 광진을은 호남층과 청년층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대표적 민주당 ‘텃밭’이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선 야권의 대권 후보 출마와 추미애 법무부장관(5선)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각종 여론조사서도 두 후보는 초접전 양상이다. 광진을은 고 후보의 데뷔 무대가 될 것인가, 오 후보의 복귀 무대가 될 것인가. 아래는 두 후보와의 일문일답이다.

-‘광진을’에 출사표를 냈다. 광진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고)광진은 고향과 같은 곳이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살았고 KBS 입사하고 나서도 살았기에 십여년 살았다. 유년시절의 기억이 있기에 주민들을 볼 때 더 강한 유대감이 있다. 당으로부터 광진으로 가는 것이 결정 지어졌을 때 ‘운명’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오)2011년에 광진으로 이사 와 벌써 9년이 됐다. 태어난 곳이라 평소 애착이 많다. 서울시장을 하며 체화된 경험을 살려 광진구의 발전을 이뤄내고 싶어 이곳에 출마했다. 1년 전부터 열심히 골목골목을 다니면서 지역 현안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광진을은 민주당의 오래된 텃밭이다. 민심은 실제로 어떤가.

▲(고)“드디어 왔구나” “이제 왔구나” “왜 이제서야 왔나” “진작에 모습 좀 보여주지” 이런 반응들이 많다. 사실 오세훈 후보보다 공천 발표가 한참 늦게 나와 마음이 조급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반겨주시는 걸 보니 고향 사람이 왔다는 반가움이 있으신 것 같다. 새로운 정치인이 광진을 좀더 활력 있게 만들어주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강하시다.

▲(오) “IMF 때 보다 더 살기 힘들다” “광진이 너무 낙후돼있다” “최저 임금이 높아 가게를 운영할 수 없다” “알바 자리가 없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듣고 있다. 다행히도 “일 하나만큼은 오세훈이 잘하지 않겠느냐”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광진을 당협위원장으로 활동한 지 1년이 넘었는데, 과거와 비교해 보면 확실히 분위기가 바뀌었다.

-광진을에는 청년 인구비율이 높다. 청년 표심을 공략할 만한 전략에는 무엇이 있는가.

▲(고)광진은 1인 가구 비율이 높다. 특히 화양동에는 청년 1인 가구들이 밀집돼있다. 1인 가구 비율이 서울 평균 30.9%인데 광진구는 37.1%가 조금 넘는다. 청년들의 주거,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는 게 중요하다. 더불어 편의시설과 같은 환경이 그들의 생활패턴에 맞게 형성이 되도록 주거·일자리·환경 세가지를 패키지로 점검하고자 한다.

젊은 패기? 노련한 관록? 여론은 ‘초박빙’
침체된 광진 살리기 청년표 ‘캐스팅 보터’

▲(오)광진은 2030 유권자인구가 43.1%에 달하는 젊은 지역이다. 화양동, 구의동에 원룸촌이 상당히 발달해있는데 여기 사시는 분들이 불편한 게 많다. 아파트로 치면 관리사무소 같은 역할을 하는 안심센터를 원룸촌에 만들어 치안에 대한 불안감도 해소하고, 주거환경을 쾌적하게 만들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3040 여성을 위한 공약을 포함해 생활밀접 정책들을 하나씩 내놓을 생각이다.


-광진을의 현안에는 무엇이 있는가.

▲(고)동부지법 이전 부지를 활성화해야 할 과제가 있다. 구의역 일대에 있었던 동부지법이 송파구로 이전하면서 주변의 상권 기지가 많이 죽었기 때문이다.

▲(오)3∼4년 전 구의역 일대에 있었던 법원검찰청이 송파구로 옮겨가면서 먹자골목 매상이 참혹한 수준으로 줄었다. 국회의원, 구청장도 손놓고 있다가 이제야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많은 주민분들이 실망하고 계신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고)이 부지를 도시재생 차원서 활성화하고 혁신적인 첨단산업단지로 만들 생각이다. 이를 위해 광진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을 물은 후 의견을 수렴할 것이다. 광진에는 오랜 세월동안 삶의 터전으로 잡고 사는 분들이 많다. 단순히 ‘황제식 개발’을 하게 되면 오래 사셨던 분들이 쫒겨나게 된다. 광진의 역사와 특성을 버무린 발전을 도모해, 이질적인 곳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광진을 후보 ⓒ문병희 기자

▲(오)현재 KT가 여러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오피스텔·아파트· 업무시설이 들어오고 그와 연계해 여러 변화가 예정돼있는데 아무 것도 진행이 안 되고 있다. 제가 당선이 된다면 가장 우선적으로 KT를 만나서 빠른 진행을 주문함과 동시에, 어떤 문제 때문에 늦어지고 있는지를 파악해 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고)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평가하기는 사실 이르다. 다만 지금까지의 상황들을 봤을 때, 아직은 상황 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수의 외신들도 한국의 방역체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절대로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위기에 굉장히 강한 정부다.

