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태풍의 눈’ 호남벨트 대해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3.17 07:49:30
  • 호수 1262호
  • 댓글 0개

안풍 불더니 이번엔 문풍 예보?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총선을 한 달가량 남기고 호남벨트가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설욕전을 준비 중이다. 민생당은 지난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의 영광을 재현하려 한다. 호남을 둔 ‘건곤일척’의 대결이 그 시작을 앞두고 있다.
 

▲ (사진 왼쪽부터)김동철(국민의당)·박지원(민생당)·정동영(민생당) 의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20대 총선서 ‘호남 완패’라는 수모를 겪었다.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몰고 온 녹색돌풍에 민주당 후보들은 추풍낙엽이 됐다. 광주(8석)·전남(10석)·전북(10석) 등 총 28석 중 23석을 싹쓸이 당했다. 이번 21대 총선은 민주당 입장서 설욕전이다.

격전지

호남 탈환의 선봉에 선 민주당 소속 후보들의 면면이 상당하다. 전·현직 국회의원은 물론 청와대 출신 주요 인사들을 대거 전면에 배치하는 등 호남벨트 탈환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민주당이 세운 호남에서의 목표치는 20석 이상이다. 

광주는 호남의 ‘정치 1번지’다. 광주 내에서도 서을·광산갑·북을이 3대 격전지로 통한다. 서을 지역의 현역은 민생당 천정배 의원이다. 민주당 진영에서는 삼성전자 최초로 고졸 출신 여성 임원을 지낸 양향자 전 최고위원이 나선다. 

4년 만에 성사된 ‘리턴매치’다. 앞서 민주당은 20대 총선 당시 영입인사였던 양 전 최고위원을 광주 서을에 전략공천했다. 민주당의 1호 전략공천이었으나 그는 당시 국민의당 천정배 대표에 패한 바 있다. 양 전 최고위원 입장서도 이번 21대 총선은 설욕전이다. 


광산갑 현역은 국민의당의 개국공신이었던 민생당 김동철 의원으로 당시 호남서 녹색돌풍을 일으킨 주역이다.

현재 민주당의 상황은 복잡하다. 이석형·이용빈 예비후보 간 대결서 민주당은 이석형 예비후보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용빈 예비후보가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재심을 신청해놓은 상태라 아직 오리무중이다.

이석형 예비후보는 현재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광주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0일 “민주당 광산갑 당내 경선과 관련해 이석형 예비후보와 선거 캠프 관계자 8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광주지검에 고발했다”고 전했다.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다수의 권리당원과 직접 통화하는 방식으로 이석형 예비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은 당내 경선일 때 직접 통화하는 방식의 경선운동을 할 수 없도록 규정돼있다. 

이석형 예비후보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석형 예비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것이 아닌 단순한 안부 전화였다는 것. 이석형 예비후보 측은 선관위의 조사가 부실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현역 민생당 vs 친문 민주당
‘다선’ 금배지 다수, 생환은…

북을은 김대중-노무현 청와대 비서관의 대결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북을의 현역은 민생당 최경환 의원으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 출신이다. 청와대를 나와서는 김대중평화센터 공보실장 겸 대변인으로 활동했으며, 김 전 대통령의 자서전 출간에도 힘을 쏟았다. 지난 2월에는 대안신당 대표로서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과 합당을 추진, 지금의 민생당 창당에 공헌했다. 


민주당 진영에서는 광주시의장 출신인 이형석 최고위원이 도전장을 냈다. 그는 2007년 10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다. 이후 ‘사람 사는 세상 노무현재단’의 기획위원으로 활동하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광주시 경제부시장을 역임한 이력도 있다.

‘정치 9단’ 민생당 박지원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전남 목포는 호남 최대 격전지로 평가된다. 민주당 김원이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정의당 진영의 윤소하 원내대표가 박 의원의 5선 도전 상대로 나섰다.
 

▲ (사진 왼쪽부터)조배숙(민생당)·천정배·황주홍 의원

인연이 묘한 게 김 전 부시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출신이고 박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일하며 그를 수행했다는 점이다. 광주전남진보연대 공동대표, 목포민주시민운동협의회 의장 등 전남과 목포를 위해 오랜 기간 활동해온 윤 원내대표의 저력까지 더해져 격전이 예상된다.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역시 4년 만의 리턴매치로 이 지역 현역은 민생당 황주홍 의원이다. 그는 다른 민생당 의원과 마찬가지로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에 몸담고 있다가 지난 20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겨 당선됐다. 

민주당 진영에서는 김승남 전 의원이 나섰다. 고흥 출신인 그는 전남대 총학생회장을 거쳐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 소속으로 당선된 바 있다. 그러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당 소속으로 출마했다. 이때 함께 경선서 맞붙은 상대가 황 의원이었다. 김 전 의원은 황 의원에게 패한 뒤 곧바로 민주당으로 복당, 설욕을 준비 중이다.

전남 나주·화순은 무주공산 지역이다. 현역인 손금주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 소속으로 당선됐다. 안철수 전 대표의 주도로 이루어진 바른정당과의 합당 과정서 탈당한 후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 총선에 나섰지만, 신정훈 전 청와대 농어업비서관과의 경선서 패했다. 민주당 공천을 받은 신 전 비서관은 미래통합당 후보인 영화감독 최공재씨와의 대결을 앞두고 있다.  

전북 지역 역시 전운이 감돈다. 이 지역 최대 승부처는 바로 전주병·익산을 등이 꼽힌다. 전주병의 현역은 민생당 정동영 의원이다. 그는 지난 2018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민주평화당 당 대표를 역임하며 여전한 정치적 중량감을 보여줬다. 

정 의원의 상대는 전주고·서울대 후보인 김성주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다. 김 전 이사장은 민주당 소속으로 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기세를 이어 20대 총선에 나섰지만, 당시 국민의당 소속의 정 의원에게 낙선했다. 

판 뒤집나?

익산을의 현역은 민생당 조배숙 의원이다. 그는 4선을 한 이 지역 터줏대감이다. 지난달 24일 조 의원은 민생당 간판을 달고 출정식을 열었다. 민주당에선 조 의원의 대항마로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 전 수석은 문재인 대선캠프의 원조 격인 ‘광흥창팀’서 일했던 친문 핵심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남 여수을’ 주승용 불출마 왜?


주승용(민생당, 전남 여수을) 국회부의장이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주 부의장은 여수시민들에게 보내는 불출마 메시지를 통해 “지난 30년 동안 항상 긴장하며 살았던 것 같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아내를 비롯해 가족들에게 소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평범한 남편과 가장이 돼 여수에서 여수시민과 더불어 살아가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