▲(오)최근 코로나 정국서 정부의 오락가락한 마스크 지침과 수급 대책 때문에 국민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라는 요구를 듣지 않았기 때문에 코로나 사태가 이 지경까지 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많다. 그런데 자화자찬 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허탈감에 실망하고 계신다.

-문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총평은.

▲(고)추진력이 있고 위기에 강하다. 그러면서 좌고우면 하지 않고 크게 흔들리지 않는 정부다. 지난 3년동안 한국에는 남북정상회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 중대사들이 많았다. 국가의 큰 이슈들이 터졌을 때 문정부는 굉장히 꼼꼼하고 면밀하게 모든 사안을 다뤘다. 지난번 강릉 산불이 있었을 때에도 빠르게 대처가 됐다. 당시 청와대는 굉장히 긴박하게 돌아갔다. 위기관리시스템이 잘 구축돼있는 곳임을 단적으로 느꼈다. 화이트리스트 국면서도 국가의 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어 수출 지역을 오히려 다면화시키는 성과를 냈다.

▲(오)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라고 했다. 하지만 문정부는 집권 3년 만에 총체적인 위기에 빠뜨렸다. 서민들은 더 살기 힘들어졌다. 경제도 민생도 안보도 실패했다. 내로남불의 정점인 조국 사태로 청년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고,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사법 및 언론 장악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한·미외교는 악화일로며, 북한 눈치만 보며 끌려 다니고 있다. 문제는 임기가 2년 정도 남았는데 국정운영 방향이나 태도가 바뀌지 않는 것이다. 오만과 독선이 도를 넘었다고 본다.


-고 후보님, 상대 후보는 ‘야권 잠룡’으로 꼽힌다.

▲(고)자신 있다. 난 정치 신인이지만, 이 점이 약점이 된다면 이 세상에는 어떤 신인도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일 수 없을 것이다. 시대를 바꿔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정작 새로운 사람들이 발을 들여놓으려 할 때는 기존의 기득권 세력들과 부딪히게 된다. 그렇다고 기득권 세력들이 모두 다 좋은 결과물을 내진 않았다. 아무리 경력을 오래 가지고 있다 해도, 가진 성과에 대해 국민들이 어떻게 판단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단순한 경력만으로는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오 후보님, 상대 후보는 ‘집권 여당’의 대표 인물이다.

▲(오)고민정 후보의 강점은 아무래도 청와대 대변인 출신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연결된다는 것 아니겠나. 하지만 문재인정부 집권 3년의 성적표가 나와 있기 때문에 정권심판에 대한 책임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지금 고 후보는 구청장, 시장, 대통령까지 연결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그 점은 얼마까지 여기 계셨던 추미애 장관도 마찬가지였다. 광진 개발이 지지부진한데 추 장관은 그럼 왜 못했나. 결국 정치인은 본인 경쟁력과 능력으로 평가받는 자리다.

-고 후보님, '폴리널리스트'라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고)기본적으로 정치라는 건 뭐든 사람들이 꿈꿀 수 있는 영역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언론인 출신의 정치인들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셨기 때문에 안 좋은 시선들이 있을 뿐이다. 그분들이 반성하고, 정치에 입문하려는 나 같은 언론인 출신들이 그들을 반면교사로 삼으면서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을 선택해서 KBS 나갔을 때 언론 개혁과 관련해 공감대가 있었다. 
 

▲ 오세훈 미래통합당 광진을 후보

-오 후보님, 선거를 앞두고 보수통합이 이뤄졌다.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오)이번 총선의 승패는 중도층의 표심에 달렸다. 통합당은 보수중도의 새로운 가치와 대안 및 정책을 제시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무자비한 경쟁이 아니라 경쟁서 뒤처진 분들을 잘 보듬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그게 진정한 합리적 보수라고 생각한다. 양립하기 어려운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후보 시절 이전의 경력이 현재 정치인으로서 경쟁력이 된 점은 무엇인가.

▲(고)KBS 아나운서 생활을 14년 하면서 ‘공감’과 ‘소통’을 배울 수 있었다. 청와대 대변인실에선 3년 가까이 있었다. 그곳은 한국의 안보·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정보가 다 몰리는 곳이다. 대통령 곁에서 국정운영을 했기에 어떤 사안이 터졌을 때 해결책을 모색했던 경험들이 축적돼있다.

▲(오)국회의원과 서울시장 등의 경력으로 10년 가까이 공직생활을 하면서 시행착오도 겪었고 체화된 노하우도 있다. ‘일머리’는 다른 후보와 상대적 비교 우위에 있을 것이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진짜 ‘광용성’(광진·용산·성동구)을 시대를 열 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면 한다.

고, 청 출신 강점 살려 ‘공감과 소통’
오, 10년 정치 시행착오 끝 기지개 펴나

-선거 슬로건은 무엇인가.

▲(고)‘느낌 있는 정치, 느껴지는 정치’ ‘광진 사람 고민정, 이제 광진이 뜬다’이다. 광진구가 경제·사회 분야서 서울의 중심이 될 수 있게끔 띄우겠다는 자신감을 표현했다. 느껴지는 정치는 주민들과 소통하겠다는 것으로 ‘느낌표’의 강한 의지를 담기도 했다. 젊은 사람답게 강한 추진력을 보여드리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오)‘낮은 자세로 섬기는 일꾼’이라는 모토로 지역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아침에는 출근길에 한 분이라도 더 뵙기 위해 한 곳에 서 있는게 아니라, 이러 저리 돌아다니며 인사를 드리고 있다. 낮에는 자전거를 타고 동네 골목골목을 돌고, 퇴근길에는 호프집과 음식점 등 상가를 돌며 뚜벅이 유세를 하고 있다.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고)공감과 소통을 잘하는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모든 광진 주민분들을 만나뵐 수는 없지만, 최소한 제가 만났던 분들로부터 “그래도 고민정이 내 얘기는 들어주더라” “말하고 나니깐 조금 속이 풀리네”라는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작은 것부터 주민분들이 원하는 것에 대해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정치인이 되겠다.

▲(오)내게 정치란 ‘너무나도 하고 싶은 것’이다. 어느 덧 정치 휴지기가 9년 정도 되고 있다. 오래 쉬었는데 이번엔 꼭 재기하고 싶다. 한국 정치에 대해 많이 실망하시고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국민분들이 많다. 국회에 입성하면 대한민국의 정치가 진일보하는 데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국회에 입성한다면 어떤 정책에 주력하고 싶은가.

▲(고)언론인 출신이기 때문에 가짜뉴스나 왜곡된 언론시장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 또 아이 엄마이기 때문에 보육과 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국회에 들어가서 뭘 해야겠다는 것보다, 광진 주민분들이 원하는 것을 법으로 만드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자 한다.

▲(오)‘오세훈법’은 정치 선거자금의 투명화를 위해 제정됐다. 이제는 정치하는 국회의원의 투명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오세훈법2’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다. 국회의원의 특수활동비나 해외출장비가 알뜰하게 쓰일 수 있도록 일조해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정치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광진을 후보 ⓒ문병희 기자

-광진을에서 반드시 선출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고)누구보다 광진을 사랑하는 광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 정치의 문화를 바꾸고 광진을 활력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젊은 정치인이 필요하다. 나는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실행력이 있는 사람이다.

▲(오) 지금 광진에는 프로 일꾼의 ‘관록’이 필요하다. 여기서 더 뒤처지면 광진 발전은 요원해질 것이다. 지역개발은 여러 난제가 얽혀 있는 복잡한 종합행정이기에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 정치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달라.

▲(고)주민분들께 늘 죄송하고 고마운 마음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거리를 돌 때마다 과분하게 사랑을 해주시는 것 같다. 제가 응원을 해드려야 하는데 오히려 응원을 받고 온다. 더더욱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청와대서 일했던 만큼을 광진에 쏟아 붓는다면, 광진을 멋진 곳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개발이 지지부진하지만, 광진은 한강변에 위치하고 있는 등 입지조건이 서울서 최상위권이다. 개발만 잘 진행된다면 굉장히 살기 좋은 지역이 될 수 있다. 남은 기간 동안 정책발표를 통해 광용성 시대를 만들기 위한 비전과 계획을 설명 드릴 생각이다.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국민들께서 선거로 심판해주실 것이라 믿고 있다.


<sangmi@ilyosisa.co.kr>
 

[고민정은?]

▲KBS 아나운서실 아나운서
▲대통령비서실 부대변인(선임행정관)
▲대통령비서실 부대변인(비서관)
▲대통령비서실 대변인

 

[오세훈은?]

▲제26회 사법시험 합격
▲제16대 국회의원(강남구을)
▲제33·34대 서울특별시 시장
▲자유한국당 서울특별시당 광진구을 당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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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